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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인 8색' 기록으로 살펴본 프로야구 감독들의 특징

[야구타임스 | 신희진] 사람들의 인격이 다양하듯, 프로야구 감독들이 경기를 풀어나가는 스타일도 다양하다. 로이스터 전 롯데 감독이나 김경문 전 두산 감독처럼 타석에서 선수가 스스로 실마리를 풀어나가길 바라는 감독이 있는 반면, 김재박 전 LG 감독이나 선동열 전 삼성 감독처럼 번트를 자주 시도하는 감독도 있기 마련이다.

번트는 감독의 스타일을 결정 짓는 대표적인 한 요소일 뿐이다. 그 외에 한 경기에 얼마나 많은 투수를 투입하고, 선발투수를 빠르게 내리는 지, 느리게 내리는 지, 플래툰 기용을 자주 사용하는 지, 대타는 얼마나 많이 투입하는 지 등의 여부로도 감독의 스타일을 가를 수 있다.

올 시즌도 마찬가지다. 8명의 감독이 있는 만큼, 감독들마다 경기를 풀어나가는 스타일은 다양하다. 어떤 감독이 안정적인 스타일의 야구를 추구하고 어떤 감독이 과감한 스타일의 야구를 추구하는 것일까?

▲ 강력한 마운드의 SK, 번트도 가장 많아

올 시즌 가장 많은 번트를 시도하는 감독은 SK의 김성근 감독이다. 김성근 감독은 62경기를 소화한 현재, 경기당 1.65번의 번트 시도(81 성공, 21번 실패)를 하고 있다. SK의 번트 성공률은 79.4%로 8개 구단 가운데 한화(81.9%) 다음으로 높다. 선수들이 김성근 감독의 지시를 잘 따르고 있는 셈.


SK는 3.23의 팀 평균자책점을 기록하며 이 부문 2위인 삼성(3.50)을 따돌리고 높은 마운드를 자랑하고 있다. 투수력이 강하기 때문에, 그 중에서도 특히 불펜 투수진이 강하기 때문에 김성근 감독은 1점이라도 중요시 여기는 편이며, 그것이 잦은 번트 시도로 연결된다. 더욱 놀라운 사실은 SK에서는 7~9번 타자는 물론이거니와 3~5번 타자도 번트를 시도한다는 점이다.

SK에서 가장 많은 번트를 시도한 선수는 국내 최고의 2루수로 손꼽히는 정근우로 16번의 희생번트(11번 성공)를 시도했다. 3할2푼의 타율과 .946의 OPS를 기록, 이범호와 함께 리그에서 가장 뛰어난 3루수로 군림하고 있는 최정도 번트에서는 예외가 없다. 최정은 11번의 번트를 시도(10번 성공)해, 팀에서 3번째(2위는 14번의 조동화)로 많은 횟수를 기록하고 있다.

SK의 주축 타자 가운데 희생 번트를 단 한 번도 시도하지 않은 선수는 아무도 없다. 번트를 잘 못 댈 것 같은 박정권(2성공, 3실패)이나 이호준(2성공, 1실패) 등도 모두 올 시즌 번트를 대 본 경험이 있다. 박재홍(3성공, 1실패)도 예외가 아니다.

▲ 양승호와 류중일, 두 신임 사랑탑은?

김성근 감독 다음으로 많은 번트를 시도하는 감독은 한화의 한대화 감독이다. 한대화 감독은 경기당 1.22번의 번트를 시도하고 있으며, 총 83차례의 번트 시도 중 68번을 성공시켜 81.9%의 성공률을 기록, 이 부문 리그 1위다. 한화의 투수력은 SK와 달리 좋지 못하지만, 이처럼 번트가 많은 것은 팀 내에 장거리 타자의 부족을 원인으로 꼽을 수 있다. 실제로 비교적 장타 능력을 갖춘 최진행은 단 한 번도 번트 시도가 없고, 장성호 역시 두 차례만 시도했을 뿐이다.

KIA의 조범현 감독 역시 초반 번트를 선호하는 감독이다. 올 시즌 경기당 1.17번 번트를 시도하고 있으며, 투수력에 자신이 있는 만큼 경기 초반부터 적극적으로 번트 작전을 활용하는 편이다. 올 시즌 KIA의 야구에서는 1회에 이용규가 출루한 후 2번 김선빈이 번트를 시도하는 모습을 자주 목격할 수 있었다. 올해 가장 많은 번트를 성공시킨 선수는 한화의 한상훈(15개)이며, 김선빈이 13개로 그 뒤를 따르고 있다.

번트 작전을 가장 시도하지 않는 감독은 롯데의 신임 사령탑 양승호 감독이다. 올해 롯데의 번트 시도는 34번(경기당 0.53번)으로 리그에서 가장 적으며, 성공률도 52.9%로 가장 낮다. 시도 수에 있어서는 지난해 로이스터 감독이 있던 시절(경기당 0.55번)과 비교해 별 차이가 없지만, 작년의 롯데는 성공률(82.2%)에서 리그 1위였다.


사령탑이 바뀌면서 그 색이 가장 많이 바뀐 팀은 삼성이다. 취임 전 공격야구를 천명한 류중일 감독은 올 시즌 경기당 0.71차례의 번트를 시도해 롯데 다음으로 적다. 작년의 선동열 감독은 경기당 1.07차례의 번트를 지시했었다. 산술적으로 약 30% 이상 번트 시도가 줄었으니, 류중일 감독은 공격야구를 하겠다는 자신의 약속을 어느 정도 지키고 있는 셈이다.

▲ 선발 투수, 가장 빨리 내린 감독은?

선발 투수가 3실점 이하의 피칭을 했음에도 감독이 6회 이내에 선발 투수를 마운드에서 내리는 경우를 ‘퀵 후크’라 한다. 선발 투수의 역량이 많은 영향을 끼치는 기록이지만, 적은 실점에도 마운드에서 일찍 내리는 것을 통해, 어떤 감독이 불펜을 일찍 가동시켜 승부수를 던지는 지를 읽을 수 있다.

퀵 후크가 가장 많은 감독은 SK의 김성근 감독이다. 62경기 중 무려 50%에 달하는 31경기에서 선발 투수가 3실점 이하의 투구를 했음에도 6회 이전에 마운드를 내려갔다. SK의 올 시즌 선발진 평균자책은 3.81로 선발 왕국이라는 KIA(3.83)보다 근소하게 좋다. 하지만 퀄리티스타트 횟수는 20번(32.3%)으로 6위에 불과해, 횟수(35회)와 성공률(53%)에서 모두 1위인 KIA의 선발진과 극명한 대조를 이룬다. SK 선발진의 평균 투구이닝은 4.46으로 리그 최저다.

SK 선발진의 퀄리티스타트 숫자가 부족한 것은 선발 투수들의 능력이 부족하다기 보다는, 김성근 감독이 선발이 흔들리는 타이밍을 재빨리 캐치해서 한 박자 빨리 불펜을 가동시킨 결과로 해석해 볼 수 있다. 그리고 그런 김성근 감독의 계산이 들어맞으면서 올 시즌 SK는 김광현과 송은범, 선발진의 두 축이 삐걱거리고 있음에도 1위 자리를 지키고 있다.

SK 다음으로 퀵 후크가 잦은 팀은 두산(22번)과 넥센(21번)이다. 반대로 퀵 후크가 가장 적은 감독은 강력한 선발진을 갖춘 KIA의 조범현 감독이다. 조범현 감독의 퀵 후크는 김성근 감독의 3분의 1도 되지 않는 9번에 불과하다. 그 이면에는 믿음직스럽지 못한 불펜진도 영향을 끼치고 있다. 롯데 역시 비슷한 이유로 13번의 퀵 후크만을 기록하고 있다.

▲ 벌떼 야구, 올해도 SK?

한 경기에 가장 많은 구원투수를 투입하는 감독은 누구일까? 일단은 ‘벌떼 야구’로 유명한 김성근 감독을 우선 떠올리겠지만, 실제로 올 시즌 경기당 가장 많은 구원투수를 올리는 감독은 따로 있다. 김성근 감독의 SK는 경기당 평균 3.05명의 구원투수가 등판하는데, 오히려 이는 리그에서 4번째로 낮은 수치다.

한 경기에 가장 많은 구원투수를 올리는 감독은 넥센의 김시진 감독이다. 김시진 감독은 경기당 3.59명의 구원투수를 투입하고 있다. 이는 한 경기에 가장 적은 구원투수를 투입하는 조범현 감독의 2.80명에 비해 월등히 많은 숫자다. 부실한 선발진에 비해서 손승락, 송신영, 마일영, 오재영, 이보근 등 질 좋은 구원진을 갖추고 있으니 넥센의 구원투수들은 타 팀에 비해서 조금 더 자주 몸을 풀고 있다.

지난해 ‘출첵 야구’를 한다는 비난을 받았던 LG 박종훈 감독이 올해도 경기당 3.33명의 불펜투수를 투입하며 리그에서 두 번째로 많은 투수를 투입했고, 그 뒤를 이어 롯데(3.25명), 두산(3.12명)이 위치해 있다. SK 이상으로 막강한 불펜진을 보유한 삼성(2.95명)이 KIA 다음으로 적은 구원투수를 활용하고 있는데, 여기에서 류중일 감독의 특색을 조금 엿볼 수 있다.

▲ 승리를 향한 마음은 모두 같아

흔히 야구팬들이 감독의 야구 스타일을 평가할 때, 가장 많이 쓰는 표현이 ‘빅볼’과 ‘스몰볼’이다. 그러나 어떤 방식의 야구를 취하든, 모든 감독은 승리에 가장 적합하다고 생각하는 자신만의 방법을 취하고 있는 것이다. 투수력이 강한 팀이면 스몰볼을 취하는 것이 적합할 것이고, 투수력보다 타력이 강하면 빅볼을 추구하기 마련이다. 하지만 승률을 높이기 위한 방법에 확실한 정답은 없다.

문제는 팬들이 좋아하는 방식과 감독이 승리하기 위해 추구하는 방식의 차이가 발생할 수 있다는 점이다. 하지만 궁극적으로 많이 승리하다 보면 야구관이 달라도 팬들은 감독의 선택에 대해 지지를 표한다. 반대로 승률이 높지 못하면, 비판을 받는 것이 감독 고유의 승리 방정식이다.

팀 전력에 어울리는 방법을 제대로 적용시키는 감독이 명장이라 할 수 있다. 올 시즌 어떤 감독이 선수구성과 분위기에 맞는 야구를 선택하며, 우승까지 갈 수 있을지, 다양한 스타일의 감독들의 모습을 보는 것은 야구팬들이 누릴 수 있는 또 하나의 즐거움이다. 야구타임스 신희진 [사진제공=SK 와이번스, 삼성 라이온즈, 기록제공=Statiz.co.kr] 2011.6.24  출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