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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장] 아 조용히!---(제지하고 나서 세르반 테스에게) 계속하시오
[세르반] 자 관대하신 우리 재판장님의 허락이 있으셨읍니다. 그럼 이제부터 시작 하겠읍니다 우선
무대부터 꾸며 볼까요?
[음악(1의)] 라만차의 사나이 (나는 돈키호테) (전주 시작되는데 대장이 동의를 표하자 세르반테스의
지시대로 죄수들이 관객의 위치를 잡는다. 하인이 숙련된 무대 감독처럼 이리저리 쫓아다니면서
이제부터 시작되려는 연극을 위해 무대정리에 정신이 없다. 그러다가 그 자신도 새로운 배역으로 분 할
준비에 들어간다)
[세르반] (연극을 시작한다는 사실에 지극히 즐거움을 느끼는 표정으로) 작가의 상상속에서 창조된
새로운 인물이 이제 곧 여러분 앞에 나타나게 되겠읍니다. 그의 이름은 알론조 게다가 나이는 한창때가
지나 얼굴은 뼈만 남아 홀쭉하고 환상을 쫓기에 유난히 반짝이는 움폭 패인 두눈 시골영주 이제는
은퇴해서 하루종일 책 읽기에만 골몰 어느때는 밤을 꼬박 세우기도 하는데 그러던 어느날 악랄하기
이를데 없는 현실에 대해서 견딜수 없는 격분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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느끼기 시작 인간과 인간의 위선적이고 살인적인 관계를 혐오하고 고민하고 생각하고 다시 생각하니까
결국에는 머리속의 모든 에너지가 온통 소모되고 다른 사람과 똑같을 수밖에 없는 지극히 정상적인
자신에 대해서 크게 실망 극심한 우울증에 빠져 누워만 있다가 끝내 기발한 묘안이떠 올랐으니 그것은
다름이 아니라 자신은 바로 천부의 기사로서 이세상의 모든 악을 타도 하라는 소명을 띄웠다는 놀라운
사실 알론조끼하나는 이미 옛날의 그 이제 나는 용감 무쌍한 무사 돈키호테 라만차의 돈키호테!---
산쵸빤사로 바뀐 하인의 시중을 받으며 마침내 갑옷에 투구를 쓴 돈키호테로 분장을 마친 세르반테스이
모습에 죄수들 감탄하며 낄낄거린다.
[악1의가] 라만차의 사나이
[돈키호테] (연기를 의식하는 배우처럼 목소리를 달리하여) 들어라 너 삭막하고 지겨운 이세상아
때묻고 타락한 이세상아 용맹스런 기사가 깃발을 휘둘르며 너를 쳐부수리라! 나는 나 돈키호테
라만차의 영주 돈키호테 운명이 손짓하여 나는 떠난다. 운명의 거센 바람이 나를 앞으로 이끈다.
운명이 나를 어데로 이끌던 서슴치 않고 달려가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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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광의 길 찾아 나는 가리라
[산쵸] 나는 산쵸 나는 산쵸다 이세상 끝까지 나리를 따르련다. 온 세상에 소리쳐도 자랑스런 나는
나리의 부하! 그의 친구다!
[돈키호테] 들어라 이교도와 죄많은 독사들아 너희들의 세력은 이제 이미 끝났다. 성스러운 위력을
발휘하여 끝내 승리를 걷우리라
(말을 끌고 나와 마상에 오른다. 말이 춤을 춘다)
[돈키호테] 나는 바로 돈키호테 라만차의 영주
[산쵸] 나는 산쵸! 나는 산쵸다!
[돈키호테] 운명이 손짓하여 나는 떠난다.
[산쵸] 이세상 끝까지 나리를 따르리라.
[돈키호테] 운명의 거센 바람이 나를 앞으로 이끈다.
[산쵸] 온 세상에 소리쳐도 자랑스런
[돈키호테] 운명이 손짓하는 운명이 손짓하는
[산쵸] 나는 나리의 부하 그의 친구!
[돈키호테] 영광의 길로 우리는
[산쵸] 나는
[돈산]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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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 제 2장 풍차와 격투
(돈키호테와 산쵸 말을 끌고 샘물쪽으로 간다)
[돈키호테] 산쵸! 여행하는 기분이 어떠냐?
[산쵸] 기분 좋은데요! 헌데 나리 부디 소인에게 약속하신 보상일랑은 잊지 말아 주십시요 아무리 큰
섬덩어리를 주신다 해도 다스리는 것쯤은 문제없으니까요.
[돈키호테] 원래 편력기사란 섬이나 왕국을 얻으면 자기를 따르는 자로 하여금 다스리도록 내주는 법
인정머리 없는 자들은 죽도록 부려먹은후 고작 백작이나 후작따위의 칭호를 주어 벽촌으로 내보냈지만
만일 이 돈키호테가 왕국을 얻는다면 아예 그중 하나를 뚝떼어 너를 왕으로 삼을 것이니 안심해라
[산쵸] 네? 아니 그렇게 된다면 소인의 마누라는 최소한도 왕비마마가 되고 소인의 자식놈들은
왕자가 된다는 말씀 아닌가요?
[돈키호테] 암 여부가 있나!
[산쵸] 허지만 소인으로서는 여부가 있는뎁쇼! 아무리 하나님께서 우박처럼 왕국을 쏟아 넣는데도
서푼 짜리밖에 안되는 제 여편네는 백작부인 정도로 까무라칠테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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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키호테] 이제 머지않아 아주 놀랠만한 광경이 우리 눈앞에 나타날 것이다 가자
[산쵸] 대체 어떤 광경이죠?
[돈키호테] 기사와 마술사의 나라 끝없이 뻗친 기마대의 행렬
[산쵸] 전쟁터처럼 으시시한데요
[돈키호테] 편력기사란 언제나 끊임없는 악운과 싸우기로 정해져 있는거다. 그러나 만난을 무릅쓰고
싸워 이기므로써 왕이되고 황제가 되는것이다
[산쵸] 저도 용기를 잃지 않겠읍니다.
(이때 거대한 풍차의 그림자가 무대에 나타난다)
[돈키호테] 자 산쵸! 저쪽을 봐라! 운명은 예상보다 한결 더 좋은곳으로 우리를 인도하는 구나. 설흔
아니 그보다 훨씬 더 많은 거인들이 버티고 서있다. 우리는 저자들을 무찔르고 거기서 얻은 전리품으로
일약 부자가 되는거다 이것이야말로 정의의싸움이다
[산쵸] 거인들이라뇨?
[돈키호테] 네 눈엔 저기 저 긴팔을 휘둘르고 선 거인의 무리가 안보이느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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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2] 마술왕(무곡)
[산쵸] 나리! 참으십시요! 저건 거인이 아니라 풍차예요 풍차!
[돈키호테] 겁이나거든 멀찌감치 달아나서 라만차의 돈키호테가 어떻게 대전을 벌리는가 구경이나
해라
[산쵸] 나리!
[돈키호테] 산쵸! 나팔을 불어라 (큰소리로 부르 짖는다) 이 흉악한 거인놈들아! 너희들을 공격하는
기사는 라만차의 기사 돈키호테 하나뿐이니 달아나지 말고 서있거라!
(돈키호테 창을 사납게 휘두르며 전진한다)
[산쵸] 나리! 그건 괴물이 아니래두요! 차라리 우리 마누라의 얼굴에 까만 콧수염이 났다고 하십쇼!
맙소사! 그건 푸 풍차---
[악(2의가)] 풍차와의 격투 (무곡)
(뒤에서 깨지고 부서지는 소리--- 돈키호테의 투구가 날라와 산쵸를 때린후 저만치 굴러떨어진다
뒤이어 부러진 창이 여러토막이 되어 날아온다 마지막 꽝하는 소리와 함께 돈키호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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굴러나오듯 무대에 나타난다. 칼은 마구 휘었다 실로 비극적인 장면이다 산쵸가 꾸부리고 달려가
굴러오는 돈키호테를 급히 멈춰 세운다)
[음악(2의나)] 라만차의 사나이 (연주) (나는 돈키호테)
[산쵸] 나리! 그러니 제가 뭐랬읍니까?
[돈키호테] (기진맥진하여) 조용해라 산쵸! 저건 분명히 거인이다! 원수놈의 마술왕 프리스톤의
장난임에 틀림없다
[산쵸] 마술왕요?
[돈키호테] 내가 저 거인의 무리를 무찌르고 유명 해지는 것을 시기하여 풍차로 바꿔놓은거다 놈은
마음대로 재주를 피거든! (희열이 만연해서) 그래 산쵸 바로 그거다!
[산쵸] 무슨 말씀이시죠?
[돈키호테] 그놈이 나를 얕잡아 본단말야 이유는 간단하다 기사란 정식으로 작위를 수요받아야
위엄이 서는법인데 불행하게도 나는 아직 작위가 없다 그걸 이용한거다 놈은!
[산쵸] 그러라면 크게 걱정하실 필요가 없어요 작위를 어떻게 얻는건지 좀더 구체적으로 말씀만
해주십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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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얻어 오도록 해 볼테니까요
[돈키호테] 얻는게 아니라 받는거다. 네말은 고맙다만 작위는 기사만이 내릴 자격이 있는거야 그건
간단한 문제가 아니야!
[산쵸] (실망하여) 그렇다면 심각한 문젠뎁쇼 전나리 말고는 다른 기사는 본적이 없는데요!
[돈키호테] 성의 성주나 공작들도 가능한데---
[산쵸] (돈키호테를 부축하며) 그럼 잘 알아보죠 우리가 여행하는 도중 만나게 될런지도 모르잖아요?
(돈키호테 몹시 아픈 표정으로 걸음을 옮긴다)
[산쵸] 몹시 아프시죠? 움직일수 있으세요?
[돈키호테] 본시 편력기사란 어떤 심한 부상을 입어도 아프단 소리를 해선 안되게 되어있지! 그래서
나도 아프단 소릴 안하는 것이야!
[산쵸] 그렇다면 편력기사의 시종도 아프단 소릴 해선 안되나요? 저는 조금만 아퍼도 소릴 안지르곤
못배기는 성미거든요
[돈키호테] (멀리 쳐다보며) 아 저기---
[산쵸] 또 뭐가 보이나요?
[돈키호테] 바로 저기다!
[산쵸] 나리 좀더 구체적으로 설명해 주십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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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키호테] 저기 저 성을 봐라
[산쵸] 성이라구요? (이번에도 그런건 보이지 않는다)
[돈키호테] 저 낭떠러지 사이 바위가 울퉁불퉁한곳---
[산쵸] 낭떠러지요?
[돈키호테] 바람에 휘날리는 저 위엄있는 깃발들을 봐라!
[산쵸] 뭐가 또 있죠?
[돈키호테] (눈을 부비며) 들판 한가운데 검정고양이의 무덤 고양이의 비석에는 "야옹"이라는 비문이
새겨져 있군!
[산쵸] 그래요?
[돈키호테] (흥분해서) 나팔을 불어라! 저 성안의 근위병이 달려나와 우리를 영접할것이다.
[음악3] 라만차의 사나이 (연주) (나는 돈키호테)
[산쵸] (저도 모르게 불쑥 나팔을 뽑아 들다가 주춤한다) 아무리 봐도 성은 보이지 않는뎁쇼 뭐가
있긴 있는것 같은데 여관인것 같애요
[돈키호테] 여관이라구? (약간 맥이 빠진다)
[산쵸] 아무래도 그냥 지나가는게 좋을것 같습니다. 저쪽 길목엔 불량배들이 많을것 같애요
[돈키호테] 자 가자! 저쪽 다리를 건너 성으로 가는거다 이제 시간이 지나면 네 눈에도 보통 사람의
눈에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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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이지 않는 정경이 보이게 될 날이 있을거다
(조명이 바뀐다)
[페이지] 가-001,, 0A0010
[장] 제 3장 고귀한 둘시네아
(세르반테스가 이제부터 바뀔 장면에 등장하게 될 배역을 죄수들에게 분배한다 죄수들 마부로
분장한다 세르반테스의 대사가 진행되는 동안 이들은 하인과 함께 무대위에 여관의 홀을 꾸민다)
[세르반테스] 사람의 눈도 각가지 입니다 숙련된 눈과 그렇지 못한 눈 산쵸에게는 여관,
돈키호테에게는 성, 여러분의 눈에는 또 다르게 보일 가능성도 충분히 있을수 있죠! 자 논쟁은
그만두고 여기서는 산쵸의 눈을 빌립시다 여기는 여관--- (대장과 여죄수를 가르키며) 친절한 여관주인
절대로 친절할 수 없는 그의 마누라! (죄수를 몇명 더 뽑는다) 그리고 마부들과 여자왈패 알돈자---
[음악] (3의 a) 남자는 다 마찬가지
(마부들이 탁자위에 양은 접시를 두들기며 소리쳐 부른다)
[마부들] 알돈자! 알돈자!
(후라이팬이 날아온다 마부들 받아 던진다
[페이지] 가-002,, 0A0020
이윽고 까무잡잡한 피부의 야성녀 알돈자가 나타난다 손에 고기국이 담긴 항아리를 들었다)
[알돈자] 탁자위에 부어 드릴까? 머리위에 부어 드릴까?
(마부들 속없이 웃어 제낀다. 알돈자 아무렇게나 거칠게 접시위에 국을 따라준다)
[알돈자] 어서들 퍼 잡수시지
(가죽병에 든 포도주를 따라 주기 시작하는 알돈자. 마부들은 일곱명으로 이름도 가지가지 호세,
떼노리오, 빠고, 푸앙, 안셀모 그리고 뻬드로 한사람은 이름을 주지 않았다. 호세는 꼬마, 뻬드로는
꺽다리로 마부들중 우두머리다)
[호세] 알돈자 줄게 있다구!
[알돈자] 곰팡이가 필때까지 가지고 있으시지 (빠고가 귀에 대고 뭐라 속삭인다) 흥! 꼴에 엉뚱하게
시리!---
[푸앙] 오늘밤 어때?
(무릎을 꿇고 술을 입에 따라주기를
[페이지] 가-003,, 0A0030
기다린다)
[알돈자] (그의 머리에 술을 부어준다)
[뻬드로] (두팔을 벌리며) 오, 알돈자! 나의 사랑! 나의 희망!
[알돈자] 말할땐 입만 써요 팔을 왜가지고 이래요
[뻬드로] (가까이 이끌며) 이봐 마굿간에 건초더미로 푹신하고 두꺼운 침대를 만들어 놓았다구
[알돈자] 거 근사하군요! 혼자 편히 자빠져 주무시지!
[뻬드로] 이 뻬드로의 진정을 거절할텐가? 이 고집센 망아지 같으니라구
(말채찍을 든다)
[알돈자] (살짝 피하며) 고집 안센 망아지나 사랑해 보시지?
[마부들] 사랑을 찾아 사랑을 찾아 알돈자 너를 찾아 왔노라
[알돈자] (경멸하듯) 흥, 사랑요? 남자는 다 마찬가지 밥이 되어 불 꺼지면 난체하던 그 큰뜻은
종적없이 사라져요
[빠코] 한심하다니까
[뻬드로] 기대하라구!
[페이지] 가-004,, 0A0040
(여관주인 아내 마리아와 하녀 페트미나와 함께 나타난다)
[여관주인] 잘들 돼가시나?
(엉망이 된 홀안을 훑어본다) 마리아와 페르미나가 정돈하기 시작한다)
[안셀모] 말들도 좀 잘 먹였나요?
[여관주인] 당신네들 보다는 못먹였지!
(이때 어디선가 나팔소리)
[뻬드로] 이게 무슨 소리람?
(다시 나팔소리)
[주인] (반가운듯) 돼지잡는 사람이야! 내일이나 올줄 알았는데 (문앞으로 급히 닥아가) 백정나리
어서옵쇼!!
(돈키호테와 산쵸 들어선다 질겁을 하는 여관주인 돈키호테 창대신 나무작대기를 들고 있다)
[돈키호테] (위험있게) 성주님께서는 이 근처에 계신가? 성주님을 뵙고저 하노라!
[주인] (어리둥절해 마지않다가 간신히) 이집 주인은 바로 나올시다!
[돈키호테] (당당하게) 성주님 우리는 나팔을 불어 우리의 입성을 알렸읍니다마는 아무리 기다려도
근위병이
[페이지] 가-005,, 0A0050
나오지 않기에 이렇게 무례를 무릅쓰고 들어왔읍니다.
[여관주인] 그 근위병들이 이렇게 바빠놔서
[돈키호테] (위엄있게 산쵸에게 손짓을 하자 산쵸 준비된 연설을 시작한다)
[산쵸] 고귀하신 성주님! 그리고 귀족 귀부인 여러분, 우리 나라 돈키호테로 말씀드릴것 같으면
용감한 기사이시며 정의의 수호자이시며 고결한 진리의 추구자이신바 여러분의 정중한 영접이
있으시기를 앙망하나이다
[여관주인] (기가막힌듯 마부들을 둘러본다 마부들도 입을 벌린채다)
[돈키호테] 허락을 내리소서!
[여관주인] (자세를 바로 잡으며) 저희여관이나 저희성은 누구에게든 항상 개방되어 있읍죠!
[마리아] (남편에게) 미치광이예요 미치광이---
[산쵸] 천만에! 이 분은 위대하신 편력기사님이십니다
[마리아] 편력기사? 그게 뭐죠?
[산쵸] 원 세상에 이렇게 어두울 수가 있나? 편력기사라함은 (기침하고) 요약해서 말씀 드리자면
하루는 늑신하게 얻어맞고 그 다음날엔 황제가 되는 사람이며 오늘은 세상에서
[페이지] 가-006,, 0A0060
제일 가련하고 가난한 사람이지만 내일은 시종에게 줄 왕관이 한꺼번에 두서너개씩 생기는 사람이죠!
[마리아] 당신네 나리께서 그렇게 훌륭한 분이시라면 어째 당신 여직 백작 한자리도 못 얻었죠?
[산쵸] 앞으로 시간은 얼마던지 있죠 우린 줄곧 모험을 찾아 헤매였지만 불행하게도--- 개똥도 약에
쓰려면 없다지 않습니까?
(일동 의아해서 돈키호테를 쳐다본다)
[여관주인] 시장하시진 않으신지?
[돈키호테] 정확히 그렇다고 아뢰옵니다!
[여관주인] 음식은 얼마던지 있으니 안심하십쇼 우선 이 말들을 먹여야겠군요
[여관주인] (산쵸에게 따라오라고 손짓한다)
(두사람 퇴장한다)
[돈키호테] 훌륭하신 귀족 여러분! 아름다운 왕비님이시여! 이제 무슨 일이 일어나든 여러분의 곁에
제가 있다는 사실을 기억해 주시기 바랍니다! 이 팔뚝은 황금의 팔뚝 공주님께서 인질로
끌려가셨다구요? 적병들에게 포위되어 구조를 기다리신다구요?
(이때 알돈자 식탁에 놓을 음식을 끌어
[페이지] 가-007,, 0A0070
안고 나온다 모두들 조용한데 놀랜다)
[돈키호테] (알돈자를 보자 소스라쳐 놀래며) 오, 하느님! 드디어 공주님이 나타나셨군요! (알돈자가
빤히 쳐다보자 지체높은 분을 차마 정시할 수 없다는 듯 눈길을 돌리며) 오, 지극히 아름답고 지체
높으신 공주님! 그 황홀한 미모를 보여주신 큰 호의에 보답드릴수 없는 것이 한심스럽읍니다
아름다우신 공주님! 재청을 들어주시옵소서! 고명하신 공주님의 이름을 알고자 하옵니다
[알돈자] (그렁그렁한 소리로) 알돈자
[돈키호테] 농담이시겠죠! 그건 부엌에서 접시닦는 하녀의 이름이 아니면 공주님의 몸종의 이름인줄
아옵니다
[알돈자] 내 이름은 알돈자예요 비켜요
[돈키호테] 공주님께옵서 저를 시험하시는군요? 그대에게 포로가 된 이마음 끝까지 충성할 것을
맹세합니다
[음악(4)] 둘시네아
[돈키호테] 내진정 오래전부터 그대를 꿈속에 그려왔소
우리 한번도 만난적은 없지만
내마음속 깊이 사모해 왔오
[페이지] 가-008,, 0A0080
그대는 나에 기도 나의 노래
우리 항상 헤어져 있었지만
그대 언제나 나와 함께 있었다오
둘시네아 둘시네아
그대를 바라보니 천국이 앞에 오네
둘시네아 그대 이름은 천사의 속삭임
둘시네아 둘시네아
내 오직 그대만을 찾았네
뿌리치지 말고 내진정 받아주오
이제 이몸 당신의 것
당신은 숨쉬는 한그루 수목이요
둘시네아 둘시네아
가슴을 조이면서 그대만을 찾았다오
둘시네아 그대만난 이기쁨 누리의
영광이 다가오네
둘시네아 둘시네아
[여관주인] (들어오며 돈키호테에게) 이리 오십시요 나리! 나리가 쉬실곳을 안내해 드리겠읍니다
(돈키호테 여관주인을 따라 사라진다)
[마리아] (흉내와 농으로 알돈자에게) 오 둘시네아!
[안셀모] (역시 노래를 흉내내듯)
둘시네아 둘시네아
그대를 바라보니 천국이 앞에 오네
[페이지] 가-009,, 0A0090
그대의 이름은 천사의 속삭임
둘시네아 둘시네아
[마부들] 둘시네아 둘시네아
가슴을 조이면서 그대만을 찾았다오
둘시네아
그대만난 이 기쁨 누리의 영광이
다가오네
둘시네아 둘시네아
[알돈자] (화가나서) 나가! 나가! 모두 꺼지란 말야
(때리며 내쫓는다 조명이 바뀌며)
[공작] (여럿에게) 조용! 조용! 조용히 좀 앉으라구!
[페이지] 가-010,, 0A0100
[장] 제 4장 페로신부와 안또니아
[공작] 재판장 재판장! 이따위 자기변호는 있을수 없읍니다 세상에 이런 괴상망측한 변호도
있읍니까?
[세르반] 즐겁지 않습니까?
[공작] 이건 머리가 온통 뒤죽박죽이 돼서 뭐가 뭔지 알수가 없잖습니까? 피고는 이런 효과를 노린것
같습니다
[세르반] (유쾌하게) 바로 맞추셨읍니다. 이의가 있다면 연극을 중단할까요?
[대장] 어서 계속해라
(세르반테스 다시 무대의 총감독이 되어 다음장면을 위해 인물을 고르고 무대를 정리하며 계속 말을
잇는다)
[세르반] 자 이제 우리의 용맹스런 기사 라만차의 돈키호테를 여관에 남겨놓고 그가 떠나온 집을
찾아가 보겠읍니다 시골 영주 알론조 케하나의 집 소박한 여자식구들을 찾아 갑니다 (죄수 세명을
손짓하여 의상을 던져준다) 주인이 미쳐서 집을 나갔다는 소문을 듣고,
[페이지] 가-011,, 0A0110
상심해 있는 가족들 특히 결혼식을 앞두고 대단한 충격을 받고 고민하는 조카딸 안또니아는 수십년을
같이 살아온 가정부 알론조와는 어릴때부터 잘아는 신부 (공작에게) 공작님에게 배역을 만들어 드릴까
하는데 어떨까요? 매우 철학적인 인물인 만치 틀림없이 감동을 받으시리라 믿습니다 (공작에게 의상을
던져준다) 조카딸 안또니아와 가정부는 신부님을 찾아 황급히 성당으로 갑니다 (하인에게) 그럼 성당을
세워볼까? 그들은 신부님을 찾아가 미쳐버린 알론조를 위해 구원을 청합니다 (신부로 뽑힌 죄수 의상을
걸쳐보고 좋은 역을 맡았다는데 대해 기쁨을 감추지 못한다 세르반테스 웃음을 참고 포즈를 잡으며)
자, 신부님 (죄수 재빨리 준비를 갖추고 걸어 들어온다 장치와 조명이 바뀐다 성당 좌우에는 고해소의
칸막이가 있다 신부와 여인들은 세르반테스가 꼭두각시처럼 세워놓고 위치에 자리잡고 있다 신부는
칸막이 사이에서 두여인의 고백을 번갈아 들을 수 있게 된다) 집안식구들은 불명예스런 병이
부인들에게 끼칠 걱정도 크지만 미쳐버린 사람의 병을 고쳐보고자 매우 열심입니다.
[페이지] 가-012,, 0A0120
(손가락을 튀기자 인물들이 생동한다)
[음악(5)] 나는 그분만을 생각해요
[안또니아] (경건하게)
나는 그분 생각뿐
그분만을 생각해요
누가 뭐라 말하든
그분만을 걱정하고 있어요.
아, 이 괴로운 마음
이 안타까운 심정
그분이 걱정되어 견딜수가 없어요
그분은 괴물을 찾아 다닌데요
그게 정말일까요?
내 약혼자가 알면 어쩌나
난 아저씨를 좋아하지만
이 괴로움을 생각하면
붙들어 가두고라도 싶어요
그렇지만 그렇지만 찾을 수 있을까요?
아저씨들---
[안또니아] 그분 생각뿐 그분만을 생각해요
[신부] 아오 그럼 알고말구요 그러실꺼예요
[페이지] 가-013,, 0A0130
[안또니아] 그분이 걱정돼요
[신부] 그럴실꺼예요
[가정부] 그 어른 생각뿐 오직 그 어른 걱정뿐예요 그이른 원래가 쓸쓸하신분 그 어른이 걱정되어
견딜수없어요
[신부] (가정부쪽을 넘어다 본다)
[가정부] 아내없이 외롭게 지내시다가 사랑을 구하기 위해 떠나셨죠 공주를 찾으러 떠나셨대요
돌아와 날 잘못보고 공주라 유혹하면 어쩌나 기를쓰고 거절하여 내 정결을 지키겠어요 울면서라도---
[안또니아] (탄식하듯) 아, 아
[가정부] 그 어른만을 생각해요 그 어른이 걱정돼요
[신부] 아오 알고 말구요 그럴꺼예요
[안또니아] 아, 아---
[가정부] 그 어른만을 생각하고 걱정하고 있어요
[신부] 그럴꺼예요
(신부가 가정부에게 윙크하고 안또니아에게 손짓 신부가 다시 안또니아에게 윙크하고 다음순서를
암시한다)
[신부] (무릎을 꿇고 하나님께) 저들은 오직 그만을 생각해요 그만을 생각해요 저들의 착한마음 착한
기도 들으소서 저들은 오직 그만을 생각해요
(조명이 어두워진다)
[페이지] 가-014,, 0A0140
[장] 제 5장. 카라스코의 계략
(세르반테스가 어둠속에서 공작을 앞세우고 스폿트를 받으며 나타난다 공작 학사모에 까운차림이 썩
잘 어울린다)
[세르반] 살라망카 대학을 우수한 성적으로 졸업한 논리적이고 박식한 학자이며 안또니아의 약혼자인
산손 카라스코 (무대 한쪽에 세워놓는다) 학사님! (배역들 서로 자리를 가지고 다툰다) 집안식구란
모이면 싸우는걸 화목하다고 생각하는 모양입니다. 조용히들 하시오! 자칫 하면 연극이 엉망이
되겠군요 정돈합니다 (안또니아를 둘째 구석으로) 우리 교활한 여왕님! (가정부를 셋째구석으로)
튼튼한 성곽! (네째구석으로 신부를) 매력적인 대주교님! (중앙으로 가서 앉으며) 다시 우리 기사
얘기를 계속 하겠읍니다.
[안또니아] 산손!
[카라스코] 아저씨는 이제 사람들의 조롱거리가 돼 버렸더군! 신부님은 어떻게 생각 하십니까?
[페이지] 가-015,, 0A0150
[페로신부] 그분은 변화무쌍한 상상의 세계를 체험중이십니다
[카라스코] 의학적으로 따져서 정신분열증에 걸린 겁니다.
[페로신부] 그렇게 표현해야 될까요?
[카라스코] 그럼 존경해야 될까요?
[안또니아] 말다툼은 그만두세요 무슨 대책을 세워야 될게 아녜요?
[카라스코] 우리 문제가 더 걱정이오
[안또니아] 우리 문제라뇨?
[카라스코] 우리 결혼말이오 집안에서 미친 사람이 나왔다면 뭐라고들 말하겠오? 미치광이를
아저씨로 모실순 없오!
[페로신부] 진정하십쇼 학사님! 그분은 어데까지나 조용히 상상의 세계를 여행하고
[카라스코] 조용한 여행인지 문제꺼리 여행인지 어떻게 압니까? 무기도 휴대했다죠?
[가정부] 네! 칼과 창을
[카라스코] 맙소사! 무시무시한 폭행을 저질렀을지도 모를일이군.
[안또니아] 산손! 전 지금까지 당신이 잘되기만을 빌어왔어요 아저씨는 모든 재산 집이며 땅까지도
당신앞으로 해둘 생각이였어요 그랬는데 어쩌면
[페이지] 가-016,, 0A0160
당신은?---
(버림받은 슬픈 얼굴)
[페로신부] 지당하신 말씀 학문을 계속하려면 우선 맘놓고 먹을 준비가 되어 있어야 하니까요!
[카라스코] 신부님이 마치 전당포 주인같은 말씀을 하시는군요.
[페로신부] 여하간 문제는 미친사람을 미친 상태에서 깨어나게 할수있는 방법을 찾는거죠 그런 무슨
방법이 없겠읍니까?
[카라스코] (생각하다가) 방법이 없진 않겠죠!
[안또니아] 네? 방법이 있다구요?
[페로신부] 어떤 방법 말씀인지?
[카라스코] 미친 사람의 증세를 그대로 이용하는겁니다 자기딴엔 용감무쌍한 편력기사로 착각하고
있을테니까 말예요
[안또니아] 그래서요?
[카라스코] 우선 당신이 공주로 변장을 하는거요 그리고 곤궁에 빠진것처럼 구원을 청하는거요
[페로신부] 그것 참 훌륭한 생각이군요.
[카라스코] 나와 신부님도 공주의 시종으로 변장하여 돈키호테를 적당히 유인해야 합니다
[페이지] 가-017,, 0A0170
[페로신부] 자 그럼 서둘러 준비를 합시다.
[카라스코] 좋습니다. 신부님.
[음악(6)] 우린 그만을 새악해
[카라스코] 우리가 떠나면서
세상에 알리고 싶은건
오직 그의 생각뿐이라는 것
[페로신부] 그를 위해 노래를
다같이 노래를
[카라스코] 그만을 생각해
[페로신부] 그만을 생각해
[안또니아] 그분만을 걱정해
[가정부] 그 어른을 걱정해
[일동] 그분을 아 그분을
찾을 수 있을까
그만을 생각해
그만을 생각해
(조명 어두워진다)
[페이지] 가-018,, 0A0180
[장] 제 6장 거인을 무찌르다
(세르반테스 어둠속에 스폿트를 받고 앞으로 나온다)
[음악] (6의 a) 둘시네아 (연주)
(연주 시작되는데)
[세르반] 자 다시 여관입니다. 부엌으로 가보겠읍니다 숙녀들이 부엌을 만들고 있군요 감사합니다.
기사와 아릿따운 여인 잘 아시겠지만 기사에겐 아릿따운 여인이 필요한 법이죠 기사가 승리를 거둔후
그 영광을 바칠수 있는 아릿따운 여인 괴물과의 위태로운 싸움터에서 끝까지 용기와 투지를 불어
넣어주는 위대한 마력의 여인
[알돈자] 그렇담 읊어봐요
[음악] (6의 b) 편지 사연
[산쵸] 더없이 고귀하고 사랑스런 공주시여!
[알돈자] 호!---
[산쵸] 그대의 포로가 된 이몸은 가슴을 조이나이다.
[페이지] 가-019,, 0A0190
[알돈자] 하---
[산쵸] 아름답고 순결하여 더 비길데 없는 둘시네아--- (대사로) 어떻습니까?
[알돈자] 내 이름은 알돈자 시라니까.
[산쵸] 나리께서는 둘시네아라고 부르십니다 이유는 묻지 마십쇼. 복잡해지니까 (다시 노래)
공주님의 옷자락에 입 맞추게 하여 주오
[알돈자] 어디다 키스하게 해달라구요
[산쵸] 방해가 심하시군요? 분위기가 깨지면 감정을 잡기가 힘드니까 대사를 잊어먹지 않게끔 도와
주십시요
[알돈자] 대체 요구가 뭐예유?
[산쵸] 바로 그 대목을 읽을 차롑니다
[페이지] 가-020,, 0A0200
(노래) 싸움터로 가는 이몸의 깃발이 될
공주님의 징표를 보내주시옵소서.
[알돈자] 징표?
[산쵸] 가령 공주님이 쓰시는 비단 수건이라도 기념으로 주신다면 나리께서는 그걸 싸움터로
나가실때 깃발로 쓰시겠다는 겁니다
[알돈자] 흥! 돌아도 단단히 도셨군.
[산쵸] 천만에 그렇지 않습니다.
[알돈자] 천만에. 그렇습니다. 자 이걸 드리지! 받아요 이 징표를!
(누더기 행주로 접시를 닦다가 그걸 던져준다)
[페이지] 나-001,, 0B0010
[산쵸] 그렇지만 공주님. 이거야---
[알돈자] 그놈의 공주소리 좀 집어쳐요. 이 정신나간 양반아 대체 당신은 뭣때문에 그 얼빠진 사람을
따라다니는 거죠?
[산쵸] 그야 간단하죠.
[알돈자] 간단하다니?
[산쵸] 골치 아픈것만 물으시는군.
[음악(7)] 나는 정말 나리를 좋아해
[산쵸] 난 정말 나리를 좋아해
내 손톱을 하나씩 뽑는다해도
나리를 좋아해
우린 철맞은 야자열매같죠
그럴싸한 까닭은 없지마는 도리가 없죠
내몸을 갈기갈기 찢는다 해도 하늘에 외치리라
왠지 모르지만 나리가 좋아
[알돈자] 말도 안되는 소리 그렇게 따라다녀서 얻는게 뭐냐니까?
[산쵸] 좋아햐 정말 나리를 좋아해
튀긴 통닭처럼 날 뜯어보라지
내 맘이 변하나?
그가 좋은 까닭은 묻지 말아주
[페이지] 나-002,, 0B0020
별난 이유나 까닭은 없다구요
양파를 다지듯이 내몸을 마구 다져서
얼리건 튀기건 한숨짓고 울게하든 하늘을 두고
맹세하리
왠지는 몰라도 나리를 좋아한다고
(대사) 그러니 까닭은 묻지말라구요
[알돈자] 흥 그일따라 다니다가 당신도 돌아버렸군
[음악(6)] 날 어쩌려구
[알돈자] 딱한 양반 딱한 양반들 (노래)
가엾고 딱한 양반 알수가 없네 알수가 없다구요
어째서 녹슨 갑옷에 영광 어쩌구 하며
꿈나라를 헤매는가 지금이 어느땐데
귀부인 어쩌구 횡설수설하나
대체 날 어쩔려구
하는 소리마다 얼빠진 소리
어쩌 나를 웃기나
(고귀한 둘시네아)며 (친서)를 보내느니
(그대 옷자락에 키쓰)하느니 따위
알수 없는 말
지금이 어느땐데 그런말로 횡설수설하나
대체 날 어쩔려구
어딜가든 모두 비웃을걸
[페이지] 나-003,, 0B0030
어째서 모르나
한심한 기사양반
답답한 멍청이
어째서 세상물정을 모르나?
어째 허황된 꿈을 꾸나?
왜 열리지 않는 벽을 두들기나?
어째서 답답한 것인줄 모르고?
그런 꿈같은 세상이 어딧어?
이젠 날 가지구 어쩔려구?
어쩔려구 날?
(알돈자 쌀쌀하게 물을 길러 나간다)
[산쵸] 공 공주님--- (난처해서) 공주님도 무정하시지 어쩌면 이런 행주나부랭이를?
(산쵸 나가고 조명 바뀐다 이때 우스광스런 차림에 가짜수염을 붙인 페로신부와 카라스코가 공주를
연상케 하는 우아하고 세련된 옷차림의 안또니아와 함께 나타난다)
[산쵸] 당신들은 누구요?
[카라스코] 우리는 미코미코 대제국의 대를 계승하실 공주님을 모신 시종들로서 이곳에 라만차의
용감무쌍하신 돈키호테기사님께서 묵고 계신단 말씀을 듣고
[페이지] 나-004,, 0B0040
공주님께서 친히 청하실 말씀이 있으시다길래 모시고 왔아옵니다
[산쵸] 네? 공주님께서 우리 기사님한테요? 청이란 대체 뭐죠?
[페로신부] 당신은 누구신지?
[산쵸] 나는 라만차의 용감한 기사님의 시종 산쵸입니다 말씀을 해보시오.
[페로신부] 직접 말씀드려야할 얘기지만 대충 말씀드리겠아오니 들으신 다음 기사님을 만나 뵙게
해주시기 바랍니다.
[산쵸] 말이 많으시군
[페로신부] 실은 우리 공주님께서 어떤 흉악한 거인에게 위험을 당하셔서 그 원수를 갚아 주십사고
기사님을 뵈러 왔읍니다.
[산쵸] 그런 일이라면 염려마십쇼. 공주님은 운이 좋으십니다. 우리 기사님은 그까짓 후레자식쯤
단칼에 처치해 버릴테니까요.
[카라스코] 좀 속히 만나게 해주실 수 없겠읍니까?
[산쵸] 서둔다고 되는 것이 아닙니다. 공주님께서는 잠깐만 기다려주시기 바랍니다
(산쵸 나간다)
[카라스코] 저녀석에까지 전염이 됐군
[페이지] 나-005,, 0B0050
[안또니아] 신부님 아저씨가 절알아보면 어쩌죠?
[페로신부] 산쵸녀석도 몰라보는 판이니까 미리 약속한 대사나 잘 외워둬요
(이윽고 돈키호테 당당하게 나타난다)
[돈키호테] 누구냐? 이 라만차의 돈키호테를 찾는자가? 괴물에 포위된 왕성은 어데있는가? 패배당한
군대가 원정을 기다린다구?
[안또니아] (무릎을 꿇으며) 용감하시고 용맹스런 기사님! 자비로우신 그 덕망으로 은총을
허락하시지 않으실땐 이 몸은 이자리에서 일어나지 않겠사옵니다. 넓으신 은총을 베푸심으로 해서
존함은 더욱 높아지실 것이오며 어울함을 당한 이몸은 다시 살아날 것이오니 아무쪼록 높으신 그
명성의 향기를 쫓아 기사님을 뵙고자 찾아온 가련한 이몸을 보호하여 주옵소서.
[돈키호테] 아릿다운 아가씨여 그대가 일어서기 전에는 나역시 어떤 대답도 하지 않을것인즉 부디
몸을 일으키소서
[안또니아] 은총을 허락하시기 전에는 일어나지 않겠나이다
[돈키호테] 그러시다면 이 돈키호테가 아가씨의 청을 들어드리겠읍니다마는 바라건데 내마음의
열쇠를 쥔 나의 고귀한 공주 둘시네아에게 폐가 되지 않도록 하소서 만일 둘시네아의 체면을 깎는
일이라면 아가씨의 청이 아무리 간절하다해도 단연 거절하겠오이다
[페이지] 나-006,, 0B0060
[카 페] 둘시네아?
[안또니아] 기사님 그분에게는 아무런 폐가 되는 일이 아니옵니다
[산쵸] (돈키호테의 귀다 대고) 나리, 거인한놈쯤 처치하는건데 뭐 어려운 일인가요? 저 아가씨는
미콩미콩인가 미코미곤가하는 대제국의 대를 이을 공주님이시래요 (안또니아는 물론 산손 카라스코와
페로스신부도 터지려는 웃음을 참는다)
[돈키호테] (큰소리로) 그가 누구이든 나는 내 책임과 양심이 시키는대로 기사도의 법칙에 따라
행동할 따름이다. (안또니아에게) 아릿다운 아가씨여 몸을 일으키소서 무슨 청이든 기꺼히
들어드리겠나이다.
[안또니아] 소녀의 청이라 함은 다름이 아니오라 기사님께서 저와 함께 가주십사 하는 것이옵니다
허지만 한가지 약속해주실것은 하늘과 사람의 뜻을 저버리고 무고히 소녀의 왕국을 앗아간 반역자에게
복수를 해주실때까지 다른 어떤 모험이나 누구의 청에도 일체 휘말려드셔선 안된다는 것이옵니다
[돈키호테] 그거야 어렵지 않은 일이오 이제 머지 않아 아가씨는 반역도당들을 물리치고 영광의
옥좌에 앉게 되실테니 안심하십쇼.
[페이지] 나-007,, 0B0070
(돈키호테 정중하게 안또니아를 일으켜 기사답게 포옹해준다. 페로신부와 카라스코가 몰래 성급히
가슴에 십자가를 긋는다)
[돈키호테] 산쵸! 어서 출발준비를 서둘러라 나의 고귀한 둘시니아의 이름으로 이 아릿다운 공주님을
구원코자 떠난다
(산쵸가 말을 끌고 나와서 돈키호테의 복장을 보살펴주는 사이에 말이 페로신부와 카라스코의 가슴을
차는 바람에 두살마 나가 떨어진다)
[돈키호테] (소리친다) 아니? 봐라 산쵸 기적이 일어났다. 저 두사람의 수염이 면도한것처럼 떨어져
나갔다
(페로신부와 카라스코 엄살을 부리며 수염을 붙이려 애쓰지만 뜻대로 되지 않는다)
[돈키호테] 그 몹쓸 마술왕이 벌써부터 시기하기 시작했군--- 아 그렇지 (출발준비를 중지하고
정중하게 안또니아에게) 아릿다운 공주님께 죄송한 말씀드리겠읍니다
[안또니아] 기사님 무슨?
[돈키호테] (풀이 죽어) 다름이 아니오라 제가 아직 정식으로 기사작위를 받지 못하는 지라 마술왕이
끈덕지게 이몸을 따라다닙니다
[페이지] 나-008,, 0B0080
내일아침까지 지체할수 있도록 허락해 주신다면 저는 이곳 성주님으로 부터 정식으로 기사작위를
받도록 하겠읍니다 (페로신부 실망해 마지않는 안또니아에게 승낙하라고 손짓한다)
[안또니아] 거룩하신 기사님의 청을 어찌 거절할수 있겠읍니까? 아침까지 기다리겠읍니다
[돈키호테] (한쪽 무릎을 꿇고 안또니아의 손에 키쓰하며) 관대하신 공주님께 행운이 있으시기를---
산쵸 산쵸
(돈키호테 앞서 말을 끌고 나간 산쵸를 부르며 퇴장한다)
[페로신부] 이만하면 성공입니다 내일아침까지 기다려 봅시다
[안또니아] 전 더 이상 아저씰 속일수가 없어요. 눈물이 나와 견딜수가 없어요 이런방법 말고는 다른
방법이 없을까요?
[카라스코] 내일아침에 다시 한번 쎄 놈게하나를 시험해 봅시다 만일 우리가 변장한 것을 알아본다면
그건 증세가 가벼운것이니까 잘 납득시켜서 모시고 가는거요
[페로신부] 우선 여관주인을 찾아 잠자리 부탁을 해둡시다 (안에다 대고) 주인, 주인
[페이지] 나-009,, 0B0090
(이때 안으로 부터 요란스럽게 떠드는 소리와 함께 산쵸가 헐레벌떡 뛰어나온다 세사람 몹시 놀랜다)
[산쵸] 여러분 빨리 우리나리 좀 도와주십쇼 미콩미콩 공주님의원수라는 바로 그 무시무시한
거인놈이 나타났다구요
(마리아 뒤따라 나타난다)
[마리아] (기가 막힌듯) 뭐가 어째요? 거인?
[페로신부] 그 천리밖에 있는 거인이 여기 나타나다니 무슨 소릴 하고 있는거야?
[산쵸] 아무튼 내 생전에 처음보는 지독한 결투를 하고 계십니다 우리나리께선 (안에서 크게 소리만)
이놈! 꼼짝마라. 네가 나한테 걸린 이상 이젠 끝장이다. 자 내칼을 받아라
[산쵸] 들어가 뜯어말리든지 나리를 돕든지 하지않고 여기서 이렇게 듣고만 있을건가요? 하긴 지금쯤
그 거인놈은 죽어 자빠져서 하나님앞에 나가 제놈이 지은 죄를 낱낱이 불어대고 있을테지만 말예요.
글쎄 피를 좔좔쏟으면서 마루바닥에 나뒹구는 대갈통이 어찌나 큰지 커다란 술푸대만 하다니까요
[마리아] 뭣이 술푸대? 아니 그 미치광이가?
[페이지] 나-010,, 0B0100
(급히 뛰쳐나간다 이윽고 돈키호테 개선장군처럼 나타난다)
[돈키호테] (안또니아에게) 고귀하신 미코미코제국의 공주시여. 이제부터 공주께서는 그 흉악 무도한
자의 위협에서 벗어나 안전하게 제국의 왕위를 계승하실 수 있게 되었아옵니다. 동시에 이 몸 역시
공주와의 약속에서 풀려나게 된것을 기쁘게 생각합니다. 이 모든것이 거룩하신 하나님의 보살피심과
나의 고귀한 둘시네아의 호의때문인줄로 아옵니다 저는 약속을 완전히 이행했읍니다
[산쵸] 어떻습니까? 우리나리께서는 끝내 그 거인놈을 요절내고 마신겁니다. 이제 나도 백작
한자리쯤 문제없겠죠? 증거를 보시고 싶으시다면 잠깐만 기다리십쇼. 내 당장 그 거인놈의 대갈통을
보여드릴테니까?
(안으로 급히 뛰어들어간다)
[돈키호테] (거드름을 피며) 전 기사생활을 통해서 오늘처럼 친절한 전투는 처음이져 허지만 휘--익
(싸우는 시늉)단칼에 요절을 내버렸죠. 어찌나 피를 쏟는지---
[마리아] (노기를 충천하며 소리치며 나타난다) 뭐가 어쩌구 어째? 거인. 거인의 목을 잘라?
[페이지] 나-011,, 0B0110
이 미치광이야. 네 목을 잘라 놓기전에 당장 술푸대랑 포도주값을 물어내 물어내란 말야. 남의집
포도주 푸대를 난도질해서 집이 온통 떠내려가게 쏟아놓고 뭐가 어쨌다구?
[안또니아] (급히 가로막으며) 아주머니 고정하세요
[마리아] 나더러 고정하라구
(산쵸 중얼거리며 나온다)
[산쵸] 아니 그놈의 목아지가 대체 어디로 갔지?
[마리아] 이 원수놈들아 술값 내라구 포도주 값을 내란 말야
[산쵸] 뭐? 포도주?
[마리아] 원 재수가 없자니까 편력기산가 뭔가하는 낮도깨비가 다 들어와 가지구---
[돈키호테] (점잖게 한쪽 무릎을 꿇으며) 왕비마마 또 다시 못된 마술왕의 장난에 걸려든 라만차의
기사 돈키호테를 용서하여 주옵소서. 그렇게만 해주신다면 평생을 두고 그 은혜는 잊지 않겠아옵니다.
차후 만일 왕자님을 괴롭히는 자가 있다면 오늘 이 시간의 은혜에 보답하는 뜻에서 이 목숨을 바쳐
복수를 해드리겠나이다 저의 직책은 약한자를 보호하며 불의와 싸워 배반자를 벌하는 것이니까요
[페이지] 나-012,, 0B0120
[마리아] (어이가 없어) 이 기사양반아, 나는 나한테 억울한 일이 생기면 당신같이 너절한
기사양반한테 부탁하지 않고 내손으로 복수할줄 아는 여자라구. 그러니 기사님께서 죽이신 포도주값에
오늘밤 숙박료랑 말 두마리가 먹은 꼴값까지 미리 계산하시라구.
[돈키호테] 숙박료? (충격이 크다) 그럼 여기가 여관이었단 말인가?
[산쵸] 제가 그렇다고 그랬잖아요?
[돈키호테] (침통하게 생각에 잠겨 있다가) 여기가 궁성이 아니라면 그렇다면 더더구나 당신은
내게서 한푼도 받을수가 없오.
[마리아] 뭐라구?
[돈키호테] 편력기사란 원래 자신이 묵는 여관에서 숙박료와 기타 일체의 비용을 지불하지 않는것이
상례로 되어있오 불의와 싸우기 위해 온갖 고난을 무릅쓰고 모험을 찾아 헤매는 편력기사란 그 견딜수
없는 고생의 댓가로 어떠한 대접이든 받을만한 특권이 있는 거니까
[마리아] 얼빠진 넉두릴랑 집어치고 어서 돈을 내라구, 어서.
[돈키호테] 에잇 이 욕심꾸러기 여관집 악당아
(칼을 빼든다 모두 달려들어 말린다)
[페이지] 나-013,, 0B0130
[안또니아] (저도 모르게) 알론조 아저씨
(그러나 돈키호테 듣지 못한다)
[페로신부] 주인 아주머니 우리는 저분의 친굽니다 손해액은 제가 배상할테니 참으십쇼.
[마리아] 그렇다면 좋아요! 흥 (코 웃음을 치며 퇴장)
[산쵸] 아니?--- (그제서야 세사람을 알아보고) 나리 (소리치며 신부쪽을 가르킨다 돈키호테 산쵸가
가르키는 쪽을 주의깊게 쳐다본다 세사람 다가온다)
[안또니아] 아저씨
[돈키호테] (반가워) 오 안또니아 네가 어떻게 여길 왔느냐? (신부와 크라스코에게) 반갑소 친구들
[카라스코] 우릴 알아보시는군요
[돈키호테] 친구들을 못알아 봐서야 되겠오. (아주 다정하게) 페로신부님
(손을 잡는다)
[신부] (안도하듯) 오 쎄룔 게하니!
[돈키호테] 제 이름을 정확히 불러주시죠 나는 돈키호테 라만차의 기사 돈키호텝니다
(페로신부 낙심하여 주저 앉는다)
[페이지] 나-014,, 0B0140
[카라스코] 쎄뇰게하나.
[돈키호테] 난 돈키호테
[카라스코] 괴물은 세상에 존재하지 않습니다. 마술에 걸려든자도 없읍니다. 기사들이 활약하든
시대는 이미 3백년전 이야깁니다
[돈키호테] (한심하다는듯 신부에게) 그렇게 많은 학식을 쌓고도 모두 헛공부를 했나봅니다
[카라스코] 사실이 그렇습니다
[돈키호테] 진리의 적은 바로 그 무익한 사실이란거지
[샨쵸] 나리!
[돈키호테] 어떻게 됐느냐? 산쵸 공주께선 내청을 들어주시더냐?
[산쵸] 대관절 어느 공주님 말씀이시죠?
[돈키호테] 그야 나의 둘시네아 공주님이시지 누구겠느냐?
[산쵸] (고개를 끄덕인다)
[돈키호테] 오 너야말로 운이 좋았구나. 그 비단손수건은 어쨌지?
[산쵸] (행주뭉치를 내준다)
(돈키호테 엄숙사게 받는다)
[돈키호테] 아 이 향긋하고도 부드러운 촉감--- (돌아서며) 용서하십시요 제가 너무했나봅니다
[산쵸] (신부와 의사에게 살짜기) 여자가 보낸거죠
[페이지] 나-015,, 0B0150
[카라스코] (그거 보라는듯) 여자가 있었군
[돈키호테] 여자라구 (감정을 살려서) 공주 둘시네아 예쁘냐구요 천사처럼 아름답죠 성품요? 티없이
깨끗하고 고결하고 고상하고
[신부] (슬픈 미소) 돈키호테에 들씨네아
(조명이 바뀐다)
[장] 제 7장. 맘부리노의 황금 투구
(세르반테스 마부들과 함께 다시 나타난다)
[세르반] 지극히 논리적이고 패기만만한 산손. 카라스코 학사님의 기발한 꼐략도 결국은 돈키호테의
철석같은 의지앞에 무안해지고만 셈입니다. 카라스코와 안또니아 그리고 페로신부는 새로운 방안을
검토하기에 골몰한데 라만차의 용감한 기사 돈키호테는 완전무장을 갖춘채 어두워지는 여관 담장밖을
아니 성곽둘레를 순찰하기 시작합니다 기사작위를 받게될 영광스런 순간을 기대하면서 말입니다.
그런데 어데선가 작은새가 우짖고 있군요 날 저물매 우는 새는 님그리워 운다든가요? 안셀모를 비롯한
마부들은 저녁식사도 일찌감치 먹어치운 뒤라서 저마다 한가롭게 추억속의 파랑새를 되살려 보거나
여관집 야성녀 알돈자를 나꿔
[페이지] 나-016,, 0B0160
보고자 궁리에 열중합니다. 여자란 통사정을 할땐 터무니없이 재다가도 이쪽에서 무관심할라치면
안달안달 한다는 지극히 통속적인 사실을 깨닫지 못하고 사내들은 상상속에서 조차 저자셉니다 딱한
노릇이지만 각자의 프라이버시에 관한 문제인 만치 어쩔수 없는 노릇이죠 그런데 이날 저녁 우리
용감무쌍한 라만차의 기사님에게는 맘부리노의 투구를 얻게되는 맘부리노의 투구를 얻게 되는 실로
기념할만한 사건이 벌어집니다
(세르반테스 안셀모에게 노래를 가르친다. 노래도중 알돈자의 뒤를 따라 마부들 우르르 나타난다
알돈자 코웃음치며 사라진다)
[음악(8의가)] 귀여운 작은새야
[안셀모] 세르반테스
작은 새야
육계나무에 앉은 귀여운 작은새야
나를 위해 노래하나
기쁜 소식을 전하러 왔니
(세르반테스 퇴장한다)
[안셀모] 귀여운 작은새야 말 전해 다오
[페이지] 나-017,, 0B0170
[마부들] 작은 새 작은새야
작은 새 작은새야
[안셀모] 귀여운 작은새야
바로 여기서
[마부들] 작은 새 작은새야
[안셀모] 아 가엾게 여겨다오
이제 그만 그녀를 돌려다오
[마부들] 작은 새 작은새야
[안셀모] 육계나무 아래서
[마부들] 작은새 작은새야
작은 새 작은새야
[안셀모] 넌 너무 기다렸다
[마부들] 작은 새 작은 새야
[안셀모] 노래도 없이
[마부들] 작은 새 작은 새야
[안셀모,마부들] 우린 사랑을 배웠지
눈물도 배웠지
우린 여기서 만났었지
그리고 여기서 키스했지
말없는 싸늘한 밤에
우린 헤어졌네
[페이지] 나-018,, 0B0180
[안셀모] 귀여운 작은 새야
[마부들] 작은새 작은 새야
작은 새 작은 새야
[안셀모] 귀여운 작은 새야
어서 가거라
귀여운 작은 새야
그녀에게 전해다오
[마부들] 작은 새 작은 새야
[안셀모, 마부들] 작은 새 작은 새야
(돈키호테 산쵸와 함께 나타난다)
[돈키호테] 산쵸. 정신을 바싹 차리고 이 궁성 안팎을 살펴야 한다. 다시는 우리를 조롱하려는
마술왕따위가 접근할 수 없도록 말이다
[산쵸] 염려 마십쇼
[돈키호테] 그런데 우리 둘시네아 공주께서는 다른 말씀은 없으시더냐?
[산쵸] 네 별로---
[돈키호테] 그렇겠지 원래 명문의 아가씨한 몹시 수줍음을 타는 법이니까 (그러다가 발을 멈추며)
누가 오는것 같은데?
[산쵸] 지나가는 행인이겠죠
[페이지] 나-019,, 0B0190
[돈키호테] 몸을 숨겨라 산쵸
[산쵸] 또 시작인가요
(두사람 몸을 숨긴다 잠시후에 이발기구가 들은 가방을 들고 이발사가 나타난다. 머리에는 면도할때
사용하는 조그만 놋대야를 뒤집어 썹다)
[음악(7)] 이발사의 노래
[이발사] 나는 아 보잘것 없는 이발사
그래도 행복하게 살아가죠 면도칼과 가위만 있으면
돈이 벌려요 당신의 턱이 비누처럼 미끈해도
잠깐만 지나면 내가 필요해 하나님은 이발사를 위해
수염을 길러줘요 면도를 하다가 아차해서 상처를
내며 그럴땐 내가 의사도 돼요 난 상처를 손 봐주니까
(돈키호테 이발사의 등뒤에서 나타나 칼을 뽑는다)
[이발사] (돌아보다가 아래위로 보고) 하하하 정말 웃기는 양반 다 보겠군 아니 지금 세상에 무슨
기사가 있다구 그렇게 폼을 잡으시우? (손가락을 들이대며) 이거 보이슈?
(돈키호테가 으르렁 대며 칼을 번쩍 쳐든다
[페이지] 나-020,, 0B0200
그대로 내려칠 기세다. 이발사 기겁을 해서 무릎을 꿇는다)
[이발사] 아이구 용서하십쇼 나리! 제가 눈병이나서 그만 잘못 뵈웠읍니다.
[돈키호테] 잔말말구 내가 쓴 황금의 투구를 벗어다오
[이발사] 네? 황 황금의 투구요? 그게 어딨습니까? (급히 대야를 벗어 자세히 본다) 아 이거
말씀인가요? 이건 면도할때 사용한는 면도 대얍니다
[돈키호테] (속이지 말라는 듯) 면도대야?
[산쵸] (훑어보다가) 아무래도 면도대야 같습니다
[이발사] (열심히) 네 전 이발삽니다 이곳 저곳 이발을 해주러 다니는 이발사예요. 이건 들고 다니기
귀찮구 낮에는 햇볕도 가릴겸 쓰고 다니다 보니 어쩌다 모자 구실도 하게 됐지만 엄연한 면도 대야임에
틀림이 없읍니다.
(카라스코와 페로신부 안또니아 나타난다)
[돈키호테] 닥쳐.
(이발사 겁에 질려 입을 다문다)
[돈키호테] (카라스코와 페로신부에게) 이게 뭔 줄 모르시겠죠? 유명한 맙 부리노의 황금투구죠
마음이 고결한 자가 이 투구를 쓴다면 그 누구일지라도 감히 해치지 못할 것이나 (이발사에게) 마음이
시커먼 그대가 쓰고 있다니 무사할수 없는 일 대체 어디서 훔쳤는가?
[페이지] 나-021,, 0B0210
[이발사] 아휴 훔치다뇨? 이 면도 대야는 분명히 제것입니다
[돈키호테] 이리 썩 바치지 못할까?
[이발사] 새걸 사려면 반크라운도 넘게 드는데요
[돈키호테] 닥쳐! (칼을 한번 휘두르자 이발사가 꽥소리를 지르며 대야를 내려놓고 물러선다)
(산쵸가 대야를 집어 돈키호테에게 준다)
[산쵸] (만족해서) 한 크라운도 넘게 들겠는뎁쇼!
[음악(10)] 맘부리노의 황금투구
[돈키호테] 바보같은 소리! (투구를 벗어 내던진 다음 면도대야를 존귀한 듯 매만지며 기쁨에
충만되어 경경하게 노래부른다)
오 맘부리노의 황금투구여
그토록 찬란한 과거를 두고
오랜세월 그늘에 묻쳤었도다
이제 영광을 다시 찾았도다
맘부리노의 황금투구여!
이세상 어느 것에 비기리
그대와 나 이제부터 하나가 되어
황금의 역사를 이루리라
[이발사] 두견새가 나무 가지에서 우는구나
[산쵸] 나리가 투구라시면 그런가부다 하라구요
[이발사] 허나 그건 황금이 아닌데 용기와 기적을 어떻게
[페이지] 나-022,, 0B0220
기대해?
[산쵸] 결국은 나리 면도할때 도움이 될꺼요
(돈키호테 페로신부 앞에 한쪽 무릎을 꿇고 투구를 씌워달라고 청한다. 대관식이 거행될려는 순간
갑짜기 생각이 난 듯이 허리에서 행주뭉치를 꺼내어 산쵸에게 주며 투구에 매달것을 지시한다 산초가
이것을 끝내자 투구는 다시 페로 신부에게 넘겨져 마침내 대관식이 끝난다 이 광경을 마부들은
황홀해서 쳐다본다 이발사는 도시 뭐가 뭔지 알 수 없다는 표정이다 산쵸는 엄숙하게 식에 참여하고
있다)
[돈키호테] 오 맘부리노의 황금 투구여 그대의 공격을 온 세상이 잊지 못하리 이제 라만차의
돈키호테는 그대에게 더 큰 영광을 안겨주리라
[돈키호테와 이발사] 맘부리노의 황금투구여 그대같은 보물은 세상에 없네
[산쵸 신부들] 맘 부리노의 황금 투구여 그대같은 보물은 세상에 없네
[돈키호테] 이제부터 죽기까지 힘을 합하여 황금의 역사를
[페이지] 나-023,, 0B0230
이루리다
[일동] 맘부리노의 황금의 투구여 황금의 역사를 이루리라
[이발사] (대사로 크게) 그건 내면도 대야라구요
(산쵸 이발사를 끌고 나간다 마부들도 사라진다. 몹시 감격한듯 흐느끼는 자도 있다. 페로신부와
카라스코 안또니아 완전히 절망적이 되어 자리를 뜬다)
[페이지] 다-001,, 0C0010
[장] 제 8장 기사임명
[음악(11)] 누구에게나 둘시네아가!
(누구에게나 그의 꿈이)
(전주 시작되는데)
[페로신부] 그는 최고로 현명하게 미쳤거나 최고로 미친 현명한 사람이거나 둘 중에 하납니다
[카라스코] 여하간 그는 미친 사람입니다
[페로신부] 아무튼 우리의 계획은 완전실패요
[카라스코] 그렇치만도 않죠! 증세를 알았으니까 치료법을 생각해야죠
[페로신부] 치료법? 그게 더 증세를 악화시키지 않았으면 좋겠소만!
(신부가 노래하는데---반쯤 조명을 받은 돈키호테가 투구의 행주조각을 성스럽게 매만지고 있다.
알돈자는 부엌에서 읽지 못하는 친서를 복잡한 얼굴로 이리저리 들여다 보고 있다)
[페로신부] 누구에게나 둘시네아가 그 혼자만이 간직하고 그
혼자만이 사모할 수 있는 고귀하고 아름다운 꿈이 있다오
누구에게나 둘시네아가 옆에 있어 준다면
못 할 일이 있을까
[페이지] 다-002,, 0C0020
새처럼 하늘을 나를 수 있고
달빛을 손에쥘 수도 있다네
인생은 꿈을 위해 싸우는것 생각해 보시오
손에 쥔 달빛이란 없거나 매한가지
둘시네아란 없네
정열과 공상일뿐
허지만 누구나 절망에서 지켜줄 꿈을 엮을 수
있다면 인생은 그 얼마나 행복할까
누구에게나 둘시네아가 설령 공상속의 존재라 해도
(페르신부 사라지고 무대 밝아진다 돈키호테 나타난다. 음악(12) 이룰수 없는 꿈 (추구) 연주
시작되는데 돈키호테 이리저리 걷기 시작한다)
[돈키호테] 미래의 사학자들은 오늘의 이 역사적인 사실을 어떻게 기록할 것인가? (자세를
바로잡으며) 태양마저 보금자리로 사라진후라 만차의 어두운 발코니에 돈키호테는 서있노라 느름한
위풍과 거룩한 그 기상---그는 드디어 정식으로 기사의 직위를 얻게 되도다!
[페이지] 다-003,, 0C0030
(과장된 목소리가 쩌렁쩌렁 울려퍼진다) 그러나 약간 수치심을 느끼는듯 고개를 떨군다) 오 과장과
허식의 날조자여! 이 성스러운 밤을 허영으로 장식말라! 그리고 다시 한번 냉정하게 생각해보자!
(무릎을 꿇는다) 영혼을 위하고 네 모든 것을 버려라! 네 몸을 생각말고 내가 무엇이 될것인가를
생각하라 쾌락을 쫓지말고 유혹을 물리쳐라!
(이때 뻬드로와 밀회를 갖기 위해 알돈자 마당으로 나온다. 연주가 멎는다)
[돈키호테] 오, 둘시네아!
[알돈자] 왜 거기 그렇게 앉아 있죠?
(돈키호테 정중하게 일어선다)
[돈키호테] 둘시네아!
[알돈자] 왜 나를 그렇게 부르죠? 내 이름은 알돈자예요!
[돈키호테] 전 공주님을 잘 압니다.
[알돈자] 당신은 날 몰라요!
[돈키호테] 평생을 당신 생각만 해온 제가 어째서 당신의 고귀한 마음을 모르겠읍니까?
[페이지] 다-004,, 0C0040
[알돈자] (비웃으며 머리에 둘럿든 긴 마후라를 홱 풀른다) 다시 자세히 보라구요
[돈키호테] 둘시네아!---
[알돈자] 당신은 도모지 여자를 모르는 군요?
[돈키호테] 여자란 남자의 험난한 길을 비쳐주는 등불인 동시에 영광 그 자체이기도 하니까요!
[알돈자] 도대체 당신은 나한테 뭘 원하죠
[돈키호테] 아무것도!
[알돈자] 거짓말!
[돈키호테] (고개를 조아리며) 공주님의 꾸중은 당연 하십니다 제가 원하는 바를 말씀드리면
[알돈자] 이제 본색이 나온다?
[돈키호테] 저로 하여금 공주님을 섬길 수 있도록 허락하여 주십시오 저는 모든 승리의 영광을
오로지 공주님께 바칠것이며 죽엄을 맞는 그 순간까지 마음속 깊이 경건하게 공주님을 모시겠읍니다!
[알돈자] (마후라를 어깨에 걸치며) 난 가야해요 뻬드로가 기다릴테니까! 그런데 왜 이런 짓을 하죠
[돈키호테] 세상의 품격을 높이기 위해섭니다!
[알돈자] 세상은 쓰레기더미 우린 그 위를 기어 다니는
[페이지] 다-005,, 0C0050
구데기에 불과해요!
[돈키호테] 공주님은 사려가 깊으십니다!
[알돈자] 돈키호테! 그런 수작을 일삼다가는 지옥에 떨어져 허우적 거리게 될테니 조심해요
[돈키호테] 승리와 패배는 중요한 것이 아닙니다!
[알돈자] 뭐라구요?
[돈키호테] 기사란 탐구하고 진리를 찾는데 의의가 있는 겁니다.
[알돈자] (침을 뱉으며 웃기지 말라는 듯) 흥 갈수록 산이라드니 하는 소리마다? (몸을 돌이켜
걸어가다말고) 탐구? 진리가 뭐 어쨌다구요?
[음악(12)] 이룰 수 없는 꿈
(추구)
[돈키호테] 진정한 기사의 사명이란-- 아니 사명이 아니라 특권이죠!
(노래한다)
불가능한 꿈을 꾸고
이길 수 없는 적과 싸우고
견딜수 없는 슬픔을 견디고 감히 갈수없는 곳에
뛰어들며 시정할수 없는 불의를 시정하고
마음속으로 순결한 사랑을 간직하고
잡을 수 없는 별을 잡자!
이것이 바로 나의 길
[페이지] 다-006,, 0C0060
아무리 어렵고 불가능할지라도 굴하지 않고
용기있게 정의를 위해 싸우고 하나님의
뜻을 쫑아 지옥에라도 뛰어들자!
오로지 이 영광을 추구하기 위해 충실할 수
있다면
나 비록 무덤에 묻힐지라도 평화로히
미소 지으리라
이세상은 그만치 밝아질테니까
조롱받고 상처받으면서 끝까지 용기있게
불의를 물리치기 위해 싸운 그만큼은!
[알돈자] (갑짜기 조용한 얼굴로 서있다가 애원하듯) 다시한번 다시 한번만 나를 봐주시겠어요?
[돈키호테] (그윽한 눈길로 쳐다보며) 아름다움 순수함 모든 기사의 선망의 대상 아 둘시네아!
고귀한 공주시여
(알돈자 이름에 낙담하여 신음 소리를 내며 몸을 돌이켜 뛰어나가려다가 앞서 나타난 뻬드로를 보자
기절하듯 놀랜다)
[뻬드로] (화가 나서 움켜잡으며) 저런 얼빠진 작자하구 놀아나느라구 날 기다리게 만들어?
[알돈자] 아냐! 사실은
[뻬드로] 오 고귀하신 공주시여! (때린다)
[페이지] 다-007,, 0C0070
(알돈자 저만치 나가 자빠진다)
[돈키호테] (분노에 떨며) 이 짐승같은 놈
[뻬드로] 뭐가 어째?
[돈키호테] 감히 공주의 몸에 손을 대다니
[뻬드로] 네 텅빈 대갈통을 부숴놓기전에 꺼저!
[돈키호테] 벼룩의 심장에 빈대의 창자를 가진자여 너를 무찌르겠노라!
[음악(14)] 격투 (무곡)
(연주 시작되는 거와 동시에 돈키호테가 창을 휘두르며 뻬드로를 공격한다 나가 떨어지는 뼝드로!)
[뻬드로] 사람살려!---호세! 떼노리오! 모두 나와라! 어서!
(마부들 일제히 달려나온다. 알돈자 급히 물통뒤에 숨는다. 뒤늦게 산쵸도 뛰어 나온다)
[돈키호테] 적진은 보강을 마쳤는가? 이 돈키호테가 전군을 격파해 주마
[뻬드로] 창을 창부터 뺏어라!
(알돈자 앞으로 나온다)
[알돈자] 내버려 둬요!
[뻬드로] 비켜!
[페이지] 다-008,, 0C0080
(뻬드로가 비틀거리며 알돈자 쪽으로 가자 알돈자 물통속에서 돈키호테의 칼을 꺼내 뽑아들고 마구
휘두른다. 음악이 고조되는데 전투는 어지러운 무용이 되어 절정에 달한다. 이윽고 전투는 끝장이
난다. 상처를 입고 괴로운듯 신음소리를 연발하는 마부들--- 음악이 멎는다)
[돈키호테] 승리는 우리에게!
[산쵸] 승리는 우리에게!
[알돈자] (칼을 휘두르며) 승리는 우리에게!
(여관주인 잠옷바람에 침대모자로 뛰어나온다)
[여관주인] 웬 난리야? (여기저기 쓰러져 신음하는 마부들을 보자 질겁을 한다) 아니 웬 일들이야?
무슨 끔찍한 일이 있었나?
[돈키호테] 성주님! 보고 드립니다 정의가 끝내 승리를 걷우었읍니다!
(땅에 푹 꼭구라진다)
[산쵸] (놀라 달려들며) 부상을 입으셨군요? 나리!
[돈키호테] 아니다 좀 피로해서---
[페이지] 다-009,, 0C0090
[알돈자] 다치셨나봐요! (칼을 던지고 다가간다)
(마리아 역시 잠옷 바람에 잠자리의 모자를 쓴채 뛰어나온다)
[마리아] 대체 무슨 일애요? 또 미치광이 짓이군요 그럴줄 알았다니까!
[여관주인] 빨리 약이랑 붕대를 가져와요!
[알돈자] (속치마를 찢어 상처를 쳐매주며) 가엾는 장군님!
[마리아] 가엾은 미치광이
[여관주인] 당신은 들어가요
[마리아] 그러나 내가 뭐랍디까?
[여관주인] 당신은 들어가 잠이나 자요
<<0>>샐쭉해서 퇴장한다
<<0>>하나를 끄집어낸다
<<0>>다)
[페이지] 다-010,, 0C0100
나가 주시기 바랍니다.
[돈키호테] (위험있게) 이 성의 존엄성을 해쳤다면 새벽동이 트는 대로 떠나가겠읍니다 그러나
성주님 부탁이 있읍니다
[여관주인] 부탁이라뇨?
[돈키호테] 실은 전 여직 정식으로 기사작위를 받지 못한몸
[여관주인] 유감스러운 일이군요
[돈키호테] 허지만 자격은 충분하다고 생각합니다 전 용감하고 정중하며 또한 전투를 통해 실력도
과시 했읍니다 부디 저에게 정식으로 작위를 내려 주시옵소서
[여관주인] 지금 확장공사 중이라서 성소가 없는 것이 흠이지만 정 그러시다면 적당한 장소를 골라
거행토록 합시다
[돈키호테] (시적으로) 여기 이 마당 반짝이는 별빛 아래서가 좋겠읍니다
[여관주인] 오 물론 지금 빨리 거행토록 합시다
[돈키호테] (산쵸에게) 기사의 칼을 가져오너라! (알돈자에게) 공주님! 공주님이 계신곳에서 식을
거행하게되어 무한한 영광입니다
(돈키호테 일어나려 한다)
[알돈자] (걱정스럽게) 조심하세요!
[여관주인] (산쵸에게 신중히 칼을 받으며) 괜찮겠오?
[페이지] 다-011,, 0C0110
[돈키호테] 네.
[여관주인] 좋습니다 무릎을 꿇어 주십시오!
(산쵸와 알돈자가 부축한다.)
[음악(15)] 기사임명
(대사중 몇마디가 노래로 불리워 진다)
[여관주인] 라만차의 돈키호테! 내 그대에게 정식 기사의 작위를 내리노라!
(칼로 양쪽 어깨를 두둘겨준 다음 산쵸에게 주고 나가려 한다)
[돈키호테] 성주님!
[여관주인] 뭐 잘못된 것이 있오?
[돈키호테] 이 영광을 얻기 까지의 저의 공적을 읊어 주십시요
[여관주인] 좋소 그렇게 합시다! (산쵸에게 칼을 받아든다)
[여관주인] 라만차의 돈키호테여! 그대가 오늘 이 치열하고 영광스런 전투에서 걷운 공로로 해서
성주의 권한으로 그대를 기사로 임명하노라!
(칼을 산쵸에게 주고 퇴장하려 한다)
[돈키호테] 성주님!
[여관주인] (발을 멈추고 돌아서며) 또 뭐가 남았읍니까?
(이번에는 아예 산쵸가 먼저 칼을 여관주인에게 넘겨준다)
[돈키호테] 새로운 기사에게는 새로운 이름을 내려주는게
[페이지] 다-012,, 0C0120
관례인줄 아옵니다. 바라옵건데 저에게 새로운 이름을 내려주시기 바라나이다
[음악(15의 6)] 우울한 모습의 기사
[여관주인] 흠! (서성거리며 생각하다가 착상이 떠오른 듯 노래한다)
그래 우울한 모습의 기사
우울한 모습의 기사!
[페이지] 다-013,, 0C0130
모든 악을 물리치시오
그러나 그대에게 무슨일이 생기건
신이여 아무쪼록 내가 보지 않게 해주소서
[여관주인] 알돈자 산쵸.
우리 우울한 모습의 기사여
그대 어디를 가나
사람들은 우울한 모습의 기사에 찬란한 행적을
알게 되리라
[돈키호테] (감격하여) 감사합니다 성주님!
[여관주인] (칼을 내주며) 나는 그만 들어가 보겠오 기사님도 좀 주무십시요
(들어간다)
[돈키호테] (행복하듯) 우울한 모습의 기사여!
[알돈자] (두 눈을 적시며) 좋은 이름이예요!
[산쵸] 나리! 그만 들어가 쉬셔야 합니다
[돈키호테] 난 아직 할 일이 남았다 적의 부상병들을 돌봐줘야 해
[알돈자] 네에?
[돈키호테] 그것이 자비로운 자의 도리죠!
[알돈자] 그렇담 제가 대신 들어가 돌봐주겠어요 나한테도 적이니까!
[페이지] 다-014,, 0C0140
[돈키호테] 오 자비로우신 공주님!
(알돈자 사라진다. 산쵸 일어서는 돈키호테를 부축한다 조명이 바뀐다. 부상당한 마부들이
신음소리를 내며 누워 있는 방--- 알돈자가 약과 붕대를 들고 들어서자 뻬드로가 고개를 쳐들고
노려본다)
[뻬드로] 무엇하러 왔지?
[알돈자] (담담하게) 이 사람들을 좀 돌봐주려구요
[뻬드로] 뭐야?
[알돈자] 자비로운 자의 의무니까요! (호세가 누워있는 옆으로 다가가 무릎을 꿇으며) 좀
돌아누워봐요!
(호세가 눈을 뜬다 증오에 찬 눈길로 알돈자를 노려보다가 벌떡 일어나 거칠게 끌어 안으려 한다
와--- 하고 마부들 달려든다)
[음악(16)] 납치 (무곡)
[알돈자] 놓라구! 이 늑대야!
(마부들 비명--- 어지럽게 무곡화된 "귀여운 작은새"가
[페이지] 다-015,, 0C0150
연주되는 동안 알돈자와 마부들 사이에 잔인하고 치열한 격투가 벌어진다)
[안셀모] (부르짖듯) 귀여운 작은새야 귀여운 작은새야!
(기를 쓰고 살쾡이처럼 항거하던 알돈자도 지치고 만다)
[안셀모] 귀엽고도 작은새야 작은새 귀여운 작은 새야 날 위해 노래하니?
[마부들] 기쁜 소식을 가져왔니?
(마부들이 마구 알돈자를 구타한다. 페르미나 그만 구타하라는 듯 손짓으로 제지한다)
[페르미나] 작은 새 작은 새야 나 그녀를 사랑하네
(알돈자 마침내 정신을 잃고 쓰러진다. 알돈자를 어깨에 떠멘 호세를 선두로 마부들 퇴장한다)
(돈키호테와 산쵸 무대한 모퉁이에 나타난다)
[돈키호테] 산쵸 적들이 부럽지 않니?
[산쵸] 부럽다뇨?
[돈키호테] 들시네야 공주가 부상당한 적들을 보살펴 주는걸 상상해보라! 거룩한 목표와 용기를
가진다는 언제
[페이지] 다-016,, 0C0160
나 승리를 하는 법 내 평생토록 기사의 사명을 잊지 않으리라!
[음악(17)] 이룰수 없는 꿈
(추구 반복)
[돈키호테] 불가능한 꿈을 꾸고 이길수 없는 적과 싸우고 견딜수 없는 슬픔을 견디고 감히 갈수 없는
곳에 뛰어들며 (돈키호테 휘청거리다가 쓰러진다)
[산쵸] (놀래어) 나리---
(무대 어두워진다)
[페이지] 다-017,, 0C0170
제 2부
[장] 제 9장 미치광이와 사연
[음악(1)] ("감옥장면"의 연주가 조용히 되풀이되는 가운데 무대 밝아지면 다시 감옥이다. 죄수들
동작을 멈추고 일제히 귀를 기울이고 있다)
[세르반] 무슨 소리죠?
[대장] 취조실에서 심문할 사람을 소환하러 오는 소리겠지!
[세르반] 끌려가면 어떻게 돼죠?
[공작] 왜 떨리시요? 용기를 내시지! 당신의 상상속에 등장하는 인물처럼 말이야!
(겁을 먹고 뒷걸음질 치는 돈키호테)
[공작] 당신을 데리려 오는건지도 몰라! 세르반테스! 이건 라만차의 돈키호테가 아니라 당신이
부딧치고 있는 엄연한 현실이야!
(계단위에 문이 열리며 긴 장화를 신은 험악한 인상의 취조반원이 내려온다 눈을 이리 저리 굴리다가
세르반테스의 바로 옆에 바싹 다가와 마루문을 열고 죄수 하나를 끄집어 낸다
[페이지] 다-018,, 0C0180
취조반원 죄수를 끌고 층계위로 올라가 천정문이 닫히자 세르반테스 긴장이 풀린듯 주저앉아 버린다
연주 멎는다)
[대장] (죄수에게 손짓하자 가죽 술병을 세르반테스에게 갖다 준다)
[세르반테스] (떨리는 손으로 받아 마신다)
[대장] 기분이 좀 나아졌오?
[세르반] (힘없이) 고맙습니다.
[대장] 그럼 연극을 계속 해야지!
[세르반] 좀 쉬었다가 하면 안될까요?
[공작] 도대체 라만치란 어떤곳이죠?
[대장] 넓고 삭막한 황무지야!
[죄수] 아녜요 사막입니다
[대장] 네가 뭘 안다구 나서는 거야!
[공작] 미치광이나 살곳이로군 그래! 시인들이란 미치광이 들한테 대단한 매력을 느낀단 말씀야
[세르반] 미치광이와 시인--- 어떤 공통점이 있는지도 모르죠 둘다 인생의 즐거움만 골라서 사니까요
[공작] 그럴려면 차라리 인생과 아예 작별을 하시지 그래?
[세르반] 저는 오십 평생을 두고 인생을 관찰해 왔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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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통과 굶주림 인간과 인간사이의 잔인한 중상모략! 군대에 있을때 아프리카 사막에서 숨을 거두는
많은 전우들을 지켜보기도 했읍니다 그들은 죽어가면서 한결같이 왜? "무엇 때문에?"라고 질문을
던졌읍니다? 왜 죽어가야 하는가 묻는것이 아니라 왜 살았었는가를 물었읍니다!
(세르반테스 일어선다 말하는 동안 다시 돈키호테로 돌아간다)
[세르반] 인생이란 원래가 미쳐 사는것 지극히 정상적인 사람은 지극히 정상적이라는 데서 미친사람
취급을 당할 수도 있읍니다 그렇다고 꿈을 찾는 사람에게 미치광이라고 부를수도 없지 않읍니까?
쓰레기 속에서 보물을 찾으려는 자와 쓰레기니까 꼭 쓰레기 뿐이어야 한다고 우겨대는 자 중에 누가
정말 미친걸까요? 미친 사람중에 미친 사람은 세상을 있는대로만 볼쭐 알뿐 진짜 세상을 옳바로 볼줄
모르는 자가 아닐까요?
(조명이 바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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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 제 10장 무어인 남녀
[음악(17의1)] 라만차의 사나이
(나는 돈키호테)
[돈키호테] 나는 나 라만차의 영웅 돈키호테다
나야말로 정의의 기사
우렁찬 나팔소리 울리며
나는 용감히 나가
영광의 승리를 걷우리라
(산쵸 뒤늦게 말을 끌고 나타난다)
[산쵸] 알수 없군요! 아무에게나 몸을 내마끼는 창녀같은 여관집 하녀를 보구 공주 어쩌구 하시다가
그마저 불량배들한테 빼앗겨 태림을 받으시구 뭐가 그리 유쾌하시죠?
[돈키호테] 산쵸! 네 눈은 항상 악에 가리어 선을 분별하지 못하는구나! 기사들은 저마다 마음속으로
아릿다운 여인의 모습을 간직하고 있지만 그것이 꼭 실체 인물이어야 할 이유는 없다 내가 둘시내아를
고결하고 성스러운 공주님으로 모시고 생각하는 것이 무엇이 나쁘냐?
[산쵸] (우겨댄다) 허지만 제눈엔 틀림없이 있는 그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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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 보이는걸 어쩝니까? 보세요! 지금 제눈에 뭐이 보이는지 아세요? 미개한 무어인 남녀죠! 저것들은
엉큼하게 행패를 부릴때가 많아요 비켜서세요 나리!
[돈키호테] 네 눈엔 고작 그렇게 밖에 안보이느냐?
[음악(18)] 무어인 남녀의 춤 (무곡)
(이윽고 무어인 여자 야성적인 춤을 추며 나타난다. 사나이가 뒤따라 나타나 흥을 돋꾼다)
[무어인] 캄 알라 무위 글레키아 글레키아 수마카
[돈키호테] 오, 매혹적인 소녀여! 그대는 무엇을 원하는가?
[산쵸] 뻔하죠 뭐!
[돈키호테] 말을 삼가해라! 저들은 아프리카의 귀족씨리 벤 춤 베가의 오누이다 (무어여자
돈키호테의 손을 끌어다가 자기 앞가슴 위에 끌어다 댄다)
[산쵸] 수작에 너머가지 마십쇼 나리!
[무어여자] 캄알라 무위 글레키아 글레키아 수마카
(무어인 남녀 춤을 추면서 가슴을 치며 통곡한다)
[돈키호테] (심각한 얼굴로 다가) 내짐작이 맞았군!
[산쵸] 대관절 뭐라는 소리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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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키호테] 높으신 촘배께서 납치돼서 깊은 지하감옥에서 고역을 치루고 있기 때문에 가족들과
심복부하들이 속죄금을 장만하러 나섰단다
(무어여자 동전을 이마에 부치고 춤을 춘다)
[돈키호테] 아프리카 사람들은 동냥하는 방법도 매력적이구나!
[산쵸] 나리! 돈을 주지 마세요! 흉물떠는건지 알수 없잖아요?
[돈키호테] 기사의 위신이 떨어지도록 서둘지 말고 너 수전노여 수치를 느껴라!
(돈키호테가 무어여자가 내미는 황금 투구에 돈을 떨어뜨려주자 산쵸도 무색하여 동전 한잎을
떨어뜨려준다)
[돈키호테] 오 마음씨 착한 산쵸! 자 우리도 함께 춤을 춰보자!
[무어인] 알라신이여! 알라신이여! 알라신이여!---
(돈키호테와 산쵸 그들과 함께 춤을 춘다)
[무어인들] 알라신이여! 알라신이여!
(돈키호테와 산쵸 매우 흥겹다)
[무어인] 알라신이요!
(무어인 남녀 서로 쳐다보다가 날 쌔게 돈키호테의 말을 끌고 다라나려 한다)
[산쵸] 나리! 저것보십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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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리의 말을 나리의 말을---
[돈키호테] 이 경솔하고 무지한 자들이여! 그대들은 허리에 칼을 찬 기사중에서 가장 용맹스런
기사의 훌륭한 말에 손을 대고 있다! 공연한 짓을 하다가 목숨을 잃지 않으려거든 어서 말에서 손을
떼라!
(무어인 사내 말이 움직이지 않으려하자 산쵸를 방패삼아 돈키호테의 공격에 대비한다)
[돈키호테] 나의 둘시네야 공주시여! 이몸의 승리를 축원하여 주옵소서! (기도를 마치고 칼을
뽑아든다)
[산쵸] (질겁을 하여) 나리! 저를 찌르진 마십쇼! 제가 보이시죠?
(돈키호테 공격하려 하나 산쵸 때문에 돌격할 수가 없다)
[돈키호테] 천하고 더러운자여! 정정당당히 덤벼라!
(돈키호테가 다시 칼을 치켜들 때 무어인여자가 황금투구로 돈키호테의 머리를 내려친다 그러자
무어인 사내 산쵸의 머리를 내려친다 돈키호테와 산쵸 정신을 잃고 쓰러진다 음악 멎고--- 무어인 남녀
돈키호테와 산쵸의 돈지갑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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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지품 일체를 훔쳐 가지고 두필의 말을 끌고 달아난다. 조명이 어두워 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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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 제 2장 거울의 기사
(조명이 여관마당을 비춘다)
[음악] (18의 a)기사임명 (연주)
(여관주인이 콧노래를 부르며 나온다. 그때, 문쪽에서 째지는듯한 나팔소리--- 연주 멎는다)
[마리아] (소리치며 뛰어나온다) 문을 열어주지 말아요. 못들어 오게해요.
[여관주인] 푸줏간에서 온 사람일거야. 어제가 올 날이었잖아?
[마리아] 아녜요, 문을 열지 말아요.
(여관주인, 문을 열자 꼴이 말이 아닌 돈키호테와 산쵸가 서로 기댄채 비슬비슬 들어선다. 마리아
꽥---소리치며 달아난다)
[여관주인] 아니? 또 오셨소? (길을 막아서며) 오늘은 문을 안 여는 날입니다. 휴업이예요.
[돈키호테] (힘없이 그러나 단호하게) 무슨 말씀, 성주님께서 봉하신 기사에게---
[여관주인] 죄송하지만 양해 하십시요.
[돈키호테] 기사도에 그런법은 없읍니다.
(여관주인 길게 한숨을 내쉬며 항복하고야
[페이지] 라-002,, 0D0020
만다. 두사람 맨발로 비슬거리며 안으로 들어선다)
[여관주인] 어쩌다 이렇게 되셨읍니까?
[산쵸] 미개한 무어인에게 당했죠. 깡그리 다 빼앗겨 버렸어요.
[돈키호테] 그만둬라 산쵸--- 당했지만 이라만차의 돈키호테는 결코 굴복하지 않을 겁니다. 설령
천번을 당한다 할지라도 정의를 위해 악과 싸울 것입니다. 이것은 저의 신념인 동시에 기사로서의
사명이기도 하니까요.
(이때 알돈자가 나타난다. 찢어진 옷에 상처 투성이다.)
[알돈자] (쓰라린듯) 거짓말, 미친소리, 모두 거짓말이예요.
[여관주인] (놀래어) 아니? 이게 웬일야? 알돈자
[안돈자] 저 사람들한테 물어보세요.
[여관주인] (소리치며 들어간다) 마리아, 마리아---
[돈키호테] 누가 감히 우리 공주님의 몸에 이런 끔찍한 짓을---
[알돈자] 끔찍하다구요? 이 세상에서 제일 끔찍한 일은 사람이 태어난다는 일예요. 세상에 태어난
죄로 평생 천벌을 받고 사니까 말예요.
[돈키호테] 둘시네아 고귀한 공주시여
[음악] (19)알돈자
[알돈자] (자학하듯) 난 공주가 아예요. 지겨운 소린 집어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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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래)
난 시궁창에서 태어난 여자
아무렇게나 내 팽게쳐진 거예요.
헐벗고 춥고 배고파서
울지도 못했죠.
엄마를 원망하진 않았어요.
고통없이 죽지 못하는건 내 죄니까
물론 내겐 아빠가 있었죠
많은 여인들 아빠의 주위를 맴돌며 따랐대요.
아빤 여기 잠간 머문 군대의 장교
어느편 군대인진 몰라요.
그래 난 팽겨쳐진대로 살아온거죠.
세상에서 가장 값싼 여자로 마구 팔리면서
(대가) 난 고귀한 공주란걸 아셨나요?
(다시 노래)
고귀한 여잔 맑고 우아한 기품이 있어야 한다죠.
나 외는 인연이 먼 여자다움이 말예요.
마구간에 버려진 지푸라기가 어떻게 그런걸 생각
이나 할수 있담
제발 날 좀 봐요, 보고도 모르세요?
땀 냄새에 찌든 이 천한 꼴을 쓰레기속에서
태어나 거기서 죽어 죽어간 사내들이 희롱하다
버린 천한 여자들----
[페이지] 라-004,, 0D0040
[돈키호테] (대사) 둘시내아---
[알돈자] 눈거풀을 벗기고 똑똑히 보라구요.
내게 하늘을 보여 준다해도 땅위를 길줄 밖에
모르는 내게 하늘이 무슨 소용이람
난 못살게 구는 못된 사람중에서 도
당신이야말로 가장 잔인한 사람
당신의 어리석은 인정이 나의 분노를 뺏고
슬프게 만드는걸 어째서 몰라요?
천대와 구박은 참을수 있지만 인정은
참을수 없어 제발 이젠 고귀한 둘시내아
어쩌구 괴롭히지 말아줘요.
난 천하고 보잘것 없는 여자 알돈자란 말예요.
[돈키호테] (대사) 그대가 뭐라해도 그대는 나의 영원한 둘시네아요.
[알돈자] 집어쳐요, 제발--- (악을 쓰듯 소리치며 쓰러진다 돈키호테 측은한듯 다가온다)
[음악] (20) 거울의 기사
(등장음악)
(돌연한 호전적 음악소리에 산쵸 돈키호테 옆으로 다가가 붙어선다. 이윽고 대문이 활짝 열리며 키가
무지무지 하게 큰 기사가 환상적인 갑옷을 입고 나타난다. 그 뒤에 정복을 차려입은 시종들이
[페이지] 라-005,, 0D0050
따른다. 쇠사슬로 엮어 만든 방패가 거울의 기사 갑옷 위에 걸렸다. 거기엔 조그만 거울이 붙어있어
분부시게 번쩍인다. 머리엔 가면같은 투구를 썼기 때문에 두 눈만이 보인다. 투구 꼭대기엔 눈부신 긴
깃이 꽂혀있어 큰 귀가 더 크게 보인다. 손에는 칼집없이 번쩍이는 큰 칼이 들었다 행열이 멎자
등장음악 멎는다)
[거울의] 라만차의 돈키호테여, 이 자리에 있다면 용감히 나서라
[돈키호테] (위압당한 듯 서 있다가 떨리는 목소리로) 나는 라만차의 영웅 돈키호테, 그대는 누군가?
[거울의] (굵은 목소리가 금속 투구에 울린다) 그대는 들어라. 그대 돈키호테는 기사의 흉내를
일삼는 어릿광대, 감히 내 땅을 더렵혔다.
[돈키호테] (화가나서 부들부들 떨며) 이 예법을 모르는 엉터리 기사야. 어서 네 이름을 밝혀라.
[거울의] 때가 되면 알게 되리라
[돈키호테] 뭐라구?
[거울의] 그대는 나에게 욕설 퍼붓고 협박을 해왔다. 그대는 그대가 범한 죄를 알것이다
[페이지] 라-006,, 0D0060
[돈키호테] 에잇 이 못된 마술쟁이, 자 결투다
(왼쪽 장갑을 홱 벗어던지며 칼을 뽑아 든다)
[산쵸] 안됩니다. 나리 (달려가 장갑을 집으려한다. 거울의 기사가 재빨리 칼로 찍는다)
[음악] (21) 결투
(거울의 기사)
[거울의] 결투의 조건은?
[돈키호테] 마음대로 정하시요.
[거울의] 좋소, 만일 그대가 패배하면 무조건 내 명령에 복종할 것을 맹세하시요. 그대의 조건은?
[돈키호테] 다행이 목숨이 붙어있게 된다면 무릎을 꿇고 둘시네아 공주님의 자비를 청하라.
[거울의] 대체 그대의 공주란 어데 있는가?
[돈키호테] 저기서 계시는 분이시다
(거울의 무사, 알돈자의 상처 투성이 얼굴과 찢어진 옷차림을 비웃는 잔인한 웃음)
[거울의] 그대의 공주는 사나운 승냥이 같군.
[돈키호테] (더 화를 참지 못하고) 짐승같은 자여--- 내 칼을 받아라
[거울의] (뒤로 물러 서며) 나는 거울의 기사.
[페이지] 라-007,, 0D0070
그대의 만용에 본때를 보여주리라.
(거울의 기사 방패를 휘두르기 시작한다. 방패에 박힌 거울에 눈이부셔 돈키호테 당황한다. 시종들도
비슷한 방패를 휘둘러 돈키호테를 혼란에 빠뜨린다)
[거울의] 돈키호테, 눈을 크게뜨고 거울속을 보라. 무엇이 보이는가? 이 늙은 바보야, 그대의 늙고
보잘것 없는 몰골이 보이지 않는가?
(돈키호테 거울에 거울에 비친 여러개의 자기모습을 보지 않으려고 피하나 또 다른자들이 계속
방패를 들이댄다)
[거울의] 돈키호테여, 진실의 거울을 보고 이 세상의 현실을 보라, 보라, 보라, 어릿광대 돈키호테
(돈키호테 얼굴을 돌리며 계속 피한다. 거울의 기사 시종들로 하여금 계속 거울로 공격케 한다)
[거울의] 그대의 공주는 값싸고 천한 계집, 그대는 악몽을 꾸고 있다
[돈키호테] 나는 돈키호테 라만차의 영웅, 나의 공주는 둘시네아. 나는 돈키호테 공주는 둘시네아
[거울의] 보라, 돈키호테. 그대는 참모습을 보라. 이제 연극
[페이지] 라-008,, 0D0080
은 끝났다
(돈키호테 무참히 참패를 당해 통곡하며 쓰러진다. 연주 멎는다)
[거울의] (투구를 벗으며) 자 됐읍니다. (카라스코다)
[산쵸] 맙소사. 산소 카라스코 학사님.
[카라스코] 세놀끼아나 용서 하십시요. 다른 도리가 없읍니다
(쭈구려 울고있는 돈키호테--- 조명, 어두워지며 알돈자 다가와 측은한 듯 바라본다. 음악이 감방
장면을 되살리며 장면이 바뀐다)
[장] 제 12장 라만차의 사나이
(감방이다. 층계위의 문이 열리며 대위가 나타난다)
[대위] 세르반테스 소환이다
[세르반] 소환?
[대장] 벌써 취조를 받게되나?
[대위] 빨리 준비하라구. (층계 중간에서 다시 위로 몸을 돌이켜 사라진다)
[대장] 하필 이런 때 소환을 하다니? 괜찮아. 자, 이야기를 계속하라구.
[페이지] 라-009,, 0D0090
[세르반] 얘긴 그걸로 끝입니다
[대장] 뭐? 그걸로 끝이나?
[세르반] 네.
[대장] 끝대목이 싱겁군. 배심원들도 그렇게 끝이난다면 찬성하지 않을걸
(죄수들, 소리를 지르며 마음에 들지않는 다는듯 저마다 소리친다)
[공작] 결국 그렇다면 연극은 실패라구 아니할수 없지
[세르반] 좋습니다. 정 그러시다면 취조관이 다시 재촉하기 전에 끝을 이런식으로 해 보겠읍니다
[음악] (22) 나는 그만을 생각해
(연주)
(세르반테스 죄수들을 손짓하여 그들에게 커다란 천을 펼치게 한다. 이윽고 침대와 차양이
만들어지고 돈키호테 침대 위에 누워있다. 침대 둘레가 밝아지며 연주 멎는다. 돈키호테 눈을 뜨고
있지만 움푹 패이고 동자가 흐리다)
[안또니아] (낮은 음성으로 카라스코에게) 무슨 방법이 없을까요?
[페이지] 라-010,, 0D0100
[페로신부] (애처러운 듯) 이젠 의사가 할일보다 내가 할일만 남은것 같군요. (돈키호테의 눈앞에
손을 흔들어 보인다. 반응이 없다) 꿈을 꾸고 계신가요? 아직도 어느곳을 방황하고 계신가요?
(카라스코 입맛이쓴듯 페로신부의 말을 묵묵히 듣고 서있는데 산쵸가 모자를 들고 초조한 얼굴로
들어선다)
[안또니아] 아니 어째 또 왔죠?
[카라스코] 내보내요
[페로신부] (지친듯) 내버려 둬요. 산쵸야 무슨 죄가 있겠읍니까?
[산쵸] 얘기 좀 해도 괜찮을까요?
[카라스코] 아예 기사얘긴 끄집어 내지도 말게
[페로신부] 말해도 못알아 들으실거야
[산쵸] 알겠읍니다. 목 매달아 죽은집에서 밧줄 얘기를 할까봐요.
[안또니아] 흥
[음악] (23) 짤막 잡담
[산쵸] 그저 몇마디 나리를 위로해 드리고 싶어서죠.
(노래)
몇마디 얘기 짤막한 잡담.
[페이지] 라-011,, 0D0110
시시껄렁한 그런 얘기죠.
제가 겪은 얘기예요.
나리께서 알아듣지 못하신다면
슬퍼 해줄 수도 없는 일
집에 들어가자마자 마누라는
나를 때려눕혔죠.
죽는 시늉을 했지만 뭐 별로
마누라 하는 소리라는데
내가 없어 때려눕히는 법이 서툴러 졌다나요
(대사) 나리, 저도 물론 반격을 했지만 마누라 등치를 당할 재간이 있어야죠. 호박으로 바위덩이를
치는 격으로 온통 깨진건 제 쪽이었죠.
(페로 신부가 산쵸에게 윙크를 한다)
[산쵸] 몇마디 얘기 짤막한 잡담 그렇구 그런 껄렁한 얘기 아무도 듣지 않으면 그것도 좋습죠.
신경을 쓸 필요가 없으니까요. 아, 풍차와 싸우는것도 지난일 이젠 싱겁고 시시해서 재미가 없어요
잠자리에 들면 괴물이 혀를 날름거리며 나를
[페이지] 라-012,, 0D0120
부르죠. "산쵸야 나하고 놀자"
[카라스코] 그만 그만 그런 얘긴 하지말라고 그랬잖나?
[산쵸] 제가 무슨 얘길 했는뎁쇼. 전 그저---
[돈키호테] (어렴 풋이 들리는듯) 산쵸 여전하구나 넌?
[산쵸] 네, 나리
[안토니아] (다가가며) 아저씨
[돈키호테] 안또니아 (눈을 다른 사람에게 돌이키며) 신부님 안녕히 주무셨읍니까? 지금이
아침인가요? 저녁인가요?
[페로신부] 안론조
[카라스코] 좀 어떻습니까?
[돈키호테] 불편하오
[카라스코] 이름을 말할수 있으시겠읍니까?
[돈키호테] 왜 아플땐 이름도 댈 수 없어야 합니까?
[카라스코] 말씀해 주시겠읍니까?
[돈키호테] (당황해서) 알론조끼하나
(카라스코 여러사람에게 승리의 눈길을 보낸다)
[돈키호테] 신부님
[페로신부] 여기 가까이 있읍니다
[페이지] 라-013,, 0D0130
[돈키호테] 유언을 해야겠오
[페로신부] 네. (기록할 것을 가질러간다)
[안또니아] (돈키호테가 눈을 감고 침묵을 지키자 걱정이 되어) 아저씨
[돈키호테] (힘없이) 용서해라 눈을 감으니 창백한 말이 손짓 하는구나 어서 올라타라고
[안또니아] 아녜요. 아저씬 회복될 거예요.
[돈키호테] (미소지으며) 죽엄 앞에 있는사람이 회복 된다구? (약간 손짓하며) 가까이들 오시오
(모두들 다가선다) 병중에 난 이상한 꿈을 꾸었어 아주 이상하고 행복한 꿈. 꿈속에서 나는 (그러다가)
아니 --- 얘기하면 또 나를 미쳤다구 하겠지?
[안또니아] 모두 잊어 버리세요.
[페로신부] (적을 것을 준비해서 가지고 나타난다) 알론조 유언을 하십시요. 준비가 되었읍니다.
[돈키호테] 나 알론조 끼하나는 이미 한발을 죽엄의 고뇌속에 들여 놓은체---
(페로신부, 열심히 받아 쓴다. 누군가 밖에서 사납게 문을 두들기는 소리)
[안또니아] (가정부에게) 아무도 들이지 말아요.
[돈키호테] 다음과 같이 재산을 분배하노라. 사랑하는 조카딸 안또니아끼하나---
[페이지] 라-014,, 0D014
(무대 밖에서 요란하게 다투는 소리)
[돈키호테] 다음 사람에게 상속할---
(가정부가 알돈자에게 떠밀려 들어온다)
[가정부] 들어오면 안된다니까
[알돈자] 비켜 나라구요.
[안또니아] 이게 무슨 꼴예요.
[카라스코] 아니 저 천한 여관집---
[가정부] 글쎄 막 우격다짐 이라니까요.
[알돈자] 눈알을 뽑아 버릴테야
[카라스코] (알돈자에게 다가가며) 썩 나가시오
[알돈자] 내 몸에 손만 대봐요.
[카라스코] 나가요
[알돈자] 그 분을 만나게 해줘요.
[카라스코] 조용히 물러가지 못 하겠오?
[돈키호테] (힘은 없으나 명령조로) 내버려 두라
[카라스코] 쎄늘 끼하나---
[돈키호테] 집에 온 손님을 내쫓다니?
[카라스코] (마지 못해 비켜선다)
[돈키호테] 이리 오십시오 (다가오는 알돈자에게) 어떻게 오셨죠?
[음악] (24) 알돈자 (연주)
(조용히 연주 시작된다)
[페이지] 라-015,, 0D0150
[알돈자] (믿을수 없다는 듯이) 저를 모르세요?
[돈키호테] (당황해서) 나를 아십니까?
[알돈자] 알돈자예요. 알돈자
[돈키호테] 미안하오 기억에 없구려
[알돈자] (주위를 사납게 둘러보다가 산쵸를 발견하고) 오, 저 분은 절 알아요.
(산쵸, 말을 하려다가 카라스코의 맹렬한 제지에 입을 다물고 만다)
[알돈자] (슬픈 목소리로) 기사님은 저의 주인이세요
[돈키호테] 기사? 내가 당신의 주인이라구요?
[알돈자] 오, 돈키호테 용맹스런 기사여.
(모두들 알돈자를 경계하는데 돈키호테 반응이 없다)
[돈키호테] 돈키호테? (이마를 만지며 괴로워한다) 용서하구려 난 그 동안 병석에 있어서 당신을
만난지는 모르지만 도무지 생각이 떠오르지 않는구려
(알돈자, 기가막힌듯 멍청해진다. 카라스코 알돈자의 팔목을 잡는다)
[카라스코] 이쪽으로---
(알돈자 순순히 끌려나가는듯 하다가 벼란간 뿌리치고 되돌아가 침대옆에 무릎을 꿇는다
[페이지] 라-016,, 0D0160
음악이 다음 연주로 이어진다)
[음악] (25) 돌시내아
[알돈자] 제발 생각해내 보세요.
[돈키호테] (도울수 없음이 딱한듯) 그게 그렇게 중요한 문젠가요?
[알돈자] 중요하구 말구요. 당신으로해서 제 모든 것이 달라 졌으니까요.
[돈키호테] 나로 해서 말이요?
[알돈자] 그래요. 당신은 또 저를 바라보며 이렇게 말씀하셨어요.
(노래한다)
둘시네아, 둘시네아
나를 보고 둘시네아라고 부르셨어요.
그 이름을 부르면 천국이 다가오네
둘시네아 둘시네아
둘시네아 둘시네아
그 꿈을 다시한번--- 둘시네아
내게 한번 더 그 맑고 빛나는 영광을---
아 둘시네아, 둘시네아
[카라스코] 안되겠는데요.
[돈키호테] 내버려 둬, (부시시 일어나) 그럼 그게 꿈이 아니고 생시였든가?
[페이지] 라-017,, 0D0170
[음악] (26) 이룰수 없는 꿈---
(연주 바뀌며)
[알돈자] 그리고 당연한 꿈과 기사의 사명에 대해서도 말씀을 해주셨어요
[돈키호테] 꿈? 기사의 사명---?
[알돈자] 싸움에서 이기고 지는것이 문제가 아니라 중요한것 당신이 찾고 바라는 꿈이라고 하셨어요.
[돈키호테] 그말을 내가 한 말을 들려주시요
[알돈자] 꿈, 이룰수 없는 꿈을 꾸고 이건 당신말 그대로예요. 이길수 없는 적을 물리치고 생각 안
나세요? 견딜수 없는 슬픔을 견디고 생각나실거예요? 누구도 감히 뛰어들수 없는 곳에 뛰어들고---
[돈키호테] (생각해 낸다, 노래로) 고칠수 없는 악을 바로잡고
[알돈자] (속삭인다) 맞았어요
[돈키호테] 맑고 순결한 사랑을 가르치고
[알돈자] 그래요
[돈키호테] 지치고 힘들어도 계속 노력하여 닿을수 없는 별나라에 이르네
[알돈자] (그의 손을 잡고 키스한다) 고마워요, 기사님
[돈키호테] 그렇지만 나의 고귀한 당신이 내 앞에 무릎을 꿇으시다니? 안될 말이오
[알돈자] 기사님은 병환중이세요.
[페이지] 라-018,, 0D0180
[돈키호테] 허지만 기사에게 육신의 병따윈 문제가 되지 않읍니다. 설령 천번을 쓰러진다 해도
만번을 일어서는게 기사죠. 산쵸, 어디 있느냐?
[산쵸] 여기 있읍니다 나리
[돈키호테] (상반신을 일으키며) 내 갑옷과 창을 가지고 오너라
[산초] (신나는 듯 손뼉을 치며) 또 모험을 떠나시는 겁니까?
[돈키호테] 모험? 이번에는 찬란한 영광을 찾아 떠나는거다.
[음악] (27) 라만차의 사나이
(나는 돈키호테)
[돈키호테] 아 영광의 나팔소리
나를 부른다.
아 나팔소리 날 부른다
나 다시 떠나리라
고귀한 공주님과
나의 충실한 심복과 함께
나는 나 라만차의 영주
돈키호테---
[알산] (그를 양쪽에서 부축하고 서서) 돈키호테---
[돈키호테] 알돈자, 산쵸
운명이 손짓하는 곳으로
[페이지] 라-019,, 0D0190
[돈키호테] 나는
[알 산] 우리는
[돈키호테] 알돈자 산쵸
운명의 거센 바람을 따라
[돈키호테] 나는
[알 산] 우리는
[돈키호테] 알돈자 산쵸
앞으로 아 어디로 든지---
[알돈자] (감격하여) 기사님
[산쵸] 나리
[돈키호테] (확신을 주며 계속 노래한다)
어디로든 운명이 손짓하는곳
영광을 찾아 떠나리라
(비슬거리며 갑자기 신음처럼) 나는 간다
(쓰러지는 돈키호테)
[알돈자] 기사님
[안또니아] 아저씨
(카라스코 알돈자를 밀치고 돈키호테의 옆에 몸을 꾸부려 돈키호테의 가슴에 귀를 대본다. 카라스코
몸을 일으켜 안또니아에게 간다. 안또니아 조용히 흐느끼기 시작한다)
[음악] (28) 영결 찬송
[페이지] 라-020,, 0D0200
[페로신부] (무릎을 꿇고 라틴어로 노래한다)
두 프로판디스 크라모아페
도미니 도미니
오디 보껨메암
[산쵸] (다가서는 알돈자를 향해) 우리 나리께선 숨을 거두셨어요.
[알돈자] 무척 좋으신 분 같았는데 난 그분을 잘 몰랐어요
[산쵸] 그렇지만
[알돈자] 허지만 돈키호테는 결코 죽지 않았어요. 그렇지요? 산쵸---
[산쵸] 알돈자---
[알돈자] 내 이름은 둘시네아 예요.
[페로신부] 피안뜨아오레스 뚜아에 인텐타어
아드바껨 옵세 크리아띠 오니스 메아엑씨
델릭따름 메모리암
세르바 네리스
(페르신부의 찬송이 끝나면 무대 어두워 진다)
[장] 제 13장 이룰수 없는 꿈
[페이지] 라-021,, 0D0210
(감방이다. 세프반테스 돈키호테의 수염을 떼고 분장을 지우는데 층계 꼭대기의 문이 다시 열리며
대위가 취조관들과 함께 내려온다)
[대위] 세르반테스
(세르반테스 무릎을 꿇는다)
[대위] (두루마리를 펼치며) 거룩한 종교재판소의 이름으로 (읽는다) 신성한 수도원에 오명을
끼친자를 소원하노라. 돈마구엘테 세르반테스---
[세르반테스] (대장 쪽을 향해 허세를 펴듯) 어떻습니까? 연극은? 변호를 마치자마자 또 다른 재판을
받게 되는군요. 재판장님, 이제 판결을 내리셔도 좋습니다.
[대장] (원고뭉치를 넘겨주며) 이제 이것이 뭔지를 알았오. 용감한 기사의 행적을 기록한거죠.
(세르반테스 고개를 끄덕인다)
[대장] 다음 법정에 가서도 여기서 처럼 자기변호를 하시요 아무도 당신을 신문하지 못할테니까---
[세르반테스] 격려의 말씀 고맙습니다. (겁에 질려 트렁크를 챙기는 하인에게) 친구여, 떠나세. 힘을
내라구--- 여러분께 신의 가호가 있으시기를
[페이지] 라-022,, 0D0220
(세르반테스 하인과 함께 층계위로 올라간다)
[대장] 세르반테스 돈키호테란 당신의 형님이 아니오?
[세르반테스] (말을 멈추고 웃으면서) 우린 모두 기라만의 영웅이죠.
(대위와 취조관들 서로 쳐다본다. 이윽고 계단위로 천천히 올라간다. 전처럼 죄수들만 남는다)
[음악] (29) 휘나레
[여죄수] (알돈자 역의) 이룰수 없는 꿈을 쫓고 이길수 없는 적과 싸우고
[남죄수1] (신부역의) 도 함께 견딜수 없는 슬픔을 참고
[남죄수2] (안젤로 역의) 도 함께 누구도 감히 곳가는곳에 뛰어들고
[여관주인] (마리아 페르미나 역의 죄수들도 함께) 누구도 감히 못가는 곳에 뛰어들고 (가정부의
역의 여죄수도 함께) 목표는 멀고도 멀지라도 (마부역의 죄수들도 모두 함께) 험한길 괴롭지만 닿지
않는 별을 잡으려고 너무도 먼곳임을 알면서도 기여코 그 별을 잡기 위해
[페이지] 라-023,, 0D0230
우리네 한평생 하늘을 향해 살아가는것---
(죄수들의 합창이 메아리 치는데 서서히 막이 내린다)
-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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