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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라면 블랙, 맛 괜찮지만 너무 비싸!

사/ㅣ 2011. 6. 2. 20:28 Posted by 로드365


경제전문가·영양학자·요리사·라면애호가, 맛·영양·값 따져봤더니

1963년 라면이 세상에 나왔을 때 가격은 10원이었다. 50여년 지난 지금 100배가 훌쩍 넘는 1000원대의 ‘신라면 블랙’이 출시됐다. 1봉지에 1320원(대형마트 기준)인 신라면 블랙은 출시 한달 만에 출고가 기준 94억원의 매출을 기록했다. 〈esc〉는 경제전문가, 요리사, 라면애호가와 함께 신라면 블랙의 맛, 영양, 가격을 꼼꼼하게 따져보기로 했다. 대담자로 이원재 한겨레경제연구소장, 장소영 궁중음식 연구가(식품영양학 박사), 서양요리 전문가 션 김, 매주 3회 이상 라면을 먹어온 자취 경력 5년의 대학생 박형진(성균관대 3학년)씨가 참여했다.

기자 : 맛부터 보죠. 신라면과 얼마나 다른가요?

장소영(이하 장): 신라면보다 덜 빨갛고 면은 더 쫄깃하네요.

이원재(이하 이): 독특해요. 면이 차진 느낌이 들어요.

박형진(이하 박): 매운맛은 훨씬 덜하고요. 고명이 눈에 띄어요.

기자:쇠고기·표고버섯·마늘편이네요. 크기도 다른 라면보다 큰데요.

션 김(이하 션): 고기 질감이 괜찮은데요. 안성탕면에 치즈를 넣은 것 같은 느낌도 있고요. 약한 매운맛은 맑은 육개장 같네요. 신김치와 잘 어울리고 단무지는 안 맞아요. 면은 신라면보다 좋고.


기자국물도 부드럽습니다. 신김치는 느끼해서 어울리는 거 아닐까요.
장: 부드러워요. 우골성분 때문이겠죠.

박: 신라면에 사리곰탕면을 섞은 맛이에요. 고명은 훌륭해요.

이: 맛은 가격 대비로 봐야죠. 저는 너무 비싸다고 생각해요.

기자 :상품은 어떤 단계에서 2~3배가 오르기도 하잖아요.

이:라면값은 계속 올랐어요. 60년대 10원짜리 삼양라면이 나왔죠. 80년대 초 100원 되는 데 20년 걸렸어요. 한국물가협회 집계로 최근 라면 평균가격은 563원이거든요. 전체 라면가격이 오르는 것이라고 생각할 수 있습니다. 90년대 초까지 10년간 라면 가격은 100원대였습니다. 94년에 고급라면이 나와요. 당시 출시된 라면의 광고에는 ‘녹황색채소스프와 에스오디 원료가 들어간 고급화’란 문구가 있었죠. 그러면서 300원으로 올랐어요. 기업들은 가격을 올릴 때 일단 가장 잘 팔리는 제품의 가격을 올리거든요. 가격저항이 세고 정부 감시도 심할 때 흔히 쓰는 방법이 ‘이게 최고급 제품이다’라고 얘기하는 겁니다. 많이 팔리는 것보다 비싸게 해서 마진을 높이는 게 더 중요한 거죠. 농심은 상당히 독점력이 있죠?

기자: 시장에서 70%를 차지하고 있죠. 나머지는 삼양식품·오뚜기·야쿠르트고요.

이: 70% 점유율이면 막 올릴 수 있어요.

시장 독차지한 농심이라 가격 올리기 가능

기자: 가격 생각 안 하는 미식가들도 있잖아요?

션: 면은 좋아요. 어떤 라면은 밀가루 냄새 나기도 하거든요. 그래도 무파마나 안성탕면보다 낫다고 보긴 어려운데요.

장: 조금 더 쫄깃하고 식감이 있지만 선택에 영향을 미칠 만큼은 아닌 듯합니다.

박: 면도 기대심리 때문에 쫄깃하다고 느끼는 것 같은데요. 먹는 중에 면이 불어서 다른 라면과 큰 차이를 못 느끼겠어요.

장소영(이하 장): 라면 맛은 기호 차이 아닐까요. 칼칼한 거 좋아하면 신라면이 좋은 거고. 면은 시간 조절이 더 중요한 것 같은데요.

기자:블랙의 광고 문구는 ‘건강을 위하여’인데?

장: 홈페이지에 ‘완벽한 영양 밸런스는 60:27:13’(탄수화물:지방:단백질)인데 블랙은 ‘62:28:10으로 완전식품에 가까운’이라고 적혀 있었습니다. 영양학자들이 말하는 바른 영양균형은 65:20:15입니다. 우골 때문에 칼슘과 단백질 함량이 신라면보다 조금 올라갔어요. 건강에 큰 도움은 안 됩니다. 칼슘은 우유 한잔 마시는 게 더 낫죠. 가장 큰 문제는 나트륨이에요. 다른 라면과 다르지 않아요.

기자: 고명(고기·버섯·마늘)은 어떤가요?

장: 동결건조 방식으로 만드는데 비용이 많이 든대요. 마늘편이 마치 통마늘처럼 보이더라구요. 고기도 다른 라면은 콩단백인데 블랙은 진짜 고기예요. 우골수프도 뜯어 넣으면서 ‘어, 이거 진짜 설렁탕 같은 게 들어가네’ 생각하게 되죠. 영양적으로는 그다지 훌륭하지 않은데 눈에 보이는 것들이 크죠.

박: 라면 수프가 많으면 왠지 좋아 보여요. 하지만 건더기는 라면 맛을 결정짓는 요소는 아니죠. 저는 라면 끓일 때 콩나물을 많이 넣어요. 넣고 안 넣고의 차이가 크죠. 하지만 이 고명들은 별 차이가 없을 것 같아요.

션:우골은 국내산인가요?

기자: 호주산이 대부분, 국내산이 소량이라고 해요.

이: 맛이나 영양 말고 다른 만족을 주는 것 같아요. 과시적 소비라고 하는데, 명품이 좋은 예죠. 라면은 범용제품이기 때문에 과시적 소비가 없기 마련인데 가격을 올리려고 창출할 수도 있겠죠.

션:검은색에 고급 이미지가 있긴 해요.

이: 구치 가방 만드는 데 디자인을 완전히 새롭게 하진 않거든요. 상표 붙이고 살짝 다른 면이 있는 거죠. 그런 걸 신라면 블랙이 준 거예요.

박: 이야깃거리가 되니깐 트위터에 관련 글이 많이 올라와요. ‘먹어봤다’ 말하는 친구들이 많아요.

기자: 라면은 자취생이 가장 사랑하는 음식이잖아요.

박: 제가 라면 고르는 기준은 가격입니다. 라면 맛은 거기서 거기잖아요. 신라면 블랙은 가격이 부담스럽고요, 구매할 생각은 안 들어요.

쫄깃하고 부드럽지만 영양가는 ‘글쎄’

이: 과시적 소비라고 해서 꼭 나쁜 건 아닙니다. 친환경 소비도 과시적 소비죠. 내 몸에도 좋고, 환경에도 나쁜 영향을 안 미치고, 사회적 책임에 충실한 제품을 사면서 자랑하는 거죠. 하지만 신라면 블랙은 전체 라면값을 상승시켜 기업의 이익을 늘리는 데 기여하죠.

기자:풀무원에서 1000원대 라면이 나왔는데 이슈화가 안 된 적이 있죠.

이: 마켓파워예요. 풀무원은 마켓을 좌우하는 기업이 아닙니다. 농심에서 하면 시장은 움직일 거예요.

기자: 유통업체들과 기업들의 관계는 어떨까요? 대형마트에 보기 좋은 자리를 차지하고 있던데.

이:농심의 시장점유율이 70%라는 건, 언뜻 보면 소비자 70%가 농심을 선택했다고 오해하기 쉬운데 유통채널의 70%가 농심을 선택했다고 봐야 합니다. 유통업체 입장에서는 진열대를 많이 차지하는 독점기업의 고가 신제품이 나오면 더 좋죠. 제조업체 마진이 클수록 유통업체도 좋아요.

기자:총평 한마디씩 해주시죠.

이: 국민경제를 생각할 때 신라면 블랙은 990원을 넘으면 안 된다, 1000원이 넘어가는 순간 과시적 소비를 하는 경향이 생길 거 같은데, 그건 좀 안 했으면 좋겠다, 그 에너지는 공정무역 커피나 친환경 제품을 구매하는 쪽으로 갔으면 하겠다, 이 정돕니다.

션:신라면보다 면은 좋고, 고명이 훌륭해요. 하지만 내 입맛에는 무파마와 안성탕면이 더 좋습니다. 무파마에 사리곰탕면을 섞은 느낌이고요.

장: 우골보양식이라는 심리적 위안은 있지만 영양학적으로 훌륭하다긴 어렵죠.

박: 자취생이 1700원(편의점 가격)으로 보양식을 먹게 하는 엄청난 발명품입니다. 학교 앞 분식점에 된장찌개 6000원, 구제역 파동 이후 제육볶음의 가격은 ‘시가’였어요. 이런 세상에!
 
정리·사진 박미향 기자 mh@hani.co.kr


농심 “설비투자 280억원, 라면값에 반영”

1000원대 신라면 블랙은 여러모로 논란중이다. < esc >는 전문가 대담 이후 이정근 농심 마케팅팀 상무를 만나 신라면 블랙에 대해 캐물었다.

기자: 신라면 블랙을 개발하게 된 의도는?

이정근(이하 이): 건강을 걱정하는 소비자들의 요구에 맞는 라면을 만들자, 라면의 패러다임을 바꿔보자, 이런 게 의도였다.

기자: 홈페이지에 실린 신라면 블랙의 영양밸런스가 틀렸다는 말이 있다.

이: 영양학자마다 기준이 다르다. 일본 닛신식품중앙연구소의 기준이다.

기자: 칼슘 함량은 늘었지만 영양학적으로 좋아진 것은 없다는데?

이: 칼슘은 한 끼에 흡수할 수 있는 양이 정해져 있다. 전체 영양 균형이 중요하다. 우골은 칼슘만 고려해 넣은 게 아니다.

기자: 면 개발은? 신라면보다는 쫄깃하다는데? 그리고 수프는?

이: 탄성이 좋은 고급 소맥분을 사용했다. 수프는 공정이 다르다. 저온농축 과정이다. 고명을 만든 동결건조 방식을 포함해 설비 투자 비용으로 280억여원 들었다.

기자: 나트륨 함량은 다른 라면과 같다는데?

이: 염분 맛을 내는 대체품을 찾을 수 없다. 김치찌개도 나트륨 많다.

기자: 1위 기업이 1위 판매 제품의 값을 올려 전체 라면 가격을 상승시킨다는 비판이 있다.

이: 원가보다 마진을 많이 올리면 소비자단체나 정부가 가만히 있지 않는다. 신라면의 마진보다 크지 않다. 판매가는 유통업체 소관이다. 신라면은 국내에서 5000억원 판매한다. 30년, 신라면 브랜드를 포기하는 것은 모험이다. 가격은 원가뿐 아니라 설비투자비 때문에 올라간 것이다.

기자: 높은 제조업체의 마진은 유통업체의 마진과도 관계가 있다는데?

이: 그것은 이슈화돼서 그렇다. 유통마진은 우리가 통제 못 한다.

정리 박미향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