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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화가 루브 골드버그(1883년~1970년>
 


<루브 골드버그의 작품들. 위에서부터 냅킨 뽑기, 치약 짜기, 자동 우산>

 

<미국의 한 골드버그 장치 콘테스트 참가자들>


2002년부터 꽤 오랫 동안 일본 NHK 방송에서 <피타고라 스위치>라는 프로그램을 방송했었습니다.
우리 주위의 자잘한 물건들을 기묘하게 연결시키고 연결시켜 그들의 상호 운동 작용에 의해
움직이고 반응하는, 마치 잘 짜여진 기계 장치처럼 돌아가는 모습들을 보여주다가
마지막 순간에 경쾌하고 인상적인 음악으로 끝을 맺는 <피타고라 스위치>.
그들이 어찌나 기묘하고 재미나게 움직이고, 서로 간을 간섭하는지
1분이 채 되지 않는 꼭지 프로그램이었지만 그들을 모은 DVD까지 사들여 보고 또 보고 했었습니다.
 

<오리지널 NHK 피타고라 스위치의 이미지로 만든, 일종의 풍자 동영상.
마지막으로 핵폭탄이 터지며 제작, 저작권이 미국 국방성에 있다고 써놓았다.>
 
누구는 그것을 도미노 게임이라고 하고, 작은 물리 실험실이라고도 하는데,
기실 그것은 루브 골드버그(Rub Goldberg)라는 미국의 한 만화가의 이름과 작품에서 따 온
골드버그 장치(Goldberg machine)라는 것입니다.
 
쉽게 설명하자면, 물을 마신다든지 냅킨을 집는다든지 하는 사소하고 일상적인 행동,
어떤 떄는 바보스럽게 보이기까지 하는 동작을 위해 정교한 과학 장치와 연계 동작을 만들어내는 것을
골드버그의 작품 속 수많은 바보 장치들을 보고 그렇게 부르기 시작했던 것입니다.
 
 
골드버그의 만화 속에 등장하는, 어찌 보면 말도 안되는 바보 짓들.
그냥 손을 뻗어 냅킨 한장 뽑으면 될 것을, 그냥 치약을 쥐어짜면, 우산을 펼치면 될 것을
그는 저리도 복잡하고 다양한 연계 동작을 통해 움직이도록 그려 놓았던 것입니다.
물론, 그는 재미로, 사람을 웃겨 보자고 그리 했는지도 모릅니다.
그러나, 그의 작품을 사람들은 의외로 다른 각도에서 받아 들이기 시작했습니다.
그것은 세상을 너무 복잡하게 살아가는 인간에 대한, 스스로에 대한 되돌아 봄이었던 것입니다.
 
또 한번 그의 작품을 빛나게 했던 것은 엉뚱하게도 미우주항공국 NASA.
NASA는 골드버그의 작품 속에 등장하는 여러가지 물건들의 상호 작용들을 보다가
우주 비행사들의 과학적 상상력 훈련과 위기 대처 훈련 시스템으로 응용 발전시키게 됩니다.
그냥 눈 앞에 주어진, 서로 연관성 없을 것 같은 물건들로 무엇인가를 만들어 내도록 해
작게는 우주 공간에서 발생할지 모르는 만약의 사태에 대비하고
크게는 일종의 정신적 착란이 오는 우주 혼수에 대처하는 훈련으로도 활용하게 됩니다.
 
반드시 NASA의 훈련 프로그램 때문만은 아니지만 이러한 골드버그 장치들은
재미난 과학적 상상력을 유발하고, 창의적인 에너지를 생성시킨다 하여
미국 전역에서는 심심찮게 콘테스트들이 열리기도 합니다.


<2011년 한 골드버그 장치 콘테스트의 우승작>
 
골드버그 장치는 종종 홍보나 상업적 도구로도 사용됩니다.
최근에는 구글의 과학전람회 홍보 영상에도 등장했고,
2003년 일본의 혼다자동차에서는 실제 자동차 부품들을 사용해 광고를 만들기도 했습니다.


<구글의 과학전람회 홍보 동영상>
  

<혼다 자동차의 2003년 광고 COG>
 
혼다 광고는 컴퓨터그래픽을 1초도 사용하지 않았으며, 촬영 전 과정을 끊지 않고 촬영했다고 합니다.
영상 중간, 타이어가 경사각을 올라 가는 것을 보고 컴퓨터그래픽이라 말하는 이들도 있지만
타이어 한 쪽에 볼트너트로 무게 중심을 집중시켜 놔서 그런 움직임이 가능했다고 합니다.
모두 605번의 NG 끝에 606번째 촬영에 성공했다고 합니다.
물론 거기 등장하는 모든 부품들은 혼다 자동차 1대에서 나오는 부속물들.
 
골드버그 장치...
어찌 보면 그것은, 최초로 그의 만화에 열광한 사람들처럼 그 장치들이
쉬운 세상을 너무 어렵게 살아가는 사람들을 풍자하기 때문에 더욱 가슴에 와닿는지도 모릅니다.
 
그렇지만, 아무리 그래도...
그저 슬렁슬렁 돈 벌고, 은근슬쩍 노력도 없이 모든 걸 가져 버린 이들,
알렉산더 칼더의 모빌과 데미안 허스트의 그림을 집안 식탁 위에 걸어 놓은 사람들을 지켜 보면
골드버그 장치의 한 축처럼 오늘도 달리고, 휘말리고, 뒤섞이다 또다시 부딪히며 굴러가는
우리네 일상이, 오히려 그 어떤 가치를 가지고 있지나 않나 문득 되돌아 보게도 됩니다.  출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