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하, 훼절 문학운동 언니

1968년 11월 11일 빼빼로데이 출생. 강원도 화천에서 군인의 아들로 태어나 연세대학교 경영학과와 동대학원 석사를 졸업했다.

1995년 「거울에 대한 명상」[1]으로 등단해 이듬해 첫 장편소설인 『나는 나를 파괴할 권리가 있다』로 제1회 문학동네 작가상을 수상하였다. 이후 평단 내에서 꾸준히 좋은 평을 받다가 『검은 꽃』으로 동인문학상을 수상한다. 이외의 작품으로는 단편집 『오빠가 돌아왔다』, 장편소설 『빛의 제국』, 미니홈피 모음집(?) 『랄랄라 하우스』 등이 있으며 근작으로 조선일보에 연재했던 장편 『퀴즈 쇼』가 있다. 그리고 등단하기 이전에 『무협 학생운동』이라는 무협지를 쓴 적도 있다. 김영하에겐 흑역사인지 필모그래피등에 포함하지는 않지만, 팬들사이에서는 유명하다. 김영하 본인도 인터뷰에서 스스럼 없이 언급하는 것을 보아 딱히 부끄럽게 생각하진 않는 모양이다. 2012년도 이상문학상을 수상했다.

젊은 작가세대를 대표하는 작가[2]로 도회적이고 깔끔하며 일상 생활에서 놓치기 쉬운 사소한 것들을 끄집어 내어 전개하는 것에 능하다. 대체로 간결하고 직관적인 문장을 쓰기 때문에 읽기가 쉬운 편. 그 인기만큼이나 호불호가 갈리는 편이지만 주로 젊은 층에서 많은 인기를 얻고 있다. 명성의 증명인지 2010년 2월 문학동네에서 전집도 나왔다. 그 나이 또래 작가 중에서는 이례적인 일.

일러스트레이터인 이우일과 친한 관계로 조선일보에 『퀴즈 쇼』를 연재할 때 이우일이 삽화를 맡기도 했고, 합작하여 영화 에세이 모음집인 『김영하 이우일의 영화 이야기』를 낸 적도 있다. 그런데 여기서 나오는 영화는 소재도 아닌 표제어 수준으로, 그냥 김영하 에세이집으로 생각하고 읽는 게 낫다. 맥거핀? 어느 정도냐면 두 페이지 반 가량 딴 얘기를 써 놓고 끝부분에서야 영화 얘기 한두 줄 하고 넘어가는 글이 꽤 된다는 걸로 설명할 수 있겠다. (…)[3]

가수 이적과도 친분이 두터워 KBS 2FM에서 '이적의 드림온'이 방송될 당시에는 고정 게스트로 출연한 적이 있으며 이적의 단편소설집인 『지문사냥꾼』에도 추천사를 써주었을 정도. 동시에 김영하의 『랄랄라 하우스』를 보면 이적의 추천사 비스꾸리한 것도 나온다;

이상하게도 그의 작품에서는 모교가 많이 등장한다. '퀴즈쇼'에서는 주인공이 거리를 돌아다닐 때 가까워서 등장하고, '무협 학생운동'에서는 학교를 패러디한 연희방이 배경, '빛의 제국'에서는 주인공 기영과 그의 아내가 연세대 수학과 출신이다.

프랑스, 독일, 미국 등 많은 작품들이 해외로 진출하였는데, 이는 글의 수준도 있겠지만 작가 본인이 적극적으로 출판사와 컨텍한 결과이다. 실제로 작품을 쓸 때에도 해외 진출을 염두에 두고 있는지, 그의 작품은 번역가들 사이에서 번역하기 편한 글로 꼽힌다.

홈페이지와 싸이월드를 운영하다 글에만 집중하고 싶다는 이유로 한동안 닫았다가 지금은 텍스트큐브, 트위터를 하고 있었으나,(여기가 트위터) 제자인 故최고은의 죽음 이후로 인터넷에서 논쟁을 벌이다 트위터와 블로그 모두 그만뒀다.

2011년부터 아이튠즈 팟캐스트에 김영하의 책읽는 시간이라는 팟캐스트를 연재 중. 제목대로 책의 일부분을 읽어주는 팟캐스트로, 작가 자신은 "대한민국 최고의 수면용 팟캐스트(...)"라고 말하지만 재미있는 책을 잘 고르는 능력[4] 과 작가 특유의 목소리가 오디오북에 잘 어울리는 덕에 예술분야에서 계속해서 1위를 차지하며 롱런하고 있다. 단점은 거의 월간 단위로 이루어지는 연재.

현재 미국에서 생활하고 있다. 작품 활동이 뜸하다가 얼마 전 단편집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는 아무도(그들에겐 무슨 일이 일어났을까)를 냈다. 그러나 문단이나 독자들의 평가는 '예전 같지 않다'라는 게 대부분. 어느 순간부터 수상이 뜸하고 작품 활동도 왕성하지 않아 폼이 떨어졌다는 얘기를 듣고 있다. 그러나 본인은 '이 단편집에 수록된 글들은 순수히 내 즐거움을 위해 썼다'고 하며 개의치 않고 있다.

참고로 기혼. 하지만 아이는 없으며, 출산 계획도 없다고 한다.

1.1 작품목록 ¶

거울에 대한 명상 (1995)
나는 나를 파괴할 권리가 있다 (1996)
호출 (1997)
엘리베이터에 낀 그 남자는 어떻게 되었나 (1999)
아랑은 왜 (2001)
검은 꽃 (2003)
오빠가 돌아왔다 (2003)
빛의 제국 (2006)
퀴즈 쇼 (2007)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는 아무도 (2010)
너의 목소리가 들려 (2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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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영화 '주홍글씨'의 원작 중 하나이기도 하다
[2] 사실 이제 데뷔 연차도 십여 년이 훌쩍 넘은 입장에서 젊은 작가라고 할 수 있을지에 대해서는 재고의 여지가 있긴 하다. 하지만 김영하의 다음 세대라고 과감하게 지칭을 할 수가 있을 법한 후배 작가는 아직까지 마땅한 사람이 보이지 않는다. 2000년도 이후 젊은 남성작가 중에서 대중들에게 어필이 될 정도로 화제성을 가진 사람은 박민규 뿐이다. 상대적으로 여성작가들에 비해서 남성작가들이 상당수 가려진 탓도 있고, 작가들의 젊은 피는 여성의 수가 워낙 많으니...
[3] 사실 저 에세이 자체가 영화잡지에 연재하는데도 딴소리를 써놓는 경우가 더 많았다. 그래서 나중에 책으로 묶을 때 제대로 영화 얘기만 한 책(굴비낚시), 반반(김영하 이우일의 영화이야기), 아예 영화 얘기가 언급되지 않는 책(포스트잇)이 한 권씩 나왔다(…)
[4] 종종 자신의 작품을 읽는 경우도 있는데, "나는 나를 파괴할 권리가 있다"에서 가장 야한 부분을 읽었다. 여자의 신음소리를 그대로 읽어내려 가는 작가의 떨리는 듯한 목소리를 꼭 들어보자.  출처

지금 이곳, 40대라는 경계에 놓인 남자들 네 번째 장편 소설을 발표한 김영하

[필름 2.0 2006-09-15 18:50]

<나는 나를 파괴할 권리가 있다> <검은 꽃>의 작가 김영하가 네 번째 장편소설 <빛의 제국>을 내놓았다. 소설만큼 궁금하고 세련된 문장만큼이나 매력적인 작가, 김영하를 만났다.  "추리소설이나 모험소설에 매혹돼 커온 내 취향이 고상한 문학교육과 세계관에 의해 훼절되면 내 소설이 된다." 이름이 없던 자가 그의 소설에선 이름을 부여받는다. 역설적이게도 이름은 불리는 순간 사라져간다. 등록되어 부를수록 작아지고 급기야 사라지는 이름, 이름과 함께 그림자도, 당신도, 그리고 나도 함께 지워지는 세계. 이제 20년간의 남파 간첩활동을 마치고 김기영이라는 이름을 반납한 채 남한이라는 체제에서 사라져야만 하는 그 역시도 마찬가지다. 김영하가 새롭게 발표한 장편소설 <빛의 제국>은 남한이라는 제도에 속해 있던 상징들을 만 하루 안에 반납해야 하는 한 남자에 대한 이야기를 조형하고 있다. 그 이야기는 지금 이 순간, 40대 초반이라는 시간을 관통하고 있는 이곳의 모든 남자들의 이야기이기도 하다. 소설만큼 궁금하고 세련된 문장만큼이나 매력적인 작가, 김영하를 만났다. 새 장편을 출간했다. 네 번째 장편이다. 만만치 않은 공력이다. 계간지에 연재하다가 중단하기도 했고 곡절이 있는 것으로 안다. <빛의 제국>은 어떤 소설인가? 이 소설은 현재 40대 초반, 30대 후반이라는 나이를 관통하고 있는 남자들 모두에 대한 소설이다. 20년 동안 남파 간첩활동을 하던 한 남자가 갑작스럽게 귀환명령을 받는다. 그는 자신의 것이라고 생각했던 모든 것을 두고 떠나야 한다. 그래서 그 남자는 하루 동안 결별해야 할 세계를 일별한다. 영원할 것이라 생각했던 일이 갑작스럽게 탈각되어 나가는 자, 그런 자의 하루를 그렸다. 좀 본질적인 질문부터 해보자. 김영하 소설이 변했다. 허무주의, 염세주의와는 고별했다고 말하기도 했다. 하지만 그럼에도 여전히 김영하의 소설은 허무주의 근처를 맴돈다. 어떤가? 20대는 허무주의를 공격성과 파괴력으로 인식했다. 협소하고 초라한 자아를 엄혹한 세계에 일치시키고자 하는 일종의 반동이자 태도였다. 어느새 12년차 작가가 되었다. 소설가로서 꽤 많은 세계를 창조했다. 세계를 부정하는 것만으로 세계를 전복하고 재창조하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것을 느낀다. 공격적 허무가 아닌 세상을 관통하게 되자 스스로를 객관적 자아로 인식하게 됐다. 그래서 허무의 대상이 좀 바뀌었다. 시스템을 인정하면서 관통하는 것, 사는 것, 공존하는 것 자체가 허망한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요즘엔. <빛의 제국>은 김영하의 작품과 달리 구체적인 가족이 등장한다. 특히 아내 '마리'는 성격도 그녀가 보내는 하루도 독특하다. 소설가로서 그리고 2006년을 살아가는 동시대인으로서 생각하는 가족은 무엇인가? 가족에 대한 고민은 실상 <오빠가 돌아왔다>부터 진지하게 하기 시작했다. 작가는 필연적으로 가족이라는 대상과 조우할 수밖에 없다고 본다. 생물학적으로, 경제적으로 가족은 최소한의 집단이고 최적의 서식지다. 가족은 너무 많이 그리고 빨리 변하지만 한편 가족만큼은 변화에 대한 내구성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 실은 나도 답을 찾고 있는 중이다. 가족 자체가 딜레마이고 혼돈이다. 난 그런 혼돈에 관심이 많다. 소설에 흥미로운 구절이 있다. 남한을 떠나는 김기영이 대학 후배를 만나는데, 그녀가 이런 말을 한다. 일요일 아침이면 홍대 앞에서 스파게티를 먹고 맥주는 하이네켄만 마시면서 북에 가서 살 수 있겠느냐고. 흥미로웠다. 도대체 남한에서 소비란 무엇이라 보는가? 소설을 쓰면서 탈북자들을 만나봤다. 놀라웠던 것은, 탈북자들이 가장 먼저 배우는 게 바로 소비라는 사실이다. 소비만큼 평등한 세계는 없다. 돈 백 원을 쥐면 백 원어치만큼의 구매력이 생긴다. 그건 누구에게도 똑같다. 80년대 한국은 달랐다. 대학은 성과 같았고 그 안에서만큼은 백 원이 다른 구실을 했다. 그런데 지금은 어떤가? 대학 안에도 스타벅스가 들어가 있고 만일 해외에서 여권을 잃어버린다 해도 돈을 가지고 물건을 사는 건 아무 문제가 없다. 소비는 이제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가 겪는 토끼굴처럼 우리를 얽어맨 환경이 돼버리고 말았다. 정신뿐만 아니라 육체까지 소비에 길들여져 있다. 그런 점이 북한으로 돌아갈 김기영에게도 중요한 문제일 것이라고 봤다. 소설 밖의 이야기 한번 해보자. 영화에도 관심이 많은 걸로 안다. 카메오로 출연한 작품들을 보면서는 혼자 싱긋 웃기도 했다. <빛의 제국>은 시나리오 각색이 머릿속에 떠오를 정도였다. 김영하의 작품은 여러 편 영화화됐다. 영화화를 염두에 두고 소설을 쓰는가 아니면 영화화는 우연한 결과인가? 영화화를 염두에 두고 소설을 쓰지는 않는다. 소설은 언어를 토대로 한 언어작업이다. 영화와는 그 구조의 생리가 완연히 다르다. 물론 영화가 현재 가장 유효한 장르이자 중요한 문화적 양식임은 부인할 수 없다. 20세기 이후, 그러니까 뤼미에르가 영화를 개발한 이후 작가들의 숙명 중 하나는 영화와 어떻게 연루 혹은 대치하느냐이다. 하지만 나는 소설가로서 언어가 지닌 고유한 미덕에 신뢰를 견지하고 있다. 소설, 문학에 대한 신념은 어떤 건가? 궁금하다. 문학에 대한 소박한 나의 신념은 처음부터 끝까지 문자로 되었다는 점이다. 소설만큼 시간이 옥석을 가려주는 예술도 드물다. 일정한 시간이 되면 작품의 성패와 태작과 졸작이 체에 걸러지듯 구분된다. 작품들이 조금씩 변하고 해석이 들어찰 잉여와 공백이 많아지고 있긴 하지만 일관된 주제가 짚인다. 어떤 주제에 관심이 있나? 누군가 비슷한 질문을 해서 이렇게 대답했다. “나는 사람이 사람을 죽이는 일에 관심이 많다.”(웃음) 그러고 보니 맞다. 남을 죽이든 나를 죽이든, 늘 죽고 죽이는 게 내 소설에 등장한다. <아랑은 왜> <나는 나를 파괴할 권리가 있다> <사진관 살인 사건> 몇 가지만 봐도 그렇다. 두 번째는 떠나려는 욕망들이다. 유랑의 서사에 관심이 많다. 데뷔 초기엔 누가 소설의 모델이냐고 물으면 도스토예프스키나 카프카 이름을 댔다. 그런데 솔직히 난 쥘 베른이나 아서 고든 핌의 모험소설을 좋아했고 내 소설도 잘 살펴보면 모험소설과 닮아 있다. 장르적이면서 그것을 위배하는 내 소설의 성향도 여기서 비롯된 것 같다. 모험 떠나고 유랑하거나 추리소설처럼 사건의 추이를 따라가며 범인도 잡는다. 추리소설이나 모험소설에 혹해서 커온 내 취향이 고상한 문학 교육과 세계관에 의해 훼절되면 내 소설이 된다. 올해부터 해외 서점에서 김영하 소설이 진열될 것이라고 들었다. 공공연히 말했던 소설가 김영하의 꿈이 드디어 실현되는 것인가? 말했듯이 난 해외에서 읽히는 작가가 되고 싶다. 그게 소설가로서 내 야망이라면 야망이었다. 장편을 주로 쓰는 이유이기도 하다. 장편을 쓴다는 것은 주변의 시시콜콜한 현실적 문제에서 동떨어져 주제, 그 하나만 고두할 수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시장 경제적으로 본다 해도 해외 출판은 장편을 통해 가능하다. 뉴욕에 에이전시가 있는데 <빛의 제국>에 대해서도 흥미를 갖고 있다고 말했다. 소설 속엔 사라져가는 남자들 투성인데 현실 속 작가 김영하는 이름이 많아졌다. 교수, 라디오 진행자, 칼럼니스트, 소설가. 앞으로의 집필 계획은 어떤가? 장편소설 몇 편을 계획하고 있다. 구체적으로는 두 편쯤인데 소재가 너무 흥미로워 말하면 안 될 것 같다. (웃음). 최근 후배 작가들, 한국 문단에 고언을 해주고 싶기도 하고, 그 전에 내 소설도 손봐야 하기도 하고. 이래저래 할 일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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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크로 돌아온 ‘오빠’ 김영하씨. 2006.4.30

[한겨레] ‘오빠가 돌아왔다!’ 소설가 김영하(39·한국예술종합학교 연극원 교수)씨가 라디오 프로그램 진행자로 다시 나선다. 김씨는 오는 24일부터 한국방송(KBS) 1라디오의 일일 문화 정보 프로그램 <김영하의 문화포커스>의 진행을 맡기로 했다. 김씨가 라디오 진행을 맡는 것은 지난 2000년 에스비에스(SBS) 라디오의 <책하고 놀자> 이후 6년 만이다. 매일 밤 10시 10분부터 11시까지 진행되는 <김영하의 문화포커스>는 장르 불문하고 ‘주목받는 화제작’과 ‘저주받은 걸작’에 두루 주목하는 월요 특집, 문화계의 뜨거운 감자를 조근조근 분석해 보는 수요 이슈, 신진 독립·전위 예술가들에게 시간을 할애하는 금요 트렌드, 그리고 주말의 작가 인터뷰 등으로 청취자를 찾아갈 예정이다. <김영하의 문화포커스>를 담당하는 국은주 프로듀서는 “대학 시절 대금을 배웠고 사진, 만화, 영화, 연극, 뮤지컬 등 문화의 어느 한 군데 관심이 빠지는 곳이 없는 이가 바로 소설가 김영하씨”라면서 “왜 그가 진작 이 프로그램의 진행을 맡지 않았을까 의아해할 정도로 적임자”라며 기대를 나타냈다. <문화포커스>는 그동안 소설가 박범신씨와 황청원·송승환씨 등이 진행자로 거쳐 갔고, 현재는 철학자 이주향 교수(수원대)가 진행하고 있다. 한편 소설가 공지영(43)씨는 지난달부터 시비에스(CBS) 라디오의 일일 인터뷰 전문 프로그램 <공지영의 아주 특별한 인터뷰> 진행을 맡고 있다. 최재봉 문학전문기자 bong@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