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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쿼시 코트

사/ㅡ 2012. 8. 1. 20:55 Posted by 로드365

 존 어빙의 소설 <일 년 동안의 과부>에는 테드 콜이라는 아동문학가가 등장한다. 그는 본업은 제쳐두고 스쿼시에 빠져 롱아일랜드에 있는 자택 창고를 스쿼시 코트로 개조했다. 다만 천장이 보통 코트보다 낮고, 직접 꾸민 탓에 미묘한 요철도 벽 군데군데 있었다. 그런 '개인 코트 소유자'의 유리함을 십분 발휘하는 그의 기량은 웬만해서는 당해낼 수가 없었다. 딸 루스는 어릴 때부터 어떻게든 아버지를 이기겠다고 연습에 열중했지만....

 일본의 주택 환경에서 스쿼시 코트를 자택에 만드는 것은 일단 불가능하다. 우리 집에도 없다. 말할 것도 없이. 그런데 문득 든 생각인데 집에 스쿼시 코트가 있는 것이 즐겁지만은 않을지도 모른다. 한밤중에 문득 잠에서 깼을 때, 바로 옆 캄캄한 어둠 속에 아무도 없는 스쿼시 코트가 덩그러니 있다고 생각하면 그 고독감에 가슴이 저릿해오지 않을까. 그대로 아침까지 잠들지 못할 것 같기도 하다. <일 년 동안의 과부>도 그런 적막감이 하나의 주요 테마로 전개된다. - 무라카미 하루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