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테고리


rss 아이콘 이미지






열 기자 뺨치는 파워블로거 미디어몽구의 파워

[독후평] 이런 분에게 <미디어몽구, 사람을 향하다>를 권한다

김욱 | 2012-09-10


정치를 전혀 모르는 한 청년이 있었다. 그는 2002년 월드컵 땐 한국팀 경기 표를 사기 위해 나이트 알바를 뛰기도 한 천방지축 '축빠'였다. 그러다 2006년 어느 날 갑자기 이 청년은 취재란 걸 시작한다. 언론사 같은 발판도 없이, 심지어 미디어와 정치에 대한 지식은 물론 의식조차 없이 카메라 하나 들고 그냥 뛰어들었다. 


그리고 6년 뒤인 지금 이 청년은 기자들도 부러워하는 미디어 파워가 되었다. 트윗에 글을 올리면 500리트윗은 가뿐할 정도로. 이 청년에게 그동안 어떤 일이 벌어진 걸까? 책 <미디어몽구 사람을 향하다>는 '미디어몽구'(본명 김정환)라는 한 청년이 파워 저널리스트로 성장하는 과정을 인터뷰를 통해 살펴본 책이다. 

  

평범했던 청년을 취재의 길로 이끈 첫 동인은 소박하게도 상금에 대한 욕심이었다. 2006년 포털 다음의 블로거뉴스 서비스는 매주 특종상을 선정해 상금을 지급하고 있었는데 그가 별생각 없이 올린 첫 기사가 이 특종상을 받은 것이다. 


그의 첫 기사는 당시 줄기세포 논란에 휩싸여 있던 황우석 박사가 입원한 서울대병원 현장을 폰카로 취재한 것이었다. 상금에 자극받은 미디어몽구는 두 번째부터는 아예 상금을 노리고 취재에 나섰다고 했다. 일용직 노동자들이 모이는 인력사무소의 새벽을 취재했는데 이 기사도 원하는대로 특종상을 받았다. 

  

상금을 노리긴 했지만 미디어몽구의 취재는 그 이상의 것을 보여주었다. 새벽 5시에 인력사무소를 찾고 그 곳 관계자의 허락까지 받아 취재를 한 건 일반인으로는 쉽지않은 취재력이었다. 가방과 함께 담은 일용직 노동자의 모습은 그들의 애환을 잘 드러낸 포착력으로 많은 사람의 공감을 얻었다. 


그는 두번째만에 어느 월간지에 기사가 실리는 영광까지 안았다. 미디어몽구의 취재력을 눈여겨 본 블로거뉴스 서비스 담당자는 그에게 본격적인 취재활동을 권했고 그는 그러겠다고 답했다. 상금 좀 받아볼까 시작했던 일이 사람들의 관심과 지지까지 보태지면서 '전업'의 길로 들어서게 된 것이다.

 

이후 미디어몽구는 특종 행진을 이어간다. 2006년 3월 취재한 롯데월드 대형압사 사고는 모든 언론사들이 받아썼고 유일하게 찍은 현장 동영상은 일본 후지TV에까지 제공되었다. 2007년 5월에 취재한 '새끼돼지 능지처참' 사건도 미디어몽구 단독특종이었다. 이번엔 AFP에서 사진을 요청했다. 


2008년 촛불집회 취재 영상은 수십만의 조회수를 기록하며 촛불의 폭발과 확산에 큰 기여를 했다. 많은 국민이 분개한 홍익대 청소노동자 이슈는 발단부터 미디어몽구의 카메라를 통해 알려졌다. '만약 미디어몽구가 없었더라면'이라는 상상이 들 정도로 미디어몽구는 우리 사회에 영향력 있는 이슈를 파급시켜 왔다. 

 

그런데 미디어몽구를 직접 만난 사람 중엔 실망하거나 의심하는 사람도 있다고 한다. 미디어몽구가 상상했던 '미디어파워'와는 다른 모습이기 때문이다. 미디어몽구의 인터뷰어도 바로 그런 의문을 가졌다. 


"우연한 기회로든 공식적인 자리에서든 미디어몽구를 처음 만난 사람은 그의 말없음에 상당히 당황한다. 그리고 바로 의문을 품는다. 약간은 어눌해 보이고 이토록 말이 없는 사람이 어떻게 최고의 1인 미디어로 발돋움했을까?" 


미디어몽구를 처음 만났을 때 "파워블로거로서의 공력이 어디서 나오는지 당최 확인할 길이 없"었다던 인터뷰어는 결국 인터뷰 과정에서 답을 찾았는데 책에 산재한 그 답들을 정리하면 이렇다. 

 

첫째, 미디어몽구는 기사를 쉽게 쓴다. 미디어몽구는 초등학생도 이해할 수 있는 기사를 쓴다는 원칙을 가지고 있다. 이 원칙은 자신의 블로그에 초등학생이 댓글을 쓴 걸 보고 세운 원칙이다. 


미디언몽구와 가까운 <시사인>의 고재열 기자는 이런 글쓰기 원칙 하에 사건을 바라보는 미디어몽구의 시선을 "평범한 사람의 대변자"라면서 "다른 사람들을 이해시키거나 설득하려는 그런 시선이 아니라 공감하고 교감하는 눈길"이라고 설명한다. KBS 최필곤 피디는 미디어몽구가 "방식은 무척이나 서툰데 내용은 아주 단단하다"면서 "그래서 잘 쓴다고 느끼는 거라고" 말한다.



▲ 국회 앞에서 책 <삼성을 생각한다> 포스터를 든 미디어몽구. (사진:경남도민일보 김주완 기자)


둘째, 미디어몽구는 취재현장을 끝까지 지킨다. 미디어몽구는 취재현장에 한 시간 전에 도착해서 끝까지 남아있는 것을 원칙으로 하고 있다. 이 원칙은 미디어몽구만의 특종을 안기기도 했다. '아기돼지 능지처참'은 모든 기자들이 떠난 후에도 혼자 현장을 지킨 미디어몽구의 원칙 덕분에 건진 기사였다. 


이런 원칙은 사실 기성언론사 기자 신분이 아닌 독립언론인인 미디어몽구에겐 지키기 힘든 원칙이기도 하다. 미리 자리잡은 현장에서 기자가 아니라는 이유로 쫓겨나기도 한다. 그럴때면 미디어몽구는 오기가 생겨 나중에라도 당사자들을 인터뷰 하려고 자리를 지켰다고 한다.

 

셋째, 미디어몽구는 절대 돈과 취재를 맞바꾸지 않았다. KBS에서 돈을 준다고 했지만 미디어몽구는 '나꼼수' 공연 취재 동영상 제공을 거부했다. KBS가 나꼼수 기사를 이상하게 비틀어서 쓸까봐 거부한 것이다. 


이명박 정권의 농림식품부에서 상당한 금액의 외주제작을 제안했고 주변에서 다들 괜찮다고 했지만 미디어몽구는 그것도 거절했다. 자신의 취재원칙에 조금의 흠집도 거부하던 미디어몽구는 결국 작년 연말 아는 누님들에게 전화해서 돈이 정말 십원도 없다며 울고 말았다. 


이처럼 미디어몽구는 우리 앞에서 무릎을 끓고 울지언정 권력과는 절대로 거래하지 않는다. 일주일만에 수천만원을 모금할 정도의 미디어몽구에 대한 SNS의 신뢰는 이렇게 치열한 자기 원칙의 투쟁에서 얻어진 것이다. 

 

필자는 미디어몽구와 개인적인 친분이 있다. 서로 비슷한 시기에 블로거로서 취재 활동을 시작했고, '촛불'과 부산 한진중공업 사태 등 여러 건을 같이 취재하기도 했다. 게다가 서로 '시사블로거'여서 더 친분을 쌓을 수 있었다. 


네번째는 책이 아니라 내가 알고 있는 미디어몽구가 미디어파워가 될 수밖에 없는 이유들이다. 미디어몽구는 기자와 블로거를 통털어 내가 본 가장 돌파력이 좋은 사람이다. 수십명의 기자들 앞에서 전혀 주눅들지 않고 오히려 카메라 자리를 두고 기자들과 고함을 치며 싸우기도 한다. 


이런 그를 보고 '블로거'라고 생각할 사람은 아무도 없다. 나도 취재를 하면서 그의 이런 점이 항상 부러웠다. 그는 피사체의 저항을 무너뜨리는 감성도 있다. 그가 카메라를 들이대면 머뭇거리던 피사체도 순순히 촬영에 응하고 질문에 답을 해준다. 


미디어몽구는 쉬운 글을 쓰지만 절대 쉽게 쓰진 않는다. 트위터에 짧은 글을 올릴 때도 단어와 사실을 몇 번이고 확인하고 올린다. 거기엔 팔로워의 반응까지 계산되어 있는데 그 과정이 한 시간 가까이 걸릴 때도 있다. 미디어몽구는 허술하고 어눌한듯 보이는 그안에 치열함과 세밀함을 숨기고 있는 사람이다. 

 

미디어몽구의 이 책은 특히나 지금 뭔가를 시작하는 청년들에게 권하고 싶다. SNS 시대에 새로운 길이 열리고 있다. 이 길을 시작하는 방법은 아무도 가르쳐 주지 않는다. 기성세대는 아무도 준비하지 않았던 길이기 때문이다. 그런 길을 누구보다 먼저 달려간 사람이 바로 미디어몽구다. 


미디어몽구의 책이 새로운 길의 지도가 될 순 없다. 그러나 아무도 없는 그곳에서 심리적 발판은 되어줄 수 있을 것이다. 미디어몽구의 '약자를 위한 6년 간의 취재'에 대해 보답한다는 뿌듯함은 덤이 될 것이다. 출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