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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을과 그 불확실한  벽 - 무라카미 하루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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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을 하는 쪽은 너무 많고 말을 들어 주는 쪽은 너무 적다. 

그 위에 말은 죽는다. 

1초 마다 말은 죽어 간다. 도로에서, 지붕 아래서, 황야에서 거리와 그 불확실한 벽
그리고 역의 대합실에서, 

코트의 깃을 세운 채 말은 죽어 간다. 

손님 여러분! 열차가 왔습니다. 

그리고 다음 순간, 말은 죽어 있다. 

가엾게도 말은 묘비조차도 없다. 말은 흙으로 돌아가고 그 위에는 잡초만
무성할뿐이다. 인과응보야 라고 사람들은 말한다. 당연한 거지, 녀석은 타인이나
자기자신을 지나치게 이용했어. 마치 시체를 먹는 것처럼 말이지. 

그러나 원래 그런 것이 말이다. 누가 그것을 비난할 수 있을까? 

나도 그런 死者의 대열속에 있다. 그리고 그 시체냄새는 언제까지나 내 몸에서
떠나지 않았다. 

시체냄새 

대학시절 수영수업 때 처음으로 溫水풀에 들어가 봤다. 난생 처음 溫水풀에 들어
가는 것이 어떤 것인지 알 수 있을까? 뜨겁지도 차갑지도 않은 이상한 물, 과거도
없고 미래도 없는 자아를 상실했던 물이 나를 희미하게 둘러 싸고 있었다. 뭔가
겉과 속이 역전된 우주 한 가운데 삼켜져 버린듯한 기분이 들었다. 나는 아주 긴
시간을 그곳에 가만히 서 있었다. 

어이! 거기 학생 우두커니 서있지마! 이곳은 목욕탕이 아니야! 

교관이 나를 향해 그렇게 소리쳤다. 

그렇다. 이곳은 목욕탕이 아니다. 나는 자아에게 돌아왔다. 

내 안에서 과거와 미래가 상념(想念)에 의해서 다시한번 결합되었다. 

그리고 그곳에는 정말로 그 시체냄새가 떠돌고 있었다. 

시체냄새에 익숙할 수 있는 인간따위는 구제불능이다. 피부가 터지고 살이 녹아
내리고 내장이 썩은 그곳에 구더기가 우글거리기 시작한다. 

그것이 시체냄새다. 

도대체 누가 자기자신을 증오하는 것에 익숙할수 있을까? 나는 역대합실에서
스토브를 쬐면서 열차를 기다리고 있었다. 말은 여전히 코트의 깃을 세운 채
였다. 

당신의 몸에서는 죽음의 냄새가 나요. 라고 말은 말한다. 아무리 손을 씻어도
소용없어요. 그 냄새는 절대로 떨어지지 않아요 이제 누구도 당신의 일따위에는
관심을 갖지 않아요. 모두가 당신을 미워하기 시작합니다. 그리고 이번에는 당신
자신이 스스로를 미워하기 시작하는 것이죠. 우리는 그런 경우를 셀수없을 만큼
많이 보아왔어요. 당신만이 예외가 될 이유는 없어요. 확실히 당신의 몸에서는
냄새가 나요. 

말. 

너는 오래전에 죽었다. 나는 네가 마지막 숨을 쉬는 것을 정확히 보고난 뒤, 땅에
아주 깊은 구멍을 파고 그곳에 너를 묻었다. 그리고 작업화의 바닥으로 地面을
단단히 밟았다. 그러나 10년의 세월 뒤에 말은 살아났다. 마치 귀신처럼 말은
무덤을 열고 어둠과 함께 그 모습을 내 앞에 나타냈다. 

無라고 말하는 것은 위선이다 라고 말은 내게 말한다. 당신에게 그 이유를 알려
줄 필요는 없겠죠? 깊은 땅속에서 나를 불러 일으켰던 것은 당신자신 속의
위선이예요 

'저 기다려 줘' 라고 나는 말했다. 

나는 무엇하나 이용하고 싶은 것은 없었다. 

단지 그것뿐이다. 확실히 네가 말하는 것처럼 그것은 위선일지도 모른다. 그러나
그외에 나에게서 무엇을 더 바랄 수있을까? 누구도 신앙에서 기적만을 잘라 내어
얻을 수는 없다. 그렇지? 당신도 마찬가지이다 

손님여러분! 열차가 왔습니다. 

그리고 말은 죽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