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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워즈 한국순회전: 061219

사/ㅡ 2006. 12. 30. 08:22 Posted by 로드365
 
부산 벡스코에 이어 서울 코엑스에서 열리고 있는 '스타워즈 한국순회전: 사이언스 & 아트'에 다녀왔습니다. 지난 세번째 일본여행 당시 에피소드 3 개봉에 맞추어 일본에서도 스타워즈 순회전이 열렸었습니다만 일주일 차이로 그만 2개곳 중 큰 규모의 전시는 볼 수가 없었던지라, 이번 한국 순회전이 서울에서도 열리는지가 제겐 큰 관심사였지요. 오전에 삼성동에 일이 있었던 참에 평일이 좋을 것 같아 이때다 싶어 달려갔습니다. 이글루스에서도 이 전시에 대해 관심을 가지는 분들이 꽤 많을 듯 해서 살짝 정보 겸 해서 간단히 정리해 봅니다.

약간의 사진을 곁들인 EST의 주관적 감상(클릭)

한국 순회전이 부산에서 개최될 때부터 이런저런 이야기를 많이 들었기 때문에, 방문 전부터 기대보다는 걱정이 앞섰습니다. 귀동냥을 한 내용들과 사진 등을 슬쩍 보니 분명 일본 전시와 내용은 크게 다르지 않은 것 같은데 그리 좋은 평가는 없었기 때문에, 아무래도 전시 형태나 진행 등에 문제가 있는 게 아닐까 하는 예상이었죠. 예상은 크게 비껴나가지 않았고, 오히려 머릿속에 떠올렸던 모습과 별로 다르지 않았기 때문에 크게 실망한다거나 하지도 않았습니다. 시기상으로 참 뜬금없는 때이긴 하나 어쨌거나 '진짜'가 온다는 데 의의가 있는 것이니 정말로 실망스러운 수준이라 해도 한번은 찾아갔을 테니까요.
먼저 한산한 분위기. 사실 평일 오전부터 이런걸 보러 가는 아저씨가 이상한 사람인 것이고, 정오쯤이었으니 오전에 온 단체관람객들도 이미 한번 훑고 지나간 후일 테지만, 스타워즈가 유난히 힘을 못 쓰는 우리나라의 사정을 생각해 보면 그리 이상할 것도 없습니다. 아르바이트로 보이는 안내원들을 빼면, 대강 관람객은 십수명 정도 밖에 못 본 것 같군요.

다만 이 행사 자체가 서울시 추천의 체험학습전이라는 걸 강조하고 있고(확인도장 받아가는 곳도 따로 있더군요. 아마 점수를 주나 보죠?), 일선 학교를 통해 단체관람을 유치하고 있다는 정보 아닌 정보를 들었기 때문에 방학 이후에도 이런 현상이 이어질 지는 알 수 없습니다. 사실 '사이언스 & 아트'라는 부제도 그런 교육적 측면을 강조하기 위한 것이 아닐까 하고요. 프라모델을 그냥 조립식 장난감이라고 해도 될 것을 굳이 과학교재라느니 정밀축소모형이라느니 하는 고매한(?) 단어로 치장해야만 했던 7,80년대가 생각나서 괜히 쓴웃음 한번 지어줍니다. (글과는 상관없지만 사실 수집가나 모델러들 중에 장난감이라는 단어에 트라우마를 가진 이들이 많은 건, 장난감은 장난감일 뿐인데 그 '장난감'이라는 단어 안에 온갖 부정적 함의와 노골적인 비웃음의 시선을 담아내고 있는 잘나신 사람들의 역사 때문입니다)
제가 클래식 위주로 편집을 해 놔서 그렇지, 전체적인 전시물의 양을 가늠해 보면 프리퀄 쪽이 단연 많습니다. 클래식 관련 전시물도 적다고는 할 수 없지만, 일단 메인은 프리퀄이라고 보는 편이 좋을 것 같습니다. 특히 제다이 스타파이터나 레이싱 경기에서 사용했던 아나킨의 포드 등 박력있는 실물 소품들이 모두 프리퀄에 등장하는 기체들이기 때문에 당장 차지하는 면적부터도 차이가 있을 수 밖에 없지요. 동선이 다소 길게 쪼개져 있기 때문에 잘 느끼지 못할 수도 있지만, 전시 물품의 양은 매우 많습니다.

문제는... 행사를 주관하는 주최측의 안목 때문인지 아니면 코엑스라는 장소적 한계 때문인지는 몰라도, '진짜'들이 와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리 돋보이질 않는다는 겁니다. 실제로 이중의 30% 정도는 일본 순회전 때 직접 본 전시물들입니다만 그 느낌이 사뭇 달랐습니다. 일본전의 느낌이 '미술관'이었다면 우리나라는 '행사장'같다고나 할까요. 전시 형태에 있어서도 아쉬운 점이 매우 많습니다만, 먼저 행사장 특성상 조도가 낮은 편입니다. 마네킹에 입힌 의상이나 실물대의 소품들을 보는 데는 큰 무리가 없으나 액자에 들어간 그림이나 목업 등의 디테일을 살피기엔 부족합니다. 아주 작은 곳까지 공이 들어가 있는 프리퀄 의상들의 경우만 해도 조명이 밝았다면 참 좋았을 겁니다.
전시 형태 면에서도 세심함이 부족하다 싶은 점이 못내 아쉽습니다. 빨간색으로 치장된 위 사진을 보면, 파드메가 출산을 한 의료 침대 앞으로 금줄이 쳐져 있고, 벽면에 그림들이 걸려 있습니다. 프리퀄의 아트웍을 맡은 많은 일러스트레이터들의 그림들이 깔끔하게 액자로 정리가 되어 있는데, 전시장을 넓게 보면 일견 괜찮은 레이아웃처럼도 보이지만 그림을 자세히 보기엔 거리가 너무 멀어집니다. 프리퀄의 아트웍이야 뭐 어차피 대부분 컴퓨터 작업들이니 직접 액자를 공수해 와 봐야 결국은 출력물. 책을 보는 거랑 차이가 없으니 포스터 사이즈라도 아닌 담에야 실물을 따진다는 게 무의미하지만...
자세히 보고 싶은 대상이 랄프 맥쿠에리의 원화라면 제겐 이야기가 달라집니다. 바로 코앞에서 포스터 컬러의 붓 질감까지 느껴가며 봐도 모자랄 그림을 1m 바깥에서 멀뚱멀뚱 봐야 한다니 너무나 억울하지요. 물론 위 사진처럼 코를 박고도 볼 수 있게끔 부착된 액자들이 더 많지만, 보는 사람의 눈높이나 입장을 다방면으로 고려하진 않았구나 하는 생각이 들 수 밖에 없었습니다.
스타 디스트로이어만 해도 약 3m는 족히 되어보이는 정교한 촬영용 모델인지라 클래식 팬들이 감루할만한 아이템입니다만, 뒤가 벽면입니다. 즉 '새로운 희망'을 극장에서 보며 관객들이 압도당했던 스타 디스트로이어의 알흠다운 분사구를 볼 수가 없다는 걸 의미합니다. 일본전에선 바닥을 거울같은 소재로 해서 아랫부분까지 볼 수 있게 했다는 이야기를 이미 들었기 때문에(일본전에서 스타 디스트로이어를 놓친 것도 이번 전시를 꼭 봐야겠다는 큰 동기 중 하나였던지라 쪼그리고 앉아 꿋꿋이 아래 면도 보려고 했습니다만, 엎드리기 전엔 못 보겠더군요) 세심한 배려랄까 하는게 역시 아쉽습니다. 좀 덕후스런 이야기긴 하지만 우리나라에서만 빠진건지 아닌지는 알 수 없으나 AT-AT가 없었기 때문에 개인적으론 또 크게 감점. 자꾸 일본서 본 이야기 하면 재수없단 소리 들을 지도 모르겠습니다만, 일본에서 볼 때는 유리로 둘러친 전시물을 보면서도 그걸 못 느낄 정도였으니 차이가 크게 느껴질 수 밖에 없지요. 에피소드 6 전시관에서 스페셜 에디션판의 엔딩곡(이워크 목소리가 아니라는 이야기)이 계속 흘러나오는 걸 들으면서 역시 센스가 부족해라고 생각했다나 뭐라나.
부족한 부분들에 대해 볼멘 소리를 좀 길게 늘어놓았지만, 그렇다고 이 전시가 마구 폄하될 정도냐 하면 그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무엇보다 중요한 건 이 행사를 위해 공수되어 온 수많은 전시품들이 일단은 진짜라는 것. 책이나 사진 등을 통해서나 보던 시작 모델들의 실제 모습이나 이 멋진 세계를 만든 수많은 장인들의 손때가 묻어 있는 원형 모델 등을 가까이서 살펴볼 수 있다는 데 의의를 두는 사람이라면 충분히 볼 만한 가치가 있습니다. 개인적으론 행사장 출구 쪽에 배치되었던 매트 페인팅에 감동. 입장료에 큰 부담만 없다면 산책 가듯이 몇번 더 둘러보고 싶은 마음도 있습니다.

디스플레이의 부족한 부분들이나 아쉬운 배치 등은 아무래도 저연령층의 단체관람 등을 염두에 두다 보니 파손의 위험 등을 다분히 고려한 소심함에서 비롯되었다고 생각하는데, 그 대신 우리나라 순회전에선 스트로보와 삼각대만 사용하지 않으면 사진을 마음대로 찍을 수 있습니다. 사실 전 이것 때문에 일부러 간 거나 마찬가지였지요. (사진을 잘 못 찍는다는게 문제지만...) 이런 유형의 전시가 고상하고 진중한 분위기여야만 한다는 굳은 신념을 가지고 있는 게 아니라서 떠들썩한 저연령 관람객들과 함께 어울려 부담없이 볼 생각을 하고 있다면, 준비되어있는 여러가지 이벤트도 즐길 수 있을 지 모릅니다. 아무래도 어린 관객들이 시끄럽고 통제가 잘 안 되다 보니 이런 곳에서 맞닥뜨리면 당혹스럽기도 하지만, 어릴 때 이런 걸 볼 수 있다는 건 솔직히 부럽잖아요? (하지만 '내가 네 애비다'를 생각해 보면 프리퀄 세대는 너무나 안됐습니다^^;)
간단히 정리한다고 시작해 놓곤 특유의 만연체로 별것 없는 내용들을 장황하게 늘어놓고 말았습니다. 하고 싶었던 이야기들을 요약한 것에 살짝 뭔가를 덧붙이면 대강 이렇습니다.


- 전체적인 전시물의 양은 많은 편이고, 클래식보다는 프리퀄의 비중이 더 높다.

- 소심한 배치와 디스플레이 미스 등으로 전시물들의 매력을 십분 살리지 못하고 있다. 다만 아쉬운 전시 형태에 희생되긴 했으나 전시물들이 모두 진짜라는 점이 중요.

- 사진을 찍을 수 있다는 점이 장점. 다만 어지간한 사이즈의 전시물들은 대부분 유리로 가로막혀 있으니 작은 모형 등의 사진을 가까이서 찍고 싶다면 대책을 마련하는 것이 좋을 것 같다.

- 어린이 단체관람을 대폭 유치할 것이라 예상되므로 그런 분위기를 싫어하는 사람들은 방문 타이밍을 잘 고려해보는 것이 좋을 듯.

- 행사장 판매소에서는 광선검이나 액션 피겨 등을 위주로 아이템을 갖춘 듯. 전시회 도록은 30,000원인데, 다소 의외지만 일본판 도록보다 인쇄 질이 조금 나은 것 같아서 살짝 놀랐다.(일본판 도록의 인쇄 상태가 좀 이상하게 떨어지긴 했지만) 무엇보다 과거에 번역되었던 DK의 비주얼 딕셔너리를 제외하곤 스타워즈 관련 도록 중 우리말 판은 거의 전무하다는 걸 염두에 두면 나름 가치있는 책일지도.

- 일반 13,000원의 입장료가 부담된다면 할인 및 다른 루트를 잘 이용할 것. 스타워즈 한국 순회전 홈페이지의 공지란에도 나와있지만, CGV 멤버십 카드나 영풍문고 회원카드 등으로 동반인까지 2,000원 할인이 가능하다. 코엑스 내 편의점 등에서 1,000원 할인 티켓도 비치하고 있으며, 공공연히 얘기하기 좀 무엇해서 대강 얼버무리자면 무료 입장권이 배포될 만한 쪽을 공략해보는 것도 한가지 방법일 듯.


영화 개봉이나 관련 인사의 방문 같이 어떤 특별한 계기가 있는 시기도 아닌지라, '이제 와서 갑자기 웬 스타워즈?'라고 해도 할 말이 없는 다소 생뚱맞은 행사가 되어버리는 감이 아쉽긴 합니다만, 그래도 살아생전 한국에서 스타워즈 관련 전시를 이렇게 크게 해 준다는 데 기쁜 걸 보면 스타워즈를 좋아하긴 좋아하나 봅니다. 내년 3월까진 휴무 없이 계속된다고 하니까, 기회가 된다면 마음 맞는 사람 몇이 우루루 몰려가 이건 어떻고 저건 뭐구나 하면서 좀 가볍게 돌아보는 것도 즐거울 것 같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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