카테고리


rss 아이콘 이미지

맬컴 글래드웰, 트위터 평가

마/ㅏ 2011. 5. 20. 14:25 Posted by 로드365


[동아일보] ‘아웃라이어’ 작가 맬컴 글래드웰, 소셜미디어에 직격탄

1960년 2월 미국 노스캐롤라이나 주 그린즈버러의 한 작은 식당에 흑인 대학생 4명이 앉았다. “흑인에게는 음식을 팔지 않는다”는 대답에 이들은 연좌 농성을 시작했다. 다음 날은 27명, 그 다음 날은 80명, 300명, 600명…. 식당에서 꿈쩍도 하지 않는 이들의 시위에 다른 지역 학생들까지 가담하면서 전체 참여자 수는 7만여 명으로 불어났다. 뜻을 함께하는 대중의 참여가 흑인차별 철폐라는 민권 운동의 승리로 이어진 대표적인 사건이다.

50년이 지난 지금, 트위터나 페이스북 같은 소셜 미디어는 이런 의미 있는 사회 변화를 다시 이끌어낼 수 있을까. ‘티핑포인트’ ‘블링크’ ‘아웃라이어’ 같은 베스트셀러를 쓴 작가이자 칼럼니스트인 맬컴 글래드웰 씨(사진)의 대답은 “아니올시다”이다. 

글래드웰 씨는 최근 시사잡지 뉴요커에 기고한 ‘작은 변화’라는 장문의 글에서 “소셜 미디어의 등장이 ‘사회적 행동주의(social activism)’를 촉진해 사회변혁이나 혁명을 이끌어낼 수 있다는 믿음은 과장됐다”고 주장했다. 그는 트위터에서 벌어지는 사회 참여에 대해 “큰 위험을 질 필요가 없고, 개인적인 희생이나 비용을 감수할 필요도 없는 조건에서만 부담 없이 참여하는 정도의 결속력”이라고 지적했다. 예를 들어 페이스북 내의 ‘(수단의 분쟁지역인) 다르푸르 구하기’ 사이트는 128만 명의 회원이 등록돼 있지만 평균 기부액은 1인당 9센트에 그친다는 것.

글래드웰 씨는 “그린즈버러 연좌농성의 참여자는 구타당하거나 체포되거나 심지어 총에 맞을 결연한 각오를 하고 현장에 나갔던 사람들”이라며 “소셜 미디어 신봉자들은 이처럼 강한 결속력으로 맺어진 동지와 일면식도 없는 인터넷상 지인 사이의 차이를 이해하지 못하는 듯하다”고 꼬집었다.

이른바 ‘사이버 행동주의’로 포장된 트위터 등에서의 움직임이 체계적인 조직이나 리더십, 전략적 사고 없이 이뤄지고 있다는 점도 한계다. 그린즈버러 연좌농성의 경우 마틴 루서 킹 목사 같은 지도자와 전미유색인지위향상협회(NAACP)의 훈련받은 활동가, 흑인 교회가 조직적으로 지원했다. 글래드웰 씨는 “중앙의 권위나 지도자도 없고 결속력도 약한 오합지졸 네트워크에서 전략적이고 철학적인 결정이나 합의, 목표 설정을 기대하기는 어렵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누리꾼들은 강하게 반발했다. 뉴요커는 물론 이코노미스트, 가디언 등의 블로그와 기사 댓글에는 “소수 사례를 일반화한 결과 트위터의 힘을 간과했다” “성격이 다른 두 현상을 비교했다”는 등의 비판이 잇따라 올라왔다. “글래드웰에 대한 비판과 반대를 트위터로 퍼뜨릴 것”이라는 공격도 나왔다. 여기에 “스크린 뒤에 익명으로 숨은 누리꾼에게는 변혁의 힘이 없다”며 공감하는 의견이 맞서면서 논란이 뜨겁다.

이정은 기자 lighte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