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셜테이너, 세상을 바꾸는 개인 브랜드의 힘

특유의 감성으로 잘 무장한다면 정치 대안세력으로 발전할 수 있겠다.
노통 노랑돼지 붐과는 또 다른 방식으로!
기존 정치권이 행하는 방식과는 완전히 다른 방식이 필요하다.

대한민국 '소셜테이너'에 대한 시각은?

김여진 고소당하고 '김제동 햄버거'구설, 김미화 방송 퇴출

보수언론, 정치인 등 연예인의 소신발언에 비판적 시선 보내

"저는 그 분을 위해서 무릎을 꿇을 수 있습니다. 여러분들도 제발 관심을 가져주세요. 대통령 각하 부탁합니다. 이 문제를 해결해 주세요. 제가 할 수 있는 것은 다 하겠습니다. 법적 조치도 달게 받겠습니다. 제발 그 사람과 대화해주세요!" 

6월 15일 종로구 청운동사무소 앞에선 눈물의 호소가 있었다. 청와대와 근접한 곳이었다. 배우 김여진은 이날도 어김없이 자리를 지켰다. 최근 그녀는 한진중공업 노조 파업에 관심을 갖고 팔을 걷어붙이고 있다. 

그녀가 말한 '그 분'은 한진중공업 영도조선소 크레인 85호에서 160일을 넘기며 고공농성중인 김진숙 민주노총 지도위원이다. 김여진은 한진중공업 노동자들을 위해 한진중공업 조남호 회장에게까지 감정에 호소했다. 

김여진은 왜 한진중공업 노동자들을 위해 나섰을까? 그녀는 왜 세상 앞에 눈물로 호소하는 것일까?

'소셜테이너'는 소셜네트워크(SNS)가 만들었다?

"연기를 할 때, 가장 기본은 그 사람의 마음을 있는 그대로 느껴보는 것. 옳고 그름을 떠나 그냥 그 느낌 그대로. 그렇게 십오 년을 먹고 살았는데 오지랖이 안 넓어질 수가 있나? 가만있으면 안 행복한데..." (김여진 트위터 글. 6월 13일)

"'디게 디게' 비싼 인생은 사치입니다. 우리보고 '반값'이라고요. 그래요 반값입니다. 사치스럽지 않고 거품도 없는 반값. 원래가 그게 진짜 값인데 누구누구 먹여 살리기 위해 비싼 값으로 만든 것 아닙니까." (박혜경 트위터 글. 6월 16일)

"다 모르겠고 돈 따위로 누군가를 협박하고 인간에게 인간 이상의 가치가 있다고 주장하는 그 어떤 주장과도 맞짱 뜰 준비가 되어 있습니다. 좌, 우, 보수, 진보 다 집어치우고 사람으로 이야기 합시다. 돈도 있고 사람도 있는 제가 다 상대해 드리겠습니다. 띵똥." (김제동 트위터 글. 6월 11일)

김여진은 지금도 대중에게 우리나라 노동자들의 현실을 알리는 데 열심이다.

그녀는 자신의 트위터로 쉴 새 없이 팔로워들과 이야기를 나눈다. 최근에는 대학생 반값 등록금 시위나 한진중공업 노동자들의 사안으로 그녀의 트위터는 뜨겁다. 

김여진은 16일 오후 영문으로 쓰인 한진중공업 관련 기사를 팔로워들에게 전하고 있었다. "여러분이 아는 외국 에게 멘션이나 페이스북 등 무엇으로든 날려주세요. 부탁합니다. 깊이 머리 숙여 부탁드립니다"라는 글을 올렸다. 문제의 심각성을 국제적으로 알리려는 생각이다.

김여진이 언론에 부각된 것은 올 초 홍익대학교 청소노동자들의 부당한 해고 소식 때문이었다. 그녀는 당시 농성현장에 쌀과 반찬을 대며 청소노동자들을 지지했다. 자신의 블로그에 홍익대학교 학생회장에게 '너에게'라는 제목으로 글을 올리면서 언론은 그를 주목했다. 

그러자 그녀는 트위터로 뜻을 모은 사람들과 청소노동자들을 위한 신문 광고까지 게재했다. 대단한 성과였다. 결국 이 일은 해결을 맛보며 노동자들에게 힘을 실어줬다. 5월에는 대학생 반값 등록금을 위한 1인 시위도 마다하지 않았다.

가수 박혜경도 요즘 트위터를 가장 자주 드나드는 연예인 중 하나다. 그녀도 올 초 쌍용자동차 해직자들에 대한 소식을 트위터를 통해 접하고, 역시 트위터를 통해 행동에 옮겼다. 그녀는 쌍용차 해직자 중 한 명이 돌연사를 하고, 조합원의 한 아내가 남편의 해고로 우울증을 겪다 자살한 사건에 몸을 움직이기 시작했다. 

이들의 자녀들에 더욱 애정을 갖고 '해직자 자녀 돕기 콘서트' 등을 진행했다. 지난 7일에는 서울 청계광장 입구에서 열린 대학생 반값 등록금 실현을 촉구하는 촛불집회에도 참석했다. 소신 있는 발언과 노래로 학생들을 응원하고 위로했다. 신발을 벗어던지고 맨발로 의자에 올라 열창한 그다.

두 사람의 활동 수단에는 공통점이 있다. 트위터이다. 이들 모두 트위터를 한 지 얼마 되지 않았고, 트위터를 통해 각종 사회 현안에 대해 눈을 떴으며, 트위터로 든든한 지원군을 얻었다. 김여진에겐 '날라리 외부세력'이, 박혜경에겐 '레몬트리공작단' 이라는 트위터 모임이 있다. 트위터는 이들이 발언을 하고 소식을 대중에 알리고 행동을 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대중문화평론가 정덕현 씨는 "소셜테이너라는 말은 결국 SNS의 '소셜'과도 연관된 의미"라고 설명했다. 예전에는 몸을 움직여야 사회참여를 할 수 있다는 인식이 강했지만, SNS가 활성화되면서 순식간에 사회참여를 하는 게 쉬워졌다는 것이다.

그는 "연예인들이 사회문제에 관심을 갖고 소신발언을 할수록 대중은 그에 더 반응하며 관심을 넘어 참여로 행동이 확대될 것"이라고 말했다.

소셜테이너들의 트위터 활동이 활발해진 때문일까. 대중과의 소통을 중시하기 위해 시민단체들도 SNS에 눈을 돌리고 있다. 참여연대는 지난달부터 SNS에 대한 중요성을 간파하고 트위터를 개설했다. 참여연대는 회원뿐만 아니라 일반인들에게도 보도자료나 논평, 토론, 회견, 보고서, 사진자료 등을 공개하고 있다.

참여연대의 정책기획팀 정형기 간사는 "내부적으로 회원들의 요청도 있었지만 대중과 쉽게 소통할 수 있는 방법이기도 해 트위터를 개설했다"고 밝혔다. 

그는 '소셜테이너'들의 활동에 대해서도 "시민운동가로서 개인적 입장에서 그들의 활동이 사회문제에 대해 같이 고민해주고 대중적 시선을 끌 수 있다는 점에서 높이 사고 있다"고 덧붙였다. 몰랐던 현안들에 대해 대중에게 알리는 시도라는 것이다. 연예인이라는 대중의 관심을 받는 사람들이 나서서 시민들과 문제의식을 나누고 해결점을 찾아가는 것은 긍정적이라는 얘기다.

대한민국 '소셜테이너', 괜찮으십니까?

김미화, 김제동, 윤도현. 이들의 이름을 들었을 때 생각나는 단어들이 있다. '외압', '방송퇴출' 등이다. 김미화는 KBS와 '블랙리스트' 공방으로 모든 방송에서 하차한 상황. 김제동과 윤도현은 여전히 방송 등에서 외압설에 휘말리는 중이다. 소위 '할 소리 하는 연예인'으로 분류되는 이들이지만 그에 따르는 고통도 있다.

김여진도 11일 부산 한진중공업 영도조선소의 고공 크레인 시위를 지지하는 집회에 참가했다가 최근 한진중공업으로부터 고소를 당했다.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 위반(미신고집회, 해산명령불응)과 집단 건조물 침입, 폭력행위 등 처벌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가 적용된 것. 김제동도 뜻하지 않은 일로 또 한 번 곤혹을 치렀다.

8일 대학생 반값등록금 촛불문화제 측에 대학생과 전·의경에게 햄버거를 나눠주자며 500만 원을 기부했는데 전·의경들이 햄버거를 거부한 것이다. 김제동은 일명 '김제동 햄버거'로 구설에 올랐고 트위터에 사과의 글까지 남겼다. 선의의 뜻으로 행한 행동이 가시가 되어 돌아온 셈이다. 

이미 대중은 이런 사례들을 수차례 봐왔다. 2009년 배우 김규리(개명 전 김민선)는 자신의 미니홈피에 미국산 수입 쇠고기에 대해 '광우병 청산가리' 라는 언급을 해, 미국산 쇠고기 수입·유통업체들에 게 고소를 당했다. 이에 대해 보수언론이나 정치인들은 연예인들의 소신발언에 대해 비판 어린 시선을 보내고 있다. 

연예인의 막강한 영향력에 대해 책임론을 부각하고 있는 것이다. 한 보수언론은 연예인들이 식품안전과 검역에 얼마나 관심을 기울이고 활동했는지를 꼬집으며 청소년에 미치는 영향까지 걱정했다. 그러나 김규리가 소송에서 이기면서 지금은 하나의 해프닝으로 기억되고 있을 뿐이다.

대한민국에서 자신의 목소리를 내는 연예인들에 대한 시선은 어떤 것일까.

문제는 사회참여를 하는 연예인 대부분을 반정부적, 좌파적으로 염색해버리는 시선이다. 이에 대해 정덕현 씨는 "386세대의 사회운동 개념이 정부와 싸우는 개념으로 투영돼 있다는 것에서 비롯된다"며 "현재의 사회참여 자체는 SNS의 발달과 함께 훈련이 잘 되어있다. 예전 힘들었던 80년대 시대의 반정부적인 느낌이 아니다"고 언급했다.

김장훈이나 이효리 등은 우파적이면서도 국가적인 사회활동을 하고 있다. 이들은 독도 문제나 반려동물 문제에 대해 적극적으로 동참하면서 대중의 관심을 유발했다. 할리우드 스타 안젤리나 졸리가 빈민 국가의 아동들을 위해 구호운동을 하는 것과 마찬가지다. 자신이 선택한 사회적 관심을 밖으로 노출하며 대중에게도 어필하고 있는 것이다. 

정덕현 씨는 "본인이 행복하다면 그건 그 사람의 선택이다. 더 확대 해석할 필요가 없다. 그들과 생각이 같다면 함께 행동에 나서고, 아니라면 그만이다"며 소셜테이너들의 사회참여를 정파활동과 맞물려 판단하는 것을 우려했다.

문화비평가 겸 경희대 영미문화전공 이택광 교수도 "우리나라는 정치와 노동문제가 가장 예민한 현안"이라며 "최근 노동문제에 대해 연예인들이 직접 나서면서 오히려 정치인들이 해야 할 일을 대신해주고 있는 형국"이라고 말했다.

이들의 사회참여는 어쨌든 정치나 사회적 현안에 별 관심을 갖지 않았던, 소셜 미디어에 강한 젊은이들과 대중을 일깨웠다는 데는 긍정적이다. 또 연예인들의 정치참여를 촉발하는 계기도 될 전망이다. 아마도 훨씬 많은 연예인들이 소셜테이너라는 수식어를 달 날이 곧 올 것 같다. 지금은 그 시작이다.

'폴리테이너' 이순재

"방송사의 소셜테이너 통제는 구시대적 발상"

배우 이순재(76)를 두고 우리는 '폴리테이너'라고 부른다. 그는 1988년 제13대 국회의원 선거(민정당 소속)에서 낙방한 이후 4년 뒤인 1992년 재도전 끝에 제14대 국회의원(민자당 소속)으로 당선됐다. 국회의원 임기를 마친 이후에는 연예계로 돌아와 배우로서의 길을 가고 있다. 그에게 최근 활약하고 있는 '소셜테이너'에 대한 견해를 들어봤다.

최근 사회적인 문제에 대해 소신발언을 하는 '소셜테이너'들에 대해 어떻게 보는가.

-해외에서도 반전운동 등 연예인들이 목소리를 내곤 한다. 그래서 그리 이상한 일도 눈길을 받을 일도 아니라고 생각한다. 연예인들이라고 해서 국민이 아닌 것은 아니다. 민주주의 국가에서는 누구나 자신의 생각을 발언할 권리를 가지고 있다. 만약 이것을 통제하고 차단한다면 그것이 더 이상한 일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소셜테이너들을 불편하게 여기는 시선도 있다

-연예인들이 정당하게 사회적 목소리를 내는 것에는 반대하지 않는다. 다만 법에 저촉되지 않는 선에서 했으면 좋겠다. 법의 테두리를 벗어나면서까지 사회참여를 한다면 누가 그들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겠나. 법에 대항해 나서는 것은 옳지 않다고 생각한다.

소셜테이너들에 대한 방송사의 외압설, 퇴출설에 대해서는 어떤가.

-방송사가 연예인들의 사회참여 활동에 대해 통제하는 것에는 반대한다. 이제는 국민들이 다 알아서 판단한다. 그것(사회참여)을 가지고 방송사가 나서서 출연을 금지시키고 배제하는 것은 구시대적인 발상이라고 본다. 민주주의 국가가 아닌가. 국민들의 판단에 맡겨야 한다. 2011.6.26 강은영 기자 kiss@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