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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골의사, 박경철

사/세상을바꾸는생각 2007. 2. 1. 07:20 Posted by 로드365
아주 비슷한 생각을 하며 사는 사람을 발견하면 기분이 셀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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캠프를 마치며 

지난 주말에 안동에서 있었던 학생 캠프가 많은 분들이 염려 해주신 덕분에 일단 별다른 사고없이 무사히 마무리 되었습니다.
하지만 이 행사가 상당부분 실패한 행사였다는 점에서 아쉬움과 유감을 전하고 싶습니다. 
이것은 겸양이 아니라 진심입니다..
많은 학생들이 캠프 후 월요일에 메일을 보내 감사의 뜻을 전하고 블로그에도 비슷한 인사를 남겨주었지만 저는 그것이 아이들이 제게 일종의 예의를 갖추려는 고마운 배려라는 것을 잘 알고 있습니다.

먼저 이 행사에서 가장 큰 실패는 인원 조절이었던 것 같습니다.

작년 여름에 강연을 다녔던 학교의 학생들을 대상으로 했던 1차 행사는 비교적 만족 스러운 점도 없지 않았으나, 이번에는 인원이 두배나 되어 아이들이 집중을 하기가 어려운 문제가 있었습니다.

두 번째 문제는, 저희쪽의 준비 부족이었습니다.

원래는 지례예술촌으로 장소를 정해서 좀 더 조용하고, 운치있는 공간에서 편안하게 할 생각이었으나 지난 여름에 아이들이 그곳까지 찾아오는데 어려움을 겪은 터라, 시내에서 가장 가까운 장소로 정했던 것이 하나의 잘못이었던 것 같습니다.

원래 그쪽에서 40명 수용은 무난하다고 해서 장소를 결정하였으나 숙박에 애로가 있었고 ( 아이들에게 마치 군대 막사와 같은 협소한 공간이 배정되었습니다 ), 또 많은 인원이 가능하면 이동을 줄이려고 식사 장소를 외부에서 내부로 돌렸는데, 식사를 준비한 곳에서 충분한 사례를 하였음에도 마치 단체급식처럼 ‘대단히’ 무성의한 식사를 준비 한 것 같습니다.

그래서 어지간해서는 지역에서 화를 내지 않지만, 아이들을 보내고 나서 강한 유감을 그쪽에 전해야 했을 만큼 소홀했던 것 같습니다.

세 번째 문제는, 아이들이 자발적 참여자보다는 부모님이 보내신 경우가 많았던 점입니다,

어떤 경우라도 스스로 본인이 원해서 참석하지 않으면 심지어 스키를 타러가도 그것이 고역 일 수가 있는데 , 그점에 대한 고려가 부족했습니다. 아이들 입장에서는 그 먼거리를 와서 지루 할 수도 있는 행사에 꾹 참고 눌러 앉아 있기가 얼마나 힘들었을 지 미루어 짐작이 갑니다.

사실 제가 이 행사를 기획한 이유는 다른 뜻이 있었습니다.
요즘 아이들은 과거 저희 시대처럼 개천에서 용이 나기 어려운 상황입니다,

요즘 저와같은 부모세대들은 과거 인구가 몰린 베이비 부버 세대들입니다, 그래서 우리 부모 세대들은 치열한 경쟁속에서 본인의 의지와 무관하게 사회에서 도태되거나, 혹은 그 일원이 된다 하더라도 늘 힘들고 각박하다는 생각을 하면서 살았습니다.

그래서 대부분의 부모들은 아이들에게 저같은 의사나, 아니면 다른 전문직, 혹은 대기업과 같은 안정적인 직업을 가지기를 원합니다.

그래서 마치 줄기세포처럼 여러가지 분화 가능성을 가진 아이들에게 너나없이 체제가 요구하는, 가장 안정적인 경로로 공부하고 커나가기를 원합니다, 물론 그것은 우리 스스로의 경험 탓입니다.

그러다보니 아이들 중에는 예술가도, 기술자도, 요리사도, 디자이너도, 작가도 될 수 있는 자질과 꿈이 있더라도, 의사나 변호사 교사, 혹은 대기업 취업이나 안정적인 일자리를 얻을 수 있는 교육에 내몰리고, 그 아이들은 모두가 하나의 목표를 가지고 자신의 가능성을 조금씩 갉아 버리고 있습니다.

설령 그렇게 해서 몇몇의 아이들이 그렇게 된다고 가정해도, 실제 우리가 선망하는 전문직들은 미래에는 지금의 가치를 갖지 않을 수도 있는데, 그 길외에는 생각을 못하는 것입니다, 또 설령 그런 직업들이 미래에도 인정받는 직업이라 가정을 해도 그렇습니다, 모든 아이들이 그렇게 되기를 원하고 전부 그길만 준비한다면 실제 그길을 갈 수 있는 아이는 불과 30%도 되지 않습니다.

그렇다면 나머지 70%의 아이들은 무엇이 되겠습니까?

그중에 요리사가 될 아이. 바스키아 같은 특출한 미술가가 될 아이, 훌륭한 대중 음악가가 될 수 있는 아이, 심지어는 박진영이나, 이수만 같은 일을 할 수 있는 아이들이 전부 대학까지 자신이 가야 할 길을 애둘러 가고, 뒤늦게 자신의 길을 찾아 올라간 산길을 되돌아 내려와서 다른 산길을 다시 타고 올라가야 하는 것입니다.

더구나 부모의 역량이 모든 것을 지원해 줄 수 있는 경우라면 몰라도 그마져도 허락되지 않는다면 우리네 아이들은 어떤 길에 서 있을지 동시대의 어른들로서는 진짜 잠이 오지 않을 일입니다,     

그래서 저는 오래전부터 나름대로 작은 계획을 하나 세우고 있었습니다.

방학때 영어 연수도 좋고, 논술 교육도 좋지만, 정작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은 아이들에게 꼭 필요한 멘토링 시스템이 있어야 한다고 믿고 오래전부터 필요한 멘토링 시스템을 만들 생각을 했었습니다.

우선 아이들에게 꿈과 삶, 그리고 길에 대해, 아이들의 입장에서 들어주고 혹은 들려주고 같이 고민해주는 사람도 필요하고 , 또 요리사가 되고 싶은 아이들은 요리사로 성공한 사람으로부터, 대중음악가가 되고 싶은 아이들은 그분들로부터, 펀드매니져가 되고 싶은 아이들은 또 그런 분들로부터 막연한 꿈이 아닌 실제의 이야기들을 들려주고 길을 잡아주는 분들도 있어야 겠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올 여름부터 몇몇 후원자들을 (기업,언론등) 포섭하고, 또 프로그램에 참여 해 주실 각분야의 선구자들을 설득해서, 진짜 아이들이 필요로하는 무상 멘토링 시스템을 만들고 , 각자 그 꿈에 맞는 프로그램을 아이들이 참여하게 하면 좋겠다는 계획을 세운 다음, 작년 한해 전국 중고교에 강연을 다니고, 이번까지 두 번에 걸쳐 나름대로 사전 준비작업을 한 것이 바로 지난주에 준비했던 안동캠프였습니다.

즉 시스템을 제대로 준비하기전에 아이들이 원하는 것, 필요한 것, 또 프로그램의 성격과 적합성등을 먼저 알아보고 시행착오를 반영하여 제대로 된 프로그램을 만들어 보려는 것이었습니다.

저는 그것이 사회가 이 시대의 아이들에게 어쩌면 우리가 노년이 되었을 때 우리를 보살펴 줄 고마운 사람들에게 줄 수 있는 선물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물론 너무 오버 한다고 탓하시는 분도 계시리라 믿습니다.

하지만 오버를 하는 사람이 있어서 그것이 비록 볼썽 사납더라도, 그래도 그런것이 없는 것보다는 있는 것이 나으리라 생각합니다,

그래서 저는 이제부터 프로그램을 아이들에게 선물해 줄 수 있는 능력을 가진 분들을 찾아 나설 생각입니다, 제가 아는 기업인들, 그리고 멘토가 되어 주실 분들을 찾아서 취지를 설명드리고, 그것이 이제 저 혼자가 아닌 사회의 많은 분들이 참여해 주시는 의미있는 프로그램이 될 수 있도록 애를 써 볼 생각입니다.

다만 한가지 걱정은 저는 이런일을 끝까지 이끌고 갈 수 있는 능력은 없는 사람이라, 이런 취지에 공감하는 훌륭한 어른이나 단체를 주체로 모시고, 이 프로그램이 자리를 잡으면 조용히 저 역시 한 명의 참여자로 숨을 생각입니다.

그래서 이 프로그램은 많은 분들의 도움이 필요 할 수 있습니다. 다만 그분들을 찾는 소임을 제가 할 생각입니다.

..............

다시 시작으로 돌아가서 이번에 참가한 아이들에게는 미안한 마음을 전합니다.

이번 캠프가 제 생각에는 그리 잘 된 것이라고 생각지 않지만, 그래도 40명중 단 4명이라도 혹시 이날의 시간들이 그 아이들의 행로에 작은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었다면 행복하겠습니다.

만약 그렇기만 하다면 그것을 어떻게 값으로 정 할 수 있겠습니까? ,

하지만 그것은 제 욕심일 뿐 아이들에게 좀 더 원만하고 편안하게 준비하지 못한 점이 내내 마음에 걸립니다.

하지만 이번에 참여했던 아이들이 참 사려가 깊고, 의젓한 아이들이라 저의 아쉬운 마음과 미안한 마음을 잘 이해해 주리라 믿습니다. 더구나 40명의 아이들이 각자 미래의 꿈을 하나씩 말할 때 저와 다른 도와주신 분들이 깊이 감명을 받았고, 그래서 이 아이들이 그 꿈을 이룰 수 있도록 할 수 있는 많은 도움을 주도록 최선을 다해 애를 쓰겠습니다.

참가해준 어린 친구들 모두 고맙습니다.

다음 여름에는 훨씬 멋진 곳에서 멋진 분들과 멋진 시간을 갖도록 하겠습니다,, 

아울러 여러분들이 가진 그 꿈이 모두 이루어지기를 빕니다.   

다시한번 다들 고맙다는 인사를 드립니다...

2007/02/01  시골의사

-출처 : http://blog.naver.com/donodonsu/10003383519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