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euromancer
미국의 SF 작가 윌리엄 깁슨이 1984년에 출간한 첫 장편 SF소설. 제목의 의미는 뉴런(뇌신경)의 neuro-에 점쟁이를 뜻하는 -mancer의 합성어. 절대로 New romancer가 아니다.
1984년과 1985년에 걸쳐 휴고 상, 네뷸러 상, 필립 K. 딕 상 등 SF계의 주요 상들을 싹쓸이하며 사이버펑크 장르의 선구자가 된 작품이다. 아니, 실은 이 작품이 발표되기 이전에는 사이버펑크라는 단어 자체가 없었다. 또한 사이버스페이스라는 단어를 처음 사용한 작품이며, 카우보이라는 이름의 해커가 사이버스페이스로 잭-인(접속)하여 시각적으로 표시되는 프로그램이나 서버들을 탐사하는 묘사 역시 이 소설에서 최초로 등장하였다.[1]
몸에다 기계를 마음대로 붙이고 정신과 네트워크를 연결하는 기술이 일상화된 근미래 세계를 바탕으로, 퇴물 콘솔 카우보이이자 마약중독자에 가난뱅이인 케이스가 정체불명의 의뢰인의 의뢰를 받고 손가락에서 칼날이 튀어나오는 개조수술을 받은 경호원 겸 동료인 여검객 몰리, 그리고 그녀의 고용주인 차도남 아미티지와 함께 거대기업 테시어 애시풀 사(社)의 중앙 서버를 해킹하기 위해 동분서주하는 이야기다.
작품 속의 세상은 폭력과 첨단기술이 지배하는 디스토피아로 묘사되는데[2], 특히 초반부에 나오는 일본 치바시의 퇴폐적이면서도 몽환적인 묘사[3] 및 주인공 케이스가 접속해서 활동하는 사이버스페이스를 강렬하면서도 감각적으로 묘사한 것이 작품 전체에 깔린 암울한 분위기와 함께 잘 녹아들어가 소설 속 디스토피아의 현실성을 잘 살려내고 있다.
소설 속에서 감각적이면서도 몽환적인 사이버스페이스를 뛰어나게 묘사한 윌리엄 깁슨은 이 소설을 쓸 당시에는 놀랍게도 컴맹이었다고 하며, 이 소설로 돈을 벌자 처음으로 컴퓨터를 샀다고 한다. 컴퓨터에 플로피 드라이브(시대가 시대니...)가 있는 걸 보고 경악했다는 이야기도 있다. 그래서 컴맹이 쓴 컴퓨터 이야기라고 까이기도 한다(...). 한편 어떤 평론가는 "컴맹이라서 사이버스페이스를 그렇게 더 잘 묘사할 수 있었을 거다"라는 식의 말을 하기도 했다.
뉴로맨서 이후로 많은 사이버펑크물들이 양산된 탓에 지금에 와서 이 소설을 보면 온통 클리셰 투성이로 보인다. 바꿔 말하자면 이 작품 이후의 것들이 얼마나 이 작품을 베낀 것인지를 간접적으로 알 수 있다.
그래도 사이버펑크의 시초답게 그 완성도만큼은 매우 훌륭해서, 황금가지에서 2005년에 번역 출간한 판본에서 옮긴이인 김창규는 "매트릭스가 그냥 커피라면 뉴로맨서는 T.O.P야"라고 평가했다. 정확히는 "로저 젤라즈니의 앰버 연대기를 읽어 보신 분들에게라면 이런 표현도 가능하리라 본다. '뉴로맨서가 앰버라면 이러한 영화와 애니메이션들(여타 사이버펑크물)은 그 그림자에 지나지 않는다.'"
이 소설은 이후 <카운트 제로>, <모나리자 오버드라이브>로 이어지는 스프롤 3부작의 첫 번째 작품이지만, 국내에는 <뉴로맨서> 이후의 작품은 번역되지 않았다.
1988년에 인터플레이에서 이 소설의 세계관만 차용한 동명의 게임이 출시되었다.
영화 <스플라이스>를 제작한 빈센조 나탈리 감독이 2012년 초에 이 소설의 영화화 작업에 들어갈 예정이라고 발표했다. 앞서 말한 '원조인데도 클리셰 투성이처럼 보이는 점'을 어떻게 회피할지가 흥미롭다.
2012년 9월19일, 대선출마 선언문에서 안철수가 인상깊게 본 책이라고 언급하면서 갑자기 유명세를 탔다. 각종 드립이 쏟아지는 중.
제가 좋아하는 작가, 윌리엄 깁슨의 말을 하나 소개하고 싶습니다.
"미래는 이미 와 있다. 단지 널리 퍼져있지 않을 뿐이다"
그렇습니다. 미래는 지금 우리 앞에 있습니다.
고맙습니다.
안철수 출마선언 전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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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사이버스페이스라는 단어가 처음 사용된 것은 깁슨의 단편 버닝 크롬이지만, 대중화 시킨 것은 뉴로맨서.
[2] 술집에 들어가면 술과 함께 "이번에 새로 나온 뿅 가는 약이야"하면서 마약을 건네준다.
[3] 일본 치바시를 워낙 근사하게 묘사해서인지 치바시에 대한 환상을 가지고 찾아왔다가 가상현실은커녕 인터넷조차 제대로 안 되는 현실에 실망하고 돌아간 독자도 많다고 한다(...). 그러면 인터넷 잘 터지는 대한민국에 오세요. 출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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