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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효진. 변방에 우짖는 새. 최고

가/ㅗ 2011. 6. 10. 00:20 Posted by 로드365

최고의 사랑, 재미있다.
대중의 눈높이에 딱 맞추는.

연기와 공감으로 승부하는.
이마의 주름 정도는 무서워하지도 않는 흔치않는 여배우.
변방에 우짖는 새. 


그러면서도 정통 멜로 연기도 제대로 할 것 같은.
이제 얼굴로 연기하는 시대는 지나지 않았는가.

그렇다고 섹시하지 않은 것도 아니다.
복근봐라.




★ 2011.3.2
나를 솔직하게 보일 수 있는 일이 필요했다


공효진이 낸 책의 제목은 <공(효진의)책>(이하 <공책>이다. 공효진이 쓴 공책. 또는 공효진의 책. 그만큼 공효진은 <공책>에서 자신을 드러낸다. 그가 호주에서 살던 어린 시절부터 강아지를 키우게 된 이야기, 때론 남자친구와 겪는 갈등까지 적혀 있다. 그러나, <공책>은 공효진의 에세이가 아니라 환경 문제에 관한 책이다. 그는 자신의 이야기를 통해 일상에서 생각할 수 있는 환경 문제에 대해 이야기한다. 아니, 반대로 <공책>은 환경문제를 통해 슬쩍 보여주는 공효진의 이야기일 수도 있다. 공효진은 <공책>에서 끊임없이 자신의 일상들을 펼쳐놓고, 자신에 대해 이야기한다. <공책> 역시 “여배우로서의 자신”에 대해 고민하다 내놓은 것이었다고 한다. 왜 공효진은 때론 구두를 디자인하기도 하는 패셔니스타로서 자신을 부각시킬 수 있는 책 대신 설거지를 하고 쓰레기 버리는 방법에 대해 고민하는 것을 통해 자신의 이야기를 꺼내놓았을까.


환경에 대한 책을 낸 걸 의외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많을 것 같다. 아무래도 평소 이미지 때문에 책을 낸다면 패션 쪽이 아닐까 싶었다.
공효진
: 나에 대해 생각해볼 시간이 필요했다. 직업적으로 하는 일 중 하나가 인터뷰인데, 인터뷰를 하다 보면 머릿 속을 정리할 때도 많고, 그러다보면 서랍을 한 번 뒤집어 엎어서 정리하듯 내 생각을 정리할 수 있는 때가 있다. 그러면서 이런 책을 내야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특히 배우는 매일 출근할 직장이 없다 보니까 때론 무료하기도 하고 공허하기도 하다. 사람들이 항상 나를 찾는 직업이 아니니까.

“책을 쓰며 나와 다른 상황의 독자를 설득할 수 있을까를 가장 고민했다”


책의 서문에 보면 여배우로서의 고민 때문에 환경 문제에 관한 책을 쓰기 시작했다는 얘기가 있다.
공효진
: 단순하게는 직업 때문에 해외 출장이 잦다 보니까 해외의 상황과 우리의 상황을 비교하게 된다. 일단 공기 좋은 곳에서 한국으로 돌아오게 되면 회색의 답답한 하늘이 안타까워 지니까. 공기가 탁하면 사람이 몸도 늘어지고 활기도 없어지지 않나. 아무래도 그런 점에서 환경 문제를 체감하게 된 게 있었고, 직장인이 아니다보니 잡생각을 할 시간도 많다. (웃음) 코팅지에서 비닐을 뜯어낼 수 있는 시간적 여유도 있고, 화초도 키울 수 있고, 개도 키울 수 있는 상황이고. 그런데 더 큰 이유는 배우라는 직업이 주는 소외감을 이겨낼 수 있도록 해주기 때문이었다.


어떤 소외감을 느끼나.
공효진
: 배우들은 사람들의 생각과 다르게 내 마음대로 출연하고 싶은 작품에 출연하는 게 아니다. 그럴 때도 있지만 그러지 못할 때도 있다. 아무리 기다려도 좋은 작품은 없고, 내가 하고 싶은 감독님은 딴 배우랑 하고 싶어하는 경우가 굉장히 많다. (웃음) 사람들이 상상하는 것처럼 앉아서 도도하게 “그거 안 할래” 이렇게 말하면 그만인 게 아니다. 그러다보면 소외될 때도 꽤 많다. 그렇게 소외됐다고 느낄 때 인터넷에서 악플을 보면 정말 죽고 싶다는 생각까지 들 때도 있다. 그럴 때마다 내가 돌보고 마음을 줄 수 있는 것들이 필요했다. 내가 아무 때나 찾아서 돌볼 수 있는 게 뭘까, 나를 원하는 게 뭘까 생각하다 화초나 동물 같은 것들을 옆에 가까이 두게 된 것 같다. 그래서 책을 쓰게 됐다. 어떤 목적의식이 있기 보다는 내가 그냥 즐겁자고 하는 거다.

그래선지 화초나 강아지를 보살피는 것에서 환경문제를 시작한다. 책을 쓰면서 뭔가에 대해 애정을 주고 받는 것에 많이 생각하지 않았나 싶다.
공효진
: 너무 많이 민감해하고 있었다. 세상에 할 게 굉장히 많은데 당장 앞에 놓여 있는 것들만 보면서 사람들의 시선같은 것에 민감하게 반응했다. 사실 요즘은 트위터까지 있다 보니까 내가 바깥에 나가서 뭘 하면 많은 사람들이 나에 대한 글을 실시간으로 올릴 수 있다. 그게 사실 즐거운 일일 수도 있는데 조심해야 하고 예민해지는 것도 사실이다. 그러면서 나 자신의 모습을 솔직하게 보일 수 있는 일이 필요했다. 애초에 많이 감추고, 덜 표현하는 것 자체가 잘 안되는 성격이기도 하고. 그래서 굳이 날 포장하지 않고 내 생활을 보여주면서 나 자신을 스스로 매력적으로 만들어갈 수 있는 일을 하고 싶었다.

스스로 매력적으로 만들어갈 수 있는 일이라.
공효진
: 사실 나는 안젤리나 졸리 같은 포스가 있는, ‘나쁜 여자’일 것 같은 그런 여자이고 싶었다. 하하. 그런데 내가 그런 사람이 아니더라. 사람들하고 같이 있으면 말 제일 많고, 항상 나 혼자 떠들고 있는 편이라 (웃음) 사실 처음에는 이런 책을 내면 내 캐릭터하고 맞을지 안맞을지도 생각해 봤다. 그런데 만들면서 나에게 좋은 일이 될 수도 있고, 내 자신이 배우는 계기가 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 생각을 가지고 책을 만들어서인지 “내가 이렇게 말할 자격이 있나?”하는 입장에서 쓰는 이야기가 많은 것 같았다.
공효진
: 책을 쓰면서 진짜 많이 고민했던 게 이걸 읽을 독자들과 다른 상황인데 내가 하는 이야기가 설득이 될까하는 거였다. 아무래도 나는 화초나 강아지에 마음을 쏟을 시간도 있고, 내 나름의 공간도 있으니까. 매일 해야하는 일 때문에 집에 들어오자마자 쉬기부터 해야하는 사람들이 많을텐데 내가 “개를 키워 보세요, 화초를 키워보세요” 하는 게 모순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고. 독자들을 생각하면서 쓰다 보니까 소심하게 푼 내용도 많다. (웃음) 내가 분명히 일반적이지 않은 직업에 있는데 이 생활을 너무 당연하게 쓰는 건 말이 안 되니까. 다행히 책을 함께 만들어주신 분이 주부거나 나보다 조금 어린 직장 여성이거나 하다 보니까 공감대를 좀 찾을 수 있었던 것 같다.

모피를 샀던 경험에 대해 이야기할 때가 재밌었다. 환경에 관한 책을 쓰면서 모피를 샀던 경험을 솔직히 말하는 것도 그렇고, 모피를 사기까지 갈등 과정을 다 밝히는 것도 재밌었다. ‘뭘 이런 것까지 밝히나’ 싶은 느낌이었달까.
공효진
: 찔려서 어쩔 수 없이 쓴 거다. (웃음) 내가 겨울에 그 모피를 안 입을 수는 없을 것 같고, 이 책을 읽은 사람 중 누군가는 그 모습을 보게 될 것 아닌가. 부끄러운 일이지만 나도 똑같이 모자란 인간이니까 비슷한 고민을 하는 입장에서 솔직하게 얘기하는 게 나을 거라고 생각했다. 그리고 그런 고민을 하면서 소비를 많이 줄이려고 노력하게 됐고. 무언가를 살 때 내가 이걸 정말 잘 사용할 수 있을지 생각하게 되고. 예전에는 입지도 않을 옷도 “내가 언제 또 이 옷을 발견하겠어?” 하는 생각으로 사뒀는데 요즘에는 그냥 “이 옷이 나하고 운명이면 다시 만나겠지” 하고 지나친다. (웃음)

“나라도 해야, 라고 생각하는 게 도움이 된다”



책의 상당부분이 무엇을 어떻게 소비할 것인가의 부분에 집중된 건 그런 생각의 과정에서 나온 건가.
공효진
: 책을 만들 때 도움을 주신 환경 전문가 선생님하고 얘기할 때 굉장히 소소한 이야기부터 해봤다. 양치 한 번에 물이 얼마나 들어가고, 설거지는 어떻게 하는 게 맞고 하는 얘기들. 그러다 결국 우리가 일단 쓰레기를 만들지 않아야 한다는 결론이 나왔다. 그러니까 힘이 쭉 빠졌다. 쓰레기를 아주 안 만들 수는 없고, 사람들이 아무리 잘 분리해서 배출해도 재활용하고 폐기하는데는 여전히 문제가 많고. 그런데 선생님이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렇게 쓰레기를 덜 만들기 위해 노력하는 게 맞다고 하시더라. 그래야 조금이나마 상황이 나아지고, 우리가 책을 만드는 사이에도 새로운 재활용 기술이 만들어지고 있다고.

하지만 환경을 지키려면 재활용 기술도 발전해야 하듯이 환경 문제는 개인의 노력만으로 해결할 수 있는 건 아니다.
공효진
: 사실 생각을 하다보니 결국 환경문제는 국가가 나서야할 일 아닌가 싶기도 했다. 재활용 문제만 해도 재활용할 수 없게 쓰레기를 버릴 때 그냥 벌금만 내면 되도록 하는 법부터 고쳐야 제대로 효과가 날테니까. 이런 문제는 다음에 낼 책에 더 깊게 다루고 싶었다. 하지만 지금으로서는 이 책을 읽을 독자층의 생활을 조금이라도 바꾸는 게 중요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소비에 대한 이야기를 하게 된 거고. 이 책을 많이 읽을 이십대는 막 돈을 벌어서 쓰기 시작해서 가장 많이 소비하는 나이니까. 스트레스를 받으면 인터넷 쇼핑몰으로 푸는 경우도 많고. 돈 버는 이유가 사기 위해서, 그냥 사는 목적이 사고 싶은 걸 사기 위해서 아닌가하는 생각도 들었다.

환경문제에서 소비 문제로, 다시 사는 문제로 갔군. (웃음)
공효진
: <노 임팩트 맨>이라는 책에 이런 대목이 있다. 집에서 밥을 해 먹어야 할 두세시간동안 일을 더 하면 일당을 더 많이 받을 수 있다. 대신 밥을 해먹지 못하고 사먹게 된다. 어차피 더 쓰기 위해 더 일을 하게 되고, 그만큼 더 쓰레기를 만들게 된다는 거다. 처음에는 “이게 무슨 소리야?” 했는데 (웃음) 읽다 보니까 굉장히 공감이 갔다. 일을 더 하면 원래 걸어오거나 버스를 타도 되는 거리를 택시를 타게 되고, 몸이 힘든 만큼 어딘가에 돈을 더 쓰게 된다. 이게 진짜 악순환 아닌가. 그래서 책 쓰면서 정말 생각이 복잡해지기도 했는데 거기까지 나가기엔 나나 독자들이나 어려운 문제라 다음 책에서 다루고 싶었다.

2권도 낼 계획인 건가?
공효진
: 처음부터 2권에 쓰려고 빼놓은 얘기들이 있다. 사실 그걸 내면 이번 책보다 인기가 없을 거 같아서 걱정이기도 하다. (웃음) 조금 더 머리 아프기도 하고, 깊게 파고들면 힘빠지고. 딱히 정답이라고 할 수 있는 대안이 아직은 없으니까. “어떡하라는 거야? 내가 할 수 있는 건 없네”라는 생각이 들 수도 있다. 하지만 그렇더라도 어쩔 수 없는 것 같다. 그래서환경 문제는 특히 사람을 설득하는 문제 같기도 하고. 사람을 살살살살 꼬시면서 (웃음) “이거 좋아”, “그게 멋있는 거래” 하면서 관심을 갖게 만드는 거다.

그 점에서 자신의 경험을 많이 쓰면서 일상에서의 환경 문제를 다룬 게 성공적인 것 같다. 어쨌든 그 책을 읽으면 샤워할 때도 샴푸를 쓰지 말아야겠다는 생각이 강하게 드니까. (웃음)
공효진
: 사람들에게 잔소리를 하면 실제로 도움이 된다. (웃음) “아우 귀찮아!” 하던 친구들도 “니가 하도 그래서 그렇게 했어”하게 되니까. 사람은 누구나 ‘나는 착한 사람이고 좋은 사람이고 싶다’는 생각이 잠재돼 있다고 믿는다. 그런데 내가 조금 귀찮고 피곤한 것만으로도 좋은 일을 할 수 있다면 충분히 할 수 있지 않을까. 내가 이렇게 인터뷰를 하면 사람들은 “뭘 얼마나 팔아먹으려고 또 얘기를 하냐”고 할지 모르지만 (웃음) 이런 일은 옆에서 누군가 계속 말해주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누군가 하다 말다 하다 말다 하는 일들을 이 책을 읽고 하기 시작하게 될 수도 있으니까. “내가 하나 안 하더라도”가 아니라 “나라도 해야”라고 생각하는 거, 그게 자신에게나 세상에나 도움이 된다.

그런 생각들을 하게 되다 보면 삶의 자세가 달라지지 않나. 책에 친구끼리 쓰던 옷이나 가방을 교환하는 부분이 있는데, 그러려면 자기 것과 상대방 것의 가치를 비교하면 안 된다.
공효진
: 그보다는 원래 성격 때문에 환경 문제에 관심을 가지게 된 것 같다. 난 정말 소심하고, 남의 눈치를 본다. (웃음) 상대방 기분을 생각하고, 친구들과 있으면 “쟤는 지금 배가 고프지 않을까?”, “쟤는 약속있다던데” 이런 생각을 계속하고. 그래서 생일파티를 하면 아주 괴롭다. (웃음) 다들 상태가 어떤지 계속 신경이 쓰이니까. 그러다 보니까 “너는 행복하니?”하는 생각이 화초에도 가고, 개한테도 가게 된 것 같다. 개가 혹시 밖에 나가고 싶은 건지, 햇빛이 필요한지 그런 걸 관찰하게 되니까.



내가 연기해 놓고도 현욱을 구워삶는 게 여우더라

환경문제를 고민하면 나 이외의 존재들도 나와 똑같이 귀하고, 내가 지구상에서 그렇게 대단하거나 뭔가를 함부로 쓸 수 있는 존재가 아니라는 걸 깨닫게 되지 않나. 그런데 배우는 촬영장에서 자기가 중심이 되고 자기 주장을 내세워야 할 때도 있다. 그런 게 부딪치지는 않나.
공효진
: 사실 그런 부분이 있다. 배우가 자기 주장이 강한 모습을 보이지 않으면 현장에서 조금 궁상맞아 보이고 약간 모양 빠질 때도 있다. (웃음) 거침없이 행동하는 게 멋있어 보이기도 하고, 그러면 주변 사람들이 “저 사람은 뭐 저렇게 무서운 게 없어서 저럴까? 역시 대단한가보다” 그러기도 한다. 사실 내가 지향하는 배우의 모습도 그랬다. (웃음) 멋있게 앉아서 “커피 한 잔 주세요” 하고, 그 커피 남기고 가고. 하하. 그런데 실제의 나는 사실 그런 사람이 아닌 거다. 그런데 연기를 할 때는 어떻게든 남들에게 자신감 있는 모습을 보여주려고 했는데, 어느 날 갑자기 그게 너무 비겁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사람들은 내가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직업을 가졌고, 소비지향적일 것 같지만 실제의 나는 십분 안에 샤워하고 수건 말려서 다시 쓰는 사람인데 그걸 지금까지 왜 보여주지 않았나 싶었다.

“배우는 많은 사람을 내 편으로 만들어야 한다”



자신의 실제 모습과 동경하는 모습의 차이가 컸나 보다.
공효진
: 사실 20대 초반까지만 해도 사람들에게 좀 더 와일드한 모습으로 비춰지길 바랐다. 학교에 꼭 그런 애들 있지 않나. 반장보다 일진을 멋있다고 생각하는 애들. 침 뱉고, 껌 씹고 손으로 밀어도 될 거 발로 툭 치고 지나가고 하는 모습 보면서 멋있다고 생각하고. (웃음) 나도 저렇게 하고 싶다고 생각하던 시기가 있었다. 물론 지금이야 그 콩깍지가 벗겨지긴 했지만 (웃음) 그래도 좀 더 거침없어 보이고 싶을 때도 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환경을 생각하고, 생활에 꼼꼼해지는 게 나 스스로도 멋진 모습으로 느껴졌다. 나 아닌 다른 것들을 생각하는 진지한 태도가 타인에게도 멋있게 비춰질 수 있는 시대가 올 거라고 생각하고.

그런 태도가 연기에도 영향을 미치게 되나. 최근작들, 특히 <파스타>에서 당신과 이선균은 자신들의 역할을 넘치지 않게 정확하게 한다는 느낌이 들었다. 자신이 드러나기 보다는 상대방이나 주방이라는 공간의 전체적인 조화에 신경 쓰는 것 같았다.
공효진
: 우선 이런 문제에 관심이 생기면 소비를 함부로 하는 역할을 하기 쉽지 않다. 이것저것 막 사는 부잣집 딸을 연기하는 게 지금의 나와 맞지 않다고 판단할 수도 있다. 물론 좋은 작품이라면 하겠지만 (웃음) 그리고 나는 배우가 많은 사람을 내 편으로 만들어야 하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한 작품마다 5, 60명에서 많게는 100명이 넘는 스태프들과 만나고 헤어지고, 다시 만나는 일이다. 그 중에는 처음 보는 사람들도 있는데, 그들과 얘기도 하고 내 편으로 만들고, 서로의 감성을 전달해야 제대로 일할 수 있다. 그러다 보니까 인간관계나 작품의 조화에 대해 노력했고, 그런 면에서 약간 장점이 있는 것 같다.

타인과의 관계나 타인이 자신을 바라보는 시선에 대해 굉장히 많이 생각하는 성격 같다.
공효진
: 어렸을 때 인기인이거나 하지 않았고, 친구들과 잘 지내려고 노력하는 쪽이었다. (웃음) 눈치도 잘 보고 분위기 파악도 잘 하는 애. 통솔력 있게 애들을 리드하거나 중심에 서는 스타일이 아니라 인간관계를 잘 하려고 노력했었고.

그래서 배역도 남을 챙겨주고 보살피는 경우가 많았던 것 같다. 심지어 <파스타>에서도 어느 순간부터 현욱이 유경에게 많은 걸 의지한다. 유경에게 징징거리기도 하고.
공효진
: 그렇게 됐다. (웃음) 어느 날 보니 내 손 안에서 쉪(현욱)이 놀고 있는 거다. (웃음) <파스타> 찍다가 방송되는 걸 스태프들이랑 같이 보는데 나한테 “서유경 진짜 여우다. 와, 여우, 여우~” 이러더라. (웃음) 내가 연기해 놓고도 표정으로 현욱을 구워삶는 게 여우더라.

현욱은 상당한 원칙주의자고, 유경은 그에게 기분상하지 않게 여러 조언을 해준다. 이런 부분을 자연스럽게 끌고 가려면 스스로 디테일을 만들어가는 부분이 많았을 것 같다.
공효진
: 처음에 감독님은 나에게 <건빵 선생과 별사탕>처럼 “그동안 뭘 해도 잘 안 됐지만 이번 일은 끝장을 봐야겠어”라는 투지에 불타는 캐릭터를 원하셨다. 그래서 원래 내 첫 등장 신은 래퍼처럼 머리에 수건을 두르고 “젓가락질 잘해야만 밥 잘 먹나요” 이 노래를 부른다. 남자인지 여자인지 모를만큼 남자 같은 성격에 현욱이 아무리 날 괴롭혀도 끝까지 성공할 수 있을 것 같은 뚝심이 보이는 여자애였다.

결과적으로 유경은 굉장히 여성적인 매력이 있는 모습으로 나오지 않았나.
공효진
: <미쓰 홍당무> 이후에 나는 진짜 어디서 살고 있는 여자애 같은 캐릭터를 하고 싶었으니까. 그래서 <파스타>도 배역에 큰 디테일이 가미되지 않은 담백한 시나리오라 내가 그런 모습을 만들어갈 수 있겠다고 생각했었다. 그런데 감독님과 첫 미팅을 하고 작가님이 유경의 캐릭터에 디테일을 넣었는데 그게 전부 왈가닥 느낌이었다. 그래서 감독님에게 “이번만큼은 여성스러운 모습을 보여주고 싶습니다”라고 말씀드렸고, 그런 디테일들을 차라리 빼주시면 스스로 만들어가보겠다고 했다. 또 사람들이 보는 내 이미지대로 와일드하거나 억척스런 여성의 모습만 보여주고 싶지는 않았다.

“요즘에는 작품 속에서 정말 평범한 사람이 되고 싶다”



그게 유경의 독특한 점이었던 것 같다. 남성에게 여성적인 매력을 너무 어필하지도 않고, 그렇다고 일부러 여성적인 매력을 없애지도 않고. 일상의 여성의 모습을 보여준다는 느낌이 들은 건데, 그런 모습을 보여주기까지 고민이 많았을 것 같다.
공효진
: 반복적이지 않은 역할을 하려고 노력한다. 그래서 제작진에게 아예 “제가 이번에는 이렇게 하고 싶습니다”라는 걸 설득하려고 한다. 작품 초반에 이게 나쁜 판단이 아니었다고 어필할 수 있도록 많이 노력하고. 촬영 초반에 감독님이 연기에 “맥아리가 없다”고도 하셨다. (웃음) 현욱이 맨날 소리를 지를 텐데 그런 모습으로 어떻게 맞대응을 할 수 있을지 걱정하셨으니까. 하지만 그런 모습은 내가 연기할 수 있어도 하지말자고 생각했다. 그건 똑같은 연기의 반복이니까. 현욱이 무서울 때는 눈물 찔끔 나게 무서워하고, 모자란 모습을 보여줄 때는 그냥 모자란 게 많은 보통 여자애를 보여주고 싶었다. 그러다 1,2회가 나가고 나서 감독님이 그대로 가는 게 좋을 것 같다고 하셨다.

그런 캐릭터의 디테일을 납득시키려면 이선균과의 호흡도 중요했겠다.
공효진
: 내 캐릭터를 어떻게 해야겠다는 생각은 했지만 절대 내 위주로만 생각하지는 않았다. 내가 너무 약해져야만 남자배우의 감정을 끌어올 수 있을 때 “난 불쌍한 거 싫어요. 궁상맞지 않을래요”라고 버티면 상대방이 연기할 구실이 없어진다. 그 사람은 내가 불쌍하기 때문에 내가 일으킨 문제들을 눈감아줄 수 있는 건데, 내가 그걸 막을 수는 없다. 다만 초반에 내 캐릭터를 쉽게 설명하기 위해서 그동안 익숙한 연기들을 보여주면서 캐릭터를 만들면 식상하고 재미없어진다. 그래서 요즘에는 작품 속에서 정말 평범한 사람이 되고 싶다.

평범한 사람?
공효진
: 세상에는 너무 많은 사람들이 있고, 다들 각자의 모습으로 산다. 그런데 우리가 연기할 때 과도한 설정을 주거나, 불쌍한 척하고 신파를 보여주면 그 수많은 사람들 각각의 디테일을 표현할 수 없다. 뻔한 설정을 피해서 내 연기에 대한 새로운 룰을 만들고 싶고, 그래야 더 발전할 수 있다는 생각이 든다. 특히 <파스타>는 그런 점에서 감독님, 작가님, 배우들의 시너지가 너무 좋았고. 그 결과로 지금의 유경이가 나온 것 같다.

유경이가 갑자기 예쁜 모습으로 나온다거나 하지 않고 현욱과 같이 일하면서 자연스럽게 자신의 여러 매력을 보여주는 게 인상적이었다.
공효진
: 정말 많이 고민했던 것 중 하나가 유경이가 밉상이 되면 안 된다는 거였다. 조금만 잘못하면 시청자들이 “쟤 뭐야? 맨날 일만 저지르고 남자가 다 처리하게 만들어?” 이럴 수 있는 캐릭터였으니까. 주방에서 온갖 일을 저지르고, 해결 못해서 맨날 울고 있고, 그런데 쉐프가 그걸 봐 주고 그런 식이면 누가 봐도 밉상이다. 그래서 내가 대사가 없을 때도 주방에서는 계속 이곳저곳을 뛰어다녔다. 몸이 말라서 체력도 안 좋아 보이는데 해 보려고 노력하고, 남자들보다 두 배로 움직이면서 한계를 극복하려고 발버둥치는 거다. 그걸 감독님도 화면에 보여주려고 6시간 동안 카메라가 나만 쫓아가면서 내가 이리 뛰고 저리 뛰는 걸 원테이크로 보여주기도 했다. 저 여자애가 고생하고 있다는 거다.

그래서 당신의 다음 행보가 궁금하기도 하다. 보통 여배우는 나이 들수록 맡을 수 있는 역할이 한정되는 경우가 많은데, 당신은 점점 자신이 원하는 배역을 찾아간다는 생각이 든다.
공효진
: <파스타> 전까지는 많은 사람들이 나는 여성들이 멋있게 생각하거나 와일드한 모습을 보여주는 게 장점이라고 생각했던 것 같다. 당분간은 <파스타>에서 나온 것 같은 캐릭터를 해보고 싶다. 물론 그걸 넘어 또 다른 매력을 부여해야 할 거고. 지금은 여배우들의 전성기가 점점 늘어나고 있어서 과거보다 시간이 많다고 생각한다. 그냥 좀, 더 잘 해야 될 것 같다. 우연히 좋은 작품 만나서 빵 터뜨려서 배우 생명을 연장하는 게 아니라 끊임없이 노력해야한다. 사람들을 매료시키려면 결국 자신의 능력이 필요하다. 그냥 좋은 작품 만나고 좋은 감독님과 일하는 게 다가 아니다. 약간 희망이 없던 작품도 그 사람이 연기해서 좋은 작품이 되고, 작품이 만들어지는 과정에서 함께 하는 사람들이 그 사람의 도움을 많이 받을 수 있는 배우가 되고 싶다. 보는 사람 뿐 아니라 만드는 사람들도 선호하는 배우가 되도록 노력하고 있다. 그래야 오래 할 수 있지 않을까 (웃음)

30대 이후 배우가 아닌 한 사람으로서는 어떻게 살고 싶나.
공효진
: 이미 시작된 것일 수도 있는데, 배우들은 배우로서의 확고한 캐릭터가 만들어진다. 예를 들어 “여성스러울 것 같아”나 “착할 것 같아” 같은 거. 그런데 그런 캐릭터는 캐릭터로 놔두고, 자신으로 돌아왔을 때 자신의 모습을 찾는 게 필요할 것 같다. 배우들은 자신의 이미지가 결정되면 한 가지 모습을 극대화시키려고 노력하게 되고, 자신에게 잘 맞는, 사람들이 제일 호응해주는 모습으로 자신을 끌고 가려고 한다. 그러면서 자신의 실제 모습이 혹시나 드러날까 하는 걱정도 하고. 그래서 평소 이미지와 다른 배역을 연기하면 “저와는 정말 다른 인물이었구요”, “작품 속의 저는 그냥 캐릭터죠” 이런 말을 하기도 한다. (웃음)

이제 당신은 안 그럴 건가? (웃음)
공효진
: 사실 나는 패셔니스타라거나, 당당하고 솔직하고 거침없을 것 같다는 이미지가 있다는 걸 안다. 물론 그런 모습으로 비춰지는 걸 바꾸려고 하거나 부정하지는 않는다. 하지만 그건 배우로 활동할 때 내 모습이고, 나로 돌아왔을 때는 내 모습을 보여주고 싶다. 좀 더 세심하기도 하고, 동시에 내 옆에 있는 나무만이 아니라 숲을 좀 볼 수 있는 사람이 됐으면 좋겠고. 그래서 배우로서의 내 이미지를 내 실생활에 가져다 씌우기 보다는, 어떻게 받아들여질지 모르겠지만 속과 겉이 다른 사람이 되고 싶다. (웃음) 겉모습은 배우지만, 내 속은 내가 책에 풀어놓은 글에 가깝다는 생각이 든다. 그렇게 내 모습을 지키고 싶다.  출처




★ 2010.3.31
내가 비주류인 이유...


[OSEN/데일리카=김국화 기자] ‘파스타’ 연출을 맡은 권석장 감독은 공효진을 “변방에 우짖는 새”라고 표현했다. 공효진이 가지고 있는 쓸쓸함과 비주류의 느낌을 섬세한 연출가답게 시적으로 표현한 것이다. 공효진을 만나 동의하냐고 물었더니 “비주류는 맞는 것 같다. 어쨌든 새라고 표현해주셔서 좋다”며 기분 좋게 받아들였다.

“주류, 비주류? 신경쓰지 않는다”

공효진은 자신이 비주류의 편에 서 있음을 공감했다. 그가 출연했던 영화 ‘철없는 아내와~’ ‘가족의 탄생’ ‘M’ '다찌마와 리’ ‘미쓰 홍당무’ 등은 물론이며 곧 크랭크인하는 임순례 감독의 영화 ‘소와 함께 여행하는 법’ 역시 대중적인 취향을 대변하는 작품은 아니다. 특히 ‘소와 함께 여행하는 법’은 “프랑스 영화에서나 나올 법한 이야기”라며 매우 신선한 작품임을 피력했지만 저예산에, 주인공 김영필은 연극 무대에서 명성을 쌓은 연기 베테랑이라지만 대중적인 인지도는 미비하며 공효진은 남자 주인공을 받쳐 주는 서브 주인공쯤 된다. 데뷔 11년차 톱 여배우가 선택하기는 쉽지 않은 작품이다.

공효진은 “비주류가 갑자기 대중적인 인기를 얻고 주류가 되기도 한다. 즉흥적이고 낙천적이어서인지 모르겠지만 자유롭게 일하고 싶다. 작품을' 선택할 때 ‘이건 비주류에 가까우니까 하면 안 돼!’ 이렇게 계산적으로 하지 못한다”고 덧붙였다. 새 영화도 류승범, 문소리 등 임순례 감독과 함께 작업했던 지인들이 강력 추천한 작품이라 망설임없이 출연을 결정했다.

“드라마는 대중과 가까워지기 위한 작업”

하지만 드라마에 대한 생각은 조금 다르다. 드라마는 대중과 가까워지기 위해 하는 것이라는 게 그의 철학이다. ‘파스타’ 역시 대중성을 보고 선택한 작품이다.

그동안 공효진은 꽤 극단적인 캐릭터를 많이 연기했다. 데뷔 초 중성적이고 보이시한 이미지가 강했고 나이를 먹으면서 점점 여성스러움이 드러났지만 사랑스럽기보다는 강인한 여성의 이미지가 강했다. 때문에 공효진의 연기에 사람들의 호, 불호가 뚜렷한 편이었다. 하지만 ‘파스타’의 서유경은 누가 봐도 미워할 수 없는, 사랑스러운 인물이다. 일에 있어서는 항상 최선을 다하고 뒤끝 없는 성격에, 사랑 앞에서도 솔직하다.

“나이를 먹으면서 스스로 여성스러워지는 면도 있고 안 하던걸 해보고 싶었기 때문에 여성스러운 역을 많이 하는 것 같다. 서유경 역시 따지기 잘하는 캐릭터지만 기존 작품들과는 달리 무섭게 보이지 않으려고 힘을 많이 빼고 귀엽게 표현하려고 노력했다. 성장하는 모습을 보여주기 위해 초반에는 혼나는 신이 많았는데 너무 많이 혼나니까 풀 죽은 강아지 마냥 맥이 없더라.”

“류승범 카메오, 재미있지 않아요?”

‘파스타’에 공식 연인인 류승범이 카메오 출연해 눈길을 끌기도 했다. 공개 커플로 쉽지 않을 터이지만 정작 두 사람은 큰 고민없이 편하게 결정했다.

공효진에게 “연인 류승범이 작품에 직접 출연하는 게 부담스럽지 않았냐”고 물었더니 “촬영 하루 전에 대본이 나온 터라 게스트를 섭외하기 쉽지 않았다. 자연스럽게 나의 가장 측근인 류승범 이야기가 나왔고 승범이가 드라마를 안 한지 오래됐던 터라 공포감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재미있어 하며 흥쾌히 출연을 결심했다”고 당시 에피소드를 전했다. 이어 “사람들은 너무 많은 생각을 하는 것 같다. 도움을 줄 수 있는 상황에서 서로 도움을 주고 받는 건 의리로서도 할 수 있는 일 아닌가?”라며 “재미있지 않았나?”라고 되물었다. 방송이 나간 후 류승범은 “시청률 좀 올랐냐”며 기대감을 드러냈기도 했단다.

두 사람은 재결합 하면서 다시 팬들에게 공개되는 것에 부담도 컸고 나름대로 조심했지만 워낙 솔직하고 편안한 걸 좋아해 금방 팬들에게 알려졌다. 게다가 본인들보다 주위에서 두 사람의 결혼에 대한 기대감이 더욱 크다. 공효진은 “두 사람 모두 자기 일에 대한 생각이 확고하고 결혼에 대한 압박이 덜한 직업이라 아직 결혼 생각 없이 편하게 만나고 있다. 그냥 물 흐르듯 자연스럽게 만남을 이어가고 싶다”고 털어놨다.

배두나와 경쟁? 지향점이 같은 배우

공효진은 공교롭게도 절친한 배우 배두나와 경쟁했다. 두 사람이 ‘파스타’와 ‘공부의 신’으로 한판 대결을 벌였을 때 사람들은 그 결과에 관심을 집중했다. 공효진은 “워낙 타깃이 다른 두 드라마여서 경쟁을 하는 입장은 아니었던 것 같다. 특히 언니(배두나)가 너무 오랜만에 한 작품이라 내가 더 잘 됐다면 불편했을 거란 생각을 했다. 다행히 ‘공부의 신’ 끝나고 인기를 바통터치해 우리 작품도 많은 사랑을 받아 기분이 좋다”고 했다.

배두나 뿐만 아니라 신민아, 김민희, 임수정 등은 공효진과 절친한 배우들은 느낌이 많이 닮았다. 비단 모델 출신 연기자라는 것 뿐만 아니라 연기자로서의 행보도 비슷하다.

공효진은 “결국 친구들은 닮아가고 비슷한 부류끼리 친해지는 것 같다. 연기에 대해 기본적으로 비슷한 마인드를 가지고 있으며 진지한 배우가 되고 싶다는 지향점이 비슷하다. 상업적으로 핫한 톱스타 보다는 멋진 여배우가 되는 게 꿈인 사람들이다. 그렇기 때문에 서로 라이벌이 되기도 하지만 지지하며 응원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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