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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속성 체인과 예리한 칼로 자신의 벌거벗은 가슴과 등을 수 십 차례에 걸쳐 반복적으로 내리친다. 바닥에 흥건히 피가 고이고 지켜보는 사람들이 두려움으로 공포에 사로잡히는 끔찍한 장면이 연출된다.
순교자 후세인 알리를 추모하는 시아파의 '아슈라' 축제가 이라크 남부 도시 카발라에서 엊그제 시작되어 오는 29일(이슬람력, 1월 10일) 절정에 오를 전망이다.
사담 후세인이 권좌에 머물던 수년 동안 시아파의 아슈라 축제는 금지되었다. 수니파인 사담의 시각으로 보면 시아파의 최대 행사인 아슈라가 자칫 반정부 구호를 외치며 달려드는 기폭제가 되는 것을 우려했기 때문이다. 그러다 지난 2003년 미군의 침략으로 사담 정권이 무너지자 이듬해인 2004년 다시 부활됐다.
그러나, 2004년 부활된 아슈라 축제 열흘 동안 수니파의 잇따른 폭탄테러로 인해 200여명에 이르는 사망자가 발생했으며 정부는 올해 축제를 앞두고 8000명이 넘는 병력을 이미 배치해 가뜩이나 흉흉한 종파 분쟁의 또 다른 도화선이 되지 않도록 노심초사하는 모습이 역력하다.
자신의 몸을 심하게 학대함으로서 순교자의 고통을 조금이라도 나누고자 하는 시아파 신도들과, 극단적 방법인 폭탄 테러를 통해 이를 방해하고자 하는 수니파의 갈등 양상이 오늘날 이라크 도처에서 연일 발생하는 종파간 테러의 한 단면을 그대로 옮겨 놓은 모습이다.
순교자 후세인 알리를 기리는 축제 '아슈라'
아슈랴 축제에서 시아파 무슬림으로부터 추앙받는 순교자 '후세인 알리'는 예언자 무함마드의 사후 후계자 경쟁에서 희생된 케이스다.
예언자 무함마드는 서기 622년 사우디아라비아의 메카에서 메디나로 이동하고 10년 후 세상을 떠난다. 이후 50여년이 채 지나기도 전인 서기 680년 이미 메디나에서 수 천 km 떨어진 쿠파(당시의 이라크) 남부 카발라와 북쪽 시리아의 다마스커스에서 후계자 승계를 위한 피비린내 나는 살육이 있었으니 당시 이슬람의 중심이 이 지역으로 이동했음을 추론해 볼 수 있다.
후세인 알리가 당시 살고 있던 사우디, 제4대 칼리파 이맘 알리 사망 이후 예언자 무함마드를 승계한 무아위야 1세의 본거지 시리아, 이맘 알리 추종 세력들이 그의 아들 후세인 알리를 예언자 무함마드의 실질적 후계자로 승계코자 하였던 이라크 등 3국을 각각 배경으로 한 후계자 경쟁의 구도가 그려졌다.
제4대 칼리파 이맘 알리의 아들 후세인 알리가 당초 사우디 메디나를 출발, 성지 순례를 떠나기로 한 곳은 쿠파, 현재의 이라크였다. 선친 이맘 알리의 종교, 정치적 근거지 쿠파에서는 선친의 대를 이을 인물로 아들 후세인 알리를 지목 이미 충성을 맹세한 바 있다.
쿠파에 도달하는 즉시 선친 옹호세력들과 연대하여 시리아 무아위야 1세로 하여금 자신에게 후계자 자리를 양보하도록 하겠다는 판단에 근거한 셈이다.
한편 시리아 다마스커스를 근거지로 한 우마위야 왕조 무아위야 1세는, 제4대 칼리파 이맘 알리가 최초 이슬람 권력 투쟁에서 사망하자 그 권력을 차지하며 자신의 아들 야지드에게 그 권력을 넘겨줄 것을 공언했다.
예언자 무함마드의 혈통을 이어받은 후세인 알리 세력과 누구라도 합당하면 권력을 승계할 수 있다는 무아위야 1세 세력이 대립하게 됐다. 즉 혈통을 승계의 우선 순위로 간주한 시아 무슬림과 실력을 우선 순위로 내세운 수니 무슬림이 각각 자신의 근거지인 이라크와 시리아를 배경으로 으르렁거리게 된 것이다.
불행하게도 쿠파(이라크)의 친 후세인 알리 세력들은 3만명이 넘는 야지드 군사(시리아) 앞에서 무기력하게 투항을 하게 되고 철통같은 보안에도 불구 결국 이를 눈치 챈 후세인 알리 일행(사우디)이 표면적으로 내세운 쿠파 성지순례를 포기하고 메디나로 돌아가겠다고 하지만 야지드는 이를 일언지하에 거절한다.
쿠파를 지척에 두고 카발라에 텐트를 친 72명의 후세인 알리 일행은 이미 열흘에 걸친 끈질긴 투항 요구를 완강히 거절하다 최후통첩을 받은 1월 10일, 아슈라일의 날이 밝기 전 "살고 싶은 자들은 떠나도 좋다"는 후세인 알리의 마지막 명령에 "후세인"의 이름으로 모두 함께 용맹스럽게 죽기로 결의하게 된다.
후세인 알리의 죽음 이후 수니와 시아 무슬림의 본격적인 구분이 시작되었다고 종교 연구가들이 입을 모으고 후세인 알리의 죽음으로 시아 무슬림의 순교에 대한 철학이 완성되었다는 것이 대체적인 시각이다.
이슬람력으로 1월인 무하람월에 아랍어로 10을 나타내는 아슈라를 합쳐 후세인 알리가 장렬히 전사한 1월 10일을 기리고자 무하람월(月) 아슈라일(日)을 시아 무슬림들은 1년중 최대의 성일(聖日)로 기려 이를 간략하게 '아슈라' 축제라고 부르는 것이다.
이라크에서는 매년 1월이 되면 후세인 알리의 무덤이 있는 카발라와 선친 이맘 알리의 무덤이 있는 것으로 알려진 나자프로 시아 무슬림들이 검은 복장을 하고 몰려간다.
행사는 열흘에 걸쳐 계속되지만 후세인 알리가 목숨을 잃은 아슈라(10일)에 그 절정을 이뤄 순교자의 죽음을 막지못한 회한으로 모두 검은색 옷을 걸치고 그가 당했던 고통을 함께 나누고자 하는 자기 학대의 집단 행위를 하게 되는 것이다.
수니와 시아파의 '알리' 해석 극명하게 갈라져
조선시대 동래 왜관에서 어느날 아리따운 한국 여성의 목이 잘려 효수된 사건이 있었다. 왜관 내 상주하던 일인들을 상대로 매춘을 한 죄를 일벌백계 하고자 하는 취지에서 젊은 여성의 목을 잘랐다는 것이다.
비슷한 시기 일본에서도 이미 동래 왜관과 유사한 자유무역지대 개념의 제도가 있었으나 이 곳을 드나들던 일본인 윤락녀와 외국인 사이에서 아이가 태어나면 목을 잘라 백성들에게 본보기로 삼는 대신 오히려 그 아이를 잘 교육하여 나중에 외국인 강사 등으로 활용하였다는 텔레비전 프로를 본 적이 있다.
유사한 사건을 한국과 일본이 극명하게 달리 해석한 위의 경우와 마찬가지로 수니와 시아의 이슬람에 대한 해석은 가끔씩 그 근원의 동질성 마저 부정하는 양상으로 치닫기도 한다.
수니와 시아간의 이슬람내 종파간 분쟁 뿐이랴. 개신교 내의 갈등은 또 어떠하며 같은 근원에도 불구 끝없이 대립되는 유대교, 기독교 및 이슬람의 3대 종교는 또한 어떤가.
예멘과 시리아가 기독교 국가였음을 아는 사람은 별로 없는 듯 싶다. 불교에서 유교, 유교에서 기독교 인구가 가장 많은 나라로 변모해온 우리들처럼 이 두 나라도 기독교에서 이슬람으로 국교가 바뀐 국가들이다.
한때 아라비아 반도내 최고의 기독교 인구를 자랑하였던 '시바의 여왕' 국가 예멘에서 지난 2003년 이후 현재까지 1000명이 넘는 20세 이하 젊은이들이 '성전'을 외치며 이라크로 달려가 수십 명이 이미 사망했다.
그런가 하면, 현재까지도 일부 지역에서 예수님의 언어, '아람어'의 잔재가 남아 있는 중동내 종교, 문화의 중심지 시리아에서는 100만명도 채 안되는 남은 기독교 인구들이 무슬림들로부터 당하게 될 지도 모를 테러 공포에 시달리고 있다.
종교와 정치가 분리되지 않는 한 갈등 막을 수 없어
이라크 시아 무슬림들은 21일 아직도 이라크내 남아있는 수니 팔레스타인 난민 2만명에 대해 최후 통첩을 보냈다. 즉각 이라크를 떠나지 않을 경우 모두 죽이겠다는 그야말로 최후 통첩이었다.
사담 정권을 도와 팔레스타인 수니 난민들이 시아 무슬림 박해에 앞장섰다는 것이 유일한 이유이다. 종파와 종파간, 종교와 종교간 증오와 복수가 꼬리를 문다. 종교와 정치가 분리되지 않는 한 현재 아랍의 양상은 변하지 않을 듯 싶다. 종교와 종교간은 물론 같은 이슬람내 수니와 시아 무슬림이 갖가지 사회현상에 대해 내리는 해석은 심지어 같은 분파내에서도 서로 다른 양상을 나타내고 있다.
이슬람 모든 분파가 함께 공유할 수 있는 '공통 이슬람 정석'과 같은 종교혁신 운동이 벌어져 수니와 시아를 막론하고 각각의 사회 현상에 대한 모범 답안을 만들어 내든가, 아니면 종교 지도자들은 일체 현실 정치에 관여치 못한다는 신사협정이라도 맺어야할 것인데 돌아가는 모양새로는 둘 다 쉽지 않을 전망이다.
-오마이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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