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 참신한 시도.
슈스케 심사위원을 그만둔 이유, 버스커버스커 영향도 있다 - 윤종신 인터뷰
< 월간 윤종신 >에서 특별히 애착이 가는 곡은…
윤종신은 리버럴하다. 가수, 라디오DJ, 연기, 예능인, MC, 밴드 등 그의 이력과 장르에 속박되지 않는 음악적 노선이 이를 증명한다. 인터뷰에서도 그는 규정할 수 없는 사람이고 싶다 말했다. “윤종신이 나중에 죽으면 그 후에 제 음악을 알게 된 사람들은 ‘얘는 도대체 뭐지?’ 할 것 같아요. 굳이 분류법에 넣어야 한다면 이지리스닝의, 카펜터스 같은 분류에 들어가겠지만, 일부러 탈피하는 건 아닌데 난 어디든 갈 수 있다는 거죠.”
- 글ㆍ사진 | 이즘
팥빙수, 위생얼음, 영계백숙, 치통, 그라인더……, 얼핏 노랫말이 되기엔 생뚱맞을 듯한 단어도 그의 손에 닿으면 근사한 음을 입는다. ‘영계백숙 워어어어~’를 몇 번 반복하고 나면, 처음의 이질감은 곧 색다른 친숙함으로 스며든다. 정말이지 윤종신만큼 가사를 쓸 때 어휘를 가리지 않는 사람도 드물 것이다. 그는 ‘무엇은 이래야 한다’가 없다. ‘무엇이든 가능하다’가 그의 방식이다. 비단 가사를 쓸 때만 발휘되는 신념은 아니다.
윤종신은 리버럴하다. 가수, 라디오DJ, 연기, 예능인, MC, 밴드(신치림) 등 그의 이력과 장르에 속박되지 않는 음악적 노선이 이를 증명한다. 인터뷰에서도 그는 규정할 수 없는 사람이고 싶다 말했다. “윤종신이 나중에 죽으면 그 후에 제 음악을 알게 된 사람들은 ‘얘는 도대체 뭐지?’ 할 것 같아요. 굳이 분류법에 넣어야 한다면 이지리스닝의, 카펜터스 같은 분류에 들어가겠지만, 일부러 탈피하는 건 아닌데 난 어디든 갈 수 있다는 거죠.” 정의와 규정이 주는 억압에서 벗어나 그는 부지런한 자기 업그레이드로 제 정체성을 끊임없이 넓혀 나갔다.
2년 전부터는 그 정체성에 편집장이라는 직책이 추가됐다. 그만의 틀을 깨는 발상은 < 월간 윤종신 >이라는 새로운 시스템을 창출해내기에 이른다. 달력이 한 장 넘어가면 우편함에 배달되는 월간 잡지처럼, 윤종신은 매달 싱글 한 곡씩을 사람들의 귓속으로 실어 나른다. 다달이 발행(?)된 싱글은 차곡차곡 쌓여 12월이면 ‘행보’라는 이름의 정규 앨범으로 묶인다. 독특하면서도 지금의 산업구조와 SNS시대가 요구하는 소통방식에 최적화된 시스템이라는 점에서 기발하다. 2010년 4월, 1호를 시작으로 어느새 28호 발간을 눈앞에 뒀다. 창의와 노력이 전제된다면 돌파와 진화는 얼마든 가능하다는 인상적 시범케이스다.[ 行步 2010 (행보 2010) ] [ 行步 2011 (행보 2011) ]
7월호 「망고쉐이크」 잘 들었다. 갑자기 메탈을 시도한 의도는 뭔가.
큰 의도는 없었어요. 7월호부터는 프로듀서가 저를 프로듀싱 하는 식이거든요. 저는 퍼포먼스하는 사람이고 프로듀싱은 제가 초빙한 분들로 채우고. 이때까지의 패턴이 달라지는 부분이에요. 그래서 처음은 가장 호흡이 잘 맞는 공일오비로 했고 정석원씨와 장호일씨 둘 다 1980년대 헤비메탈을 좋아했으니까 메탈로 가게 된 거고. 저는 의견을 안 내고 따라갔죠. 8월호는 하림이 맡게 됐고.
8월호 곡 제목 「자유로 sunset」을 공개한 트윗을 봤다. 어떤 노래가 될지 좀 더 알려 줄 수 있나.
하림만 하는 게 있어요. 약간 1970~80년대의 이지 리스닝 같은. 우리나라에서 그런 류의 스타일은 하림만 하는 것 같아요. < Behind The Smile >에 수록된 「Love boat」 같은. 약간 코모도스(Commodores)같은 그런 느낌이 있는데 아무튼 하림의 귀와 감성은 달라요. 그걸 제가 좋아해요. 우리나라 뮤지션들도 제임스 잉그램(James Ingram)이나 데이비드 포스터(David Foster)를 다 훑었는데 그걸 못하더라고요. 그런데 하림은 그걸 잘 다스려요.
12월까지 프로듀서는 다 정해졌나? 의외의 인물도 있나?
어느 정도 다 정해진 것 같아요. 제가 다 좋아했던 분들이고 1990~2000년대 주로 활동하신 분들. 11월, 12월이 아직 안 정해졌는데 조금 의외의 친구가 될 수도 있을 것 같아요.
6월까지의 콘셉트 ‘여가수 특집’은 어떻게 나온 기획인가? 여가수 섭외는 어떤 연관성을 두고 이뤄진 건가?
연관성은 없고요, 그냥 내키는 대로였어요. 작년까지는 규칙성 없이 했는데 올해 굳이 한 이유는 무(無)콘셉, 무기획으로 했더니 다 모아 보니까 앨범이 좀 정신없는 느낌이 들더라고요. 제가 뭐 아무리 여러 가지를 해도 제 톤에서 놀긴 하는데 그래도 이번엔 기획성을 가지고 하자는 생각이 들었어요. 이전까지는 매달 즉흥적으로 떠오르는 게 많아서 단순히 기록을 나열한 것 같은 느낌이었다면 올해는 앨범의 일관적인 기분을 주고 싶었던 거죠. 전반은 여성 보컬, 후반은 싱어 윤종신으로요. 콘셉트에 대한 의식을 한 거죠. 상반기와 하반기가 잘 맞물려야 한다는 느낌으로.
이전 ‘행보’ 앨범들이 성격상 싱글의 나열식이 될 수밖에 없었지만 그것대로의 느낌이 있었다.
그해에 제가 하고 싶었던 음악들이 모아져 있으니까요. 그것은 내츄럴한 윤종신의 색깔이고 행보이기 때문에. 나열이라 해도 사실 들으면 한 사람이 기획을 한 거라 특유의 느낌은 있죠. 제가 일부러 보사노바로 가고 라틴으로 가고 그런 건 없으니까. 전체적으로 지난 2년 동안 앨범들을 쭉 돌아보면 제가 포크를 좋아했고 복고를 좋아했던 느낌이 많이 나는 것 같아요.
그런데 상반기의 여성 보컬 특집과 후반기의 싱어 윤종신은 어우러지기보다는 반반 구분되는 느낌이다. 왜 콘셉트를 두 개로 잡았나.
한 개의 톤이 되는 앨범들은 8~9곡이 좋은 것 같고요. 매달 싱글을 내면 12곡이 되니까 그걸 한 앨범에 담으면 조금 지겹기도 하겠단 생각이 들어서 상반기 하반기 나누는 게 좋을 것 같았어요.
여가수 섭외하는 과정에 성사되지 못한 분들도 있나?
부탁은 했는데 시간이 안 맞아서 못 한 분들도 많고. 인순이 누님에게도 부탁했는데 누님도 바쁘셨고 맞는 곡이 잘 안 나왔어요. 김윤아도 이번에는 못 했지만 내년에 도와주기로 했고.
가수는 어떻게 선정하나?
곡을 쓰고 누가 좋을까 생각을 하기도 하고, 타깃을 정하고 쓰는 경우도 있고요.
그럼 타깃을 정해 놓고 쓴 곡은 어떤 것인가.
조원선이요. 「나른한 이별」은 원선이 생각이 들어서 썼고. 정인도요. 정인은 정인 앨범에 넣으려고 몇 년 전에 썼던 곡이고 정인 기획사에서도 쓰기로 해서 앨범에 넣기로 했는데 계속 앨범이 늦어져서 정인에게 “그럼 일단 내 앨범에 먼저 넣어도 될까?”라고 이야기하고 발표를 했죠. 나중에 정인 앨범에 제가 하나 줘야죠.
< 월간 윤종신 >에서 새로 발견한 사람이 있다면?
최고의 수혜자는 조정치가 아닌가. (웃음) 저는 이런 기타리스트가 있는 줄 몰랐어요. 아무튼 우리나라는 (박)주원이처럼 (과장된 연주 모션을 취하며) 이래야지 좋아해요. 정치는 정말 슬로우 핸드예요. 편곡도 너무 잘하고. 음악을 알고 연주하는 느낌? 테크니션이라기보다는 정말 잘해요.
어떻게 알게 됐나?
김C가 소개해 줬어요. < 월간 윤종신 > 3개월 때 쯤에 기타 쪽에 마음이 가서. 이제 정석원, 유희열이랑 많이 해서 건반쟁이들이랑 작업을 그만해야겠다고 생각하던 중에 알게 됐죠. 올해는 다 조정치예요. 1월호부터 6월까지.
< 월간 윤종신 >에서 특별히 애착이 가는 곡은?
지금 봐도 「본능적으로」는 잘 만든 곡이라는 생각이 들어요. 다분히 한국적이면서도 다분히 국제적인. 외국 사람이 불러도 좋을 것 같고. 외국 사람한테 유니크하게 들릴 수 있는 그 라인. 완전 뽕도 아닌 것이. 「나른한 이별」도 그렇고 장재인이 부른 「느낌 Good」도 그렇고 최근 여자 분들이 불러주신 곡들은 다 좋은 것 같아요. 피아노보다는 통기타 단순 선율로 만든 건데 예전 느낌이 있긴 있어요. 올해 곡들도 다 보면 통기타, 포크 록 중심으로 이어져 가요. 그런데 여자 가수 위주로 갔더니 일종의 카탈로그 같이 돼 버려서 고객(기획사)들이 많이 전화를 해요.(웃음) “이런 것 좀 주세요”하고. 앞으로 가인 것도 나올 거고. 큐브 쪽에서도 신인인데 곡 하나 나오고, 몇 명 있어요. 그런 작업들이 재미있더라고요.
포크, 통기타 음악에 빠져 있는 것 같은데, 듣는 음악의 영향도 있나? 요즘에는 어떤 음악을 많이 듣는지?
아무래도 그래요. 통기타와 여자가수 목소리… 요즘 유행하는 것 중에서는 미셀 샤프로(Michelle Shaprow), 빅 룽가(Bic Runga)를 주로 듣고. 몇 년 전에 존 메이어랑 「You give me something」부른 제임스 모리슨(James Morrison) 노래도 많이 들었고, 잭 존슨도 좋아했어요. 건반주자들과 작업을 안 하게 되더라고요. 그 특유의 몰랑몰랑한 느낌이 싫어지고 기타 곡들의 스트레이트한 매력이 끌리더라고요.
참신한 기획이다. 어떤 계기로 < 월간 윤종신 >을 시작하게 되었나.
자구책이죠. 처음에는 저와의 조그마한 약속이었어요. 처음부터 원대한 프로젝트를 생각한 건 아니고 “이렇게 음악과 놀아야지”라는 생각으로 시작했죠. 그때 부단히 통기타를 잡고 곡을 써댈 때기도 했고. 앨범을 몇 년에 한 번씩 냈더니 저라는 사람에 대해서 효과가 떨어지는 느낌(?)이 들었어요. 그렇다고 제가 숨어 있는 뮤지션은 아니잖아요. 예능에 출연하면서 노출 빈도도 잦아지고 그런 상황에서 2~3년에 한 번씩 앨범을 내니 반가움도 떨어지는 것 같고. 실제로 제 작업 스타일도 부단히 뭔가 써 내려가는 스타일인데 써 놓은 곡을 묵혀 두었다가 1~2년 후에 낸다는 것도 시의성에 안 맞는 것 같고.
그럴 바에는 상업적인 큰 성공을 바란다는 것보다는 크게 바라는 것 없이 매달 하자는 생각이 들었어요. 1~2년에 한번 힘 줘서 내는 앨범에 대한 허탈함도 분명 있었고요. 앨범 내면 활동도 겨우 3개월 하는 건데 그거 안 되면 공연도 안 되고 다 안 되는 거잖아요. 1~2년 걸린 앨범에 모든 걸 다 거는 게 안 좋더라고요.처음에는 < 먼슬리 프로젝트(Monthly Project) >로 시작했다가 < 월간 윤종신 >으로 타이틀이 바뀌면서 접근이 더 진지해졌다는 느낌이 들었다. 프로젝트였는데 자리가 잡힌 것 같은.
하지만 놀이라는 생각을 잊지 않으려고 해요. 매번 힘주게 되면 안 되잖아요. 내다보면 조금 반응이 있는 곡들이 생긴다는 거죠. 안 되도 된다는 생각을 해야지 매번 멜론 차트 올라가는 거 체크하고 힘 빠지게 되면 실험도 못 하죠. 「망고쉐이크」도 상업적이지 않잖아요. 싱글을 내면서 “그래도 요즘 애들도 록 좋아하지 않을까?” 생각 했는데 역시나 록은 질겁하더라고요. (웃음) 유튜브 조회수 보면 알아요. 이 시점에서 다른 곡은 5~6만 건 됐는데 「망고쉐이크」는 지금 1만 5000? (웃음)
매달 싱글을 낸다는 것에 대해 부담감은 없나.
원래 곡이라는 것에 대해서 가볍게 생각해요. 곡을 내가 지금 떠올리는 것에 대한 표현이라는 생각이 있어서. 소재도 소소하고 간단한 것에서 떠올리는 편이에요
그래도 ‘한 달에 한 번’이라는 데드라인의 압박이 있을 것 같다.
있죠. 근데 압박이 없으면 그건 또 재미없죠. 압박해서 안 나오면 그냥 제가 말을 해요. “이번 달은 곡이 잘 생각이 안 나니까, 미안해요 8월 7일에 낼 게요” (웃음) 압박을 즐기자고 시작을 한 거죠. 요즘 뮤지션들에게 그런 압박이 필요한 때 같아요. 언제까지 1960~70년대처럼 자유만 외칠 거냐, 지금은 자유롭잖아요. 지금은 저항을 할 만한 것도 적잖아요. 오히려 지금은 반대로 근면함이 좀 있어야 하지 않나 싶고. 요즘에는 옛날 음악 하는 사람들한테 미덕으로 여겨진 것 중에 변한 게 많잖아요. 예를 들면 “음악은 가난해야 돼” “한량적인 것이어야 돼” 그런 것들.
하지만 이제는 인포메이션도 꾸준히 얻어야 하고, SNS 못 다루면 안 되고 음악 하는 사람이 유튜브 들어가서 체킹 안 하면 안 되는 시대가 왔죠. 물론 고집도 있어야 하지만 예전에 음악 하는 사람들에게 필수적이라고 느꼈던 게 요즘 세태에는 안 어울리는 것 같아요. 음악을 듣게 되는 과정도 달라졌고요. LP도 컬렉션의 개념이 되고 있지만 지금은 쉽게 음악 얻고, 듣게 되고, 들리게 되고 그렇기 때문에 타깃이 되는 것도 옛날과 다른 것 같아요. 옛날에 대한 향수도 있지만 향수만 그리며 음악 할 수는 없잖아요.앞서 자구책이라고 표현했는데, 만약 예능을 안 했으면 < 월간 윤종신 >이 안 나왔을 수도 있었을까.
그럴 수도 있었을 것 같아요. 그런데 예능을 안 했어도 저 나름대로 자구책을 찾지 않았을까 생각이 들어요. 곡은 계속 쓰는데 지금은 발표할 데가 없게 돼 버렸잖아요. 그런데 마침 싱글 시장이라는 것이 왔고. 그렇다고 홍보를 하고 마케팅을 하지는 않지만, 이게 쌓여질 때의 미학 같은 게 있더라고요. 원곡을 발표한 지 7~8개월이 지났지만 「본능적으로」가 <슈스케>에서 조명을 받게 되고. 저는 사실 4강에서 심사위원의 곡을 재해석해서 부르는 코너가 있는지도 몰랐는데 피디가 이야기를 하더라고요. 스스로 ‘옛날 노래 뭐 정해 주지?’ 고민하다가 ‘신곡으로 해도 될까요’해서 강승윤한테 「본능적으로」가 가게 된 거예요. 얘한테 어울리는 건 이 노래밖에 없을 것 같았거든요. 홍보를 안 했지만 대중이 뒤늦게 알아봐 준 거죠.
더 많은 이점들이 있을 것 같다.
또 다른 장점 중 하나는 시작한 지 3년 됐는데 꾸준히 내면서 이것을 모으는 콜렉터들이 생겼다는 거예요. “그거 나 구독해”라면서 구독하는 소속감도 느끼게 되는 것 같고. 지금 < 월간 윤종신 > 페친이 26000명이면 적지 않은 숫자인데 그중엔 시류나 주류에 반감을 가진 사람도 있고, 매달 기다리는 맛도 있고, 습관성을 가진다는 장점도 있어요. 1~2년에 한번 앨범 내면 그거 못하죠. 오히려 예능만 하고 그렇게 앨범을 냈다면 음악은 희석되는 느낌? “저 사람 가끔 음악하는 사람이지 뭐” 이렇게 됐을 것 같아요. 월간 윤종신을 매달 하면서 예능과 음악인 이미지에 1대 1 균형이 생긴 것도 같고요.
월간을 발행하기 전 앨범들이 다 좋았는데 반응이 약했다.
그래서 저는 예능을 안했어도 조금씩 하향곡선을 그렸을 거라고 생각해요. 사실 저는 앨범의 퀄리티는 갈수록 좋아진다고 생각하거든요. 그런데 대중의 반응은 다르잖아요. 그 하향곡선 안에서 뮤지션이 자구책을 내지 않으면, 방향성을 생각하지 않으면 안 되는 거죠. U2처럼 이지리스닝으로 가지 않는다면 쉽지 않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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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Behind The Smile > 그 앨범도 참 좋았는데.
그때는 오히려 웰메이드 앨범이 따분하게 들릴 때였던 것 같아요. 다 음악에 시기가 있는 것 같아요. 그때는 이미 귀에 착 들리는 것들에 사람이 많이 갔던 때였던 것 같아요. 그런데 이제는 다시 문화적으로 웰메이드 시대가 다시 온다는 느낌이 들고 2012년은 심지어 아이돌 음악도 좋아졌잖아요. 사운드도 좋아졌다고 저 스스로도 많이 느끼고. 이제는 못 만들면, 이상한 음악들은 안 되는 시기가 온 것 같아요. 문화 쪽에서 웰메이드를 이해하고 디테일을 좋아하는 젊은 친구들이 변방에서 중심으로 나오는 느낌이 들어요.
20년 넘게 음악 생활을 하고 곡을 쓰면서 대중들의 감성 변화를 체감하는 건가?
음, 저는 ‘트렌드는 없다’ 주의예요. ‘잘 만들고 못 만들고’가 있지. 한때 드라마 쪽에 ‘막장’이라는 트렌드가 있었는데. 막장 다음에 뭐가 있냐면 지금 웰메이드 드라마가 많이 나오고 있잖아요. 원래 웰메이드 시장이 오기 전에 그런 과도기가 있는 것 같아요. 키치는 되게 멋있는 건데 거기에서 다 나간 것이 막장이라고 생각하거든요. 음악 쪽에서도 그런 조짐이 약간 보여요. 괴물이 하나 나올 것 같은 느낌? 그걸 드라마 쪽에서 미리 보는 느낌? 지금 우리 드라마 보면 밀도가 장난이 아니거든요. 그 전에 드라마들 보면 “뭐야?”하는 게 떴잖아요. 그런 게 한번 싹 거치고 시청자들 수준이 조금씩 올라가게 된 거죠. 음악에서 그 분위기가 오고 있는 것 같아요. 음악이 확실한 건 예전에 태지 때도 그랬지만 괴물이 하나 나오면 나쁜 건 싹 정리될 것 같아요. 어쿠스틱이든 뭐든 붐이 불지 않을까 생각해요.
결국은 옛날에는 이런 정서가 먹혔는데 지금은 이런 정서가 먹힌다는 것보다는 확실한 것은 잘 만들면 먹힌다는 거예요. 그리고 잘 만든 것을 가려서 선별하는 청자들이 많아지면 판이 바뀌게 되고. 판이 바뀌는 상황 사이 과도기에 막장 노래들도 나오고. 플레이어들은 밀물 썰물 바뀌고 있는데 계속 고수하는 사람들은 한 번에 사라지는 거죠. 저는 지금 많이 스며든 상황인 것 같아요. 버스커버스커는 사실 실마리 하나 준 경우? 그 친구들은 실력이라는 느낌보다는 감각적으로 프레쉬 했잖아요. 그것이 사람들이 얼마나 다른 걸 원하고 있는지를 단적으로 보여 줬다고 봐요. 범준이 목소리도 그렇고, 다들 천편일률적으로 가는 방향에서 다른 애가 나와 가지고.
제가 버스커버스커를 초반에 슈스케에서 못 집어낸 것도 사실은 심사위원 관둔 큰 이유 중에 하나예요. 대중의 요구를 못 집어낸 거죠. 어느 정도 대중의 흐름을 아는 사람이 심사위원을 봐야 되잖아요. 그게 컸어요. 올 가요계는 버스커버스커인 것 같아요. 아이돌의 상장회사들의 광폭적인 지지가 아니라 자연발생적으로 생긴 거잖아요. 저도 그걸 예견 못했거든요. “얘들은 보컬이 약해”라면서 저 역시도 타성에 젖어 버렸던 거죠. 근데 나중에 돌이켜 보면 항상 폭풍은 그렇게 시작하는 것 같아요. 결국엔 잘 만들면 통하더라고요. 그런데 잘 만드는 게 어떤 장르냐는 게 문제이기도 하죠.
< 월간 윤종신 >을 하면서 뮤지션들과 작업을 많이 해 봤을 테지만, 개인적으로 요즘 여자 가수들이 개성과 완성도 측면에서 2~3% 부족한 느낌이 든다.
그게 뭐냐면 대세에 좀 끌려간 느낌? 저는 싫은 게, 반보 앞서 가야 하는데 끌려가요. 그러니까 초반에 대중의 평가에 확 끌려가는. 댓글 세대와 리액션 시대에 제작자들과 뮤지션들이 조금 말린 게 아닌가 싶어요. 제작자와 가수가 뚝심이 있으면 대중은 결국 알아 주거든요. 그런데 몇 개월을 넘기기 위해서 당장의 조류에 헤게모니를 뺏긴 거예요. 거기에 오디션은 더 한 거죠.
< 월간 윤종신 >은 자구책이란 점에서도 훌륭했고 디지털 싱글로 전환되면서 새로운 기분전환이나 집중력도 확보됐다고 본다. 다른 아티스트에게도 제작 방식의 측면에서 하나의 계기가 된 것 같기도 하다.
부지런한 뮤지션이라면 해볼 만한 기획 같아요. 지금 누가 하고 있는 것 같긴 하더라고요. 매달 하는 걸 누가하고 있냐면… (조)정치가 알려 줬는데 몇 달째 소리 소문 없이 하는 애가 있다고. 누구더라. 힙합 쪽인가?
사진 : 위수지
정리 : 윤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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