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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얼티메이텀>의 맷 데이먼
 

스파이 제이슨 본을 연기하는 맷 데이먼을 당신이 처음 봤을 때, 이 둘 사이에 존재했던 공통점을 하나만 대라면 뭐라고 하겠는가. 나올 수 있는 답변 중 하나는 아마도 이런 게 아닐까. 있어야 할 자리가 아닌 곳에 있는 것 같은 사람. 스파이로서의 기억을 잃은 뒤 자신을 고용했던 시스템으로부터 생명의 위협을 당해 끊임없이 도망다니는 제이슨 본은, 프로페셔널하고 완벽해야 할 이 직업에 걸맞지 않게 불안해 보이고, 쉽게 나약함이 보인다. 그리고 배우 맷 데이먼의 인상은 통상 할리우드 스파이액션물의 히어로라고 했을 때 연상되는 모습을 벗어나 있다. 2002년, (그때까지도 여전히 <굿 윌 헌팅>(1997)의 꼬리표를 달고 있던) 맷 데이먼 주연의 스파이액션물은 할리우드 업계 관계자들의 기대를 전혀 받지 못했다. 이 해에 맷 데이먼은 20년지기인 벤 애플렉과 손을 맞붙잡고 노심초사를 했는데, 애플렉은 <썸 오브 올 피어스>라는 블록버스터 액션물 개봉을 눈앞에 두고 있었고 데이먼은 전작 두편(<베가번스의 전설> <올 더 프리티 호시즈>)이 흥행에서 연달아 실패한데다 <본 아이덴티티>에 대한 소문이 업계에 굉장히 안 좋게 돌아 신경을 쓰던 차였다. “영화 개봉 시기가 1년이나 미루어진데다 재촬영만 네 차례나 들어갔다. 그래서 아, 이번에도 실패하면 삼진 아웃인데, 하고 걱정을 많이 했다.” 그가 인터뷰에서 말하듯 “<본 아이덴티티>를 만들 때 2편이나 3편이 나올 것이라고는 예상한 적이 없다”는 말은 진짜다. 지난한 프로덕션 과정을 거치고 개봉의 운명마저 기구했으니 제작사 유니버설이 영화의 속편을 장담한다는 건 있을 수 없었다.

그렇게 간신히 태어났다. 날렵함, 세련미, 노련미와 여유 이 세 가지의 영웅 판타지 중 어느 하나 제대로 갖추지 않은 맷 데이먼의 제이슨 본 영화는 그럼에도 소재의 장르성과 주제 및 캐릭터의 리얼리티가 탁월하게 결합된 매력적인 스파이물이 되어 3편이나 시리즈로 만들어졌다. 이 시리즈와 더불어 멋진 ‘조지 형’, 잘생긴 ‘브래드 형’ 등과 <오션스 일레븐> 시리즈를 함께함으로써 맷 데이먼은 순전히 결과론적으로 지난 6년간 ‘블록버스터 시리즈’에 열심히 출연한 배우로 불리게 됐다. 그러나 그 사이 구스 반 산트의 실험성 강한 예술영화 <제리>, 패럴리 형제의 뻔뻔한 코미디 <붙어야 산다>, <트래픽>의 작가 스티브 개건의 예민한 정치물 <시리아나> 등이 두루 있었음을 빼먹어선 곤란하다. 그가 영화를 선택할 때 염두에 두는 것은 이렇다. “현실적이며 믿을 만한 기대치를 설정하는 것이 중요하다. 사람들의 평가와 실제적인 결과를 분리해야 하고. 그러다보니 언젠가부터 그런 상업적인 성공에 크게 좌우되지 않게 됐다.” 물론 이런 말은, 한때 침몰할 뻔했던 자신의 커리어가 <본 아이덴티티>로 기사회생한 이후에 나온 것이긴 하지만 그가 다시 커리어의 침몰만을 염려했다면 선택들은 훨씬 조심스러웠을지도 모른다. “어떤 사람들은 이 업계에 들어와서 뭔가 잃는 걸 두려워만 한다. 자기 위치를 지키려고 안간힘을 쓰는데, 그러면 정말 안전한 선택만 하게 된다. 나는 그렇게 가고 싶진 않았다. 내려갈 거면 확 내려간다. 그네를 타듯, 아주 큰 진자운동을 하고 싶다.”

친구 벤 애플렉은 물론이고 그외 지인들 영화의 카메오 출연에도 열심이었던 맷 데이먼은 제3세계 에이즈 방지 캠페인 ‘ONE’을 후원하고 있고, 미국 내 가정용 쓰레기 줄이기 운동 기구인 GreenDimes.com의 이사회 멤버이고, ‘아프리카판 킬링 필드’라 불리는 수단 다르푸르 학살 사태에 경각심을 일깨우기 위한 기구 ‘Not On Our Watch’의 공동창립자이다. 이 가운데 ‘ONE’과 ‘Not On Our Watch’는 조지 클루니, 브래드 피트 등 ‘형들’과 함께하고 있다. 맷 데이먼은 사람을 위한 일에, 사람들과 함께하길 좋아한다. 그리고 오늘보다 나아질 내일을 믿는 아주 건강하고 긍정적인 태도를 소유했고, 동시에 그것을 위해 행동할 길을 찾는 성실한 현실주의자의 모습을 가졌다. 십대 시절부터 친구 벤 애플렉과 함께 차비까지 손수 마련해 (수없는 낙방에도 불구하고) 줄기차게 오디션을 보러 다녔던 끈기는 이 같은 성실함과 긍정적 마인드의 다른 면이었을 것이다. 그는 <붙어야 산다>의 마이애미 촬영장에서 만난 바텐더 루치아나 바로소와 2005년 결혼한 뒤로 기자들에게 ‘가족적’이라는 말도 자주 듣는다. 맷 데이먼은 이번 <본 얼티메이텀> 해외 홍보 기간 때 아내와 의붓딸, 장모, 형, 형수, 조카들까지 떼로 몰고 다니느라 분주했고, 이제 갓 돌을 넘긴 딸 이사벨라가 “잠을 안 자고 깨어 있는 시간에는 모조리 그 옆에 있고 싶다”고 인터뷰 때마다 털어놓기도 했다.

지난 7월 LA에서 열린 <본 얼티메이텀> 프리미어 때, 맷 데이먼은 ‘터프가이를 연기하는 심정이 어떤가, 그것을 즐기는가’라는 질문을 받고 “별로”라고 대답했다. “나와는 정말 다르다. 가끔 길 가다보면, 싸우는 것을 즐기는 사람들을 보게 된다. 그런데 나는 천성적으로 누구와 대립하고 싸우고 이런 것들이 전혀 안 맞는다.” 올해 초 베를린영화제에서는 또 어떤 기자가 ‘할리우드에서 가장 착한 남자라는 수식어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나, 싫을 것 같기도 한데’라고 질문했다. 그는 “싫어하냐고? 아 뭔가, 위험한 남자, 이런 수식어를 선호할 거라고 생각하나?”라고 되물었고 기자는 ‘가장 섹시한 남자, 라든가…’ 하는 식으로 부연했다. 맷 데이먼의 대답은 이랬다. “아니, 난 내가 가진 그런 이미지가 맘에 든다. 그리고 사실 말이 나와서 하는 말인데, 할리우드 배우들 중에 가장 터프한 남자들이 실제로는 가장 여린 사람들이다. 뭔가 신비스런 이미지를 덧붙이기 위해 그러는 모양인데, 그들을 실제로 아는 나로서는 웃음만 나올 뿐이다. 나는 할리우드에서 단 한번도 터프가이를 만난 적이 없다. 단 한번도. (웃음)” “이미지 관리라는 것 자체가 결국에는 낭비같이 느껴져서 가급적 그런 의식을 하지 않으려고 한다.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그냥 최대한 사람들에게 예의 바르고, 좀 지루한 사람이 될 것. 뭐 그 정도?”

착한 이미지의 남자, 가족적인 남자, 퇴폐적이지 않고, 긍정적이고 성실한 남자, 자기가 원하는 일을 계속할 수 있는 범위를 아는 남자. 맷 데이먼은 영화 밖의 삶에서도 이렇듯 현실적이고 구체적이다. 제이슨 본의 캐릭터가 기존의 스파이들과 비교했을 때 그렇듯 말이다. 여러모로 그는 할리우드 스타의 정형성을 벗어난 ‘비범’한 스타다. “더그 라이먼(<본 아이덴티티> 연출, 시리즈 각편 프로듀서)이 <본 아이덴티티>를 찍는 도중 갑자기 그러는 거다. ‘이거 우리가 중요한 걸 놓쳤는걸.’ 내가 뭐냐고 묻자, 매컷 찍을 때마다 조명기를 끄기 전에 포르노를 위한 컷을 하나씩 찍었으면 <폰 아이덴티티>(Porn Identity, Porn은 Pornography의 줄임말)를 함께 개봉할 수 있었을 텐데, 라고 했다. 역사상 최초로 7500만달러 규모의, 같은 감독과 배우를 사용한 포르노영화가 되었을 거다. 정말 굉장한 포르노영화가 됐을 거라고. 그리고 그 김에 <폰 슈프리머시> <폰 얼티메이텀>은 어떤가? 와우!” 그러잖아도 맷 데이먼은 언젠가 “캐릭터가 몰고 가는 포르노영화를 찍어보고 싶다”는 얘기를 한 적이 있다. ‘할리우드에서 가장 착한 남자’의 수식어를 단 배우의 캐릭터가 몰고 가는 포르노그래피라. 충분히 궁금하다.   글 : 박혜명 | 2007.08.24   출처



2004.8.10
<본 슈프리머시> 주인공 ‘맷 데이먼’ 인터뷰

“자동차 추격신 덕분에 운전실력이 엄청나게 늘었죠”

첩보영화의 트랜드가 변하고 있다. 냉전시대를 배경으로 한 첩보물은 결국엔 이데올로기 싸움이었다. 악을 응징하기 위한 선은 매번 최첨단의 특수장비를 동원하고 섹스어필한 첩보요원은 그 현란한 장비들을 휘두르면서 자유세계를 수호했다. 오늘도 신출귀몰한 첩보요원들이 있기에 세계가, 지구가 돌아가고 있음을 감사해하면서 그들이 아니었으면 지구는 벌써 골백번도 더 멸망했으리라는 생각에 가슴을 쓸어내리곤 했드랬다. < 007 >로 대표되는 첩보영화의 계보는 그렇게 십수년동안 명맥을 유지해왔다.

그런데 이 영화, <본 슈프리머시>는 좀 다르다. 스파이 영화의 외형을 띠고 있으면서 그 현란한 최첨단 장비하나 선보이지 않는다. 날것 그대로의 액션이 화면에 가득하다. 만년필 폭탄도, 미사일 쏘는 자동차도 없다. 더 기이한 점은 주인공 ‘본’이 읖조리는 독백이다. “나는 누구인가.” ‘정체성 찾기’라는 화두가 첩보영화의 단골메뉴는 아니었지만 <본 아이덴티티> 시리즈는 이점을 중요 모티브로 삼고 있다.

2년전에 등장했던 <본 아이덴티티>는 초대작이 아니었음에도 큰 성공을 거두었다. 맷 데이먼은 이 영화 한편으로 새로운 액션영화의 아이콘으로 자리잡았다. 올해 미국에서 개봉한 <본 아이덴티티>의 속편 <본 슈프리머시>도 기대를 저버리지 않고 <아이, 로봇>의 오프닝 성적을 추월했다. 이렇게 불과 두편만에 <본 슈프리머시>는 상품성 있는 첩보영화 시리즈가 되었다. “자신을 너무 잘 아는” 제임스 본드와 “내가 누구인지도 모르는” 본. 앞으로 첩보영화의 트랜드가 어느쪽으로 흘러갈지 궁금하다. 개봉주에 미국에서 박스오피스 1위를 차지했던 <본 슈프리머시>는 8월 20일 국내관객들을 찾아갈 예정이다. 이에 앞서 주인공 맷 데이먼과의 인터뷰를 싣는다.
편집자 주

2년 전, <본 아이덴티티>에 관해 얘기하면서, 단호하게 속편엔 출연하지 않을 거라고 얘기하였는데?
분명히 그렇게 말했었다.

그런데, 속편에 출연하게 된 동기는?
그 말은 속편이 전편보다 좋은 작품으로 나올 수 없다면 출연하지 않겠다는 말이었다. 그동안 너무 많은 속편이 실패를 하였기 때문이었다. 영화 역사상 전편보다 성공한 작품은 오직 세편으로 구약보다 신약이, 톰 소여 모험보다 허클베리 핀이, <대부>보다 <대부2>가 더 성공한 경우뿐이다.

누가 그런 말을 해주었는가?
집안과 잘 아는 사람이었다. 그래서 가능하면 속편을 하지 않겠다고 하였다. 그런데 <본 슈프리머시>에 출연을 하게 된 것은 다음과 같은 두 가지 이유가 있었다. 우선, 감독 폴 그린그래스가 영화에 참가한다는 것을 알았다. 그리고 그와 함께 영화에 관하여 이야기를 나누었는데 작품에 임하는 그의 의도와 열성적인 자세를 알 수가 있었다. 또한 나는 <블러디 선데이>를 가장 좋아하는 작품 중의 하나로 항상 마음에 두고 있었기 때문에 그와 함께 일하게 된다는데 싫다고 말할 이유가 전혀 없었다. 다음으로는 각본이었다. 영화 전체를 구성하는 3개의 중요한 요소가 되는 순간들이 있는데 그것은 속편을 만드는데 있어 아주 중요한 역할을 한다고 생각했다.

<본 슈프리머시>의 정의를 어떻게 내리겠는가? 복수 혹은 속죄의 의미라고 생각하는가?
복수로 시작을 하지만 결과적으론 속죄라고 할 수 있다.

속죄를 연기한다는 것은 감성적인 연기를 요구하였을 텐데, 그러한 부분이 연기하는데 있어 감정 연기에 영향을 주었는지?
그렇지는 않았다. 배역 성격상 주인공은 아주 강한 성격이었다. 그래서 그런 감성적인 기분이 들 때에는 다른 곳으로 유인해 버렸다.

전편에선 다른 나라에서 추격신을 촬영하기 위하여 허락 받는데 많은 어려움이 있었다고 하는데 이번에도 같은 문제가 있었나?
이번에는 전편보다 수월하였다. 하지만 파리는 여전히 촬영하는데 아주 어려웠고 촬영하기 위해서는 6주 전에 허락을 받아야 했으며 심지어 차를 주차하는 것까지 허락을 받아야 할 정도였다. 하지만 베를린은 아주 쉬웠으며 5개월 간 촬영을 하였다.

이런 종류의 영화를 촬영 하고 나서 무엇이 가장 남는가? 전문가와 같은 운전실력 아니면 격투실력과 같은 것인가?
<리플리> 촬영때는 피아노를 배웠지만 그 이후론 써 먹을 일이 전혀 없었다. 하지만 이번 작품을 통해 배운 운전기술은 실생활에 활용할 수 있어 아주 좋은 기회였다. <본 슈프리머시> 이후 이전 보다 훨씬 나은 운전실력을 갖게 되었다는 것을 자신있게 말할 수 있다. 영화 속의 자동차 추격 장면을 대부분 내가 직접 연기하였기 때문에 운전실력이 많이 향상한 것 같다.

역할을 선정하는데 있어 어느 것이 가장 큰 매력적인 요소이며 어떤 점이 최종적으로 결론을 내리게 하는지?
항상 3가지 점이라고 할 수 있는데 각본, 감독 그리고 배역이라고 할 수 있다. 3가지를 다 충족시키지 못할 때에는 2가지만으로도 결정을 내리긴 하지만, 항상 3가지가 만족하여야만 결정을 내린다.

마지막으로 영화속에서처럼 기억상실증에 걸린다면 가장 지우고 싶은 기억은?
영화 속에서처럼 기억 상실증에 걸릴 수 있다면 한가지 정말 나의 인생에 있어 지우고 싶은 황당한 기억이 하나 있다. 정말 기억하고 싶지 않은 사건이라 기억을 더듬고 싶진 않지만……. 아! 5~6년 전 이었을 것이다. <굿 윌 헌팅>시사회가 대통령 공식 휴가 장소인 캠프 데비드에서 대통령을 위한 시사회가 있었다. 나는 주인공으로서 행사에 참가를 하였고 시사회를 마친 후 화장실에 들렸는데 당시 대통령인 클린턴 대통령이 화장실에 있는 것이었다. 순간 나는 ‘대통령을 화장실에 만나다니’ 하는 황당함에 어찌 할 줄을 몰랐다. 나는 그저 화장실 구석에 숨어 대통령이 빨리 나가길 기다릴 뿐이었다. 하지만 대통령은 볼일을 보고 나자 손을 씻고는 외부에 손님을 맞이하기 위하여 얼굴을 다듬는 등 오랜 시간을 보내었다. 나는 대통령에게 방해가 되지 않기 위하여 오랫동안 숨소리도 못 내고 컴컴한 구석에 갖혀 있어야만 했었다. 그 순간 만큼은 어느 순간 보다 황당한 순간이었다.
글 : 고일권  출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