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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기덕의 눈물. 그가 운다. 아리랑.

가/김기덕 2011. 6. 9. 15:12 Posted by 로드365
그의 날눈물에 팬으로서 가슴이 아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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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직하기가 얼마나 힘든건지, 영화의 완성도를 떠나 솔직할 수 있는 능력만으로도 칸에서 상도 받을 수 있다. 우는 게 얼마나 레어한 거냐면, 한 남자가 인터뷰 중에 엉엉 울었다는 것만으로 기사가 쫙 깔린다.

Canne. 김기덕 감독 Canal Plus 인터뷰. 13년 동안 15편의 영화를 만들었다고 한다. 다는 못 봤지만, 볼 때마다 줄기차게도 ‘구원’이었다. 그토록 간절히 구원을 갈구했던 남자가 운다. 백발 성성한 아저씨가, 엄마 손 놓친 어린애처럼 엉엉 운다. 쳐다 보는 사람 신경 하나 안 쓰고, 부르던 ‘아리랑’도 다 부르지 못하고.

김기덕의 영화는 불편하게 한다. 사람 사는 꼴에 좋은 것만 있을 수는 없는데, 대부분 덮어놓거나 (이만해도 양반) 심지어 나쁜 거라며 욕하고 비하하고 단죄하는 것을 떡하니 끄집어내니까. 하지만, 그냥 그런 일들보다 더한 일들도 세상에는 벌어지므로, 그보다 더 가학 피학인 관계도 지천하므로, 그 보다 더 부담스러운 행각들도 벌어지므로, 어쩔 수 없지. 그런 것들이 있어서 있다고 하는 걸 뭘 어떻게 해? 그의 영화를 볼 때마다 이런 심정이 되고 만다.

이번에 운 것도 그렇다. 다 큰 한국 남자가, 그것도 상도 많이 받은 저명하신 영화 감독씩이나 되는 분께서 어디 칸 나가서, 전 세계에 송출될 방송에 나와 인터뷰중에 울어? 쪽팔리게. 그것도 무방비로 하나도 안 멋지게. 임재범이 ‘여러분’ 부를 때 멋스럽게도 아니고. 이거 한국 남자에 대한 심각한 명예 훼손이 아냐? 정말이지 불편한 장면이다. 날 것의 슬픔을 있는 그대로 노출하는 불편함.

하지만, 늘 이상했었다. 왜 다 큰 남자들은 이렇게 울지 않을까. 다들 그렇게 괴로워 하면서들.

영화는 사적인 것일까? 공적인 것일까? 둘 다일 거다. 둘 사이의 아슬아슬한 줄타기에서 영화 보는 쾌감의 극대치가 만들어진다. 하지만, 균형이 깨진 지는 이미 오래다. 자본의 논리는 영화를 사적 성취가 아닌 (나에겐 다소 재미없는) 공장의 산출물로 개조한지 오래다.

자기 방어와 포장은 공적 세계의 에티켓이다. 하지만 놀랍게도 김기덕 감독은 자신의 영화를 존재하게 한 자본에 대한 예의라고는 하나도 없이 에티켓 따위 무시하고, 정 반대편의 사적 세계로 초월해갔다. (미움받을 수 밖에) 그리고, 각종 찌라시 정보를 종합해 봤을 때, 그는 그 세계의 끝에서 ‘전무후무한’ 영화 하나를 만든 것 같다. 맛집과 스위트홈과 오늘의 멋진 하루로 가득한 타임라인. 부정적 단면조차 위트있는 문구로 가다듬은 후에나 포스팅 할 수 있고, 블로그 사진 한 장 올리는데도 포토샵과 라룸이 필수인 자기 과시, 자기 포장의 세상에서, 연약하고 상처받은 ‘나 자신’을 있는 그대로 드러낸다는 것이 과연 실행 가능한 일인가. 아니, 그게 대체 영화로서 어떤 의미가 있다는 건가.

예를 들어, 유진이는 과연 독자도 거의 없다시피하며 늘 자기 자신이 메인 클라이언트인 추억의 로깅장이라 주장하는 유진닷컴에서나마 100% 솔직할 수 있는가. 슬플 때 내 블로그에서 엉엉 울 수 있는가? Oh, No…아무리 숨어 있어도 그것은 가능하지 않다. 의미가 있다고도 보지 않는다.

하지만…심지어 전 세계적으로 주목받는 영화 행사 한 가운데서 엉엉 울어버린 김기덕에 삘받아 발언해 보자면, 그러고 싶을 때가 있다는 것 또한 사실이다. 언제냐고 묻는다면, 나 역시 ‘구원’을 바랄 때라고 답할 수 밖에. 이 지점에서, 나는 김기덕을 만난다. 그래서, 김기덕의 도전이 몹시 흥미롭게 느껴지고, 그 결과가 무책임한 자의식의 과잉일지 아니면, 구원에 한 걸음 다가가는 신세계의 발견일지 궁금해지는 것이다. 게다가 이건 작정하고 남들 보여주겠다고 만드는 ‘영화’가 아닌가.

‘한 인간이 카메라(타인의 시선) 앞에서 어디까지 솔직해질 수 있을까?’ 김기덕의 ‘아리랑’이 나에게 던진 질문이다.

그리고, 더 중요하게는 남의 실명까지 밝혀가며 극단적으로 ‘솔직해 진다’는 것이 구원이나 치유와 무슨 관련이 있는 건지. 그게 흥미를 배가시키며 동시에 진정성을 망쳐버리는 속된 뒷담화와 뭐가 그리 다르다는 건지. 곰곰 생각해보면, 어쩌면 이 영화는 개인적으로 내가 나 자신에게 조작하고 있는 어떤 림보 상태에 킥을 강요하는 대단히 불편한 영화가 될 수도 있겠다. 까야되나? 덮어야 되나? 고민된다.

개봉도 안 하고 심지어 국내 판권조차 팔리지 않은(누가 살지??) 영화에 대해 벌써 이런 고민을 하게 만들다니, 역시 대~단하신 김기덕 감독님ㅋ 거칠고 소박하지만 날 것이어서 레어하고 강렬한 존재들이 있다.

 출처 : 유진닷컴


 



[칸영화제] 김기덕 "사람에 대한 배신감 컸다" 2011.5.14 
 
연합뉴스 송광호 [buff27@yna.co.kr]

신작 '아리랑' 주목할 만한 시선 진출동료 감독 실명거론 비판...논란 일듯


(칸<프랑스>=연합뉴스) 송광호 기자 = "제가 잠을 자고 있는데 칸이 저를 깨웠습니다. 이 영화는 제 자화상 같은 영화입니다. 13년 동안 15편의 영화를 만들면서 그 시간을 되돌아 보기 위해 (이번 영화를) 만들었습니다. 결론적으로 이 영화는 영화란 무엇인가에 대해 저 자신에게 하는 질문입니다."세계 3대 국제영화제 중 베를린영화제와 베니스영화제에서 감독상을 받은 김기덕 감독.

13일(이하 현지시간) 칸영화제 공식부문인 '주목할 만한 시선' 초청작이 상영된 프랑스 칸의 드뷔시관에서 김기덕 감독은 자신의 신작 '아리랑'에 대해 이렇게 소개하며 오랜 침묵을 깼다.


그는 데뷔작 '악어'(1996)부터 '비몽'(2008)까지 15편의 영화를 만들며 각종 국제영화제를 석권한 국내를 대표할 만한 감독이었다.


인간의 은밀한 욕망을 밀도 깊게 그린다는 성찬과 여성을 남성의 시각에서 도구화한다는 악평 사이에서 서성이긴 했지만, 그는 거의 매년 1편씩을 꾸준히 만들어온 '왕성한 창작자'였다.


그러나 2008년 '비몽' 이후 작품활동을 돌연 중단했다. 그가 시나리오를 쓰고, 제자인 장훈 감독이 연출한 '영화는 영화다'를 놓고 배급사와 소송 전을 벌이며 구설에 올랐다. 김기덕 사단으로 분류되는 장훈 감독이 메이저 영화사와 계약하면서 그를 배신했다는 이야기가 나돌기도 했다. 급기야 작년 연말에는 김기덕이 폐인이 됐다는 뜬소문까지 번졌다.


도대체 이 유능한 작가에게 무슨 일이 생긴 걸까.


칸영화제 '주목할 만한 시선' 부문에 진출한 그의 열여섯 번째 장편영화 '아리랑'은 왜 김기덕 감독이 그간 영화를 만들 수 없었는지를 스스로 자문하고, 영화를 통해 자신이 받았던 상처를 치유하는 과정을 담은 작품이다.


강원도의 한적한 한 시골마을.


머리가 긴 50대 남자가 텐트 문을 열고 나온다. 개울가로 가 세안을 하고 다시 돌아와 식사한다. 가끔 간식으로 밤을 까먹는다. 고적한 산골마을로 찾아오는 이는 한 명도 없다. 오로지 도둑고양이만이 유일한 친구인 양 가끔 그의 오두막에 들를 뿐이다.


영화는 시작 후 십여 분간 대사가 한마디도 나오지 않는다. 에스프레소 머신에서 커피 내리기, 세안하기, 밥하기 등 한 남자의 일상을 묵묵히 보여줄 뿐이다.


그러나 길고 긴 침묵의 시간이 지나고 나서 이 남자의 입에서는 속사포와 같은 정제되지 않은 언어들이 쏟아진다. 그 말 속에는 회한과 증오, 그리고 자기 모멸감 같은 어두운 삶의 조각들이 무질서하게 뒤섞여 있다.


'아리랑'은 다큐멘터리인지 드라마인지 판타지인지 장르가 불분명한 영화다. 김기덕 감독은 자신, 또 다른 자아, 자신의 그림자, 그리고 이들을 지켜보는 감독 등 1인 4역을 소화했다.


황량하고 소슬한 삶의 터전인 오두막과 함께 영화를 구성하는 것은 그의 거친 육성, 배신한 인간들에 대한 상처로 뒤범벅된 언어다.


어떤 관계는 고인 물처럼 시간과 함께 썩어간다는 것을, 그리고 자본의 유혹 앞에 인간들이 쌓아온 정이라는 것은 순식간에 배덕으로 치닫는다는 것을 영화는 김기덕 감독의 육성으로 보여준다..


"사람이 오면 가는 날도 있는 거야. 널 존경한다고 찾아와서 너를 경멸하며 떠날 수도 있는 거야. 우정을 끝까지 선택하는 사람은 없어. 세상이 그런 거야. 네가 영화를 통해 수없이 얘기했잖아. 네 영화의 주인공이 네가 살아가는 모습을 보면 안타까워할 것 같아."김기덕 감독은 '영화는 영화다' 이후 2편의 영화를 장훈 감독과 하기로 했지만 "장 감독이 자신도 모르게 메이저와 계약을 했다"고 주장한다. 또 그의 영화에서 자주 악역으로 등장했던 어떤 배우를 겨냥한 듯 "악역 잘한다는 건 내면이 그만큼 악하다는 거야"라고 통렬히 비판하기도 한다.


이 과정에서 "배신자들, 너 같은 쓰레기들을 기억하는 나 자신을 죽여버리겠다, 악마들이 영화를 못만들게 했다" 등 날 것 그대로의 언어들이 거침없이 스크린을 유영한다.


"사람에 대한 상처와 배신감" 외에 그가 영화를 만들지 못하는 또 다른 이유는 '비몽'을 찍으면서 배우가 죽을 뻔했던 '아찔한 기억' 때문이다.


'비몽' 촬영 중 자살하는 장면을 찍던 여배우가 죽을 뻔한 사건이 발생했던 것이다.


"사고였잖아 사고, 내가 사다리 타고 올라가 구했잖아. 그럼 된 거 아니야? 그때 다시는 영화 찍지 않겠다고 마음먹었나?"이 밖에도 영화는 인간 김기덕에 대한 연민도 녹였다. 어렸을 적부터 또래와 잘 어울리지 못했던 그는 친구도 별반 없고, 전자제품 수리공, 자동차 정비공 등 여러 직업을 전전했지만 영화감독만큼 존경받은 직업은 없다고 말한다.


"나는 외로움이야…. 영화감독만큼 행복 받고 존중받은 직업은 없어""영화를 어떻게 찍는지, 배우 연기를 어떻게 가르치는지 까먹었다"는 김기덕 감독은 "레디 액션"이라는 말을 수없이 반복하며 영화를 다시 만들겠다는 뜻을 천명하기도 한다.


"2008년부터 3년째 영화를 안 만드는 거야? 그러니까 폐인됐다는 기사가 나오잖아. 사람들도 안 만나고, 너 왜 이렇게 살고 있어. 사는 게 이게 뭐야? 네가 개야?…네 영화 기다리는 사람 많아 뭘 찍어도 찍어라."그리고 고백한다. "무엇인가를 찍어야만 행복한 나 자신을 찍고 있다"고.


영화 '아리랑'은 김기덕 감독이 영화에서 밝혔듯 삶의 오르막과 내리막을 의미한다. 그는 삶의 오르막과 내리막을 오르내리면서 계속 영화를 찍고 싶다는 뜻을 피력한 셈이다.


영화가 끝난 후 드뷔시극장에서는 약 3분의 기립박수가 이어졌다. 주목할 만한 시선에 진출한 영화 가운데 이러한 기립박수를 받은 건 매우 이례적인 일이다.


김기덕 감독은 영화가 끝난 후 인터뷰를 청하는 기자들에게 단 한마디 말만을 남기고 유유히 사라졌다.


"제가 하고픈 말은 영화에 다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