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자: Dev Bhatia | 날짜: 2002년 04월 22일
야후(Yahoo!)는 나에 대해 아는 것이 많다.
야후는 내 이름, 성별, e메일 주소, 생일, 직업, 집 주소, 집 전화번호까지 알고 있다. 뿐만 아니라 내가 비즈니스, 투자, 하드웨어, 소프트웨어, 스포츠에 관심이 있다는 사실까지 파악하고 있다.
아마도 야후는 나의 가장 친한 친구보다 나에 대해 더 많이 알고 있을 것이다.
난 최근까지만 해도 이런 사실에 대해 깊이 생각해 본 일이 없었다. 하지만 최근 야후의 고객 등록 데이터에 관한 정책 변경 소식을 들었을 때 비로소 나는 야후와 나의 개인적 관계에 대해 좀더 생각해 볼 필요를 느꼈다.
야후의 이번 고객 정보 변경은 노골적인 수익 확보를 위한 방책임이 확인되고 있다. 최근 들어 야후는 일부 서비스를 유료로 전환하기 시작했으며, 고객의 정보 이용에 관한 정책 사항을 고객과의 사전 동의 없이 바꿔 놓았다.
결과적으로 야후는 앞으로 자사의 회원 정보를 상업적인 용도로 사용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즉, 야후의 파트너 기업은 야후의 회원에게 판매 홍보를 위한 e메일이나 전화 메시지를 보낼 수 있다는 뜻이다. (이런 홍보성 메시지를 받기 싫은 고객은 정보란의 옵션을 다시 변경할 수 있다.)
말하자면, 야후는 온라인에서 전형적인 ‘장사꾼’이 되기를 자처한 것이다. 지금까지 이렇게 일부 서비스를 유료화하고, 상업적 메시지를 반강제적으로 보내기로 한 야후는 아마 앞으로 더 많은 고객 정보 정책을 수정하게 될 것이다.
야후는 이제 '색깔'을 바꿨다
야후의 정책이 지나치게 노골적이라고 비난을 하기 전에, 일이 이렇게까지 된 배경을 한번 살펴볼 필요가 있다. 야후의 정책 변경은 어쩌면 인터넷이 이제 순수한 정보 교류의 장에서 돈벌이를 위한 경제 수단으로 변해간다는 신호로 받아들여야 할지도 모른다. 경제의 한 수단으로 변해가는 인터넷, 이렇게 변한 인터넷은 아마 다시 원래의 자리로 돌아오지 못할지 모른다.
야후는 이미 오래 전부터 이와 같은 시장의 ‘개척자’ 역할을 맡아왔다. 야후는 과거 검색엔진을 도입해 다른 기업들로부터 차별화 정책을 시도한 적이 있었으며, 특히 ‘포털 개념’을 가장 먼저 도입해 시장에서의 차별화에 성공한 적이 있었다. 인터넷에 존재하는 콘텐츠를 분류화하고 체계화 해 사람들이 편리하게 살펴볼 수 있게 하는 포털은 사업 초기 야후만의 전매 특허였다. 이 포털에서 야후는 자신들의 고유한 시장 가치를 찾을 수 있었던 것이다.
그러나, 야후는 자신들의 포털 개념이 이제 더 이상 시장 가치를 드높이는데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것을 깨달은 것으로 보인다.
야후의 최근 전략 변화는 상업적인 측면으로 볼 때는 매우 유효적절 하다고 볼 수 있다. 예를 들어, 야후의 POP3 서버 유료화는 분명 상당히 많은 수의 기존 e메일 이용객을 떨어져 나가게 할 것이다. 그러나 바로 이점 역시 야후가 노리고 있는 바이다. 유지하는데 지나치게 많은 비용이 드는 e메일 이용객 수를 크게 줄이는 것 자체도 야후로서는 이득이 되기 때문이다.
그리고 무엇보다, POP3 e메일 사용자는 브라우저가 아닌 e메일 전용 프로그램을 이용하기 때문에 야후 광고 배너에 노출이 되질 않는다. 즉, 이들은 야후의 광고 수익에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야후는 수익에 도움이 되지 않는 고객은 과감히 정리하겠다는 선택을 한 것이다.
이처럼 야후의 최근 정책 변경은 경제적/상업적인 측면에서 상당한 설득력 갖는다. 수익의 극대화를 위해 단순히 ‘양적인 최고’라는 타이틀은 기꺼이 포기하겠다는 의지를 보여준 것이다.
야후와 리더스 다이제스트
야후는 이제 ‘인터넷 상의 TV 네트웍’이라는 명분을 포기한 셈이다. 앞으로 야후는 자신들을 리더스 다이제스트(Reader's Digest)와 비슷한 비즈니스 모델로 키워 나갈 것으로 보인다.
리더스 다이제스트는 전세계에서 가장 널리 알려진 출판 브랜드 중의 하나다. 이들은 지난 80여년 동안 되도록 다양한 계층의 독자들을 대상으로 장사를 하는 법을 발전시켜 왔다. 자신들이 보유한 방대한 독자층을 이용해 외부 업체들의 제품과 서비스를 홍보해 막대한 수익을 올릴 수 있었던 것이다. 리더스 다이제스트의 직접 마케팅 방식은 이미 수십 년간 엄청난 성공을 거둬왔다. 작년 한해, 경제적으로 큰 불황을 겪었음에도 리더스 다이제스트는 1억 3200만 달러의 수익을 올릴 수 있었다.
야후의 독단적인 정책 변경이나 노골적인 사업 전략에 대해 아무리 비난을 가한다 해도 야후의 선택은 바뀌지 않을 것이다. 야후가 정말 리더스 다이제스트와 같은 길을 가고자 한다면, 경제적인 논리로 볼 때, 이를 반드시 나쁜 선택이라고 치부할 수는 없다.
야후의 ‘체질 개선’이 어려운 이유
저자: Dev Bhatia | 날짜: 2002년 01월 09일
최근 광고 관련 매체에서는 야후의 최신 비즈니스 모델을 집중 조명한 바 있다.
야후의 CEO 테리 시멜(Terry Semel)은 최근 투자자와 전문 분석가들과의 컨퍼런스에서 야후는 곧 광고 이외의 수익 구조를 만들어 낼 것이라고 발표했다. 그는 야후가 앞으로 광고 이외에 직접적인 수익을 올릴 수 있는 직접 마케팅(direct marketing)에 집중할 것이며, 고객 등록 서비스의 폭도 더 확대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이는 야후에게 매우 바람직한 결정이 아닐 수 없다. 하지만 야후가 이 같은 결정을 내린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사실, 이번 테리 시멜의 발표는 야후가 지난 1998년 중반부터 매 분기마다 ‘똑같이’ 되풀이 돼 온 것이다.
말하자면, 야후의 직접 마케팅으로의 ‘체질 개선’ 노력은 그 역사가 꽤 오래됐다 볼 수 있다. 그러나 아직도 야후의 광고 수익은 아직도 전체 수익의 3/4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야후의 수익 구조 개선의 노력은, 그들의 굳은 의지와 지속적인 시도에도 불구하고, 아직까지 가시적인 성과를 거두지 못한 것이다.
물론 야후의 최근 경영 실적이 형편없다고 보긴 어렵다. (이미 파산 신청에 들어간 경쟁사 익사이트에 비하면 야후의 사정이 매우 좋은 편이다.) 하지만 야후는 지금의 절대적인 광고 의존도에서 벗어나 확실한 직접 마케팅 기반의 수익 구조를 갖추는 것이 절실하다.
체질 개선을 위한 야후의 몸부림
야후가 갖고 있던 기업 전략의 핵심은 브랜드 광고였다. 이제 야후는 수익 기반이 불안하기 짝이 없는 브랜드 광고에서 벗어나, 직접 마케팅 회사로 전환하려 온갖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그러나 브랜드 광고에서 직접 마케팅으로 전환한다는 것이 그리 쉬운 일이 아니라는 것은 이미 수 차례 증명된 바 있다.
이미 3년 전, 야후는 직접 마케팅 회사로 변모하기 위한 적극적인 시도를 한 바 있다. 바로 요요다인(Yoyodyne)이라는 온라인 직접 마케팅 기업을 인수한 것이다. 요요다인은 퍼미션 마케팅의 창시자인 세스 고딘(Seth Godin)이 설립한, 온라인 직접 마케팅의 선두 주자였다. 야후는 요요다인을 인수한 뒤로 직접 마케팅에 대해 많은 것들을 깨달을 수 있었다. 잠자고 있던 거인이 눈을 뜬 것이다.
그 때부터 야후의 경영진은 야후의 수익원을 3가지로 확대하기로 결정한다. 바로 광고, 유료 등록 서비스, 그리고 직접 마케팅이었다.
그러나 야후가 직접 마케팅 기능을 자사의 광고 중심 인프라에 맞춰 넣기란 여간 힘든 일이 아니었다. 직접 마케팅이 광고 기반의 사업과 상충된다는 사실은 인터넷 업계 전체를 통해 ‘적나라하게’ 증명돼 왔다.
인터넷 최대 광고 기업인 더블클릭(DoubleClick) 역시 과거 직접 마케팅 기능을 자사의 광고 인프라에 결합시키려는 시도를 했었다. 하지만 더블클릭은 이 과정에서 고객의 사적 정보를 노출시키려 한다는 엄청난 비난을 감수해야만 했다. 광고 전략과 직접 마케팅의 결합, 이는 인터넷 시장에 일찍 진출한 수많은 미디어 기업들이 겪었던, 혹은 겪고 있는 가장 심각한 어려움 중 하나였다.
야후의 문제는 회사의 구조를 너무 급하게 개선하려는 대기업들이 겪는 문제와 흡사하다. 대부분의 대기업들은 지나치게 비대한 몸집 때문에 구조 개선에 큰 어려움을 겪는다는 것은 이미 잘 알려진 사실.
야후도 역시 마찬가지였다. 야후라는 거대 조직은 이전까지 브랜드 광고를 위한 인프라와 기업 문화에 너무 깊이 젖어 있었다. 야후는 자사의 각 조직에 30여 명의 유능한 직접 마케팅 전문가를 투입했지만, 이미 브랜드 광고라는 ‘철학’이 지배하고 있는 조직에서 이들이 거둘 수 있는 성과는 극히 미미할 수 밖에 없었다.
브랜드 광고와 직접 마케팅은 섞이지 않는다?
야후가 겪은 더 큰 문제점은 기존 회사의 문화와 조직 구조에 국한되는 것이 아니었을지 모른다. 더 크고 근본적인 문제는 브랜드 광고와 직접 마케팅이 좀처럼 서로 어울리지 않는다는 점이었을 것이다.
오프라인 시장에서 브랜드 광고와 직접 마케팅 양쪽 모두에 손을 대고 있는 미디어 기업은 극히 드물다. 광고로 먹고 사는 TV 방송국이 직접 카탈로그를 들고 다니며 물건을 파는 모습을 우리는 거의 상상할 수 없다. 미국의 NBA 방송국은 NBCi 웹 사이트를 개설해 직접 마케팅 분야에 뛰어드는 과감한 모습을 보였지만, 결국 실패하고 말았다.
직접 마케팅과 브랜드 광고는 서로 완전히 상반된 철학과 행동 양식을 보이고 있다. 브랜드 광고를 담당하는 사람들은 예술적이고 창의적인 반면, 직접 마케터들은 지극히 현실적이고 수치로 보이는 것만 믿는 경향이 있다. 예술적이고 창의적인 분야에 치밀하고 현실적인 ‘계산’을 끼워 넣는다는 것은 (이론상 가능해 보일지도 모르지만) 현실적으로 지독히 어려운 일이다.
브랜드 광고와 직접 마케팅, 둘 사이의 근본적인 차이가 바로 야후의 체질 개선 노력에 가장 큰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는 것이다. 만일 야후와 같은 ‘전통적인’ 브랜드 광고 기업이 무리하게 직접 마케팅을 접목시키려 한다면 되려 직접 마케팅의 현실적인 시각이 왜곡될 가능성이 있다는 점도 주의해야 할 것이다.
야후! 컴퓨터 습격 사건
저자: Pamela Parker | 날짜: 2001년 12월 06일
요즘 컴퓨터만 켜면 온갖 잡다한 브랜드가 내 눈을 자극한다.
없던 윈앰프(WinAmp) 아이콘이 윈도 시스템 트레이에 자동으로 생겼는가 하면, “공짜 AOL과 무제한 인터넷!”이라는 제목의 아이콘이 바탕 화면에 깔려 버렸다. 그리고 넷2폰(Net2Phone) 아이콘이 윈도 시작 메뉴에 생겼다가 이젠 마이크로소프트 아웃룩과 결합해 버렸다.
이 모두 AOL이 자사의 멀티미디어 브랜드 확장을 위해 저지른 ‘만행’이었다. AOL은 자사의 멀티미디어 조직 브랜드들을 만천하에 알리기 위해 넷스케이프 브라우저 최신 버전을 다운로드 받는 사람마다 이런 잡스러운 프로그램들을 한아름씩 안겨 주었던 것이다.
내 다른 아이콘과 프로그램은 다 지워 버렸다. 하지만 이 우라질 넷2폰 프로그램은 아웃룩에 제대로 설치되지 못했는지, 없어지지도 않은 채 아웃룩 프로그램이 작동할 때마다 에러 메시지를 띄우고 있다. 아웃룩에 설치 되려면 제대로 되기나 할 것이지, 이젠 차라리 설치 되는 것보다도 더 나쁜 상황이 되고 말았다.
난 애당초 넷스케이프 브라우저를 다운로드 받을 때 새로운 아이콘이나 기능 따위는 필요치 않았다. 이렇게 AOL이 내 PC에 뒤덮은 브랜드를 볼 때마다 내가 그 브랜드에 강한 애착을 느낄 수 있었을까? 내가 내 PC를 습격했던 브랜드에 느낀 것은 ‘애착’이 아니라 ‘혐오감’이었다.
오늘날 인터넷 브랜드는 전보다 더욱 공격적으로 사용자의 PC 안으로 쳐들어오고 있다. 이제는 단순히 아이콘만 만들어 놓는 것이 아니라 다른 소프트웨어에 필요하지도 않는 기능까지 억지로 삽입시켜 놓고 있는 것이다. 아마도 이들 기업들은 인터넷 브랜드는 기능성이고 기능성은 인터넷 브랜드라는 생각을 머리 속에 갖고 있는 듯 싶다.
즉, 이들은 ‘사용자 경험’의 정 중앙에 자사의 브랜드를 놓고 싶어서 이런 일을 벌인 모양인데, 이들의 ‘막가파식’ 브랜드 전략은 부작용을 불러 일으킬 수 밖에 없다. 사용자들은 애당초 이런 기능을 부탁한 적이 없기 때문이다.
지난 달, 야후의 인스턴트 메신저 최신 버전을 다운로드 받을 때도 비슷한 일이 발생했다. 야후 IM이 제공하는 새로운 “IMVironments”를 경험해 보라는 문구를 보고 무심히 클릭했더니 컴퓨터에 뭔가가 설치되더라. 뭔지도 모르고 설치가 끝나길 기다렸다. 그리고 나니 윈도 스타트 메뉴와 바탕 화면에 야후 메신저 아이콘이 떴고, 인터넷 익스플로러에는 야후 컴패니언이 박혀 있었다. 난 컴퓨터를 처음 다루는 초보도 아니고, 실수로 야후 컴패니언을 설치해 달라고 부탁한 적도 없다. 설치 내내 내게는 단 한번도 선택의 기회가 주어지지 않았다. 야후는 자신들에게 주어진 기회를 악용한 것이다.
야후 컴패니언 정도는 별로 대수롭지 않게 보일 수도 있다. 그러나 최근 발표된 야후의 "이센셜(Essentials)" 패키지의 경우는 도저히 용서하기 힘든 수준이었다. 야후 이센셜 패키지는 어느 정도까지 사용자에게 다운로드 정보를 알려주긴 한다. 그러나 완전히 다운로드를 마치고 나면 야후의 뻔뻔함에 놀라지 않을 수가 없다. 내 친구 중 한명은 이 야후 패키지를 다운로드 받고 난뒤 이메일을 보내려고 보니 자신의 디폴트 이메일 계정이 야후 메일 쪽으로 돌려져 있었다고. 메일 계정을 원래대로 되돌려 놓으려고 했지만 방법이 너무 복잡해 포기하고 말았다고 한다. 이 ‘강력한’ 성능의 야후 이센셜은 내년부터 컴팩의 프리자리오 PC에 기본 설치된다고 한다.
야후는 그 동안 지나치게 공격적인 브랜드 정책으로 자사의 브랜드 이미지에 적잖은 손상을 가져왔다. 과거 야후는 컴퓨터와 인터넷을 잘 아는 사용자들을 대상으로 마케팅과 브랜딩 정책을 펴 왔다. 야후는 새로운 기능을 제공할 때 언제나 사용자의 허락을 먼저 받는 것을 정책으로 삼았다. 그러나 이런 야후의 기업 철학은 테리 시멜이 새로운 CEO로 들어오면서 바뀌기 시작했다. 이들은 회사의 브랜드를 돈을 벌기 위한 수단으로 전락시켰고 인터넷 사용자들을 괴롭히기 시작한 것이다.
이런 식의 마케팅 전략의 시조 격인 마이크로소프트는 요즘 출시된 윈도 XP를 통해 공격적인 브랜드 마케팅의 ‘새 장’을 열고 있다.
월 스트리트 저널의 칼럼니스트 월트 모스버그(Walt Mossberg)는 윈도 XP의 브랜드 정책을 이렇게 묘사했다. “윈도 XP는 사용자들을 다른 MS 제품으로 끌어들이기 위한 일종의 '트로이의 목마'와 마찬가지다. 비근한 예를 들자면, 최신형 자가용을 한 대 구입했더니 라디오에선 온통 자동차 회사와 연관된 광고가 흘러나오고, 차가 저 혼자 자동차 회사 소유의 톨 게이트로 지나다니며, 자동차 회사 소유의 주차장에만 차를 주차하게 만들어 놓은 것과 마찬가지다.” 윈도 XP의 이런 마케팅 전략에 얼마나 넌더리가 났던지, 모스버그는 자신의 칼럼의 제목을 “XP의 세일즈 공작에 말려들지 않는 법”이라고 붙였다.
MS가 이런 식으로 장사를 한다면, 과연 XP가 사람들로부터 ‘지속적인’ 사랑을 받을 수 있을까? 판단은 각자의 몫이다.
어쨌거나, 난 오늘 내 윈도 기계를 대체를 할 매킨토시를 새로 구입할 계획이다.
야후의 아킬레스 건?
저자: Dana Blankenhorn | 날짜: 2001년 02월 20일
2주전, 스탠다드(The Standard) 웹 사이트에서, 1년 전이라면 감히 입에 담지 못했을, 도발적인 질문을 하나 던졌다.
그것은 바로 “야후의 문제가 뭘까!?(What's wrong with Yahoo!?)”라는 제목의 기사였다.
‘과연 야후에 문제가 뭘까’라는 호기심에서 이 기사를 끝까지 훑어 내려갔지만, 그 어느 곳에도 야후의 진짜 문제점 같은 것은 나오지 않았다. 이 흥미로운 물음에 대한 답은 전혀 없이, 기사는 온통 야후의 재정 상황과 광고 기반의 사업 모델에 관한 설명 뿐이었다.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이다. 비즈니스 모델이나 대차 대조표를 아무리 파고 들어가 봐야 야후의 문제점은 어디서도 나타나지 않는다.
스탠다드는 기사의 제목을 잘못 달았다. 야후의 진짜 문제는 전혀 다른 곳에 있었다.
그렇다면 야후의 진짜 문제는 어디에 있는 걸까?
야후는 그 동안 악착 같은 브랜딩 전략으로 굉장한 명성을 쌓아왔다. 특히, 타사의 브랜드를 인수하는 과정에서 이들의 전략은 더욱 빛을 발했다. 즉, 야후는 인수하는 회사의 이름마다 그 앞에 “야후!” 라는 ‘감탄사’를 붙여왔던 것이다.
예를 들어 보자. 지오시티(GeoCities)는 그 이름 하나 만으로도 엄청난 가치를 지닌 훌륭한 브랜드였다. 그런데, 야후가 인수하고 나서는 곧바로 야후! 지오시티(Yahoo! GeoCities)라는 거추장스러운 모습으로 바뀌어 버렸다. eGroup 역시 남부럽지 않은 온라인 커뮤니티 브랜드였다. 하지만 야후가 인수하고 나서 야후! 그룹(Yahoo! Groups)이라는 영 생소한 이름으로 바뀌어 버렸다. 이는 야후! 웹링(Yahoo! WebRing)의 경우도 역시 마찬가지였다.
말하자면, 야후는 항상 이런 식으로 타사가 오랜 세월 지켜온 전통의 브랜드를 하루 아침에 자사의 브랜드 안으로 구속시켜 버렸다.
다른 회사와 비교해 보자. 라이코스(Lycos)의 경우, 와이어드(Wired)를 인수하면서 그 빛나는 브랜드를 그대로 보존해 주었다. 이는 핫봇(HotBot)을 인수할 때도 역시 마찬가지였다.
라이코스는, 야후와는 달리, 인수되는 회사의 브랜드를 억지로 자사의 브랜드에 끼워 맞추려고 하지 않았다. 라이코스는 이들을 통째로 소유하려고 하기 보단 그저 이들의 브랜드에 ‘투자’를 하는 식이었다.
인터넷닷컴(internet.com)도 라이코스와 같은 인수 합병 모델을 따랐다. 클릭지(ClickZ)나, 어스웹(earthweb)은 최근 인터넷닷컴에 인수된 뒤에도 변함없이 원래의 브랜드를 보존하고 있다.
만일, 인터넷닷컴이 아닌 야후가 우리 클릭지를 인수했더라면 아마 우리의 브랜드는 야후!지(Yahoo!Z)라는 괴상한 이름과 함께, URL도 “clickz.yahoo.com”로 변경되고 말았을 것이다.
인수되는 기업이 기존의 멀쩡한 브랜드 이미지와 독자적인 사업 모델을 갖고 있는데 이처럼 강제로 ‘창씨 개명’을 해 버리는 것이 과연 옳은 일일까?
문제는 단순히 회사의 이름을 갈아 엎는데 있지 않다. 이름이 바뀌는 만큼 URL도 바뀌어야 하는데, 수십만 명의 기존 사용자 모두에게 일일이 URL 변경 사실을 인지시키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에 가깝다. 몇 번의 공지를 받는다 하더라도, 평소의 습관 때문에 쉽게 잊어 버리고 금방 기존의 사이트로 찾아 들게 된다. 결과적으로, 자신이 알던 링크는 사라져 버리고 회원들은 열 받을 수밖에 없다.
이는 앞서 야후가 인수한 사이트들이 온라인 커뮤니티기 때문에 문제가 더욱 심각해 진다. 지오시티나 eGroups, 웹링 같은 사이트의 콘텐츠는 야후가 만든 것이 아니라, 사이트 회원들이 오랜 세월에 걸쳐 만들어낸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야후가 제멋대로 사이트 정책이나 로그-인 ID까지 변경해 버렸으니 사용자들이 분기탱천하는 것도 무리가 아니겠다. (야후가 지오시티를 인수할 당시, ‘사악하고 덩치 큰 늑대’라고 묘사된 적이 있었다.)
많은 수의 미디어 기업들이 야후의 브랜드 전략을 그대로 답습하고 있다. 이들은 합병되는 회사의 브랜드를 가져 다 자사의 브랜드로 바꿔 치기는 것을 서슴지 않는다. 디즈니의 고닷컴(Go.com)은 그 중에서도 가장 극단적인 경우였다.
디즈니는 인포식(Infoseek.com)을 인수할 때 원래의 브랜드를 버리고 고닷컴이라는 새로운 브랜드로 사업을 벌였다. 하지만 다들 알다시피, 새로운 브랜드, 고닷컴은 최근 사업에 완전히 실패하고 말았다. 이제 결과적으로, 디즈니의 섣부른 ‘고닷컴 브랜드 정책’이 남긴 것은 아무것도 없다.
자고로 브랜드 정책에 있어선 사람들의 호감을 사는 것이 중요하다. 그런데 남의 브랜드를 가져 다 이런 식으로 망쳐 놓고, 사람들의 원성을 사게 된다면… 그것은 브랜드 건설이 아니라, 브랜드 파괴에 가깝다.
야후의 브랜딩 전략은 한 마디로 불필요했다. 인수 당시에 야후는 본래 좋은 의도를 갖고 수많은 돈을 투자했을 것이다. 그러나 이런 의도와는 달리 야후의 원래의 브랜드 가치를 상당 부분 훼손해 버리고 말았다.
문제는 바로 ‘오만함’이었다. 야후는 자사의 브랜드를 지나치게 과신했다. 다른 회사가 쌓아온 명성과 지명도 따위는 아랑곳없이 야후는 무조건 자사의 브랜드가 최우선이라는 지나친 오만과 강박 관념에 사로잡혀 있었다.
위축된 광고 시장이나 비즈니스 모델은 야후의 아킬레스 건이 아니다. 야후의 진짜 문제는 바로 자사의 브랜드에 대한 지나친 오만함이었고, 이는 앞으로도 야후를 끈질기게 쫓아 다니게 될 것이다.
데이너 블랜큰혼(Dana Blankenhorn)은 지난 20년간 비즈니스 리포터로 일해 왔습니다. 블랜큰혼은 5권의 책을 공저한 바 있고, 현재 어드버타이징 에이지(Advertising Age), 비즈니스 마케팅(Business Marketing), 넷마케팅(NetMarketing) 등의 잡지에 기고가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블랜큰혼은 A-Clue.com에서 자신의 뉴스레터 를 매주 발행하고 있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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