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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화 속 악당 열전

마/ㅏ 2013. 8. 4. 20:19 Posted by 로드365


만화 속 악당 열전 (1) – 한마 유지로에서 슈퍼맨까지

만화에 필요한 건 영웅뿐만이 아니다. 영웅적인 대통령 렉스 루터가 이끄는 메트로폴리스의 슈퍼맨이란 얼마나 무의미한 존재할 것이며, 광대 친구 조커가 아이들에게 매일같이 선물을 건네며 꿈과 희망을 심어주는 고담 시티에서 배트맨이란 또 얼마나 쓸 곳 없는 존재일 것인가.

현실 속 대한민국이라면 꼭 악당이 없더라도 박근혜 대통령처럼 반신반인의 위대한 영웅이 존재할 수 있겠지만, 영웅이 존재하려면 그 못지않은 악당이 있어야 하는 것이 만화의 법칙. ㅍㅍㅅㅅ의 만화 특집을 맞아, 황색 찌라시답게 우리가 준비한 것은 흔한 영웅 모음 대신 바로 그 악당 모음이다.

※ 주의 : 만화에 관한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을 수 있습니다.


히무로 마사토(미악의 꽃)

등장인물 소개만으로 모든 것이 설명되는 남자...

그의 부모는 자본주의에게 살해당하였고, 그의 이모는 그에게 미군 상대로 매춘을 강요하였으며, 그의 여자친구는 (왠지 러시아인처럼 생긴) 불량학생에게 강간당하고 자살하였다. 그는 돈과 범죄에 복수하기 위해 얼굴과 함께 이름을 버리고 미남자 히무로 마사토로 태어나 악의 정점에 서려고 한다.

사회생활에 성공할만한 요소로 자신을 도배한 히무로 마사토는 원대한 야망과, 별 이유 없이 잘 나가는 아이돌을 파멸시키는 짓궂음 (악당의 2대 요소인 음험함과 쪼잔함)을 갖추고 있다. 하지만 그를 위협적인 악당으로 만드는 진정한 능력은 따로 존재한다.

그것은 바로 범위 안 인물의 지적 능력을 저하시켜 바보로 만들어 버리는 방사능이다. 이 방사능의 영향을 받은 자는 사고능력을 상실한 바보가 되지만, 수학적 계산 밑 지시수행은 문제 없애 해내어 작업에 악영향을 주지 않는다. 그는 이 특수능력을 이용하여 감출 생각이 없는 고급 매춘업소를 운영하고, 노골적으로 코카인을 판매함에도 (유리가면에서 자판기를 통해 자연스럽게 공급하고 있음이 드러난다) 불구하고 경찰의 의혹을 피하고 있고, 그의 범죄수단은 세계적으로 인정받는다.

아마 그의 궁극적인 목표는 자본주의의 정상에 선 후, ‘바보 이반’의 나라처럼 화폐를 폐지하고 농경 사회로 회귀하여, 잉여문화를 억제하여 욕심을 탄압하고 그로부터 비롯된 발생하는 모든 악을 제거하는 것으로 생각된다. 미악의 꽃 2부를 기대해 보도록 하자.


한마 유지로(그래플러 바키)


무섭다(…)

지금은 바키의 등장인물이라기보다는 인터넷 밈으로 알려진 인물이지만, 작중 그의 황당하면서도 미묘하게 SF적인 설득력을 갖춘 압도적인 강함은 여타 작품들에서 등장하는 강자들과 비교해서도 강렬한 인상을 남긴다.

그는 무력의 의의와 진정한 강함 등등을 짐승이 철학이라도 하는 마냥 토로하지만, 실제로는 이유 없이 원숭이를 죽이고 지 자식을 낳고 길러준 사람을 베어허그로 죽이는 등 힘자랑하는데 여념 없는 단순한 깡패였다. 더군다나 한때는 보디빌더에게 완력으로 밀리기도 하고, 마취총과 그물 앞에 굴하기도 하였다.

하지만 그런 한때의 모습 덕분에 ‘유지로의 강함이 우주보다도 더 빨리 팽창하고 있다’는 설정을 대강 무마할 수 있었다. 이건 ’맛의 달인’의 우미하라가 노망에 걸리면서(…) 성격이 순해진 후, 자신은 언제나 그런 식이었다는 듯 뻔뻔스럽게 일본문화의 상징인 척 의젓하게 행동하는 것과 비슷하다고 할 수 있다.

작품이 진행되며 작가가 유지로를 통해 표현하고 싶어했던 ‘강함’의 정의는 보다 상대적으로 변화해가는 한편, 되려 거기에 개념적인 절대성을 부여하려는 듯한 정신승리 시도가 강하게 드러나는데, 결국 유지로는 ‘미국이 공인하였기 때문에 세계최강이 된 생물’이자, ‘너무 강한 나머지 살 의욕이 안 나는 권태기의 중년’이라는 미묘하게 비굴한데다가 소심한 정체성이 확립되고 만다. 갖은 악행에도 불구하고 악당이라고 쳐주기도 미흡한 인물이 되어버린 것이다.



도노반(베르세르크)

그가 남긴 희대의 명대사, “등짝을 보자!”

베르세르크 3, 4권에 걸쳐 잠시 등장하였을 뿐이지만 그는 가츠라는 캐릭터를 만든 악당이다. 근육질 육체와 전장을 누비는 공격적인 성격에서 볼 수 있듯, 도노반은 남성호르몬 분비가 과다하여 성욕을 통제하는 데에 애로 사향을 겪고 있었을 것이다. 따라서 그의 흑코브라가 가녀린 소년의 통통한 흰 엉덩이를 눈앞에 두고 폭발하지 않을 리 없었을 것이다.

작중에서 그는 소년의 아버지에게 돈을 줘서 책임을 공유하며, 죄책감을 모면하기 위해 가능한 한 소년에게 입힐 정신적인 상처를 덜고자 “등짝을 보자”라 속삭이며 자신의 행위를 외면한다. 그러나 동시에 성욕을 해소하기 위한 도구에 불과한 가츠와는 진실된 소통을 거부함으로써 매우 잔혹하고 인간적인 모순을 보여준다.

참고로 일본어 원어 버전에서는 그 인간적 고뇌를 드러내는 “등짝을 보자”라는 대사 대신 몹시 심심한 대사를 하는 관계로 그가 만화의 흔히 나오는 인종차별적인 감옥 강간마로만 보인다.


치세(최종병기 그녀)

생긴 건 이래도 세기의 대악당

‘최종병기 그녀’는 세카이계라는 개념이 확립될 시기에 그려진 작품이다. 따라서 이 작품의 올바른 감상법은 주연의 감정선에 주목하되 세계의 폐쇄성으로부터는 눈을 돌리는 것이라 할 수 있다. 그러나 이 작품의 등장인물들은 현실에서도 찾아볼 수 있는 이족보행의 영장류로 사람의 말을 하기 때문에, 독자로서도 시비를 잡을 권리 정도는 있을 것이다.

먼저 <최종병기 그녀>의 세계관에는 일본군이 존재하며, 일본을 봉쇄한 외부세력의 명칭은 직접 언급되지 않지만 영어를 주로 사용하고, 때때로 프랑스어가 보이기도 하니 UN이 틀림 없을 것이다. (… 아니면 캐나다던가) 일본이 고립된 상황에서 치세를 비롯한 주변인물들이 별다른 경제적인 어려움을 겪지 않고 현실의 일본인들이 공감할 수 있는 학교생활을 보내고 있으니 엄청난 미디어/ 교육통제가 행해지고 있다고 예상할 수 있다.

역시 직접 명시되지는 않지만 일본이 고립된 상태에서 세계를 상대로 방어전이라고 자칭하는 전쟁을 치르고 있다는 것은, 우연히 강력한 병기를 개발하여 제2일본제국을 건립하는 과정에서 외국과 시비가 붙었기 때문일 것이다. 주인공 일행은 전쟁의 피해로부터 대체로 무사한 반면, 치세는 세계의 각 도시를 파괴하고 있으니 주인공은 평범한 소년이 아니라 세계에서 가장 안전하고 부유한 지역에서 거주하는 특권층일 것이다.

물론 작품은 치세를 탓하지 않고, 악의 포커스를 인류의 통제에서 벗어난 과학기술과 멋대로 여고생을 개조한 군대, 평화를 협상하지 않는 외부세력에 돌리지만, 이 무기가 사용자의 감정에 따라 쉽사리 삑싸리 난다는 것은 작중 드러난 바가 있다. 그리고 치세는 비록 병기이지만 평상시 풍족한 생활을 누리며 특권계층과 건전함 감정적 교류를 나누며 물질적, 사회적 욕구를 전부 충족하고 있다. 그렇다면 치세는 일본군이 마련한 풍족한 대우에도 불구하고 기분이 틀어지는 바람에 대량학살을 일으킨 인간말종이라는 뜻이다.

그리고 지구방위대인 미군마저 패배했으면 이제 세계에는 희망이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