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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이디 경향 9월호

라/ㅓ 2001. 9. 26. 19:49 Posted by 로드365
오랜만에 여성지를 탐독하였고, 역시 오랜만에 책 한 권 앞에 놓고 감탄하는 경험을 하였다. 걸레 스님 '중광', 김혜수, 하리수, 최진실 조성민, 이정재, 심혜진, 박경림을 비롯하여 적어도 50명의 근황이 소개되어 있으니, 포식력이 대단하다 하겠다. 그 사연 하나 하나가 극적이다. 죽음이거나 처절한 슬픔이거나 좌절이거나 영광이거나 끝없는 행복 등등이 페이지마다 요소요소에 점철되어 있으니, 여성지는 극단적 신파라고 해도 좋을 것이다. 인물 기사 이외에도 화장법과 인테리어와 요리법 등 실용 정보로 가득한 것이 여성지인데, 더 중요한 '컨텐츠'는 의료 광고 안에 들어 있었다. 살 빼기, 예쁜이 수술, 박피 수술, 유방 성형술.........


감탄하지 않을 수 없었다. 요컨대 레이디 경향 9월호는 지극히 낮은 곳으로 임하여 몸을 더럽히기로 작심했나보다. 지성 있다 자부하는 남자는 물론 여성까지도 조소하고도 남을, '쓰레기'들을 쫓는 레이디 경향의 대중주의 전략. 동시에 이 달치 쓰레기를 남김 없이 저인망으로 긁어모아 그럴듯하게 포장 인쇄 발송하고야 마는 불굴. 결국 달이 지나면 휴지통에 처박힐 백일몽이라고 해도, - 적어도 나에게는 - 여성지 한 권은 자부와 투지의 눈부신 표본으로 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