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억 년전 주라기 시대를 '티라노사우루스'란 공룡이 지배했다면, 2012년 프로야구 퓨처스리그(기존 2군리그)는 'NC 다이노스' 란 공룡이 지배했다. 제 9구단 NC는 9월 11일 경북 경산 볼파크에서 열린 삼성 퓨처스팀과의 경기에서 7대 1로 이겼다. 이로써 NC는 남부리그에서 56승 5무 33패를 기록하며 2위 넥센 퓨처스팀과의 승차를 11경기로 벌리고, 남은 6경기 결과에 상관없이 우승을 확정했다.
짧은 창단 기간과 신인선수, 각 구단에서 퇴단한 선수들로 팀이 구성됐다는 점을 고려하면 NC의 우승은 기대 이상이었다. 비록 퓨처스리그지만, 이들이 상대한 팀들은 NC보다 경험이 풍부하고, 어느 정도 검증된 선수들로 채워져 있었다. NC가 우승하지 못했어도 전혀 이상할 게 없었다는 뜻이다.
NC는 퓨처스리그 우승 분위기를 내년 시즌 1군 리그 진입 때까지 이어가겠다는 계획이다. 물론 그러려면 넘어야할 산이 많다. 지금 전력으론 승률 3할도 어렵다는 게 야구계의 중평이다. 그래서일까. 정작 NC는 퓨처스리그 우승 기쁨에 빠지기보다 남은 기간동안 팀 전력 강화를 위해 분주히 뛰고 있다. 그 한가운데에 NC 다이노스 이태일(46) 대표가 있다.
지난해 5월 신생구단 NC의 대표이사에 취임한 이 대표는 야구계에선 잘 알려진 이다. 1990년부터 야구전문지 ‘주간야구’ 기자로 활동하기 시작해 중앙일보 체육부 기자를 역임하고서, 인터넷 포털사이트에서 스포츠 실장으로 일하며 20년 동안 야구와 스포츠 분야에 종사했다. 그가 중앙일보 기자 시절 ‘이태일의 인사이드 피치’란 꼭지명으로 쓴 야구칼럼은 지금도 야구팬 사이에 회자하는 명전이다.
야구계에서 “9개 구단 사장 가운데 프로야구에 대한 이해도가 높고, 야구산업을 가장 잘 아는 이”로 불리는 이 대표로부터 NC의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를 들었다. 덧붙여 한국 프로야구와 관련한 진지한 담론을 경청했다.
이 인터뷰를 통해 NC가 지향하는 ‘그들만의 야구’가 무엇이고, 어째서 야구계가 ‘NC가 한국 프로야구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몰고 오리라’ 예상하는지 알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프로야구 신생팀이 어떻게 단련되는가'와 관련해서도 긍정적인 지침이 될 수 있을 것이다.
퓨처스리그 남부리그 우승을 확정한 NC 다이노스 선수들이 승리 세리모니를 나누고 있다(사진=NC)
먼저 NC의 퓨처스리그 남부리그 우승을 축하합니다.
고맙습니다(웃음). 선수단 모두가 고생한 결과라고 봐요. 사실 올 시즌은 내년 정규리그에 진입하기 위한 준비 단계였어요. 모두의 예상보다 더 좋은 결과를 내 무척 기쁩니다. NC 다이노스를 응원해주신 팬들께도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남부리그는 NC를 비롯해 삼성, 롯데, KIA, 넥센, 한화 등 강팀이 버티고 있습니다. 그런데도 올 시즌 처음으로 리그에 참여한 NC가 56승5무33패로 1위를 확정 지은 건 대단히 주목할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일부에선 “내년 시즌 1군리그에서 뛰어야할 팀이 퓨처스리그에서 1위에 오르는 건 당연하다”고 합니다만, 올 시즌 NC 선수들을 보면 대개 신인이거나 다른 팀에서도 주로 퓨처스리그에서 뛰던 선수들이었습니다. 정직하게 말하면 다른 퓨처스 팀에 비해 전력이 나을 게 없었다는 뜻인데요. 그럼에도 전체 퓨처스리그에서 최고의 승률(6할2푼6리)를 기록했다는 건 전혀 당연한 일이 아닐 듯합니다.
돌아보면 지난해 8월 31일 초대 사령탑으로 김경문 감독을 선임하면서 NC 다이노스의 뼈대가 갖춰졌다고 생각해요. 그 이후 코칭스태프가 구성되고, 신인지명회의에서 우리가 지명했던 선수들이 팀에 합류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리고서 전남 강진에서 첫 팀 훈련을 시작해 제주도를 거쳐 미국 애리조나 스프링캠프까지 120일 정도를 합숙하며 프로야구팀의 초석을 다졌어요. 4월 12일 창원구장에서 퓨처스리그 홈경기를 시작하면서는 홈팬들과 호흡을 맞춰 나갔고요. 결국 올 시즌 퓨처스리그에서 남부리그 우승까지 차지하게 됐는데. 내년 정규리그에 참여할 팀으로서 어느 정도 골격을 갖췄다는 게 가장 큰 성과가 아닌가 싶어요.
성과만큼이나 숙제도 만만치 않을 듯싶은데요.
그렇죠. 올 시즌은 코칭스태프와 선수 그리고 프런트가 경기력 향상과 홈팬들과의 소통을 ‘준비’라는 이름으로 시작한 해였어요. 다행히 차질없이 우리가 계획하고, 바랐던 내용을 조금씩 이뤘습니다. 아마 내년 시즌이 시작해야 야구팬들께서 우리의 존재를 실감하실 것 같은데요. 올 시즌 우리가 준비한 것들과 새롭게 충원될 선수들의 능력을 얼마나 잘 합쳐 내년 시즌을 준비하느냐가 우리에게 주어진 제일 중요한 숙제라고 생각해요.
NC는 1990년 쌍방울 레이더스 이후 KBO(한국야구위원회)리그에서 22년 만에 등장한 신생 창단구단입니다. 기존 구단을 인수해 재창단한 구단과는 여러모로 다르다고 생각하는데요.
SK 와이번스, 넥센 히어로즈 등 새로운 이름으로 등장한 팀들은 매우 어려운 환경에서 좋은 팀을 만들려고 노력했습니다. 하지만, 기존의 틀을 가진 팀들이었어요. 하지만, NC는 그 팀들과는 완전히 다른 의미의 ‘무에서 유를 창조하는’ 신생팀이었습니다. 다른 팀들은 승부를 통해 결과를 보여주면 되지만, 우리는 팀이 만들어지는 과정을 보여줘야 한다는 것도 달랐습니다. 그런 차원에서 NC가 갖는 별스러움이 있는 건 사실이에요.
초보 공룡의 위대한 전진
NC 다이노스 이태일 대표의 창원구장 사무실 탁자에 놓인 '로버트' 공룡. 이 대표 아들이 쓰던 장난감이다(사진=스포츠춘추 박동희 기자)
NC는 지난해 3월 창원을 연고로 한 프로구단으로 한국야구위원회(KBO)의 창단 승인을 받았습니다. 역사적인 9구단 체재가 출범하는 순간이었는데요. 당시 NC 말고 2개 기업이 창단을 희망했던 것으로 압니다. 그리고 프로구단 유치희망지 역시 창원 말고 다른 지자체도 있었는데요. 어째서 NC와 창원이 9구단 주체가 됐는지 궁금합니다.
NC 말고 어떤 기업이 창단 신청서를 냈는지 잘 모르겠어요. 분명한 건 우리의 창단 의지가 다른 기업보다 강했다는 겁니다. 그걸 KBO가 분명하게 알아줬던 것 같고요. 맞아요. 사실 창원을 비롯해 복수의 후보지가 있었습니다. 그런데 결국 우리는 통합 창원시와 인연을 맺었죠. 이유가 무엇이었느냐? 서로 공통점이 많았던 것 같아요.
공통점이요?
통합 창원시는 창원, 마산, 진해가 뭉쳐 새롭게 출범한 도시입니다. 행정적으로 통합시 1호인 것으로 알고 있는데요. 무엇인가 새롭게 출발한다는 점에서 ‘NC’라는 신생구단 이미지와 잘 맞아 떨어졌던 것 같아요. 여기다 기존 마산의 뜨거운 야구열기와 폭넓은 야구저변 그리고 오랜 야구역사도 긍정적으로 작용한 것 같습니다. 무엇보다.
네.
우리나라를 보면 전반적으로 모든 일이 수도권 위주로 진행되잖아요. 수도권 사람들이 더 많은 문화를 누리고, 그런 의미에서 수도권에서 멀어질수록 사회와 국가에 더 좋다고 생각했어요. 물론 구단이야 야구 인프라와 이동거리 등 불이익을 감수해야 하는 건 사실입니다. 하지만, 설령 그렇다고 하더라도 우리라도 수도권에서 탈피해야 대한민국과 대한민국 야구에 장기적으로 이로운 일이라 생각했어요. 여기다 창원시에서도 기존 마산야구장 리모델링과 신축구장 건설 등 여러가지 전향적인 조건을 제시했고요. 그래서 기분 좋게 통합창원시와 파트너가 된 겁니다. 결론적으로 말하면 KBO가 중매를 서고, NC와 창원시가 결혼했다고 보시면 될듯해요(웃음).
복수의 후보지가 어디였을지 궁금한데요.
지금 10구단 유치를 희망하는 지역과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그땐 그 지자체가 덜 적극적인 게 아니었나 싶어요.
서두에서 ‘김경문 감독을 초대 사령탑으로 선임하며 팀의 뼈대를 갖추기 시작했다’고 하셨습니다. 신생구단에 무척 중요한 게 바로 ‘누구에게 첫 지휘봉을 맡기느냐’인데요. 그도 그럴 게 처음 시작하는 팀이니만큼 초대 감독의 색깔이 그 구단의 이미지가 될 수 있습니다. 초대 감독의 능력에 따라 연착륙 여부도 좌우될 수 있는데요. NC가 고민한 초대 감독의 조건은 무엇이었습니까.
두 가지 조건이 있었어요. 팬과 소통할 수 있는 감독, 젊은 선수들을 좋은 쪽으로 끌고 갈 수 있는 감독, 이 두 가지였습니다.
감독 후보군이 여러 명 있었지요?
당시 시즌 중이라, 후보군은 많지 않았어요. 김 감독님도 두산에 있었고요. 그러다 시즌 중 두산에서 나오시면서 잠시 쉬고 계신 상태였어요. 그랬기 때문에 우리의 영입대상이 될 수 있었습니다.
김 감독이 다른 후보보다 후한 점수를 받은 이유가 무엇인가요.
물론 능력이죠. 김 감독님은 2008년 베이징 올림픽에서 한국 대표팀을 금메달로 이끈 분이고, 두산을 8년간 맡으면서 성적을 냈던 분입니다. 두산 감독 재직 시, 많은 유망주를 스타로 성장시키기도 했죠. 특히나 팬과의 소통, 상대를 존중하려는 마음 등 전체적으로 NC가 지향하려는 야구와 색깔이 잘 맞아떨어졌어요. 그래, 김 감독께 영입의사를 밝혔습니다.
김 감독이 구단의 영입의사를 흔쾌히 수락하던가요.
아니요. 전혀 그렇지 않았어요(웃음). 전(前) 소속팀에 대한 예의를 매우 중요하게 생각하는 분이셨어요. 미국에서 돌아왔을 때도 우리팀보다 두산 먼저 찾아가 인사하신 분입니다(웃음).
어떻게 설득하셨습니까.
“기존 팀을 끌고 정상에 도전하는 것도 좋지만, 신생팀을 하나하나 만드는 것도 쉽게 찾아오는 기회는 아니다. 야구인으로서 좋은 경험이 될 게 분명하다"는 논리로 설득했던 것 같아요.
결국 설득이 됐군요.
세 번째 찾아갔을 때 그제야 우리 손을 잡아주시더군요(웃음). 원래 김 감독님은 구단에 요구를 많이 하는 분이 아니에요. 대의를 더 중요하게 생각하는 분이시죠. 그때도 대의를 따라 결정했다고 봅니다.
NC 김경문 감독(사진 좌로부터)과 구본능 KBO 총재 그리고 이태일 대표(사진=NC)
NC의 코칭스태프 선임 방식이 무척 생경했습니다. 이유가 있었는데요. 한국 프로야구를 보면 구단을 마치 자신의 소유물인양 생각해 모든 코치를 능력과는 별개로 자신의 사람으로 채우려는 감독이 있습니다. 반대로 구단이 감독의 분신인 수석코치까지 선임하며 감독의 손발을 묶는 경우도 있는데요. 감독은 ‘당장의 성적’을, 구단은 ‘미래 비전’이 중요하다고 칠 때, 양측의 이해가 절묘하게 절충하는 것이 가장 이상적이라고 봅니다. 그런 의미에서 현장과 프런트의 목소리가 적절히 안배된 NC의 초대 코칭스태프 구성은 시사하는 바가 무척 크다는 생각입니다.
보통 15명에서 20명 사이의 코칭스태프가 필요한데요. 우리 구단을 보면 감독께서 편하게 일하실 수 있는 코치가 3분의 1, 구단이 장기적 안목을 보고 선택한 코치가 3분의 1, 양측이 상의해 결정한 코치가 정확히 3분의 1입니다. 어느 정도 구성비율이 잘 됐다고 보는데요. 전 그렇게 생각해요. ‘감독이 하는 야구와 구단이 하는 야구가 상대적인 개념이 아니다.’ 왜냐? 구단이 감독을 선택하고, 감독이 구단과 함께 하기로 했다면 그 다음 단계는 ‘우리’라는 관점에서 한쪽을 바라봐야하기 때문입니다. 초대 코칭스태프 구성 때도 감독과 구단이 함께 세팅한다는 생각으로 서로 머릴 맞댄 결과 좋은 분들을 모실 수 있었어요.
NC는 구단의 비전에 맞는 최적의 감독을 선임했습니다. 신인선수 선발 역시 구단의 비전에 따라 선택했을 것 같은데요. 지난해 8월 ‘2012 신인지명회의’에서 신인선수들을 지명할 당시 어느 부분에 주안점을 뒀을지 궁금합니다.
지난해는 창단 첫해였기에 퓨처스 경기를 하기 위한 최소한의 포지션 안배가 필요했어요. 아무래도 야구는 투수의 비중이 높으니까 유망주 투수를 모으는데 주안점을 뒀습니다. 그리고서 야구의 중심선, 즉 포수, 유격수, 2루수, 중견수를 누구로 선택할지 고민했어요. 그다음에 여러 기능을 갖춘 선수들을 선택했죠.
지난해 특별지명에서 지명했던 두 명의 투수, 노성호와 이민호는 성공한 지명이라고 보십니까.
그럼요. 노성호는 매우 만족스러워요. 잘 던진 적도 있고, 못 던진 적도 있지만, 자기 공을 던지며 프로에 잘 적응하고 있어요. 이민호는 발목수술을 한 번 했고, 재활을 거쳐 몇 경기에 등판했는데요. 아직 완전히 마음 놓고 운동하기엔 시간이 필요할 것 같아요. 그러나 두 선수의 태도나 성격, 가능성은 전체적으로 매우 좋다고 봅니다.
올해 신인지명회의에서도 주안점은 같았나요?
아무래도 그랬죠. 올해 신인지명회의는 시작하기 전부터 ‘예년에 비해 유망주가 적다’라는 말이 많았어요. 그럼에도 우수한 투수를 많이 뽑으려 노력했습니다. 윤형배처럼 좋은 투수를 영입할 수 있었던 건 팀으로선 무척 좋은 일이었어요.
야구나 사회나 '두 번째 기회'가 중요하다.
지난해 NC 트라이아웃에 참가한 선수들(사진=NC)
지난해 신인지명회의를 통해 NC는 17명의 신인선수를 스카우트했습니다. 하지만, 퓨처스리그에서 뛰려면 턱없이 부족한 숫자였는데요. 이를 고려해 NC가 선택한 선수충원 대안이 바로 ‘트라이아웃’이었습니다. 지난해 9월 NC는 트라이아웃 최종합격자 22명을 발표했는데요. 미국 프로야구 애틀랜타 브레이브스 마이너리그에서 뛰었던 정성기를 비롯해 국내 프로야구 선수 출신의 황덕균, 한윤기, 김동건, 김동규, 등이 포함됐습니다. 또한 창원·경남지역 출신인 경남대학의 김태진도 이름을 올렸습니다.
우리같은 신생구단은 ‘무에서 유를 창조’하는 과정이에요. 당연히 처음엔 선수가 없었죠. 신인선수를 뽑아 육성하면서도 기존 구단에서 방출된 선수, 은퇴했던 선수들을 다시 모아야 했습니다. 실제로 말씀하신 선수 가운데 현재 우리팀 주장인 김동건은 트라이아웃을 통해 재발견된 선수예요. 하지만, 그저 선수가 모자라서 트라이아웃을 한 것만은 아니에요. 그게 진정한 의미도 아니었고요.
진정한 의미가 아니라면.
NC는 처음부터 한번 기회를 놓쳤던 선수들에게 그들이 다시 도전할 수 있는 무대를 제공하고자 했어요. 바로 이 재도전의 기회가 트라이아웃의 특별한 의미였다고 봅니다. 생각해보세요. 사회에서도 모든 사람이 한 번에 성공하는 건 정말 어려운 일이에요. 야구는 더 하죠. 좀체 두 번째 도전 기회가 찾아오지 않습니다. 하지만, 신생구단 NC가 등장하면서 그 선수들이 재도전의 기회를 잡을 수 있었어요. 결론적으로 말씀드리면 요즘 사회적 화두이자 야구계의 열망이었던 ‘세컨드 찬스(Second Chance)’를 NC의 트라이아웃이 실현했다고 봐요. 꽤 의미있는 일이었습니다.
과거 신생구단이었던 빙그레(한화의 전신)와 쌍방울도 여러차례 트라이아웃을 한 바 있습니다. 하지만, 트라이아웃을 통해 1군 무대에 오른 선수는 거의 없었습니다. 어쩌면 그게 현실일지 모르는데요. 하지만, NC는 트라이아웃을 통해 적지 않은 선수가 현재 팀의 주축선수로 활약하고 있습니다. 이처럼 NC가 트라이아웃에 성공한 이유가 무엇일까요.
빙그레, 쌍방울 시절과 지금은 많이 다르다고 봐요. 선수들의 몸 관리와 지도자의 코칭, 구단의 다양한 지원이 과거보다 훨씬 체계적입니다. 다시 말해 트라이아웃을 통해 ‘세컨드 찬스’를 잡을 기회가 더 높아진 거죠.
올해도 트라이아웃을 시행할 예정이십니까.
물론이죠. 우리는 트라이아웃을 계속할 생각이에요. 항시(웃음). 올 시즌도 예외는 아닙니다.
트라이아웃에 이어 2차 드래프트로도 선수들을 대거 영입했습니다.
그랬죠. 지금 팀의 중심타자인 조평호, 올 시즌 퓨처스리그 다승·평균자책 1위에 오른 이재학, 좌완 문현정, 포수 허준 등을 2차 드래프트를 통해 선발했습니다. 모두 잘한 선택이었다고 생각해요.
여기서 한 가지 묻겠습니다. 신인지명회의, 트라이아웃, 2차 드래프트에서 선수들을 선택할 때 가장 중점을 두고 본 부분이 있다면 그게 무엇이었습니까.
사람의 마음을 들여본다는 게 참 힘든 일인데요. 그래도 일단은 그 선수가 ‘진실한가’에 초점을 맞췄어요.
진실이라, 꽤 어려운데요.
선수의 훈련태도나 경기에 임하는 자세, 몸동작 하나하나가 얼마나 신실한지 눈여겨봤습니다. 거기다 선수의 신념과 소신도 자세히 살펴봤어요. 무엇보다 김경문 감독의 스타일을 상당부분 감안했습니다. 과연 김 감독의 ‘허슬 야구’에 충실할 수 있겠느냐, 그런 걸 많이 본 거죠.
그간 NC는 두 번의 신인지명과 한 번의 트라이아웃과 2차 드래프트를 통해 선수들을 모았습니다. 그 선수들을 중심으로 퓨처스리그 최고 승률팀이 됐습니다. 하지만, 내년 시즌부터 1군리그에서 뛰려면 더 많은, 더 실력있는 선수가 필요합니다. 팀 전력 강화를 어떤 준비를 하고 있는지 묻도록 하겠습니다. 먼저 외국인 선수입니다. NC는 내년부터 2년 동안 한시적으로 외국인 선수를 3명 보유(출전은 2명)하게 됩니다. 외국인 선수의 성적에 따라 팀 성적이 결정되리란 전망이 많은데요. 외국인 선수 영입은 잘 진행되고 있습니까.
우리나라 프로야구에 외국인 선수제도가 도입된 게 1998년입니다. 15년 정도 외국인 선수를 뽑아왔는데요. 1998년보다 확실히 야구수준이 많이 발전했어요. 그때보다 훨씬 좋은 선수를 데려와야 통할 수 있어요. 그렇다고 NC라고 외국인 선수 영입에 있어 특별히 신출귀몰한 방법이 있는 건 아닙니다(웃음). 기존 선배구단의 영입방법을 참고해 가능한 좋은 선수를 선발하려고 노력하는 중이에요.
NC에 어떤 외국인 선수가 뛸까도 궁금하지만, NC가 어떻게 외국인 선수 관리를 할까도 궁금한 게 사실입니다.
그런 건 있어요. 외국인 선수를 한번 뽑으면 꾸준히 그 선수를 믿고, 기다려주는 태도가 필요할 것 같아요.
같은 생각입니다.
외국인 선수는 기본적인 기량도 중요하지만, 적응력도 기량 못지않게 중요해요. 달라진 환경에 적응하고, 한국야구를 이해하려면 시간이 필요합니다. 그게 정상이고요. 우리는 그래서 외국인 투수 활약에 ‘일희일비’ 하기보단, 믿고 기다리는 태도를 견지할 생각입니다. 그것이 기나긴 패넌트레이스에선 더 도움이 될 수 있다고 봐요.
3명의 외국인 선수는 아무래도 투수이겠지요?
아마도. 일단은 투수 3명을 선택한다는 게 기본 계획이에요.
NC와 롯데는 퓨처스리그에서 라이벌로 통했다. 두 팀은 내년엔 1군리그에서 신흥 라이벌이 될 전망이다(사진=스포츠춘추 박동희 기자)
원래 NC는 ‘외국인 선수 4명 보유, 3명 출전’ 혜택을 받기로 하지 않았나요. 나머지 7개 구단도 ‘3명 보유, 2명 출전’으로 바꾸려고 했는데요. 결과적으로 NC는 ‘3명 보유, 2명 출전’, 나머지 7개 구단은 기존의 ‘2명 보유, 2명 출전’을 고수하게 됐습니다.
전 선배구단이 잘한 결정이라고 생각해요. NC는 애초부터 외국인 선수를 많이 쓰는 건 국내야구 생태계를 위해서도 좋지 않다는 입장을 밝혔어요. ‘국내 선수들에게 좀더 기회를 주는 게 좋지 않느냐’는 입장을 견지했죠.
FA(자유계약선수)선수 영입도 1군 데뷔 첫해 성적에 큰 영향을 끼치리라 봅니다만.
당연히 좋은 선수가 시장에 나온다면 잡을 겁니다. 우리는 기존 구단과 달리 스타급 선수가 적기 때문에 FA를 통해 좋은 선수를 확보할 필요가 있어요. 현재 투수, 타자 두루 보고 있습니다.
그 가운데 눈에 띄는 예비 FA가 있다면 누굴까요.
글쎄요. 올해는 대어급 선수가 없는 것 같아서….
10월께 한국시리즈가 끝나면 기존 8개 구단으로부터 ‘보호선수 20명을 제외한 1명’씩을 받게 됩니다. 선수 1인당 10억 원을 양도금으로 줘야하니까 총 80억 원이 소요되는데요. 어쩌면 이때 영입하는 8명의 선수가 내년 시즌 NC 운명을 좌우할 이들이 아닐까 싶습니다.
그렇죠. 가장 중요한 선수보강이죠. 저도 어떤 선수들이 보호선수 20명 외 1명이 될까 궁금해요. 하지만, 지금 예상하는 건 큰 의미가 없을 것 같아요. 음, 80억 원은 꽤 큰돈이에요. 하지만, 좋은 선수들이고, 기존 구단들이 많은 투자를 하며 육성한 만큼 그만한 가치가 있다고 생각해요.
항간엔 박찬호의 NC행을 점치기도 하는데요.
글쎄요. 실현되기 어려운 시나리오 같아요. 박찬호는 한화 선수이고, 한화 구단에 보류권이 있습니다. 무엇보다 아직 시즌 중 아닌가요?
프로야구는 '지역'이 아니라 운영주체의 '의지'가 중요하다
NC는 '주니어 다이노스'를 운영하며 지역 어린이 야구팬들에게 야구의 참재미를 제공하고 있다(사진=스포츠춘추 박동희 기자)
일본 프로야구를 자주 취재합니다만, 2004년 창단한 라쿠텐 골든이글스도 그렇고, 얼마나 빨리 연고지에 정착하느냐가 신생구단엔 매우 중요한 듯합니다. 그래서 라쿠텐은 ‘지역밀착 마케팅’이란 이름 아래 빠르고 효과적인 연고지 정착책을 썼습니다. 꽤 성과가 좋았는지 이젠 ‘지역밀착 마케팅’이 일본 프로야구의 화두가 된 듯싶습니다. NC도 ‘지역밀착 마케팅’에 꽤 열심인 것으로 아는데요.
물고기에게 강이 필요하듯 프로구단도 ‘연고지’라는 강이 필요합니다. NC는 통합 창원시를 기준으로 경남지역에 뿌리 내리려 여러 노력을 하고 있어요. 일단은 지역의 가족, 어린이, 여성팬들과 한식구가 되려는 노력에 최선을 다하고 있습니다.
구체적으로 NC가 시도하는 ‘지역밀착 마케팅’의 사례를 듣고 싶습니다.
먼저 ‘주니어 다이노스’란 브랜드를 바탕으로 연고지 학교에 찾아가 티볼을 가르치고 있어요. 여름엔 진해에 있는 해군사관학교와 협조해 다이노스 어린이팬들을 해사로 보내 야구와 충무공 정신 등을 배우도록 도와주고 있어요. 경남지역 야구부에 야구장비도 지원하고, 여러 대회도 개최하면서 지역에 야구를 보급하려 노력 중입니다. 앞으로 산학(産學)협력 프로그램도 나오고, 무엇보다 NC가 강점을 지닌 소프트웨어적인 결과물이 속속 나올 것으로 예상합니다.
NC가 세계적인 게임회사라 그런지 많은 분이 창원구장에 첨단 편의시설이 생기지 않을까 기대합니다.
창원구장이 리모델링을 거쳐 새로운 구장으로 거듭났지만, 첨단 편의시설을 구현하기엔 한계가 있어요. 신축구장이 들어서면 유비쿼터스적인 부분이 상당히 가미되리라 봅니다. NC소프트의 개발력이나 야구를 보는 새로운 관점이 소프트웨어적으로 구현된다면 무궁무진한 결과물이 나올 것으로 기대하고 있습니다. 실제로 계속 준비 중에 있어요.
NC 다이노스 홈페이지만 봐도 기존 구단들과는 다소 다르더군요.
뭐, 지금은 담을 내용물이 많지 않으니까 심플하죠(웃음). 물론 우리 홈페이지가 SNS(Social Networking Service)을 기반으로 구성된 건 좀 다를 수 있어요. 보시면 알겠지만, 미투데이나 트위터, 페이스북 등 다양한 SNS를 기반으로 홈페이지를 만들었습니다. SNS 아이디로 언제든 홈페이지에 로그인할 수 있어요. 앞으로는 PC에서 담당한 많은 기능이 모바일로 넘어가니까 스마트폰을 통해 어떻게 팬들과 소통해야 할 지 고민하는 게 중요할 것 같아요.
NC는 수도권의 안락과 편의를 뒤로하고 창원시와 손을 잡았습니다. 올 시즌 야구계의 뜨거운 감자가 10구단 창단이었는데요. 만약 10구단 연고지를 결정한다면 NC의 관점이 이때도 유효하게 적용돼야 한다고 생각하십니까. 참고로 일부에선 “어느 정도 흥행이 보장되고, 인구가 많은 수도권이 10구단 연고지로 최적”이라고 하고, 다른 한편에선 “야구의 균형발전과 프로야구의 저변 확대를 위해 수도권 이외 지역에 10구단이 창단돼야 한다”고 목소릴 높이고 있습니다.
구단의 입장이 아닌 제 개인적인 생각을 말씀드린다면, 저는 ‘지역’은 크게 중요하지 않다고 봐요.
네.
그건 두 번째 문제고요. 가장 중요한 건 야구단을 운영하려는 주체의 ‘순수한 열정’이라고 봐요. 창단 때부터 지금까지 일부에서 다이노스의 영속성을 우려하는 것 같은데요. 전 그분들께 이렇게 반문하고 싶어요.
어떻게.
‘과연 야구단의 운영주체인 여러분은 야구에 대한 순수한 열정과 애정을 어느 정도 갖고 있느냐’고 반문하고 싶어요. 당장의 필요로 또는 등 떠밀려 야구단을 운영하는 팀이 있다면 그런 팀은 오래가지 못합니다. 발전도 지지부진하고요. 전 정말 순수하게 야구 자체가 목적인 구단들이 앞으로 KBO리그의 일원이 되고, 그랬을 때 KBO리그가 보다 긍정적으로 발전할 수 있다고 믿어요.
순수한 야구열정이 식지 않고, 항구적으로 유지되려면 구단도 어느 정도 수익을 창출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게 안 되면 든든한 모기업이라도 있어야 한다고 주장하는 분도 있고요. 깨진 항아리에 물을 붓는 건 열정이라기보다 어리석음일 수도 있으니까요.
좋은 지적인데요. 전 프로야구는 수익창출이 가능한 분야라고 생각해요. 지금껏 우리 프로야구가 수익을 창출하지 못했다고 그걸 ‘불가능하다’고 단정 짓는 건 온당한 자세가 아니라고 봅니다. 우리가 야구단의 수익창출과 흑자달성을 ‘불가능’으로 전제하니까 자꾸 다른 기준을 만들어 신생구단 창단의 잣대로 들이대는 게 아닌가 싶어요. 가령 ‘신생구단은 몇 대 기업 안에 들어야 한다.’ ‘인구는 몇 만 이상이 돼야 한다’는 전제들이 다 그렇게 만들어진 잣대라고 봐요. 한번 지켜보세요. NC같은 벤처기업도 야구에 대한 본연의 목적과 의지만 있다면 얼마든 야구단을 잘 운영할 수 있다는 걸 세상에 보여 드릴 테니까요(웃음). 그건 우리 김택진 NC 구단주님의 의지이기도 합니다.
지난해 NC 다이노스 김택진 구단주가 전남 강진에서 훈련 중인 선수들을 격려하는 장면(사진=NC)
말이 나온 김에 여쭤볼 게 있습니다. 지난 6월 NC소프트 김택진 대표가 회사 최대주주 지위를 전격적으로 넥슨에 넘겼습니다. 넥슨이 NC소프트의 지분을 14.7% 인수하면서 최대주주가 됐는데요. 일각에선 ‘NC 다이노스’가 ‘넥슨 다이노스’로 팀명이 바뀌고 구단주도 김정주 넥슨지주회사 대표가 될 것이라 전망했습니다. 지분 변화에 따른 야구단의 구조적 변화가 있을까요?
지분 구조가 바뀌면서 다소 오해하는 분들이 있어요. 넥슨이 NC의 지분을 인수한 배경은 경영권보단 지분 참여입니다. 김택진 구단주님이 NC소프트 경영권을 여전히 행사하고 계시고요. 이점은 넥슨 측도 동의하고 있습니다. 김택진 구단주님의 야구 애정과 의지가 강력하시기 때문에 주변에서 우려하는 상황은 연출되지 않을 겁니다. 구단주님은 요즘도 저도 모르게 다양한 루트로 구단 동정을 파악하고 계세요(웃음).
한 가지 더 여쭤보겠습니다. 지난 7월 KBO가 창원시에 ‘2만 5천 석 규모 신축구장 건설 이행약속을 확실히 지키라’고 경고장을 보냈습니다. 창원시는 NC를 유치하며 2015년 2월(이후 2016년 3월)까지 2만5천 석 규모의 신축구장을 건설하겠다고 약속했는데요. 아직 부지선정도 못 하고 차일피일 미루고 있다는 게 KBO의 생각이었습니다. 많은 야구팬과 기존 구단들도 이 문제에 주목하고 있는데요.
주변에서 우려의 목소리가 있는 건 사실이에요. 하지만, 창원시가 ‘KBO와의 약속은 지금도 변함없고, 충실하게 약속을 이행하겠다’고 말씀하셔서 지금으로선 그분들 말을 믿는 수밖에 없습니다. 정말 ‘이때까지 공사가 진행되지 않으면 곤란하다’ 싶은 날이 오면 우리도 좀 강하게 약속이행을 촉구할 생각입니다.
알려진 바와 같이 신축구장 건설의 최대 난제는 위치 선정입니까. 창원, 마산, 진해가 서로 ‘자기지역에 신축구장을 지어야 한다’고 요구하는 것으로 아는데요.
위치 선정보단 정해진 위치 선정을 발표하는 게 난관인 것 같아요. 현재 통합 창원시는 ‘통합시청사’ ‘통합시 기념상징물’ ‘신축구장 건립’ 등 3가지 주요사업을 설정해 놓은 상태인데요. 이 3가지가 다 맞물려 있어서 야구장만 위치 선정을 발표하는 게 현실적으로 힘든 상황이에요.
지금 분위기에서 과연 2016년 3월까지 신축구장을 지을 수 있을지 모르겠군요.
현실적으로 올 연말까진 위치 선정이 끝나야 합니다. 내년까지 미뤄지면 2016년 완공은 힘들지 않을까 싶어요.
“야구는 원래 정의로운 거다.”
NC 다이노스 이태일 대표. 신생구단 NC가 한국 프로야구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몰고 오길 기대하는 것처럼 많은 야구인은 이 대표가 한국 프로야구 경영진의 새로운 롤모델이 되길 원한다(사진=스포츠춘추 박동희 기자)
올 시즌 프로야구는 사상 최고의 흥행기록을 세우고 있습니다. 목표로 했던 700만 관중 돌파를 쉽게 달성할 것으로 기대합니다. NC의 참여로 내년 시즌엔 750만 아니 800만 관중 돌파도 가능할 것이란 장밋빛 전망도 나오는데요. 하지만, 의식있는 야구인들은 “KBO리그의 수준과 세련된 규단 운영은 폭발적인 관중 증가 추세를 따라가지 못한다”고 아쉬워합니다. 대표께선 이런 평가를 어떻게 생각하시는지요.
한국 프로야구의 특성이란 게 있는 것 같아요. 구단이 어떤 야구를 추구하겠다는 생각이 있으면, 그 야구를 추구하는 감독을 영입하고, 그 감독이 잘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게 중요하다고 봐요. 하지만, 우리 야구계는 현장과 프런트를 분리하려는 경항이 강해요, 그 이유가 무엇인지 살펴볼 필요가 있을 것 같아요.
어떤 이유인가요.
서로의 조급함 때문이라고 봅니다. ‘불확실한 임기’라는 암초가 문제일 수도 있죠.
불확실한 임기요?
프로구단의 대표는 자신의 임기가 몇 년인지 몰라요. 감독도 마찬가지고요. 제가 알기론 구단 대표의 평균 재임기간이 2년 6개월이에요. 그해 성적에 따라 계약기간이 조정되기 때문에 그렇습니다. 당연히 장기적인 관점이 존중받기 어려운 구조죠. 구단 대표인 사장들은 구단을 경영하면서도 ‘성적’이란 부분에 집중할 수밖에 없고, 감독들도 ‘내 임기 안에 4강, 우승하지 않으면 안 된다’는 강박관념에 사로잡힐 수밖에 없어요. 하지만, 팀이 4강 혹은 우승을 하려면 그럴 시간과 준비가 선행돼야 합니다. 그러나 국내 프로야구 환경상 그건 매우 어려운 인내일 수 있어요. 그래서 모두 ‘올해 야구’ ‘지금 야구’에 매달리는 겁니다. 우리 NC도 ‘올해 야구’에 매달리고 싶지만, 그럴만한 전력이 안 돼요(웃음). NC는 김경문 감독에게 충분한 준비할 시간을 제공할 참입니다.
대표님은 어떻습니까. 충분히 준비하고 계십니까.
NC구단 대표가 된 지 1년 2개월이 됐어요. 앞으로 우리가 겪을 과정들이 굉장히 설레고, 두렵기도 합니다. 승부의 세계니까. 배워나가는 과정이라고 생각하고요. 기자를 하면서, 인터넷 포털사이트에서 서비스 기획을 하면서, 제일 소중하다고 생각한 건 항상 내가 아니라 내 글을 읽는 독자, 내가 만든 서비스를 사용하는 소비자였어요. 그분들이 어떤 것을 원하고 어디에 있느냐를 무척 중시했습니다. NC 대표로 있는 지금도 팬들이 어떤 것을 원하고, 어디에 있는가를 가장 먼저 생각해요. 그런 기준을 잊지 않고, 팬들의 요구에 맞는 선수단을 만들려고 준비하고 있습니다(웃음).
KBO리그가 발전하려면 가장 필요한 게 무엇이라고 보십니까.
구단간 경쟁은 리그 전체로 보면 무척 단편적이에요. 리그가 발전하려면 구단들이 힘을 합쳐야할 때가 있는데, 지금은 굉장히 상대적인 경쟁만 하는 것 같아요. ‘상대 구단보다 잘하면 된다’는 생각이 많아서 그런지 전체 프로야구 차원에서 해야할 일을 못하거나 놓칠 때가 꽤 있는 것 같습니다.
어느 구단 사장이 그런 말씀을 하시더군요. “KBO 이사회에 나갈 때마다 심한 무력감을 느낀다”고요. 대표님 말씀대로 “프로야구의 큰 그림을 그려야 하는데, 매일 자기 구단의 이익에만 몰두해 이전투구만 벌인다”는 게 이유였습니다.
전 아직 새내기 사장이라, 이사회 멤버분들께 배우는 입장입니다. 다만, KBO 이사회가 프로야구의 큰 그림을 그리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엔 동의합니다. 10구단 창단과 관련해서도 명확한 답을 내놓지 못하는 실정이에요. 왜냐? 구단 간 이해관계가 걸려있는 까닭이에요. 이럴 땐 리그 운영주체인 KBO 사무국이 주도적으로 일을 할 수 있어야 해요. 그래야 회원사들은 그 리그의 리더십을 믿고 따라갈 수 있습니다. 그리고 그래야 리그가 프로야구의 미래를 내다보고, 장기적 관점에서 비전을 제시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프로야구 미래 비전을 제시하고, 구단 간 이해관계를 조정하기엔 KBO 사무국의 권한이 너무 약하지 않나 싶습니다. 올해까지 지속했던 전면드래프트가 1차 지명으로 회귀한 것도 힘없는 KBO 사무국의 단면을 보여준 게 아닌가 싶고요.
저도 그 이야기를 꼭 하고 싶은데요. 우리나라 프로야구는 ‘신인 드래프트’란 지명제도를 갖고 있어요. 원래 신인 드래프트는 전년도 성적이 하위권인 팀에게 성적 상승의 기회를 제공하고, 이를 통해 리그 평준화를 이끌려고 만든 제도에요. 어느 리그든 이게 기본 전제조건이에요. 그런 의미에서 하위팀이 먼저 유망주를 지명하는 건 당연해요. 개인적으론 신인 드래프트에서 최약체팀이 1, 2, 3라운드 모두 먼저 지명하는 게 맞다고 봅니다.
하지만, 우린 어떤가요. 1라운드에선 전년도 하위팀부터 상위팀으로 지명권을 행사하다가 2라운드부턴 역순으로 상위팀부터 하위팀이 지명하는 사다리꼴 방식이에요. 그해 드래프트에선 마치 이 제도가 공정한 제도처럼 보일 수 있어요. 상위팀에게도 크게 불리하지 않아 보이고. 그런데 드래프트의 원칙은 원래 상위팀이 불리한 거예요 그래야 하위팀도 상위팀으로 갈 기회가 생기고, 그래야 리그가 평준화하고, 그래야지 리그가 발전합니다. 상위팀이 계속 상위권에 있다 생각해보세요. 왜 사람들이 결과가 뻔한 프로야구를 보겠습니까.
내년부터 1차 지명이 부활하는 건 맞지요?
원칙만 그렇게 정했고요. 어떤 형태로, 언제부터 할지는 차후 이사회에서 논의하기로 했어요.
지난해 12월엔 ‘1라운드에 한해 전년도 성적 하위권 팀끼리 지명을 추첨하자’는 의견도 나왔었습니다.
정말 진지하게, 길게 보는 관점에서 리그를 생각해야 합니다. 당장은 상위팀이 신인 드래프트에서 손해본다고 생각할 수 있어요. 하지만, 그런 제도가 이 리그를 지탱하는 근간이라면 생각은 달라질 겁니다. 자꾸만 '조삼모사'식으로, 구단들의 편의에 따라 리그의 규약이 편법을 통해 뒤바뀌는 일이 없었으면 좋겠어요. 그건 정말 리그 발전에 도움이 되지 않습니다.
창원구장 내야를 꽉 채운 창원 야구팬들. 과거와 달리 창원구장엔 가족 손님들이 주류를 이루고 있다(사진=스포츠춘추 박동희 기자)
구단 간 이해관계, 편의에 따라 리그 운명이 좌지우지되지 않으려면 KBO 총재의 권한이 대폭 강화돼야 한다는 의견이 많습니다. 미국 메이저리그만 해도 커미셔너의 권한이 원체 강하다보니 구단들이 자신의 이익만을 내세우기 힘든 구조입니다.
커미셔너는 구단들이 선임한 리그의 수장이기 때문에 존중받고, 힘이 강해야만 리그를 통활할 수 있습니다. 저도 같은 생각이에요. 커미셔너의 권한 강화가 KBO 위상을 바로잡고, 장기적 행정을 펼치는 계기가 된다고 봅니다. 구단 대표들과 총재가 한 표씩 투표해 결정하는 KBO 이사회 의결방식은 수정될 필요가 있어요.
NC 대표이신데요. 이사회 멤버로서 자신이 행사할 수 있는 기득권을 포기하겠다는 뜻인가요.
KBO 이사회에서 '리그의 결정을 존중하겠다'는 말을 몇 번 했어요. 선수수급을 비롯해 몇가지 사안을 두고 주변에선 ‘너희가 더 우겨라, 울어라, 하소연하라’고 조언하셨습니다. 하지만, NC는 KBO리그의 일원이고, 리그가 판단한 걸 존중하는 전통을 우리부터 지켜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그 생각엔 지금도 변함이 없습니다. 리그가 긍정적으로 발전만 한다면 기득권쯤은 버려도 전혀 아쉽지 않습니다. 전 솔직히.
네.
구단간 승부 경쟁은 현장이 담당하고, KBO 이사회는 ‘한국 프로야구’라는 주제로 고민했으면 좋겠어요. 지금까지 각 구단이 따로 상품을 팔았다 치면 이젠 ‘KBO’라는 브랜드를 활용해서 한국 프로야구라는 상품을 팔아야 한다고 생각해요. (잠시 생각하다가) 전 대한민국에서 야구는 사회 문화적으론 정의를 구현하는 스포츠라고 봅니다.
정의요?
사실 스포츠는요. 규칙을 만들어서 경쟁하는 과정을 관중, 팬, 선수들이 공유하므로써 그 가치를 나누는 행위입니다. 그 과정에서 승자와 패자의 교훈이 있는 것이고, 그 과정에서 최선을 다하고 교훈을 나누는 거예요. 그러한 일반적인 과정을 결국 스포츠팬과 국민이 보면서 ‘공정해야 한다. 규칙을 지켜야 한다, 땀의 가치는 이런 거다’하고 깨닫는 겁니다.
저는 스포츠를 통해 이 사회가 얻을 수 있는 건 결국 ‘정의’라고 생각해요. 스포츠에서 규칙을 지켜가며 공정하게 경쟁했을 때, 그런 일련의 행위들이 사회적으로 보편화될 때 이 사회는 더 정의롭게 된다고 믿습니다. 결국 그러한 정의로움을 일상적으로 표현하는 게 매일 경기가 열리는 프로야구이고, 프로야구가 대중에게 제공하는 가치도 정의라고 봅니다.
NC 다이노스 야구단만 따로 본다면, 이 구단이 많은 이에게 제공하려는 가치가 있다면, 그것이 무엇입니까.
저는 그렇게 생각해요. 프로야구는 전통과 문화를 만드는 콘텐츠 사업이라고 봐요. 아까 말씀드린 것처럼 프로야구는 정의롭고, 교훈적이고, 재밌어야 합니다. 산업적으로도 상품 가치가 있어 수익기반을 조성할 수 있다면 더 좋죠. 하지만, 전통과 문화를 빼놓곤 설명할 수 없습니다. 기존 구단분들은 “NC 역사가 얼마나 됐다고 전통과 문화를 논하느냐”고 반문하실지 몰라요.
하지만, 전통과 문화는 이미 만들어진 상태에서 물려받는 것도 있지만, 만들어가는 과정이 더 중요하고 가치가 높을 때도 있습니다. 지금이 모여 미래가 되는 것처럼 NC 야구단은 창원, 경남도민과 함께 우리만의 전통과 문화를 만들어나갈 겁니다. 그 속에서 다양한 콘텐츠를 생산할 예정이고요. 그것이 야구가 창원, 경남, 나아가 대한민국을 하나로 묶는 구심점이 될 수 있다고 믿어요. 선수들에게더 '바람직한 전통을 세우자'고 독려하고 있어요.
NC 선수들의 모두 재도전자라고 믿으면 오산이다. 나성범 같은 선수는 미래 프로야구를 대표할 스타 후보다(사진=NC)
좋은 말씀 감사합니다. 프로야구에 대한 깊이 있는 담론을 오랜만에 들은 것 같은데요. 하지만, 지는 팀의 팬은 행복하지 않다는 게 현실입니다.
(말이 끝나기 무섭게) 우리는 ‘이기는 야구’를 할 겁니다(웃음). 이기기 위해서 좋은 지도자와 뛰어난 선수를 영입했고, 앞으로도 그럴 겁니다. 다양한 경기력 제고를 위한 부가적인 요소들 즉, 트레이닝 시스템과 전력분석 분야 등에서도 최고가 되려고 노력할 참입니다. 선수들이 마음 놓고 활약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 것이고요. 팬들의 성원을 이끌기 위해 지역밀착 마케팅에도 역점을 둘 겁니다. 물론 선수들이 어리고, 경험 부족으로 내년 시즌 초반엔 다소 힘이 들지 모릅니다. (목소리에 힘을 주며) 하지만, 그럴수록 더 치밀하게 준비해 시행착오 시간을 줄여나가도록 할 겁니다. 그래서 반드시 NC를 이기는 팀으로 만들 겁니다.
내년 시즌 프로 1군 데뷔 성적, 어떻게 예상하십니까.
목표는 간단해요. 승률 5할입니다.
5할이요? 지나치게 목표치가 높은 게 아닐까요.
제가 앞에서 ‘이기는 야구’를 할 거라고 말씀드렸는데요. ‘이기는 야구’의 기준은 5할입니다. 저도 굉장히 어려운 목표라는 덴 동의해요. 하지만, 그 목표 자체가 우리가 추구하려는 이기는 야구와 부합하기 때문에 (목표를) 수정할 생각은 없습니다. 그리고 목표를 달성하는 것과 추구하는 것은 별개라고 봐요. 우리는 후자입니다(웃음).
"NC 구단 경영, 인사이드 피치로 할 것이다."
NC는 '1군', '2군'이란 말을 쓰지 않는다. 기존 1군 팀은 'N팀', 2군 팀은 'C팀'이라 부른다. 숫자로 선수의 우열을 가리는 게 바람직하지 않고, 일제의 잔재이자 군사문화의 영향인 '군(軍)'을 스포츠에서 쓰는 게 어울리지 않는다고 믿는 까닭이다. 이 대표는 "선수들이 팀에 대한 소속개념을 더 확실히 가졌으면 하는 바람도 있다"고 말했다(사진=스포츠춘추 박동희 기자)
중앙일보 야구전문기자 시절 이 대표는 ‘이태일의 인사이드 피치’란 꼭지명으로 많은 칼럼을 썼다. 20대 이상 야구팬이라면 누구나 한 번쯤 ‘인사이드 피치’를 보며 감탄사를 터트린 기억이 있을 것이다. 사실 인사이드 피치(inside pitch)는 몸쪽 공으로, 대개 정직한 속구다. 타자 입장에선 정직하고 날카로운 이 몸쪽 속구가 날아올 때 겁이 날 수밖에 없다.
이 대표의 야구 보는 시각이 그랬다. 정직하게 타자 몸쪽으로 파고드는 몸쪽 공처럼 우리 야구의 깊숙한 안쪽을 정직하게 파고들고 싶었다. 그래서일까. ‘인사이드 피치’가 다룬 덕목은 ‘원칙과 기본’, ‘나보다는 우리’ ‘원칙을 이길 수 없는 변칙’ 등 페어플레이 정신과 룰을 소중히 여기고 서로 존중하는 마음, 그리고 원칙과 기본에 충실했을 때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다는 메시지가 대부분이었다.
여전히 많은 야구팬이 대표님이 쓰셨던 ‘인사이드 피치’를 그리워합니다.
기자땐 ‘이게 천직이구나’ 생각한 적이 많아요. 글 쓸 때마다 행복했으니까요. 하지만, 지금은 다이노스 식구들이 목표로 정한 지점으로 가는데 제가 힘이 되는 게 참 좋아요.
야구단 대표, 즐거우십니까?
그럼요. 즐겁고요. 잘 될 것 같아요(웃음).
구단 경영도 ‘인사이드 피치’처럼 정직하게 승부하실 듯합니다.
그렇죠. 성향일 테니까. 스포츠이기 때문에 감추거나 꼼수를 부릴 필요는 없을 것 같고요. 당당해야할 것 같아요. 원칙과 기준을 준수하고, 존중하는 게 중요하지 않나 봅니다.
올 시즌이 끝나면 향후 일정이 어떻게 됩니까.
마무리 훈련을 창원에서 할 예정이에요. 이쪽 기후를 봤을 때 훈련하기에 전혀 손색 없어요. 다른 건 지난해와 비슷하지 않을까 싶어요.
1군 진입을 앞둔 신생구단 대표의 마음은 어떨까 궁금합니다.
설레기도 하고, 겁나기도 해요(웃음). 많은 야구팬에 NC 젊은 선수들이 성장하는 장면을 보여드릴 수 있어 반갑기도 하고요. ‘세컨드 찬스’라는 메시지를 우리 사회에 던질 수 있다면 매우 의미있는 일이 될 것이라고 믿습니다. 정말 우리 구단이 좋은 사례가 됐으면 해요. 우리 선수들의 재도전을 보면서 팬들이 힘을 얻고 긍정적인 에너지를 받는다면 NC가 꿈꾸던 야구단 운영 목적도 이룰 수 있다고 봅니다. 그럴 수 있는 통로가 되기 위해 꾸준히 노력하겠습니다.
20살 이후 계속 야구와 인연을 맺고 계십니다. 도대체 어떤 야구의 매력이 대표님을 달의 인력처럼 붙들고 있는지 궁금합니다.
글쎄요(웃음). 저는 그런 것 같아요. 야구는 공격을 하면 수비를 해야하잖아요. 참 평등하죠. 그 다음에 순서를 지켜야 합니다. 4번 타자라고 10번 치고 9번 타자라고 타석에 한 번 서는 건 아니잖아요. 공정한 경쟁의 기회가 주어진다는 건 야구의 참매력이에요, 그리고 26명이나 되는 선수가 모여 하나의 목표를 추구하는 것도 멋있습니다. 무엇보다 여백이 주는 매력이 있죠.
여백이 주는 매력이요?
투구 사이의 고요, 이닝 사이의 준비, 이런 여백도 야구가 갖는 매력인 것 같아요(웃음). 아주 다이나믹하고 스피드하게 전개되는 스포츠도 좋지만, 야구처럼 한편으로 정적인 스포츠도 의미가 있습니다. 우리 NC가 여러분 인생에 있어 잠시 생각하고, 일상에서 탈출해 조금이라도 쉴 수 있는 여백이 됐으면 좋겠어요. 진심으로. 출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