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를 기울이면 Whisper of the Heart (1995)
히이라기 아오이의 만화를 원작으로 한 순정풍의 애니메이션. 여기서 미야자키는 콘티와 각본을 담당하였다. 감독은 지브리를 이끌어갈 차기 주자로 인식될만큼 훌륭한 역량을 보여주었던 콘도 요시후미이다.
그러나 이 작품의 감독은 그만 1998년 1월 21일 지병으로 타계하였다.
사춘기 시절의 사랑 이야기로만 그칠 수 있었던 스토리를 "청소년들의 고민"이라는 관점으로 제작방향을 바꾸어, 상급학교로의 진학, 자신의 진로에 대한 진지한 모색, 그리고 자신의 꿈을 이루어나가기 위해 애쓰는 모습들을 보여주며 단순한 소년, 소녀 이야기가 아닌 인간의 자기 찾기라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작품 전반에 흐르는 Country Road 같은 포크송의 분위기처럼 비록 배경은 일본의 비좁은 도시의 조그마한 방이지만, 그안에 흐르는 따뜻한 가족애와 풋풋한 첫사랑의 설레임은 자연스럽게 작품속에 녹아 있다.
귀를 기울이면 (耳をすませば)
# 집
시즈쿠 : 다녀왔습니다.
엄 마 : 수고했다. 근데 또 비닐봉지 얻어왔니? 겨우 우유하나 샀는데
시즈쿠 : 주는 걸 어떻게요?
엄 마 : 거절하면 되잖니?
시즈쿠 : (냉장고로 가서 물을 꺼내며) 보리차 드실래요?
엄 마 : 그래
시즈쿠 : 아빠는?
아 빠 : 아 거기 테이블에 두렴
엄 마 : 당신 프린터 다 사용하셨어요?
아 빠 : 아 ~ 아직 출력 중이야.
엄 마 : 역시 노트북을 살걸 그랬나? (하면서 프린터가 있는 방으로 간다.)
아 빠 : 시즈쿠 너도 카시와자키(휴양지?)에 갈걸 그랬지?
시즈쿠 : (조금 퉁명스럽게) 괜찮아요. 언니랑 같이가면 오히려 피곤해..
아 빠 : 아, 여보 나 내일 숙직이야
엄 마 : 에 그럼 도시락 싸야 해요?
아 빠 : 아니 매식하지 뭐.
(시즈쿠에게) 드디어 우리 도서관도 바 코드로 전환할 거야 그준비 때문에 눈 코
뜰새 없다구..
시즈쿠 : 에에~ 나는 도서카드 쪽이 더 좋은데...
아 빠 : 물론, 나도 그렇지만...
시즈쿠 책도 좋지만 너무 늦게 까지 무리하지 마라.
시즈쿠 : 예~ (여전히 앉아서 책을 보다가 책 맨 뒷면의 북카드를 찾아 본다.)
어어 여기에도... (방으로 들어가 책상 위에 있는 책의 북카드를 모두 뒤지며)
어쩐지 본 적이 있는 이름이다 했더니 여기에도 여기에도....
굉장해 이사람, 모두 나보다 먼저 빌려갔잖아 (모든 북 카드에는 시즈쿠의 이름
보다 앞서 아마사와 세이지라는 이름이 적혀 있었다.)
아마사와 세이지 어떤 사람일까 분명히 멋진 사람일 꺼야.
# 다음날
엄 마 : 언제까지 그렇게 자고 있을 거니?
(방으로 들어오며) 아니 너 그대로 잠든거야?
시즈쿠 : 응응 (부시럭 거리며 일어나 화장실로 간다)
엄 마 : (계속 부산하게 왔다갔다거리며) 뒷정리 좀 해줘! 우와 지각한다.
(내려가던 엄마가 다시 올라오며)
엄 마 : 지갑! 어머머 내 지갑 어딨지?
시즈쿠 : (여전히 화장실에서) 또 아래층까지 내려 갔다 온거에요?
(엄마는 좌충우돌 여전히 찾고 있다.)
전화기 옆에는 없어요?
엄 마 : 아 찾았다 ! 이런 정말 지각하겠네..
시즈쿠 : 바보같이 자기가 뒀으면서...
(나갈 차비를 하고 아침을 먹으며 창을 내다보는데 비행선이 창밖으로 지나간다.)
시즈쿠 : 우와, 오늘은 상당히 낮은데, 웬지 좋은일 이 있을 것 같은데...
(집 밖으로 나오면 태양이 높게 거리를 비추고 있다.)
시즈쿠 : 우와 덥다.
(골목의 개가 시즈쿠를 보자 반갑게 짖어댄다.)
안녕~ 건강해 보이는 구나.
# 학 교
학교로 들어서자 테니스부의 친구가 반갑게 시즈쿠를 부른다.
시즈쿠 : 얏호~ 열심히 해
(양호실로 찾아간 시즈쿠는 도서실 담당인 코오사카 선생님을 찾는다.)
시즈쿠 : 코오사카선생님 계세요?
선생님 : 얼레? 시즈쿠 아니야 ?
시즈쿠 : 저 선생님 부탁들어 주실 수 있으세요?
선생님 : 뭔데?
시즈쿠 : 도서실좀 열어주세요?
선생님 : 다음 주 화요일까지 기다릴 수 없었니?
시즈쿠 : 지난 번에 빌려간 책 다 읽었고 시립도서관은 오늘이 휴관일이에요. 저 방학동안
20권 읽기로 결심했단 말이예요 네 선생님 잠깐이면 되요.
선생님~~~~ ^^;
선생님 : 귀찮게 구는 군
(함께 도서실로 들어서며)
선생님 : 대출도 좋지만 넌 수험생이야.
(선생님은 대출대로 가고 시즈쿠는 자신이 원하는 도서를 갖고 나온다.)
자자, 독서카드랑 대출카드 이리 내 봐.
뭐야 이거.. 아무도 안 빌려갔 잖아?
시즈쿠 : 이 책 시립도서관에도 없는 귀중한 책이라고요,
(책장을 넘기다 맨 앞장에 아마사와 기증이라는 인을 보게 된다.)
선생님, 선생님. 이 사람, 아마사와라는 사람 아세요?
선생님 : (대출 카드에 이름을 쓰다가) 에잇, 틀렸잖아,
아마사와? 책의 기증자겠지 뭐.
시즈쿠 : 그것보다 더 자세한 거요.
선생님 : 글세 그렇게 오래전에 일 잘 몰라. 아마 베테랑인 선생님들이 더 잘 아실걸..
(그때 바깥에 기다리고 있던 유우코가 씩씩 거리며 올라온다.)
유우코 : 하여튼 시즈쿠는 11시에 만나기로 해놓고 이런데 있으면 어쩌자는 거야 벌써 15
분이나 기다렸단 말이야. 주근깨가 더 생기면 가만 안 둘거야!
선생님 : 유우코는 주근깨에 너무 예민한 것같구나.
유우코 : 선생님 전 정말 심각하다구요
# 학교 벤치
나무그늘이 우거진 벤치에 나란히 앉아서 시즈쿠가 country road의 개사에 대해이야기를 하
고 있다.
시즈쿠 : 한 번 해 봤는데 잘 안돼. 그냥 영어로 하는게 어때?
< 둘이 함께 노래를 부른다. >
유우코 : 괜찮은 것 같은데?
시즈쿠 : 아니야 역시 맘에 안들어.. 아참 이런 것도 만들어 봤다 !
< 콘크리트 로드 어디까지나 숲을 자르고 계곡을 메우고 west tokyo mountain tama 내
고향은 콘크리드 로드~ >
( 두 소녀는 자지러 지게 웃어대며 )
유우코 : 이게 뭐야~
시즈쿠 : 그래 할 이야기란게 뭐야 ?
유우코 : 저 사실은... (머뭇거리며) 시즈쿠 좋아하는 사람있니?
서로 생각해주고, 또 수험생이니까ㅡ 북돋워주고, 음, 또 격려도 해주고 말이야...
시즈쿠 : (야릇한 눈초리로) 유우코 좋아하는 사람있구나?
(유우코는 무척 수줍은 듯이 시즈쿠에게 무언가를 속닥거린다.)
우와 러브레터? 언제 누군한테 어디에서~~?
유우코 : 응.... 저 다른 반 아이야...
시즈쿠 : 어땧는데?
유우코 : 응... 저... 쬐금 멋있었어...
시즈쿠 : 그럼 한 번 사귀어 보지 그래, 마음에 안들면 그때가서 관두면 되잖아.
유우코 : 그렇지만....
시즈쿠 : 흠흠... 보아하니 좋아하는 사람이 따로 있는 거지? 그렇지?
숨겨도 어림없어... 어서 자백하는게 좋을 걸... 어서~~
(이때 운동장에서 야구를 하고 있던 같은 반 학생이)
스기무라 : 어이 츠키시마~~
내 가방좀 집어 줄래? 그 옆 벤치의 파란 스포츠 백 !
좀 해주라. 그래 그 거 이쪽으로 좀 던져줘
(이소리에 놀라서 벌떡 일어서는 유우코는 차마 그소년을 쳐다보지도 못하고 뒤돌아 서 있다.)
시즈쿠 : 되게 시끄럽 구네 , 만년 볼보이 주제에..
스기무라 : 아니 그런 심한 말을. 그래도 주전으로 3회전에 쳐부셨단 말이야
(둘사이에 대화가 오고가는 사이 유우코는가 그만 후다닥 교문 밖으로 뛰어 가버린다.)
시즈쿠 : (가방을 철망 너머로 냅다 던지면서) 유우코 잠깐만 유우코~
(시즈쿠는 책을 벤치에 둔 채로 유우코를 쫓아가 버린다.)
# 길거리
유우코는 자전거를 끌고, 시즈쿠는 유우코와 함께 걸어가면서
시즈쿠 : 흠... 유우코가 좋아한다던 애가 스가무라였어?
유우코 : 나 어떡하지, 스기무라가 눈치챘을 지도 몰라 나 어떻게?
시즈쿠 : 괜찮아. 그녀셕은 아주 둔하거든. 그럼 어떻게 되는 거야 그 러브레터의 사나
이는?
유우코 : 나 혼자서 좀 더 생각해 볼래.
아아~ 시즈쿠네 집은 좋겠다. 공부공부 하지 않아서
시즈쿠 : 너무 안 그러는 것도 괴로울 ㄸ 있다. 너~
시즈쿠 : 아차 ~ 이런 나 책을 잊어 먹고 왔네.
유우코 : 같이 갈까?
시즈쿠 : 괜찮아. 유우코 학원 늦겠다.
# 다시 학교
학교로 뛰어 들어간 시즈쿠는 아까의 벤치로 뛰어 간다. 그런데 그 벤치에는 웬 남학생이
앉아 책을 읽고 있었다.
조심 스럽게 그 에게 다가간 시즈쿠
시즈쿠 : 저... 그 책...
남학생 : 아 ! 이거 너꺼 였냐?
(자리에서 일어나며 책을 시즈쿠에게 건네준다.)
자 여기. 츠키시마 시즈쿠
시즈쿠 : 어떻게 내 이름을...
남학생 : 글세 어떻게 알았을까?
시즈쿠 : (중얼거리며) 북카드 !
남학생 :(짐을 챙겨 걸어나오며)그런데 말이지 아무래도 콘크리드 로드는 그만 두는 게 좋
겠던
걸...
시즈쿠 : 읽었구나 (허락도 없이 읽었다는데 무척 자존심이 상한 것 같음)
자존심이 상할 대로 상한 시즈쿠는 집으로 오는 길에서도 계속 그 남학생의 험담을 한다.
시즈쿠 : 나쁜 자식, 나쁜 자식, 나쁜 자식, 나쁜 자식...
(B G. M . 사이키한 목소리의 나의 고향은 콘크리드 로드)
(집으로 돌아온 시즈쿠는 좀처럼 화가 풀리지 않았는지 계속 씩씩 거리며 콘크리트 로드의
가사를 구겨버린다.
그리고도 분이 풀리지 않아 냉장고에서 물을 마시며)
시즈쿠 : 콘크리드 로드는 그만 두는게 좋겠던걸 (남학생의 흉내를 내며)
대체 뭐야 ! (홧김에 냉장고 문을 쾅 닫아 버린다.)
한 낮의 무더위와 나른함 속에서 시즈쿠는 아까의 일은 잊어 버린 채 독서에 몰두 하고 있
다.
이때 시즈쿠의 언니가 여행에서 돌아온다.
언 니 : 다녀왔습니다.
시즈쿠 : 언니 오늘이었어?
언 니 : 아아 피곤하다. 마침 이쪽에 자동차로 돌아가는 분이 있어서 태워주셨어.
엄마는 ?
시즈쿠 : 엄마는 학기 중간 고사고 아버지는 숙직이셔
언 니 : 시즈쿠, 정리좀 해놓고 살아, 저녁 준비는 ?
시즈쿠 : 아, 쌀 씻어서 담궈 놓기
언 니 : (부엌으로 가면서) 아니 이게 뭐야 난장판이잖아?
조금은 정리해 놓고 있으면 안되니?
시즈쿠 : 지금 할려고 했단 말이야...
언 니 : 엄마 힘드시다구 응원해드리기로 했잖니?
(목욕탕에서 샤워할 준비를 하면서)
세탁물 정리하고, 샤워하고 나서 내가 저녁준비할테니까 좀 치워 둬
시즈쿠 : 지금 할 거란 말이야...
(자매 둘이 싱크대에 붙어서서 저녁 준비를 하고 있다.)
언 니 : 있지 아주머니가 너도 고등학생이 되면 놀라오라셔..
시즈쿠 : ...
언 니 : 시즈쿠, 너 공부는 제대로 하고 있겠지? 우리집이 아무리 자유롭게 놔 둔다고 해
도 소홀
히 하면 안된다.
시즈쿠 : 하고 있단 말이야
(저녁 나절에 오랜만에 집에 온 언니와 엄마, 아빠는 애기꽃을 피우고 시즈쿠는 여전히 방
에서 책을 읽고 있다.)
# 여행에서 돌아온 언니가 아침에 일어나 방을 청소하고 있다.
언 니 : 시즈쿠 얼른 일어나 !
빨리 일어나서 니 구역은 니가 치워 !
시즈쿠 : (졸린 듯이) 엄마는?
언 니 : 벌써 나가셨어
시트 빨아야 되니까 빨리 내놓고, 이불도 잘 털어 놔야 한다.
(늦게 일어난 시즈쿠는 혼자서 식탁에서 밥을 먹고 있다.)
언 니 : 빨리 정리하고 이 도시락 아버지께 갖다드려
시즈쿠 : 에에~
언 니 : 뭐야 그 목소린? 어차피 도서관에 갈거 잖아~
가기 싫으면 관둬 대신 네가 방청소하고 이불 털고 그다음은 현관정리하고, 장으로
보고
그 후에 저녁식사 준비도 네가 하는 거야.
시즈쿠 : (갑자기 밥먹는 속도가 점점 빨라지며 잽싸게 먹어치운다. 도시락을 집어들고 뛰어
나가
며) 다녀오겠습니다.
아파트 밖으로 달려나가는 시즈쿠를 집에 있는 언니 불러 세우며
언니 : 우체통에 넣줘! (베란다에서 엽서를 던진다.)
시즈쿠 : (베란다에서 던진지 엽서를 받고서)
애인이야?
언니 : 바보! 훔쳐볼 생각일랑 말아.
# 도시락을 들고 전철을 탄 시즈쿠
시즈쿠가 승강장을 내려가고 있는 사이 웬 뚱뚱하고 못생긴 고양이가 잽싸게 지하철 안으로
들어간다.
도시락을 들고 자리에 앉은 시즈쿠는 옆자리에 고양이가 있자 잠시 당황하다가
시즈쿠 : 고양아 너 혼자니?
고양이 : .....
시즈쿠 : 어디까지 가는 거니?
고양이 : .....
시즈쿠 : 창밖이 재미있니?
고양이 : ......
시즈쿠 : 이봐 대답좀 해봐~
난 여기서 내려 그럼..
고양이도 시즈쿠가 내리려는 역에서 내린다. 순간 고양이를 쫓기로 결심한 시즈쿠
고양이를 쫓아 전철역을 뛰어나간다, 마침 고양이는 도서관 쪽으로 걸어간다.
시즈쿠 : 어라 도서관쪽으로 가네 !
(그러나 지나가는 차들 때문에 그만 놓쳐버린다.)
고양이를 포기하고 도서관으로 가고 있던 시즈쿠는 도서관 진입로를 올라가다 그 아래의
담장위로 걸어가는 고양이를 발견한다.
끈덕지게 고양이를 쫓아가는 시즈쿠는 비상문을 뛰어넘고 좁고 가파른 언덕길도 불사하고
계속 따라간다.
시즈쿠 : 헉헉헉 웃웃 굉장한 언덕길이야~ 어디까지 이어져 있는 거지?
어느덧 고양이는 언덕위의 동네에 다다르고 그곳에는 시즈쿠가 처음보는 동네가 펼쳐저 있
다.
시즈쿠 : 고양아~ 고양아야~ (순간적으로 고양이를 놓쳐 버렸다.)
이 근처에 살고 있나?
(그때 또다시 시즈쿠에 시야에 포작된 고양이)
고양아 어디 가는거니? 이 근처에 살고 있는 거니?
그러나 고양이는 시즈쿠에게 눈길도 주지 않고 계속 갈길 만 가고 있다.
시즈쿠 : (잠시 숨을 돌리며 ) 언덕위에 이런 동네가 있는 줄을 몰랐는 걸.
그때 개 짖는 소리에 다시 고양이를 찾은 시즈쿠는 고양이가 들어간 이상한 가게에 시선
이 멈춘다.
심스럽게 고양이의 뒤를 밟아 들어서자 그곳은 마치 동화책에서나 나올법한 아기자기한 물
건 들로 가득 채워진 가게 였다.
시즈쿠 : 언덕위에 이런 가게가 있는 줄은 정말 몰랐어...
그곳에들어서자 고양이는 없어지고 테이블위에 매우 정교한 고양이 인형이 놓여져 있다.
시즈쿠 : 헤에~ (인형을 보면서) 저.. 니가 아까 그 고양이니?
그러자 보석(?)으로 만들어진 인형의 눈이 빛을 내면서 마치 그렇다는 듯이 움직인다.
깜짝 놀라는 사이에 주인할아버지가 등장.
주인할아버지 : 아아 어서오세요.
시즈쿠 : 아 저... 저는..
주인할아버지 : 마음 껏 구경해도 좋아요.
마침 남작도 심심해 하던 참이니까
시즈쿠 : 남작이요? 저 이 인형(고양이 인형)의 이름이 남작인가요?
주인할아버지 : 그래요. 움베르크 폰 잇킨겐 남작
어때요 굉장한 이름이죠?
(할아버지는 이야기를 나누면서 사다리를 벽시계 앞으로 가져 가서는 그 위로 올라선다. )
사다리가 조금 기우뚱 거리자 시즈쿠가 사다리를 지지해준다.)
주인할아버지 : 아 이제 괜찮아요.
시즈쿠 : 훌륭한 벽시계로군요...
할아버지 : 그렇지 어느 성에서 잠들어 있던 거지요. 잔뜩 녹쓴 채로...
어디 이걸 한 번 보여줄까.
(주머니 속에 시계에 들어가는 남자 인형(?)을 꺼낸다.)
시즈쿠 :우와~ 예뻐라 ! 이게 뭐예요?
할아버지 : 다 된 후에는 더욱 즐거운 법이지
(시계의 숫자판에 그 그림을 집어넣고서 태엽을 감는다. 그러자 죽어있던 시계에서 음악소
리가 나면서
아래부분의 문이 열리고 인형들이 움직이기 시작한다. 드워프들(난장이들)이 광산에서 일하
는 모습이 나온다.
시즈쿠 : 드워프들이군요!
할아버지 : 잘 알고 있군요, 아가씨는 드워프를 알고 있단 얘기로군.
자 글자판을 잘 보고 있어요. 유리가 반사되죠? 이쪽으로 와서 봐요.
시계의 바늘이 점점 12시에 가까워 지자 아까의 남자장식이 시계의 숫자판에서 얼굴을 내민
다.
12시의 종이 울리자 숫자판 머리에 있던 양의 장식은 아름다운 엘프로 바뀌고 아까의 남자
장식
애처러운 듯이 그 엘프의 모습을 쫓고 있다.)
시즈쿠 : 엘프 !? 공주님인가요?
할아버지 : 그럴지도 모르지..
시즈쿠 : 둘은 사랑하는 사이로군요..
할아버지 : 두 사람은 서로 다른 세계에 살고 있어서 오직 12시의 종이 울릴때만 양에서 엘
프로
변해 만날 수 있죠, 하지만 드워프의 왕인 그는 오직 시간의 흐름도 잊은 채
계속해
서 공주를 기다리고 있는거죠.
아마도 이 시계를 만든 장인은 이루어 질 수 없는 사랑을 하고 있었는 지도 모
르지...
한동안 넋이 빠져있던 시즈쿠는 갑자기 아빠의 도시락에 생각이 미친다.
시즈쿠 : 이 시계 움직이고 있어지요?
할아버지 : 그래요 한 5분정도 ~
시즈쿠 : 큰일났다. 도서관에 가야되는데...
저 할아버지 다음에 또 놀러 와도 괜찬겠지요?
(찬바람을 일으키며 뛰어가는 시즈쿠, 그러나 정작 중요한 도시락을 놓고 나간다.)
할아버지 : 도서관이라면 왼쪽으로 가면 곧장 갈 수 있을 걸세!
언덕위에서 곧장 도서관으로 이어지는 계단을 뛰어 내려가는 시즈쿠
시즈쿠 : 아, 도서관 윗길이네.
우와 멋진 곳을 발견했어... 마치 동화책에 나오는 가게 같아
도서관 앞 계단에 다다랐을 때 뒤에 뚱뚱한 지하철의 고양이를 싣고 학교에서의 남학생이
따라온다.
남학생 : 츠키시마~ 이봐 츠키시마 시즈쿠 이게 네꺼지?
시즈쿠 : 응? (자기의 두손을 보고서는) 앗
남학생 : 건방증이 심하구나?
시즈쿠 : 아, 고마워... 그런데 어떻게?
남학생 : 글세 어떻게 된걸까?
시즈쿠 : (자전거 뒤의 고양이를 보고는)그런데 그 고양이 네가 키우는 거니?
남학생 : 글세? 근데 니 도시락 엄청 큰걸?
시즈쿠 : (얼굴이 발개지면서) 아니야! 아니란 말이야~
남학생은 시즈쿠를 놀린 후 자전거를 타고 콘크리트 로드를 부르며 아래로 내려가 버린다.
# 도서관에서 아버지와 함께
아버지 : 왔구나. 그런데 왜 그렇게 뚱한 얼굴이냐?
시즈쿠 : 설명하자면 좀 복잡해요...
아버지 : 응?
시즈쿠 :(여전이 입이 삐죽이 나온 체로) 아주 멋진 일이 있었어요, 마치 동굴에서 보석을
발견한
것같은 기분이었는데 뜻하지도 않은 일 때문에 그 꿈이 산산 조각나는 그런 기분이
예
요.
아버지 : 저런 안됐구나, 그래 오늘도 책 빌려갈꺼니?
시즈쿠 : 네 앞으로 7권이나 읽어야 되는 걸요?
아버지 : 열심이구나, 점심은 어떻게 할꺼니?
시즈쿠 : 괜찮아요 매점에서 사 먹을께요.
(읽을 책을 고른 후 자리에 앉은 후 책 뒤의 북카드를 살피던 시즈쿠는 예의 그 이름
-아마사와 세이지를 발견한다. 그때 불현 듯 떠오르는 자전거를 탄 소년의 모습에 세차게
도리질을 치다가)
시즈쿠 : 네 녀석따위일 리가 없어, 절대 아니야 !
(시즈쿠의 소리에 모든 사람의 이목이 시즈쿠에게 집중된다. 얼굴이 발개져서 그만 열심히
책읽는 척 해버린다.)
# 개학날 아침
어머니 : 시즈쿠, 시즈쿠! 빨리 준비하렴, 이런 지각이야!
(대학원수업 때문에 서두르는 어머니, 밖으로 나왔다가 다시 들어오며)
우산, 우산좀 집어줄래? 신학기인데 비만 자꾸 오구...
시즈쿠 : 불평하지 마세요, 엄마 좋아서 공부하는 거쟎아요?
엄 마 : 예! 알겠습니다.!
시즈쿠 : 열심히 공부하세요!
엄 마 : 예, 예, 맏겨만 주세요!
# 등교길
유우코 : 시즈쿠 ~
시즈쿠 : 야호~
유우코 : 개학날부터 시험만 계속보고..
시즈쿠 : 신경쓰여 죽겠어
저.. 그거 답장해 줬어?
유우코 : 아니...
시즈쿠 : 그쪽에서 아무말도 없어?
유우코 : 나 역시, 거절할까봐...
스기무라 : 츠기시마~
시즈쿠 : 스기무라~
스기무라 : 간당간당한걸 서둘러..
시즈쿠 : 알고 있어1
# 교실
선생님 : 그만 , 뒤에서부터 걷어오세요.
유우코 : 시즈쿠, 코우사카선생님한테 가자.
시즈쿠 : 응, 그전에 잠깐 교무실에 먼저 가보자.
스기무라 : 야, 이거봐, 나 찍은 왕창 맞았다 굉장해, 쉬는 시간에 잠깐 본게 엄청 나와서 말
이야..
시즈쿠 : 운수대통이구나. 야구만 잘하는 줄 알았는데.. 그럼 다음엔 유우코랑 같이 공부해보
지 그
래, 찍은 거 잘 맞추는 건 유우코 전문이니까 말이야.
스기무라 : 하라다가?
유우코 : (얼굴이 발개지다가) 가자, 시즈쿠!
# 복도
유우코 : 억지로 연결시키려고 하지 마, 찍은거 맞은 적 없단 말이야.
시즈쿠 : 알았어~, 미안.
# 교무실
시&유 : 실례합니다.
선생님 : 글세 책의 기증자? 내가 알 수 있는지 모르겠군.
시즈쿠 : 죄송합니다. 식사중이신데. 저, 이 도서인인데요..
선생님 : (책을 훑어보면서) 음.... 아마사와씨잖아? 이책 나도 한 번 읽었었지.. 좋은 책이
지?
시즈쿠 : 예. 저 그 아마사와씨의 성함이 어떻게 되는 지 아세요?
선생님 : 얼마전에 PTA회장하셨던 분이지... (옆자리의 선생님께)키무라선생님 아마사와씨의
이름
이 뭐였죠?
다른 선생님 : 아마 코우이치였을 꺼에요. 츠키시마 너 모르니? 우리학교 3학년에 그집 막
내가 다
니는데...
시즈쿠 : 네예? (얼굴이 빨개지면서)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선생님.... (당황하며 교무실
밖으로
뛰어 나가다가 선생님이랑 부딪힐 뻔한다.)
시즈쿠 : 아, 죄송합니다.
유우코 : 시즈쿠, 어디가니?
시즈쿠 : 하~하.(숨을 몰아 쉬는 소립니다.) 아아, 놀래라.
유우코 : 놀란 쪽은 이쪽이란 말이야. 나중에 찬찬히 그 사정을 설명해 줘야해.
(그때 맞은 편복도에서 예의 콘크리트 로드의 소년이 선생님과 함께 걸어 온다.)
그러자 시즈쿠의 눈빛이 매서워(?)지면서 소년 옆으로 지나쳐 가는데....
유우코 : 시즈쿠 어느쪽으로 가는 거야!?
시즈쿠 : 흥, 뭐야! 완전히 무시하구.. 재수없는 녀석이야. 도망치는거 자존심 상하잖아.
# 양호실
(시즈쿠와 유우코 그리고 일부 같이 어울려 다니는 친구들이 양호실테이블에서 점심을 먹으
며
그야말고 수다의 꽃을 피우고 있다. 선생님은 책상 앞에 앉아 우유를 빨고 있다.)
친구A : 우와, 귀여워...
유우코 : 나, 시즈쿠 도시락 들고 정신없이 쫓아 다녔지뭐니?
코우사카선생님 : 츠키시마한테 남자친구라...
친구B : 아아, 드디어 시즈쿠에게도 봄이 온걱예요.
시즈쿠 : 아니라니까.
친구A : 사실은 책 속의 왕자님을 만난 거지? 잘 생겼어?
시즈쿠 : 그러니까, 어떤 사람인가 상상해본 것 뿐이야
친구B : 얘 유우코는 이름알고 있지? 그 왕자님말이야 가르쳐 줘잉~
시즈쿠 : 유우코 너~~
유우코 : 글세 너무 잠깐이여서.. 뭐였더라.. 응 시즈쿠
시즈쿠 : 글세
선생님 : 그런데. 이야기를 끝까지 듣지도 않고 뛰어나오다니 과연 시즈쿠답구나.
친구B : 알만해, 시즈쿠의 마음.. 알고 싶지만 알고 싶지않다.
친구A : 흔들리는 여심이 애절하고 행복하여라. 아아~ 로맨틱해라.
시즈쿠 : 그래, 계속해서 놀려보셔. 기껏 COUNTRY ROAD의 가사 개사해서 왔는데
일 동 : 헤~ 어디어디, 보여줘~
시즈쿠 : (뾰롱통해서) 줄까, 말까.
친구들 : 시즈쿠님, 대작사가님.... 부탁드립니다.
시즈쿠 : (거들먹거리듯) 좋다. 저 사실, 자신은 별로 없어
(친구들 COUNTRY ROAD의 가사를 돌려가며 노래를 불러 본다.)
시즈쿠 : 사실 고향이란게 어떤 느낌인지 잘 몰라서, 그냥 솔직한 느낌대로 적어 봤어..
노래부르기 어렵지 않니?
친구 : 야, 좋은데,
친구들 : 후배들에게 주기만 하는거 아까운데, 우리도 이거 사은회때 부르자!
시즈쿠 : 뭐어? 너무 이른 거 같은데?
친구A : 와 이부분 좋은데.
' 혼자서 살며 아무것도 지니지 않은채 마을을 벗어나..
슬픔을 뒤로하고 강한 자신을 지켜나갔다.'
(수업차임이 울리자)
선생님 : 얘들아, 수업시작한다.
# 방과후
(오전에 추적추적 내리던 비가 말끔히 개이고 하늘에는 해가 찬란히 비친다.)
시즈쿠 : 우와 개였다.
친구들 : 시즈쿠 ! 후배들에게 가보지 않을래? 아까 그 가사 보여주러 갈껀데?
시즈쿠 : 괜찮아! 도서관에 가야되거든!
친구들 : 에~ 내일도 시험치잖아!
시즈쿠 : 도서관에서 공부하지 뭐
# 도서관으로 가려던 시즈쿠는 지난번 시계가 있던 가계로 발걸음을 돌린다.
# 학교
복도에서 스기무라가 지나가던 유우코를 불러 세운다.
스기무라 : 저 하라다! 미안하지만 잠깐 괜찮을까?
하라다 (유우코의 성입니다.) : (얼굴이 홍당무가 되어서) 응..
# 가게 앞
시즈쿠 : 아아, 오늘도 쉬는 날이네. 꽃에는 물이나 주고 있는걸까?
(창 틈으로 가게안을 살피면서)
어어~ 남작이 없네.... 팔린 건가? (가게 앞의 문패를 보면서)
니시 지로... 그 녀석도 니시라고 하나?
# 시즈쿠의 집
(헤드폰을 쓰고 열심히 공부를 하고 있는 시즈쿠)
언 니 : 시즈쿠, 시주쿠! (헤드폰을 훽 벗겨내면서)
유우코한테서 전화!
어머니 : 귀 나빠지겠다. 시즈쿠
(마루 한쪽에 전화를 받으며)
시즈쿠 : 유우코? 응? 뭐라구? 안들려?
그래, 지금 당장 갈테니까 끊는다...
어머니 : 어디가니?
시즈쿠 : 요 앞에요.
# 아파트 단지앞에 있는 놀이터
(눈이 퉁퉁부은 유우코가 시즈쿠를 기다리고 있다.)
시즈쿠 : 유우코? 어떻게 된거야?
유우코 : 시즈쿠~ 시즈쿠~ 흑흑...
시즈쿠 : 왜 무슨일이야? 아니 얼굴이 왜그래?
유우코 : 스기무라가 친구한테 부탁받았다구 편지답장 좀 해달래...
# REW (학교)
유우코 : 왜 니가 그런 얘길 하는 거니?
# BACK PLAY
시즈쿠 : 그녀석 둔치니까. 하지만 네 마음을 알고 있는 것도 아니고...
유우코 : 스기무라한테는 사과할거야..
하지만 이얼굴로는 학교 못가니까 내일은 쉴래...
시즈쿠 : 그럼 시험은?
# 다음날 학교
고사중에 시즈쿠는 옆눈으로 스기무라를 힐끗 쳐다보다가 눈이 마주친다.
시즈쿠 : 바보!
스기무라 : 뭔데 그래? (선생님과 눈이 마주쳤는지 황급히 시험지를 쳐다보며)
# 방과후
친구들 : 시즈쿠 오늘도 도서관가니?
시즈쿠 : 아니 오늘은 유우코한테.
친구들 : 아, 그랬었지?
시즈쿠 : 그럼 잘있어
(학교를 나와서 유우코의 집으로 향하던 시즈쿠)
스기무라 : 츠키시마~ 잠깐만
저기... 하라다 일때문인데...
# 숲 속의 조그마한 신사
스기무라 : (어제있었던 일이 다시 REW되면서) 그랬더니 갑자기 울면서 뛰어 가는거야.
내가 뭐 잘못했을까?
시즈쿠 : 어제 유우코가 너한테 '니가 왜 그런말을 하는 거니?' 하고 그랬지?
스기무라 : 응. 야구부의 친구녀셕이 부탁해서...
시즈쿠 : 그게 아니라. 스기무라 너한테는 그런 말 듣기 싫단 뜻이란 말이야.
무슨 뜻인지 모르겠니?
스기무라 : 몰라. 확실하게 얘기해줘.
시즈쿠 : 정말 둔치구나! 그러니까 유우코는 널 좋아한단 말이야!
스기무라 : (그러자 스기무라의 얼굴이 달아오르면서) 그,그런 그건 곤란해!
시즈쿠 : 뭐가 곤란하다는 거니? 불쌍한건 오히려 유우코야, 쇼크받아서 학교도 못 나왔으
니까.
스기무라 : 하지만 난 (한박자 쉬고) 널 좋아한단 말이야
시즈쿠 : (역시 얼굴이 홍당무가 되면서) 이렇게 심각할 때 농담같은 거 하지마.
스기무라 : 농담같은거 아니야. 쭉 이전부터 니가 좋았어
시즈쿠 : ... 그, 그런
스기무라 : 내가 싫은 거니? 좋아하는 녀석이 있는 거야?
시즈쿠 : 그런건 아니지만....
미안해...
(너무 당황한 시즈쿠가 그만 도망가려고 하자 스기무라는 시즈쿠의 손목을 잡으면서)
스기무라 : 잠깐 기다려봐. 확실하게 얘기 해줘.
시즈쿠 : 하지만 스기무라랑은 쭉 친구였었고 좋아한다거나... 그런 감정....
미안 말로 잘 못하겠어...
스기무라 : 단지 친구인거야? 그뿐인거야? 앞으로도 쭉?
시즈쿠 : (그저 고개만 끄덕인다.)
스기무라 : 그래...
# 시즈쿠의 집
시즈쿠 : (너무 충격을 받은 시즈쿠는 그저 멍하니 책상에 앉아 있다가) 뭐야 둔한 건 바로
너잖
아.. (해가 뉘엿뉘였 해질때까지 책상에 엎어져 있다.)
이웃집 아줌마 : (시즈쿠의 엄마가 집으로 들어서자) 아 전해드릴 것이 있는데요
엄 마 : 언제나 폐가 많습니다. (받은 수하물에서 메론을 몇 개 꺼내 옆집 아줌마에게 나눠
준다.)
이웃집 아줌마 : 어머나 매일 받기만해서 어쩌죠?
어머니 : 아니예요 식구가 적어서 어차피 상하는 걸요..
(현관으로 들어서며) 아니 왜 불도 안키고?
(방안에서 어머니의 소리에 일어난 시즈쿠는 그제서야 교복을 갈아입고 무의식적으로 밖으
로 나
간다.)
어머니 : 시즈쿠! 집에 있었네?
(집을 나온 시즈쿠는 전철을 타고 무작정의 언덕위의 골동품 가게로 향한다.)
# 가게앞
(여전히 가게문은 굳게 닫혀 있다. 그냥 발걸음을 돌리려던 시즈쿠는 화분틈에서 기어나오
는 고양이를 보자
슬그머니 다가가 가게앞 현관에 쭈그리고 앉는다.)
시즈쿠 : 너도 쫓겨 난거니?
고양이 : ...
시즈쿠 : 이 근처에 살고 있니?
고양이 : ...
시즈쿠 : 배고프지 않니?
고양이 : ...
시즈쿠 : 너도 별로 귀엽지 않은 녀석이구나. 나랑 똑같아.
왜 모든게 변해 가는 걸까? 나도 예전엔 솔직하고 귀여운 아이였었는데...
있잖아, 이젠 책을 봐도 예전처럼 두근두근거리지 않는다.
마음속에서 누군가가 '모두 잘 끝나게 되있어' 라고 알려줘버리는 거야, 정말 귀엽
지 않아 그치?
(여전히 쭈그려앉아서 고양이를 쓰다듬고 있는데.. 콘크리트 소년이 가게 앞에 나타
난다.)
남학생 : 헤에~ 츠키시마 아냐? 용케 moon이 가만 있는구나?
시즈쿠 : moon?
남학생 : 그 고양이 이름이야. 잘 봐 꼭 몸이 보름달같지? 그래서 난 moon이라고 불러
시즈쿠 : 이 고양이 네가 키우는 거니?
남학생 : 설마? 그 고양이를 잡아두는 건 불가능 할 껄?
다른 집에선느 오타마(お玉)라고 부르는 걸 들었어.
아마, 다른 이름도 많겠지...
시즈쿠 : 응.. 떠돌아 다니는구나., 그렇구나. 그래, 맞아! moon은 지하철을 타고 통근하는
거
야...
남학생 : 전차라고?
시즈쿠 : 그래, 혼자서 전차를 타고 다니더라구,, 그래서 쫓아오다가 여기까지 오게 된거야
그랬더니 멋진가게가 있는거 있지? 마치 동화속에 있는거같아 두근거렸는걸.
(혼자말처럼) 그렇다면 내가 문한테 너무 심한 말을 한걸....
남학생 : ?
시즈쿠 : "너도 귀엽지 않구나, 나랑 똑 같아"라고 말이야...
남학생 : 뭐라구? 하나도 안 닮았어! (생각지 못한 자신의 강한 부정에 그만 얼굴이 발개져
서)
저녁석은 반은 요물이야...
(둘다 얼굴이 홍당무가 된다.)
시& 남 : (동시에 침묵을 깨려는 듯) 너.../너...
시즈쿠 : 남작을 보러왔었는데... 안보여서...
계속 가게 문이 닫혀있어서말이야. 할아버지는 건강하시니?
남학생 : 그럼 펄펄 나셔. 그리고 이 가게 이상한 가게라서 여는 날보다 닫혀있는 날이 훨씬
많아, 아, 그래 남작을 보고 싶다고 했었지 이리로 와봐.
(자전거를 세우고 옆의 쪽문으로 들어서며) 아, 문 닫아줄래?
(쪽문을 열고 들어서자 집의 지붕사이로 높디 높은 하늘이 보이고, 아래로는 마을
이 조
그맣게 보인다.)
시즈쿠 : (속으로) 하늘 위에 떠있는 것 같아...
남학생 : 혹시 고소공포증있니?
시즈쿠 : 아, 아니 높은 곳 좋아해.. 정말 멋있어!
남학생 : 지금이 이때쯤이 가장 아름다워.
(시즈쿠를 데리고 공방을 가로 질러 가며 가게로 올라간다.)
남학생 : 이쪽으로 와 마침 좋은 걸, 아, 거기 앉아...
시즈쿠 : (공방을 두리번 거리며) 저 그때 시계가 없네?
남학생 : 아, 저기 서있던거 말이지. 오늘 가지러 왔었어.
이쪽으로 와..
시즈쿠 : 팔린거야?
남학생 : 원래 수리일이니까
시즈쿠 : 그래? 한번 더 보고싶었는데...
남학생 : 한 3년정도 걸렸었는데, 츠키시마가 도시락 잊어먹고 간 날 마침 수리가 끝났어.
시즈쿠 : 아! 그래 그 도시락!
남학생 : 알아 네것이 아니라는걸. 여기 앉아서 고양이의 눈을 한 번 봐. 이봐 빨리해 빛이
사
라져 버린다구.. 잉게르츠이마 '천사의 방'이란 뜻이지.
(테이블위헤 남작인형을 놓으며)
이 눈은 말이지 장인이 우연히 깍아 놓은 조각으로 넣었는데 신비한 빛을 뿜어내..
시즈쿠 : (빛을 받아 영롱하게 빛나는 고양이 인형을 보며) 우와...
남학생 : 남작은 없어지지 않아, 할아버지의 보물이거든, 사연이 있는 듯하지만, 얘기는 안해
주셔.
실컷 봐도 괜찮아, 전기불 거기, 키고 싶은면 켜도 좋아.
시즈쿠 : (남학생이 공방으로 내려가자 테이블위에 놓인 남작인형을 쳐다보며) 신기하지, 널
아주
오래전부터 알고 있었던 것 같아. 가끔 네가 사무치게 보고싶어. 근데, 오늘은 왠
지 슬
퍼보이는 구나.
해가 사그라들때까지 가만히 앉아서 구경하던 시즈쿠는 이윽고 소년이 작업하고 있는 공방
으로 내려온다.
남학생 : 벌써 다 봤니?
시즈쿠 : 응. 고마워.
(소년이 작업하고 있는 조가을 보며) 혹시 바이올린 만드는거니? 좀 보고있어도 괜
찮지?
남학생 : (조각하고 있던 바이올린을 마주 붙이면서) 이렇게 되는 거야.
시즈쿠 : 이거 네가 모두 만든거야? 손으로?
남학생 : 당연하지.
시즈쿠 : 우와, 신기하다.
남학생 : 바이올린은 이미 300년전에 그 형태가 잡혔어, 나머지는 만드는 장인의 솜씨에의해
다듬어 지는 거지.
시즈쿠 : (천장에 걸려있는 바이올린들을 보면서) 저것들도 모두 네가 만든거니?
남학생 : 설마! 여기서 바이올린 제작도 가르치거든.
시즈쿠 : 그래도 저중에 네것도 있는거지?
남학생 : 응...
시즈쿠 : 어떤건데?
남학생 : (고갯짓으로 힐끗) 저거야...
시즈쿠 : 우와, 대단해. 마치 마술같아.
남학생 : 너말야 용케 그런 쑥스러운 얘기를 하는구나.
시즈쿠 : 어때서? 정말로 그렇게 생각했는 걸.
남학생 : 칫. 이정도는 누구나 다 만들 수 있어. 그리고 난 아직 한참 멀었어.
시즈쿠 : (남학생의 겸손한? 말에 살짝 얼굴을 찡그리며 쳐다보다가)
저어.. 바이올린 킬수 있지?
남학생 : 응. 조금.
시즈쿠 : 그럼, 한 번만 켜봐. 조금이래도 괜찮으니까 부탁해...
남학생 : 이것 봐.... (얼굴이 발개지면서)
시즈쿠 : 제발....제발.... 부탁이야~~
남학생 : 그럼 좋아, 내가 연주할 테니까, 넌 노랠 불러
시즈쿠 : 에에... 난 노래 못해 음치인걸...
남학생 : 마침 잘ㄷ군.. 아는 곡이야, 불러봐.
(매우 클래식한 분위기로 컨트리 로드의 전주를 연주한다.)
시즈쿠 : (한동안 무슨 곡인지 모르다가 결심한 듯 자신이 개사한 컨트리 로드를 부르기 시
작한다. )
(역자주 : 솔직히 성우가 노래를 썩 잘하는 편은 아닌 것 같습니다. 음정이 좀 불안하거든
요.)
한참 부르는 중에 자신감이 생겼는지 제법 박자를 맞춰 부르고 있는데...
할아버지와 할아버지의 음악친구들이 집으로 돌아온다. 이때 집에서 들리는 시즈쿠의 노래
소리를 따라
자연스럽게 연주에 합세하게 되면서 분위기는 더욱 고조되어 나중에는 서로 흥이 나서 박수
까지 치면서 노래를 부른다.
노래를 마치자 다같이 박수를 치며)
할아버지 : 유쾌, 유쾌하구먼.
할아버지 B : nice Vocal
시즈쿠 : 츠키시마 시즈쿠입니다. 지난 번에는 감사했습니다.
할아버지 : 아니예요. 나도 아가씨는 다시한번 보고싶었습니다.
할아버지 A : 예의 시계가 완성된 날에 만나게된 행운의 아가씨로군요.
또다른 할아버지 : 세이지한테 이런 귀여운 여자친구가 있는 줄은 몰랐는데..
시즈쿠 : 세이지? 혹시 니가 그 아마사와 세이지?
남학생 : 그래, 내가 말안했던가 내 이름?
시즈쿠 : 말한 적 없어. 문패에는 니시라고 써있었는 걸?
세이지 : 그건 할아버지 성이고 난 아마사와.
시즈쿠 : 이런, 이건 너무해, 동굴에서 발견했던 보물이 날라가는 꿈이 현실이 된거같아.
세이지 : 도대체 이름이 무슨상관이라는 거야? 아무래도 상관없잖아?
시즈쿠 : 아니야 상관있어. 너야말로, 내이름은 성까지 붙여서 부르잖아
세이지 : 네가 물어보지도 않았잖아..
시즈쿠 : 물어볼 여유도 없었는 걸. 난 말이지 아마사와 세이지는 아주
세이지 : 뭐야...
시즈쿠 : 부드럽고 상냥한 사람일꺼라고 생각했었는데...
남학생 : 너 책을 너무 많이 읽은거 아니야?
시즈쿠 : 너야말로 많이 읽었잖아
(두사람의 아옹다옹하는 말다툼에 할아버지들이 큰 소리로 웃어버린다.)
# 별이 총총한 밤길
(세이지는 시즈쿠를 집에 데려다 주면서 두 사람은 서로에대해 조금씩 알아 갈 수 있게 된
다.)
시즈쿠 : 오늘 정말 재밌었어. 모두 좋은 분들인 것 같아.
세이지 : 또 놀러와, 할아버지들이 무척 좋아하실거야.
시즈쿠 : 듣기만 하는 거라면, 솔직히 노래해야하는 건 좀 괴롭거든.
세이지는 바이올린 쪽으로 진학할 꺼니? 아주 잘하던걸.
세이지 : 나정도 연주 하는 녀석들은 아주 많아. 그것보다 난, 바이올린 제작자가 되고 싶어.
이탈리아의 크레모나에 바이올린 제작자 양성소가 있는데, 중학교를 졸업하면 그곳
에 가
고 싶어.
시즈쿠 : 에에~ 그럼 고교진학 안하는 거야?
세이지 : 글세, 부모님은 결사반대셔. 할아버지만 내편이지.
시즈쿠 : (새삼 부러우면서도, 존경스럽다는 눈으로 세이지를 바라보다가)
세이지는 대단하구나. 난 아직 진로에대해 가늠도 못하고 있는데, 매일매일 그저 지
나갈
뿐인걸
세이지 : 나도 아직 확실히 갈수 있는지 아닌지도 모르는 걸.
그래서 매일같이 싸움이야.
제작자로서 정말 소질이 있는지도 해보기전에는 잘 모르는 일이고..
(세이지와의 대화에서 시즈쿠는 더욱더 자신의 미래에대해서 자신이 없어지면서 한편으로
뒤쳐지는 열등감을 느끼게 된다.)
세이지 : 안데려다 줘도 되겠니?
시즈쿠 : 응 괜찮아. 이제 금방인걸 뭐
세이지 :(자전거를 돌려서 집으로 가면서) 참, 너 말이야, 시에 재능있더라. 오늘 부른 노래
도 괜
찮았지만 나, 콘크리트 로드도 좋아해.
시즈쿠 : 뭐니? 예전엔 그만두라고 했으면서.
세이지 : 어? 나 그런 소리 했던가?
시즈쿠 : 했었어~ 오늘은 고마왔어, 안녕.
# 집 -시즈쿠의 방
(시즈쿠는 침대에 누워있고, 언니는 책상에서 공부하고 있다.)
언 니 : 시즈쿠, 스탠드 제대로 끄고 자렴. 지난번에 너 킨 채로 잤었다.
시즈쿠 : 언니, 언니는 진로를 언제 정했어?
언 니 : 너는 츠기노미야에 갈거잖니?
시즈쿠 : 아니 그런거 말고 무엇을 하겠다든지..
언 니 : 글세, 그걸 찾기 위해서 대학에 간거야.
시즈쿠 : 음...
언 니 : 잘자라..
시즈쿠 : 잘자..
# 다음날 아침
추적추적 비가 내리는 아침, 시즈쿠는 늦게 일어난 탓에 우산을 쓰고 학교까지 조깅(?)을 한
다.
시즈쿠 : 엄머는 자기가 휴강이라고 늦잠만 잔다니까...
(열심히 학교까지 뛰어가고 있는데 옆으로 야구부의 스기무라가 뛰어 온다)
시&스 : 안녕? / 안녕?
스기무라 : 좀 더 빨리 달려!
시즈쿠 : 먼저 가도 괜찮아.
스기무라 : (못마땅한 듯 시즈쿠를 한 번 보더니 이내 뛰어가버린다.)
# 학교
수업종이 막 치는 찰라 간신히 시즈쿠가 들어온다.)
시즈쿠 : 휴~ 다행이다.
유우코 : 얼굴이 왜그래?
시즈쿠 : 그러는 넌, 회복이 참 빠르구나.
유우코 : 어제 딴 반 남자애랑 저녁에 같이 걸어다녔다면서?
시즈쿠 : (당황한 듯이) 누가 그래?
유우코 : 소문에... 연인사이 같았다던데?
시즈쿠 : 그런거 아니야...
이때 유우코에게 스기무라가 다가오며 대화가 중단된다.
스기무라 : 하라다, 그 편지말이야 내쪽에서 거절할께... 미안하다.
유우코 : 아니야, 내가 오히려 미안했어
스기무라 : 괜찮아.
# 수업이 끝나가는 교실
수학선생님 : 이 공식은 이번 중간고사에 낼 테니까 잘 암기하도록
학생들 : 에에~ 너무해요 선생님
수업시간이 끝나는 종소리가 들리자 교실안이 어수선하면서 술렁거린다.
이때 세이지가 시즈쿠네 교실바깥에서
세이지 : (문 앞에 서 있는 남학생에게) 이 반에 츠키시마라고 있지?
덩치큰 남학생 : 어 아마사와 아니야? 무슨일이야?
세이지 : ( 얼굴이 붉어지면서 ) 츠키시마 이반 맞지?
남학생 : 그래, 있어. 어이 츠지시마.면회. 남잔데....
같은 반 남학생 : 남자래 남자, 남자다.....
(순간적으로 교실안에 정적이 감돈다.)
남학생 : 저기..
(놀리는 남학생들때문에 쑥스러워 하면서 일어나는 시즈쿠를 스기무라가 계속 지켜보다가
고개를 획 돌려 버린다.)
시즈쿠 : 세이지...
세이지 : 츠키시마, 잠깐 괜찮을까?
시즈쿠 : 응.
같은반 남학생들 : 우와~~~~ 그이 왔다!
(시즈쿠가 세이지를 만나러 복도로 나가자 모든 남학생들이 시즈쿠에게 환호한다.)
시즈쿠 : 아니라니까. 그런 게 아니라니까.
(세이지에게) 무슨 일인데?
세이지 : 갈 수 있께 됐어 이탈리아에.
시즈쿠 : (놀라며) 저쪾으로 가자.
세이지 : (앞서가는 시즈쿠를 좇아가며) 어디 가는 건데?
시즈쿠 : 옥상.
(옥상으로 열심히 올라가서 비상문을 열자 밖에는 비가 주륵주륵 내리고 있다.)
세이지 : 우와, 엄청 쏟아지는데
시즈쿠 : 사람이 그렇게 많은 데서 불르는 걸...
세이지 : 미안. 하지만 제일 먼저 너에게 알려 주고 싶었어.
시즈쿠 : 뭐, 오해받는 정도야 상관 없지만.
세이지 : 아버지가 드디어 허락을 해주셨어, 조건부지만.
시즈쿠 : 응? 뭔데?
세이지 : 할아버지 친구가 소개해주신 아트리에에 2개월간 견습하는 거야.
그곳 선생님이 무척 엄격하셔서 재능이 있나 없나를 알아 봐 주신데...
게다가 내가 참아낼수 있는지 없는 지도 시험할 수 있을 거라시며...
만약 재능이 없다면 깨끗이 포기하고 진학하라고...
나 그런거 도망갈 구멍을 만들어 놓는 것같아서 별로지만, 가볼 생각이야,
기회이기도 하니까
시즈쿠 : 언제? 언제가는데?
세이지 : 여권이 나오는대로 , 학교하고는 오늘 아버지가 이야기하실 거야
시즈쿠 : (약간 힘이 빠진 듯) 그럼 금방 떠나겠네. 잘ㄷ구나, 꿈이 이루어져서...
세이지 : 응, 어쨓든 열심히 할꺼야.
(한동안 둘사이에 침묵이 흐르다가)
세이지, 시즈쿠 : 저...
세이지 : 비가 그쳤는 걸? 저기봐...
시즈쿠 : 그래, 무지개가 나올 것 같은데?
세이지 : 응
시즈쿠 : 크레모나는 어떤 곳일까? 멋진 곳이면 좋겠다.
(옥상에서 보이는 풍경이 비가 개인후 모든 싱싱하고 푸릇푸릇하다.)
세이지 : 아주 오래되고, 바이올린 장인들이 많이 살고 있데.
시즈쿠 : (조금은 자신이 초라한 듯이 자조적으로 )
굉장해, 자신의 꿈을 향해 점점 다가갈 수 있다니, 나 참 바보같지?
세이지랑 같은 고교에 진학했으면 좋겠다고 생각이나 하고,
수준차이 너무나지?
세이지 : 나 사실은 독서카드로 쭉 너에대해서 알고 있었어. 도서관에서 스친 적도 있었는
데...
바로 옆자리에도 앉은 적도 있었는 걸?
시즈쿠 : 응?
세이지 : 나말이지 시즈쿠보다 독서카드에 먼저 이름 올릴려구 꽤 책읽었다.
이탈리아에 가면, 너의 그 노래생각하면서 힘낼 거야
시즈쿠 : (목이 메인 듯) 나도...
급우들 : (시즈쿠와 세이지를 엿보던 급우들이 서로 더 가까이에서 보려다가) 밀지마 바보
야!
(비상문이 열리면서 모두 엎어진다.)
시즈쿠 : (눈물을 감추려는 듯 급우들을 좇아가며 )야 이녀석들아~
급우들 : 와, 츠기시마가 화났다. (하면서 모두들 도망간다.)
(급우들을 쫓아가는 척하다가 계단으로 들어선 시즈쿠는 그제서야 참았던 눈물을 닦아낸다.
그러자 뒤에서 숨어보던 시즈쿠의 친구-합창반친구같습니다.-들은 이 모습을 보자 눈이 동
그래진다.)
# 집 -엄마, 아버지 시즈쿠는 함께 식탁에서 저녁을 먹고 있고 언니는 밥솥에서 밥을 푸고
있다.)
언 니 : 여기요.
아버지 : 아.. 고맙다.
시즈쿠 : 잘 먹었습니다.
어머니 : (시즈쿠가 먹다말고 일어나자 걱정스러운 듯이) 벌써 다 먹은거니?
시즈쿠 : 유우코랑 약속있어요
어머니 : 역쪽으로 가는 거면, 올 때 우유좀 사올래?
시즈쿠 : 에에~
언 니 : 시즈쿠 니가 다 마셨잖아. 요즘 순 지 멋대로인거 있죠?
# 유우코와 만나기로 한 역근처
역에서 급하게 나오는 유우코는 시즈쿠가 기다리는 곳으로 간다. 시즈쿠는 편의점에서 책을
보다가
(유우코가 오자 )
시즈쿠 : 미안, 나 때문에 수업빠지게 해서
유우코 : 괜찮아.
시즈쿠 : 머리가 너무 복잡해서...
# 유우코의 집
유우코의 엄마 : 어머, 시즈쿠구나, 어서오렴,
시즈쿠 : 안녕하세요?
아버지 : 다녀왔니?
시즈쿠 : 실례하겠습니다.
엄 마 : 차 타놓을테니까 이따가 가져가거라.
유우코 :(계단을 올라가면서) 아빠랑 냉전 중이야, 요즘에는 서로 말도 안해.
# 유우코의 방
(유우코의 방에서 시즈쿠의 고민?에대해 진지?하게 대화를 하고 있습니다.
여전히 뭔가 석연치 않은 표정을 하고 있는 시즈쿠에게)
유우코 : 와 그남자애 대단한데?
시즈쿠 : 2달 후에 돌아온다고 해도, 졸업하고는 곧장 돌아가서 10년정도는 공부해야 된데...
유우코 : 그럼 뭐야? 거의 대부분 떨어져 있어야 되잖아?
하지만 그런걸 보고 천생의 연이라고 하는 거잖아. 멋있다.
시즈쿠 : (베개를 끌어안고 있다가 한숨을 내쉬며) 그래, 하지만 상대가 너무 잘났단 말이야,
똑같은 책을 읽고 있었는데 한 사람은 벌써 진로를 결정해서 성큼성큼 앞으로 가고
다른 한 사람은 그냥 제자리 걸음이고.....
유우코 : 그렇구나... 있잖아. 키누가 1학년때 아마사와랑 같은 반이었는데... 걔가 그러는
데,
아마사와, 친해지기는 힘들지만, 잘생긴데다가 공부도 잘 했다더라.
시즈쿠 : 당연하겠지...(한숨이 절로나는 표정) 그렇게 노골적으로 이야기 하지말아 줄래?
점점더 위축되잖아...
유우코 : 뭐가 문젠데? 좋아한다며. 게다가 고백까지 받았다면서?
시즈쿠 : 그것도 점점 자신없어져..
유우코 : 난 잘 모르겠다. 나같으면 매일 편지 보내서 서로 격려도 하고 그럴텐데...
시즈쿠 : 자기보다 훨씬 열심히 하고 있는 애한테, 어떻게 더 열심히 하라구 하니?
유우코 : 난 네얘기를 듣고 있으면 도대체 어떻게 되길 바라는 지 알 수가 없어.
진로가 정해지지 않으면 사랑도 못하는 거니? 너도 재능이 있어
지난번 개사만해도 그렇고, 또 후배들이 너를 얼마나 좋아하는데..
나랑 달라서 자기가 하고 싶은 말도 똑부러지게 하고...
시즈쿠 : (유우코의 말을 그다지 귀담아 듣고 있지 않은 것같이 혼자말로) 나만큼 하는 녀
석들은
얼마든지 있어.
유우코 : (순간적으로 어리둥절?) 응?
시즈쿠 : 응 아니야, 그애가 그렇게 말했어. 세이지는 자신의 재능을 시험하러 간거야.
그렇다면 나도 내 재능을 시험해 보는 거야. 그래 결심했어.(결연한 의지를 가진
표정으로) 나, 소설을 한 번 써볼거야. 쓰고 싶은 이야기가 하나 있거든..
세이지가 한다면, 나도 한 번 해보는 거야.
유우코 : (걱정스러운 듯이) 하지만 조만간 중간고사 기간인걸...
시즈쿠 : 상관없어..
왠지 힘이 솟는 것 같아.
유우코 : (시즈쿠가 일어서자) 집에 가게?
시즈쿠 : 응
(2층에서 내려오며)
시즈쿠 : 가보겠습니다. 안녕히계세요.
유우코의 엄마 : 어머니께 안부전해주렴.
(유우코네 집 대문앞에서)
시즈쿠 : 유우코도 힘내! 유우코의 좋은 점, 스기무라가 알아줄 날이 올거야
(거리로 나와서 하늘을 쳐다보면서)
시즈쿠 : 그래 간단한 일이었어! 나도 하면 되는 거였어
(이때 골목길을 문이 유유히 지나간다)
시즈쿠 : 문?
꼬 마 : 뮤타! 뮤타! 엄마, 뮤타가 또 가버렸어요!
시즈쿠 : 흠.. 뮤타라구?
#할아버지의 공방
할아버지 : 호~ 바론을 주인공으로?
시즈쿠 : 허락해 주시겠습니까? 저 세이지에게 이 인형이 할아버지의 보물이라고 들었어요.
할아버지 : 하하하... 그것 때문에 일부러...
좋고 말고, 그렇지만 조건이 한가지 있는데...
시즈쿠 : 예?
할아버지 :나를 시즈쿠의 소설의 첫 독자가 되게 해 주는 것.
어때요?
시즈쿠 : (머뭇거리며) 저...꼭 보여드려야 하나요? 아직 완벽하게 쓸 수 있을 지도 잘 모르
는데...
할아버지 : 그건 우리 장인들도 마찬가지랍니다. 처음부터 완벽하길 기대해서는 안돼지..
(무언가 생각난 듯이) 그렇지 좋은 걸 보여줄께요...
자 한 번 보렴. 운모망간이라는 돌인데, 그 갈라진 틈을 한 번 들여다 보렴.
자 이렇게
시즈쿠 : (갈라진 틈을 들여다 보고있자 할아버지가 더 잘 볼수 있도록 펜 전등으로 돌을
비취자
녹색빛이 환하게 비쳐나온다) 우와, 예쁘다.
할아버지 : 녹주석이라는 돌인데, 에메랄드의 원석이 포함되어 있단다.
시즈쿠 : 에메랄드라면 보석말인가요?
할아버지 : 그렇단다. 시즈쿠양도 세이지도 아직 그 돌멩이와 같은 상태이지, 아직 다듬어지
지않
은 자연 그대로의 돌멩이처럼, 나는 지금 그대로도 아주 좋아하지만, 그러나 바이
올린을 만드다거나,
소설을 쓴다는 건 다르지.
자기 속에있느 원석을 발견해서 오랜시간에 걸쳐 다듬어 가는 시간이 몹시 걸리는
일이야.
(시즈쿠를 바라보며) 그 중에 가장 큰 원석이 보이지?
시즈쿠 : 돌을 손바닥에서 잠깐 굴리며 예
할아버지 : 사실 그녀석은 세공하게되면 오히려 별 볼일 없는 보석이 되버린단다. 오히려
그안에
작은 녀석이 순도가 높지, 아니, 밖에서는 보이지 않는 깊은곳에 더 좋은 원석이
숨어
있을지도 모르지.. (자신의 열변에 조금 계면적어졌는지) 하하하, 이런이런, 나이
가 들
면 이래서 안된다니까 이야기가 자꾸 설교적이 되버려서...
시즈쿠 : 저에게 관연 이렇게 예쁜 원석이 숨어있는지 잘 모르겠지만 한 번 써보고싶습니다.
완성되면 꼭 할아버지께 맨 처음 보여드리겠어요.
# 시즈쿠의 상상
# 도서관
아버지 : (시즈쿠가 소설을 쓰기위해 자료를 도서관에서 자료를 찾는 모습을 발견하고)
별일이군, 저녁석이 소설책이외의 책을 다 찾을 때도 있다니.
시즈쿠 : (소설의 자료가 될 책을 턱까지 쌓아 놓고 들여다 보다가 바이올린과 관련된 책을
보다
가 한 장인 어두운 골방같은 데서 바이올린을 만들고 있는 삽화를 본다)
이사람 감옥에서 바이올린 만들고 있어!
(한참 집중해서 자료를 찾는 동안 도서관의 사람들이 하나 둘씩 일어나 두세명밖에 안남았
을 즘 누군가
시즈쿠의 앞자리에 와서 살며시 앉는다. 자료를 한참 찾다가 문득 고개를 들자)
시즈쿠 : 세이지! 벌써 가버린 줄 알았는데...
세이지 : 할아버지께 네 이야기 듣고 여기 있지 않을 까하고 생각했어. 내일 떠나
괜찮아, 끝날때까지 여기서 기다릴게.
시즈쿠: (안도하는 표정으로 다시 책으로 눈을 돌려 자료를 계속 찾는다.)
# 저녁 도서관 앞
세이지 : 데려다 주지 못해서 미안.
시즈쿠 : 올 때 까지 기다릴게
세이지 : 그래 겨우 2달뿐이야
시즈쿠 : 나도 우는 소리만 해서 미안해. 나도 열심히 할게
세이지 : 그럼 다녀올게
시즈쿠 : (멀어지는 세이지의 뒷모습을 보면서) 잘 다녀와
# 스즈쿠의 소설속
우리를 만들어 준 사람은 가난한 견습 인형제작공이었다.
(갑자기 악당이 출현하면서 급박한 음악이 흐른다)
유우코 : 시즈쿠, 시즈쿠. 시즈쿠
선생님 : 어떻게 된 거냐 츠키시마
(선생님의 지적에 현실로 돌아온 시즈쿠는 벌떡 일어서며)
시즈쿠 : 잘 모르겠습니다. 잘 듣고 있질 않았습니다.
선생님 : 정신차려, 중요한 시기란 말이다
# 점심시간 나무아래의 벤치
유우코 : 에에 또 4시까지 안자고 있었어?
시즈쿠 : (밥을 떠서 먹으려다가) 응, 괜찮아, 하나도 안 졸린걸
유우코 : (걱정스러운 듯) 그래도 너 요즘 멍하니 있을 때가 많더라 아까만 해도..
시즈쿠 : 잠깐 딴생각 했을 뿐이야, 쓰고 싶은 것이 정리가 안되서... (젓가락을 들었다가)
왠지 입맛이 없어..
# 시즈쿠네 집
(시즈쿠의 책상앞에는 붉은 X표시가 된 달력이 걸려 있고 다시 오늘 날자에다 X 표시를 한
후
책상에 앉아 글을 쓰려고 하는데 컨디션이 별로 안 좋은 지 계속 코를 풀다가 다리까지 까
딱 거리며 떨기 시작한다.)
(문이 열리며)
엄 마 : 시즈쿠 ? (아무 응답이 없자 두리번 거리다가) 어머 집에 있었네?
불도 안켜 놓고 뭐했니? 아니 빨래정도는 좀 해놓지..
시즈쿠 잠깐 이리 좀 와봐라
(어머니가 계속 잔소리를 늘어 놓을 것 같자, 씩씩거리며 일어나서 방문을 획 닫아 버린다.)
# 저녁식사 시간
(엄마, 아빠는 테이블에 앉아 식사를 하고 언니인 시호는 밥솥에서 밥을 푸고 있다.)
아버지 : 시즈쿠는? 집에 있지?
엄 마 : 먹고싶지 않테요.
# 시즈쿠의 방
여전히 책상에 붙어 앉아 글을 쓰고 있지만 진도가 잘 안나가는 듯 매우 신경질 적으로 책
을 본다
# 학 교
선생님 : 아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엄 마 : 수고가 많으십니다.
선생님 : 선생님 저 진로 지도실 비어있지요? 자 그럼 이쪽으로...
# 집
(언니가 부엌에서 노트북으로 과제?를 하고 있다.)
엄 마 : 다녀왔습니다.
언 니 : 다녀오셨어요?
엄 마 : 오늘은 일찍 왔네? 시호 아~~ 피곤해라..
언 니 : 커피 드실래요?
엄 마 : 그래 부탁해
언 니 : 저 엄마, 할 얘기가 있는데...
엄 마 : 뭔데 그러니?
언 니 : 나 저 자취하려고해요, 방은 벌써 봐 뒀어요
엄 마 : 하지만 돈이 꾀 들텐데?
언 니 : 괜찮아요, 아르바이트로 저축해 둔 것도 있고, 학원 강사자리도 알아봐서, 그럭저
럭 꾸
려갈 수 있어요
엄 마 : 그래? 시호한테는 맨날 일만 시켜서 미안했는데, 잘 해 보렴, 아버지께는 엄마가
말씀드
드려 줄게
언 니 : 정말? 신난다
엄 마 : 봄 까지는 힘들겠지만, 졸업하면 엄마도 취직할테고, 그때는 조금 도와줄게
언 니 : 기대하고 있을께요. 죄송해요, 졸업논문 때문에 정신없으실텐데. 고마워요
엄 마 : 졸업논문 자료정리헤준 것 만으로도 충분히 고마워.
언 니 : 방이 넓어지면 시즈쿠도 공부에 집중할 수 있을 꺼에요.
걔 요즘좀 이상해
엄 마 : 너도 그렇게 생각하니? 오늘 학교에 불려 갔었단다.
이것좀 보렴.
언 니 : 뭐예요? 이게 (시즈쿠의 성적표를 보고) 말도 안돼 100등이나 떨어지다니!
엄 마 : 걔 책상앞에 들어 붙어서 뭐하고 있는지 몰라.
# 저녁 퇴근 시간
아빠가 퇴근을 하고 자전거를 타고 집에 오신다. 동네 아줌마가 지나가면서
아줌마 : 안녕하세요?
아버지 : 안녀하세요?
(집으로 향하는 계단, 계단이 너무 좁아서 둘이 함께 올라가지를 못하자)
아줌마 : 죄송합니다.
(아버지가 집으로 들어서자 시호가 시즈쿠를 나무라는 모습이 제일 먼저 눈에 띈다.)
언 니 : 대체 이 성적으로 어느 고등학교를 갈려고 그래?
시즈쿠 : 상관없어 고등학교따윈 안가겠어
언 니 : 고등학교를 안가겠다? 세상 그렇게 만만하게 보는 거 아니야!
중학교만 졸업하고 대체 뭐를 하겠단느 거니?
시즈쿠 : 자기 앞길은 자기가 결정해!
언 니 : 건방떨지마 시즈쿠!
지금은 바로 닥쳐온 현실에 대해서 이야기 하는 거야!
시즈쿠 : 도망치고 있는 거 아니냐 공부보다 더 중요한 것도 있단 말이야
(아버지는 문앞에 서서 두 자매가 다투는 것을 한동안 보다가)
아버지 : 시호, 시즈쿠 그만들 하거라
두사람 모두 와서
언 니 : 아빠, 시즈쿠는 정말 심각하다구요!
아버지 : 시즈쿠 제대로 갈아입고, 이리로 와서 앉으렴, 어서
# 부엌
아버지, 언니, 시즈쿠는 서로 테이블에 마주 앉아 있다.
아버지 : (시즈쿠의 성적표를 보며) 흠...
시즈쿠? 시호가 말한 대로니?
시즈쿠: (볼이 잔뜩 부은채) 시험이 어떻게 되도 괜찮다는 건 아니예요.
언 니 :(비아냥 거리는 투로) 아까 고등학교 안간댔잖아
시즈쿠 : 그건 언니가 어디에도 못간다고 했으니까...
아버지 : 시호, 시즈쿠랑 둘이서 이야기하게 자리좀 비워주겠니?
언 니 : 예
아버지 : 엄마는?
언 니 : 타나까시댁에 가셨어요
(마침 엄마가 들어오자)
엄 마 : 다녀왔습니다.
언 니 : 다녀오셨어요? 엄마
엄 마 : 아버지도 들어오셨니?
언 니 : 예
아버지 : 아 당신도 여기앉지. 시호에게 시즈쿠에관한 얘기를 듣던 참이요,
(엄마도 테이블에 앉자)
아버지 : 그래, 시즈쿠, 지금 하고 있는 일이 공부보다도 중요한 거니?
뭘 하고 있는지 얘기해주지 않을래?
시즈쿠 : (아까보다는 기가 많이 죽은 목소리로)이야기할 수 있는 때가 오면 하겠어요.
엄 마 : 그걸 지금 꼭 해야 하는 거니?
시즈쿠 : 시간이 없어요, 앞으로 3주동안에 끝내지 않으면,
그동안 자기자신을 시험해 보기로 했어요, 꼭 해야해요.
엄 마 : 시험하다니... 뭘 시험하겠다는 거니? 얘기하지 않으면 알 수가 없잖니?
엄마, 아빠한테는 이야기할 수 없는거니?
(심난한지 아버지가 담배를 꺼내 물자 엄마가 타박을 준다.)
엄 마 : 여보!
아버지 :(겸연적은 듯) 아 미안... (아쉬운 듯 한모금 깊이 빨아 들이고서 비벼끄고는)
시즈쿠가 도서관에서 열심히 무언가하는 걸 보고 아빠는 사실 무척 감탄했단다.
당신은 어때? 시즈쿠가 하고 싶은 대로 해줄까?
살아가는 방법이 한가지 만 있는 것도 아니고.
엄 마 : 그야 저도 그런 경우를 한 두가지 알고는 있지만...
아버지 : 좋다. 그럼 네생각대로 한 번 해보렴,
하지만 남들과 다른 방식의 삶이란 그만큼 어려운 거란다. 무슨 일이 생겨도 남의
탓으
돌려버릴수 없으니까 말이야
엄 마 : 그리고 앞으로 식사시간에는 꼭 함께 할 것,
아버지 : 그래 가족이니까 말이야.
(시즈쿠가 자리에서 일어나자)
아버지 : 시호를 좀 불러 줄래?
엄 마 : 차 준비할께요
# 시즈쿠의 방안
( 언니는 침대에 누워있고, 시즈쿠는 책상에 앉아서 골똘히 뭔가를 생각하는 듯)
언 니 : 아빠 저렇게 말씀하셔도 사실은 공부하길 바라는 거 알지?
시즈쿠 : (약간 미안한 듯) 알고 있어, 얼굴에 다 써있는 걸
언 니 : 시즈쿠, 이번주 일요일에 이사한다.
시즈쿠 : (놀라며) 언니, 집 나가는 거야?
언 니 : (침대옆의 커텐을 닫으며) 그래, 열심히 해!
# 시즈쿠의 꿈속
남자의 목소리 : 빨리! 더 빨리, 서둘러
시즈쿠 : (이 소리에 쫓기듯 열심히 달리고 있다. )
남자의 목소리 : 진짜는 하나뿐이다!
시즈쿠 : 사방을 두리번 거리며 빛는 돌을 주우려고 손을 뻗으면서 )어느거지, 어떤게 진짜
야?
순간 영롱하게 빛을 발하는 것을 찾아서 손에 넣어자 빛나는 물체는 죽은 새끼 새로 변한
다)
시즈쿠: 꺄아.!
(악몽에서 깨어나 방바닥에 누우며, 도서관에서 빌렸던 책중에 감옥에서 바이올린
만드는 사내의 삽화를 보다가 눈을 감는다)
# 할아버지의 공방
할아버지가 페치카 앞에 앉아 있다. 순간 문이 열리면서 어떤 여인이 들어오자
할아버지 : 루이제 와 주었군....
나도 이제 상당히 나이를 먹어 버렸소....
(순간 타고 있던 장작이 툭 떨어지며 문을 열고 시즈쿠가 들어 선다.)
할아버지 : (시즈쿠를 발견하고) 아아, 시즈쿠양, 깜빧 잠이 들어 버렸군, 어서 들어와요,
시즈쿠 : (약간 긴장한 듯) 저... 소설을 완성해서 가지고 왔습니다.
할아버지 : 오오~ 드디어 완성되었군요..
시즈쿠 : 약속한 대로 할아버지께서 첫독자가 되주세요.
할아버지: 이건 아주 영광스러운데요.
시즈쿠: 저 지금당장 읽어주시면 안 될까요? 몇시간이든 기다릴수 있습니다.
할아버지 : 하지만 모처럼의 귀한 작품이라 시간을 두고 읽고 싶은데...
시즈쿠 : 재미없으시면 금방 그만두셔도 좋아요, 아니, 폐가 안된다면...
가슴이 두근거려서 도저히...
할아버지 : 알겠습니다. 지금 당장 읽어보지요.
자 불옆으로 ... 오늘은 상당히 쌀쌀하군요..
(커텐을 치면서) 이러면 훼방꾼들도 해결되겠지.
시즈쿠 : 저 괜찮으시다면, 아래층에서 기다리면 안될까요?
할아버지: 응?
시즈쿠: 괜찮습니다. 하나도 안 추운걸요
할아버지 :(의아하다는 듯) 상관없지만, 그래도...
(아래층 공방으로 내려와 다시 테라스로 나온 시즈쿠는 그대로 풍경을 바라보고 있다.
점점 날이 어두워 지고 비행기 한 대가 착륙하는 모습이 보여진다.)
할아버지 : (테라스로 나와 시즈쿠가 쭈그려 앉아 있는 모습을 보고는) 이런, 이런, 이런곳에
서...
시즈쿠양 잘읽어 보았습니다. 고마워요, 정말 좋았습니다.
시즈쿠 : (할아버지의 말에 일순 긴장이 모두 풀어지는 지 울음을 터뜨리며) 거짓말, 거짓말
이죠?
사실을 말씀해주세요! 쓰고싶은 것이 뒤죽 박죽이에요, 문체도 엉망인걸요... 저도
알고
있는 걸요..
할아버지 : 그래요, 거칠고, 미완성에다, 솔직하고, 세이지의 바이올린 같았어요..
막 꺼낸 원석을 아주 잘 보았습니다.
열심히 했주었습니다 당신은 정말 멋집니다.
당황하거나, 허둥거릴 거 없습니다. 시간을 두고 확실하게 연마해 주세요.
바람이 차니 그만 들어갑시다.
시즈쿠 : (계속 울먹이며) 저 쓰고나서 깨달았어요, 그저 쓰고 싶은것만으로는 안되는 걸.
더 공부하지 않으면 안된다고, 하지만 세이지가 점점 앞서 가버리니까 무리해서라도
쓰려
고, 겁이나서, 겁이나서
할아버지 : 세이지를 의식했군요.
# 할아버지네 페치가 앞
(어느 정도 진정이 ㄷ는지 함께 저녁으로 우동을 먹으면서)
할아버지: 맛이 어때요?
시즈쿠 : (코를 훌쩍어가며) 맛있습니다.
할아버지 : 세이지는 라면이었지. 세이지가 바이올린을 처음 완성했을 때...
그것도 점보 곱배기였다네
(식사가 끝난후 시즈쿠가 할아버지께 차를 따라드리자)
할아버지 : 아 고마워요.
그건 그렇고 어디까지 이야기했었죠?
시즈쿠 : (테이블에 앉아 차를 마시면서) 독일에 유학중 시내 가게에서 바론을 발견했던 것
까지
요.
할아버지 : 그래요, 그래 멜랑코리라고 해야 할까, 아무튼, 이표정에 끌려서 가게 주인에게
이
인형을 꼭 팔으라고 부탁을 했었지... 하지만 거절당했다네.
이 고양니남작에게는 이미 동행이 있어서 둘을 갈라 놓을 수는 없다는 거였어
수리를 위해서 장인에게 맡겨놓은 상태인데 상대가 돌아오길 바론이 기다리고 있
다는
거였지.
시즈쿠 : 마치 제가 쓴 이야기랑....
할아버지: 그렇지요? 이상할 정도의 우연의 일치지...
(할아버지는 이야기를 하면서 점점 더 기억 속으로 빠져 들어가면서)
할아버지 : 귀국할 날짜가 임박해와서 난 포기하려 했었지...
그때 함께 있던 여성분이 부탁을 했다네... 연인 인형이 돌아오면, 그녀가 그 인혀
을
맡아 두었다가 반드기 두 인형을 다시 만나게 해 주겠다고...
그제서야 주인도 납득했지. 그후 나는 바론만 데리고 독일을 떠나게 되었고...
반드시 데리러 올테니 그때까지 인형을 맡아 달라고 그 사람과 약속을 했지...
두 인형이 다시 만나는 날이 바로 우리 둘이 재회하는 날이 될 것을 믿으며....
그리고나서 곧 전쟁이 발발하고 그 약속은 지켜지지 못했지.
전쟁이 끝난후 그 마을에 갈 수 있게 되었을 때 사방에 수소문을 했지만, 그녀
의 행
그리고 바론의 연인도... 결국 찾을 수 없었지..
시즈쿠 : (분위기가 숙연해 지면서) 그분 할아버지의 소중한 분이셨군요.
할아버지 : 추억속에서 빛바래져 가는 바론을 시즈쿠양은 이야기속에서 다시 태어나게 해줬
어요.
그렇지 그걸...(무언가 생각 난 듯이 찾으러 간다)
자, 손을 내밀어봐요.
(하면서 지난번 시즈쿠에게 보여주었던 원석을 손위에 올려 놓는다.)
시즈쿠 : 저....
할아버지 : 그 돌은 시즈쿠양이 갖는게 어울려요.
열심히 자신의 이야기를 써나가 주헤요.
시주쿠 : 예!
(할아버지가 시즈쿠를 집까지 태워다 준다.)
시즈쿠 : 감사합니다. 안녕히 가세요!
# 집
(부엌에서 엄마가 노트북으로 작업을 하다가)
시즈쿠 : 다녀왔습니다.
엄 마 : 어서와라.
시즈쿠 : 아빠는요?
엄 마 : 목욕탕에...
(약간 엄한 목소리로) 너 지금이 몇신줄이나 아니?
시즈쿠 : 심려를 끼쳐드려서 죄송합니다.
오늘부터 다시 수험생으로 돌아 가겠습니다. 안심하십시오!
(하며 엄마에게 꾸벅 인사를 한다.)
엄 마 : 어머... 그럼 시험인가가하는게 끝난 거니?
시즈쿠 : 그럭저럭이요...
엄 마 : (방으로 들어가는 시즈쿠에게) 저녁은 어떻게 했니? 카레 있는데...
시즈쿠 : 먹었어요.
엄 마 :(혼자말처럼) 흠... 그럭저럭이라...
아버지 : (목욕을 마친 아버지가 시즈쿠의 방앞에서) 시즈쿠 들어간다! 가서 씻어라...
시즈쿠 :.....(옷도 안갈아 입고서 침대에서 잠들어 버렸다.)
아버지 : 전사의 휴식이군....(살짝 이불을 덮어주고 나온다.)
# 다음날 아침 시즈쿠의 방
어슴프레 새벽이 밝아오고 시즈쿠는 무엇에게 이끌리는 자리에서 일어나 창문을 열어 젖힌
다.
시즈쿠 : 끙차... (그때 창밖에 세이지가 와 있는 것을 보자)
거짓말!
(세이지가 시즈쿠에게 자신의 자전거 뒤자석을 가리키며 빨리 내려오하는 사인을 보낸다.)
시즈쿠 : 앗.. 잠깐만 기다려!
(시즈쿠는 세이지의 신호에 허둥되며 밖으로 뛰쳐 나가다가 물건을 쓰러뜨린다)
세이지 : (시즈쿠가 내려오자) 기적이야.... 정말로 만날 수 있을 줄을 몰랐는걸..
시즈쿠 : 이거 꿈은 아니지?
세이지 : 비행기 시간을 하루 앞당겼어...
자, 타.
(시즈쿠의 옷차림을 보고는) 앗 잠깐 그대로는 추울꺼야.(하면서 자기의 점퍼를 벗
어서
시즈쿠 : 나 코트 가져올게.
세이지 : 시간이 없어, 빨리 타.. 꼭 잡아.
(시즈쿠를 뒤에 태우고 도로를 달리면서)
세이지 : 너를 빨리 만나고 싶어서 마음속으로 계속 불렀어, '시즈쿠' 하고 말이야.
그랬더니 진짜로 니가 창을 여는거야..
우리들 정말 굉장하지?
시즈쿠 : 나도 보고싶었어. 정말 꿈만같아(하면서 살포시 세이지의 등에 머리를 기댄다)
(지나가던 운전사들이 두사람을 흘끔흘끔 쳐다보면서 지나간다.)
시즈쿠 : 참, 크레모나는 어땠어?
세이지 : 듣던거랑은 딴판이던데...그래도 난 할꺼야...
(주변을 보더니) 밝아지는데.
# 언덕길
세이지가 시즈쿠를 태운채 힘들게 페달을 밟아가면서 언덕길을 오르고 있다.
세이지 : 몸무게가 줄었는걸?
시즈쿠 : (약간 얼굴이 묽어지면서) 내릴까?
세이지 : 괜찮아! 너를 태운채 언덕길을 오르기로 결심했는걸.
시즈쿠 : 그런, 너무해!
짐만 되는거 싫단 말이야(하면서 자전거에서 내리면서)나도 힘이 되고 싶어!
세이지 : (뒤를 쳐다보면서) 그럼 부탁해... 금방이야 조금만 더...
(언덕을 다 올라오고 평지에 오자) 시즈쿠 빨리 타!
# 뚝방
세이지 : 늦진 않았군...
(뚝방 아래로 내려선후 시즈쿠가 내려오려고 하자)
잡아줄까?
시즈쿠 : 괜찮아!
세이지 : 이쪽이야..
(눈앞에 탁트인 운해?가 펼쳐저 있고 해가 서서히 떠오르는 장관이 펼쳐져 있다.)
시즈쿠 : 굉장해! 아침안개 때문에 마치 바다같아...
세이지 : 여기 나만의 비밀장소야... 이제 조금만 있으면...
(해가 차츰 차츰 떠오르면서 사방이 온통 빨갛게 물들어 간다)
세이지 : 시즈쿠에게 이걸 보여주고 싶었어. 할아버지께 시즈쿠의 일 듣고 말이야. 나 아무
런 힘
도 되주지 못해서... 너무 자기생각만 하느라...
시즈쿠 : 아니야, 세이지가 있었기 때문에 열심히 할 수 있었어. 나, 글써보길 잘했다고 생각
해.
그덕분에 전보다 나에대해 더 많이 알게 ㄷ어. 나 더 공부할꺼야
그러기 위해 고등학교에도 진학하기로 결정했어.
세이지 : (약간 쑥스러운 듯이 머뭇거리며) 시즈쿠, 저 말이지... 언제가 될 지 확실하지는 않
지만,
나랑 결혼해주지 않겠니? 나 꼭 훌륭한 바이올린 제작자가 될테니까..
그렇게 되면....
시즈쿠 : (의외로 너무나 쉽게) 그래.
세이지 : 정말로?
시즈쿠 :(약간 수줍은 듯) 응... 기뻐, 그렇게 됐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었어...
세이지 : 그래? 우와, 신난다!
(하면서 덥썩 시즈쿠를 끌어 안는다)
시즈쿠 : 잠깐만, 바람이 차.(하면서 점퍼를 나란히 어깨에 걸친다.)
세이지 : 시즈쿠, 널 좋아해 아주...
The So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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