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00미터 달리기

10,000미터는 재미있는 종목이다.
이 종목에는 독특한 매력이 있다.
잔혹하면서도 쿨하고 조용하며 스릴이 있다.
실력차가 여실히 드러나는 경기지만 전략 또한 매우 중요하다.

그것은 마치 의식처럼 보인다.
사람들은 묵묵히, 거의 기계적으로 달린다.
슬라이드의 길이와 속도는 같은 필름을 반복해서 보는 것처럼 일정하다.
하지만 거기엔 불온한 예감이 감돈다.
갑자기 뭔가가 폭발한다.
마술과 같은 섬광이 번뜩인다.

앞으로 세 바퀴, 혹은 두 바퀴.
뭔가가 선수들에게 옮아 붙는다.
황홀한 순간이다.
선수들이 화살처럼 트랙을 질주하기 시작한다.

-무라카미 하루키, <승리보다 소중한 것> 217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