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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드맨, 알레한드로 곤살레스 이냐리투

바/ㅓ 2016. 1. 19. 20:28 Posted by 로드365

하늘을 나는 방법
다소 심심한 세상을 살아내는 방법

예술이라는 이름으로 사기치는 방법





◈ 전 세계를 놀라게 한 알레한드로 곤잘레스 이냐리투 감독의 [버드맨] 


슈퍼 히어로 '버드맨'으로 톱스타의 인기를 누렸던 할리우드 배우가 예전의 꿈과 명성을 되찾기 위해 브로드웨이에 도전하는 이야기를 그린 영화 [버드맨]은 마이클 키튼, 에드워드 노튼, 엠마 스톤, 나오미 왓츠를 필두로 화려한 캐스팅을 자랑하며 이들의 앙상블이 돋보이는 연기와 춤을 추듯이 브로드웨이 백스테이지를 누비는 촬영, 신랄하지만 코믹하게 현실을 파헤치는 각본, 영화의 심장 박동처럼 리듬을 만드는 음악까지 모든 요소가 완벽하게 조화를 이룬 작품으로 주목받고 있다.


지금까지 60여 개의 시상식에서 162개에 달하는 노미네이션과 133개의 트로피를 거머쥐며 압도적인 수상 기록을 이어가고 있는 이 놀라운 작품을 알레한드로 곤잘레스 이냐리투 감독이 어떻게 탄생시켰는지, 그 모든 과정을 파헤친다.



골든글로브 남우주연상, 각본상 수상, 아카데미 시상식 9개 부문 최다 노미네이트를 자랑하며 전 세계 영화판을 홀린 영화 [버드맨]. 영화를 향한 수없이 많은 호평 중 가장 중심이 되는 것은 할리우드, 브로드웨이, SNS, 현대 사회인들이 모두 공감할 수 있는 자화상을 영리하고 날카롭게 그려낸 알레한드로 곤잘레스 이냐리투 감독의 상상력이다. 이에 대해 해외 매체들은 "캐스팅에서 연출까지 모든 창조의 레벨에서의 대성공"(Variety), "셀러브리티 문화, 야망, 소셜 미디어에 대한 예리한 코멘터리"(USA today), "전형의 틀을 벗어난 완벽한 예술, 창조이자 미친 천재의 영화"(Miami Herald)라며 찬양과도 같은 리뷰들을 쏟아냈다.



이러한 해외 매체들의 극찬에 이어 먼저 영화를 접한 국내 영화계의 칭찬 세례도 이어지고 있는데, [좋은 놈, 나쁜 놈, 이상한 놈]의 김지운 감독은 "연기, 카메라, 음악, 영화 속 모든 요소들이 벌이는 두 시간의 서커스. 이냐리투 감독의 최고 작품!"이라며 영화의 모든 요소들이 마치 곡예와도 같이 조화를 이루는 영화에 대한 코멘트를 남겼고, [지구를 지켜라!], [화이 : 괴물을 삼킨 아이]의 장준환 감독 역시 "한 인간의 욕망과 비극을 진지하면서도 경쾌하고, 강렬하면서도 섬세한 시선으로 그려낸 우리 삶의 조감도. 영화적 상상력이 날개를 달고 극한으로 날아오른다."라며 영화 속 날카로운 블랙 코미디와 삶을 묘사한 깊이 있는 시선에 대해 감탄하였다.


이 외에도 [올드보이], [신세계]의 촬영을 맡았던 정정훈 촬영감독 또한 "너무 사실적이라 마치 2시간 동안 배우들과 함께 호흡한 기분. 카메라를 전혀 의식하지 않게 만드는 경이로운 촬영! 다시 한 번 보고 싶은 영화!"라며 영화 속에 빠져들게 하는 촬영을 극찬했다. 정정훈 촬영감독은 영화의 압도적인 촬영에 대해 직접 이야기를 나누기 위해 [버드맨]의 GV도 진행할 예정이다.

 


◈ 천재적인 상상력, 그 위대한 시작은? 


멕시코에서 태어나 17살의 나이에 화물선에서 일을 시작한 알레한드로 감독은 이후 라디오 DJ로 첫 커리어를 시작, 6편의 멕시코 장편 영화의 음악을 작곡했다. 독립 단편 영화와 광고, TV 영화 등을 촬영하던 그는 첫 장편 영화인 [아모레스 페로스]로 칸느 영화제에서 비평가주간상을 수상하며 전 세계에 이름을 알린다. 할리우드로 진출한 이후 국내에도 잘 알려진 [21 그램], [바벨], [비우티풀] 등의 영화를 통해 거장으로 성장했다. 주로 사회 하층민들의 삶 속에 숨겨진 절망을 파헤치는 날카로운 작품들을 만들어냈던 그는, 사회를 성찰하는 깊이 있는 시선과 이방인에 대한 사실적인 묘사의 대가로 알려졌다. 선원부터 시작하여 라디오 DJ, 영화 음악가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그의 배경으로부터 창조된 사실적이면서 다층적인 캐릭터들은 역시 그의 영화를 특별하게 만들어주는 주요 요소로 꼽힌다.

 


◈ 왜 [버드맨]인가? 


[버드맨]을 통해 그는 인간 본성에 닥친 재앙이 세상과 인간의 결함, 나아가 우리가 살아가는 방식과 화해하는 모습을 재미있게 그리려고 했다. "자아와의 싸움을 꼭 다뤄보고 싶었다. 얼마나 성공을 거두었든, 부와 유명세를 갖추었든 그것이 일시적인 환상에 불과하다는 개념 말이다."라며 성공의 덧없음과 개인의 하찮은 존재감에서 리건에게 큰 공감을 느낀다는 알레한드로 감독은 잘못된 목표를 좇고 자신의 존재를 인정하는 힘을 타인에게 내어주면 비록 원하는 것을 얻더라도 그 기쁨은 덧없을 뿐이라는 것을 이야기하고 싶었다고.


자신이 눈 깜짝할 사이에 '좋아요'가 80만 개가 달리는 소셜 미디어의 즉각적이고 환상에 가까운 '성취' 그 이상의 존재임을 증명하려는 남자의 이야기 [버드맨]은 알레한드로 감독의 이전 작품들과 마찬가지로 리건을 비롯한 캐릭터들을 통하여 인간의 존재를 정확한 관점으로 바라보면서도 한편으로 코미디와 비애, 환상, 현실감 사이를 고공 줄타기하듯 오가며 다양한 해석을 가능하게 한다.

 


◈ 알레한드로 감독의 전폭적인 신뢰를 바탕으로 한 마이클 키튼 캐스팅 비화 


알레한드로 감독이 창조한 영화사상 가장 기이한 캐릭터 리건 톰슨은 팀 버튼의 [배트맨] 시리즈 두 편에서 배트맨을 연기했던 마이클 키튼이 연기했다. "마이클은 드라마와 코미디 장르를 지배하는 진정으로 재능 있고 대단한 배우다. 지금까지 그 같은 배우를 본 적도, 함께 일해본 적도 없다. 그가 제의를 수락했을 때 내가 원하는 대로 영화가 만들어지겠구나 확신했다."며 극찬한 알레한드로 감독은 가장 상징적인 슈퍼 히어로인 배트맨을 연기했던 마이클 키튼은 배경과 권위가 강력한 현실을 반영하고 투영할 뿐만 아니라 놀라울 정도로 깊이 있는 연기력까지 갖춘 배우라고 평가했다.


주인공의 특이함과 성공을 비판 없이 그려내려는 꿋꿋한 헌신이 이 배역에 꼭 필요했다는 알레한드로 감독은 "마이클은 절대적인 진실과 솔직함으로 리건을 연기했다. 하나의 롱테이크로 촬영했기 때문에 속도와 리듬 등 물리적으로 정확성이 요구되는 작업이었는데, 그는 캐릭터에 상당히 깊이 들어갔다. 어떻게 가능했는지 그저 놀랍고 지켜보는 것만으로도 정말 인상적이었다."며 하나의 롱테이크 동안 열정, 의심, 후회, 야망, 분노, 친절함, 희망, 두려움 등 변화무쌍한 감정을 표현한 마이클 키튼의 놀라운 연기력에 대해 아낌없는 칭찬을 보냈다. 아이러니한 점은 정작 마이클 키튼은 리건만큼 깊이 공감되지 않는 캐릭터는 처음이었다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리건은 매우 본능적이고 진실하고 마음 아플 정도로 인간적이다."며 여러 측면에서 캐릭터를 이해할 수 있었다고 밝혔다.



◈ 배우, 프로듀서, 스태프가 말하는 알레한드로 곤잘레스 이냐리투 감독은? 


영화 [버드맨]을 위해 모인 화려한 캐스팅의 배우들은 물론 프로듀서를 비롯한 쟁쟁한 스태프들, 이들을 하나로 모은 그 중심에는 알레한드로 감독이 존재한다. 프로듀서인 존 레셔는 "오로지 알레한드로 감독과 일할 수 있다는 사실 때문에 이 작품을 선택했다."고 말했으며, 영화의 주연을 맡은 마이클 키튼 역시 "그는 영화와 스토리, 사람들에게 깊은 관심을 쏟는다. 의미 있는 영화를 만들기 위한 노력들을 아끼지 않는다. 그런 감독과의 작업은 정말 즐거운 일일 수밖에 없다. 흔치 않은 경험이다."며 창조적이며 즐거웠던 영화 작업에 대해 털어놓았다.


[그래비티]의 알폰소 쿠아론 감독의 소개로 알레한드로 감독을 만난 이후 본능적으로 언젠가 영화 작업을 하리라 믿고 있었다고 말하는 에드워드 노튼은 "오늘날 가장 대담하고 훌륭하고 직관적인 감독이다. [비우티풀]을 보고 나서 그가 하는 작업이라면 두말 않고 참여하고 싶었다."며 그에 대한 전적인 믿음을 드러냈다. 엠마 스톤 역시 "배우를 이렇게 정확하게 읽는 감독은 처음이었다."며 배우에 머릿속에 있는 모든 생각들을 집어주는 그에 대해 감탄하였으며, [21 그램]에서 그와 함께 작업한 바 있는 나오미 왓츠는 "그는 진짜 똑똑하고, 정말 날카로운 본능을 가졌다. 믿음이 저절로 생기는 감독."이라고 그에 대한 무한 신뢰를 드러냈다. 다층적인 시각과 영화를 향한 뜨거운 열정으로 뭉친 그를 향한 믿음, 이를 바탕으로 만들어진 [버드맨]은 이런 그들의 노력에 보답이라도 하듯 높이 날아올랐다.

 


◈ 감독을 포함한 4인의 협업에서 탄생한 독창적인 스토리

 각자의 재능과 경험으로 가능했던 사실적인 브로드웨이의 이면 묘사  


원 샷으로 코미디 영화를 만들고 싶다는 알레한드로 감독의 아이디어에서 시작된 [버드맨]의 시나리오는 독창적인 스토리답게 매우 색다른 협업으로 이뤄졌다. 알레한드로 감독과 [비우티풀]의 공동 각본가인 니콜라스 지아코본, 아르만도 보, 그리고 유명 극작가인 알렉산더 디넬라리스 주니어까지 네 명의 친구가 각자의 재능과 경험을 합쳐 탄생시킨 [버드맨]의 스토리는 뉴욕, 멕시코, LA 등지에서의 만남과 2년간의 스카이프를 통한 작업으로 완성됐다. 내러티브를 잃지 않도록 내적인 리듬을 찾는 일이 가장 힘든 과제였던 [버드맨]의 각본 작업에 대해 니콜라스 지아코본은 "씬 전환에서 정확성이 필수였고 그것이 대사와 코믹한 순간의 리듬에 끼치는 영향도 중요했다."며 각본에 나와 있는 전부가 실제로 영화에 들어간다는 사실을 항상 염두에 두고 써야 했다고 밝혔다.


또한, 이 영화의 주요 배경이 브로드웨이라는 점에서 극작가인 알렉산더 디넬라리스 주니어의 경험이 무척 중요했다. 알렉산더 디넬라리스 주니어는 영화배우들은 연극배우들의 연기가 오버스럽다고 생각하고 또 연극배우들은 영화를 찍을 때는 몇 번이고 다시 할 수 있지 않느냐고 말하며 일종의 끝나지 않는 싸움이 존재한다고 밝혔는데, 이는 연극 무대에서 활동하고 있는 에드워드 노튼 역시 동의하는 부분이었다. 비평가들이 사랑하는 배우이자 브로드웨이의 흥행보증수표 마이크 샤이너를 연기한 에드워드 노튼은 "연극계의 애증과 자기방어적 자존심, 근본적인 탐욕을 정확하게 잡아냈다."며 브로드웨이 사람들이 기립박수를 치고 환호할 만큼 놀라운 묘사로 가득하다고 극찬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버드맨]의 이야기가 연극에 대한 영화는 아니다. 주인공인 리건은 브로드웨이에 도전하는 영화배우지만, 자신의 꿈과 점점 멀어지는 두려움을 느끼는 사람이기도 하다. 니콜라스 지아코본은 "모든 사람의 내면에는 자신이 모든 걸 다 아는 대단한 사람이라고 말하다가도 곧바로 최악이고 너무도 평범하고 어리석은 존재라고 이야기하는 '버드맨'과 같은 목소리가 있다."며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이야기임을 강조했다.



◈ "각본부터 후반 작업 마지막까지 힘든 도전의 연속이었다."

영화 전체를 하나로 이은 롱테이크 촬영 스토리!  


관객들이 미로처럼 복잡하고 폐쇄공포증처럼 숨 막히고도 필연적인 주인공의 평범함을 리건의 입장에서 경험하기를 바랐던 알레한드로 감독은 시나리오 첫 페이지를 썼을 때부터 전체를 하나로 이어서 촬영하기로 계획했다. 광범위하고 직관적이고 끊어지지 않는 샷은 스테디캠과 핸드 헬드 카메라로 촬영되었으며, 따라서 조명 역시 기존 장비와 달라야 했다.


이러한 알레한드로 감독의 계획을 뒷받침할 사람으로 [그래비티]를 통해 아카데미 촬영상을 수상한 엠마누엘 루베즈키 촬영 감독이 가세했다. 그에 대해 "영상의 퀄리티를 희생시키지 않으면서 기존과 다른 조명을 쓸 수 있는 기술을 가진 최고의 파트너였다."고 엄지를 치켜세운 알레한드로 감독은 모든 배우에게 종합적인 리허설을 실시했다. 그가 하려는 작업이 움직임과 발걸음, 얼굴 돌리는 동작 하나하나가 미리 결정된 꼼꼼한 안무라는 것을 배우들이 이해해야 했기 때문이라고. 그리고 이를 위해 알레한드로 감독은 사무실에 있던 고공 줄타기 예술가 필리프 프티의 사진을 모든 배우에게 보냈다. "우리가 하려는 작업이 고공 줄타기처럼 정확성과 자신감, 상호 신뢰가 중요하고 쉽게 떨어질 수도 있다는 것을 기억해주기를 바랐다."는 그는 1분 1초까지 정확하게 타이밍을 연구해 매일 하나의 씬처럼, 끊지 않고 계속 이어서 촬영을 진행했다.


"코미디에서는 리듬이 왕이다. 따라서 이 과정을 통해 씬의 내부적 리듬을 찾았을 뿐만 아니라 그 정보에 따라 세트와 공간을 정확하게 디자인했다."고 밝힌 알레한드로 감독의 말처럼, [버드맨]의 촬영장은 영화 세트장이라기보다 작품의 배경이기도 한 연극 무대 같은 느낌이 강했다. 이는 에드워드 노튼의 말에서도 알 수 있는데, "끊이지 않고 계속 다음 장면으로 넘어가는 방식으로 인간관계와 사건들이 서로 이어진다는 점이 마음에 들었다. 연극에서만 가능한 일인데 마치 배우의 손에 바통을 넘겨주는 것과 같았다."며 이러한 촬영 방식이 무의식적으로 배우들의 연기에 에너지를 더해주는 효과를 냈다고 이야기했다. 하지만 새로운 도전인 만큼 힘들었던 것도 사실인데, 알레한드로 감독은 "나를 비롯한 모든 제작진에게 완전히 새로운 방식이었기 때문에 각본부터 촬영, 후반 작업 마지막 프레임까지 힘든 도전의 연속이었다."고 토로했다.

 


◈ 알레한드로 감독이 사랑하는 소설!

레이먼드 카버 '사랑을 말할 때 우리가 이야기 하는 것'  


영화 [버드맨]에서 리건 톰슨이 연극으로 올리려 하는 작품은 레이먼드 카버의 단편 소설 '사랑을 말할 때 우리가 이야기 하는 것'이다. 미국의 안톤 체호프라고 불리며, 현대인의 일상을 스냅사진처럼 포착하고, 현미경처럼 해부하여 미국 중산층의 기이하고 진실된 모습을 그리는 그의 작품은, 인간의 결함과 이상 등을 그린 [버드맨]의 주제를 생각할 때 가장 적절한 선택이었을 것이다.


청소년기 시절부터 그의 열성 팬이었다고 말하는 알레한드로 감독은 이 소설을 리건 톰슨이 연극화한다는 것은 좋지 않은 아이디어였다고 털어놓았다. 연극계에 오랫동안 몸을 담고 있던 것도 아닌 그가 이를 각색해 연극화한다는 것은 허무맹랑할 만큼 힘든 도전이었다는 것이 그의 설명. 하지만 알레한드로 감독은 "사랑받고 싶어 하고, 사랑이 어디에서 오는지 알고 싶어하는 리건 톰슨은 이러한 연극의 요소를 자신의 생활에 투영시키고, 점차 자신이 연기하는 캐릭터화 되어간다."면서 영화와 레이먼드 카버의 소설의 주제가 놀라울 정도로 일치했다고 이야기한다.


영화 속 DNA처럼 새겨진 소설의 정신에 대해 말하는 알레한드로 감독의 설명처럼, 영화 [버드맨]은 어쩌면 가장 영리한 버전의 레이먼드 카버 소설의 영화화일지도 모른다.  출처



<버드맨> 알레한드로 곤잘레스 이냐리투 감독 인터뷰


"쉼표나 마침표 없이 글 쓰는 것과 같았다."



<버드맨>은 일생 일대의 순간에 최악의 위기를 거듭해서 겪게 되는 남자가 자기 자신과 싸우는 이야기다. 이냐리투 감독은 위기의 남자가 겪는 온갖 고초를 직접 경험해보게 만든다.



전작들과는 다른 독특한 구성과 소재의 영화다. 변화를 시도한 계기가 있나.

5년 전쯤에 거울 속의 자아, 혹은 자신의 이미지와 씨름하는 한 남자의 이야기를 처음 떠올렸다. 당시 기획 중이던 다른 작품의 조연 캐릭터였다. 이 영화는 또 다른 자아와 뭔가를 하는 사람의 아이디어에서 시작됐다.


리건의 다른 자아로 ‘버드맨’을 떠올리게 된 이유가 있나.

잊혀진 영화배우가 연극 무대에서 그의 다른 자아와 말을 한다는 아이디어를 구상했는데 좀 올드했다. 그러다가 주인공의 또 다른 자아로 슈퍼 히어로인 버드맨이 떠올랐다. 이미 초고가 나온 상태였지만 버드맨이란 설정은 지금 이 시대, 글로벌 기업형 엔터테인먼트 산업을 보여주는 흥미로운 아이디어 같았다.


롱테이크 촬영을 선택한 이유도 궁금하다. 하나의 연속 숏처럼 느껴진다.

첫 기획 단계부터 롱테이크로 촬영하고 싶었다. 관객들이 리건의 입장에서 미로처럼 복잡하면서도 폐쇄 공포증을 앓듯 숨 막히는 그의 평범함을 경험해보기를 바랐다. 그러려면 리건의 시점에서 카메라를 컷 없이 움직이는 것이 가장 좋은 방법이었다. 마치 쉼표나 마침표 없이 글을 쓰는 것과 같았다. 처음부터 끝까지 모든 것을 미리 디자인하고 파악했다.

자칫, ‘연기란 무엇인가’라는 질문을 던지는 영화로 흘러갈 수도 있었다.

배우들이 배우의 연기 과정을 그린 영화로 볼까 봐 걱정된 게 사실이다. 솔직히 그런 주제에는 전혀 관심이 없다. 배우는 자아 표현을 위해 선택되는 가장 일반적인 사람이지만 모두에게 자아가 있다. 특히 정치인, 기업 회장, 독재자들. 세상은 자아의 희생양이 되어가고 있다. 누구라도 심지어 아이들조차도 자아의 희생양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인간의 자아는 우리를 돋보이게도 하지만 눈깜짝할 사이에 죽일 수도 있는 위험한 것임을 알았으면 좋겠다.


지금의 이 시대상을 냉소적으로 바라보는 것인가.

<버드맨>은 매혹적인 동시에 당혹스럽고 모순적일 수도 있는 내 경험에 대해 파헤치는 수단이었다. 그래서 더욱 캐릭터의 목소리에 진실성을 부여하는데 집중했다. 마치 깔보거나 지적하거나 가르치려 들지 않았다. 이 남자가 겪는 고통스럽고 인간적이고 연약한 여정을 진실하게 보여주려고 했다. 그리하여 얼마나 성공을 거뒀고 부와 유명세를 갖췄는지는 일시적인 환상에 불과하다는 것, 잘못된 목표를 좇거나 자신의 존재를 남이 규정하게 만들면 원하는 것을 얻어도 그 기쁨은 덧없을 것이라는 이야기를 하고 싶었다.









알레한드로 곤살레스 이냐리투(스페인어: Alejandro González Iñárritu, 스페인어 발음: aleˈxandɾo ɡonˈsales iˈɲaritu, 1963년 8월 15일 ~ )는 멕시코의 영화 감독이자 각본가, 제작자


알레한드로 곤살레스 이냐리투는 1963년 멕시코 시에서 태어났다. 그는 1984년부터 라디오 방송국 WFM에서 DJ로 일하기 시작했고, 88년부턴 영화 음악 작곡을 시작하여 총 6편의 영화에 참여했다. 이후 미국 메인 주와 캘리포니아 주, 로스앤젤레스에서 영화 연출을 공부했고, 1990년부터 멕시코 TV 방송국 텔레비자 (Televisa)에서 연출자로 일했다. 한편 1991년에는 광고 영상, 단편 영화, TV 프로그램을 제작하는 회사 제타 필름(Zeta Films)을 창립하기도 하였다.


그의 첫 작품은 1995년에 만든 텔레비자의 TV용 중편 영화 《뒷돈》(Detrás del Dinero; Behind the Money)이었으며, 비평적으로 좋은 성과를 거두었다. 극장용 장편 영화 데뷔는 2000년 《아모레스 페로스》(Amores Perros)를 통해서 하였다. 이 영화는 칸 영화제 비평가 주간 대상과 영국 아카데미 상(BAFTA) 외국어 영화상을 수상했다.


첫 장편 영화를 통해 세계적으로 크게 주목을 받은 곤살레스 이냐리투는 곧바로 미국 할리우드로 진출하였다. 2001년, BMW가 기획한 단편 영화 시리즈 《하이어》(The Hire)의 다섯 번째 단편 "파우더 케그"(Powder Keg)를 만들었고, 2002년에는 미국 9/11 테러 사건을 되돌아보자는 의의로 기획된 앤쏠로지 영화 《2001년 9월 11일》(11'09"01 September 11) 내의 단편 "멕시코 (Mexico)"를 만들었다.


이후 그는 장편 영화도 헐리웃에서 계속 만들어 나갔다. 2003년과 2006년에 각각 두 번째와 세 번째 장편 영화인 《21 그램》(21 Grams)과 《바벨》(Babel)을 만들었으며, 이 두 작품 역시 세계적으로 큰 호평을 이끌어 냈다. 《21 그램》은 이탈리아 베네치아 국제 영화제에 공식 경쟁 부문으로 출품되어 배우들이 많은 상을 받기도 했다. 《바벨》은 프랑스 칸 국제 영화제에 정식 초청되어 감독상을 수상하였고, 미국 골든 글로브 작품상도 수상하였다. 배우들 역시 연기 부문에 대해 《21 그램》만큼이나 많은 상을 받았다.


1년 뒤 그는 34개의 단편이 모아져 완성된 앤솔러지 영화 《그들 각자의 영화관》(프랑스어: Chacun Son Cinéma)에서 단편 "안나"(Anna)를 맡았다.


곤살레스 이냐리투는 알폰소 쿠아론, 기예르모 델 토로와 함께 "멕시코 스리 아미고(스페인어: Trío de Amigos, Cineastas Mexicanos, 세 친구"로 불리며 멕시코 영화의 신기수로 거론되어 오고 있다. 이들 세 명은 오랜 기간 우정을 쌓으며 함께 영화 작업을 해 오고 있으며, 2008년에는 영화사 "차차차 필름"(Cha Cha Chá Producciones)을 공동으로 설립하기도 하였다.


근황

2010년, 그는 미국, 로스앤젤레스에서 두 아이, 그리고 아내인 마리아 엘라디아 하게르만 드 곤살레스(María Eladia Hagerman de González)와 결혼



작품 특징

곤살레스 이냐리투의 작품은 공통적으로 사람들의 처절하고 끔찍한, 고통스러운 정서를 주제로 한다. 특히 극장용 장편 영화 세 작품은 "죽음 3부작"(Death Trilogy), 또는 "비극 3부작"(Tragedy Trilogy)으로 엮어지기도 하는데, 인간의 사랑, 무너진 가족, 그리고 상실 등 복잡한 인간 내면의 심리를 심도 있게 다뤘다는 평을 받았다.[23][24][25]


그의 또 다른 특징은 이야기에 다중 플롯을 구성함과 동시에 그 작은 이야기들이 긴밀하게 연결이 되는 하이퍼링크 시네마 (Hyperlink Cinema)를 추구한다는 점이다.[26][27]


곤살레스 이냐리투는 각본에 기예르모 아리가, 촬영에 로드리고 프리에토, 프로덕션 디자인에 브리짓 브로치, 편집에 스티븐 미리온네, 그리고 음악에 구스타보 산타올라야와 긴 세월 호흡을 맞추며 영화 작업을 해 오고 있다




1963년 멕시코 시티 출생. 23살 때까지 감독, 제작자로서 뿐 아니라, 멕시코 인기 록 음악 라디오 방송국인 WFM의 DJ로 활동했다. 1987년 MAGIA DIGITAL TV 쇼를 진행. 1988년과 90년 사이, 여섯 편의 장편영화의 영화음악 작곡. 1990년 TELEVISA의 연출자로 입성, 1991년 제작사 ZETA FILM을 창립했다. 다른 한편, 폴란드 출신 감독 루드빅 마굴리스로부터 연극연출을 배우고, 로스앤젤레스와 메인에서 주디스 웨스튼으로부터 연기연출을 지도 받는다. 1995년 첫 중편 TV 영화 < DETRAS DEL DINERO>를 연출했다. 그는 제타 프로덕션의 파트너이기도 하며, 뉴욕 국제 TV/영화제와 런던 영화제에서 골든 어워드를 수상했다. 1997년 WFM 캠페인으로 FIAP에서 수여하는 그랑프리 수상했다. 2000년 장편 데뷔작인 <아모레스 페로스>를 제작, 감독해, 아카데미 영화제 외국어영화상에 진출하고 세계영화제에서 60개 넘는 상을 수상했다. 다음으로 제작, 감독을 맡은 작품 <21그램>(2003)은 미국을 배경으로 숀 펜, 베니치오 델 토로, 나오미 왓츠 등 할리우드의 유명배우들을 캐스팅해 완성되었다. 그가 미국 배우들과 함께한 첫번째 작품 <21그램>의 연기로 베니치오 델 토로와 나오미 왓츠가 아카데미에 노미네이트 되고 숀 펜은 베니스 영화제 남우주연상을 수상함으로써, 이냐리투 감독은 국적을 불문하고 배우들로부터 최고의 연기를 이끌어내는 연출력으로 명성을 떨친다. 2006년 5월, 이냐리투 감독은 세번째 장편영화 <바벨>로 59회 칸 영화제에서 최고감독상을 수상한다.




알레한드로 곤잘레스 이냐리투, "영화의 본질은 공동체적 경험"

[Film Festival] 프라다 트랜스포머 영화제 기자회견서 밝혀

김숙현 기자 | 2009.06.26 


<21그램>, <바벨>을 만든 멕시코 출신의 영화감독 알레한드로 곤잘레스 이냐리투가 프라다 트랜스포머 영화제로 한국을 찾았다.


'육체, 정신, 영혼(Flesh, Mind and Spirit)'이라는 부제를 달고 내일(27일)부터 7월 9일까지 진행되는 프라다 트랜스포머 영화제는 이탈리아의 패션 브랜드 프라다가 서울 경희궁 앞에서 6개월간 진행하는 설치 프로젝트 '프라다 트랜스포머'의 이벤트 중 하나다. 패션, 영화, 미술, 프라다의 문화 전반을 주제로 한 이벤트 중 두 번째로 열리는 문화행사인 프라다 트랜스포머 영화제에서 이냐리투 감독은 뉴욕타임즈 영화평론가 출신의 엘비스 미첼과 함께 이 영화제의 큐레이팅을 맡아 14편의 상영작을 선정했다. 


25일 오전 11시 경희궁 프라다 트랜스포머 행사장에서 열린 기자회견에 참석한 이냐리투 감독은 "내가 좋아하는 영화 14편을 소개하게 돼 기쁘다"며 소회를 밝혔다. 그는 이번 영화제의 의미로 '복원'뿐 아니라 '관객에게 직접 상영되는 것'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최근 전세계의 영화적 경향에 대한 우려를 내비치기도 했다. 한국영화에 대한 열렬한 관심을 표명하는 한편, 기자회견에 함께 참석한 알렉산더 라이하르트, 제르마노 첼란트 등과 기술과 예술, 공간과 영화 등에 대한 심오한 주제로 열정적인 논쟁을 벌이기도 했다. 알렉산더 라이하르트는 이번 프라다 트랜스포머 전시물을 건축한, 렘 쿨하스가 이끄는 OMA(Office of Metropolitan Architecture)의 건축가이며, 제르마노 첼란트는 프라다재단의 예술총감독이다. 


이냐리투 감독은 이번 14편 상영작에 대해 세 가지 공통점이 있다고 밝히면서, 첫째로 가족을 주제로 한다는 점을 들었다. 사회의 최소단위인 가족 이야기야말로 모든 드라마의 기초라는 것. 두 번째는 격정적인 감정의 경험을 선사한다는 점이다. 이냐리투 감독은 "인물이 감정을 겪어도 그것을 보는 사람에게 전달해주지 못한다면 예술로서는 실패한 것"이라 견해를 밝히면서, 이번 14편의 상영작이 격정적인 감정의 경험을 선사하는 예술의 가장 기초적인 발언에 성공하고 있는 작품이라 말했다. 세 번째 공통점은 '휴머니티'를 다룬다는 것. 이냐리투 감독은 "최근 인류는 경제적, 정치적 위기뿐 아니라 영적, 심리적 위기에 처해있다. 이는 곧 희망의 위기이기도 하다"며 휴머니티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이냐리투 감독은 아이들은 비디오 게임에만 열중하고 영화사에서는 영웅 이야기를 만드는 데에만 천착하고 있다며, 요즘의 영화들이 인간의 본질적 감정을 직면하는 것에 대해서는 회피하고 있다며 안타까움을 전했다. 


이번 상영작 14편 중에는 김지운 감독의 <좋은 놈, 나쁜 놈, 이상한 놈>(이하 '놈놈놈')이 포함돼 있다. <놈놈놈>은 공동 큐레이터인 엘비스 미첼의 추천에 의해 선정된 작품. 이냐리투 감독은 최근의 한국영화들이 과감성을 가지고 새로운 도전을 하고 있다며 높이 사면서도, 세계 시장에서 '새로운 영화'로 각광받는 현상에 대해서 우려를 나타내기도 했다. 그에 의하면 자신을 포함해 일군의 멕시코 감독들의 영화에 대해 세계 시장이 '뉴 멕시칸 웨이브'라며 환호했던 현상과 최근 한국영화에 대한 각광이 비슷하다고 말하면서, 이를 '고통'이라는 단어를 사용해 표현했다. 'new(새로운)'라는 말의 유효가치는 고작 2, 3년에 불과하며, new는 갑작스럽게 old(낡은)가 되기 쉽다는 것. '뉴 코리안 시네마'라는 세계시장의 각광도 또 하나의 타자화에 불과할 수 있다는 우려를 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그는 이러한 '뉴 웨이브' 현상에 대해 "원래 탁월한 여러 명의 감독이 갑자기 전세계에 나타나 영화사 전체를 뒤엎는 딥 임팩트를 선사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최근 한국영화와 아르헨티나 영화가 이러한 딥 임팩트의 주인공이라는 것이 그의 견해다. 박찬욱, 이창동, 김기덕, 김지운 등의 감독 이름의 그의 입에서 술술 불려나왔다. 그러나 그는 "이런 현상은 대체로 일종의 민족주의의 틀에 갇히기 쉽다"는 우려를 덧붙였다. 이러한 '뉴 웨이브'는 재능 넘치는 개인인 감독들이 자국이 아닌 해외에서 성공을 거둔 것임에도 정부가 문화적 정책의 성공의 결과로 치부하며 일종의 '정치화'를 시도한다는 것이다.


이냐리투 감독은 이번 영화제의 의미로 '함께 영화를 보는 것'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아이들이 핸드폰 단말기를 통해 영화를 보는 세상이지만, 영화의 본질은 '공동체적 경험'에 기초한다는 것이다. 그는 장-뤽 고다르 감독이 "TV에서 내 영화가 방영됐는데 그 영화는 내 영화가 아니었다"고 했던 말을 인용하면서, 영화 관람이란 필연적으로 같은 공간에서 다른 사람과 연결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극장에 가서 영화를 보는 경험을 '마약 경험'에 비유하면서, "롤링 스톤즈의 공연을 집에서 DVD로 보는 것과 라이브 공연에 가서 보는 것은 다르다"고 말하기도 했다. 또한 자신이 서울에 온 것의 의미를 "단순히 잊혀져가는 영화를 복원하는 것뿐 아니라, 사람들이 실제로 볼 수 있는 곳에 제공한다는 의미에서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현재 스페인 바르셀로나에 거주하고 있는 그는 최근 자신이 이창동 감독의 <밀양>을 보기 위해 극장을 찾았던 경험을 전하면서 영화의 미래에 대한 염려를 덧붙이기도 했다. 그에 의하면 최근 <밀양>이 바르셀로나의 예술극장에서 개봉하면서 최고의 호평과 찬사를 받았으나, 정작 아내와 함께 극장을 찾았을 때 관객이 자기들밖에 없어 상영이 취소될 뻔했다는 것. 그는 전세계 영화시장을 고작 4, 5개의 대형 배급사가 지배하는 현실에서, 최근의 영화들이 기술적으로 완벽하고 시각적으로 아름답지만 종종 내용이 빠져있다고 비판했다. 관객들 역시 감정을 다루는 영화는 보지 않으려 하고, 영화사들도 영웅 이야기에만 골몰한다는 것. 그는 미래에 대해 무서운 생각이 들었다고 전하면서, 함께 저항운동이라도 펼쳐야 한다는 진지한 농담을 덧붙이기도 했다. 


기술의 발전과 공간의 변화에 대해서도 심도있는 이야기가 오고갔다. 이냐리투 감독은 "기술이 이미 많은 것을 바꾸었다"며, "3, 4년 후엔 필름이 완전히 사라질지도 모른다. 이런 상황이 오게 될 거라고 누가 상상이나 했겠느냐"고 말했다. 하지만 그는 새로운 기술에 대해 무조건 반감을 가진 것은 아니다. 그는 "3D야말로 인간이 시각을 통해 경험하는 방식에 가장 근접한 것이다. 크레인 대신 핸드헬드를 사용하는 것도 '너무 새로운 것 아니냐'며 비판하는 사람들이 있지만 이야말로 우리가 사물을 보는 방식에 가장 비슷하지 않는가"라고 말했다. 그는 10년 뒤엔 안경이 없이도 3D를 즐길 수 있는 세상이 될 것이라 전망하기도 했다. 그러나 "절대로 변하지 않는 것들도 있다. 인간의 감정을 실제로 경험하는 것은 기술이 아무리 변해도 결코 변하지 않을 것이다. 과거 그리스의 비극이 지금과 형식은 달랐어도 인간의 감정을 다뤘던 것과 같다"고 강조했다. 


이번 프라다 트랜스포머 영화제에서는 먼저 '육체' 부문으로 김지운 감독의 <놈놈놈>과 함께 마르코 벨로키오 감독의 <호주머니 속의 손>, 베르너 헤어조그 감독의 <아귀레, 신의 분노>, 아르타바즈드 펠레시안 감독의 <사계>, 찰스 버넷 감독의 <킬러 오브 쉽>, 그리고 타비아니 형제의 <빠드레 빠드로네>와 세리프 괴렌, 일마즈 귀니 감독의 <욜> 등 7편이 상영된다. <아귀레, 신의 분노>나 <빠드레 빠드로네>는 국내에서도 정식 극장개봉을 한 바 있지만 DVD로 쉽게 찾아보기는 힘든 영화들이다. 무성영화 스타일로 만들어진 아르메니아 영화 <사계> 역시 평론가들의 추천작. <욜>은 국내에서 정식 개봉은 하지 못하고 비디오로 출시됐으나 지금은 정식 경로로는 찾아보기 힘든 작품이다.


'마음' 부문에서는 알랭 레네 감독의 <지난해 마리앵바드에서>와 미하일 칼라토조프 감독의 <소이 쿠바>, 루크레시아 마르텔 감독의 <늪>, 로이 앤더슨 감독의 <유 더 리빙> 등 네 편이 상영된다. '영횬' 부문의 상영작으로는 칼 테오도어 드라이어 감독의 <오데트>, 알렉산더 소쿠로프 감독의 <어머니와 아들>, 카를로스 레이가다스 감독의 <침묵의 빛> 등 세 편이 선정됐다. <지난해 마리앵바드에서>는 누벨바그의 대표작으로 이름이 높고 <오데트>는 고전의 반열에 올라있는 작품이지만 <소이 쿠바>나 <늪>, <유 더 리빙>, <침묵의 빛> 등의 작품은 국내에는 상대적으로 덜 알려진 작품들이라 할 수 있다.






생의 찬미자, 알레한드로 곤잘레스 이냐리투


생이란 성공과 실패라는 단어로 손쉽게 구분된다. 하지만 알레한드로 곤잘레스 이냐리투의 영화들은 괴롭고 비루한 일상을 통해서도 이어지는 생을 그린다. 쉽게 꺾이지 않는 생의 가능성을 응시한다.


멕시코시티에서 태어난 알레한드로 곤잘레스 이냐리투가 보다 넓은 세상으로 나아간 건 17세 무렵이었다. 대서양을 횡단하는 무역선의 물류 창고에서 자고 바닥을 청소하며 여행을 떠났다. 그리고 처음으로 다다른 곳이 바로 바르셀로나였다. 바르셀로나에서의 경험은 그에게 남다른 시각을 제공했다. "바르셀로나는 정말 대단했다. 어떤 모험심을 가진, 매우 어린 시절이었다. 수많은 이웃들을 소개해주는 친구가 생겼고, 끝내주는 경험을 했다. 서로 다른 언어로 대화하는 다양한 인종들로 구성된 모임을 보면서 감탄했다. 탐험을 하는 내게 있어서 정말 쿨한 일이었다." 직접적으로 곤잘레스 이냐리투가 연출한 <비우티풀>(2010)은 이 당시에 목격했던 바르셀로나에서의 경험이 반영된 작품이다. 그러나 그 이전에 다양한 출신 성분의 사람들이 함께 어우러진 광경을 목격하고 체험했던 여정이야말로 그의 영화관에 지대한 영향력을 행사한 것 같다.


곤잘레스 이냐리투의 장편 연출 데뷔작인 <아모레스 페로스>(2000)는 이 세계의 너비를 되새기게 만드는 작품이다.곤잘레스 이냐리투의 고향인 멕시코 시티를 배경으로 둔 이 영화는 각자 다른 영역에서 살아가는 세 인물의 생을 세 개의 시점으로 나열하는 옴니버스 형식을 취하고 있다. 칸국제영화제의 비평가주간에 초청돼 최우수작품상을 수상하기도 했던 이 작품은 찌든 때처럼 거리에 눌러 붙은 폭력성을 묘사하고 퍼즐 같은 서사 구조를 지닌 덕분에 쿠엔틴 타란티노의 작품을 연상시킨다는 평도 적지 않았다. 하지만 곤잘레스 이냐리투에게 폭력은 허구적인 소품이 아닌 현실의 언어였다. "나처럼 매일같이 거리에서 폭력이 발생하고 사람이 죽는 도시에서 산다면, 폭력과 죽음은 더 이상 재미있는 일이 아닐 거다. 폭력에는 그에 응당한 결과가 있다는 걸 보여주고자 노력했다. 만약 당신이 폭력을 구사한다면,그 폭력의 결과는 당신에게 돌아올 거다."



곤잘레스 이냐리투의 초기작인 <아모레스 페로스>와 <21그램>(2003), <바벨>(2006)은 서사적으로 유사한 형식성을 취하고 있다. 세 부류로 나뉜 개별적인 삶과 그 일상이 부득이한 이유로 타인의 삶과 충돌하고 끝내 이 세계를 에워싸는 사건으로 확장된다. 세 작품은 동일하게 서사를 파편처럼 나열하고 퍼즐 구조의 서사로 진전된다. 다중적인 시점을 통해 서사의 확대와 증축을 꾀하며 입체적 감상을 유도한다. 이처럼 유사한 서사적 형태를 지닌 세 작품에서 공통적으로 발견되는 건 우연과 필연을 통해 진전되는 관계의 층위와 현실적인 생의 너비를 체감하게 만드는 관성이다. 어느 개인의 경험이 이 세상에 존재하는 수많은 생에게 행사할 수 있는 영향력의 가능성을 짐작하게 만든다. 그럼으로써 이 세계라는 물리적 너비를 포괄할 수 있는 생의 무게감을 실감하게 만든다.


<비우티풀>은 알레한드로 곤잘레스 이냐리투라는 감독의 새로운 영역을 보여주는 작품이었다. 다중적인 시점으로 구성된 옴니버스식 서사를 지닌 전작들과 달리 <비우티풀>은 곤잘레스 이냐리투의 첫 번째 정극이라고 해도 좋을 작품이다. 수미상관의 구조로 이뤄진 이 작품은 생과 죽음의 양면성을 유려한 슬픔과 환희로 승화시키며 시적인 아름다움을 전달한다. 물론 어떤 이들은 이런 감상에 대해서 고개를 갸우뚱할 것이다. 왜냐면 사실 <비우티풀>은 굉장히 참담한 이야기이기 때문이다. 전세계 관광객들이 몰려드는 바르셀로나의 빈민가에서 힘겹게 두 자식을 키워나가는 아버지를 주인공으로 둔 이 영화는 그 누구보다도 죽음을 잘 이해하고 있는 남자가 자신에게 드리운 죽음의 그림자를 향해 천천히 걸어나가는 이야기다. 가난과 고통 그리고 배신과 죽음이라는 어둡고 험난한 단어들로 점철된 이 영화가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름다운 여운을 남긴다 말할 수 있는 건 죽음으로도 부서지지 않는 생의 가치를 시적인 정서로 담아내는 영화이기 때문이다. 곤잘레스 이냐리투의 말처럼, "<비우티풀>은 죽음이 아니라 삶에 관한 영화다. 삶을 향한 찬가다." 그 비극적인 생의 마감을 지켜보면서도 그토록 평화로운 감상을 얻을 수 있는 건 결국 그 생이 어떤 종착만은 아닐 것이란 믿음을 안겨주기 때문이다. 마치 영적인 기적을 목격하는 듯한 초현실적인 아름다움이 그 영화에 담겨있다.


사실 곤잘레스 이냐리투의 영화는 하나 같이 어둡고 고통스러운 이 세계의 단면들을 수집해 오면서도 생의 가치를 부정하지 않았다. 오히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생이 살아갈 만한 가치가 있음을 역설한다. 마치 "몇 번이라도 좋다! 이 끔찍한 삶이여, 다시!"라고 외쳤던 니체의 격언처럼 그렇다. 다만 이 거대한 비극의 도가니 속으로 내몰리는 인간들의 군상이 어떤 구조 속에 놓여있는가를 통해서 이 삶을 비극으로 내모는 인과와 심리를 제시한다. 곤잘레스 이냐리투의 영화로부터 괴로운 심정을 얻는다는 건 그만큼 이상한 일이 아니다. 하지만 그 괴로운 서사의 끝에서 되레 감상적 치유를 길어 올릴 수 있는 건 결국 그의 영화가 서로의 통증을 분담하고 공감할 수 있다는 이 세계에 대한 영적인 믿음을 품고 있기 때문이다. <버드맨>(2014)은 이런 주장을 뒷받침할 만한 확실한 증언과도 같다.


대략 5년 전, 자신이 구상했던 어떤 이야기의 조연 캐릭터를 모티프로 개발된 <버드맨>은 한때 '버드맨'이란 슈퍼히어로로서 전성기를 누렸던 어떤 배우의 재기를 그린 작품이다. 하지만 <버드맨>은 단순히 어떤 배우의 연기적 재기에 관한 드라마가 아니다. 곤잘레스 이냐리투도 "솔직히 그런 주제엔 전혀 관심이 없다"고 말한다. "인간의 자아가 우리를 끌어올려줄 수 있지만 순식간에 우리를 해칠 수도 있는, 위험한 것임을 알았으면 좋겠다. 그것에 힘을 내주고 휘둘리면 끔찍한 일이 벌어질 수도 있다." <버드맨>은 한 퇴물 배우가 자신을 파괴하는 망상과 세간의 비웃음으로부터 삶을 회복해나가려는 과정을 그린다. 그 과정은 때때로 우스꽝스럽다 못해 신랄한 블랙코미디 형태로 묘사되는데 이는 기존에 곤잘레스 이냐리투 영화와 이질적인 감상적 온도를 전달한다. 동시에 명배우들이 시종일관 장대비처럼 쏟아내는 대사량과 그 대사에 세찬 리듬감을 가미하는 드럼 솔로, 그리고 중력으로부터 해방된 듯한 카메라 워크 등 전작들에 비해 보다 화려해진 테크닉들로 영화의 기교적인 밀도가 한층 높아진 인상이다.


무엇보다도 <버드맨>은 보기 드물게 유머러스하고 신랄한 곤잘레스 이냐리투의 첫 번째 블랙코미디이지만 그의 전작들에 비하면 이례적이라 할만큼 어느 비범한 생에 대한 경의로 비상하는, 그의 다섯 번째 찬가다. 아마도 <버드맨>을 보게 된다면 초현실적인 예감을 부추기는 모호한 결말에 대해 어떤 의문을 품을 수밖에 없을 것이다. 엠마 스톤의 '빅 아이즈'를 통해서 짐작할 수밖에 없는 그 결말은 사실 본래 예정됐던 결말이 아니었다. 영화의 촬영이 중반에 다다랐을 즈음 그 결말이 정말 최악이라고 느낀 알레한드로 곤잘레스 이냐리투는 결국 각색가들과 함께 새로운 결말에 골몰했고, 결국 지금 형태의 결말을 완성했다. 그는 지금 형태의 결말에 대해서 굉장히 만족했고, 타당한 결론이라고 생각했다. "내 영화들은 내 자신의 연장선이다. 일종의 내 생명과 직결된 경험의 증거들, 매우 드문 선행과 매우 많은 한계들과 함께." 비참한 삶의 형태 속에서도 결코 죽일 수 없는 생의 가능성. 알레한드로 곤잘레스 이냐리투가 응시하는 건 결국 이 세계의 너머가 아닌 자기 자신과 우리 생의 한가운데에 놓여 있는 그것이다.


어떠한 예측도 뛰어넘는 <버드맨>의 결말은 타인들에 의해 손쉽게 실패라고 손가락질 받는 누군가의 삶이 결코 무의미한 것만은 아니라는, 곤잘레스 이냐리투가 응시하는 생의 철학으로 비상한다. 하지만 곤잘레스 이냐리투는 본래의 결말을 언급하는 것에 대해서도 극도로 말을 아낀다. "원래의 결말에 대해선 결코 말하지 않을 거다. 매우 황당한 것이니까. 정말 나쁜 것이었다." 물론 지금의 결말 또한 황당하다고 느낄 관객은 존재할 거다. 이쯤 되면 어떤 결말인지 정말 궁금하지 않나? 보면 안다. 민용준 영화 칼럼니스트


(beyond에 게재됐던 기사를 재편집한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