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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검 들었다고 백색테러? 진짜 극우 모른다"
<인터뷰>희망버스 저지 영도대교서 검도 든 강재천 민보상법 개정본부장 
"진짜 극우가 대놓고 활동하나…헌법대로 나도 희망버스도 모두 잡아가라"

지난 7월 30일 부산 영도대교 앞 도로. 박석운 한국진보연대 공동대표가 탄 시내버스가 꼼작없이 멈추어 서 있고, 주위는 소란스럽다. 갑작스럽게 버스에 하차를 요구당한 부산 시민들의 격한 항의와 버스를 세운 보수단체 회원 사이에 설전이 오가고 곳곳에서 몸싸움이 벌어졌다. 도로 위엔 보수단체 회원들이 자리를 잡고 앉았다. 부산 시민들은 “집에 돌아가야 하는데 비켜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아수라장이 따로 없는 풍경. 그리고 한 남자가 그 곳에 있었다. 

덥수룩한 수염에 어두운 피부, 웃음기없는 얼굴의 이 남자는 한 손에 목검을 들었다. “집에 가겠다”며 인파를 헤치고 영도대교를 걸어서 건너려는 사람들에게 “신분증을 보여달라”고 요구했다. 그에게 ‘검문’을 할 권한을 준 사람은 아무도 없다. 그러나 이 남자는 몹시 당당하고 당연하다는 듯이 요구했다. 

“당신이 뭔데 남의 신분증을 보자는 거냐”고 항의를 하면 그는 “희망버스를 타고 온 외지 사람인지 아닌지 보려고 한다. 외지 사람들이 거기서 시위하는 게 지겹지도 않으냐”고 응수했다. “나는 희망버스 반대 안한다. 당신들도 외부세력이니 그만 좀 돌아가라”고 비난해도 눈썹 하나 찡그리지 않고 담담하게 말했다. “맞다, 우리도 외부세력이다. 그런데 저 사람들과 우리의 차이가 뭐냐. 저 사람들도 반대하면 욕하고 싸우고 도로 점거하지 않나?”라고. 

이 남자, 시민들에게 신분증 제시를 요구하는 틈틈이 숫제 보란 듯이 목검을 흔든다. 사진기자들이 연신 셔터를 눌러대자 아예 몸까지 슬쩍 틀었다. 사뭇 위협적인 목검을 들고 온 목적이 있다는 듯 그는 카메라의 시선을 꺼려하는 기색이 전혀 없다. 

진보 성향의 매체들이 “백색테러” “폭력사용”이라고 비난했던 그 남자, 목검을 들고 시민들을 위협했다는 그 남자는 바로 민보상법개정추진본부의 강재천 본부장(51)이다. 

강재천 본부장은 “일부러 목검을 들고 갔다”고 했다. 전혀 거리낌없는 기색이었다. 

“나는 극우가 아닙니다. 대한민국에 극우가 어디 있습니까. 진짜 극우는 이렇게 드러내놓고 활동하지 않아요, 조용히 가서 해결하지.” 

‘극우’라고 비난받는 그의 생각이 궁금했다. 그리고 영도대교 현장에서 왜 그런 행동을 했는지도 알고 싶었다. 그날 강 본부장은 목검을 들고 신분증 제시를 요구했으며, 박석운 한국진보연대 공동대표가 탄 버스 밑에 들어가 버티기도 했다. 아스팔트 우파 중에서 최근에 그처럼 돌출행동을 하는 사람은 거의 사라졌다. 퍼포먼스를 하는 그는 현재로선 확실히 튀는 아스팔트 우파인 셈이다. 


기자와 마주앉은 강 본부장은 “공권력에 경각심을 주기 위해서 그랬다”고 말했다. “법치를 세우자, 공권력이 불법행위에 대해 엄정히 처벌해야 한다는 여론을 조성하기 위해 벌인 일”이라고 말한 강 본부장은 “진보 매체들이 나를 처벌하라고 기사를 쓰니, 결국 내 의도대로 되지 않았느냐”고 웃었다. 

“사람을 때릴 것 같았으면 목검을 어떻게 보란 듯이 들고 있습니까. 그냥 뒤에 숨겨갖고 있다가 한 대씩 치고 도망가고 다시 와서 치고 그랬겠지. 보여주려고 한 거예요. 트위터에다가도 ‘봐라, 나한테 속았지’라고 글을 썼더니 난리들이더라고요. 생각보다 호응을 해줘서 다행입니다.” 

2차 희망버스 당시 영도에서는 크고 작은 충돌이 빚어졌다. 한진중공업 영도조선소 안으로 들어가려고 하는 희망버스 참가자들과 경찰 사이, 그리고 영도 주민들과 희망버스 참가자들 사이에서다. 희망버스 참가자들은 부산 중앙로 편도 4개 차로를 완전히 점거한 채 부산역 광장부터 부산 영도구 봉래동 한진중공업 영도조선소까지 거리행진을 벌이기도 했다. 영도조선소 진입을 막기 위한 경찰의 저지선에 막힐 때까지 이들을 제지하는 이는 없었다. 

“불법행위는 보수든 진보든, 우파든 좌파든 똑같이 엄중 처벌받아야 합니다. 그게 원칙이고 기본입니다. 그런데 도로를 점거하고 교통을 마비시키고 시민들에게 불편을 초래하고 시위로 인해 인근 상인들에게 불이익을 주고 그런 책임을 묻지 못하고 있지 않습니까. 어디 이번만입니까? 2008년 광우병 촛불때도 그랬단 말이예요. 시위대가 매일같이 도로를 점거하고 여기저기에 쓰레기가 쌓이고 주변 음식점이고 가게들은 아예 장사를 접어야 했는데 결과적으로 책임을 진 사람은 없거든요. 아이들은 나쁜 행동을 해도 벌을 받지 않으면 아, 그래도 되는가 보다 합니다. 그거랑 같아요. 불법행위를 하면 처벌을 받아야 공권력이 확립되는 겁니다. 시위 막고 그런 게 공권력 확립이 아니예요.” 

강 본부장은 나름의 원칙이 있다. 그것은 “헌법대로만 하라”는 것이다. 표현의 자유, 언론의 자유, 집회 및 결사의 자유 모두 보장해줘야 하지만, 타인의 재산권과 자유, 국가의 공공질서를 위협할 경우에는 제한돼야 한다는 기본만 지키자는 이야기다. “그 기본이 너무 안 지켜지니까 시위만 하면 도로를 점거하지 않느냐”고 강 본부장은 되물었다. 

그는 “진보 매체들이 요구하는 대로 내가 처벌을 받으면 나는 더 좋다”며 “그러면 희망버스 측의 불법행위도 동일한 잣대를 들이대서 처벌할 수 있는 명분이 생기지 않느냐”고 말했다. 

“현장에서도 경찰에게 나 잡아가라고 했어요. 그런데 안 잡아가더라고요, 목검을 눈에 보이게 들고 다녔는데도요. 그래서 버스 밑에 들어갔어요.” 

강 본부장은 “버스 밑에 들어간 건 돌출행동이긴 했다”고 말했다. 갑자기 박석운 공동대표의 얼굴을 보자, 광우병 촛불시위 이후 수배를 받았던 일이 떠올랐고, ‘부산까지 내려와서 또 시끄럽게 만드는 시위꾼’이라는 생각에 부아가 치밀었다. 마침 경찰은 박석운 공동대표가 탄 버스를 돌리려던 참이었다. 이런저런 생각이 겹쳐지면서 불쑥 버스 밑에 들어갔다. 경찰은 그를 끌어내려고 했지만 강 본부장은 바퀴축에 다리를 걸고 버텼다. 경찰에게 끌려 나올 때까지 강 본부장은 버스 밑에서 문자를 보내고 전화통화를 했다. 

“이것 좀 봐요.” 강 본부장은 팔을 내보였다. 여기저기 멍이 들었다. “버스 밑에서 버티니까 끄집어내기는 쉽지 않고 해서 경찰이 꼬집더라고요. 그 자국이에요. ‘시간되면 나갈테니까 살살 좀 꼬집어라’고 말했는데 가차없대요?” 

강 본부장은 “도망갈 의사가 없었으니까 계속 현장에 있었던 게 아니겠느냐”며 “이런 행위는 잘못된 것이고 불법이니까 처벌한다‘는 원칙만 경찰이 보여줬으면 했다”고 말했다. 

그는 실제 자신의 트위터에도 “OOOOO라는 개떼언론은 목검을 든 저를 두고 극우라고 대서특필을 하더군요. 세상천지 그런 곳에서 목검들고 있는 정신빠진 극우가 어딨겠나요”라며 “영도다리에서 목검을 들고 기자들이 충분히 사진을 찍을 수 있게 행동했습니다. 불법이 만연하면 목검이 아니라 진검과 총이 동원될 수 있다는 상징적인 경고였습니다”라고 적었다. 

강 본부장은 “상식에서 납득이 가지 않는 논리와 행동을 소위 ‘진보’를 자처하는 좌파들이 하는데 이성적으로 대응해선 아무것도 못한다”며 “그런 사람들에게 상식을 깨고 행동해야 한다”고 힘주어 말했다. 

“나더러 극우라고 하는데, 대한민국에는 극우가 아직까진 없어요. 극우의 기본이 뭔줄 아세요? 테러예요, 테러. 노르웨이의 브레이빅처럼 무차별적으로 불특정 다수에게 피해를 입힌단 말입니다. 그런데 우리나라에서 그런 보수가 어딨습니까? 말 세게 한다고 극우입니까? 잘못된 신념을 갖고 그걸 다른 사람들에게 강요하고 사회에 혼란을 초래하는 게 극우고, 극좌죠.” 

강 본부장은 “나를 잡아가라고 한 진보 매체들이 고공농성을 벌이고 거리행진을 한 김진숙과 희망버스에도 불법행위를 부른 책임을 지라고 할지 궁금하다”고 흥미롭다는 표정을 지었다. 이어 “장담컨대 ‘평화행진’ 운운하면서 ‘집회 및 결사의 자유’를 주장하면서 아무 말도 못할 것”이라며 “기본권도 공공의 이익을 위해 제한될 수 있다는 것조차 모르는 사람들”이라고 비판했다. 

“우리, 그날 희망버스에 맞았습니다. 밤 12시부터 새벽 2시까지인가, 봉래로터리에서 주민들에게 설득도 하고 연설도 하고 그랬거든요. 그런데 와서 방해하더라고요. 납북자가족모임 최성용 씨 부인이 그거 막으려다가 밀려서 머리를 부짖쳐서 기절했어요. 80대 어르신 하나는 박석운에게 삿대질 한다고 30대 희망버스 참가자에게 떠밀렸고요. 그런데 자기들에게 반대한다고 손이 올라가는 게 평화시위라고요? 저 사람들 거짓이 너무 많습니다.” 

강 본부장은 ‘보수단체 회원인 한 할아버지가 탈진 후 희망버스 참가자의 도움을 받고 희망버스를 타고 올라갔다’는 기사도 잘못됐다고 했다. 

“그 분은 우리가 모시고 올라갔어요. 버스에서 인원확인을 하는데 한 분이 안 계셔서 다들 찾느라 난리였습니다. 그런데 동삼동파출소에서 연락이 왔어요. 그 할아버지가 희망버스에 잘못 올라탄 모양이었는데, 참가자들이 ‘할아버지 버스 타고 가시라’고 파출소에 내려놓고 갔으니 데려가라고요. 그런데 굉장히 친절을 베풀고 돌본 것인 양 그려놓았더라고요?” 

◇ 30일 저녁 민보상법개정추진본부의 강재천 본부장이 3차 희망버스 영도진입을 저지하기 위해 영도대교 진입로에서 희망버스 참가자로 추정되는 사람들을 향해 목검을 들고 위협하고 있다. ⓒ데일리안 박항구 기자 

강 본부장은 불만스러워 보였다. 그는 “이념도 신념도 법 앞에서는 똑같이 취급받아야 하는데 우리나라는 그렇지 못하다”고 한숨섞인 말을 흘렸다. 그러고는 이내 “법치가 잘못되고 공권력이 흔들리면 극우가 나온다. 진짜 극우가 나올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든다”고 덧붙였다. 

“서북청년단같은 게 극우예요. 소리없이 좌익들을 암살까지도 서슴치 않는 게 극우란 말입니다. 우리가 과격하게 보여진다고 실망스러운 분들도 있는 거 압니다. 일반 사람들, 선량한 사람들에게 우리가 비정상적으로 보이는 건 당연합니다. 그런데요, 사람들을 현혹시키고 폭력을 미화하고 불법을 영웅적 행위인 양 옹호하는 좌파들도 똑같이 비난해주세요. 대의명분이 있다고요? 사회정의를 위해서라고요? 법도 없고 공권력도 없이 국가가 뿌리부터 흔들리는데 대의명분, 사회정의가 무슨 소용이 있답니까. 대의명분이나 사회정의도 국가가 있을 때 소용이 있는 겁니다.” 

강 본부장은 “나를 처벌하라고만 하지, 진보 매체들은 ‘강력한 공권력 행사’라고는 안 쓰더라”며 “희안하지 않느냐”고 말했다. 

그는 “제대로 된 보수, 제대로 된 진보가 나와야 한다. 보수고 진보고 선량한 시민들, 어린 아이들을 이용하고 정파에 휘둘리고 정치적으로 변질되는 것 같아 서글프다”면서 “진정성 있는 보수, 법을 지키는 진보가 우리 사회를 건전하게 이끄는 모습을 보고 싶다. 그렇게 될 때까지 ‘꼴통’ 소리 듣더라도 현장에 나가고, 글을 쓸 것”이라고 밝혔다. 그리고는 강 본부장은 계획이라도 세우는 양 눈빛을 멀리 던지고 생각에 잠겼다.[데일리안 = 변윤재 기자]  출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