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계곡의 나우시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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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파 : 마을이 또 하나 죽었군….
가자…. 여기도 곧 부해(腐海)에 잠식당할 거야.
거대 산업 문명이 붕괴한지 1000년. 녹과 세라믹 조각에 뒤덮여 황폐해진 대지와 썩은 바다…
부해(腐海)라고 불리우는 유독한 장기( 氣)를 내뿜는 균류의 숲이 확장되면서 쇠퇴한 인류의 생
존을 위협하고 있었다.
NAUSICAA
번역 : 하 주영(haime - Hitel)
(마스크를 쓴 나우시카, 부해를 돌아다니고 있다. 균류의 포자를 시험관에 받기도 하며 다니다가
어떤 흔적을 발견한다)
나우시카 : 어…? 오무[王蟲]가 지나간 길이다. 아직 새로운데.
(안쪽으로 더 들어간 나우시카의 앞에 오무의 허물이 나타난다)
나우시카 : 하아…!
오무의 허물이다…!
굉장해… 완전한 허물은 처음 봐…!
(칼로 껍질을 두드린다) 우후, 소리 좋군. 얍!
(칼로 껍질을 찌르는 나우시카. 그러나 칼만 떨릴 뿐, 껍질은 끄덕도 하지 않는다)
나우시카 : 욱… 후후, 세라믹 칼이 깨졌네. 계곡 사람들이 좋아하겠는 걸. 앞으론 도구 만
들 재료로 곤란받지 않아도 되겠어.
(오무의 등 위로 올라가 눈껍질을 본다) 굉장해…! 이거 하나라면 갖고 날 수 있
을까. (총의 폭약을 써서 눈껍질을 하나 떼낸다)
아, 떼어냈다! 와아--, 정말 가볍다아!! 하하하…
(껍질을 들고 빙글빙글 도는 나우시카. 위쪽에서 포자들이 눈처럼 날려 내려온다. 살짝 눕는 나
우시카)
나우시카 : 음… 무시고야시가 오후의 포자를 날리고 있구나.
아름답다… 마스크를 안하면 5분내로 폐가 썩어 버리는 죽음의 숲인데도…….
응? 누구?
뭐지…? 가슴이 두근거려.
(멀리서 총성이 들려온다)
나우시카 : 어!! 대(對)곤충용 총이다! 누가 곤충에게 습격당하고 있어!
(뛰어내려가다 곤충의 등을 밟는다) 아, 미안!
(거신병의 잔해를 빠져나와 망원경으로 사방을 살피는 나우시카)
나우시카 : 저기다! 저 엄청난 포자 연기……!
오무!! 틀림없이 저 껍질의 주인일거야.
그리로 도망가면 안돼. (신호탄을 쏜다) 알아차려 줘!
(상대편에서도 맞쏜다)
나우시카 : 대답했어! 이리로 온다!
(아래로 뛰어내려가 메베를 발진시킨다) 저 사람은!?
(오무가 숲의 나무들을 산산조각내면서 엄청난 기세로 들이닥친다)
나우시카 : 정말 엄청난 오무다… (슛기는 사람에게 소리친다) 바람 부는 쪽으로요!
유파 : 미안!
나우시카 : 오무, 숲으로 돌아가! 이 앞은 너의 세계가 아니야! 제발, 착하지! (혼잣말로)
화가 나서 자신을 잊고 있군. 진정시켜야 해!
(광탄을 투하하는 나우시카. 번쩍하는 섬광에 오무가 기절, 멈춘다)
유파 : 섬광에 오무가 기절했군!
(이어 나우시카는 충적을 꺼내어 오무의 주위를 돌며 소리를 낸다)
유파 : 충적(蟲笛)…
나우시카 : 오무, 눈을 떠. 숲으로 돌아가.
정신이 들었구나!
유파 : 오…!
(오무가 파란 눈으로 숲으로 돌아간다)
유파 : 오무가 숲으로 돌아가는가… 광탄(光彈)과 충적만으로 오무를 진정시키다니…!
(오무가 숲으로 돌아간 뒤 나우시카는 메베를 착륙시킨다. 마스크와 모자를 벗어 던지며 유파에
게로 뛰어드는 나우시카)
나우시카 : 유파 선생님----!!
유파 : 오오…!
나우시카 : 아하하하!
유파 : 하하하… 나우시카, 몰라보겠구나.
나우시카 : 일 년 반 만이군요. 아버지가 기뻐하실 거예요.
유파 : 고맙다는 말을 해야겠다. 훌륭한 풍사가 되었구나.
나우시카 : 아뇨, 아버진 아직 멀었다고 하시는 걸요. (유파의 주머니 속에서 뭔가 꿈틀거리
는 것을 본다) 응?
유파 : 아아, 그래그래, 이 녀석을 까맣게 잊고 있었구나.
(유파는 주머니에서 다람쥐를 닮은 작은 동물을 꺼낸다)
나우시카 : 와아, 키츠네리스! 저 처음 봐요!
유파 : 이 녀석이 우충(羽蟲)에게 붙들려가고 있는 걸 사람의 아이로 잘못 봐서 말야,
나도 모르게 총을 사용해 버렸단다.
나우시카 : 그래서 그렇게 오무가 화가 났군요. (손을 내민다)
유파 : 기절해 있어서 독을 마시지 않은 것 같다.
어어, 손을 내밀지 말아라. 작아도 난폭하단다.
나우시카 : 이리 오렴. 자아.
유파 : 얘, 얘야!
나우시카 : 봐, 무섭지 않아. 무섭지 않아.
(키츠네리스는 낮게 으르렁거리더니 나우시카의 손가락을 깨문다)
나우시카 : 읍. 무섭지 않아. 응?
(키츠네리스가 태도를 누그러뜨리고는 나우시카의 손가락을 핥는다)
나우시카 : 겁먹고 있었던 것뿐이예요. 아하하하! (빙글빙글 돈다)
선생님, 이 녀석 제게 주지 않으실래요?
유파 : 어… 상관없다만….
나우시카 : 와아, 고마워요!
카이! 쿠이! 나 기억하니? (언덕 위로 뛰어올라간다)
유파 : 이상한 힘이야…
나우시카 : 피곤하겠구나. 힘껏 달렸으니.
유파 : 다들 별일 없고? (나우시카의 안색이 어두워지자) 무슨 일이냐.
나우시카 : 아버지가, (나직이) 아버진 더 이상 날지 못해요….
유파 : 질이…! 숲의 독이 벌써 그렇게…!
나우시카 : 예. 부해 근처에서 사는 사람의 숙명일까요…?
유파 : 더 빨리 왔었어야 하는 건데.
나우시카 : 아뇨, 정말 잘 와 주셨어요.
(밝은 목소리로) 선생님, 나중에 꼭 보여드리고 싶은 게 있어요. 제 비밀의 방이
요!
유파 : 호오……
나우시카 : 모두에겐 비밀이예요. 무서워하면 안되니까요. 저 먼저 알리러 갈게요. 선생님도
서두르세요---!
(오무의 눈껍질을 들며) 선생님, 이거 날라 주실래요--- 기류가 안 좋아서 잘 못
날겠어요! (메베를 타고 날아오른다)
유파 : 허허허, 그래도 바람을 잘 읽는구나. 자, 이제 다 왔다.
[마을 어귀]
(숲길을 따라 내려가던 유파는 골과 무즈와 마주친다)
골 : 오오, 유파님!
무즈 : 어서 오십시오.
유파 : 오오, 모두 잘 지내나?
무즈 : 하하하-- 물도 바람도 멎는 일 없이 평온합니다.
[마을]
어린이 : 유파 할아버지!
유파 : 야아, 모두 잘 있었니?
남자 1 : 오오, 유파님이다!
남자 2 : 기다리다 지쳤어요 유파님!
미토 : 공주님, 도착하셨어요!
나우시카 : (풍차 위에서) 좀만 더.
미토 : 유파님!
유파 : 미토 할아범! 열심이구먼.
미토 : 오늘밤엔 또 외국 얘기를 들려 주세요---!
나우시카 : (풍차를 다 고치고 끈을 잡아당겨 맨다) 좋아, 돌려요.
미토 : 괜찮은 것 같군요.
나우시카 : 응.
(사람들이 모여 나우시카가 가져온 오무의 눈껍질을 구경하고 있다)
골 : 오, 정말 좋은 물건인데.
무즈 : 내일이라도 당장 사람을 모아 떼러 가야겠어.
나우시카 : (내려와 포대에 싸인 아기를 안는다) 자아, 토에토.
토에토 : 예에.
나우시카 : (아기를 건넨다) 선생님, 올해 태어난 토에토의 아이예요.
유파 : 오, 어디 보자.
호오, 좋은 아이다. 어릴 때의 나우시카를 생각나게 하는군.
토에토 : 부디 이 아이의 대부가 되어 주세요.
할머니 : 언제나 좋은 바람이 그 애에게 불도록요!
유파 : 그러지. 좋은 이름을 지어주도록 하겠네.
토에토 : 고맙습니다…! 부디 공주님처럼 건강하게 자라기를!
미토 : 흠, 건강이라면 공주님은 확실히 보증하지. 하지만 부해 나들이까지 닮는 건 곤
란해.
나우시카 : 그래도 덕분에 오무의 껍질도 보게 됐잖아.
미토 : 하지만, 성지기인 내 신세가 돼 봐. 걱정이 돼서 한숨도 못 잤다구∼.
사람들 : 하하하--!
골 : 하하하--- 오무의 껍질쯤 되면, 공주님의 부해 나들이도 시간낭비라곤 못하겠는
걸.
유파 : 그렇고말고, 나도 그래서 살았거든.
사람들 : 하하하하----!
[질의 방]
(질은 침대에 누워 유파와 얘기를 나누고 있다. 바닥에서는 큰할머니가 커다란 솥을 휘젓고 있고
그 옆에 나우시카가 앉아 있다)
질 : 하하하--, 제자한테 구조되었다고?
유파 : 이 계곡은 좋아… 언제 와도 마음이 편해져.
질 : 이번 여행은 어땠나.
유파 : 흠…, 끔찍했어. 남쪽에서 두 나라가 또 부해에 삼켜져 버렸더군. 부해는 꾸준히
넓어지고 있어. 그런데 어딜 가도 전쟁과 기아, 불길한 그림자뿐이야. 왜 이 계
곡처럼 살지 못하는 걸까….
큰할머니 : 여기는 바다에서 불어오는 바람에 보호받고 있기 때문이야. 부해의 독도 계곡엔
미치지 못하는 게지.
질 : 어떤가, 유파. 슬슬 이 계곡에 눌러앉지 않겠나? 난 이런 꼴이고 말야. 다들 기
뻐할텐데.
유파 : 흠…
큰할머니 : 후후, 소용없어. 유파는 계속 찾아 헤매도록 운명지워져 있는 사람이야. 음….
유파 : 운명이라……
나우시카 : 큰할머님, 찾는다니 뭘요?
큰할머니 : 이런, 나우시카는 몰랐니? 저기, 저쪽 벽에 걸린 깃발에 있을 거다. (그림을 가
리킨다) 내겐 이미 안 보이지만 왼쪽 구석이 있는 분이다.
'그 사람, 푸른 옷을 입고 황금의 들판에 내려서서
잃어버린 대지와의 끈을 잇고……'
나우시카 : '종내 사람들을 푸른 청정의 땅으로 인도할지니…'
선생님, 전 오래된 전설이라고만 생각하고 있었어요.
유파 : 할머니, 놀리시면 곤란해요.
큰할머니 : 같은 얘기잖아.
유파 : 전 단지 부해의 수수께끼를 풀고 싶은 것 뿐이예요.
우리들 인간은 이대로 부해에 먹혀 멸망하게 되어있는 종족인 걸까, 그걸 확인하
고 싶은 겁니다.
[밤·나우시카의 방]
나우시카 : 내가 선생님을 도울 수 있다면 좋을텐데……
골 : (밖에서 문을 두드리며) 공주님, 공주님.
나우시카 : 뭐지, 미토?
골 : 골인데요, 바람에서 이상한 냄새가 난답니다.
나우시카 : 좀 있으면 새벽이군. 곧 갈게.
[망루]
나우시카 : (나오면서) 수고해요.
골 : 좋은 강풍이지만 정말 이상해…
(그때 하늘 저편에서 작은 불빛이 나타난다)
나우시카 : 아! 저기!? 봐요, 또! 배다.
미토 : 왜 이런 변경에 배가….
유파 : (나온다) 무슨 일인가?
미토 : 유파님, 뱁니다.
유파 : 배!?
나우시카 : 온다!
(거대한 비행선이 모습을 드러낸다)
미토 : 크다!
골 : 와아앗!!
유파 : 토르메키아의 대형선이다!
나우시카 : 나는 모습이 이상해! 불시착하려 하고 있어. 골, 띄워 줘!
골 : 예에…!? 공주님, 바보짓이예요!
나우시카 : (메베로 올라간다) 해안으로 유도하겠어!
유파 : 다시 돌아 온다.
골 : 에에이, 갑니다---!
(이륙 순간 테토가 나우시카의 어깨 위로 뛰어오른다)
나우시카 : 테토…
골 : 읍.
(그대로 비행선으로 접근하는 나우시카. 비행선에는 곤충들이 새까맣게 들러붙어 있다)
나우시카 : 아앗!!
무슨 짓을…! 부해에 내려서 곤충들을 죽였구나.
기수를 올려--!! 부딪친다---!! 기수를 올려---!!
기수를---!!
(추락해 가는 비행선의 창문으로 어떤 소녀가 보인다. 다음 순간, 비행선은 추락, 대파된다)
유파 : 떨어졌다….
미토 : 공주님….
골 : 해안의 절벽이다.
미토 : 가자!!
남자 1 : 움직일 수 있는 사람은 다 나와!
남자 2 : 어서 서둘러!!
남자 3 : 빨리 움직여!!
[추락 현장]
(불타는 추락 현장을 헤집는 나우시카. 아까 본 소녀를 발견한다)
나우시카 : 그 애다. 살아 있어. (잔해를 들춘다) 웃…이익…
헉…! (소녀의 팔목에 쇠스랑이 채워져 있는 것을 발견한다)
라스텔 : 아…! 여기는…?
나우시카 : 바람의 계곡이예요. 말하지 말아요. (소녀의 가슴을 풀어헤친다) 헉!!
(소녀의 가슴을 보며 경악의 표정을 짓는 나우시카. 곧 체념한 듯 조용히 옷깃을 다시 여며준다)
라스텔 : 나는…으으…페지테의 라스텔… 짐을…짐을 태워요…!
나우시카 : 짐?
라스텔 : 제발… 태워줘요……
나우시카 : 짐이라고. 알았어요. 괜찮아요, 다 타버렸어요.
라스텔 : 하아, 다행이다…… (숨을 거둔다)
미토 : 공주님---!
이 사람은… 페지테 시(市) 왕족의 아가씨로군요.
(나우시카는 라스텔의 쇠스랑을 끊어준다)
(잔해를 헤치고 잠자리 비슷한 큰 곤충이 기어나온다)
남자 1 : 곤충이다! 우시아브가 살아있다!!
남자 2 : 이런! 동료들을 부르고 있어!
남자 3 : 상처 때문에 날지 못하는 거야.
남자 4 : 총을 가져 와!
남자 5 : 안돼. 쏘면 동료를 더 부를 거야!
남자 6 : 즉사시키지.
골 : 우시아브가 총으로 죽냐!
남자 6 : 그럼 어떡하라구요!!
나우시카 : (사람들을 헤치고 나온다) 기다려. 미토, 메베를 가져 와.
미토 : 예.
골 : 공주님…
나우시카 : (충적을 꺼내어 돌린다) 숲으로 돌아가. 괜찮아. 날 수 있어.
그래… 착하지.
미토 : (메베를 갖고 온다) 공주님.
나우시카 : 고마워.
(나우시카가 충적을 하늘 높이 던져 올리자 우시아브도 충적을 따라 날아오른다. 곧바로 메베를
발진시킨 나우시카는 충적을 낚아챈 뒤 우시아브를 마을 밖으로 인도해간다)
남자 1 : 됐다!!
남자 2 : 역시 공주님이야!!
미토 : 살았다…, 단 한 마리라도 죽였다간 무슨 일이 일어날지 몰라서말야….
(우시아브가 사막의 저쪽으로 날아가자 나우시카는 천천히 모래 위에 내려앉는다. 그때 그녀는
지평선 저쪽에서 그녀를 응시하고 있는 오무를 발견한다)
나우시카 : 아…! 오무…!!
[마을의 숲]
소년 : 있다! 일루 와요--! 여기. 역시 그 배에 포자가 붙어 있었나봐요.
남자 : 아직 독은 안 내뿜고 있어. (화염방사기로 포자를 태운다) 이제 조금만 더 힘내
면 된다.
소년 : 응, 하나라도 남겼다간 큰일나잖아요.
(기분나쁜 벌건 덩어리를 중심으로 사람들이 웅성거리고 있다)
남자 1 : 이 덩어리는 뭐야.
남자 2 : 그 불에도 타지 않다니….
미토 : 자아 다들, 이놈의 조사는 나중에 하지. 포자 태우는 걸 도와 줘.
남자들 : 알겠습니다-- 갑시다!
미토 : 신경써서 해 줘.
정말, 귀찮은 게 굴러와서…
유파 : 미토, 여기를 보게.
미토 : 아니?
(맥동하는 덩어리. 속에 무언가가 들어있는 것이 보인다)
미토 : 움직이고 있다. 마치 살아 있는 것 같아… 유파님, 이것은…
유파 : 여행 도중 불길한 소문을 들었어. 페지테 시의 지하에서 잠자고 있던 구세계의
괴물이 발굴되었다는 거야.
미토 : 구세계의 괴물?
유파 : 거신병이다.
미토 : 거신병!? 저 불의 7일간에 세계를 불살라 버렸다는…
이 녀석이…
유파 : 거신병은 모두 화석이 됐을 터였다. 그러나 지하에서 천년이나 계속 잠자고 있던
놈이 있었던 거야.
미토 : 그…그러고 보니 이 녀석은 사람 형태로도 보이네요….
유파 : 토르메키아는 먼 서쪽의 흉폭한 군사국가… 죽은 페지테의 포로도 그렇고…
불안하군….
[다음날]
(사람들과 매장 작업을 하던 나우시카, 문득 고개를 든다)
나우시카 : 좀 부탁해요.
뭘까……
여자 : 어라…
(계곡 사이에서 토르메키아군의 대형선들이 나타난다. 우왕좌왕하는 사람들)
사람들 : 와앗!! 으아아----!!
나우시카 : 토르메키아의 배다!! 사람들을 성으로!! (성을 향해 달린다)
모두-- 성으로!! 모두 성으로 모여---!! 성으로----!
하앗, 아버지!!
(토르메키아 비행선의 문이 열리면서 세라믹 갑옷과 망토를 입은 병사들과 탱크가 쏟아져 나온
다)
질 : (장검을 뽑는다) 할머니는 숨어 계세요.
큰할머니 : 난 여기 있겠네.
(총소리가 들려온다. 놀라 힘껏 달리는 나우시카)
여자 : 공주님!
[질의 방]
(방에 뛰어든 나우시카의 눈에 쓰러진 아버지와 그를 둘러싼 토르메키아 병사들이 보인다. 경악
과 분노로 몸을 떠는 나우시카)
나우시카 : 이 자식들!! 이얏! 야압!
(격노하여 병사들을 닥치는 대로 때려눕히는 나우시카. 문이 열리고 새로이 토르메키아 병사들이
들이닥치자 나우시카는 다시 그들에게 달려들어 싸운다)
큰할머니 : 나우시카…
(그때 유파가 뛰어든다. 유파는 나우시카와 병사의 사이에 끼어들어 나우시카의 검을 자기 팔로
받고 병사의 목에 단검을 들이댄다)
나우시카 : 앗!
유파 : 둘 다 움직이지 마라!! 움직이면 오무의 껍질로 만든 이 검이 세라믹 장갑을 꿰
뚫을 것이다!
병사 : (크샤나에게) 저 남자, 유파입니다.
유파 : 토르메키아군에게 묻겠소. 이 계곡 사람들은 간밤에 그대들의 배를 구하려고 필
사적으로 노력했소. 지금도 또 망자(亡者)들을 정중히 장사지낸 직후요.
작다고는 해도 그런 나라를 대하는 이 태도가 토르메키아의 예의인가! 싸움을 걸
려면 그 나름의 이유가 있을 터, 우선 사자를 보내 알려야 하는 게 아니오!
(나직이) 나우시카, 진정해라 나우시카. 지금 싸우면 계곡 사람들은 모두 죽게
된다. 살아서 기회를 노려야 해.
크로트와 : (뙾어나며) 윽… 젠장, 이 꼬마 계집애가!! (권총을 뽑는다)
크샤나 : 멈춰라, 크로트와.
크로트와 : 하지만…!! (주위를 둘러보고) 아--아, 뭐 이런 녀석이 다 있담. 죄다 죽여버렸
네.
크샤나 : 뼈아픈 지적이군요. 부해 제일의 검사 유파 미랄다가 바로 그댄가. 우리의 목적
은 학살이 아니오. 대화를 하고 싶소. 칼을 거두시오.
[마을 광장]
(마을 사람들은 탱크 앞에 무기를 내놓는다. 수북이 쌓인 무기의 앞으로 나우시카가 걸어나온다)
미토 : 공주님이다!
크로트와 : 주목하라!! 토르메키아 제국 변경파견군 사령관 크샤나 전하의 말씀이시다!!
크샤나 : 우리들은 변경의 국가들을 통합하여 이 땅에 왕도 낙원(王道樂園)을 건설하기 위
하여 왔다!
그대들은 부해로 인해 멸망할 위기에 처해 있다. 우리를 따르라! 우리의 사업에
참가하라! 부해를 태워버리고 다시 이 대지를 소생시키는 것이다!!
미토 : 부해를 태워버린다고!
무즈 : 그런 일이 가능할까!?
크샤나 : 우리는 옛날 인간으로 하여금 이 대지의 주인이 되게 해 준 기적의 기술과 힘을
부활시켰다. 나를 따르는 자에게는 앞으로 숲의 독과 곤충들에게 위협받지 않는
생활을 약속한다.
큰할머니 : (병사들을 헤치고 앞으로 나선다) 기다려!
부해를 건드려선 안 돼!
크로트와 : 이 할망구는 뭐야? 어이! 데려 가!
크샤나 : 얘기하게 놔 둬라.
큰할머니 : 부해가 생겨난지 천 년… 몇 번이나 인간은 부해를 태우려고 해 왔다. 그러나,
그때마다 오무의 무리가 분노에 미쳐, 대지를 뒤덮는 거대한 파도가 되어 밀어닥
쳐왔다.
나라를 멸망시키고 도시를 삼키고, 스스로의 목숨이 기아로 끊어질 때까지 오무
는 계속 달렸다. 이어 오무의 시체를 모판으로 하여 포자가 대지에 뿌리를 내리
고, 광대한 토지가 부해에 가라앉아 버렸다.
부해를 건드려선 안돼!!
크로트와 : 입 닥쳐! 그런 요사스런 헛소리는 용서않는다!
큰할머니 : 호오, 어쩔테냐. 나도 죽일 거냐?
크로트와 : 이, 이게…!
큰할머니 : 죽이는 게 좋아! 눈먼 늙은이다. 간단한 일이야!! 질을 죽인 것처럼.
미토 : 질님!!
(사람들이 소란스러워 진다)
여자 : 그럴 수가!
남자 1 : 질님은 병잔데!
남자 2 : 살인자!
남자 3 : 꺼져! 이 짐승들!
크로트와 : 조용히 시켜! 대드는 것들은 용서하지 마라!
나우시카 : 모두 잠깐만!! 내 말을 들어 줘요!
이 이상 희생을 내고 싶지 않아요… 제발…
미토 : 공주님…
나우시카 : 큰할머님도 이해해주세요… 이 사람들을 따릅시다.
(들판을 가로질러 검붉은 덩어리가 끌려간다)
병사 : 그쪽으로! 빨랑빨랑 해!
(언덕 위에서 내려다보고 있는 크샤나와 크로트와)
크샤나 : 꽤 좋은 계곡 아닌가…
크로트와 : 전 반댑니다. 본국에서는 한시라도 빨리 거신병을 운반하라고 명령하고 있습니
다.
크샤나 : 그건 불가능해. 대형선조차도 놈의 무게를 견디지 못하고 추락해 버렸잖나.
크로트와 : 하지만 설마 진심으로 이 땅에 국가를 건설하시려는 건…
크샤나 : 그럼 어때서? 너는 저 괴물을 본국 바보들의 장난감으로 삼으라고 하는 거냐?
크로트와 : 그건 뭐, 알고 있습니다만… 아, 저는 일개 군인에 불과합니다. 그런 판단은 본
분을 벗어납니다.
크샤나 : 흥, 너구리놈.
(돌아서며) 나는 페지테로 돌아간다. 내가 없는 동안 거신병을 부활시키는 데 총
력을 기울여라.
크로트와 : 옛!
크샤나 : 이 건쉽은 쓸 수 있는 건가?
크로트와 : 예. 넓은 겁니다.
[방]
크샤나 : 착각하지 마라. 난 의논하고 있는 게 아냐.
미토 : 그러나, 공주님을 페지테로 데려간다는 건…
골 : 인질 다섯에 건쉽에 식량이라니….
크샤나 : (나우시카에게) 인선은 알아서 해라. 내일 아침 출발 전까지 준비를 끝내도록.
[격납고]
(바지
{{
. 수송용으로 쓰이는 무동력기
}}
안으로 짐을 나르던 미토를 유파가 나직이 부른다)
유파 : 고맙네, 인질이 되어줘서.
미토 : 우리야 어쨌든… 보세요. 자식들, 모조리 뺏어갈 작정입니다.
유파 : 나는 일단 여길 떠나서 몰래 돌아와 기회를 잡겠네. 무슨 일이 있어도 저 괴물의
부활을 막아야만 해.
미토 : 예.
[밤]
유파 : 나우시카.
(나우시카의 방으로 올라가는 유파. 방으로 들어서자 나우시카는 없고 테토가 벽을 발톱으로 긁
고 있는 것이 보인다)
유파 : 테토, 네 주인은 어디 있니?
(벽을 밀자 비밀문이 나타난다. 아래로 내려가는 유파. 그의 앞에 자그마한 식물원이 나타난다)
유파 : …헛…!!
나우시카, 이건 어떻게 된 일이지? 부해의 식물이 아니냐!
나우시카 : 제가 포자를 수집해 기른 거예요. 괜찮아요, 장기( 氣)는 내뿜지 않아요.
유파 : 독을 내뿜지 않는다…? 확실히 여기 공기는 깨끗하지만……
어째서지? 맹독성인 히소크사리가 꽃을 달고 있는데…
나우시카 : 이곳의 물은 성의 대풍차로 지하 500미터에서 길어올린 물이예요. 모래는 같은
우물의 바닥에서 모았구요. 깨끗한 물과 흙에서는 부해의 나무들도 독을 내뿜지
않는다는 걸 알았어요. 오염되어 있는 건 흙이예요! 이 계곡의 흙조차도 오염되
어 있는 거예요!!
왜… 누가… 세계를 이런 꼴로 만들어 버렸을까요….
유파 : 너, 그걸 혼자서…!
나우시카 : 예에, 아버지와 모두의 병을 낫게 하고 싶어서… 하지만, 이제 이곳도 폐쇄돼요.
아까 물을 끊었으니 곧 모두 말라 죽겠지요… (흐느끼며 유파에게 안긴다) 욱…
욱…
유파 : 나우시카…
나우시카 : 전, 자신이 무서워요… 증오에 사로잡혀 무슨 짓을 할지 모르겠어… 더는 아무도
… 죽이고 싶지 않은데… 흑…흐흑……
[다음날 아침]
(토르메키아의 비행선단이 떠날 준비를 하고 있다. 사람들이 나우시카를 전송하고 있다)
소녀들 : 공주님----! (나우시카에게 달려간다)
소녀 1 : 이거, 모두 함께 모은 거예요.
소녀 2 : 치코 열매요.
소녀 3 : 공주님께 드릴게요.
나우시카 : 모두들… 이렇게나 많이… 힘들었을텐데…
소녀들 : 와앙---!! (나우시카의 품으로 뛰어든다)
나우시카 : 고마워. 소중히 먹을게.
소녀 1 : 공주님이 불쌍해…
병사 : 탑승 서둘러! 출발한다!
나우시카 : 자, 다들 인제 그만 울어. 괜찮아, 난 금방 돌아와.
소녀 1 : 정말…?
나우시카 : 어라, 내가 언제 거짓말한적 있었니?
소녀 1 : 아니…
나우시카 : 응?
소녀 1 : 으응… (눈물을 그치고 웃으며) 응, 정말이야.
나우시카 : 응. 자, 위험하니까.
소녀 1 : 응.
소녀들 : 꼭이요----!!
(비행선들이 출발한다)
남자 : 공주님을 부탁해요!
골 : 뒷일을 부탁해----!
[상공]
골 : 아∼아, 페지테는 아직 멀었나.
기쿠리 : 무릎이 쑤셔오는데…
니가 : 이런이런, 공주님도 겁없는 놈들만 잘도 뽑았군!
골 : 헌데… 이상하지 않아? 왜 이렇게 밀집해서 나는 거지?
꼭 습격을 겁내는 것처럼 말야.
나우시카 : 구름 밑에선 장기가 엄청나게 소용돌이치는군.
(문득 하늘을 올려다보는 나우시카. 태양 가운데에 까만 점이 눈에 띈다)
나우시카 : 응?
미토 : 엉?
병사 : 움직이지 마.
(점은 건쉽이 되어 내려온다)
나우시카 : 건쉽이다!!
(건쉽이 기관포를 쏘아대기 시작한다. 건쉽이 선단을 스쳐 지나가는 순간 배 하나가 불길에 휩싸
인다)
나우시카 : 아앗!
병사 1 : 습격이다!! 2번 함이 당했다!!
(습격당한 배가 폭발한다)
기쿠리 : 말한대로 됐군!!
골 : 우히익---, 무시라∼!
병사 : 방어 원진(圓陳)! 밑에서 온다! 저것은 페지테의 건쉽입니다!!
나우시카 : 페지테!?
(교전하는 비행선들. 그러나 토르메키아의 배가 일방적으로 당한다)
병사 1 : 제길, 3번 함도 맞았다!
병사 2 : 콜벳트는 뭘 하고 있는 거야!!
병사 3 : 3번함에서 신호! [조타 불능!] [조타 불능!]
미토 : 정말 약해빠진 배로군!!
병사 : 우왓!! 후위가 말려들어갔다!!
(군선과 노인들의 바지를 연결한 와이어가 끊어져 나간다)
나우시카 : 아! 바지의 와이어가!!
테토, 빨리!! (테토가 나우시카의 가슴팍에 뛰어든다)
(나우시카가 탄 배도 피습, 불길에 휩싸인다)
미토 : 안되겠다. 이 배도 추락한다!!
공주님!?
(나우시카, 깨진 유리를 뚫고 배 위로 올라간다. 날아가는 건쉽과 쫓아가는 콜벳트가 보인다)
나우시카 : 그만 둬! 더 이상 죽이지 말아요!!
(나우시카의 정면으로 건쉽이 달려든다. 아스벨은 기관포의 발사스위치를 누르다가 양팔을 벌린
채 부르짖는 나우시카를 본다. 아스벨의 눈에는 나우시카의 본연의 모습이 보인다)
나우시카 : 그만 둬----!!
아스벨 : 어엇!?
(놀라서 급선회하는 아스벨. 그때 콜벳트에서 쏜 포탄이 건쉽에 명중한다. 구름 사이로 떨어져
가는 건쉽)
나우시카 : 아앗!!
미토 : 공주님. (오른쪽 날개에서 폭발이 일어난다) 와앗!!
나우시카 : (배 안으로 들어온다) 서둘러! 미토!
미토 : 윽, 앗뜨뜨… 고, 공주님, 이젠 글렀어요!
나우시카 : (격납고로 항한다) 날 수 있을지도 몰라!! (뛰어내린다)
미토 : 뭐라고요!?
나우시카 : (착석하며) 미토! 빨리!!
미토 : 왓, 예…예엣!! (탄다)
나우시카 : 엔진 시동!! 포로 문을 부순다!!
미토 : 예, 예에!!
(그때 위쪽 입구에 크샤나가 나타난다)
나우시카 : 엇!
(크샤나는 나우시카를 보고 체념한 듯한 미소를 띄운다. 그러나 나우시카는 잠시 머뭇거리다가
결심한 듯)
나우시카 : 와요!! 빨리!!
(크샤나, 의외라는 표정으로 뛰어내려 나우시카 옆에 앉는다)
나우시카 : 빨리 안으로! 미토! 되겠어?
미토 : 간신히요!!
나우시카 : 발포와 동시에 엔진 전개!!
미토 : 롸져!!
나우시카 : 준비. 에잇!!
(건쉽이 빠져나온 뒤 곧 비행선이 폭발한다)
나우시카 : 장기 마스크를 써! 구름 밑으로 내려가 바지를 구출한다!
따뜻해… 죽지 마, 테토.
(바지를 찾아 부해 쪽으로 날아가는 건쉽. 곧 두터운 가스 층으로 들어간다)
미토 : 여긴 별세계군… 이렇게 짙은 장기는 처음 본다.
나우시카 : 후석! 우측 후방에 주의! 가까이 있어! 아직 날고 있다!
미토 : 어!! 정말이다! 정말 있다!!
(바지를 따라잡는 건쉽)
기쿠리 : 오오, 공주님이다!
골 : 공주님----!!
나우시카 : 모두 힘내!! 지금 로프를 내릴게!!
니가 : 훅이 망가져서 공중 수용은 무리예요!!
무즈 : 불시착해서 곤충한테 먹히는 건 싫어∼!
골 : 눈 딱 감고 단번에 죽겠습니다---!
미토 : 진정해!! 짐을 버려!!
성지기들 : 공주님--- 안녕히---!
건강하세요---!!
미토 : 내 말 들어! 짐을 버려!
나우시카 : 후석! 엔진을 꺼!
미토 : 예…에!?
나우시카 : 엔진 소리 때문에 안 들리는 거야. 빨리!
미토 : 아, 예.
(미토가 엔진을 끄자 나우시카가 조종석에서 나와 마스크를 벗는다)
무즈 : 응?
골 : 고, 공주님! 무, 무슨…!!
공주님, 마스크를!!
기쿠리 : 죽어요!!
무즈 : 마스크를 쓰세요!!
나우시카 : 모두 반드시 도와줄게!! 나를 믿고 짐을 버려!!
기쿠리 : 아, 알았으니 제발 마스크를 쓰세요!!
(나우시카, 미소지으며 엄지손가락을 들어올린다)
골 : 공주님, 웃고 계셔.
기쿠리 : 살았나…
무즈 : 서둘러!!
골 : 짐짝을 버려!!
미토 : 기수가 떨어져요!!
나우시카 : (다시 앉는다) 엔진 점화! 불시착할만한 곳을 찾아요.
(얼굴을 찡그리며) 약간 폐에 들어갔구나…
성지기들 : (짐을 부지런히 버린다) 빨리빨리 해!
이봐, 서둘러.
[호수]
(수면 위에서 합류하는 바지와 건쉽)
무즈 : 공주님!
나우시카 : 모두 무사해?
크샤나 : (돌연 총을 뽑아들며) 움직이지 마!!
골 : 아앗!!
미토 : 네 놈이…!!
크샤나 : 아까는 고마웠다.
골 : 공주님! 왜 이런 놈을…
크샤나 : 순진하군그래. 내가 엎드려 감사라도 할 줄 알았나.
나우시카 : 당신은 부해에 대해 아무 것도 모르고 있어요. 여기는 인간의 세계가 아니예요.
총을 쏘는 것만으로도 무슨 일이 일어날 지 모르는 곳이예요. 아까의 전투로 배
가 숲에 잔뜩 떨어져서 곤충들이 화가 나 있어요. 봐요, 저 위를---
(위를 올려다보는 사람들. 곤충들이 떼지어 날아가고 있다)
나우시카 : 대왕 얌마는 숲의 파수꾼이예요. 이제 곧 다른 곤충들을 부를 거예요.
즉시 탈출한다! 예비 로프를 빨리!
기쿠리 : 아, 알겠습니다.
나우시카 : 미토, 훅을 수리해.
미토 : 예!
크샤나 : (총을 쏜다) 움직이지 마! 명령은 내가 내린다!
나우시카 : 당신은 뭘 겁내고 있는 거죠? 마치 미아가 된 키츠네리스처럼.
크샤나 : 뭐라고!!
나우시카 : 두려워하지 말아요. 난 단지 당신이 자기 나라로 돌아가 주길 바랄 뿐이예요.
크샤나 : 이 놈이… 엇!!
(갑자기 수면이 요동치면서 건쉽과 바지가 마구 흔들린다)
골 : 우왓!!
나우시카 : 왔다!!
(오무 세 마리가 물 위로 솟아오른다)
크샤나 : 으윽!! (겁에 질려 손을 부들부들 떤다)
나우시카 : (크샤나의 권총을 제지한다) 조용히! 화나게 하면 안돼요.
골 : 여기는 오무의 둥지야.
기쿠리 : 두, 두, 둘러싸였어…!
크샤나 : 으…으…으…
나우시카 : 우리들을 조사하고 있어. (앞으로 나선다)
오무, 미안해! 네 집을 소란하게 해서. 하지만 알아 줘, 우리들은 너의 적이 아
니야.
(오무의 아래쪽에서 황금빛의 가는 촉수가 뻗어나와 나우시카를 겹겹이 감싸기 시작한다)
크샤나 : 으으…!
골 : 오오…!
기쿠리 : 고, 공주님…
(나우시카는 오무의 촉수 속에서 과거로 되돌아간다. 황금빛 들판의 기억을… 오무가 촉수를 풀
고 물러서자 나우시카는 정신이 든다)
나우시카 : 엉? 그 사람이 살아있다고!? 기다려! 오무!!
(오무들의 눈이 빨갛게 되어 떠나버린다)
골 : 무슨 일이지?
무즈 : 오무의 눈빛이 새빨개졌어!
(나우시카, 바지의 날개에 올라가 덮개를 열고 메베를 꺼낸다)
골 : 공주님! 메베로 뭐 하시게요!?
나우시카 : 수면이 잔잔해지면 바로 이수해서 상공에 대기해!! 한 시간이 지나도 돌아오지
않으면 계곡으로 돌아가!!
미토 : 하…하지만!!
(이수하는 나우시카)
기쿠리 : 공주님----!!
가 버리셨어….
미토 : (크샤나에게) 넘겨 주실까.
자아 모두, 공주님이 말씀하신 대로 하는 거다.
공주님….
[부해]
(아스벨이 수많은 곤충들에게 쫓기고 있다)
아스벨 : 아아… 우왓… 제기랄!! (곤충을 향해 총을 겨눈다) 쿡!! 우와앗!!
(곤충들을 피해 절벽 아래로 뛰어내린다) 와악!! 우와악---!!
(아스벨이 곤충에게 먹히려는 순간, 나우시카가 나꿔챈다)
아스벨 : 당신은…!?
나우시카 : 당신은 너무 많이 죽였어요!! 이젠 광탄도 충적도 듣지않아!! (곤충의 꼬리와 메
베가 부딪친다) 아악!!
(추락하여 바닥에 떨어지는 두 사람. 아스벨이 정신이 들었을때 위에서 나우시카의 마스크가 떨
어진다)
아스벨 : 욱… 아…!! 웃!! 유사(流砂)다! 제기랄…! 아아…!
[상공]
기쿠리 : 벌써 두 시간이야!
골 : 곤충만 많아지는군.
기쿠리 : 공주님!
공주니---임!
[나우시카의 꿈]
(황금의 들판이 보인다. 어린 시절의 나우시카가 있다)
질 : 나우시카! 나우시카! 이리 오렴… 이리 와!
나우시카 : 아빠… (아버지의 소에 탄다)
(아버지와 사람들은 어디론가 나아가고 있다)
나우시카 : 엄마도 있네…
싫어… 나 그쪽으로 가고 싶지 않아…
(말에서 뛰어 내려 달린다) 오면 안돼---!! 아무 것도 없어요. 없단 말예요!!
(큰 나무를 등지고 필사적으로 외치는 나우시카. 그러나 그녀의 발 사이로 오무의 유충이 기어나
온다)
나우시카 : 나오지 마!!
골 : 오무의 유충입니다.
질 : 역시 곤충에게 홀려있었구나… 이리 다오 나우시카!
나우시카 : 싫어! 아무런 나쁜 짓도 하지 않았어요!!
질 : 곤충과 인간은 같은 세계에서 살 수 없단다! (뺏어간다)
나우시카 : 아앗--!!
제발!! 죽이지 말아요!! 제발…
[현실·부해의 바닥]
나우시카 : 테토… (일어나서 주위를 둘러본다)
이상한 곳이네…
(하얗게 석화된 나무들이 여기저기 서 있고, 주위가 온통 희다못해 푸른빛마저 감도는 신비스런
광경에 넋을 잃는 나우시카. 그때 저쪽에서 아스벨이 메베를 들고 다가온다)
아스벨 : 야아, 겨우 찾아 왔네. 기분은 어때?
나우시카 : 여기는 어디지?
아스벨 : (나우시카의 손을 잡고 흔들어대며) 우선 고맙단 말을 하게 해 줘. 난 페지테의
아스벨이야. 구해 줘서 고마워.
나우시카 : 나는 바람 계곡의 나우시카. 여기는 어디지?
아스벨 : 하하하, 놀라는 것도 당연해. 우리는 부해의 바닥에 있는 거야.
나우시카 : 부해의 바닥!?
아스벨 : (천정을 가리킨다) 봐, 저기서부터 떨어진 거야. 모래와 함께.
나우시카 : 아! 우리, 마스크를 쓰고 있지 않잖아!
아스벨 : 그렇지. 여기 공기는 깨끗해. 나도 놀랐어. 부해의 바닥에 이런 곳이 있다니.
왜 그래? (나우시카가 걸어가자) 나우시카, 너무 멀리 가진 마.
(계속 여기저기를 거닐던 나우시카는 석화된 나무 앞에 멈춰선다)
나우시카 : 정말 거대한 나무다….
(나무에 귀를 기울인다) 말랐어도 물을 통과시키고 있어…
(모래를 만져본다) 우물 밑의 모래와 똑같다…
돌이 된 나무가 부서져서 쌓이고 있는 거야.
(뒤따라온 아스벨은 나우시카가 엎드려 있는 것을 본다)
아스벨 : 나우시카… 울고 있니?
나우시카 : 응… 기뻐서.
아스벨 : 라스텔은 내 쌍둥이 동생이야. 곁에 있어 주고 싶었는데….
나우시카 : 미안해…, 너무 늦게 얘기해서…
아스벨 : 아니…, 미안해, 동생을 돌봐 준 사람을 죽여버릴뻔 했으니.
나우시카 : 으응.
아스벨 : 그런가… 놈은 바람 계곡에 있는 건가!
(열매를 깨문다) 욱!! 이 열매, 맛이 이상해.
나우시카 : 치코 열매라고 해. 영양이 많아.
아스벨 : 흐응… (테토와 나우시카가 먹는 것을 보고 자기도 열매를 한입에 털어넣는다)
맛은 그렇다 쳐도 꼭 장화 씹는 것 같아.
나우시카 : 우후후.
아스벨 : 부해가 생긴 이유라… 넌 이상한 생각도 다 한다?
나우시카 : 부해의 나무들은 인간이 오염시킨 이 세계를 깨끗하게 하기 위해 생겨난 거야.
대지의 독을 몸 속으로 흡수해 깨끗한 결정으로 만든 다음 죽어서 모래가 되어
가는 거지. 이 지하 동굴은 그렇게 해서 생긴 거고… 곤충들은 이 숲을 보호하고
있는 거야.
아스벨 : 그렇다고 하면… 우리들은 멸망할 수 밖에 없는 것 같군. 몇 천년이 걸릴지 모르
는데 장기랑 곤충에 떨면서 살아가는 건 무리야. 하다못해 부해를 이 이상 넓어
지지 않게 하는 방법이 필요해.
나우시카 : 너도 크샤나하고 같은 말을 하는구나…
아스벨 : 아냐!! 우린 거신병을 전쟁에 사용하려는 생각 따윈 안 해!! 내일 모두를 만나보
면 알 거야!
나우시카 : …그만 자자… 내일… 많이 날아야 할 테니까…
[바람의 계곡]
(거신병의 알이 맥동하고 있다)
병사 : 이상 없습니다.
크로트와 : 음. 잘 돼 가나?
병사 : 옛. 상반신은 거의 굳었습니다.
크로트와 : …정말, 보면 볼수록 귀여운 괴물이야, 넌. 가난한 군인인 나조차 오랫동안 녹슬
어 있던 야심이 꿈틀거리거든.
켁, 웃고 있네. 너같은 놈은 이 세상이 끝날 때까지 지하에서 잠자고 있는 편이
좋았어!
장교 : 참모님!
크로트와 : 응?
장교 : 전하의 편대가 페지테의 잔당에게 습격당해 콜벳트 한 척을 남기고 전멸했습니
다!
크로트와 : 전하는 어떻게 되셨나!?
장교 : 배는 공중에서 폭발했다고 합니다.
병사 : 참모님!
크로트와 : 마을 놈들은 아직 모르고 있겠지?
병사 : 예!
크로트와 : 좋아! 곧 가겠다. 나머지는 이대로 작업을 계속해라!
(병사들이 나간 뒤) 늘 억눌려 살던 평민 출신에게 드디어 돌아온 행운인가…?
아니면 파멸에의 함정인가!!
(그 광경을 지켜보는 유파. 그때 아이들 몇이 다가온다)
아이 1 : 미토 할아버지 일행이 돌아왔대요.
아이 2 : 산(酸)의 호수에서 유파님을 기다리고 있어요.
[산의 호수]
미토 : 우리들만 염치없게 돌아와서…
유파 : 아니, 무사해서 무엇보다 다행이네.
[방]
크샤나 : 석방이라고?
유파 : 거신병을 산의 호수 깊숙히 가라앉히고 본국으로 돌아가 주지 않겠소? 계곡에 남
아 있는 군대는 적어! 지금 싸우면 쉽겠지만 이 이상의 희생은 무의미하오.
크샤나 : 놈에겐 불도 물도 소용없어. 걸어나올 때까진 아마 움직일 수도 없을 걸…
모르겠나? 이미 돌이킬 수 없어. 거대한 힘을 타국이 가졌다는 공포 때문에 나는
페지테 공략을 명령받았어. 놈의 존재가 알려진 이상 강대국들은 차례로 이 땅에
대군을 보내올 거야. 너희들에게 남겨진 길은 하나밖에 없어. 거신병을 되살려서
열강의 간섭을 막고 놈과 함께 살아가는 것이다. 봐라!
(크샤나는 왼팔을 뽑는다. 의수인 것이다)
일동 : 오오!
유파 : 곤충에게 당한 건가?
크샤나 : 내 남편이 되는 사람은 더 끔찍한 꼴을 보겠지.
부해를 태우고 곤충을 죽여 인간의 세계를 되찾는 데 뭘 주저하나!! 우리가 페지
테에게서 빼앗은 것처럼 놈을 빼앗는게 좋아.
유파 : 거신병은 부활시킬 수 없어!
아이 1 : (통로로 달려온다) 큰일났다!!
아이 2 : 어이, 암호 대.
아이 1 : 급하단 말야!!
아이 2 : 바람.
아이 1 : 계고옥!!
아이 2 : 좋아.
아이 1 : 포자가 남아있었어요!!
미토 : 뭐라고!?
아이 1 : 지독한 장기를 내뿜어서 계곡에 대소동이 났어요!!
[숲]
남자 1 : 내 놔!!
남자 2 : 빨리 해!!
남자 3 : 서두르지 않으면 계곡은 전멸이야!!
남자 4 : 그렇다!!
남자 5 : 도끼와 화염방사기를 내 놔!!
남자 6 : 점점 자라고 있단 말야!!
병사 1 : 포자를 태우는 도구는 무기가 될 수 있습니다. 넘겨 줄 수는…
크로트와 : 어쩔 수 없잖나. 총 외에는 돌려 줘라.
병사 1 : 옛!
병사 2 : 콜벳트 출발합니다!
크로트와 : 이번엔 실수하지 마라. 페지테에 남아 있는 병력을 전부 이 계곡에 집결시켜.
병사 2 : 옛!! (나간다)
크로트와 : 이거야 원, 귀찮게 돼 버렸군.
남자 1 : 빨리 해!!
남자 2 : 서둘러!!
(한편, 유파와 미토는 건쉽으로 떠날 채비를 한다)
골 : 공주님을 부탁합니다.
유파 : 계곡을 부탁하네. 돌아올 때까지 자중해 줘.
기쿠리 : 아, 옛.
(건쉽이 출발한다)
골 : 우리는 계곡으로 가자!!
(마을 사람들이 모두 나서서 포자를 태우고 있다)
남자 1 : 끙!
남자 2 : 틀렸어! 이런 데까지 균사가 퍼져 있어!
남자 3 : 여기도 당했어!!
여자 : 비켜!!
병사 : 뭐 하는 거야!
여자 : 에잇!!
(여자는 도끼로 나무 밑둥을 내리찍는다. 그러나 역시 끈적끈적한 균사가 묻어 나온다)
여자 : 아앗!! 여기도……
남자 : 큰할머님!!
큰할머니 : (사람들 앞으로 나온다) 태워버릴 수밖에 없어!! 이 숲은 이미 틀렸어. 머뭇거리
다간 계곡 전체가 부해에 삼켜지고 만다!
노인 : 어떻게 안 될까… 저수지를 300년 동안이나 지켜준 숲인데…
남자 : 제길∼, 저놈들만 오지 않았어도…!
(언덕에서 성지기들은 마을의 소동을 내려다본다)
골 : 이거 이대로 뒀다간 큰일나겠는데. 우리도 가자.
[공중]
(나우시카와 아스벨은 페지테를 향하여 비행하고 있다)
아스벨 : 그런가… 나한텐 보통 때와 똑같이 보이는데….
나우시카 : 곤충들이 없어…. 웬일일까, 이렇게 가슴이 두근거리다니.
아스벨 : 조금 남았어! 저 산을 넘으면 내 동료들이 있어.
페지테 쪽이 이상한데… 저 연기는 뭘까?
나우시카 : 아앗! 아스벨, 마스크를 써!!
(땅 위에 곤충들이 널브러져 있다)
아스벨 : 곤충이다!
죽어 있어….
나우시카 : 페지테로 가자!
아스벨 : 조심해. 거기엔 토르메키아군이 있을 거야.
[페지테]
(페지테는 참혹하게 파괴되어 있다. 탱크와 곤충의 시체가 뒤엉켜 있고 검은 연기가 곳곳에서 피
어오르는 폐허… 두 사람은 망연자실해서 돌아다닌다)
아스벨 : 아아…!!
나우시카 : 오무까지….
아스벨 : 중앙 돔이 뭉개져 버리다니… !! (주저앉는다)
페지테는 이제 끝났어… 토르메키아군을 전멸시켜봤자 이래서는……
나우시카 : 전멸시켜? 무슨 뜻이지, 아스벨?
(비행기 소리가 들린다) 브릭이다!!
아스벨 : 동료들의 배야!! 내려온다. 가자!
(브릭이 착륙, 사람들이 내린다)
시장 : 아스벨! 살아있었구나!
아스벨 : 무슨 짓을 한 거예요? 저래선 재건도 못해요.
시장 : 거리를 봤구나. 괜찮아, 부해에 먹히더라도 곧 태워버릴 수 있어.
아스벨 : 하지만 거신병은 여기에 없어요.
시장 : 알고 있다. 바람의 계곡이지.
아스벨 : 어떻게 그걸?
시장 : 하하하, 우린 놀고 있었겠니. 작전 제 2탄도 발동했어. 오늘밤으로 바람의 계곡
의 토르메키아군은 전멸이다.
나우시카 : 뭐라고요!? 전멸이라니 무슨 얘기죠!?
시장 : 아스벨, 이 사람은?
아스벨 : …바람의 계곡의 나우시카… 생명의 은인입니다.
시장 : 바람의 계곡……
남자 1 : 오오…
나우시카 : 가르쳐 줘요!! 무슨 얘기예요!? 아스벨, 넌 알고 있지!? 가르쳐 줘!
아스벨 : ……곤충들이 덮치게 하는 거야……
나우시카 : 헉!! 페지테를 덮치게 한 것도 당신들이죠!?
…그런 지독한 짓을…!
시장 : 무슨 일이 있어도 부활하기 전에 거신병을 되찾아야만 하는 거야.
남자 2 : 세계를 지키기 위해서야. (나우시카의 어깨에 손을 얹는다) 이해해 줘.
나우시카 : (뿌리치며) 그래서 계곡의 사람들을 죽이겠단 얘기야!? 멈춰요!! 당장 멈춰요!!
제발!!
남자 3 : 이미 늦었어!!
시장 : 일단 달리기 시작하면 아무도 막을 수 없어. 우리는 토르메키아군에게 거의 모두
가 살륙당했다. 이제 다른 방법이 없어.
(나우시카는 사람들을 뿌리치며 메베로 달려간다)
시장 : 붙잡아!!
(사람들이 한꺼번에 메베를 덮쳐, 메베는 무게에 못 이겨 내려앉는다)
나우시카 : 놔!! 보내 줘---!!
시장 : 지금은 괴로워도 거신병만 되찾으면 부해를 태워 인간의 세계를 다시 만들 수 있
는 거야.
나우시카 : 거짓말!! 당신들도 토르메키아와 똑같아!!
시장 : 아니야!! 그들은 파괴에 쓸 뿐이야!!
나우시카 : 당신들도 우물의 물을 마시겠죠? 그 물을 누가 정화하고 있다고 생각해요? 호수
도 강도 인간이 독수로 만들어버린 것을 부해의 나무들이 정화해 주고 있는 거예
요….
그 숲을 태워버린단 말인가요!? 거신병따윈 파내지 말았어야 했어요!!
시장 : 그럼 어떡하란 말야!! 이대로 토르메키아가 시키는 대로 해야 하나!!
나우시카 : 아냐! 아냐! 아스벨, 모두에게 말해 줘! 부해가 생긴 이유를, 곤충들은 세계를
지키고 있다고!! 아스벨, 제발!!
(주저하던 아스벨, 시장에게 덤벼든다)
시장 : 우왓! 무슨 짓이야!!
아스벨 : (권총을 빼앗으며) 움직이지 마!! 그 앨 보내 줘!!
시장 : 진정해라, 아스벨!!
아스벨 : (바닥에 총을 한 방 쏜다) 난 진심이야. 손을 떼! 나우시카, 모두에게 알려!
(뒤에서 한 사람이 개머리판으로 아스벨의 머리를 내리친다)
아스벨 : 우욱!! (쓰러지며 기절한다)
나우시카 : 앗…!! 아스벨---!! 놔---!!
[바람의 계곡]
(크샤나는 바람의 계곡으로 돌아간다. 산정에서 그녀는 마을에서 소요가 일어난 것을 본다)
크샤나 : 바보같은 놈들!!
골 : 시작되버린 건 어쩔 수 없어!!
기쿠리 : 하지만 자중하랬는데……
(성벽 위에서 아래의 싸움을 지켜보는 크로트와와 병사들)
크로트와 : 허둥대지 말고 전차로 병사들을 구출해!!
병사 1 : 옛!!
병사 2 : 참모님! 마지막 한 사람이 당했습니다!!
크로트와 : 이리로 오나?
병사 2 : 모르겠습니다. 주민들이 모여들고 있습니다.
크로트와 : 아, 싫다∼. 숲 한두 개 갖고 저렇게 살기등등해지다니 페지테 꼴 났군. 응?
(골이 전차 안에 광탄을 던진다)
전차병 : 와악!! (전차 밖으로 도망친다)
크로트와 : 전차를 뺏겼다!!
(총알이 날아오자 노인들은 서둘러 전차 안으로 들어간다)
골 : 빨리 운전해!
니가 : 그렇게 재촉하지 마.
기쿠리 : 왓, 온다!!
골 : 이봐이봐, 빨리 해!
니가 : 이건가? 아, 움직인다.
(기어를 넣는 니가. 그러나 전차는 뒤로 움직인다)
니가 : 어디로 가는 거야!?
병사들 : 으악!!
(전차가 후진하다 성벽과 부딪친다)
골 : 앞으로 가라구, 앞으로!!
니가 : 나도 알어….
크로트와 : 제길! 전차를 몽땅 내 와!! 엇?
(크로트와는 뒤쪽에서 크샤나가 걸어나오고 있는 것을 발견한다)
크로트와 : 살아있었나…? 짧은 꿈이었어……
(크샤나에게로 달려가며) 전하!!
기쿠리 : 우리가 막아볼테니 사람들을 산의 호수에 피난시켜 줘!!
남자 : 알았어!!
무즈 : 공주님이 건쉽으로 돌아오실 때까지 버텨야 해!
남자 1 : 다들 서둘러!!
남자 2 : 빨리 해!!
(마을 사람들이 무리지어 이동한다)
골 : 멍청히 있지 말고 너도 도와!!
기쿠리 : 난 허리가 삐었다구.
왔다! 전차가 왔다!! 서둘러!!
니가 : 알고 있지만, 더는……
(토르메키아군의 포탄이 전차로 날아와 명중한다)
[상공]
대장 : (콜벳트의 전망대에서) 틀림없나?
병사 : 페지테의 브릭입니다. 저 구름 너머로 얼핏 보였습니다.
대장 : 좋아!
[브릭 안]
(나우시카가 갇혀 있는 방으로 여자들이 온다)
보초 : 조심하세요. 좀 전까지도 계속 날뛰었거든요.
중년부인 : (방 안에 들어온다) 서둘러.
나우시카, 여기서 내보내 줄게요. 계곡에 알리러 가세요. 당신의 글라이더라면
아직 시간에 댈 수 있을지도 몰라요. 준비해 놨어요.
아스벨에게 다 들었어요.
소녀 : (겉옷을 벗어서 내민다) 내가 여길 맡을테니 빨리 이걸 입어요.
나우시카 : 당신은……
중년부인 : 라스텔의 엄마예요.
나우시카 : 어머니…! (부인의 품에 안긴다)
중년부인 : 정말 미안해요. 우리들이 한 짓은 전부 잘못이었어요.
소녀 : 서둘러요!
나우시카 : (소녀와 옷을 바꿔입고 밖으로 나온다) 저 사람은?
중년부인 : 괜찮아요. 걱정하지 말아요.
(두 사람은 노약자와 난민이 모여 있는 방으로 들어선다)
여자 : 조심하세요.
노파 : 우리들의 결례를 용서해 주게.
아스벨 : (바닥의 구멍에서 고개를 내민다) 나우시카, 이쪽이야! 서둘러!
나우시카 : 여러분, 고마워요! (아래로 뛰어내린다)
아스벨 : 늦어서 미안해.
(아스벨은 메베가 있는 창고로 안내한다)
아스벨 : 여기서 날 수 있겠니? (격납고 문을 연다)
나우시카 : 해 볼게.
(메베를 발진시킬 준비를 하는 나우시카. 그때 구름 사이에서 토르메키아의 비행선이 모습을 드
러낸다)
나우시카 : 콜벳트!!
(총을 난사하기 시작하는 콜벳트)
아스벨 : 왓!
시장 : 피해!! 구름 속으로 빨리!!
(구름 속으로 들어가는 브릭)
대장 : 사격 중지!!
바보자식! 구름 속은 난류와 번개의 지옥이야!!
조종사 : 안돼!! 조종간이 말을 안 들어!!
여자들 : 꺄아악∼!!
아스벨 : 배가 부서진다!!
시장 : 모두들 어쩔 수 없다!! 구름 밖으로 나가서 싸우자!!
(그러나, 브릭이 구름 밖으로 나가자 콜벳트가 정면에서 나타난다)
조종사 : 아앗!!
시장 : 간파당했다!!
아스벨 : 제길, 어쩔 생각이지!?
나우시카 : 구름이다!! 구름 쪽으로 몰아붙여 배에 올라탈 작정이야!!
아스벨 : 놈들이 온다!! 나가려면 지금밖에 없어!
나우시카 : 안돼!! 나도 남겠어! 내 대역이 돼 준 소녀와 어머니를 놔두고 갈 순 없어!
아스벨 : 계곡 사람들을 구할 수 있는 건 너뿐이야! 부탁이야, 가 줘!! 우릴 위해서 가
줘!!
(아스벨의 뒤로 토르메키아군 병사가 나타난다. 또 비행선 내에서는 두 세력간에 싸움이 붙는다)
대장 : 배는 접수한다. 포로를 만들지 마라. 다 없애버려.
(토르메키아군 병사와 맞붙어 싸우는 아스벨)
아스벨 : 가! 나우시카! 가!
(아스벨은 병사와 싸우면서 발로 메베를 민다. 브릭 밖으로 밀려나가는 나우시카)
나우시카 : 아스벨!!
(일단 나온 나우시카는 자세를 가다듬어 비행한다. 콜벳트의 사격을 피해 날던 그녀는 계곡의 건
쉽과 마주친다)
미토 : 공주님---!!
나우시카 : 미토!
(미토는 기관총을 난사, 콜벳트를 격추시킨다)
미토 : 이얏호---!!
나우시카 : 미토! 선생님!
미토 : 공주님!
나우시카 : 빨리, 모두가…, 모두가!!
미토 : 지금 수용 훅을 내보낼게요! 유파님! 오른쪽 빨간 레버를!
(브릭 안에서는 토르메키아군이 거의 다 점령, 마지막 남은 방의 문을 부수려 들고 있다)
대장 : 남은 건 여기뿐이다. 서둘러!
아스벨 : 문이 부서지겠어!!
시장 : 언제든지 오라고 해. 페지테의 긍지를 똑똑히 보여 주마!!
여자 : (문득 창 밖을 보다가) 저게 뭐지? 새…!?
파수병 : 배다!! 바람의 계곡의 건쉽이다!!
대장 : 뭐라고!?
(건쉽이 다가온다. 이어 유파가 브릭 안으로 뛰어든다)
파수병 : 우왓!
병사 : 이놈!!
(유파는 순식간에 토르메키아군을 해치워 나간다)
병사 : 왓!!
대장 : 유파다!! 해치워서 이름을 날리자!!
(그러나 유파는 병사들을 처치하고 순식간에 대장 앞으로 육박, 그의 목에 칼을 들이댄다)
대장 : 우왓!!
유파 : 항복하라. 콜벳트는 이제 돌아오지 않는다.
대장 : 가…강해…
[건쉽]
미토 : 공주님, 무리예요! 엔진이 폭발해버리겠어요!
나우시카 : 계곡까지만 버티면 돼! 300까지 올려!!
신이시여… 바람의 신이시여… 부디 모두를 지켜 주세요…!
[바람의 계곡]
(토르메키아군과 계곡 사람들이 대치 상태에 있다)
크로트와 : 꼼짝도 안 하시는군요.
크샤나 : 돌아오길 기다리는 거다.
크로트와 : 돌아온다고요?
크샤나 : 그 애가 건쉽으로 돌아올 거라고 믿는다.
크로트와 : 건쉽은 골치아픈데요… 지금 만나보시겠습니까?
크샤나 : 자넨 저 배가 뭔지 알고 있나?
크로트와 : 불의 7일간 전에 만들어진 놈이죠. 진짠지 아닌지는 모르겠지만 별까지 갔다고도
하던데… 꽤 단단해서 대포도 소용없지만 뭐 구멍에 처박으면…
크샤나 : 나도 기다리고 싶은 거다.
크로트와 : 예!?
크샤나 : 정말로 부해의 심연에서 살아 돌아올 수 있는 자라면… 그 애와 한번 천천히 얘
기를 하고 싶었어.
(전차 속으로 내려가는 크샤나. 안에는 노인들이 잡혀 있다)
크샤나 : 어떤가. 결심했나? 항복을 권유해 주겠다면 풀어 주겠다.
페지테 꼴이 되고 싶나!?
기쿠리 : 당신도 공주님이지만 우리 공주님과 많이 다르군요.
골 : 이 손을 봐 주시오. 질님과 같은 병이오. 이제 반 년만 지나면 바위같이 될 거라
오. 하지만!! 우리 공주님은 이 손을 좋아한다고 말해 주셨소. 열심히 일하는 자
의 아름다운 손이라고 말해 주셨단 말이오!!
크샤나 : 부해의 독에 해를 입으면서 그래도 부해와 함께 살겠다고 하는 건가!
기쿠리 : 당신은 불을 쓰지요. 그거야 우리도 조금씩은 쓰고 있지만, 불은 지나치면 아무
것도 살리지 못해요.
골 : 불은 숲을 하루만에 잿더미로 만들어 버려. 물과 바람은 백년 걸려 숲을 키우지.
기쿠리 : 우리는 물과 바람 쪽이 더 좋소.
니가 : 저 숲을 보면 공주님 슬퍼하시겠지….
병사 : 참모님. 명령은 아직입니까?
크로트와 : 들어가 있어…
병사 : 옛.
크로트와 : 뭔 일이 있었는진 모르겠지만 귀여워졌구먼…
크샤나 : (나온다) 크로트와! 그 자들을 놔 줘라!
크로트와 : 옛!? 그럼 기다리실 겁니까?
크샤나 : 병사들에게 식사를 줘라. 한시간 뒤에 공격을 개시한다!
크로트와 : 호오, 식산가… 천천히 먹기로 할까요….
(언덕 쪽에는 남자들이 총을 들고 보초를 서고 있다)
남자 1 : 어? 누가 온다!
남자 2 : 골 일행이다!
골 : (걷다가) …응?
기쿠리 : 왜 그래?
골 : …바람이 없어……
기쿠리 : 바람이? 정말, 바람이 멈춰버렸어…!
큰할머니 : 오오…!!
소녀 1 : 할머니, 왜 그러세요?
여자 : 큰할머님.
큰할머니 : 누가, 누가 날 좀 부축해 다오….
(큰할머니는 소녀들의 부축을 받으며 나와 지평선 쪽을 바라본다)
소녀 2 : 바람이 멈춘 건 처음이야.
소녀 1 : 할머니, 귀가 아파요.
큰할머니 : 대기가… 대기가 분노로 가득 차 있다…!
[상공]
나우시카 : 다 왔다!
미토 : 부해를 통과했습니다! 산의 호수까지 3분!
나우시카 : 엔진 슬로우! 구름 아래로 하강한다!
미토 : 저 빛은 뭐지!?
(땅 위에 붉은 빛이 무수히 보인다. 가까이 감에 따라 그것이 이동중인 오무 떼임이 드러난다)
나우시카 : 아!! 오무!!
미토 : 부해를 가득 메웠어! 바람의 계곡으로 향하고 있다!!
나우시카 : 왜!! 어떻게 해서 오무를!! 아! (나직이) 누가 무리를 유도하고 있군. 미토, 시
리우스 방향으로!
미토 : 예? 옛!
나우시카 : 있다! 미토, 조명탄!!
준비! 쏴!!
미토 : 저건 뭐지!?
나우시카 : 아앗!!
(단지 모양의 비행체가 오무의 새끼를 매달고 날아가고 있다)
나우시카 : 저런 잔인한 짓을!! 저 새끼 오무를 미끼로 무리를 불러들이고 있구나!!
미토 : 제길!! 격추시켜 버릴테다!!
나우시카 : 안돼!!
(비행체에서 기관총탄이 날아온다. 미토 역시 쏠 태세를 갖춘다)
나우시카 : 쏘면 안돼!! 미토, 멈춰!!
미토 : 왜요! 왜 쏘지 못하게 하십니까!?
나우시카 : 오무 새끼를 죽이면 폭주는 막을 수 없어!!
미토 : 어쩌란 말입니까!! 이대로 가면 바람의 계곡은 전멸이라구요!!
나우시카 : 진정해 미토! 새끼 오무를 무리로 돌려보내겠어! 해 낼테야! 이익… (쇠파이프를
하나 뜯어낸다)
미토 : 뭐 하세요, 공주님!!
나우시카 : 미토는 모두에게 알려! (메베를 날린다)
미토 : 공주님---!! 무기도 안 갖고서! 아앗!!
[바람의 계곡]
(크샤나와 크로트와는 전차 위에서 언덕 너머를 보고 있다)
병사 : (망원경으로 보며) 아군의 조명탄은 아닙니다.
크샤나 : 거리는?
병사 : 약 20리그. 호수 건너편의 언덕인 것 같습니다.
크샤나 : 건쉽일까?
크로트와 : 아마도요.
(우주선 잔해 뒤쪽에서 조명탄이 쏘아진다)
크로트와 : 구조 요청 신홉니다. 역시 건쉽이군요.
크샤나 : 한 시간이 지났다… 가자!
크로트와 : 기다리지 않고요?
크샤나 : …어차피 피로 물든 길이다.
병사 : 장갑병 앞으로!!
크로트와 : 전하는 안으로.
크샤나 : 여기가 좋다.
(이윽고 건쉽이 모습을 드러낸다)
병사 1 : 아! 건쉽이다!
병사 2 : 공습!! (일제히 건쉽을 향하여 사격을 시작한다)
크샤나 : 엇!! 쏘지 마!! 멈춰! 멈추지 못하겠나!! (병사를 때린다)
골 : 제길, 공주님----!! (건쉽을 향해 달려간다)
크샤나 : 이 장소에서 대기하라!! 발포하지 마!! (건쉽을 향해 달려간다)
크로트와 : 전하!?
(건쉽 주위로 마을 사람들과 크샤나가 달려온다)
크샤나 : 그 앤 어떻게 됐어!!
골 : 공주님은!?
기쿠리 : 뒤에 아무도 안 탔어!
미토 : 오무다!! 오무 떼가 이리로 온다!!
골 : 뭐라고!?
남자 : 오무가!
미토 : 공주님은 폭주를 막기 위해 혼자 남으셨어! 싸움 같은 거 할 시간 없다! 모두 높
은 데로 도망쳐!! 서둘러!!
소녀 1 : 할머니, 붉은 빛이 보여요.
소녀 2 : 점점 늘어나는 것 같아….
소녀 3 : 이쪽으로 오고 있어요.
큰할머니 : 할머니한테 꼭 붙어라… 이렇게 되면 이젠 아무도 막을 수 없다.
(우왕좌왕하는 사람들)
남자 1 : 당황하지 마! 아직 괜찮아!
남자 2 : 빨리빨리!!
노파 : 미토, 어차피 죽을 거라면 계곡에서 죽는 게…
미토 : 안 돼요! 공주님이 포기하지 않는 한 포기하지 말아요!
크샤나 : 알겠나! 가능한 한 시간을 끌어라! 나는 곧 돌아오겠다!
크로트와 : 전하? 설마 그것을…!? 아직 너무 이릅니다!!
크샤나 : 훗, 지금 안 써먹으면 언제 써먹겠나. 가자!!
[상공]
(나우시카를 향해 페지테인들이 계속 사격을 가하고 있다)
나우시카 : 쏘지 말아요! 내 얘길 좀 들어줘요!! (로켓탄을 피한다)
남자 : 젠장∼, 새 같은 놈이군!
청년 : 저 사람은 적이 아녜요. 뭔가 외치고 있어요.
남자 : 작전을 방해하는 놈은 모두 적이야!! 빨리 미끼를 계곡에 처넣지 않으면 우리가
위험하다고.
온다! 잘 겨냥해서 쏴!!
청년 : 어!! 아…아…
(나우시카가 메베 위에 두 팔을 벌리고 선 채 무방비로 다가온다)
남자 : 지금이다!! 쏴!!
청년 : 안돼---!! 라스텔님…!?
남자 : 비켜!
(남자는 청년을 밀어내고 나우시카에게 직접 기관총을 쏴 댄다. 왼쪽 어깨와 오른쪽 발목에 총알
이 스친다)
나우시카 : 우욱!!
(그대로 나우시카는 비행체를 덮친다. 비행체는 고도를 잃고 모래밭에 곤두박질, 사람들은 튕겨
나온 채 기절한다)
나우시카 : 아… 우욱… (정신을 차린다) 오무… 웃!! (절뚝거리며 오무에게 다가간다) 화내
지 마… 겁먹지 않아도 돼. 난 적이 아냐.
미안… 미안해. 용서해달랄 수도 없겠지. 너무 지독했어……
(눈을 붉게 빛내며 위협적인 몸짓을 하던 오무가 움직이기 시작한다. 움직일 때마다 상처 사이로
새파란 피가 솟구쳐, 필사적으로 오무를 막고 있는 나우시카의 옷을 물들여간다)
나우시카 : 아아, 움직이면 안돼!! 상처가 벌어져! 착하지, 움직이지 마!! 헉!!
(오무 떼가 이쪽으로 몰려오고 있다)
남자 : 큰일났다, 발견됐어!!
청년 : 아아… 이쪽으로 온다!!
나우시카 : 안돼!! 그런 상처로 들어가면!! 이 호숫물은 안 된단 말야!! (오무에게 밀려 상
처 입은 발이 호수에 닿는다) 아악!!
(고통에 못 이겨 모래밭에 뒹구는 나우시카) 으으…아…우……
(나우시카의 일련의 행동에 오무의 눈이 파랗게 돌아온다. 그리고 오무는 촉수를 뻗어 나우시카
의 상처를 더듬는다)
나우시카 : 너… 우웃… 상냥한 애구나… 난 괜찮아… 지금 모두가 마중나오고 있으니까.
(그러나 오무 떼는 계속 바람의 계곡 쪽으로 질주한다)
나우시카 : 딴 데로 간다… 이리로 안 오고!! 오무!! 안돼!! 그 쪽에는 계곡이 있는데!! 분
노로 자신을 잊어버린거야. 진정시키지 않으면 계곡이… 하앗!?
(계곡 쪽에서 오무에게 발포하기 시작한다)
남자 : 하하하하-- 바보들! 와달라고 고사를 지내는군!!
청년 : 살았다…
남자 : 빨리 떠나자. 엔진을 체크하…!! 머, 멈춰! 말로 하자고.
(나우시카가 기관총을 들고 그들을 겨눈다)
나우시카 : 우리를 날라다 줘요. 이 아이를 무리로 돌려보내겠어요.
남자 : 그런다고 오무가 멈추지 않아! 왓!!
(나우시카는 땅바닥에 대고 기관총을 한바탕 갈긴다)
나우시카 : 우리를 무리 앞에 내려놓기만 하면 돼요. 데려다 줘요!!
청년 : 하지만, 당신도 죽어!!
[바람의 계곡]
소녀 1 : 할머니, 모두 죽는 거예요?
큰할머니 : 운명이라면. 따를 수 밖에 없어.
크로트와 : 끄떡도 않는군…
병사 : 퇴각합시다!
크로트와 : 멍청이. 도망친다니, 너 어디로 갈 거냐?
(군인들이 하나둘 뒷걸음질 치기 시작하더니 우르르 도망가기 시작한다)
크로트와 : 아앗! 이봐! 도망치지 마!! 기다려!! 어이!!
군인들 : 도망치자---!!
크로트와 : 전하가 돌아오실 때까지 대기하란 말야!! 전하∼…
어, 전하다!!
(언덕 위로 크샤나가 거신병을 이끌고 나타난다)
군인들 : 오오! 가라! 해치워!!
사람들 : 거신병이다!!
(거신병의 붉은 몸체는 아직 굳지 않아 끊임없이 흘러내리고 있다)
크로트와 : 흘러 내린다…. 너무 일렀군.
크샤나 : 다 태워버려!! 뭐하는 거야!? 그러고도 세상에서 가장 사악한 종족의 후손이냐!?
(거신병이 입에서 열선이 뿜어낸다. 오무 떼의 선두가 순식간에 몰살되고 거대한 불기둥이 치솟
는다)
크로트와 : 대단하다!! 세계가 불타버릴만 해…!!
병사 : 크샤나 전하 만세!!
병사들 : 만세!!
크샤나 : 태워버려!! 뭐하는 거야, 괴물아!! 빨리 못 쏘겠나!!
(거신병이 다시 발사하나 위력이 아까 것만 못하다. 그리고는 다시 발사하지 못하고 끝내 무너져
내리고 만다)
군인들 : 이젠 틀렸어!! 도망쳐---!!
소녀 1 : 거신병 죽었네….
큰할머니 : 그 편이 나아. 오무의 분노는 대지의 분노다. 저런 것에 의지해 목숨을 부지해봐
야 어쩌겠니….
(오무 떼는 점점 육박해온다. 그때, 오무 떼 위로 나우시카가 날아온다)
소녀 1 : 공주님!!
소녀 2 : 공주님이…!
남자 1 : 아니, 저런 곳에!
남자 2 : 미쳤어!
여자 : 공주님!!
(나우시카는 새끼 오무와 함께 오무 떼 앞에 내려선다. 담담한 표정의 나우시카. 그러나, 폭주하
는 오무 떼는 나우시카를 치어 버린다. 나우시카의 몸은 하늘 높이 튕겨져 나가고… 오무들의 폭
주는 계속된다)
[새벽]
(날이 밝는다. 페지테의 브릭이 바람의 계곡을 향해 날아오고 있다. 창문으로 계곡을 내다보는
유파와 아스벨. 그때, 폭주를 멈춘 오무들 사이에서 파란 빛이 원을 그리며 퍼져 나가기 시작한
다)
유파 : 오무의 공격색이 사라져 간다…!
큰할머니 : 오오… 대기로부터 분노가 사라졌다…!
미토 : 멈췄다!! 오무가 멈췄어!!
소녀 1 : 공주님이!!
공주님이 죽었어…
큰할머니 : 몸을 던져 오무의 분노를 가라앉힌 게야. 저 애는 계곡을 지켰어!!
(땅 위에 누운 채 움직이지 않는 나우시카. 옷깃만이 미풍에 펄럭인다. 슬퍼하는 마을 사람들.
그때 오무들이 황금빛 촉수를 내어 나우시카를 감싸 들어올리기 시작한다)
유파 : 오오!!
(촉수들은 점점 더 많이 뻗어나와 분수같이 빛나며 나우시카를 높이 들어올린다. 그와 함께 반짝
이는 빛의 입자가 떨어져 내린다)
크로트와 : 뭐, 뭐야, 이 빛은…?
(오무의 촉수들이 나우시카의 상처를 치료한다. 그리고, 눈부신 빛 속에서 나우시카는 눈을 뜬
다)
나우시카 : …테토…?
(아래쪽에 있는 새끼 오무를 발견한다) 잘 됐다… 오무, 고마워. 고마워…!
(나우시카는 몸을 일으켜 황금빛 촉수 위를 거닌다)
골 : 기적이다!! 기적이야!!
큰할머니 : 오오… 이 위로와 우애의 마음은… 오무가 마음을 열고 있다. 얘들아, 내 먼 눈
대신 잘 봐 다오…!
소녀 1 : 공주님이 새파란 이국의 옷을 입고 있어요. 마치 황금의 들판을 걷고 있는 것 같
애…
큰할머니 : 오오!!
'그 사람, 푸른 옷을 입고 황금의 들판에 내려서서----'
오오…!
소녀 1 : 할머니?
큰할머니 : 옛 전설은 진실이었다…
소녀 2 : 앗, 봐요!
소녀 1 : 아!!
남자 1 : 메베다!
남자 2 : 바람이다!! 바람이 돌아왔다!!
(메베가 파아란 창공을 맴돌고 있다.
오무들이 나우시카를 내려놓자 사람들은 나우시카에게로 달려간다. 이어 브릭도 착륙, 유파와
아스벨도 달려온다. 아스벨은 나우시카를 번쩍 들어올려 빙글빙글 돌리며 기쁨을 표시하고, 사람
들은 유쾌하게 웃음을 터뜨린다.
그리고 오무들은 계곡에서 물러나간다)
토르메키아군은 계곡에서 물러갔다. 바람의 계곡을 떠날 때 크샤나는 잠시 뜻 모를 시선을 던
졌다.
마을에서는 잔치가 벌어졌다. 모두들 먹고 마시며 즐거워했다.
그 후 나우시카는 풍차로 깨끗한 지하수를 길어 올리고, 아이들에게 바람을 타는 법을 가르치
는 등 마을의 일을 열심히 돌보았다.
사람들은 타버린 숲에 새 묘목을 심었다.
아스벨은 유파를 따라 여행길에 나섰다. 부해를 탐사하던 그들은 부해의 호수에서 조용히 헤
엄치는 오무를 만나기도 한다.
그리고… 동굴에 버려졌던 나우시카의 모자 앞에서 새로운 생명이 싹을 틔우고 있었다.
부해가 만들어낸 깨끗한 흙에 생긴 첫 번째 식물이었다.
Fi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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