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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시노 미치오, 곰에 물려죽다

하/ㅗ 2011. 5. 31. 23:31 Posted by 로드365

그렇구나,
호시노는 '그런 삶'을 살았기 때문에 곰에 물려죽었구나.
멋지구나.
나도 무지막지한 희망에 물려죽고 싶다.



호시노 미치오는 알래스카에서 수십 년 살면서 알래스카의 자연을 촬영한 사진작가로
그의 저서 <알래스카, 바람같은 이야기>도 우리말로 번역되어 있다.
 
그는 1996년 8월 8일, 캄차카 반도에서 곰의 습격을 받아 죽었고
이 소식은 뉴욕타임즈의 부고난에서 실린 바 있다.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 한 장의 사진이 떠돌기 시작한다.
바로 이 사진이다.


호시노 미치오가 자신의 텐트에서 불곰한테 공격당하는 순간을 죽기 직전에 담은 작품이라는 것.
절체절명의 순간 죽음을 직감하고 그가 마지막으로 찍은 사진이란다.
[뉴스속보부 / 사진@http://www.kha-nom.com 캡쳐]

하지만, 이 사진이 가짜라는 의견도 만만치 않다.
그 이유는 이렇다.
"마이니찌 신문"을 인용한  뉴욕타임스에 따르면 호시노는 새벽 4시경 호숫가 뚝방에 쳐 놓은 텐트 안에서 곰의 습격을 받았고, 팀의 다른 대원들은 호시노가 비명을 지르며 텐트를 뛰어나와 도망하였으나, 곰이 달려들었고 그를 끌고 숲속으로 사라졌다고 한다. 
전날 일몰시각은 10:09분,  
다음날 일출은 6:54분으로 밤에 촬영한 사진으로는 너무 주변이 밝다.

내 생각에도 이 사진은 가짜로 보이기는 한다.
(어이, 호시노씨, 진실은 어느 것인가요?)



아뭏든 어제 지리산닷컴 주인장의 온라인편지에 호시노 이야기가 담겼다.
 

이해라기보다 수긍하기 힘든 죽음의 하나는
알래스카에서 청춘의 대부분을 자연 다큐멘터리 사진을
찍었던 호시노 미치오가 곰에게 물려 죽은 것이었다.
그것은 헬렌 니어링이 자동차 사고로 죽은 경우처럼,
뭐랄까… 그렇게 죽어서는 안 된다는 안타까움 같은 것,
그들의 삶에 합당한, 좀 더 평화로운 마지막이었어야
했다는 아쉬움 같은 것.
호시노 미치오의 ‘알래스카, 바람 같은 이야기’ 라는 책을
읽다가 말미에 수록된 오오바 미나코라는 여성 문인이 쓴
추도사 같은 글을 읽다가 그의 죽음을 이해하는 내 생각의
얕음을 실감했다. 오오바 미나코의 문장은 간명했다.  

“…그런데 호시노 씨는 왜 곰한테 잡아먹혔을까.
그런 삶을 살아왔기 때문이다.”

알래스카에 사는 젊은 인디언이 곰에게 물려 죽었다는
이야기였다면 그 죽음에 의문을 표하지 않았을 것이다.
호시노가 만난 죽음의 형식은 그래서 당연했던 것이다.
그냥 지나칠 수 있는 아주 평범한 말이었다. 몇 년 전에
이 책을 처음 읽었을 때에는 인식하지 못한 문장이었다.
‘그런 삶.’
지난 한 달 이상 이 짧은 문장을 마주하고 있다.
자연적 지식으로 살아 온 사람들은 이해할 필요도 없는
일 앞에서 언어적 지식으로 살아 온 먹물들은 불필요한
시간을 허비한다. 농부들은 하지 않을 생각이다.
또 갈림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