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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실의 시대’ 쓴 日 대표작가, 독도·센카쿠 영토분쟁 일침


“국경이 있는 한 영토갈등은 피할 수 없다. 하지만 국경을 넘어 영혼이 오가는 길을 막아서는 안 된다.” 


‘상실의 시대’ ‘1Q84’ 등을 쓴 일본의 대표적 소설가 무라카미 하루키(村上春樹·63·사진)가 독도와 센카쿠(尖閣) 열도(중국명 댜오위다오·釣魚島)를 둘러싼 영토분쟁에 대해 참담한 심정으로 우려를 표하고 나섰다. 그는 28일 아사히(朝日)신문에 기고문을 통해 아돌프 히틀러 정권의 불행한 역사를 언급하며 “영토분쟁으로 지난 20년간 동아시아가 이룬 가장 값진 성과인 ‘고유의 문화권’이 파괴돼서는 안 된다”고 호소했다.


센카쿠 분쟁으로 중국 서점에서 일본인 저자들의 책이 사라졌다는 보도에 충격을 받아 글을 쓰게 됐다는 하루키는 “지난 20년간 중국, 한국, 대만의 눈부신 경제 발전으로 시스템이 갖춰지면서 문화적 성과물들이 국경을 넘나들었으며 동아시아 문화권은 풍부한 시장으로 꾸준히 성장하고 있다”고 밝혔다. 동아시아 문화권은 “언어가 달라도 우리가 서로 감정을 공유하는 같은 인간이라는 인식을 갖게 하는 영혼이 오가는 길”이라는 그는 영토갈등으로 오랜 세월 많은 이들이 심혈을 기울여 이룬 성과가 파괴돼 “아시아 작가의 한 사람으로서 매우 두렵다”고 밝혔다. 


그는 “국경선이 존재하는 한 영토문제는 피할 수 없지만 이는 실무적으로 해결할 수 있고, 또 그렇게 돼야 한다”며 “영토문제가 ‘국민 감정’ 영역으로 들어가면 출구 없는 위험한 상황을 일으킨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를 나쁜 술에 취한 것에 비유했다. “나쁜 술 몇 잔으로 목소리는 커지고, 행동은 난폭해지며, 논리는 단순하고 자기반복적이 된다”며 “하지만 날이 밝고 나면 남는 것은 두통뿐”이라는 것이다. 이어 하루키는 이 같은 술기운에 기대 소란을 떠는 정치인과 논객에 대한 주의를 주문했다. 


그는 “1930년대 히틀러도 잃어버린 영토 회복을 내세워 정권 기초를 다졌다. 우리는 이것이 어떤 결과를 가져왔는지 알고 있다”며 “정치인과 논객은 부추기는 것으로 끝나지만 실제 상처입는 것은 개별 인간”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중국 서점에서 일본인 책이 사라진 것에 일본 저자의 한 사람으로서 매우 안타깝다. 하지만 분명한 점은 어떤 보복도 하지 말아야 한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하루키는 “보복의 결과는 언제나 자신에게 돌아올 뿐”이라면서 “어떤 경우에도 상대 문화에 대해 합당한 경의를 잃어서는 안 되며 영혼이 오가는 길을 막아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한편 노벨문학상 수상자인 오에 겐자부로(大江健三郞) 등 일본 지식인과 ‘허용하지 말라! 헌법개악·시민연락회’ 등 시민단체는 28일 약 800명의 서명이 담긴 호소문을 발표했다. 이들은 “일본인은 독도가 한국 국민에 있어 침략과 식민지 지배의 시작이고 상징이라는 점을 이해해야 한다”고 침략에 대한 진지한 반성을 요구했다.  최현미 기자 chm@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