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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교 시절에 폴 뉴먼 주연의 <명탐정 하퍼>라는 영화를 보았다. 뉴먼이 연기하는 로스앤젤레스에 사는 사랍탐정 루 하퍼는 고물 포르쉐 오픈카를 타고 다닌다. 부인은 도망가고, 변변한 일도 없고, 나이는 슬슬 중년으로 접어들고, 모닝커피로 마실 커피도 떨어졌다. 언제나처럼 숙취에 젖어 눈을 뜬 아침, 마주하는 것은 어젯밤부터 켜 있던 텔레비전뿐이다.

 그러나 칠이 벗겨진 오픈카를 타고 캘리포니아의 햇살을 받으며 바닷바람에 머리칼이 날릴 때면, 그는 다시 태어난 것 같은 기분이 된다. 선글라스를 내리고 쿨한 미소를 짓는다. 적어도 나는 자유다, 라고 그는 생각한다. 이런 시작 부분의 장면이 인상적이었다. 

 말할 것도 없이 옛날이나 지금이나 폴 뉴먼과는 거리가 멀지만, 나도 그가 느끼는 바를 안다. '자유로워지다'라는 것은 설령 그것이 잠깐 동안의 환상에 지나지 않는다 하더라도 역시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멋진 것이다.

 내가 오픈카를 운전하면서 자주 듣는 것은 - 종종 소리내어 따라 부르는 것은 - 에릭 버든과 애니멀스의 '스카이 파일럿' 정말 좋다, 이거.  -무라카미 하루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