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테고리


rss 아이콘 이미지

아마존amazon 골드박스 개인화 서비스

아/ㅏ 2002. 7. 10. 06:16 Posted by 로드365

아마존에 가 보니 언제 시작했는지도 모르게 새로운 서비스가 붙었어요. 오른쪽 상단에 보면, 번쩍번쩍 황금 상자가 빛을 내고 있고 그 아래 Jeanie's Gold Box(지니의 황금상자)라고 쓰여 있는 거예요. Jeanie는 제 닉네임이구요. 너무나도 신선한 이 메타포에 호기심이 발동하지 않을 수 없더군요. 주저없이 클릭!

먼저 골드박스에 대한 설명이 죽. 읽어보고 나선 무릎을 탁 쳤죠. 아, 역시 아마존.

한마디로, 이 골드박스는 아마존의 개인화와 가격할인 정책을 결합한 서비스예요. 골드박스를 클릭하면, 미리 선택된 5가지 상품 아이템을 하나씩 열어볼 수 있게 되어있어요. 그리고 이 5가지 상품에 대해서는 아마존의 할인 정가에서 추가적인 할인을 받을 수 있는 것이죠. 대신, 이 아이템에 대한 가격 할인은 24시간내에만 유효하구요. 만약, 이 골드박스를 일단 열어 보면 24시간 내에는 다시 이 서비스를 사용할 수 없어요. 24시간에 1번씩 추가 할인 기회를 주는 것이죠.

그런데, 왜 제목에 개인화라는 말머리를 붙였냐면, 이 골드박스에 선정된 추가 할인 아이템이 개별 고객이 구매한 상품에 근거해 제시된다는 점 때문이예요. 실제로 저에게 제안된 상품을 열어 보았을 때, Mp3 플레이어나 CD플레이어, PDA 등과 같은 상품으로 지겹게 인터넷 관련 책만 사들인 제 제품 히스토리와 부합하는 아이템들 같지는 않았어요.

아마존의 개인화 테크놀로지야 전 세계 최고 수준이고, 그걸 못 해서 저런 상품을 추천한 것 같지는 않은데 문제는 머천다이징 이겠죠. 빛나는 서비스 기획과 개인화 기술력을 뒷받침하는 머천다이징이 지원되는가에 따라 이 서비스의 성패가 좌우되겠네요. 아니면, 개인화를 내세우지만 그와 별개로 전략적인 측면에서 가전제품 판매를 밀고 있다든지. 어쨌든 만약 골드박스에서 제안하는 물건들이 지속적으로 실망스럽다든가, 할인폭이 흡족하지 않다면 이 서비스에 냉담해질 것 같아요.

한편, 이 새로운 서비스는 상품을 하나하나 열어보는 재미를 주네요. 어떤 상품이 걸릴까...하는. 꼭 복권 당첨 확인하는 기분이예요. 만약 여기에 내가 평소에 사고 싶었던 책의 추가 할인이 제시된다면? 주저없이 원클릭 구매 버튼을 누르겠죠. 이 때 안 사면 무지 손해 보는 것 같기도 할 것 같고. 일단 한 아이템을 열어보면 두 가지 옵션이 제공되는데, 그게 Buy와 Pass Forever예요. 사든지, 아니면 이 추가할인 기회를 영원히 놓치고 다음 상품 보든지 하란 뜻이겠죠. 무서워라.

그것 뿐 아니라, 24시간 한 번씩만 추가 할인이 제공된다는 말에 현혹되어 왠지 24시간마다 한 번씩은 아마존에 들려야 할 것 같은 기분이 드네요. 놓치면 괜히 손해보는 것 같기도 하고. 자연스럽게 재방문 유도. 대단한 서비스예요.

원클릭부터 시작해서, 시선의 꽂힘과 유저 커뮤니티를 이용하 User to User의 책 추천 서비스인 List Mania, 페이지 속을 엿보는 Look Inside, 현란한 개인화와 트랙킹 기법들...아마존이 내놓는 서비스 하나하나 와~하는 탄성을 지르게 되는데, 이번 서비스도 기대를 져버리지 않는 것 같아요. 알라딘에서도 이런 건 따라하기 힘들겠죠. 개인화 기법과 오프라인 소싱 능력과 결부되어야 하니까.

이 서비스를 보고, 작년에 처음으로 아마존이 흑자 전환한 후 CNet에서 한 제프 베조스 인터뷰 기사가 떠올랐어요.


(아무리 봐도 케빈스페이시다...)

여기서 인상적이었던 장면들.
"What we want to be is something completely new. There is no physical analog for what Amazon.com is becoming. And our vision hasn't changed at all the last few years. We want to be a place where people can come to find and discover anything they might want to buy online."

우리가 되고 싶은 것은 완전히 새로운 어떤 것입니다. 오프라인에서 아마존이 지향하는 것에 대응하는 것은 없습니다. 그리고, 우리의 비젼은 지난 몇년간 변함이 없었어요. 우리는 사람들이 온라인에서 사고자 하는 모든 것을 찾고 발견할 수 있는 장소가 되고 싶습니다.

"We are totally focused on e-commerce. You won't see us opening physical stores. We know how to do e-commerce"

우리는 온전히 이커머스에만 집중하고 있습니다. 아마존이 오프라인 상점을 여는 일은 없을 겁니다. 우리는 이커머스를 어떻게 해야 하는지를 알고 있어요.

"We welcome competition from wherever it comes. Our response will be the same as it's always been, which is to be absolutely heads-down, focused on the customer experience. We pay attention to competitors but we obsess over customers."

우리는 어디에서 오는 것이든 경쟁을 환영합니다. 거기에 대한 우리의 대응은 여지껏 해왔던 것과 같을 거예요. 그건 머리를 숙이고 고객의 체험에 집중하는 겁니다. 우리는 경쟁자에 대해서는 주의를 기울이지만, 고객에 대해서는 집착해요.

"If you want to break that apart, there really have been two things: focus on selection and focus on relentlessly lowering price. There are two kinds of retailers. There are those who work hard to raise prices and those who work hard to lower prices. Both strategies can be successful, but we've made a firm decision to be in that second camp of folks who work every day, very hard, to lower prices."

우리가 고객의 경험에 집중한다는 것을 뜯어보면, 그것은 사실 2가지 일입니다. 상품의 선정(selection)과 끊임없이 가격을 낮추는데 집중한다는 거예요. 세상에는 두가지 종류의 리테일러가 있습니다. 가격을 올리려고 애쓰는 부류와 가격을 낮추려고 애쓰는 부류이죠. 두 가지 다 성공할 수 있습니다. 그렇지만 우리는 후자가 될 것이라는 아주 강한 결단을 내렸습니다. 우리는 가격을 낮추기 위해, 매일같이 매우 열심히 일하고 있습니다.

그러고 보면, 아마존에서 새로 제공되는 서비스들은 모두 이 상품 선정과 가격 할인의 전략에 어긋나는 것이 없어요. List Mania는 상품 선정의 영역이죠. 대신, 그 선정을 업체가 아닌 유저가 하게끔 하는 것이구요. 또 이런 것도 있죠. 최근 아마존에서는 어떤 책을 보면 관련된 책을 묶어 두 가지를 함께 샀을 경우 추가적인 할인을 해 주는 옵션이 붙였어요. 역시 이것도 상품 선정과 가격 할인의 미학일 거예요. 관련 상품을 묶는다(상품 선정) + 추가 할인 (할인)

골드박스는 상품 선정에 있어서 한 차원 심화된 세련됨을 보여줍니다. 가격 할인도 폭도 더 크죠. 이 골드박스 서비스는 베조스가 아마존의 성공전략 No1으로 꼽는 고객의 경험, 즉 상품의 선정과 가격을 낮추는 전략을 환상적으로 결합하고 있는 것 같아요. 성공여부를 떠나서 명확한 전략에 기반해 서비스 하나하나가 기획된다는 사실에 찬사를 보내고 싶네요. 이 서비스는 베조스가 인터뷰에서 밝힌 전략을 그대로 사례화한 듯한 느낌마저 주니까요.

전술은 바뀌지만, 전략은 바뀌지 않습니다. 성공이든 실패든 아마존은 그 방향으로 계속해서 나아가겠죠. 또, 아마존이 어떤 걸 내놓아 우리를 즐겁게 할 지 기대되네요.


작성자 : 정유진 (youzin@youz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