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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1+ 페스티벌, 예술가로 산다는것

1-9 2013. 4. 25. 05:34 Posted by 로드365




인디음악인들 축제

51+ 페스티벌

문래예술공장에서 열려

재미공작소도 이사


5월4일 토요일, 4번째 ‘51+ 페스티벌’이 서울시창작공간 문래예술공장에서 열린다. ‘51+ 페스티벌’은 2010년 동교동 삼거리에 있던 칼국수집 두리반에서 음악가 ‘한받’이 내놓은 황당하고 재미있는 아이디어로 시작되었다. 5월1일 노동절에 음악인 51팀을 모아 5100원의 입장료를 받는 페스티벌을 열어보겠다는 것이었다. 당시 음악인들이 함께 진을 치고 있었던 두리반은 단순히 건설 권력에 대항하는 임대 자영업자가 벌이는 싸움만이 아니었다. 철거 투쟁과 문화가 결합된 상징, 음악적으로도 홍대 앞에서 활동하는 다른 음악인들에게 신선한 자극이 되었던 페스티벌이 이번엔 문래동으로 온다.



2. 문래동으로 자리를 옮긴 재미공작소.


서울 문래동은 요즘 이래저래 뜨는 장소다. 기껏해야 3층을 넘기지 않는 낮은 상가 건물에는 칸마다 금속을 연마하는 작은 공장이 들어서 있다. 녹물로 벌겋게 물든 골목, 군데군데 들어선 식당까지도 용접공의 불꽃이 튀고 소음이 끊이지 않는 곳, 한국이 지나온 근대화의 유물 같은 그곳은 이제 ‘문래동 예술촌’이라는 다른 이름을 얻었다. 2005년께부터 작업실을 찾아 들어왔던 예술가들의 수는 어느덧 200여명으로 불어났다. 시멘트 블록으로 된 낡은 골목의 벽에 그려진 그럴듯한 벽화, 공장이 아닌 낯선 예술공간으로 이곳을 포장하려는 움직임, 문래동의 공장과 예술가의 작업실을 탐방하는 ‘문래동 투어’는 문래동의 변신이 완성 단계에 접어들고 있음을 의미한다.

다른 서울시창작공간들이 시각예술에 집중하는 반면, 문래예술공장은 소리나 미디어, 퍼포먼스 등 낯선 장르에도 아낌없는 지원을 보내왔다. 지하 주차장부터 옥상까지 건물 전체를 ‘점거’하고 음악의 열기로 가득 채우는 ‘51+ 페스티벌’이 이곳에서 열리는 것은 그럴 만한 이유가 있다. 홍대로 대표되는 기존의 인디 음악보다 좀더 새롭고 신선한 것을 추구하는, 페스티벌의 목적과도 근사하게 어울리는 공간이 되었다.

값비싼 월세에 떠밀린

예술가들의 새로운 둥지

도시환경정비구역 지정되며

또다시 떠밀릴라 걱정



3. 문래동 클럽 로라이즈.


이번 ‘51+ 페스티벌’에는 서울뿐 아니라 부산, 청주, 군산, 대구, 괴산 등 지방은 물론 일본에서 활동하고 있는 음악인들의 참여율도 높다. 새로운 인디 음악가들은 홍대를 중심으로 형성된 기존 영토를 벗어나 꾸준히 저변을 넓혀가며 자신들이 설 수 있는 ‘자립’의 땅을 확장하는 중이다. “과거 ‘51+ 페스티벌’이 정치의 영역에 묶여 있었다면 이제는 좀더 음악에 집중하는 페스티벌로 키워가고 싶어요.” 페스티벌을 기획한 자립음악가 ‘단편선’은 이렇게 말한다. 페스티벌을 기획한 한받은 “홍대 앞은 새로운 흐름이라고 볼 수 없어요. 기존에 있던 흐름인 것이죠. 새로운 흐름을 분출하기 위해서는 홍대가 아닌 장소가 좋아요”라고 덧붙인다.



4. 올해 ‘51+ 페스티벌’을 알리는 포스터.


홍대를 벗어나 문래동으로, 그 흐름에 최근 동참한 곳 중 하나로 ‘재미공작소’(blog.naver.com/studiozemi)도 꼽을 수 있다. 30대 중반의 젊은 커플이 함께 운영하고 있는 재미공작소는 원래 홍대 후문 근처에 있었다. 음료를 주문하면 다양한 작업을 할 수 있게끔 공간을 제공하는 독특한 형태의 문화공간이었다. 자연스럽게 다양한 예술가들이 드나들었고, 전시와 출판기념회, 음악 공연, 창작 워크숍들이 꾸준히 진행되었다. 홍대 앞 공간을 접고 문래동으로 이사온 지 한 달, 홍대와 문래동의 차이점을 묻자 실제로 공간을 운영하는 주인장으로서 현실적인 대답이 돌아온다. “아무래도 낙후된 동네이다 보니 화장실 사용하는 것조차 어렵지요. 하지만 문래동은 무엇보다 월세가 싸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또한 공간끼리 친목을 다지는 분위기가 형성되어 있기도 하고요.” 재미있는 일을 많이 벌이면서 살아남는 것이 계획이라고 담담히 말하지만, 이미 재미공작소의 달력은 인디 음악인의 공연과 유화 강좌, 시 창작 강좌 등 재미있는 일로 가득 차 있다.

문래동, 이곳에서 많은 예술가들은 생계를 지탱하는 데에 사용할 힘을 창작에 사용할 수 있었다. 2011년 여름, 나 역시 친구들과 돈을 모아 문래동의 작은 공간을 빌렸다. 클럽 ‘로라이즈’를 열고 한 달에 두세 번 음악 공연을 했다. 고집스럽게 버티다 보니 공연 이외에 다른 것을 무대에 올릴 수 있는 기회가 생기기 시작했다. 독립 잡지의 출간 기념회나, 젊은 사진가들의 전시, 무용가의 창작 현대무용 등이 우리 공간에서 열렸다. 즉흥 음악가들에게도 공연할 자리를 내주었다. 우리를 버티게 한 가장 큰 응원군은 저렴한 월세였다. 얼마 안 되는 하루의 입장료를 조금씩 모으면 최소한 월세를 밀리지 않아도 됐다.

문래동의 예술이 지역적 특성을 넘어서는 의미를 획득하기 위해서는 앞으로도 여러가지 다양한 시도가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그런데 특정 지역의 독특한 외관을 자양분 삼아 낭만에 젖는 문화 소비 형태에 문래동의 예술이 잠식당하는 것에 대해 자꾸 우려하게 된다. 시멘트로 발라 놓은 골목을 알록달록한 페인트로 칠한 뒤에 추억의 팝송을 틀어놓는 행위가 문래동에 어울리는 문화 콘텐츠라면, 지역 주민들이 가진 고층 주상복합의 꿈은 현실이다. 문래동을 지켜 온 많은 지역 주민들은 자신의 일상에 문화예술이라는 이름으로 무작정 렌즈를 들이대는 구경꾼들을 과연 편하게 느끼고 있을까? 서울시는 지난해 10월 문래동 1~4가 일대 준공업지역 27만9472㎡를 도시환경정비구역으로 지정했다. 철거가 시작되면 영세 공장은 물론 많은 예술가들 역시 문래동을 떠나게 될 것이다. 문래동 예술촌을 터전으로 하는 공연과 전시는 대규모 개발을 앞두고 일시적으로 거쳐가는 퍼포먼스가 될지도 모른다. 하지만 어쨌거나 올봄에 문래는 아직 건재하다.


글 함영준 클럽 ‘로라이즈’ 운영자·사진제공 각 단체. 출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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