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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진코믹스 “한국은 만화 금광”



 


“너네 곧 망하는 것 아니냐, 다 언론 플레이 아니냐는 얘길 들어요. 그런데 매출이 나는 스타트업이 있던가요?”

레진코믹스에 가서 들은 얘기다. 레진코믹스는 서비스 첫달부터 1억원 매출을 냈다.

레진코믹스로고

레진코믹스는 2013년 7월 문을 연 유료 웹툰 서비스다. 다음이나 네이버에서 웹툰만 떼어냈다고 보면 된다. 차이점은 하나, 유료라는 점이다. 작가에게 원고료 대신 판매료를 주는 것도 다른 점이겠다. 작품마다 유료와 무료 연재하는 회차 비중이 다르지만, 레진코믹스의 기본은 유료다. 반년 동안 매출 15억원이 발생했다. 작가 중엔 신인인데 연재 2개월 만에 인세 1600만원을 받은 작가가 나왔다.

레진코믹스가 나올 무렵 10년째 잔잔하던 웹툰 시장에 변화가 일었다. 바로 새로운 웹툰 서비스의 등장이다. SK플래닛 ’T스토어’는 무료 웹툰 연재를 2013년 5월 시작했다. 시공사의 자회사 파프리카미디어는 ‘웹툰스타’라는 모바일 전용 무료 웹툰 서비스를 2014년 1월 내놨다. KT는 올레마켓 웹툰을 2013년 7월 시작했다. 오는 2월에는 ‘티테일’이라는 무료 웹툰 서비스가 등장할 예정이다.

헌데 모두 무료다. 레진코믹스 홀로 유료를 내걸었다. 네이버와 다음이 유료 판매를 도입했는데 그건 일부 작품의 얘기일 뿐이다. 레진코믹스가 길을 잘못 든 것은 아닐까. 게다가 과일로 치면, 레진코믹스는 설익었다. 아직 출시 1년이 안 됐다. 푸릇푸릇한 ‘홍옥’이라고나 할까. 위에서 얘기한 신인 작가 얘기는 아직 모든 연재 작가에게 해당하지 않는다. 독자 수는 57만명이니 앞으로 갈 길이 멀다.


권정혁 레진엔터테인먼트 최고기술책임자는 “무료로 제공하는 이들과 무료로 못 싸운다”면서 “따라하면 못 이긴다”라고 얘기를 시작했다.

“우린 생각 자체가 달라요. ‘매일 와서 무료로 봐’라고 나온 서비스는 다 망했어요. 네이버와 다음이 만든 룰을 따라갔기 때문이에요.”

한희성 대표는 이어서 “우린 ‘넘버 쓰리’가 아니에요. 시장의 룰을 바꿨어요”라고 거들었다. 룰을 바꾸고 싶다는 뜻도 있으리라.

한희성 대표는 웹툰 시장이 자랐지만, 정작 작가는 소외됐다고 봤다. 원고료를 받으며 작품 활동할 수 있는 작가가 소수뿐인 구조적인 문제는 뒤로 제쳐놓아도 그렇다는 얘기다. 웹툰 연재터에서 웹툰은 트래픽을 끌어오는 그 이상, 그 이하의 의미가 없지 않는가. 두 사람이 만나본 청소년 독자는 웹툰을 보고 자라서 ‘만화=웹툰’으로 여기지만, 동시에 ‘만화=웹툰=무료’라는 등식을 품고 있었다.

“완결작을 유료로 돌렸을 때 나오는 반응을 봤나요? 자기들이 본 트래픽을 바탕으로 원고료 받으면서 유료로 파느냐는 댓글이 달려요. 만화가 99%는 댓글 안 봐요. 저희는 댓글이 없는데 ‘레진은 댓글 없어서 좋다’라는 말이 나오죠.”

웹툰을 무료로 서비스하며 소비자는 없고 이용자만 남은 것이다. 한편으로는, 웹툰을 보면서 만화가의 꿈을 키운 작가를 낳았다. 레진코믹스의 작가 중 1995년에 태어난 작가가 있다. 그 세대 이야기다.

사람들은 만화잡지가 하나둘 사라지고, 출판만화 시장이 죽었다고 말하지만, 웹툰에서 만화는 숨을 쉬고 있었다. 레진코믹스가 하루이틀에 한 번 꼴로 신인작가의 투고를 받는 것만 보아도 한국 만화는 살아 있다는 걸 알 수 있다. 한희성 대표가 작가를 만날 때마다 수첩에 그림 한 컷씩 얻었는데 금세 한 권을 채웠다. 새로 스케치북을 샀는데 그것도 몇 장 남지 않았다. 한국에 만화가가 그렇게 많았나 싶다.

한희성 대표는 “비트코인은 캐면 캘수록 나온다는데 만화가 그렇다”라며 “한국은 만화 금광”이라고 말했다.

“앞으로 작가가 지속가능하게 돈을 버는 시스템을 만들고 싶어요. 만화가를 한국에서 가장 멋진 직업으로 만들고 싶고요. 부모님이 자녀를 만화가로 키울 마음이 들게 하려면, 방법은 하나예요. 만화가가 돈을 많이 벌면 되죠. 변호사, 판사, 증권 브로커, 의사가 인기 있는 건 존경받는 직업이어서가 아니라, 돈을 많이 벌어서 아닌가요.”  출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