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테고리


rss 아이콘 이미지



[스타인터뷰] 김고은 "'셀레브리티'는 싫어요, 자유롭게 연기하며 살래요"

'은교'이어 '몬스터'서 동네 미친년 연기


배우 김고은이 지난 12일 서울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몬스터'(감독 황인호) 개봉을 앞두고 스포츠한국을 만나 영화에 출연한 소감을 밝혔다. '몬스터'는 피도 눈물도 없는 냉혈 살인마 태수(이민기)와 하나뿐인 동생을 잃은 미친 여자 복순(김고은)의 복수를 그린 작품이다. 한국아이닷컴 이혜영 기자


2012년 한국 영화계는 대형 신인의 등장에 열광했다. 박해일이라는 이름 앞에서도 주눅이들지 않는 싱그러운 여배우. '은교' 김고은은 그 해 최고의 라이징스타가 됐다. 유수 영화제 신인상을 휩쓸었으며 충무로의 미래를 책임질 재목으로 꼽혔다.


김고은이 충무로에 다시 등장한 것은 2년여가 지나서다. 영화에 집중하느라 드라마도, 방송 출연도 뒤로했던 그는 13일 개봉한 스릴러 '몬스터' (감독 황인호, 제작 상상필름)로 돌아왔다. 노작가 이적요의 마음을 흔들어 놓았던 여고생은 '동네 미친년'이 됐다. 청순 대신 잔혹을, 호기심 아닌 복수를 품었다. 정상과 비정상을 오가는 캐릭터, 김고은은 이번에도 쉽지 않았다.


3월 12일 배우 김고은을 서울 종로구 삼청동에 위치한 한 카페에서 만났다. 오랜만에 다시 만난 그는 여전히 풋풋했다. "안구건조증이 있어요"라며 오른쪽 눈을 깜빡거리다가도 이내 수줍은 미소를 보낸다. 2년 전 센세이션하게 데뷔했던 스타의 느낌은 여전히 없었다. 아무렇게나 머리를 넘긴 털털한 모습과 하고 싶은 말은 하고야 마는 당당함이 묘하게 어울렸다.


"'은교' 이후 많은 분이 저에게 관심을 보여주셨어요. 감사한 것은 당연했지만, 차기작을 놓고 심각하게 고민하지는 않았어요. 누군가의 기대에 부응하기 위해 연기하는 것은 어리석은 짓이라고 생각해요. 힘이 잔뜩 들어가면 좋은 연기를 보여드리기 힘들죠. 이제 두 번째 작품이잖아요. 앞으로 몇십 년간 연기를 할 텐데 벌써 부담을 느낄 필요는 없다고 생각했어요. 연기 호평도 좋지만, 재미를 느끼는 게 중요하죠."


영화 '몬스터'에서 김고은은 지능은 떨어져도 누구보다 동생을 사랑하는, 그리고 냉혈 살인마 태수(이민기)에게 동생을 잃고 잔혹한 복수를 꿈꾸는 복순을 분했다. 거친 깡패의 협박에도 할머니의 유산을 꿋꿋이 지키는 그는 당할자 아무도 없는 일명 '동네 미친년'이다. 


"스릴러 영화에 나오는 여자 캐릭터는 피해자인 경우가 많은데 '몬스터'는 그렇지 않았어요. 가만히 당하기만 하는 것이 아니라 적극적으로 행동에 나서는 것이 좋았죠. 복순 캐릭터는 정신적인 장애가 있긴 하지만 마냥 바보스럽게 보이긴 싫었어요. 어떻게 입체감을 줘야하나 고민했어요. '장애'라는 단어로 설명이 끝나는 캐릭터는 아니었죠."


황인호 감독은 김고은에게 "정상 같아 보이면서도 바보 같은 캐릭터"를 주문했다. 배우에게 있어 제일 어려운 숙제다. 김고은은 복순이 어린 아이의 감성을 간직하고 있을 거라 생각하며 첫 단추를 끼웠다. 영화 속 캐릭터를 따라 하지 않고 지적장애를 앓고 있는 아이의 다큐멘터리를 통해 교감하려 했다. 비슷한 병을 가진 아이를 만난 적 있다는 그는 "감독님과 함께 만났었는데 항상 불편한 모습을 보인 건 아니었다"며 "보통 아이들의 천진난만한 모습이 보였다. 장애라기보다는 조금 다른 아이, 그것에서 복순 캐릭터에 대한 힌트를 얻었다"고 설명했다. 


이민기와 함께 출연했어도 직접 호흡을 맞춘 것은 마지막 족발집 시퀀스가 유일했다. 폭염 속 습기로 현장 분위기는 바닥까지 가라앉아있었다. 복순과 태수의 에너지가 맞부딪히는 장면이라 스태프도 잔뜩 긴장하고 있었다. 그리고 김고은은 광기로 가득한 괴물이 됐다. "처절하게 찍었다는 표현이 맞는 것 같아요. 온종일 몸이 젖어있다 보니 저체온증으로 오한이 왔죠. 시각적으로 충격적인 부분이 있는 터라 더 격렬했던 것 같아요. 마지막 민기 오빠가 미소를 짓는 장면에서는 저 역시 어떤 쾌감이 느껴졌죠."


"집에 혼자 돌아가는 길이 무서워 스릴러, 공포는 잘 못 본다"는 김고은이지만 캐릭터에 빠지자 물불 안 가렸다. '몬스터' 시나리오 역시 마찬가지. 그는 작품을 접한 후 며칠 밤을 무서움에 떨며 잠들었다. 그래도 척척 연기해내는 모습이 대견하다.


"그렇게 무서워하면서도 절대 눈을 가리진 않아요. 크게 소리를 지르면서 계속 보죠. 본전 생각이 나는 걸 어떡해요. 극장에 같이 간 친구가 팝콘으로 눈을 가리려고 하면 제가 일부러 밑으로 내리곤 했어요.(웃음) 이왕 보면서 비명 지를 거면 함께 질러야 하지 않을까요?"


인터뷰 내내 김고은에게서 복순이 보였다. 조곤조곤 말을 이어가다가도 천연덕스런 소녀 웃음을 지었다. "흐~응"하면서 내뱉는 코웃음도 똑 복순 같다. 그에게 '몬스터' 속 캐릭터가 보인다고 말하니 "인터뷰 전 촬영 할 때 느꼈던 감정과 상태를 다시 떠올리려고 했다. 복순이 보이는 것은 그 때문"이라 했다. 매일 떠올리고 상상 하다 보니 자연스럽게 닮아갔단다. 


"어떤 분들은 촬영 전 빼곡히 캐릭터를 분석한다고도 하시더라고요. 저는 그런 스타일은 아니에요. 뭔가 글로 정리하면 거기서 멈춰버리죠. 2~3주간 머릿속으로 계속 고민하고 그 상황에 어떤 감정을 느꼈을지 생각해요. 그러다 보면 마치 인물화를 그리듯 머릿속에 캐릭터가 정리되죠. 겉에서 보면 잘 티가 안 나서 노력하지 않는다고 하시는데 정말 아니에요!"


2012년 충무로 신데렐라가 된 후 김고은은 두문불출했다. '몬스터'와 '협녀 : 칼의 기억'(감독 박흥식) 등 차기작 소식이 쏟아졌지만, 그의 모습을 브라운관에서 보긴 힘들었다. 예능 등 방송 섭외도 결국 고사했다. "방송 카메라 앞에서는 너무 떨리고 겁난다"는 게 이유다.


"연기는 사랑하지만, 방송 활동은 쉽지 않네요. 방송 인터뷰도 '은교' 때보다는 확실히 좋아졌지만, 적응한 것이지 불편하지 않은 것은 아니거든요. 저는 자유로운 게 좋아요. 카메라 앞에서 개인적인 것을 이야기하는 게 왜 이렇게 힘든지 모르겠어요. 스타, 일명 셀레브리티가 되는 것도 자신이 없어요. 저를 보고 신기해하기 보다 그냥 '김고은이구나'라고 생각해주셨으면 좋겠어요. 인간적인 면이 돋보이는 배우로 남고 싶어요."  출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