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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원의 재발견

사/ㅣ 2007. 1. 7. 10:47 Posted by 로드365

천덕꾸러기서 마케팅 수단으로

  • 골프장서 볼마커로 18만개 유통… ‘한 곡당 10원’ 음악사이트 인기
    10원 깎아주는 990원 마케팅도
  • 신지은기자 ifyouare@chosun.com
    장진아 인턴기자·숙명여대 정치외교 4년
    입력 : 2007.01.08 22:16
    • 누가 10원짜리를 푸대접하는가. 일상생활에서 쓰임새가 많이 사라져 심심하면 ‘발행 중단설(說)’이 나오는 10원 동전이지만 이 천덕꾸러기가 맹활약하는 곳도 있다. 골프장의 볼마커(Ball Marker·공의 위치를 표시하는 표지), 음식점·할인점의 ‘10원 마케팅’, 1회용 봉투값(20원)을 받는 편의점, 10원짜리만 모으는 자선함…. 10원 동전은 아직 죽지 않았다.

    • ◆골프장 유통량 18만개?

      장성빈(40) 비자카드 상무는 얼마 전 골프 가방 정리를 하다 10원짜리 동전 40여개를 무더기로 발견했다. 골프 칠 때 볼마커로 쓰다 가방에 넣어둔 것들이었다. 정식 볼마커는 따로 있으나 한국 골프장에선 10원 동전을 쓰는 캐디(골프 도우미)들이 많다. 장 상무는 “6개월마다 가방을 정리하는데 그때마다 10원 동전이 쏟아져 나온다”며 “잃어버려도 아깝지 않고 묵직해서 잔디 위에 놓아두기에 10원짜리만한 것이 없다”고 말했다.

      경기도 K골프장에 물었더니 전국 230여개 골프장에서 유통되는 볼마커용 10원짜리가 하루 18만4000여개에 달할 것이라고 추정한다. 캐디 1명이 동전 10개를 들고 다니며, 한 골프장에서 80개팀이 골프를 친다고 가정했을 때의 추정치다.

      K 골프장 관계자는 “손님에게 볼마커로 10원 동전을 드리면 10개 중 3개꼴로 없어지는 것 같다”며 “캐디 일당이 9만원인데 30원이 대수겠느냐”고 했다.

    • ◆10원 마케팅으로 고객을 감동하게

      ‘10원 마케팅’도 유행이다. 10원이 갖는 ‘거의 공짜’ 이미지를 활용한 것이다.

      경기도 의정부의 D삼겹살집은 소주병 뚜껑을 모두 은박지로 싸는데, 이중 10원짜리가 들어있는 병을 선택한 고객에게 소주 1병이나 안주를 제공하는 이벤트를 벌이고 있다. 점장 황동욱씨는 “이 이벤트로 매출이 30% 뛰었다”며 “다른 곳에서는 10원짜리 동전이 푸대접받지만 우리 가게에선 가장 받고 싶은 동전이 10원짜리”라고 말했다.

      고객 마음 잡는 데는 ‘깎아주는 전략’ 만한 것이 없다. 지난 2일 서울 용산역의 이마트 지점에는 ‘미니 후르츠 990원’ ‘생수 590원’ 등 특가 상품들이 즐비했다. 덕분에 계산대에서는 10명당 7명꼴로 영수증 끝자리가 10원 단위로 끝났다. 이곳에서 만난 쇼핑객 신민아(29·학원 강사)씨는 “일주일만 10원짜리 동전을 안 쓰면 지갑이 동전으로 넘쳐 기회만 있으면 동전을 해치워 버리려고 한다”고 했다. 이 지점에서 쓰이는 10원짜리는 하루 4000여개, 한 달이면 12만개다.

      할인점에서 최근 붐인 ‘990원 마케팅’은 10원짜리를 동나게 만들고 있다. C은행 자금결제담당 직원은 “10원짜리 동전 구하는 것이 큰 일 중의 하나”라며 “10원짜리 동전을 조달하기 위해 2주일에 한 번씩 한국은행으로 가지만 원하는 만큼 받아오지 못할 때가 많다”고 했다.

      ◆온라인도 10원 열풍

      온라인에서는 실제로 10원짜리 동전이 오가진 않지만 그 상징성은 오프라인 못지않다. 음악 포털 사이트 ‘쥬크온’은 작년 12월‘음악 1곡당 10원’이벤트로 폭발적인 인기를 끌었다. 선착순 1만명에게 1만원만 내면 하루 33곡씩 한 달 동안 1000곡을 내려 받을 수 있도록 한 것이다.

      대중문화 사이트‘시나와 닷컴’은 하루 세 번씩‘10원 경매’이벤트를 지난 연말에 벌였다. 컴퓨터가 임의로 정해 놓은 10원 단위의 가격을 정확히 알아맞힌 회원에게 제품을 10원에 낙찰하는 방식이다.

      화폐 발행을 담당하는 한국은행 발권국 이경태 부국장은“앞으로 사용 빈도가 줄어들면 결국 1원·5원처럼 없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10원짜리 동전의 비중은 현재 전체 동전의 30%(발행량 기준)에 달한다. 그러니 10원 동전 하나 만드는 데 비용이 20원(구동전은 40원)이나 드는 데도 계속 찍어낼 수밖에 없다.

      1원과 5원짜리 동전은 1992년부터 발행이 중단돼 지금은 시중에서 완전히 자취를 감추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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