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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식남의 음악육식] 지드래곤의 새 앨범 원 오브 어 카인드(One of a Kind)

12.09.18


연재 제목에는 참 고맙게도 '초식남'이라는 단어가 붙어있지만, 사실 전 풀보다 고기를 더 좋아합니다. 그래서 음악도 고기처럼 씹고 뜯고 쓰면서 듣지요. 음악은 중요한 단백질원이니까요! 당신이 원하는 음악칼럼이 있다고요? 따라오세요! 아마 멀리가진 못했을 겁니다. 후후! [편집자말]


▲  지드래곤의 새 앨범 타이틀 곡 '크레용(Crayon)'의 뮤직비디오 중.

ⓒ YG엔터테인먼트


"연예인들은 다 편하게만 살아/ 딱 하루만 그 입장이 돼 봐라"고 말하던 가시 돋친 소년은 이제 자신의 탄탄한 영역을 가진 '남자'가 됐다. 사운드에는 여유와 자신감이 넘치고 묵직한 추진력도 느껴진다. 뮤직비디오로 선공개한 1번 트랙 '원 오브 어 카인드(One of A Kind)'는 그 정점이다. 매끈하면서 볼륨감 있는 비트와 베이스, 적재적소에 배치된 샘플이 구축한 밀도 높은 사운드에서 그 힘을 느낄 수 있다. 


이후 그는 기대치가 높아진 대중이 무엇을 예상하는지 알고 있다는 듯 그에 대한 대답으로 어쿠스틱 트랙 '그XX'를 선보였다. 더 묵직한 트랙으로 나올 것이라 생각한 '리스너'들은 허를 찔렸고, 반대로 그의 음악적 파급력은 한층 탄력을 받았다. 그런 점에서 그는 굉장히 영리하다. 대중이 자신에게 무엇을 원하는지 알고 자신을 갈망하게 만들 줄 안다. 그리고 대중에게 절대 자신의 수를 읽히지 않는다. 그는 확실히 "곰보다 여우"에 가깝다. 뮤지션에게 이만한 무기가 또 있을까. 


무엇보다 이번 앨범에서 지드래곤에게 놀라는 건 괄목할 만한 성장이다. 힙합에서 모던록에 이르는 폭넓은 영역을 앨범 하나에 담았지만 앨범으로서의 구성은 랩만을 고집했던 전작에 비해 훨씬 탄탄하다. 그것은 아티스트의 주관이 명확히 섰을 때에만 가능한 응집력이다. 악기 편성에 대한 이해도가 그만큼 높아졌다는 의미기도 하다. 그는 이제 자신에게 어울리는 사운드가 무엇인지, 그에 맞는 바운스와 라임이 어떤 스타일인지를 완벽히 체득한 것처럼 보인다. 자신이 원하는 그림을 스스로 그릴 줄 알게 된 것이다. 



▲  지드래곤의 새 앨범 <원 오브 어 카인드(One of a Kind)>


원 오브 어 카인드. 자신의 성장에 대한 중간보고서. 


이러한 성장의 중심에는 당연히 빅뱅이 있다. 김윤아의 영향력이 짙게 묻어나는 '미싱 유(Missing you)'와 김종완의 피처링이 돋보이는 '투데이(Today)'의 모던록 스타일이 2011년 발매된 스페셜 에디션 앨범의 스타일과 통한다면, 공격적인 사운드와 섬세한 멜로디의 '크레용'과 '결국'은 최근작인 <스틸 얼라이브> 앨범의 그것과 통한다. 그의 성장은 우리가 이 앨범을 주목하기 훨씬 이전부터 진행되고 있었다.


그래서 이번 앨범은 그의 성장과 자체적인 실험에 대한 중간보고서 같은 성격을 띤다. 이 말은 지드래곤이 자신의 발전이라는 성과와 함께 무거운 숙제도 함께 얻었다는 뜻이기도 하다. 적어도 그가 아직 완성형이 아니라고 생각하는 이들에게는 그렇다. 



▲  선공개된 지드래곤의 새 앨범 1번 트랙 '원 오브 어 카인드(One of a Kind)' 뮤직비디오 중.


장르적인 측면에서 봤을 때 이 앨범의 스타일은 별로 새롭지 않다. 일렉트로니카와 힙합, 록의 크로스오버는 이미 변신을 꾀했던 수많은 뮤지션의 단골 코스였다. 새로운 트렌드를 제시하는 입장에선 좀 더 색다른 무언가가 필요해졌다. 그의 다음 앨범이 벌써부터 궁금해지는 이유이기도 하다. 그것이 빅뱅이든 지드래곤이든 간에.


정리하자면 논란이 된 1집에 대한 완성도와는 별개로 이 앨범에는 당당히 '성장'이라는 수식어를 쓸 자격이 충분해 보인다. 안티 팬들이 원했고 또 그의 행동을 허세로 폄훼하며 은근히 바라왔던 2집에서의 그의 몰락, 그 저주 섞인 바람은 수포로 돌아갔다. 음원 성적과는 상관없이 그는 소포모어 징크스를 멋지게 극복해 냈다. 그게 이 앨범의 본질이다.  출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