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녀 배달부 키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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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짝반작 빛나는 호수 위에 구름이 흘러가고, 커다란 빨간 리본을 단 소녀가 바람에 쓰러진 풀밭에서 뒹굴며 하늘을 올려보고 있다. 라디오의 일기예보는 오늘 저녁도, 내일도, 모레도 맑은 날씨라고 알리고 있다.
그녀는 결심했다. 한 달 전의 예정이었던 여행을 오늘 밤에 하기로, 마녀의 규칙 중에 열세 살이 되면 부모 곁을 떠나 스스로 살아갈 마을을 찾아서 1년을 수행하게 되어 있었다. 소녀 키키의 어머니 코키리도 원래는 열세 살 때에 혼자서 이 마을에 느닷없이 나타났던 것이다.
그러나 대대로 전해져 내려온 마법으로 약을 조합하는 기술도 어머니의 대에서 끝나게 되고, 키키가 이 나이가 될 때까지 터득한 것은 하늘을 나는 능력뿐이었다.
불안해하면서 키키의 여행을 위해 새로 만든 검을 옷을 입혀주는 코키리지만. 사춘기의 소녀는 "하다못해 코스모스 색이면 좋을 텐데"라며 불만이다. 키키의 아버지 오키노에게 "높게 더 높게, 어렸을 때 처럼"이라며 안아달라고 조른다. 이미 어린아이가 아닌 딸의 무게를 견디면서 들어 올리고 결국은 서로 꽉 끌어안는 부녀,
그날 밤 오키노 저택의 현관 앞에 모인 마을 사람들. "바다가 보이는 곳을 찾으려고 해"라고 학교 친구에게 거리낌 없이 말하는 키키, 여행의 수행원을 맡은 것은 검은 고양이 지지였다. 신중한 성격으로 겁이 많긴 하지만 키키와는 대등하게 말하는 편한 사이다.
어머니로부터 건네받은 빗자루에 올라탄 그녀는 바로 정면을 향해서 정신을 집중시킨다. 그러자 바람이 일어나고 "부왓"하고 머리카락이 솟아오른다. 치마자락에 바람이 들어가고 이윽고 공중에 떠가는 키키, 그러나 아직 균형을 잡는 법을 터득하지 않은 걸까? 날아오르자마자, 옆으로 날더니 공중을 이리저리 휘젓다가 정원을 덮은 큰 나무의 숲에 부딪치고, 그 탄력으로 다시 날아오르긴 하지만 연이어 여기저기 나무에 부딪치며 날아가는 키키...
라디오 : 서북 카리키아 지방의 일기예보를 보내드리겠습니다. 대륙으로부터 뻗쳐온 고기
압에 의해 날씨는 대체로 회복세로 들어서고 있습니다.
오늘 저녁은 풍향은 서북서, 풍력은 3, 맑음.
아주 멋진 보름달이 뜨는 저녁이 되겠습니다.
내일은 맑겠습니다. 모레는 맑겠습니다.
다음은 생선 식품 시황을 보내드리겠습니다. 카리키아 중앙 시장의……
(키키, 라디오를 끈다. 그리고 누워있던 풀밭에서 몸을 일으켜, 하얀 울타리를 따라 달려 내려
간다)
[담쟁이 덩굴로 뒤덮인 집]
(지지가 현관 옆 창가에서 몸을 둥글게 말고 자고 있다)
키키 : 지지, 오늘밤으로 정했어!! 출발이야!!
지지 : !?
[방]
(천장에 약초와 드라이 플라워가 주렁주렁 매달려 있는 방이다. 토라 아줌마와 어머니가 얘기
를 나누고 있다)
키키 : (고개를 창문 안으로 들이민다) 엄--마!!
(토라를 본다) 앗, 안녕하세요? (다시 엄마를 향해) 엄마, 일기예보 들었어요?
오늘밤 갠대요! 아주 멋진 보름달이 뜬대요!!
엄마 : 키키, 너 또 아빠 라디오를 들고 나갔니?
키키 : 네, 괜찮죠? (방으로 들어온다) 토라아줌마, 안녕하세요? 나 결정했어요. 오늘
밤에 갈래요.
엄마 : 하지만 얘, 어제 밤엔 한 달 미룬다며.
키키 : 다음 달 보름이 맑을지 어떨지 모르잖아요. 나 맑은 날에 출발하고 싶어요! (뛰
어나간다)
엄마 : 아! 기다려! 키키--!! 앗! (약이 터진다) 후
토라 : 나간다니, 마녀 수행 말인가요?
엄마 : 예에. 오랜 관습이예요. 마녀가 될 아이는 열세 살이 되면 집을 나선다는.
토라 : 빠르군요, 키키가 벌써 그렇게 되었나요….
당신이 이 마을에 왔던 날은 자알 기억하고 있어요.
열세 살의 조그만 여자아이가 빗자루를 타고 하늘에서 내려왔었죠. 눈을 반짝반
짝 빛내면서, 약간은 건방진 듯한
엄마 : 하지만, 쟤는 하늘을 나는 것밖에 모른다구요.
이 약도 제 대에서 끝이예요.
토라 : 시대 탓이죠. 모든 게 변해 버리거든요. 하지만 내 류마티스에는 당신 약이 가
장 잘 들어요.
엄마 : 후후
[방]
(키키가 짐을 싸고 있다)
키키 : 어라, 그렇게 재촉하더니 막상 닥치니까 꾸물거리네.
지지 : 아냐. 여행은 좀더 신중하고 엄숙하게 행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거야.
키키 : 그래서 한달 늦췄다가 멋진 남자 친구라도 생기면 어떡해? 그땐 정말 출발 못할
거 아냐.
지지 : 정말 앞날이 걱정되네. 결정하자마자 당장 해치우는 성격이니…
키키 : 어, 그래. 난 선물 포장을 뜯을 때처럼 두근거리는걸.
(밖에서 자동차가 멈추는 소리가 들린다. 내다보는 키키)
키키 : 아빠--!! 나 오늘밤에 출발하기로 했어요!!
아빠 : 뭐라고?
키키 : 아까 결정했어요!
아빠 : 하지만, 이것 봐! 다음 주에 캠핑갈 도구를 빌려왔는데!
키키 : 죄송해요!
아빠 : 아, 이거, 안돼! (허둥거리다가 밧줄이 발목에 걸려 당겨지는 바람에 짐이 무너
져 내린다) 아앗!!
[집 안]
아빠 : (전화를 걸고 있다) 고맙습니다. 그럼, 기다리고 있겠습니다.
(다시 다른 데에 전화를 건다) 오키노입니다. 키키가 오늘밤 출발하게 되서……
예에, 그렇습니다.
(검은 옷을 입어보는 키키. 엄마가 거울에 비춰준다)
엄마 : 괜찮은 것 같다.
키키 : 하다못해 코스모스 색깔이라면 좋을텐데.
엄마 : 옛날부터 마녀의 옷은 이렇게 정해져 있어.
키키 : 까만 고양이에 까만 옷, 까만색 일색이네.
엄마 : 키키, 그렇게 겉모습에 신경쓰지 마라. 중요한 건 마음이야.
키키 : 알아요. 마음이라면 걱정 푹 놓으세요. 보여 줄 수 없어서 유감이네요.
엄마 : 그리고 항상 웃는 얼굴을 잊지 말고.
키키 : 네─에.
엄마 : 정착할 마을이 정해지면 곧 편지 보내야 한다.
(엄마가 나가고 곧 아빠가 방으로 들어온다)
키키 : 아빠! 저 라디오 나 주세요. (밖의 엄마에게 소리친다) 네? 라디오는 괜찮죠?
얻었다!!
아빠 : 하하하, 결국 뺏겼구나.
어디, 내 작은 마녀를 보여 주실까?
키키 : 우후후 (한 바퀴 돈다)
아빠 : 엄마가 어렸을 때랑 많이 닮았어.
키키 : 아·빠! 네? 비행기 태워 줘요, 어렸을 때처럼!
아빠 : 좋아. (키키를 들어올려 빙빙 돌린다)
함께 : 쿠쿡, 아하하하하──……
아빠 : 아, 하아 (내려 놓으며 숨을 몰아쉰다)
언제 이렇게 컸을까
일이 잘 안 풀리거든 돌아와도 된단다.
키키 : 그렇게는 안될꺼∼얼요!!
아빠 : 하하하하─……
좋은 마을을 발견하면 좋을텐데.
키키 : 웅.
[밤·마당]
(마을 사람들이 모여서 키키를 전송하고 있다)
남자 : 스스로 자기가 살 마을을 찾는다니 고생이 많겠는데.
여자 : 괜찮을 거예요, 키키라면.
소녀 1 : 있잖아, 어떤 마을로 할거야?
소녀 2 : 커다란 마을?
키키 : 웅, 바다가 보이는 데를 찾으려고 해.
소녀들 : 와아 ∼ 부럽다── ∼…
키키 : 난 수행을 하러 가는 거야. 딴 마을에서 1년 동안 노력하지 않으면 마녀가 될
수 없거든.
소녀 1 : 그래도, 디스코텍은 있겠지?
모두 : 쿠쿡 하하하───!!
엄마 : 키키, 시간이다.
키키 : 예!!
엄마 : 너 그 빗자루로 갈 거니?
키키 : 응. 새로 만들었어요. 귀엽죠?
엄마 : 안돼, 그런 작은 빗자루론. 엄마 빗자루를 갖고 가라.
키키 : 싫어요, 그런 낡아빠진 건.
엄마 : 그래서 좋은 거야. 길이 잘 들어서 폭풍에도 끄떡없이 날거든.
키키 : 일부러 고생해서 만들었는데. 그치, 지지?
지지 : 나도 어머니의 빗자루가 나을 거라고 생각해.
키키 : 배신자!!
토라 : 키키, 마을에서 사는 게 익숙해지면 자기 걸 만들면 되지 않겠니?
키키 : 웅…….
엄마 : 조심해라.
아빠 : 정신 똑바로 차리고.
키키 : 다녀오겠습니다──!!
소녀들 : Go Go 키-키!! Go-Go- 키-키!!
(빗자루가 잘 안 뜨자 키키는 한 대 친다. 그러자 갑자기 빗자루가 팍 날아오르면서 나무에 사
방팔방 부딪친다. 그때마다 방울소리가 울리고, 이윽고 키키는 보이지 않게 된다)
엄마 : 하여튼 서툴다니깐.
아빠 : 괜찮아. 무사히 간 것 같아.
남자 : 저 방울 소리도 당분간 못 듣겠구먼.
[상공]
지지 : 어디로 갈 거야?
키키 : 남쪽, 바다가 보이는 쪽으로!!
지지, 라디오 좀 켜! 지금 손을 못 떼겠어! 빨리!!
마녀 배달부
번역 : 하 주영(haime)
(비행이 좀 안정된 듯 날아가는 키키. 그러다가 다른 마녀를 발견, 그 쪽으로 접근한다)
키키 : 안녕하세요?
선배마녀 : 어머, 당신 신참?
키키 : 예, 오늘밤 출발했어요.
선배마녀 : 그 음악 좀 꺼 주지 않을래요? 난 조용히 나는 걸 좋아해서요.
키키 : 아. (라디오를 끈다) 저, 저어, 낯선 마을에 정착한다는게 어렵나요?
선배마녀 : 그거야 뭐, 여러가지 일이 있었죠. 그래도 난 점을 칠 줄 알아서 그럭저럭 해
나가고 있어요.
키키 : 점?
선배마녀 : 당신은 뭔가 특기가 있나요?
키키 : 에 , 아뇨. 이것저것 생각해보고는 있지만 .
선배마녀 : 그래요? 난 이제 곧 수행이 끝나요. 가슴을 펴고 돌아갈 수 있어서 기뻐요.
저 마을이 내 마을이예요. 크지는 않지만 그런대로 괜찮은 마을이죠.
당신도 열심히 해요.
키키 : 예!
(선배마녀는 곧장 내려가 사라진다)
지지 : 밥맛이야. 그 고양이 봤어? 메--롱!!
키키 : 특기라
(갑자기 번쩍, 번갯불이 내리꽂히며 비가 쏟아지기 시작한다)
키키 : 꺄아악!! 그 일기예보는 뭐야!! (밑으로 내려간다)
지지 : 안 돼! 화물열차야!!
(아랑곳없이 화물열차 안으로 들어가는 키키)
[화물열차 안]
키키 : 비가 그칠 때까지 한숨돌리자.
지지 : 야단맞지 않을까?
키키 : 들키면.
와∼, 흠뻑 젖었네.
지지 : 이거 흔들리지 않을까?
키키 : (건초 더미를 껴안으며) 와, 냄새 좋∼다!!
(키키, 건초를 덮고 눕는다)
[다음날 아침]
(소들이 풀을 뜯어먹으면서, 자던 키키의 발이 갑자기 쑥 빠진다. 놀라서 깨는 키키. 소들이
키키의 발을 핥는다)
키키 : 우아, 아, 하하하, 우훗, (건초를 헤치고 밑을 보는 키키. 소들을 발견한다)
미안해, 너희 밥인줄 몰랐어.
(지붕 위로 올라가는 키키. 눈 앞에 바다가 펼쳐져 있다)
키키 : 와아∼!! 지지, 바다야, 바다!! 굉장해……!! 처음 봐!!
지지 : 뭐야, 그냥 웅덩이잖아.
키키 : 와아! 저기 봐, 저기!
커다란 마을이다! 저 마을에 마녀가 있을까?
지지 : 글쎄.
키키 : 간다! (날아오른다)
[상공]
키키 : 지지, 꽉 잡고 있지?
지지 : 아아.
키키 : 저것 봐! 바다에 떠 있는 마을이야!!
(갈매기들을 뚫고 바다 위를 나는 키키. 시계탑이 보인다)
키키 : 시계탑이다! 나 이런 마을에 살고 싶었어.
지지 : 하지만 벌써 다른 마녀가 있을지도 몰라.
키키 : 없을지도 몰라.
(계속해서 마을 상공으로 날아가다가 잠시 멈추고 둘러보는 키키. 수많은 인파가 붐비는 광경
에 어리둥절해한다)
키키 : 굉장하다∼!
지지 : 너무 좀 큰데, 이 마을은.
탑관리인 : 호오, 마녀라니 별일일세.
키키 : 안녕하세요! 저, 이 마을에 마녀가 있나요?
탑관리인 : 아니, 요샌 도무지 못 봤어.
키키 : 들었니? 이 마을로 할래! 할아버지, 고맙습니다!!
탑관리인 : 천만에.
[대로 위]
(저공 비행으로 날아가는 키키. 사람들이 모두 쳐다본다)
지지 : 정말로 내릴 생각이야?
키키 : 물론이지.
지지 : 다들 보고 있어.
키키 : 웃는 얼굴! 첫 인상이 중요해. (터널로 들어가다가 2층버스가 나타나 부딪칠 뻔
한다) 꺄아!
사람들 : 와앗! 꺄아 !
(차들 사이로 마구 퉁겨지는 키키. 간신히 바로 잡아 모퉁이에 내려서서 지나가는 사람들에게
인사를 한다)
키키 : 저어, 저는 마녀 키키예요. 이쪽은 검은 고양이 지지. 실례하겠습니다! 저, 이
마을에서 살기로 했어요. 깨끗하고, 시계탑도 멋지거든요.
여자 : 그래? 마음에 든다니 다행이구나.
(사람들이 다 흩어진다. 당황하는 키키. 그때 경찰이 달려온다)
경찰 : 얘얘, 도로에 갑자기 뛰어들면 어떡해!?
하마터면 큰 사고 날 뻔했네. 도로 한복판을 날아다니다니 정말 몰상식하기 짝
이 없군!!
키키 : 하지만 전 마녀예요! 마녀는 하늘을 나는 게 당연한 걸요!
경찰 : 마녀라도 교통법규는 지켜야 돼. 주소와 전화번호는?
키키 : 집에다 연락해요?
경찰 : 넌 미성년자지? 필요하면 그럴 수도 있어.
톰보 : (off) 도둑이야---- 도둑이야----
경찰 : 앗!
톰보 : (off) 도둑이야----
경찰 : 넌 여기 있어!!
(경찰은 소리가 난 골목으로 사라지고, 키키는 슬슬 눈치를 보다가 도망친다)
지지 : 키키.
(침울하게 걷는 키키. 그때 자전거를 탄 남자애가 다가온다)
톰보 : 얘, 얘! 잘 도망쳤니? 도둑이라고 소리친 게 나야.
너, 마녀지? 날고 있는 걸 봤어. 정말 빗자루로 나는구나∼. 저기, 그 빗자루
좀 보여주지 않을래?
소년 : 톰보---!! 아침부터 여자 꼬시기냐!?
톰보 : 바보야! 하하하── (키키가 가려하자 황급히 따라붙는다)
부탁이야. 잠깐만. 응? 괜찮지?
키키 : (화난 목소리로) 도와줘서 고마워. 하지만 너한테 도와달라고 한 기억은 없어.
게다가 자기소개도 제대로 안 하고 숙녀한테 말을 거는 건 실례야! 흥! (몸을
돌려 간다)
톰보 : 어… 역시 마녀네. 우리 할머니하고 똑같아.
키키 : 따라오지 마!
(키키가 골목으로 들어가 버리자 톰보는 황급히 쫓아간다. 골목을 돌자 키키가 날아오르는 모
습이 보인다. 넋을 잃고 바라보는 톰보)
톰보 : 우와---- 멋있다∼∼!!
[호텔]
프론트 : 숙박하신다고요? 누구 보호자되시는 분은 안 계십니까?
키키 : 저는 마녀예요. 마녀는 열세 살에 자립하는 거예요.
프론트 : 그럼 신분증이라도 …
키키 : 됐어요.
[공원]
지지 : 안 먹어?
키키 : 먹고 싶음 너 줄게.
지지 : 벌써 저녁이 다 됐어 .
(공원 저쪽에 경찰차가 나타난다)
키키 : 가자.
[빵가게 앞]
(바다가 보이는 언덕 위에서 키키가 낙심한 표정으로 마을을 내려다 보고 있다. 이미 하늘은
발갛게 물들었다)
지지 : 딴 마을을 찾자구. 크고도 더 좋은 마을이 있을 거야, 꼭 …
오소노 : (뛰어나오며) 손님---! 물건 놓고 가셨어요!! 손님---!!
아아, 어쩐담? 이게 없으면 저 아기, 큰소리로 울텐데.
손님, 죄송하지만 좀 기다려 주실래요? 이거 전해주고 올게요.
키키 : 저어, 괜찮다면 제가 대신 전해드리면 안 될까요?
오소노 : 에? 하지만
키키 : 저 모퉁이를 돌아간 유모차 말씀이시죠?
오소노 : 그럼, 부탁해. 미안해.
키키 : 아녜요. 지지, 간다!
(키키가 돌담 위에 올라서더니 갑자기 뛰어내리자 오소노는 질겁을 하고 아래를 내려다본다.
그러나 키키는 이미 저만치 날아가고 있다)
오소노 : 어어……어엇, 와아∼∼!!
키키 : (유모차 앞에 내려서며) 빵가게 아줌마한테 부탁받았어요. 놓고 가신 물건이요.
아기 : 앙--- 앙-- 와앙---앙앙----
(아기는 고무젖꼭지를 물자 울음을 뚝 그친다. 그걸 보고 웃는 키키와 아기 엄마)
[빵가게]
오소노 : 감사합니다. 많이 기다리셨죠? 늘 가져가시던 걸로요.
(가게에 들어온 키키를 보고) 아, 수고했어. 들어와서 기다려.
감사합니다. 기다리시게 해서 죄송합니다. 예, 고맙습니다. 살펴가세요.
(손님이 다 나가자 키키를 돌아본다) 놀랐다. 너 하늘을 날 줄 아는구나.
키키 : 이 편지를 전해드리라고 해서 왔어요.
오소노 : 응? 아까 그 사람의 싸인아냐? (편지를 읽는다) 아가의 고무젖꼭지 잘 받았습니
다. 감사합니다.
키키 : 그럼, 전 이만.
오소노 : 아, 잠깐. 저기, 잠깐 놀다가지 않을래? 답례도 하고 싶고.
이쪽으로.
[식당]
오소노 : 앉아라. 커피로 할래?
키키 : 예.
고맙습니다.
오소노 : (접시에 우유를 따라 지지에게 준다) 넌 이거.
오소노 : 그래, 자신의 마을을 찾는단 말이지.
키키 : 이 마을분들은 마녀를 좋아하지 않으시는 모양이예요.
오소노 : 큰 마을이니까 그래. 별별 사람들이 다 있거든. 하지만, 난 네가 마음에 들었
어.
(오소노가 우유를 핥고 있는 지지를 바라보며 윙크하자 지지는 소름이 끼치는 듯 털을 쫙 세우
고 키키한테 간다)
오소노 : 그건 그렇고, 잠잘 데는 정했니?
키키 :
오소노 : 뭐야, 그럼 빨리 말하지. 우리 집에 빈 방이 있으니까 써도 돼.
키키 : 정말이예요, 아주머니!?
오소노 : 하하하, 아주머니가 아니라 이 근처에선 '빵집의 오소노'로 통하고 있어.
키키 : 전 키키라고 해요. 얘는 검은고양이 지지고요!
[별채 다락방]
오소노 : 좀 더럽긴 하지만 네 맘대로 써도 괜찮아.
키키 : 예.
오소노 : 수도와 화장실은 아래쪽이야. 무슨 일이 있으면 어려워말고 말해. (나간다)
키키 : 고맙습니다.
지지 : 먼지투성이야.
키키 : 응.
지지 : 나 내일 아침이면 흰고양이로 변해있을 것 같애.
(창문을 여는 키키. 먼지가 뭉게뭉게 일어난다)
키키 : 지지, 바다가 보여.
지지 : 내일 딴 마을 찾아볼거야?
키키 :
지지 : 엉?
(맞은 짝의 집 창가에서 흰 암코양이가 지지를 보고 흥! 하며 고개를 돌린다)
지지 : 쳇쳇, 잘났어 정말!
라디오 : 세계 비행선 보급 연맹이 건조한 '자유의 모험'호가 남극을 향해 출발했습니다.
키키 : (라디오를 끄며) 나 조금만 더 이 마을에 있어볼래. 오소노 아줌마처럼 날 마음
에 들어하는 사람이 또 있을지도 몰라… .
[다음날 아침]
(침대 위에 돈을 늘어 놓고 세고 있는 키키)
키키 : 전화를 놓는데 얼마나 들 것 같니?
지지 : 전화?
키키 : 그래, 가게를 열려고.
[제빵실]
키키 : 안녕히 주무셨어요?
오소노 : 안녕. 잘 잤니?
키키 : 예에. 와아, 냄새 좋은데요. 도와드려도 되요?
오소노 : 응.
(주인아저씨가 지지의 시선을 의식한 듯 빵접시를 휭휭 놀린다. 눈을 동그랗게 뜨고 쳐다보는
지지)
[빵가게 안]
오소노 : 배달이라고.
키키 : 전 하늘을 나는 것밖에 할 줄 아는 게 없거든요. 그래서 배달일이 어떨까 하고
요.
오소노 : 재미있겠는데! 하늘을 나는 배달부란 말이지. 많이 생각했네.
그 방 써도 좋아.
키키 : 정말요? 고맙습니다! (제빵실로 건너가면서) 전화를 놓으려고 해요.
오소노 : 돈이 들잖아?
키키 : 조금은 갖고 왔어요.
오소노 : 아깝잖아.
저기, 우리 가게의 전화를 쓰지 그래? 손님이 올 때까지가 정말 곤란하거든. 난
만삭이고 하니 네가 가끔 가게를 봐주고 그걸 방세와 전화세로 치는 거야. 어
때? 하는 김에 아침밥도 제공!
키키 : 와아, 고마워요!! 저, 열심히 일할게요!! (달려가 덥썩 안긴다)
오소노 : 우와!!
키키 : 오소노 아줌만 정말 좋은 분이세요.
오소노 : 하하하----!!
[다락방]
(키키가 바닥을 물청소 하고 있다)
키키 : 지지, 끝났다. 장보러 가자.
(키키는 그대로 달려나가다가 차도 한 복판에 뛰어들어 치일 뻔한다. 건너서는 아무 일도 없었
던 척 천천히 걷는 키키)
지지 : 뛰어 나가면 안돼. 여긴 시골이 아니라구.
키키 : 알고 있어. 나도 모르게 그런 거야.
(여자애들 한 무리가 어쩌구 저쩌구 수다떨며 지나간다)
키키 : 좀더 멋진 옷이었더라면 좋았을텐데
[수퍼]
키키 : 산다는 건 물건이 들어가는구나.
지지 : (검은고양이가 그려진 컵을 발견한다) 키키, 이것 봐! 이것 봐!
(키키, 양손에 커다란 봉투를 들고 몸으로 문을 열고 나온다)
지지 : 돈이 모자라?
키키 : 당분간 핫케익으로 버티는 수밖에 없겠어.
(지나가다가 쇼 윈도우 안의 빨간 구두를 들여다본다)
예쁘다
(저쪽에서 소년들의 왁자지껄한 웃음소리가 들린다. 한 무리의 소년들이 오픈 카를 타고 달려
오고 있다)
소년들 : 하하하하----!!
톰보 : 앗, 서! 서! 마녀 아가씨!!
오늘은 안 날아?
키키 : !!
톰보 : 야아, 정말로 까만 옷을 입고 있구나. 앗, 잠깐 기다려 마녀 아가씨!
소년들 : 하하하하---!!
[가게 마당]
오소노 : 키키, 마침 잘 됐다. 손님이야.
키키 : 예?
오소노 : 물건을 배달해달라는 사람이 있어.
키키 : 정말이요? 곧 갈게요!!
(다락방으로 화급히 뛰어가 짐을 놓고 빗자루와 지도를 꺼낸다) 지도----!
(가게 안으로 뛰어들어오는 키키를 보고 세련된 미녀가 웃는다)
오소노 : 우리 가게의 단골손님이야. 네 이야기를 하니까 딱 알맞겠다고 하셔서.
미녀 : 귀여운 마녀 아가씨네요.
키키 : 키키라고 합니다.
미녀 : 이걸 배달해줬으면 하는데. 저녁때까지 되겠니? (보자기로 덮인 새장을 키키에
게 건네준다)
키키 : 예!!
미녀 : 조카 생일 선물인데, 급한 일이 생겨서 못 가게 됐거든.
키키 : 어디로 배달하면 될까요?
(지지는 보자기 틈새로 자기와 똑같이 생긴 인형을 발견한다)
지지 : 내가 있네
미녀 : 좀 멀지 않을까?
키키 : 똑바로 나는 거니까 괜찮아요.
미녀 : 수고비는 얼마니?
키키 : 에, 아직 정해놓지 않았어요.
미녀 : 이 정도면 될까?
키키 : 이렇게나 많이!? 정말 고맙습니다!!
(톰보는 자전거를 타고 지나가다가 키키가 날아가는 걸 발견한다)
톰보 : 앗! 우와아---!! 이야!
대단해∼∼!!
오소노 : 나도 날 줄 알면 좋을텐데.
톰보 : 아줌마, 저 애 아세요?
[상공]
지지 : 키키, 어디까지 올라갈 셈이야?
키키 : (지도를 꺼내며) 첫 일인데 순경아저씨한테 방해 받고 싶진 않지 않겠어?
지지 : 난 또 천사한테 배달하러 가는 줄 알았지.
키키 : (지도를 접으며) 저 곶 너머야. 간다!
지지 : 와앗!!
키키 : 지지, 나 이 마을이 맘에 들었어!
지지 : 방심은 금물!
키키 : 이젠 엄마한테 편지를 보낼 수 있게 됐어!
(기러기떼가 지가가는 것을 보며) 기러기떼다. 멋져---!!
우리하고 같은 방향으로 간다.
(갑자기 기러기들이 울기 시작한다)
키키 : 왜 저러는 거야?
지지 : 바람이 온대.
키키 : 에?
지지 : 높이높이 올라가래.
키키 : (갑자기 강풍이 불어닥친다) 꺄앗!!
(바람에 휘말려 균형을 잃은 키키는 그만 새장을 떨어뜨리고 만다)
키키 : 큰일났다!
(전속력으로 하강하여 새장을 붙잡는 키키. 그러나 멈추지 못하고 그대로 숲까지 떨어진다)
(까마귀의 시끄러운 울음소리에 눈을 뜨는 키키. 까마귀 둥지가 옆에 보인다)
키키 : 이런! 안돼!
(까마귀가 키키를 향해 까악까악거리며 공격한다)
키키 : 왓, 미안미안!!
용서해 줘. 네 알을 훔치려고 한 게 아냐!
(날아오르는 키키. 그래도 까마귀는 쫓아와서 울다가 돌아간다)
키키 : 하아 무서웠어.
지지 : 키키가 잘못한 거야. 일부러 기러기들이 바람이 온다고 가르쳐줬는데.
키키 : 정말 그래.
(기러기들을 보며) 대단해. 저 바람을 이용해 저렇게 높이 날아올랐어!
지지 : 키키!!
키키 : 응!?
지지 : 없어졌어!!
(키키는 새장 안이 비어있는 것을 발견한다. 급정거하는 키키)
키키 : 정말!? 큰일났다!!
지지 : 아까 떨어질때였나봐.
키키 : 응! (숲으로 다시 돌아가는 키키. 그러나 까마귀떼들이 시끄럽게 운다)
지지 : 알도둑이 또 왔다고 말하고 있어.
키키 : 그런 어떡하지?
(까마귀떼가 단체로 날아올라 키키를 공격하기 시작한다)
키키 : 꺄아! 앗! 와앗!
아앗, 빗자루를!! (새장으로 까마귀들을 슛는다) 저리 가!! 저리 가란말야!! 이
잇, 저리 가!!
(위로 피신하는 키키. 그러나 까마귀떼는 여전히 시끄럽게 울어댄다)
어쩐담. 아직도 흥분해있어…
지지 : 아--아. 마녀도 많이 몰락했구먼. 까마귀는 마녀의 사자인데말이지.
키키 : 그건 까마득한 옛날 얘기잖아.
지지 : 해가 지면 몰래 다가가서 찾는 수밖에 없어.
키키 : 약속시간에 늦어버려.
지지, 이렇게 된 이상 마지막 수단이야!
(새장 안에 갇힌 지지!)
지지 : 들킬꺼야!!
키키 : 제발, 찾으면 금방 데리러 올테니까.
지지 : 저 집?
키키 : 응. 움직이면 안돼.
지지 : 숨은?
키키 : 될 수 있으면 쉬지마.
[케토네 집]
케토 : 이모가 보낸 선물이다!! (새장안을 들여다본다)
이상한 거네. (새장을 들고 흔든다) 하하하 .
케토 엄마 : 늦었네. 동생한테 전화가 와서 기다리고 있었어요.
키키 : 죄송합니다. (주머니에서 수첩을 꺼내며) 싸인 해 주세요.
(게속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안쪽을 기웃거린다)
케토 : 엄마, 카나리아를 옮겨도 돼요?
케토 엄마 : 그래. 도망치지 않게 조심해라.
케토 : 응!
키키 : 감사합니다! (서둘러 날아오른다)
[거실]
(내동댕이쳐지는 지지)
케토 : 얌전히 있어, 핏치! 요녀석, 도망가면 안돼.
지지 : (개를 보고 긴장한다) 키키, 빨리∼!
[숲속]
키키 : 큰일났네, 이 근처일텐데 .
(그러던 중 통나무집이 눈에 띈다. 다가가 통나무집의 창문을 통해 안을 들여다본 키키는 고양
이 인형을 발견한다)
키키 : 있다!!
실례합니다! 아무도 안계세요!?
실례합니다!
우르슬라 : (off) 예에!! 지금 손을 놓을 수가 없는데 올라 와 줄래요?
키키 : (사다리를 타고 올라가다가 눈앞에서 까마귀가 울자 놀란다) 앗!!
우르슬라 : 무슨 일?
키키 : 저, 창문 옆에 있는 검은 고양이 인형말인데요, 제가 떨어뜨린 거거든요.
우르슬라 : (까마귀를 향해) 착하지, 움직이지 마.
아까 숲속에서 주웠어요. (계속 그린다)
키키 : 저어, 돌려주시면 안될까요?
우르슬라 : 잠깐 기다려요. 지금이 고비라서.
(까마귀를 보고) 멋져∼, 너 참 미인인데.
[통나무집 안]
우르슬라 : 뭐라구? 그럼 그렇다고 빨리 말하지. (인형을 키키에게 넘겨주며) 약간은 맘에
들었었는데.
키키 : 미안해요. (인형을 살펴보다가) 앗! 찢어졌다……
우르슬라 : 까마귀들 짓일 거야. 그때 되게 소란스러웠거든.
키키 : 어떡하지, 손님 건데……
우르슬라 : 저기, 교환 조건은 어때?
(걸레로 바닥을 닦고 있는 키키. 우르슬라는 테라스의 벤치 위에서 바느질을 하고 있다)
우르슬라 : 13세에 자립이라. 멋진데. 나 그런 거 좋아해.
키키 : 저어, 고치겠어요?
우르슬라 : (자신있는 표정으로) 맡겨 두라니까!!
[케토네 집 거실]
케토 엄마 : 케토!
케토! 빨리 목욕 안 할래!? 손님이 곧 오실 거란 말야.
케토!!
(바닥에 팽개쳐져 있는 지지를 유심히 보는 제프. 지지는 긴장해서 온몸에 식은땀을 흘린다.
제프가 어슬렁어슬렁 다가와 쭐떡 핥자 지지는 기겁을 하고 놀란다. 그러나 제프는 지지의 생
각과는 반대로 오히려 지지를 감싸면서 엎드리고는 졸기 시작한다)
[통나무집]
우르슬라 : 다 됐다!!
키키 : 고마와요!
우르슬라 : 자, 어서 지지를 구하러 가.
키키 : 하지만 아직 다 못 치웠는데
우르슬라 : 이 정도면 됐어. 자 빨리 빨리!!
키키 : 고마와요. (날아오른다)
우르슬라 : 후후
[케토네 집 식당]
케토 : 제프는 정말 이상한 녀석이예요.
가족들 : 하하하하
케토 엄마 : 이상하지, 제프는 고양이 인형이 너무너무 맘에 드는지 떼 놓질 않아.
케토 아빠 : 강아지라고 생각하고 있는 건 아닐까?
할머니 : 마키가 들으면 화 내겠다.
가족들 : 하하하하.
케토 : 좋아요, 나 제프한테 줄래요.
할머니 : 제프도 완전히 할아버지가 다 됐으니 상냥하게 돌봐줘야 한다, 케토.
케토 : 하지만 맨날 잠만 자는 걸요.
할머니 : 그렇긴 하구나.
(제프가 지지를 입에 물고 현관문 앞으로 간다)
케토 엄마 : 케토, 제프가 밖에 나가고 싶은 모양이다. 열어 줘라.
케토 : 예.
(문을 열어주며) 일 다 보면 네가 닫고 와.
(제프는 나오자 지지를 가만히 내려 놓는다. 지지는 잽싸게 몸을 일으켜 구석으로 달려가고 자
동차 뒷쪽에서 키키가 마주나온다)
키키 : 지지! (지지를 끌어안는다)
지지 : 늦어 !
키키 : 미안해.
지지 : (제프를 가리키며) 저 사람이 날 살려줬어.
인형을 갖다 주겠대.
키키 : 부탁해도 되겠니.
(제프는 키키가 준 인형을 물고 들어간다)
[밤 하늘]
키키 : 아직도 몸이 이상하니?
지지 : 배고파.
키키 : 정말. 나도 힘이 쪽 빠졌어. 그래도 멋진 하루였어.
맞아, 인형을 찾아준 사람이 있지, 날 모델로 그림을 그리고 싶대.
지지 : 누드?
키키 : 바보!!
(구쵸키 빵집. 주인아저씨가 안절부절못하며 왔다갔다하고 있다. 윈도우에 "물건배달합니다.
키키"라고 쓰인, 빵으로 만든 마녀 모양의 리스가 보인다. 아저씨는 갑자기 창 밖을 보더니 안
으로 들어가고, 이어 키키가 내려서 윈도우의 리스를 보고 놀란다. 가게 안으로 들어와 오소노
에게 묻는 키키. 오소노는 남편을 가리킨다. 빗자루를 내던지고 아저씨에게 달려가 껴안는 키
키. 오소노의 대소하는 모습이 보인다)
[낮·빵가게]
키키 : 후우---, 한가하네…… (눈 감고 졸기 시작)
지지 : 어, 안돼. 가게보고 있는 중이잖아.
키키 : 그치만 손님이 통 안 오는 걸.
지지 : 조금 있으면 붐빌 시간이야.
키키 : (졸린 눈으로) 그거 말고 배달 손님말야.
지지, 이대로 계속 손님이 안 와서 할머니가 될 때까지 매일 매일 매--일 핫케
익만 먹게 되면 어떡하지?
지지 : 난 핫케익 좋아. 타지만 않으면.
키키 : (눈을 흘긴다) 고양인 속편해서 좋겠다. 그러다가 핫케익처럼 둥그렇게 되도 난
몰라.
(창 밖에 저번의 미녀가 지나가면서 인사한다. 마주 손흔드는 키키)
키키 : 멋있구나, 패션 디자이너란
지지 : 저 집 고양이 싫어. 왕 재수거든.
(전화벨이 울린다)
키키 : 예, 구쵸키 빵집입니다. 옛? 예!! 해요!!
(지지에게) 지지, 손님이야. 손님!!
4시 반까지 댁으로 찾아뵈면 되죠? 예, 알겠습니다.
(톰보가 쇼윈도우 밖에서 가게 안을 기웃거린다)
키키 : 주소 불러 주세요. 예, 예, 파란 지붕을 한 집이라고요.
예, 감사합니다. 반드시 찾아뵙겠습니다!!
(문이 열리며 톰보가 들어온다. 놀라는 키키)
톰보 : 여어--!
(키키, 외면하며 지도를 본다)
톰보 : (off) 주세요. 이걸로요.
키키 : (퉁명스럽게) 감사합니다. (다시 지도를 들여다본다)
톰보 : 부탁이야, 그렇게 화부터 내지 말고 들어줘.
오늘 우리 클럽에서 파티가 있거든. 비행클럽인데 네가 꼭 와줬으면 해. 이거
초대장.
진지한 모임이라구. 다들 네 얘길 듣고 싶어하고 있어.
(손님이 들어온다)
키키 : 앗, 어서오세요.
아저씨 : 여기서 배달을 한다고 들었는데 .
키키 : 아, 예!! 물건을 보내시게요?
아저씨 : 이걸 빨리 날라줬으면 하는데.
키키 : 알았습니다. (짐을 드나 휘청거린다) 영차!
아저씨 : 괜찮니?
키키 : 예.
톰보 : 도와줄까?
키키 : 됐어. (짐을 계량기 위에 놓고 눈금을 읽고 메모한다)
톰보 : 6시에 데리러 올테니까 그때까지 결정해 둬. 그럼!!
키키 : 아!
아저씨 : 얼마니?
키키 : 아, 저, 시내예요, 시외예요?
아저씨 : 상자에 써 놨는데.
키키 : 옛? 아, 죄송합니다.
[오소노씨네 방]
(오소노, 뜨개질을 하고 있다)
키키 : (문을 벌컥 열며) 오소노 아줌마---!
어떡하죠? 파티 초대장을 받았어요!
오소노 : 멋진데∼, 다녀오렴.
키키 : 하지만, 전 이 옷밖에 없는걸요.
오소노 : 어라? 그런 데 신경쓰고 있었니? 그 옷 참 좋아. 검은 색은 여자를 아름답게 보
이게 하거든.
키키 : 정말요?
오소노 : 일은?
키키 : 아, 두 건이나 들어왔어요. 벌써 4시네, 큰일났다!!
죄송해요, 가게 부탁해요!! 지지! 지지!!
오소노 : 후후
[상공]
지지 : 그렇게 걔한테 화를 내더니 파티에 갈거야?
키키 : 말시키지 마! 이 짐은 너무 무거워서 집중해야 한단 말야!
(도착하여 물건을 건네는 키키)
여자 : 고마워요.
키키 : 서두르자! (다시 날아오른다) 다음은 4시 30분 약속이지.
푸른 지붕이다.
[푸른 지붕의 저택]
키키 : 저, 배달 의뢰를 받은 키키라고 하는데요.
바싸 : 응, 들어오렴.
시간 맞춰 왔구나.
키키 : 네.
바싸 : 마님, 왔어요.
노부인 : 이런이런, 큰일났네. 벌써 약속 시간이 됐나?
바싸 : (키키에게) 들어오렴.
키키 : 네.
바싸 : 그건 맡아두마.
(빗자루를 들고 가다가 지지를 보고 미소짓는다)
바싸 : 검은 고양이에 빗자루, 정말로 증조할머니의 말씀대로구나.
키키 : 마녀 키키라고 합니다.
노부인 : 그래그래, 귀여운 마녀 아가씨구나.
그런데말야, 배달을 맡기려 했던 요리가 아직 안 구워졌거든. 오븐 온도가 조금
도 올라가질 않아. 이상하지.
어쩔 수 없다니까, 기계나 사람이나 나이를 먹으면.
손녀의 파티에 따뜻한 요리를 보내주려고 했는데. 내 자랑거리인 청어와 호박쌈
파이. 하지만 포기해야겠군, 손녀에겐 전화로 사과해 둬야지. 네겐 헛걸음을 시
켜버렸구나.
바싸, 바싸! 마녀 아가씨한테 사례를 해 주게.
바싸 : 아, 예.
노부인 : 괜찮아. 약속대로 줘.
키키 : 할머니!
노부인 : 그렇게 해요. 네 탓이 아니잖니.
키키 : 아, 할머니, 저 아직 시간이 좀 있거든요. 저 오븐은 쓰지 못하나요? (벽에 붙
은 가마를 가리킨다)
노부인 : 응? 아, 이거 말이니. 옛날엔 이걸로 곧잘 굽곤 했는데, 하지만 안 쓴 지가 오
래돼서……
키키 : 장작을 때는 오븐이라면 저도 거들 수 있어요. 시골에서 어머니께 배웠거든요.
노부인 : 그래도 일이 아주 많아요.
바싸 : 명안인데요. 전 전기는 싫지만, 장작이라면 난로에다 쓰는 게 있고요.
키키 : 해요, 할머니.
노부인 : 그래, 그럼 좀 부탁할까.
(일 시작. 키키는 창고로 가서 장작을 나른다)
지지 : 착한 척 하다가 파티에 늦어도 몰라.
키키 : 하지만 돈만 받을 순 없잖아.
서두르자.
(장작을 부엌으로 가져가 가마에 쌓는다)
바싸 : (풀무를 가져오며) 봐요. 아직 쓸 수 있어요.
노부인 : 어머니께서 참 잘 가르치셨구나. 순서를 잘 아네.
왠지 두근거리는걸.
바싸 : 난 전기가 싫어요.
노부인 : 딱 알맞다. 아, 그 정도면 됐어.
(키키가 파이를 넣자) 이제 기다리기만 하면 돼.
키키 : 40분 정도요?
노부인 : 아, 그래. 자, 좀 쉴까.
키키 : 그 밖에 또 도울 일은 없나요?
노부인 : 어, 그래. 그럼 부탁 좀 할까.
(키키, 샹들리에의 전구를 갈고 있다)
바싸 : 미안하구나.
키키 : 아녜요.
지지 : 이젠 제시간에 못 갈걸, 아마.
키키 : 걱정 마. 풀스피드로 날아가면 15분에 빠듯하게 세이프야.
노부인 : 차가 준비됐어요. 이리로 와요.
[식당]
노부인 : 6시부터 파티? 안 늦겠니?
키키 : 괜찮아요. 15분이면 충분하거든요.
노부인 : 이런!! 저 시계는 10분이 느린데!!
키키 : 네? 어, 어떡하지!?
노부인 : 빨리 가마로! 어서!
키키 : 네, 네!
노부인 : 바싸, 바싸!
(가마에서 지글지글 구워진 파이가 꺼내어진다)
키키 : 어때요?
노부인 : 잘 구워졌다. 자, 어서!
키키 : 네!!
바싸 : (뛰어온다) 에, 헉헉, 아에, 서둘러!
키키 : 네!!
노부인 : 잊은 게 있구나. (돈을 건네준다)
키키 : 앗, 안돼요, 이렇게 많이!!
노부인 : 받아 두렴.
바싸 : 아, 빨리빨리!!
노부인 : 멋진 파티가 되기를!
바싸 : 그리로 나가!
[상공]
(날씨가 잔뜩 궂어져 있다)
키키 : 아까까지만해도 그렇게 날씨가 좋더니!
지지 : 수염이 삐직삐직거려.
(빗방울이 떨어지더니 곧 장대비가 되어 쏟아지기 시작한다)
지지 : 비 좀 긋자.
키키 : 안돼, 늦어버려! 이 요리도 식어버린다고!
(6시. 톰보가 빵집 앞에 와서 키키를 기다리기 시작한다)
(폭우를 맞으며 키키는 간신히 목적지에 도착, 벨을 누른다)
손녀 : (꼴이 말이 아닌 키키를 슥 훑어보곤) 어떻게 오셨죠?
키키 : 배달왔어요.
손녀 : 어머, 흠뻑 젖었잖아.
키키 : 비가 갑자기 내려서 그래요. 하지만 음식은 괜찮아요.
손녀 : 그래서 필요없다고 한 건데.
안에서 : 무슨 일이야?
손녀 : 할머니가 또 청어 파이를 보냈어.
키키 : 아, 영수증에 싸인 해 주세요.
손녀 : 난 이 파이 싫어해요. (문을 쾅 닫는다)
지지 : 쟤가 정말 그 할머니의 손녀야? 메롱, 메롱!! (혀를 내민다)
(다시 날아오르며) 파틴 이미 늦었지?
(톰보는 기다리다가 결국 빵가게 앞을 떠난다. 키키는 그때서야 빵가게 근처까지 날아오고, 지
지는 길을 내려가는 톰보를 발견한다)
지지 : 키키, 걔다! 지금이라면 아직 안 늦었어!!
[빵가게 안]
오소노 : 고생했지? 그 남자애 계속 기다리고 있었어.
키키 : 이젠 됐어요. 이런 꼴론 갈 수 없는 걸요. (방에 뛰어들어간다)
[키키의 방]
지지 : 왜 그래 키키? 머리 아파? 뭐 좀 먹자. 나 배고파.
[다음날 아침]
오소노 : 키키!
몸이 안좋니? 굉장한 열인데!!
키키 : 머리가 띵해요.
오소노 : 너 어젯밤에 제대로 안 닦고 잤구나?
키키 : 나, 이대로 죽는 건 아닐까요…….
오소노 : 응? 하하하---, 그냥 감기야. 약 갖다 줄게. 그리고 뭘 좀 먹어야 해.
키키 : 생각없어요.
오소노 : 입맛이 없어도 조금 먹어두는 게 좋아. 밀크 수프를 만들어 올게. 지지한테도.
지지 : 이야옹∼∼…
오소노 : (수프를 뜨면서) 감기 걸렸을 땐 이게 제일이란다. 자, 지지. 뜨거우니까 조심
해.
(키키에게) 자, 식기 전에 먹으렴. 일어날 수 있겠니?
키키 : 꼭 먹어야 돼요?
오소노 : 낫고 싶으면. 아, 맞아. 좀 전에 그 남자애가 가게에 왔었어.
키키 : 에!?
오소노 : 아프다고 했더니 마녀도 병에 걸리냐고 묻는 거 있지. 후후, 나중에 병문안 오
고 싶다는데. 어쩔까?
키키 : 안돼!
오소노 : 헤헤, 그렇게 말할 것 같아서 정중히 거절했단다. 푹 쉬어. 피로가 쌓인 게 나
온 거야.
창문을 열어 둘게.
키키 : 오소노 아줌마……
오소노 : 응?
키키 : 응 아녜요.
[다음날 아침]
키키 : 지지, 지지!!
지지 : 왜∼!?
(담장 위에 웅크리고 있는 지지. 저쪽 집에서 예의 흰 암코양이가 나오는 것이 눈에 띈다. 눈
이 마주치자 온몸에 전류가 찌리릿 흐르는 지지. 둘은 마주보다가, 지지 쪽에서 먼저 다가간
다)
키키 : 지지, 밥 먹자!
오소노 : 키키! 오늘 아침은 어때?
키키 : 벌써 다 나은 것 같아요. 늦잠 자서 죄송해요.
오소노 : 죄송하긴. 있다가 좀 부탁하고 싶은 게 있는데 올래?
키키 : 네!!
[빵가게]
키키 : 코포리씨라고요?
오소노 : 응. 수고비는 이거면 되겠니?
키키 : 필요없어요. 가까우니까 걸어가도 돼고.
오소노 : 안돼. 일은 일이야! 꼭 본인한테 건네 줘.
키키 : 지지!
(돌아다보는 지지. 암코양이와 함께 있다)
지지 : 일이야?
키키 : 어머, 친구? 이름이 뭐니?
지지 : 릴리라고 해. 지금 갈게.
키키 : 됐어, 잠깐이니까. 릴리양, 부탁해요.
(키키는 가다가 난간에 기대어 선다. 바다가 눈앞에 펼쳐져 있다)
키키 : 와아, 아름답다 …
톰보 : 여어, 마녀 아가씨! 산책하는 거야?
키키 : 으응, 코포리라는 사람을 찾고 있어.
톰보 : 그거, 난데.
키키 : 뭐!?
톰보 : 그쪽으로 돌아. 금방 갈게. (내려간다)
키키 : 아줌마다!
톰보 : (내려와서) 고마와.
키키 : 저어, 전번엔 미안해. 많이 기다렸지.
톰보 : 아냐, 너야말로 비 속에서 고생했지.
저기, 잠깐 들렀다 가지 않을래? 보여주고 싶은 게 있어. (집으로-바로 옆이다-
이끌고 가는 톰보)
자, 빨리!!
[차고]
(문이 열리고 프로펠러 자전거의 모습이 드러난다)
톰보 : 이놈의 완성을 축하하는 파티였어. 인력 비행기의 기관부야. 봐. 날개와 동체는
딴 데서 조립 중이야. 이번 여름방학 중에 날릴 거야. 내가 파일롯트야! 부우─
웅! (페달을 밟아 프로펠러를 쌩쌩 돌린다) 저기, 바닷가에 안 갈래? 불시착한
비행선 보러 가자.
키키 : 비행선?
톰보 : 어라, 텔레비전 안 봤니?
키키 : 잤거든.
톰보 : 그럼 더더욱 가 봐야지. 가자.
키키 : 이걸로 가는 거야?
톰보 : 응. 훈련, 훈련. 다리를 단련해야 하거든. 자, 타.
키키 : 으응…… 나, 자전거 처음 타 봐.
톰보 : 정말? 잘 됐다. 다리로 좀 받쳐 줘. 가속이 붙을 때까지. 간다!!
차!! (발로 차고 내려가기 시작하는 자전거. 그러나 균형이 잘 안 잡힌다)
키키 : 내릴까?
톰보 : 아니이--!!
(자전거는 해변도로를 타고 달린다. 웃으며 즐거워하는 키키. 자동차가 지나가면서 안의 사람
들이 쳐다본다)
사람들 : 하하하, 힘내라!! 따라잡았다!! 하하하──!!
톰보 : 급커브길에선 몸을 바깥으로 눕혀. 몸을 기울여야 돌 수 있거든.
그래!! 잘한다, 그 상태로 계속 나가!!
굉장해, 캡인데!!
키키 : 비행선이란 게 저거니?
톰보 : 응. 왓!! (정면으로 달려오는 자동차를 본다)
떴다…!!
(약간 뜬 채로 도로를 계속 달려가는 자전거. 갑자기 정면에 트럭이 나타나자 절벽 쪽으로 방
향을 꺾는다. 그때 프로펠러가 나뭇가지에 걸려 떨어져나가는 바람에 자전거는 그대로 추락한
다)
[풀밭]
키키 : 톰보, 괜찮아?
톰보 : 응, 키키는?
키키 : 괜찮아.
우훗, 후후후, 아하하하하───……
톰보 : 응? 내 얼굴이 그렇게 이상해?
키키 : 하하, 아니, 하하하, 미안, 하지만 정말 무서웠어!! 하하하하──
톰보 : 하하하, 나도 무서웠어. 근데 아깐 마법을 쓴 거니?
키키 : 모르겠어. 정신이 없었거든.
아아∼ 자전거가 엉망진창이네.
톰보 : 으아, 안돼! 친구들이 화낼꺼야! 키키, 자전거 좀 봐 줘. (프로펠러를 주으러
가나 제대로 걷지 못하고 뒤뚱뒤뚱거린다)
키키 : 왜 그래?
톰보 : 으윽, 페달을 너무 많이 돌렸나봐. (프로펠러는 계속 날아간다) 앗, 기다려──
[해변]
톰보 : 좋겠다∼, 저런 걸로 세계일주 할 수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저기, 처음으로 하늘을 날 때 어땠어?
키키 : 생각 안나. 아주 어렸거든. 하지만 조금도 무서워하지 않았다고 엄마가 그러셨
어.
톰보 : 아아, 나도 마녀 집안에서 태어나면 좋았을텐데. 키키는 빗자루면 되지만 난 이
거라구. 헤엑, 헤엑, 헤엑∼… (페달을 밟는 시늉을 한다)
키키 : 후후, 난 직업이야. 즐거운 것만은 아니라고.
톰보 : 그런가? 재능을 살린 직업이라. 멋진데.
키키 : 나, 자신감을 조금 잃고 있었어. 하지만 오늘 여기 오길 잘했어. 바다를 보니
힘이 나는 것 같아.
톰보 : 괜찮다면 언제라도 데려다 줄게. 훈련도 할 겸.
키키 : 톰보는 좋은 사람이구나.
톰보 : 어라? 이제야 알았어?
키키 : 그치만 첨 봤을 땐 불량 소년 같았는걸.
톰보 : 우리 엄마가 늘 그러시지. '이 불량 자식 같으니, 하늘 좀 그만 쳐다보고 공부
안 할래!?' 라고.
(저쪽에서 아이들을 실은 자동차가 다가온다)
소녀 A : 톰보!!
톰보 : 응?
소녀 A : 굉장한 뉴스야!
톰보 : 뭔데?
소녀 A : 좋은 일. 빨리!
톰보 : 잠깐 기다리고 있어. (차 쪽으로 간다)
소녀 B : 비행선 내부를 보여 준대. 갈래?
톰보 : 와아! 멋지다! 갈게 갈게!!
소녀 B : 쟨 누구니?
톰보 : 마녀 키키라고 해. 키키, 같이 안 갈래? 비행선 안을 보여준대.
키키 : 난 됐어.
톰보 : 에이, 가자.
소녀 C : 쟤 알아. 배달하는 애야.
소녀 B : 헤엣? 벌써 일을 한다고?
소녀 A : 대단한데∼!
톰보 : 가자, 친구들한테 소개시켜 줄게.
키키 : 난 안 가. 안녕!
톰보 : 어? 왜그래? 왜 화를 내는 거야?
키키 : 화같은 거 안 났어. 난 일이 있다구. 따라 오지 마!
톰보 : 엉?
소녀들 : 톰보, 간다!
(톰보, 뒤통수를 긁으며 멀어져가는 키키의 뒷모습을 바라본다)
[키키의 방]
키키 : 지지, 내가 어떻게 된 게 아닐까? 모처럼 친구가 생겼는데 갑자기 얄미워져 버
려. 순진하고 밝은 키키는 어디로 가버린 것 같애.
(지지는 그냥 밖으로 나간다) ? 무정한 녀석.
(키키가 저녁 식사를 하고 있을 때 지지가 들어온다)
키키 : 지지, 아무리 좋은 사람이 생겼대도 식사 시간은 지켜 줘. 하나도 안 치우면서.
지지 : 니야옹 …
키키 : 뭐야, 고양이 같은 소릴 내고.
지지 : 니야옹 …
키키 : 지지? 너 말은 어쨌니? 키키라고 말해봐, 지지.
지지! (지지가 밖으로 나간다) 어떻게 된 거지? 지지가 하는 말을 못 알아듣게
된 것 같아.
아, 큰일났다!!
(키키는 황급히 빗자루를 집어 들고 날아보려 하지만 뜨질 않는다)
키키 : 마법이 약해졌어 !!
(밤. 키키는 빗자루를 타고 언덕에서 내달리며 날아보려 한다. 그러나 뜨지 못한 채 결국에는
굴러 떨어져 빗자루마저 부러지고 만다. 터덜터덜 돌아가는 키키)
[다음날 아침]
오소노 : 날 수가 없다고? 마법이 사라졌다는 거니?
키키 : 아주 약해졌어요. 그래서 배달일도 쉬어야겠어요. 그 대신 가게일을 열심히 도
울게요! 제발 그 방에 있게 해 주세요!
오소노 : 그거야 상관없지만, 마법의 힘은 돌아오는 거지?
키키 : 모르겠어요, 빗자루는 만들 수 있지만 .
(아저씨가 나와서 하늘에 대고 손을 흔든다. 저쪽에 비행선이 지나가고 있다)
(침울한 표정의 키키가 톰보의 전화를 받고있다)
톰보 : 키키? 나 톰보야. 오늘 비행선에서 손 흔드는 거 봤니? 선장님이있지, 테스트
비행에 태워 줬어. 정말 기분 캡이었다구. 여보세요? 듣고 있니 키키?
키키 : 앞으로 전화 걸지 마. (수화기를 그대로 내린다)
톰보 : 응? 뭐라고? 안들려. 선장님이 널 만나보고 싶대. (딸깍하는 소리가 들린다)
엉? 여보세요? 여보세요!
오소노 : 왜 그러니, 키키? 얼굴이 백짓장같애.
키키 : 전 수행 중이예요. 마법이 없어지면, 난, 아무 짝에도 쓸모가 없어져 버려요!
(밀짚모자를 쓰고 배낭을 둘러맨 우르슬라가 마을에 등장. 키키를 방문한다)
우르슬라 : 키키! 하이!!
키키 : 어!?
우르슬라 : 뭐야, 한 번도 안 오길래 직접 왔어.
키키 : 미안.
우르슬라 : 라는 건 거짓말이고, 장보러 나온 김에 들른 거야.
키키 : 들어와, 지금 일 쉬고 있어.
우르슬라 : 물론 그럴 생각이야.
[키키의 방]
우르슬라 : 생각보단 괜찮은 방인데.
키키 : 이거라도 좀 먹고 있어. 차를 끓여 올게.
우르슬라 : 차는 됐고 우유 있으면 줄래?
키키 : 응.
우르슬라 : (지지를 보고) 하하, 정말이네! 그 인형하고 똑같아! 너 지지 맞지?
(키키에게) 장사는 어때? 잘 되니?
잘 안돼?
키키 : 지금 휴업중이야.
우르슬라 : 응?
우르슬라 : 흐흥, 어째 풀이 죽어 있다 했지. 마법에도 그런 일이 있구나.
얘, 내 오두막에서 자고 가라.
키키 : 응?
우르슬라 : 가게 주인한텐 말해 놓고. 하루정돈 괜찮잖아. 지지, 너도 올래? (지지가 한번
흘깃 보고 고개를 돌리자) 하하하, 애인 쪽이 더 좋냐. 자, 결정했다. 당장 출
발!
[버스 정류장]
우르슬라 : 온다.
(버스에서 내려 언덕을 오르는 두 사람)
우르슬라 : 하하, 야아, 힘들어.
키키 : 정말 좋다∼∼!!
(둘은 히치하이킹을 시도하나 차들은 계속 지나친다)
우르슬라 : 뭐야, 이 미인이 눈에 안 들어오나?
(그때 트럭 한 대가 선다. 트럭을 타는 두 사람)
우르슬라 : 엥? 날 남자로 알았다고요!?
운전수 : 그런 차림을 하고 있잖아.
우르슬라 : (다리를 들며) 에이, 이 각선미를 모르시다니.
키키 : 쿡쿡쿡…
[오두막]
키키 : 까마귀!
우르슬라 : 완전히 친구가 됐어.
키키 : 헤에…
우르슬라 : 야호! 나 왔다!
키키 : 안녕! 지난 번엔 미안!
우르슬라 : 먼저 들어가. 물 좀 길어 올테니까.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간 키키의 눈에 캔버스의 그림이 들어온다. 별들이 반짝이는 밤, 마을
하늘을 페가수스를 탄 소녀와 소, 까마귀들이 어우러져 날고 있는, 신비한 느낌의 그림이다)
우르슬라 : 어때?
키키 : 아름다워 …
우르슬라 : 키키를 만나고서, 이 그림을 그리기로 마음 먹었어. 하지만 이 애가 잡히질 않
아서 키키가 오기를 계속 기다리고 있었어.
키키 : 이게, 나야?
우르슬라 : 뭐, 그런 거지. 거기 좀 앉아. 모델 좀 돼 주라.
키키 : 하지만 나, 이렇게 미인이 아냐!
우르슬라 : 하하하---!! 네 얼굴 좋아. 전번보다 훨씬 좋은 얼굴을 하고 있어. 자, 앉아.
그 의자가 좋겠다.
고개를 조금 들어봐. 먼 데를 보는 것처럼. 그래, 그러고 있어.
마법이나 그림이나 비슷하구나. 나도 그림이 안 그려질 때가 자주 있어.
키키 : 정말? 그럴 땐 어떻게 해?
우르슬라 : 안돼, 이쪽 보지 마.
키키 : (다시 고개를 돌린다) 나, 전에는 아무것도 생각하지 않아도 날 수 있었어. 그
런데 지금은 어떻게 해서 날았는지 생각이 안 나.
우르슬라 : 그럴 때는 버둥거릴 수밖에 없어. 그리고 그리고 계속 그려대!
키키 : 그래도 여전히 못 날면?
우르슬라 : 그리는 걸 관두지. 산책을 하거나 경치를 구경하거나, 낮잠을 자거나, 아무것도
안 해. 그러는 동안 갑자기 그리고 싶어지는 거야.
키키 : 그렇게 될까?
우르슬라 : 되지. 야야, 옆을 봐.
[램프가 켜진 잠자리]
우르슬라 : 난 키키만할 때 화가가 되기로 결심했어. 그리는 게 재밌어서 자는 게 아까울
정도였지. 그런데 말야, 어느 날 전혀 그릴 수가 없게 됐어. 그려도 그려도 맘
에 들질 않아.
그때까지의 그림이 누군가의 흉내였다는 걸 깨달은 거야. 어디선가 본 적이 있
다는 것을.
나만의 그림을 그리지 않으면 안된다고 말이지.
키키 : 괴로웠어?
우르슬라 : 그건 지금도 똑같아. 하지만, 그 뒤 전보다 조금 더 그림을 그린다는 것을 알게
된 것 같아.
마법이란 건 주문을 외우는 게 아니지?
키키 : 응. 피로 나는 거랬어.
우르슬라 : 마녀의 핀가. 멋진데, 나 그런 거 좋아해. 마녀의 피, 화가의 피, 요리사의 피.
신이라든가 누군가가 준 힘인 거야. 덕분에 고생도 하지만.
키키 : 나, 마법이란 뭘까 생각해본 적이 한번도 없었어. 수행 따윈 고리타분한 관습이
라고만 여겼지.
오늘 우르슬라가 와 줘서 정말 기뻤어. 나 혼자선 그저 우왕좌왕하고만 있었을
거야.
우르슬라 : 있잖아, 저 그림말야, 사실은 없애버릴까 하고 몇 번이나 생각했었어.
키키 : 저렇게 예쁜데?
우르슬라 : 오늘 키키를 만나서, 고민하고 있는 키키의 얼굴을 보자, 이거다! 하고 느낌이
온 거야.
키키 : 앗, 너무해!
우르슬라 : 하하하하, 그러니까 무승부!
키키 : 우후후…
우르슬라 : 자, 불끈다.
키키 : 응.
침대를 차지해서 미안해.
우르슬라 : 상관없어.
키키 : 가끔 여기 와도 괜찮아?
우르슬라 : 응. 여름 동안은 있을 생각이거든. 나도 때때로 놀러 갈게.
키키 : 응.
[아침·빵가게]
텔레비전 : 호우때문에 당시(當市)에 불시착했던 비행선 '자유의 모험'호가 최근 수리를 마
치고 오늘 남극 탐험의 여행을 재개하게 되었습니다.
오소노 : (전화를 받고 있다) 네, 구쵸키 빵집입니다. 아, 키키구나. 응, 더 놀다 와도
되는데. 아아, 그리고, 저번에 만난 할버니가 또 와 달라고 하더라. 어쩔까? 거
절해? 당분간 쉰다고 했는데도 꼭 만나고 싶대. 그래, 그럼 돌아오는 길에 들린
다고. 응.
[파란 지붕의 저택]
키키 : 안녕하셔요.
바싸 : 그래그래, 목빠지게 기다렸어요.
텔레비전 : 출발까지 앞으로 5분 정도 남았습니다.
키키 : 저예요, 할머니.
노부인 : 어서 오너라. 일어나지 못해도 좀 봐 줘. 날씨가 좋은데도 다리가 아파서….
바싸, 그거 가져 오게.
바싸 : 네, 네. 마님, 이륙했나요?
노부인 : 아직. 우습지. 저 사람, 비행선을 보느라 정신이 없단다.
바싸 : 모험을 좋아하는 거예요.
노부인 : 소리 좀 줄여요. 키키, 이 상자 좀 열어줄래?
키키 : 예.
할머니, 이건 !!
(상자안에는 키키의 실루엣이 그려진 케익이 담겨있다)
노부인 : 그걸 키키라는 사람한테 전해줬으면 좋겠어. 요전번에 무척 폐를 끼쳤거든. 그
답례란다. 덧붙여서 그 애의 생일도 알아와 준다면 고맙겠는데. 또 케이크를 구
울 수 있지 않겠니?
키키?
(키키, 멍하니 서있다가 눈을 훔친다. 그리고 갑자기 돌아서며)
키키 : 꼭, 꼭 그 애도 할머니의 생신을 알고 싶어할 거예요! 선물을 고민하는 즐거움
이 생기니까요!
노부인 : 그렇네.
키&노 : 우훗, 하하하---……
텔레비전 : 바람이 심하게 불고 있습니다. 강풍이 아! 으아아∼!!
노부인 : 무슨 일이지?
바싸 : 사고가 난 것 같아요.
텔레비전 : 큰일났습니다!! 로프가 끊어졌습니다!! 비행선이 바람에 날리고 있습니다!! 아,
저희 방송 트럭을 향해 다가오고 있습니다!! 으아아악──!! (지지직거린다)
바싸 : (채널을 돌리며) 아니, 가장 중요한 때에 뭘 비추는 거야?
노부인 : 여름에 이따금 저런 바람이 분단다. 곧 여기에도 올거야.
(그 말이 끝나자마자 바람이 불어 집이 흔들리기 시작한다)
노부인 : 걱정 마, 그냥 지나가는 거니까.
바싸 : 마님, 나와요.
(다시 화면이 나온다. 비행선이 거꾸로 뒤집힌 채 공중에 떠 있다)
바싸 : 뒤집혔네. 이건 그냥 풍선이잖아.
텔레비전 : 비행선 '자유의 모험'호는 갑자기 불어닥친 돌풍에 휘말려……균형을 잃은 비행
선이 뒤집혀져 있습니다. 사람들은 남은 마지막 로프를 펴기 위해 안간힘을 쓰
고 있습니다. 과연 배는 예정대로 뜰 수 있을까요!?
아아!! 틀렸습니다!! 헬륨의 무서운 부력이……!!
(사람들이 밧줄을 잡으려고 노력하나 비행선은 경찰차와 톰보를 매단 채 공중으로 떠오른다)
키키 : 톰보!! 쟤, 내 친구예요!
텔레비전 : 비행선은 사람들을 하나씩 떨쳐버리고 계속 상승하고 있습니다. 아, 경찰차마저
장난감처럼 딸려 올라가고 있군요. 이게 웬일입니까!? 어린 소년이 경찰차와 함
께 딸려 올라가고 있습니다!!
키키 : 톰보……
노부인 : 네 친구라고?
키키 : 저 가볼게요!!
노부인 : 조심해라!
바싸 : 큰일났다∼.
(키키, 저택을 나서서 거리 쪽으로 뛰어가기 시작한다)
[비행선]
선장 : (톰보에게) 꼭 잡아! 손을 놓으면 안 돼!!
(승무원에게) 이 헬륨을 빼!! 빨리!!
(그 순간 경찰차가 떨어진다)
(키키는 거리를 달리고 있다)
카라디오 : 비행선의 헬륨은 불연성입니다. 시민 여러분, 당황하지 마시고 침착하게 행동해
주시기 바랍니다.
키키 : (차안의 사람에게) 톰보는, 남자애는 무사하대요!?
남자 : 글쎄, 경찰차는 떨어졌다고 하던데.
소방차 : 비켜주세요! 길을 열어 주세요! 빨리 비켜주세요!!
청소부 : (가로등에 기대어 숨을 몰아쉬는 키키를 보고) 괜찮니?
(키키, 청소부를 쳐다보다가 들고 있는 대걸레에 눈이 간다)
키키 : 아저씨, 그 대걸레 좀 빌려 주셔요!
청소부 : 뭐?
키키 : 부탁이예요! 꼭 돌려드릴게요!!
청소부 : 어어, 그건 뭐
키키 : 죄송해요!! (대걸레를 낚아챈다)
(대걸레에 앉아 온 정신을 집중시키는 키키. 사람들이 쳐다보기 시작한다. 이윽고, 바람이 불
고 대걸레가 힘을 받기 시작한다)
키키 : 날아 !!
(바람을 일으키며 빗자루가 하늘로 붕 떠오른다)
사람들 : 우와아──!! 떴다 !!
(빗자루가 좌충우돌, 똑바로 날질 않는다)
키키 : 똑바로 날아, 안그럼 아궁이에 처넣을 꺼야!!
[비행선 쪽]
아나운서 : 소년은 아직 무사합니다만 비행선 '자유의 모험'호는 바람에 날려 시티 타워에
접근하고 있습니다! 이대로라면 시티 타워와의 충돌은 피할 수 없습니다!!
톰보 : 부딪친다──!! 고도를 높여요──!!
선장 : 가스가 모자라! 부딪치기 전에 탑으로 뛰어들어!!
톰보 : 해볼게요!
탑관리인 : 어어이, 이리로 와!!
톰보 : 아저씨, 도망쳐요∼!!
탑관리인 : (대걸레를 내밀며) 잡아!
(톰보가 탑으로 뛰어들기 전에 비행선은 탑과 충돌. 그 충격으로 톰보는 균형을 잃고, 비행선
에서는 가스가 새어나간다)
키키 : 더 빨리!!
(그 말에 갑자기 대걸레가 저공비행을 한다)
키키 : 야!
아나운서 : 가스가 새는 저 엄청난 소리를 들어보십시오! 소년이 어떻게 됐는지 이 각도에
서는 보이지 않습니다!
쓰러집니다!! 가스가 새서 비행선이 넘어집니다!!
사람들 : 으와아악∼∼───!!
아나운서 : 아아, 걸렸다! 멈췄다! 멈췄습니다!!
남자 : 어, 저길 봐요!!
아나운서 : 있다!! 소년이 있습니다!! 기적입니다, 소년은 아직 매달려 있습니다! 그러나
도대체 어떻게 해야 구조할 수 있을까요! 이대로 저 용감한 소년을 내버려둔 채
……
(키키가 저쪽에서 날아온다)
아나운서 : 뭐야 저건? 새? 아닙니다! 소녀다!! 소녀가 하늘을 날고 있습니다!! 마녀입니
다!! 빗자루, 가 아니고, 대걸레를 탄 마녀입니다!!
노부인 : 키키다!!
바싸 : 잘한다!
오소노 : 저 애가 날았어!!
케토 : (TV를 보면서) 힘내!!
키키 : 톰보!!
톰보 : 키키!!
(접근하려 하나 닿을듯 말듯 번번히 실패한다)
키키 : (빗자루에게) 제발, 착하지, 말 좀 들어!!
(여전히 실패를 거듭하는 키키)
승무원들 : 어이! 힘내라!! 조금만 더!! 힘내!!
키키 : 톰보!!
톰보 : 키키!!
아나운서 : 힘내!! 조금만 더!
(거리의 군중들, 시계탑관리인, TV를 보는 사람들이 모두 힘내라고 외치면서 응원한다)
(접근은 계속 실패하고, 톰보는 결국 버티지 못하고 줄을 놓쳐버린다. 그 순간 키키가 공중에
서 낚아챈다!)
아나운서 : 받았다!! 공중에서 받았습니다!!
(순간 온거리에서 환호성과 함께 종이조각들이 수없이 뿌려진다. 지상에 내려서는 키키와 톰
보)
아나운서 : 지금 지상에 내려섰습니다. 감동적인 광경입니다! 비행선의 승무원도 모두 무사
한 듯 합니다!
청소부 : (전파상 앞에서) 저 대걸레를 빌려준 사람이 바로 나라고!
(바싸, 기쁨을 감추지 못하고 노부인의 의자를 잡고 뱅뱅돈다)
노부인 : 하하하, 그만 해요 바싸! 아하하하──……
오소노 : 잘 했어, 키키! 정말 잘 했어! (갑자기 안색이 변하며) 여보!! 의사를 불러! 아
기가 나오려나봐!!
아저씨 : 으잉 !!
키키 : 지지!
(기자들에게 둘러싸여 어리둥절해하는 키키 앞에 지지가 나타난다. 그러나 아직 그저 '야옹'하
고 운다. 어깨 위에 올라탄 지지를 약간 슬픈 듯 뺨으로 부비는 키키)
톰보가 탄 인력 자전거가 풀밭을 날고 있다. 지상에서 쫓아오는 아이들. 키키가 곁에서 나
는 가운데 둘은 바다 위까지 날아간다.
오소노 일가의 피크닉. 아기가 아빠 품에 안겨 자고 있다.
지지와 릴리, 그리고 아기 고양이들이 지붕 위에 나란히 앉아있다. 그 중 지지를 닮은 까만
고양이가 한 마리 있는데 나비를 잡으려 하다가 떨어질 뻔 한다.
부두도, 도로도, 시내도, 모든 곳이 붐비며 활기가 넘치는 마을. 키키와 지지는 상공에서
까만 아기 고양이를 대걸레에 태우고 훈련 시키고 있다. 키키의 배달일도 잘 되어가는 듯 하
다.
키키가 예의 쇼윈도우에 멈춰서서 구경하고 있는 뒤를 키키와 똑같은 옷차림을 하고 대걸레
를 든 꼬마가 지나간다. 놀란 눈으로 쳐다보는 키키.
톰보는 키키의 다락방 창가에 쇠로 주조한 장식을 달아준다. 대걸레를 탄 마녀, 키키의 상
이다.
빵가게를 지나가며 키키에게 인사하는 사람들. 그 중에는 이전의 순경아저씨도 있었다.
어느날 밤, 키키는 지지와 까만 아기 고양이와 함께 지붕 위로 올라간다. 밤바람을 맞으며
마을을 내려다보는 키키의 모습은 행복해 보인다.
[담쟁이 덩굴로 뒤덮인 집]
아빠 : 여보!! 키키로부터 편지예요!
엄마 : 에엣!? (약이 터진다) 앗!!
아빠 : (편지를 읽는다) 아빠 엄마, 안녕하세요? 지지도 저도 잘 있습니다.
키키 : (off) 일도 이젠 궤도에 올라, 자신도 조금 붙었어요.
낙심할 때도 있지만, 저는 이 마을을 사랑합니다.
Fine
부드러움에 싸일 수 있다면
작사·작곡·노래 / 아라이 유미
어릴 때에는 신이 있어서
신기하게도 꿈을 이루어 주었지
상쾌한 기분으로 눈을 뜬 아침에는
어른이 되어서도 기적이 일어나요
커튼을 젖히고, 조용히 나뭇잎 새로 비치는 햇빛의
부드러움에 싸일 수 있다면 분명
눈에 비치는 모든 것들은 메세지
어릴 때에는 신이 있어서
매일 사랑을 보내주곤 했었지
마음 깊숙히에 넣고 잊고 있었던
소중한 상자를 열 때는 지금이야
비가 그친 뒤의 뜨락에서 치자나무 향기의
부드러움에 싸일 수 있다면 분명
눈에 비치는 모든 것들은 메세지
커튼을 젖히고 조용히 나뭇잎 새로 비치는 햇빛의
부드러움에 싸일 수 있다면 분명
눈에 비치는 모든 것들은 메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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