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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의 의식 저변에 짙게 깔려 있는 전공투 체험은 그의 작품 속에 절대적인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무라카미 하루키의 소설에 그려진 '전공투'는 어떤 것인가? 
초기의 작품 <바람의 노래를 들어라> 등에서는 '전공투'적인 것이 긍정도 부정도 안된채, 지나간 사실로서 그대로 등장한다. 
나는 내 나름대로 버텼는데, 문득 정신을 차려보니 나 혼자만 남겨져 있었다는 '쥐'의 이야기나, 기동대에게 맞아 부러진 앞니를 보고 복수하고 싶지 않느냐고 묻는 여자 친구에게 "나는 나고, 그건 이미 지나간 일이야"하고 무심히 대답하는 '나'의 이야기에서 전공투 체험이 당시의 젊은이들에게 어떤 영향을 끼쳤는지 짐작할 수 있다. 
그에 반해서 <상실의 시대>에서는 전공투에 관한 내용이 매우 왜소하게 다루어지고 있고, <댄스 댄스 댄스>에 이르러서는 '전공투'의 형사를 연상케 하는, 연신 담배를 입에 물고 서성거리는 꼴사나운 왜소화의 정도가 더욱 높아지고 있다. 
한때 정신없이 빠져들었던 전공투를 왜소화시키는 이유는 무엇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