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잭 니콜슨의 편지

사/세상을바꾸는생각 2011. 6. 5. 07:38 Posted by 로드365


어바웃 니콜슨 혹은 71세의 남자 배우에 관해  

잭 니콜슨은 어느 날, 평소엔 잘 보지도 않던 케이블 TV를 보다가 최빈국 어린이들을 위한 ARS 성금을 모집하는 광고를 보고 우발적으로 22달러를 기부한다. 몇주 후, 그는 '차일드리치'라는 단체로부터 우편물을 받게 된다. 그 곳에는 탄자니아에 살고 있는 6살짜리 양자의 사진, 그리고 그 아이에게 개인적인 메시지를 보낼 수 있는 기회에 대한 안내가 들어있었다. 그래서 잭 니콜슨씨는 양자에게 편지를 보낸다. 다음은 그 편지의 내용이다.


사랑하는 엔두구에게.

"내 이름은 존 조셉 니콜슨, 사람들은 잭이라고 부른단다. 너의 새로운 양아버지지. 난 뉴욕에도 집이 있고, 헐리우드에도 집이 있단다. 그리고 내가 말해도 너는 잘 모르는 곳들에 집이 여러 채 있지. 뭐 그렇다고 내가 떠돌이 생활을 하고 있다고 생각하면 곤란하구나. 나는 '해왕성'에서 태어났단다. 하지만 나는 손가락에서 광선이 뿅뿅하고 나가는 외계인이 아니란다. 뉴저지라는 곳에 있는 '넵튠'이라는 곳이야. 아주 평화롭고, 아주 조용한 동네지. 내 진짜 어머니는 사실 내 누나라고 생각했던 사람이란다. 그럼 내가 어머니라고 부르던 사람은 누군지 궁금하겠지? 바로 내 외할머니란다. 무슨 족보가 그렇게 복잡하냐고? 엔두구야, 세상은 아직 니가 알 수 없는 복잡한 드라마로 가득한 곳이란다. 나는 지금 66살인데, 최근에 보험회사의 부사장을 하다가 은퇴한 66살의 노인네 역할을 맡아서 많은 사람들의 귀여움을 받고 있단다. 동갑내기 흉내를 낸다는 것이 결코 쉽지만은 않은 일이더구나. 하여튼 아직 마흔 두 살밖에 안먹었고, 이제 고작 세 번째 장편영화를 찍는 감독 녀석과 작업을 했는데, 나에게 이리 가라 저리 가라, 여기 앉아라 저기 앉아라, 저 뚱뚱한 여자와 홀딱 벗고 한 욕조에 들어가라 등등 여러 가지 주문을 해 대는데 그거 고역이더구나. 내가 볼 땐 젠장, 영화의 영자도 모르는 녀석이었다면 적당히 무시해 주고, 적당히 윽박질러가며 내가 하고싶은대로만 했을텐데, 그렇게 하지 못했단다. 알렉산더 페인이라는 이름을 가진 그 감독 녀석은 예전에 나름대로 문제작이었던 <일렉션>을 찍은 경력도 있고, 꽤나 실력이 있는 녀석이더구나. 어쨌거나... 66살은 너같이 어린 아이에겐 참으로 늙게 보이겠구나. 그런데 내가 최근에 나왔던 그 영화에서는 내 얼굴에 실제로 있는 주름살보다 훨씬 많은 주름을 그려넣었고, 목덜미에 늘어진 살들을 노골적으로 클로즈업, 그리고 훤한 이마에도 한올 심지 않은 털을 귀에다 심는데다, 발목엔 투명하게 정맥을 그려넣는 등의 작업을 해야만 했단다. 처음에 거울을 보고는 이게 정말 나인지 모르겠더구나. 나도 어렸을 땐 내가 아주 특별한 줄 알았단다. 무슨 훌륭한 사람이 되는 것이 당연한 운명처럼 느껴졌지. 월트 디즈니나 헨리 포드... 보다는 로저 코만같이 아무렇게나 영화를 찍어도 거장 소리를 듣는 사람이 되고 싶었지. 그래서 MGM에 사환으로 들어갔는데 말이다. 세상에 나같이 인간성이 나쁜 인간은 처음 본다면서 모두들 '너같은 녀석은 배우질이나 해라' 라며 막말을 하지 뭐냐. 그런데 나는 원래부터 남들의 충고를 잘 받아들이는 넓은 성격을 가지고 있어서 시키는 대로 했단다. 그랬더니 갑자기 인생이 잘풀리기 시작하더구나. 평소에 존경하던 로저코만 감독의 <공포의 작은 가게> 같은 작품에 단역으로 출연을 하다가 1963년엔 영화 역사상 말이 안되는 영화를 뽑으면 적어도 30번째 정도는 차지할만한 영화 <테러>를 통해서 감독 데뷔를 하기도 했단다. 물론 그 영화는 감독이 무려 6명이나 되긴 했지만 말이다. 그 영화를 찍을 때 사실 나는 배우였단다. 이친구 저친구 아무나 와서 감독 의자에 앉아 영화를 찍는 것을 보곤 '어디 나도 한번 감독을 해 볼까나'라고 생각했는데, 보스인 로저 코만 감독이 '그렇게 해라'라고 말하더구나. 그 분하고 요즘에도 연락하고 지내는가 궁금하겠구나. 1960년대 중반쯤에 배우활동을 활발하게 하면서 자연스럽게 연락이 끊어지더구나. 요즘에도 1년에 5작품씩 제작을 하고 계신 걸 보면 건강은 문제가 없으신 모양이란다. 어쨌든 난 1969년에 <이지 라이더>라는 영화를 통해서 스타가 되었단다. 너희 나라에선 죽으면 별이 되는 모양이지만 내가 살고 있는 곳에서는 살아서 별이 되는게 인생의 목표인 사람들이 많단다. 어쨌든 그 영화에서 내가 술을 먹고 '닉! 닉! 닉!'을 외치면서 팔을 흔드는 모습이 가관이었단다. 사람들이 많이 좋아하고, 또 따라한 걸 보면 재미있긴 했던 모양이더구나. 네 양엄마가 궁금하겠구나. 음, 누구부터 이야기해야 할지 고민이 조금 되는구나. 오래된 엄마부터 이야기하자면 산드라 나이트. 1962년부터 6년간 결혼생활을 했단다. 6년정도 살면서 네 첫째 누나를 낳기도 했단다. 하지만 6년쯤 되던 어느 날, 침대에서 내 자신에게 질문을 했단다. 도대체 여기 누워 있는 이 아줌마는 누굴까 하고 말이다. 나는 그 때 이미 아내가 하는 일거수 일투족이 마음에 들지 않았단다. 새로 생긴 식당에 꼭 가려는 집착이나 내가 소변을 볼 때 앉아서 보게 하는 정도는 아니었지만, 어쨌든 실증이 났단다. 나를 비난한다면 할 수 없는 일이지만, 어쨌든 니가 양엄마가 많다는 것은 나중에 찾아갈 사람도 많아져서 기분좋은 일이 될 수도 있다는 것을 명심하거라. 그리고 안젤리카 휴스턴, 존 휴스턴이라는 위대한 감독의 딸이란다. 우리는 무려 7년이나 연애를 했지, 하지만 결코 결혼을 하지 않았어. 다들 그녀가 나보다 키가 크기 때문이라는 이유를 말했지만, 사실은 그것과 다르단다. 아까도 말했지만, 엔두구, 니 나이엔 이해가 잘 가지 않는 세상 일들이 많은거거든. 최근엔 라라 플린 보일이라고, <맨 인 블랙 2>에서 외계인 역할을 맡은 아가씨와 데이트를 했단다. 나보다 33살이 어린 아가씨란다. 이제 내 나이의 딱 반이 됐구나. 니 나이의 반이면 세 살짜리겠지. 음부마는 산수를 잘하는 어린이가 되려무나. 너에게 자세히 이야기하지는 않았지만, 나는 사람들이 절대로 좋아하지 않는 사람의 연기를 하면서 사랑받았단다. <샤이닝>이라는 영화에서는 갑자기 이유 없이 돌아버려서 온식구를 다 죽여버리려고 시도하다가 괜히 얼어죽는 아저씨 역할을 했고, <차이나타운>에서는 나름대로 미녀 배우였던 페이 더너웨이의 귀싸대기를 왕복으로 때려대기도 했단다. 심지어 <이스트윅의 악녀들>에서는 악마역을 맡았었고, 정말 이야기하고 싶지 않지만 <화성 침공>에서는 미국 대통령의 역할도 했단다. 너에게 너무 끔찍한 이야기를 털어놓은 것 같아서 미안하구나. 하지만 이게 나인걸 어쩌겠니. 하지만 진짜 연기를 잘했다고 상을 받은 영화들은 좀 다른 역할들이었단다. <뻐꾸기 둥지 위로 날아간 새>에서는 너의 기대대로 뻐꾸기 역을 맡은게 아니고 정신병자 흉내를 내는 죄수 역할을 맡아서 금으로 만든 아저씨 모양의 트로피를 처음으로 받았단다. <애정의 조건>에서는 제목 그대로 애정만세를 부르짖는 아저씨 역할을 해서 그 트로피를 또 받았고, <이보다 더 좋을 순 없다>에서는 강박증 환자가 사랑에 눈을 떠가는 모습을 잘 보여줬다고 칭찬을 받으면서 또 그 트로피를 얻었단다. 아까 처음에 말한 영화 있지? 66살 동갑 역을 맡았다는 그 영화, 그것 때문에 또 트로피를 받을지도 모르겠구나. 하지만 이제는 크게 욕심도 없단다. 이제 나에게 남은 것은 영화 감독으로 사람들에게 인정을 받는 것 뿐인 것 같구나. 예전에 <차이나타운>의 속편인 <두 얼굴의 제이크>라는 영화를 감독했지만, 전작을 찍은 폴란스키라는 아저씨가 워낙에 잘해놔서 아무도 나한테 잘했다는 이야기를 안했단다. 나도 클린트 이스트우드 할아버지처럼 감독으로 인정을 받아야 될텐데 말이다. 이제 그만 쓰고 편지를 붙이러 가야겠구나. 여기 앉아서 괜히 너에게 투덜대기만 했구나. 빨리 수표라도 보내서 너에게 맛있는 것을 먹게 하는 것이 먼저일텐데 말이다. 미국인들이 하는 일이 다 그렇지 뭐. 그럼 니가 하고자 하는 모든 일이 잘 되었으면 좋겠구나. 잭 니콜슨으로부터...."
탄자니아의 6살짜리 어린이 엔두구는 글씨를 쓸 줄 모르기 때문에 니콜슨씨에게 그림으로 마음을 전했다. 그 그림의 내용은 밝혀지지 않았지만 니콜슨씨는 그림을 보고 '조커' 스타일로 웃었다는 뒷 이야기가 있다. 

-출처 : 시네버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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