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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녀예찬(少女禮讚)

사/ㅗ 2011. 6. 3. 02:04 Posted by 로드365

황순원 선생의 소나기의 원제가 "소녀" 였단다

 

少女라는 두음절 단어의 짧은 울림속에는

너무나도  많은 것들이 켜켜이 쌓여있어 함부로 뭐라 말할 수 없다.

한꺼풀 벗겨내면 또 다른 속꺼풀을 드러내는 소녀는 결코 껍질을 벗길 수 없는 위험한 열매다.

 

구스타프 클림트 - 마다 프리마베시의 초상

 

소녀는 밝음이다.

이 밝음은 소녀를 '눈부시다'는 한마디로 축약하는게 아니어서 

눈을 바로뜨고 마주할수록 밝음은 색색의 빛깔로 또다시 가지를 친다.

빛의 가산혼합으로 태어난 밝음은 하나가 아니다.

눈부신 태양을 마주할수록 일곱빛깔 무지개로 산란되는 빛에 우리는 더욱 혼미해진다.

소녀는 밝음이다.

 

 

 최경태 - 여름방학폭탄세일 (2001)

 

소녀는 어둠이다.

이 어둠은 소녀를 '깜깜하다'는 한마디로 구속하는게 아니어서

눈을 부릅뜨고 들여다볼수록 어둠은 현묘한 색깔로 수렴한다.

색의 감산혼합으로 태어난 어둠은 하나가 아니다.

칠흑의 바다를 주시할수록 깊이를 알수없는 심해의 玄玄앞에 우리는 더욱 아찔해진다. 

소녀는 어둠이다.

 

 

구스타프 클림트- 헬레나 클림트의 초상 (1898)

 

소녀는 태양이다.

한 무리의 계집아이들이 팔짱을 끼고 손을 마주잡고 재잘거리며 학교앞을 지나갈때

그 재잘거림은 따스한 울림되어 사방을 채운다.

그 울림을 맞춰 나도 같이 밝아진다.

소녀는 태양이다.
 

 

최경태 - 바블껌 프린세스 (2004)

 

소녀는 밤이다.

한 무리의 계집아이들이 골목길에 주저앉아 더러운 말들을 내뱉으며 까치담배를 태울때

그 수군거림은 차가운 공기가 되어 사방을 메꾼다.

저 공기에 눌려 나도 같이 어두워진다.

소녀는 밤이다.

 

 

 구스타프 클림트 - 여자의 세시기 (부분) 1905

 

소녀는 여자다.

달(月)의 몰락에 맞춰 아래로 붉고 비린것을 뱉어내는 소녀는 이미 다 큰 여자다.

배꼽아래의 무성한 수풀은 개척자의 깃발을 기다리는 미지의 땅이다.

소녀는 이미 다 큰 여자다.

 

 

에곤 쉴레 - 엎드린 소녀 (부분) 1911

 

소녀는 아이다.

덜 여물어 작고 단단한 젖가슴을 조여드는 가리개가 불편한 소녀는 아직 어린아이다.

배꼽아래의 무성한 수풀은 감히 범할수 없는 태고적 순수를 간직한 성소다.

소녀는 아직 아이다.
 

 

최경태 - 여고생 (부분) 2001

 

소녀는 구원이다.

피렌체의 베아트리체는 단테를 천국의 백장미로 인도한 구원이었다.

돌다리에서 소년을 기다리던 윤초시네 증손녀는 소년의 구원이었다.

소녀는 구원이다. 

 

 

블라디미르 나보코프 - 롤리타 (1955)

 

소녀는 파멸이다.

파우스트 박사의 영혼을 메피스토에게 넘기게한 그레트헨은 파멸이었다.

열두살난 샤를롯의 딸 롤리타는 험버트의 모든걸 앗아간 파멸이었다.

소녀는 파멸이다.

 

 


에곤 쉴레 - 등을대고 누운 발리 (1913)

 


그래서 소녀는 떨림이다.

이 떨림은 태초에 시작된 거대한 진동과같은 것이어서

소녀는  양껏 정욕을 받아낼 수 있는 음습한 탕녀이면서  동시에 한없이 지고지순한 찬미의 대상이되기도하고 완전무결한 여신이면서도 동시에 사내의 순정을 빨아먹고 사는 요물이될수도 있다.

결국 소녀는 떨림이다.

 

 

 


최경태- 제목미상

 

소녀는

밝음과 어둠사이에서

태양과 밤사이에서

여자와 아이사이에서

구원과 파멸사이에서

끊임없이 흔들리며 떨리는 존재다.

 

 

아직 솜털이 벗겨지지 않은 계집아이들이 어설픈 분칠로 풋내를 지우려들때

몸에달라붙게 교복을 졸라매고 설익은 암컷의 굴국을 자랑하려 들때

발에 맞지않는 굽이 높은 구두를 신고 뒤뚱거릴때 이 떨림은 더욱 고조된다. 

 

마치 깨질것같이 불안정한 그 떨림은 결국 누군가의 설렘이 된다.

끝없는 진동속에서 흔들리는 소녀들의 모습이 나는 세상 그 무엇보다 더 사랑스럽다.

 

 

최경태 - 여고생 연작 (2001)

 

 

 


최경태 , 새디스틱 몽키 - 마스터 (2004)
 

그러니 어서 오빠한테도 함 주라.

-출처 : http://blog.naver.com/dbscnddyd/2012642243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