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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징가 Z

마/ㅏ 2001. 10. 27. 20:31 Posted by 로드365
마징가z는 야한 만화인가?



70년대 TV만화라면 여럿이 있겠습니다. 대개 황금박쥐-아톰(당시는 우주소년 '아텀’이었습니다)-요괴인간-마린보이-타이거마스크-철인28호 등의 만화가 여러 번 방송됐기 때문에 기억하시는 분이 많을 것입니다. 그러나, 그래도 아직까지도 가장 많이 이야기하는 만화라면 단연 '마징가Z'(최초에는 '마징거’였습니다)입니다.

'마징가’를 경계로, 우리나라 어린이들은 70년대 말까지 '거대로봇물’과 함께 지내게 됩니다. 그건 우리나라뿐만이 아니라 일본에서도 마찬가지였습니다. 우리나라에서 마징가의 첫 방송은 75년 말에서 76년초로 기억합니다. 마징가는 그 이전에 75년 중반부터 한 소년잡지에서 해적판으로 연재된 일이 있는데, 곧 TV로 방송되게 된 것이죠. 마징가의 반향은 대단했습니다.

이전의 '철인28호’에는 무기가 없었습니다. 그냥 힘으로 치고 받는 스타일이었습니다. 그러나, 마징가에는 '헬박사’라는 고정된 적이 있는데다 수많은 독특한 무기가 있었습니다. 주인공 강쇠돌(원작에서는 가부토 고지) 역은 현재 원로 탤런트인 김영옥씨가 맡았었습니다만, 당시까지의 주인공과는 다른 터프하고 반항적인 이미지로 또 다른 화제가 됐었습니다. 이때문에 마징가는 당시 어린이들을 그야말로 휩쓸었습니다.

마징가Z는 그레이트 마징가등 속편을 제하고도 총 92화의 장편입니다. 한주에 한편씩 방송하면 2년이나 걸리는 분량이었습니다만, 우리나라에서는 반년분인 25회만이 방송됐고 그 이후에는 적당히 재방송으로 때웠기 때문에, 마징가 자체는 그리 오래 방송되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마징가라는 만화가 만든 '로봇 붐’은 실질적으로 아류작이었던 우리나라의 '로봇태권V'로 연결됐기 때문에, 잊혀지지 않았습니다.

게다가 77년~78년쯤에 '아스트로강가’라는 만화가 '짱가’라는 이름으로 수입돼 대히트, 다시 한번 거대로봇물의 바람이 불었습니다. 이때 마징가의 두 속편인 '그레이트 마징가’와 '그렌다이저’(중간까지만 방송됐습니다), 그리고 이 외에도 '그로이저X' 등이 수입됐지요. 마징가는 이때 다시 한번 방송됩니다. 다만 이때도 전편이 다 방송된 것은 아니고 앞부분과 마지막 부분 20여화 정도가 방송된 것으로 기억합니다. 하여간 이때문에 마징가Z는 75년서부터 80년까지 약 5년 정도를 어린이들과 함께 한 셈입니다.

그러나 76년에 마징가 방송이 중단된 후, 당시 어린이들은 '마징가’의 결말이 대단히 궁금했습니다. 중간에 끊어먹었으니 당연한 일이죠. 게다가 연재되던 잡지는 얼마 가지 않아 망해버렸었고, VTR이 일반가정에 있던 시기도 아니었기 때문에, 한동안 마징가는 궁금증의 대상이 됐습니다. 수요가 있으면 공급이 있는 법이죠. 일본의 단행본 해적판이 나오기 시작했고, 결국 77~78년 정도에는 많은 '어린이’들이 마징가의 단행본을 봤습니다.

자, 그런데 약 20년을 건너서 90년대 후반이 되자, 통신망 등을 중심으로 이런저런 얘기가 떠돌기 시작합니다. “마징가 원작 만화는 사실은 야한 만화라더라. 누드신도 나오고, 성폭행 장면도 나오고 아수라백작(사실은 남작임) 샤워신도 나온다더라." 20년을 넘어 제기된 이 의문점을 풀기 위해서는 마징가Z의 원작자를 찾아볼 필요가 있습니다.

70년대 등장한 수많은 로보트 만화영화에 단골로 등장하는 것이 '나가이 고(永井豪;본명 나가이 기요시,55세)'라는 이름입니다. 나가이 고는 우리나라에도 모두 수입된 TV시리즈 '마징가Z'-'그레이트 마징가’-'그렌다이저’등 마징가 3연작 시리즈의 작가입니다. 이외에도 우리나라 소년잡지에 잠시 연재됐던 '데빌맨’ '겟타로보’, 그리고 '강철지그’등의 원작자로 이름을 올려놓고 있죠.

그러면, 과연 나가이 고라는 사람이 주로 로봇만화를 그리던 사람이냐? 전혀 아닙니다. 원래 나가이 고라는 사람은 '사이보그 009'(우리나라에서 '무적의 009'라는 TV시리즈로 70년대 중반 방영됐습니다)로 유명한 이시노모리 쇼타로의 제자출신입니다만, 이 작가가 데뷰직후 가장 유명했던 것은 '개그’만화였습니다.

이 작가는 '파렴치 학원’이란 만화를 그려 대히트시키며 엄청난 인기작가가 되는데, 이 만화도 원래 개그만화입니다. 한 초등학교를 배경으로 기상천외한 선생님, 기상천외한 학생들 얘기를 그린 만화죠. 그런데 68년에 시작한 연재가 69~70년에 넘어가면서 한 사건에 말려들게 됩니다.

1969년에 일본에서 아주 유행을 한 TV광고가 있었습니다. 스포츠카의 바람에 여자의 치마가 들춰지면서 여자가 '모-레쓰!(맹렬)'라고 말하는 광고죠. 나가이 고는 이 광고에서 힌트를 얻어 주인공들에게 '모-레쓰 놀이’를 시켰습니다. 별것은 아니고 남학생들이 '모-레쓰’ 하면서 여학생들 치마를 들추는 것이죠. 쉽게 말하면 '아이스케키’입니다.

그런데, 이게 사회적으로 엄청나게 번져서 사회문제화 됐습니다. 전국 교실이 '모-레쓰 놀이’로 들썩거렸다고 합니다. 이때문에 '파렴치학원’은 '나쁜만화’로 낙인찍히게 됩니다. 일본의 청소년 보호 위원회가 출판사에 항의방문을 하고, 사회적 이슈가 되면서 전체적인 만화탄압 사건이 일어났습니다.

우리나라의 경우 검찰에서 만화가를 기소했습니다만, 일본에서는 그렇게는 되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나가이 고는 크게 반발하면서 그야말로 '막 나가’ 버립니다. 파렴치 학원은 물론, 기타 만화잡지 연재물도 표현강도를 확 높입니다. 소년잡지에 포르노를 방불케 하는 만화들, 피가 튀는 폭력물들을 엄청나게 양산해 냈습니다.

'바이올런스 잭’같은 만화에서 어린아이의 목을 재크나이프로 날리는 장면을 싣기 위해 편집진과 싸움을 했다는 얘기는 유명합니다. '이렇게 지저분한 만화를 그리다니, 만화 자체를 보기 싫어졌다’고 하는 항의가 빗발친 거지만화 '오모라이군’ 등 '불결개그’분야도 처음 만들어 냅니다. 금기란 금기는 적극적으로 찾아다니면서 깨게 됩니다.

이후 나가이 고란 작가의 만화는 지금까지 절대 다수가 포르노에 접근하는 코미디물이고, 일부가 우리나라 어린이들이 봤던 거대 로봇물, 그 외에 세기말 분위기의 폭력물, 극히 일부는 일본 역사물 등이 있습니다. 나가이 고는 '소년만화에 금기이던 성을 백일하에 끌어냈다’는 평가를 받고 있죠.

당시 양산했던 '야한 만화’중 상대적으로 얌전했고, 그덕에 TV시리즈까지 된 만화가 있는데, 이 만화가 '큐티 하니’입니다. 이 만화는 고등학생 정도 여자아이 모습을 한 안드로이드 '하니’의 활약을 그린 만화인데, 안드로이드라고 말은 하지만, 사람과 똑같이 생겼습니다. 다만, 안드로이드란 점을 이용해서, 나가이 고는 획기적인 노출장면을 집어넣습니다.

큐티 하니는 변신을 할 때 옷이 갈갈이 찢어지면서 전라가 됩니다. 그다음에 다시 옷이 슬로모션으로 한올한올 붙어서 변신이 완료입니다. 노출이 문제가 되면 '사람이 아니라 기계다’며 넘어갈 수 있었던 것이죠. 이 장면을 보여주기 위해 매주 오랜 시간을 잡아먹습니다. 당시 일본 어린이들은 '끝까지 보긴 봤는데, 내용은 기억이 하나도 나지 않고 변신장면만 생각난다’고 술회합니다.

이런 (당시 기준으로는) 엄청나게 야한 만화가 TV전파를 타다니, 우리나라라면 상상도 못할 상황이었지만, 일본에서는 대 히트했습니다. 여자아이들을 대상으로 한 만화지만, 여자아이들보다 그 아이들의 아빠들에게 더 인기를 모은 희한한 만화죠. 이 만화의 주제가는 마징가Z 못지 않게 아직도 많이 불립니다. '세일러문’의 선조라고 할 수 있는 이런 '전투변신소녀물’을 처음 낸 사람도 바로 이 나가이 고입니다.

이 만화는 당연히 우리나라에 수입되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90년대 후반 들어오면서 조금 노출을 줄인 리메이크판이 '큐티 하니 F'란 제목으로, 제작되는데, 이 만화영화는 우리나라에도 수입돼 방송됐습니다. 아마 조카들에게 물어보면 '봤다’는 아이들이 꽤 있을 겁니다.

물론, 나가이 고라는 만화가는 상당수 '저질’(야하다는 뜻 이외에도 형편없는 퀄리티의 것도 많았습니다) 만화를 그렸습니다만, 모두 다 그런 것은 아닙니다. '전후 일본만화가 낳은 기적’이라고까지 불리는 작가의 라이프워크 '데빌맨’, 대지진으로 폐허가 된 도쿄의 서바이벌로 유명해진 데빌맨의 속편격 '바이올런스 잭’ 등 수많은 문제작도 만들어, 만화사에서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는 사람입니다.

마징가Z라는 만화는 '파렴치 학원’이란 만화가 이미 갈데까지 다 가고 나서, 파렴치학원의 후속작으로서 72년에 연재가 시작됐습니다. 자연히 로봇물이라고는 해도, 작가 자신의 본성은 어쩔 수 없는지, 70년대 마징가Z를 보고자란 일본의 어린이들은 '군데군데 야한 만화였다’고 기억하는 모양입니다.

자, 그런데, 70년대 단행본을 본 사람들은 이렇게 생각하실 겁니다. “내가 본 단행본에는 야한 장면같은 것은 없었고, 물론 TV에도 방송되지 않았는데, 우린 삭제된 판을 본 것이냐?" 그렇지는 않습니다.

“그럼 도대체 마징가Z 란 만화책은 야한 만화책이냐? 아니냐?" 정답은 "야한 것도 있고, 야하지 않은 것도 있다”는 것입니다. ‘마징가Z'란 만화는 한 가지가 아닙니다. 같은 제목의 만화가 무려 일곱가지가 있습니다. 동시에 여러 잡지에 각각 다른 버전으로 연재됐었기 때문에 벌어진 일이죠.

당시 일본에서는 한번 만화영화화가 되면, 원작과는 관계없이, TV만화영화의 진도에 맞춰서 다른 잡지에 별도의 연재를 하는 경우가 많았다고 합니다. TV를 보는 어린이들을 위해 방송을 따라가면서 중요 에피소드들을 만화로 재구성해주면서 붐을 조성하는 것이죠.

이것을 '코미컬라이즈’ 판이라고 합니다. 단기간에 만화영화 붐을 일으켜서 관련 장난감을 팔기 위한 것이죠. 이런 만화들은 요즘도 있습니다. 물론 요즘에는 원작만화가 먼저 존재하는 경우에는 별도의 코미컬라이즈판을 만들지 않는 것이 관례입니다만, 70년대에는 중구난방이었습니다.

마징가Z의 경우 워낙 인기가 좋다 보니 여러 잡지에서 코미컬라이즈판을 부탁했죠. 당시 나가이 고는 '다이나믹 프로’라는 만화공장을 운영하고 있었는데, 여기 소속 작가들로만은 부족해서 스승인 이시노모리 쇼타로의 제자에게도 부탁했다고 합니다.

자, 똑같은 만화가 무려 일곱개나 되는 버전이 있습니다. 이중에는 유아잡지에 연재된 것부터, 국민학생 대상잡지, 소년잡지등 여러 독자들을 대상으로 한 것들이 골고루 있습니다. 물론, 다소 야한 장면이 들어가 있는 것도 있고, 건전한 버전도 있습니다.

70년대 우리나라에는 나가이 고가 직접 그린 원작이 아니라, 가장 대표적인 코미컬라이즈판인 '오타 고사쿠판’이 들어왔습니다. 이 판은 다소 건전한 판본이죠. 또 제일 TV판에 근접한 판본이기도 합니다. 다만, 오타 고사쿠는 주인공을 괴롭히기로 유명한 사람입니다. 오타판 마징가 시리즈의 결말만은 TV와 판이하게 다릅니다.

마징가Z에서는 주인공 고지(우리나라에서는 강쇠돌이란 이름이었습니다)를 기계인간으로 만들어 버리고, 그레이트 마징가에서는 데쓰야(우리나라에서는 장검철이란 이름이었습니다)를 그레이트 마징가와 함깨 자폭시킵니다. 그렌다이저에서는 주인공 듀크프리트와 사야카(마징가Z때부터 나오는 여성 캐릭터죠. 우리나라에서는 남애리란 이름이었습니다)를 영원한 동면에 들어가게 한 후 지구를 멸망시켜 버립니다.

다만 80년대 들어오면서는 나가이 고 본인이 직접 그린 원작본도 돌아다녔다고 합니다. 원작본은 TV판과는 상당히 다릅니다. 일부에서는 나가이 고가 TV판에 라이벌의식을 가지고 있어서 일부러 다르게 만들었다고도 하지요. 일단 좀 야합니다. 여주인공 사야카의 누드신도 몇번 나옵니다(그것도 별 맥락없이 나옵니다). 아수라 남작 샤워신도 한번 나옵니다. 그리고 잔인한 장면이 많이 나옵니다.

또 마지막 부분에서는 마징가 측에서도 여러대의 전투로봇을 만들게 됩니다. 마징가군단과 헬박사의 기계수군단이 다대다(多對多)의 결전을 벌이는 클라이막스가 나오죠. TV판과는 많이 다릅니다. 이 마징가 Z가 바로 '야한 마징가’의 정체인 셈입니다.

보통 마징가Z라고 하면, TV판 그 자체, 나가이 고가 그린 판본, 그리고 우리나라에 들어왔던 오사 고사쿠 판본 등 세 가지를 정통으로 칩니다. 그러나, 이 세가지 판본 어디에도 소문의 '성폭행 장면’은 존재하지 않습니다. 그럼 '성폭행 장면이 나온다’란 것은 도대체 어디서 나온 말일까요? 이것은, 마징가의 계보를 봐야 답이 나옵니다.

우리나라에 알려진 마징가Z의 시리즈는 크게 셋입니다. 하나는 마징가Z이고, 그다음은 그레이트마징가, 그다음은 그렌다이저이죠. 아시는 대로 그레이트 마징가는 죽은 줄 알았던 가부토 고지(우리나라에서는 쇠돌이로 번역된)의 아버지가 미케네의 침략을 막기 위해 숨어서 만든 로보트이고, 그렌다이저는 베가성의 침략을 받은 프리드성의 왕자가 몰고 온 로봇입니다.

그렌다이저의 경우 TV판에서는 마징가Z의 조종사인 가부토 고지가 조역급 주인공의 한명으로 등장한다는 것 뿐, 마징가Z-그레이트마징가와의 연결부분이 거의 없습니다만, 극장판이나 나가이 고의 만화판에서는 마징가Z-그레이트마징가와 대결하는 장면도 나오고 함께 싸우는 장면도 나오는 명실상부한 마징가 시리즈입니다.

그런데, 나가이 고는 이 이후에도 몇가지의 마징가를 더 그렸습니다. 나가이 고는 84년에 기존의 마징가 시리즈와는 관계없는, 완전히 새로운 마징가인 '갓 마징가’를 발표합니다. ‘갓 마징가’는 원래는 '그레이트 마징가’의 이름이었는데, 최종결정과정에서 밀리게 됐고, 그렌다이저때도 이름으로 등장했다 최종과정에서 밀린 '비운의 이름’입니다.

그러나 나가이 고는 이 이름에 애착을 가진 나머지, 결국은 같은 이름을 가진 만화를 내게 된 것이죠. 이 만화에서 갓 마징가는 무우대륙의 신으로 설정돼 있습니다. 말 그대로 우주를 창조한 '신’이죠. 주인공 히노 야마토는 타임트립으로 무우대륙으로 가서 갓 마징가와 일체화, 전투를 치르게 된다는 내용입니다.

이 만화는 마징가 3연작보다는 훨씬 성인용입니다만 꽁지를 잘라먹은 것처럼 용두사미격인데다 그리 재미있다고는 할 수 없는 만화로, 그리 많이 읽히지는 않았습니다. 그러나, 나가이 고는 80년대 중반, 이 갓 마징가의 아이디어를 조금 더 발전시켜서 또하나의 마징가를 만듭니다. 나가이 고는 이때 "옛날에 마징가Z를 그릴 때는 '데빌맨’에 정신이 팔려서 제대로 그리지 못했다”며, 걸작을 만들겠다고 선언합니다.

“내가 그린 모든 거대 로봇물과 영웅물을 하나로 정리해 보겠다”고도 했습니다. 마징가도 나오고, 그렌다이저도 나오고, 미연재 부분에는 데빌맨도 나온다고 공언한바 있죠. 확실히 마징 사가는 나가이 고의 작품세계를 총정리한다고 할만한 스케일과 세계관을 가지고 있기는 합니다.

여기서도 주인공 이름은 가부토 고지이지만, 마징가는 로봇이라기 보다는 정신력으로 움직이는 '신적’인 물체로 설정돼 있습니다. 마징가와 일심동체인 주인공 고지가 애인이 강간당하는 모습에 격노, '신’의 힘을 발휘해서 지구를 멸망시키는 등 충격적인 장면으로 화제를 모았습니다만, 중간에 중단됐습니다.

90년대 들어서는 출판사를 바꿔 다시 단행본으로 나오는 도중이었습니다만, 이도 역시 몇년째 꿩구워먹은 소식입니다. 이 만화는 우리나라에도 90년대 해적판으로 소개됐는데, '마징가에 성폭행장면이 나온다’는 말은 아마 여기서 나왔을 듯 합니다.

마징가의 계보는 여기서 그치지 않습니다. 나가이 고는 마징 사가를 내팽개친 채 90년대 말에 한 가지 더 마징가를 정리하는 프로젝트를 하게 됩니다. 이건 'Z마징가’라고 합니다. 'Z마징가’에 대해서는 일부 신문이 크게 소개한 일도 있기 때문에 아시는 분도 계실 겁니다. 내용은 올림포스의 신들이 사실은 외계인이었고, 그중 인간의 편을 들어주는 신이 바로 마징가(제우스)라는 설정입니다.

제우스는 껍질로 쓰던 로보트(마징가)만 남기고 모든 능력을 주인공인 가부토 고지에게 주고 죽고, 이후는 이 마징가가 신의 군단과 싸움을 벌이는 내용입이다. 이 만화는 사실 마징 사가에 비하면 주인공들도, 내용도 대단히 가벼운 만화였습니다. 이 만화는 그다지 관심을 모으지 못한 채 '지금까지는 프롤로그일 뿐이다’는 말과 함께 작년 말에 5권을 마지막으로 중단됐습니다.

결국, 마징가에 대한 여러가지 얘기들은 같은 시대의 여러가지 판본과, 시간이 지나면서 나온 여러가지 작품의 각각 다른 마징가가 '마징가’라는 하나의 이름 아래서 그려졌기 때문에 나온 얘기인 셈이죠.

그러나, 야하다-야하지 않다, 계보가 어떻다를 얘기하기 전에, 마징가는 원래가 여러가지를 상징하고, 그만큼 여러가지 얼굴을 가지도록 만들어진 만화입니다. 우리나라에서는 그저 '정의의 사도’로 알려진 마징가이지만, 마징가의 계보에서도 보듯이, 마징가는 인류를 위해 싸우기도 하지만, 반대로, 인류를 멸망시키기도 합니다.

원작에서 마징가Z의 제작이유는 우리가 아는 TV판과 무척 다릅니다. TV판에서 마징가는 헬박사의 야욕을 막기 위해 제작된 로보트죠. 그러나 원작판에서의 마징가는 단순히 부모를 일찍 잃은 손자에게 할아버지가 정성을 다해 만든 '선물’입니다. 나가이 고 판에서의 '쇠돌이 할아버지(가부토 주조 박사)'는 헬박사의 존재조차 모르고 지진으로 죽습니다. 그리고 죽기 전에 손자에게 마징가를 건네주며, "너는 신도 악마도 될 수 있다, 세계를 정복하는 것도 네 마음대로다”라고 말합니다.

TV판에는 나오지 않는 이 대사는, 마징가의 진정한 의미를 상징하는 대사로 평가됩니다. 나가이 고는 신도 될 수 있고 악마도 될 수 있는, 방향성은 없지만 큰 힘을 가진 존재를 '마신(魔神)'이라고 표현합니다. 마징가란 이름은 바로 이 '魔神(일본어 발음으로는 마진)'과 기계를 뜻하는 'machine'의 비슷한 발음에 착안한 네이밍입니다.

결국 신도 될 수 있고, 악마도 될 수 있는 큰 힘을 어떻게 사용할지의 선택권은 인간에게 주어져 있는데, 바로 그것이 Machine(기계)의 본질이란 것이죠. 그리고 그 선택권을 가진 인간은 역시 선하기도 하고 악하기도 한 존재입니다. 그 힘을 제어하지 못하면 스스로를 멸망으로 이끌기도 하는, '어린아이(주인공 고지는 불과 고등학생입니다)가 쥐고 있는 너무 잘 드는 칼’이 바로 마징가라는 얘기입니다.

원작자 나가이 고 자신은 '선과 악’ 중에서는 오히려 '악’에 중심을 두고, 인간의 힘이 인류를 멸망시킬 것이라고 생각한 것 같습니다. 나가이 고는 유난히 인간의 본성에 대해서 비관적이었고, 대부분의 만화에서는 이런 힘을 잘 못 사용해서 인류가 멸망하는 과정을 그렸습니다.

이런 나가이 고의 만화는, 70년대 당시에는 유행은 했어도, 그다지 높게 평가되지 않았었습니다. 그러나, 98년 99년에 '데빌맨’등이 재출간되면서 '데빌맨 신드롬’이라고까지 할 정도로 나가이 고 재조명붐이 일었습니다. 후배들이 리메이크판을 만들어주고, 차례로 옛날 작품들이 복간되고, 연구서가 나오는 등 '저질 포르노작가’에서 '시대를 앞서간 천재’로 엄청난 평가절상이 이뤄졌습니다.

현재, 나가이 고는 단순한 정의담을 떠나서, 인간이 가지고 있는 어두운 측면을 부각시키고, 절망에 빠진 인간이 내는 광기(狂氣)에서 인간의 생명력을 찾으려 노력한 작가로 평가되고 있습니다



-공승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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