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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혜윤, 여행, 혹은 여행처럼 서문

자/ㅓ 2012. 8. 2. 23:25 Posted by 로드365

 5대양 6대주를 누비며 150여 개 국을 여행했다고 나를 소개 할 수 있으면 정말 좋겠다. 그렇지만 나는 그렇게 많이 여행하지 못했다. 바닷가에서 한 달 내내 칵테일을 마시며 책을 읽었다고 나를 소개할 수 있으면 정말 좋겠다. 그렇지만 나는 겨우 겨우 눈치를 보며 간신히 며칠씩 여행을 다녔다. 여행 가서 모든 것을 잊고 사랑과 자유를 만끽했다고 나를 소개하면 좋겠다. 그렇지만 나는 비행기가 이륙하자마자 내가 우리 사회에 없어서는 안 될 가장 중요한 인물이라도 되는 것처럼 두고 온 모든 것이 염려된다. 돌아와서는 나 없이도 세상이 잘 돌아가는 것에, 역시 그럴 줄 알았단 생각이 들고 다시 떠나고 싶어진다.
 나는 이렇게 간신히 여행하면서도 또 변함없이 여행 이야기라면 넋을 잃고 듣는다. 많은 날 여행 이야기를 들으면서 알게 된 것이 있다. 한 사람의 인생 이야기엔 여행의 모든 요소가 들어 있다고. 

 떠남, 노스탤지어, 약간의 우울, 그보다 좀더 많은 사랑, 끝내 돌아가려 함. 

 그리고 결국 알게 되었다.

 자신의 이야기를 들려주는 모든 사람이 내겐 하나의 여행지라고. 그리고 이 생애 동안에 우리가 할 수 있는 최고의 여행은 내가 네 영혼이 되고, 네가 내 영혼이 되는 것이란 걸. -정혜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