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11.6.7
‘2MB18nomA’ 차단조치의 의도하지 않은 결과
“Warning 불법·유해 정보(사이트)에 대한 차단 안내: 귀하가 접속하려고 하는 정보(사이트)에서 불법·유해 내용이 제공되고 있어 해당 정보(사이트)에 대한 접속이 차단되었음을 알려드립니다.”
무시무시하다. 특정 트위터 사용자의 페이지에 들어가면 나타나는 문구다. 이 안내는 불법·유해 정보의 내용을 다음과 같이 명시하고 있다. 안보위해행위, 도박, 음란, 불법의약품 판매…. 그런데 그 특정 트위터 사용자는 당당했다. ‘경기도 일산에 거주하며 광화문에 직장을 가진 40대 남자’인 송모씨는 이렇게 말했다. “아니 제가 북한의 사주를 받아 트위터를 운영하는 것도 아니고, 그렇다면 음란사이트라도 된다는 겁니까? 단순한 트위터 주소와 아이디일 뿐입니다. 그런데 저에게 소명기회도 안 줬어요. 하다못해 이메일이나 트위터 멘션으로 ‘이 사이트는 이제부터 차단됩니다’라는 설명도 없었고.”
방송통신심의위원회(방심위)가 이 트위터 사용자에 대해 차단 결정을 내린 날은 5월 12일. 결정은 방심위 위원장과 부위원장, 상임위원 3인이 내렸다. 하지만 이날 이뤄진 회의 내용은 공개돼 있지 않다. 방심위 담당 직원은 “세 분 모두 심각한 욕설이 포함된 정보라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그런데 방심위 결정은 이 트위터 사용자가 트위터 게시물을 통해 ‘심각한 욕설’을 했기 때문이 아니었다. 이 사용자의 아이디가 문제였다. ‘2MB18nomA’. 잠깐. 트위터 상에서 이 사용자와 친교를 맺어온 김재근씨(@doax)는 이걸 이렇게 읽어야 한다고 증언한다. “18을 어떻게 읽느냐는 건 읽는 사람 마음이에요. 2MB18nomA 트위터 아이디를 쓰시는 분은 이전부터 자기 아이디는 ‘mb일팔노마’로 읽어야 한다고 일관되게 주장해 왔거든요. 그걸 욕설로 읽고 이게 나쁘다는 건 과도한 해석이 아닌가요.” 김씨는 더 들어가 설령 18을 욕설로 읽더라도 그것이 심한 욕인가부터 따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외국영화들을 보면 말끝마다 ‘퍽’이나 ‘퍼킹’을 붙이는 대사가 많습니다. 방심위 결론대로라면 그런 외국영화들은 장면장면마다 다 잘라야 하겠네요.”
당사자 송씨는 “하물며 이게 욕설이라고 하더라도 트위터 상에서 내용으로 욕한 것이 아니고 닉네임일 뿐”이라며 “영문과 숫자가 조합돼 연상작용을 일으키는 아이디일 뿐인데, 이것을 두고 차단조치를 하는 것은 세계적으로 유례가 없는 일”이라고 주장했다.
방심위에선 도대체 어떤 논의가 진행되었는지 궁금했다. 이날 결정에 참여한 김택곤 상임위원과 연락됐다. 김 위원은 “앞에 붙은 ‘2mb’보다 ‘18nomA’라는 아이디에 주목했다”라고 말했다. 그러니까 ‘18nomA’는 상스러운 비속어이기 때문에 차단이 타당하다는 의견이다. 그는 “그날 회의에서도 나는 앞에 김일성이 오든 이명박이 오든 욕설은 안 된다고 발언했다”고 덧붙였다. 송씨는 언론·시민단체들과 함께 5월 26일 방심위에 시정요구 효력정지신청과 이의신청을 정식으로 냈다.
어쨌든, 모든 사건에는 항상 ‘의도하지 않은 결과’가 뒤따르게 마련이다. ‘2MB18nomA’는 유명 트위터 사용자가 되었다. 송씨에 따르면 방심위의 결정 뒤 며칠 사이에 팔로어가 3000여명 늘었다. 게다가 송씨의 표현에 따르면 ‘c8noma가문’도 형성됐다. 2MBC8noma, MB2C8nom, MB18noma… 등의 트위터 사용자가 송씨의 트위터에 자신들도 있음을 통보했다. 트위터 아이디 @doax를 쓰고 있는 김씨의 ‘제보’에 따르면 이런 아이디도 커밍아웃했다. ‘***ILLHYHL’. 아이디를 어떻게 읽어야 할지에 대해선 각자 판단하도록 하자. 김씨가 밝힌 힌트는 ‘거꾸로 뒤집어 읽어보세요’다.
<정용인 기자 inqbus@kyunghyang.com>
★ 2011.6.1
패러디 죄수번호 747.
출처는 공권력이 미치지 못하는 저멀리 해외 텀블러 블로그.
슬픈 현실. 2MB18nom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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