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78년 3월 11일생. 본명은 김성훈. 중견 배우로 유명한 김용건 씨의 아들로도 알려져 있다.
아버지의 후광으로 떴다는 소리를 듣기 싫어 하정우라는 가명을 썼다고 한다. 어쨌든 그 효과는 빛을 발해서, 어느 정도 뜨기 전까지는 하정우가 김용건씨의 아들이라는 건 거의 알려지지 않았다. 대학 시절부터 연극판에서 구르면서 실력을 쌓은 배우로, 연기력 부분에서는 젊은 배우 중 최고 수준을 자랑한다.[1]
외모는 훈남이긴 하지만 꽃미남 배우라고까진 말할 수는 없고, 하정우 연기의 가장 큰 장점은 압도적인 넓이의 스펙트럼이다.용서받지 못한자의 한량 병장에서부터 비스티 보이즈의 양아치 호스트, 추격자의 냉혹무비한 연쇄살인마, 그리고 무인시대의 이지광까지 전혀 다른 배역을 전혀 위화감 없이 소화해낸다. 연기력만으로는 이미 젊은 배우라는 수식어 필요없이 대한민국 전체 배우중 최고 수준이라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
처음 브라운관에 얼굴을 비춘 건 2002년 시트콤 <똑바로 살아라>이고, 드라마 데뷔는 2003년의 사극 <무인시대>에서 이의민(이덕화)의 아들이자 3류 악역인 이지광 역을 맡은 것이다[2][3]. 영화에 처음 출연한 건 조인성이 주연했던 2002년 영화 <마들렌>이다.
이처럼 연기력은 좋은데 이상하게 조명받기 힘든 배역만을 도맡다가 2005년 <용서받지 못한 자>와 드라마 <프라하의 연인>에 동시 출연하면서 서서히 인지도를 올리게 된다. 특히 <용서받지 못한 자>에서 말년 병장 연기는 아직까지 인터넷에서 플짤로 돌아다닐 정도. 하지만 인지도가 올랐어도 그렇게까지 주목받는 정도는 아니었다.
2006년에는 김기덕 감독의 <시간>이라는 영화에도 출연했는데, 김기덕 스타일이 대중에게는 크게 먹히는 스타일이 아니라 호연을 보여줬다는 본전에 만족해야 했다. 같은 해의 영화 <구미호 가족>에서는 구미호 4가족의 똘끼 넘치는 장남으로 출연했지만 나머지 셋보다 비중이 그리 높지 않았다.
하정우가 비로소 네임드로 이슈몰이를 하기 시작한 배역은 2007년 드라마 <히트>에서 주연으로 발탁되면서부터. 이 드라마의 성공 덕에 하정우는 드디어 메이저 연기자 반열에 올라서기 시작했다. 그리고 다음 해인 2008년 영화 <추격자>에서 연쇄살인범 역할을 훌륭하게 소화하면서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젊은 배우 중 하나로 알려지게 되었다. 드라마 히트와 영화 추격자는 둘 다 유영철 사건을 모티브로 하고 있는데, 하정우는 히트에서는 검사 역을, 추격자에선 반대로 살인마 역을 맡았다는 점이 흥미롭다. 영화 <추격자>는 하정우 뿐만 아니라 주인공 역할이었던 김윤석도 살벌한 연기를 보여줌으로써, 연기인지 실제인지도 모를 무아지경의 장면을 보여주는 데 성공했다. 다만 덕택에 험악한 이미지가 사람들 눈에 새겨져 고생 좀 했다고. 하지만 추격자에 연이어 개봉한 영화 <비스티 보이즈>에서 주연을 맡아 찌질한 호스트를 연기한 것은 별다른 주목을 받지 못했다.
그 이듬해인 2009년 개봉 영화 <국가대표>에 주연으로 출연해 대박이 났으며 하정우의 주가 역시 급등했다. 2010년에는 추격자의 나홍진 감독과 다시 호흡을 맞춘 황해가 비록 흥행은 못했지만 호평을 받는 등, 이제는 완전히 흥행배우 중 하나로 인정받는 중.
2011년에는 의뢰인에서 범죄자가 아닌 변호사로 출연. 능글능글하고 매력적인 변호사의 모습으로 연기자로써 또 새로운 모습을 보여주었고, 주연연기자 셋중에서 가장 인상적인 연기를 보여주었다.
2012년 개봉한 영화 범죄와의 전쟁 : 나쁜놈들 전성시대에서 최민식의 조카 뻘되는 역으로 나와 유들유들하면서도 가족마저 내칠 수 있는 비정한 역을 선보이며 다시 한번 흥행에 성공하였다. 또한 비슷한 시기 개봉작 러브픽션에서도 주인공을 맡아 이제는 로맨스 코미디로도 연기의 폭을 넓혀가고 있다.
[1] 중견 배우 아들이면서 배우로서 하정우만큼 성공한 다른 연기자는 찾아보기 힘들 정도. 이제는 김용건 아들 하정우가 아니라, 하정우 아버지 김용건으로 그 인지도가 바뀌어가는 추세다.
[2] 이 역할이 스타로 거듭난 지금의 하정우 이미지와는 너무 동떨어져 있어서 시청자들이 뒤늦게 그 사실을 깨닫고 충공깽하는 경우가 많은 듯.
[3] 여기서도 닭백숙 먹는 연기가 일품이다.
[4] 디씨의 하정우갤에서는 특별히 그의 얼굴크기에 어울리는 큰 선글라스를 따로 주문제작해서 선물하기도.
[5] 이에 대해 혹자는 다른 배우라면 그냥 흘릴만한 컷 하나에도 혼신의 집중력을 다 하는 배우라고 하기도 했다. 단순히 '잘먹는게 뭐 대단한 거라고' 생각할수 있으나, 영화에서 먹는 연기라는 것은 배가 부르던 음식이 맛이 없건 몇컷을 반복하고 먹어야 하는 행위다. 실제 하정우는 먹는 씬에서 맛있게 먹자라는 생각같은건 안하고 당시 그 극과 상황, 인물에 맞게 먹었다고 한다.
[6] 여기서 우리는 하정우가 LG팬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잠시 묵념
[7] 하정우의 경우 초기에 외국과의 합작영화나 저예산 영화 등에 출연하여 흥행의 규모를 정확하게 파악하기 어렵다. 일본과의 합작 영화인 보트는 일본흥행의 규모를 알기 어렵고, 김기덕 감독 영화는 세계 각지에 수출되는지라 역시 흥행 규모가 파악 어려움. 출처
[인터뷰] <국가대표> 하정우(1) “오감을 곤두세우고 연기한다” 2009.8.14
[맥스무비=박정민 기자] 하정우는 지금 한국영화계에서 가장 ‘핫’한 배우다. <추격자>(2008)에서 잔혹한 연쇄살인마 지영민 역으로 강렬한 인상을 남긴 뒤 이후, <비스티 보이즈> <멋진 하루> <보트> 그리고 가장 최근작인 <국가대표>에 이르기까지 다작을 하면서도 매번 새로운 모습으로 변신해왔다. 비슷한 캐릭터라고 생각되는 역할마저도 모두 다르게 변주하는 연기력이 그를 주목하게 만드는 이유다.
영화 <국가대표>에서 입양인 밥을 연기한 하정우를 지난 11일 오후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만났다. 이날 인터뷰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말은 ‘거장이 되고 싶다’는 배우 하정우의 담대한 포부였다. 자신감으로 표현하기에는 뭔가 부족한, 끼와 열정으로 똘똘 뭉친 그에게는 마음먹은 것은 무엇이든 이뤄낼 수 있을 것 같은 강한 의지가 느껴졌다. 누구보다 연기욕심이 많지만, 상대배우에 맞춰주는 연기가 더 훌륭하고, 좋은 배우보다는 좋은 사람이 되는 게 더 중요하다는 걸 알고 있는 현명한 사람이기도 했다.
정오. 인터뷰 첫 타임, 하정우는 10분 정도 지각했고 숨을 고르며 카페 안으로 걸어 들어왔다. 면 티셔츠에 청바지를 입은 평범하고 수수한 옷차림. 하지만 촬영 의상으로 갈아입은 후에도 이미지는 별반 다르지 않다. 간단한 사진 촬영 후 곧바로 이어진 인터뷰. 하정우의 매력은 옷발이 아니라 조리 있는 말솜씨였다. 정말 말을 잘한다.
요즘 바빠 보이더라. 수애 씨와 함께 <티파니에서 아침을>을 찍고 있고, 오락프로그램에도 출연하셨던데, ‘무릎팍도사’에서 하정우 씨를 보니 무척 새롭더라.
영화가 대중적인 성공을 거두기 위해선 어쩔 수 없는 부분인 것 같다. 물론 낯설다. 2006년 영화 <구미호 가족>때 한 번 오락프로그램에 나갔던 게 다였으니까.
<국가대표>는 시나리오도 보지 않고 선택한 작품이라고 했다. 김용화 감독과의 친분 때문이라고 했는데, 단지 그것뿐이었는지? 김용화 감독은 철저히 대중적인 상업영화를 만들어왔다.
바로 그거다. 철저하게 상업적인 영화를 만드는 감독님이었기 때문에 출연을 결정했다. 나도 한 번 확실히 상업적인 느낌이 나는 영화에 출연하고 싶었다. 감독님에 대한 믿음도 있었다. 감독님의 전작인 <오!브라더스>와 <미녀는 괴로워>를 보면 우리나라에서 대중영화의 코드를 잘 읽어내는 감독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 믿음이 있었기 때문에 감독님한테 시놉시스 얘기만 들었을 때 시나리오도 보지 않고 결정했다. 상업영화를 하겠다는 목적이 확실했기 때문에 고민하지 않았다.
하지만 그동안 출연했던 작품들과는 조금 지향점이 달라 보인다. 김기덕 감독의 저예산 영화 <시간>, <숨> 그리고 윤종빈 감독의 <용서받지 못한 자>, <비스티 보이즈> 등 대중적인 상업영화와는 거리가 먼 작품들을 주로 연기했는데, 사실 <추격자>도 흥행에 성공해서 그렇지 신인감독의 작품이지 않았나. 그래서 이 작품이 잠시 숨을 고르기 위한 영화라는 생각도 들었다.
그런 의미도 있는 것 같다. 누가 들으면 영화를 숨 고르기 위해서 선택하느냐고 오해할 소지도 있는데, 지금까지 배우의 개성을 드러내는 캐릭터들을 골라왔다면 이번 작품의 경우는 철저하게 내러티브 속에 묻혀서 앙상블을 이뤄내면서 할 수 있는 역할이었고 그것도 굉장히 재밌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좋은 경험이었다고 생각한다.
그래서인지 예전보다 연기에 힘이 빠졌다고 해야 할까? 트렌디 드라마 속 캐릭터 같다는 느낌도 들었는데, 오랜만에 이런 연기를 하려니 좀 어색했을 것 같기도 하다.
어색했고, 좀 부끄러웠다. 간지럽고 손발이 오그라드는 느낌. 하지만 이것이 대중이 원하고 대중에게 친숙하게 다가설 수 있는 연기라는 생각이 들었다. 김용화 감독님의 작품을 7개월 동안 찍어가면서 그러한 어색함에 익숙해지는 계기가 되지 않았나 생각한다.
정말 대중에게 다가섰다는 느낌이 든다. 하정우 씨를 잘 모르는 저희 어머니도 ‘연기 잘 한다’고 하시더라. 요즘 그런 말 많이 듣지 않나?
제일 좋았던 건 <추격자>의 지영민이라는 캐릭터를 이번 영화를 계기로 씻어냈다는 게 너무너무 좋았다. 아는 사람들이야 내가 <추격자> 사이에 많은 영화에 출연했다는 걸 알지만 대중들은 살인마 지영민만을 강하게 인식하고 있다. 이번 영화가 그걸 벗는 좋은 계기가 아니었나 생각한다.
함께 출연한 배우들과의 호흡도 너무 좋았다. 김용화 감독이나 후배배우들이 믿고 의지하는 것 같더라. 하정우 씨를 중심으로 뭉쳤다고 들었는데 현장에서 어떤 모습이었나?
내가 맡은 밥이라는 인물이 영화에서 그런 역할을 해야 한다는 책임감 같은 게 있었던 것 같다. 팀이 많을 때는 내가 앞장서서 리드하기 보다는 그들이 하는 이야기를 듣고, 먼저 리더십을 발휘할 수 있게 조율하는 게 필요하다. 내가 먼저 나설 때도 있고 솔선수범 할 때도 있었지만, 굳이 그렇게 하지 않더라도 그 친구들이 너무나 잘 따라와 줬고, 친구처럼 잘 지냈던 것 같다.
하정우 씨와 함께 연기한 배우들은 누구나 하정우란 배우에 대해 ‘최고’라는 단어를 아끼지 않는다. 그 이유가 뭐라고 생각하나?
인간성이 좋아서?(웃음) 과감하고 무모할 만큼 캐릭터에 도전적이기 때문에?
그 이유로 든 것 중 하나가 상대 배우를 배려한다는 걸 꼽더라. 연기할 때 뭔가를 먼저 요구하지 않는다고, 그러면 연기할 때 답답한 부분은 없나?
그때그때 틀리다. 또 양보를 해서 고통 받진 않는다. 희생하고 있다고도 생각하지 않는다. 연기할 때 상대 배우의 연기를 보고 거기에 맞춰서 리액션을 하는 그 안에 엄청나게 많은 연기적인 게 숨겨져 있는 것 같다. 내가 아무리 사실주의적인 연기를 하려고 해도 같이 붙는 사람과 잘 안 맞는다면 서로 튀어 보이고, 그건 그 장면을 놓치는 거라고 생각한다.
상대방의 연기 톤에 맞추고 상대방이 어떻게 연기하는 가를 보고 그 식으로 맞춰서 연기하면 도리어 다 같이 살 수 있는 방법이 아닌가 생각한다. 상대방의 리액션 안에서 많이 연기적인 부분을 찾는 편이고 잘 들으려고 하고, 눈을 많이 쳐다보려고 한다.
언제 그걸 깨닫게 됐나?
<두 번째 사랑> 찍을 때 느꼈던 것 같다. 언어가 틀렸고, 촬영장에서 감독님만 빼고 다 미국사람이었기 때문에 상대방의 리액션을 받기 위해 몸의 더듬이를 다 세워서 베라 파미가의 연기에 주시했던 것 같다. 그랬을 때 ‘아! 오감으로 리액션 하는 게 이거구나’라고 생각했다.
정말 어느 정도까지 신경을 썼냐면 이렇게 기자님과 얘기를 하고 있으면, 발의 움직임이 느껴질 정도였다. 그러면 연기가 풍부해진다. 대사를 칠 때 뭔가 덧붙일 수 있는 연기들이 생겨 나가는 거다. 그 안에 창조적이면서 사실주의적인 연기들이 생겨난다. 내가 뭔가를 준비하고 연구하고 나서 현장에 와서 연기하면 상배배우와 맞을 확률이 거의 없다. 대사도 입에 어느 정도 익숙할 만큼만 외운다. 그러고선 리허설을 할 때 직접 대사를 치면서 그때 외우는 거다. 또 중요하는 건 낯선 사람들끼리 연기를 하는 것이기 때문에 내 것을 하기 보다는 상대방에게 집중을 해주면 서로가 정말 편안한 분위기에서 베스트를 뽑을 수 있다.
연기 할 때 모든 감각을 사용해서 연기한다고 했는데, 그러면 지치기도 하겠다.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모든 오감을 곤두세워서 연기한다. 힘들기도 하지만 그게 또 익숙해진다. 대신 계속 예민함을 발달시키다보면 일상생활이 좀 힘들다
그런 하정우 씨를 보는 주변 사람들도 힘들지 않을까?
예전에는 그래서 욱하는 면도 많았다. 요즘에는 마음을 다스리려고 기도를 한다. 교회에 다니는데 7월 들어서는 한 번도 못 갔다.
그동안 참 쉼 없이 연기해왔다. 매년마다 4~5편은 기본이고, 지금도 <티파니에서 아침을>을 촬영하고 있고, 나홍진 감독의 <황해>의 촬영도 앞두고 있다. 에너지가 대체 어디서 오는 건가?
주연으로 2편, 조연으로 3편정도 한다. 2007년과 2008년에 영화가 좀 몰린 것도 있다. 가장 큰 이유는 너무 상투적인 이야기일 수도 있겠지만 이 일을 너무 재미있어 한다는 것 자체가 엄청난 힘인 것 같다. 영화를 찍는 게 단순히 일을 하러 간다고 생각하면 못할 거다. 또 인터뷰도 마찬가지이고. 그냥 기자와 만나서 이야기를 나누면 나도 뭔가 정리가 되는 느낌이 있고, 깨닫게 되는 부분도 있다. 또 생각지도 못했던 것들이 불쑥 튀어나올 때도 있다. 그래서 사진 찍는 거 외에 인터뷰하는 건 좋아한다.
사진 찍는 건 싫어하나?
일찍 와서 메이크업도 해야 하고 옷도 갈아입어야 하고, 불편하다. 그래서 사진 찍는 게 싫다.
일 할 때 힘들다는 것을 느끼게 될 때는 언제인지?
뭔가가 안 맞을 때. 얘기가 안 통하거나, 서로 뭔가 사인도 안 맞고 할 때는 정말 미치게 힘들다. 그래서 애초에 작품을 선택할 때 그런 여지를 안 만드는 것 같다. 잘 안 맞고, 분명히 지루하고 일하는 느낌이 들 것 같은 생각이 드는 사람들하고는 같이 일 안한다.
가장 잘 맞았던 감독님은 누구였는지?
윤종빈 감독님, 나홍진 감독님, 이윤기 감독님, 김용화 감독님, 김진아 감독님이 좋았던 것 같다. 아! 김기덕 감독님도 좋았다.(하정우의 말을 듣고 보니 함께 작업한 거의 모든 감독님의 이름을 언급한 거였다.) 그 중에서 정말 친구처럼 지내는 사람들은 윤종빈, 나홍진, 이윤기 감독님이다.
지각한 시간을 만회라도 하려는 듯 15분간 속사포처럼 말을 내뱉던 하정우는 잠시 이 타이밍에서 “담배 좀 피워도 되느냐”고 물었다. 조금 숨을 돌리고 다시 질문과 답이 이어진다.
참 많은 캐릭터를 연기했지만, 한 번도 비슷하다는 생각은 해본 적이 없는 것 같다.
감사합니다.(웃음) 비슷하게 보일 소지가 될 만한 캐릭터들은 몇 개 있는데, 절대 내 안에서 아주 작은 것 하나라도 복제하지 않으려고 노력을 많이 한다. 같은 것, 내가 잘하는 걸 똑같이 쓰는 것을 내 자신이 지루해서 견디지 못한다. 뭔가 죄를 범하는 것 같은 느낌이다. <비스티 보이지>의 재현과 <멋진 하루> 속 병운이 비슷한 캐릭터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있을 수 있는데, 절대 그렇지 않다. 이건 영화를 돌려가면서 신 바이 신으로 비교 분석하면서 봐야 하는 건데.
싫증을 잘 낸다고 했는데, 아직까진 연기에 싫증이 나지 않았나보다.
연기는 그 안에 엄청나게 많은 변수가 있고 변주 할 수 있다, 관객 반응은 정말 알 수가 없는 것이기 때문에 난 이런 의도로 표현했는데, 오히려 다른 식으로 해석을 해서 사람들이 받아들일 수 있다. 또 난 별 생각 없이 연기를 했는데 ‘꿈보다 해몽’이라고 해몽을 마음대로 하는 것도 너무 재미있고 또 내가 의도한 걸 정말 캐치해서 보는 사람도 있는데, 이런 전반적인 모든 것들이 지루하지 않게 하는 것 같다.
[인터뷰] <국가대표> 하정우(2) “거장을 꿈꾼다”
[맥스무비=박정민 기자] 수애 씨와 함께 촬영하고 있는 <티파니에서 아침을>도 그렇지만 나홍진 감독과 또다시 호흡을 맞춘 <황해>에 대한 관심이 쏠린다.
방랑하는 캐릭터는 그 작품을 마지막으로 할까 하고 생각하고 있다. 개인적으로는 내가 맡는 캐릭터가 사회성을 가졌으면 좋겠다. 또 철이 좀 들었으면 좋겠다. 물론 앞으로 어떻게 될지는 모르지만 <황해>는 아마 그런 의미에서 20대를 정리하고 싶은 영화라고 할까? 준비를 잘 해서 그동안 방랑했던 캐릭터의 종합선물세트 같은 느낌이었으면 좋겠다.
예전 인터뷰로 기억이 나는데, 앞으로 좀 더 넓은 무대에서 연기하기 위해 영어를 열심히 배웠다고 했다. 할리우드 진출을 염두에 둔 것인가? 먼저 할리우드에 진출한 배우들을 보며 어떤 생각을 했는지?
(할리우드 진출)해야지. 언젠가는 준비를 잘 해서 하고 싶다. 어릴 적부터 가지고 있던 꿈이고, <두번째 사랑>을 통해서 프로필을 만들었다고 볼 수 있는데, 영화를 찍으면서 준비할 게 굉장히 많다고 생각했다. 단순히 영어만 열심히 하는 게 중요한 게 아니라 시장 논리일 수 있겠지만, 아시아의 티켓 파워와 마켓파워를 가져야 한다는 생각을 했다.
진출한 배우들 보면서 어떤 생각이 들었는지?
(한국 배우들이)진출을 많이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최근 <지.아이.조: 전쟁의 서막>의 이병헌 선배가 정말 큰일을 해냈다는 생각이 든다. 만나서 얘기도 많이 해보고 싶고, 조언도 많이 듣고 싶다. 또 한국배우에 대한 인식 자체가 중요한데, 그러기 위해선 한국감독들이 해외로 많이 진출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중국 감독들이 중국 배우들을 (할리우드에)안착시킨 것처럼 한국도 그렇게 돼야 한다. 정지훈 군이나 이병헌 선배가 할리우드에 진출한 건 굉장히 고무적인 일이고, 쌍수를 들고 환영해야 될 일이다.
상대 배우 복도 많은 것 같은데, 함께 연기한 배우들 중에서 닮고 싶은 점이 있는 배우가 있다면?
각자의 장점이 있는데 전도연 누나는 연기경력이 20년 가까이 되면서도 정말 늘 새로운, 막 지어낸 더운 밥 같은 연기를 한다. 그런 신선도를 유지할 수 있는 에너지가 부럽다. 또 (김)윤석이 형은 자신이 배우이면서 감독이기도 하다. 본인의 역할을 철저하게 객관적으로 보는 분석적인 능력이나 그것과 함께 생생한 날것과 같은 연기를 해낸다.
고현정 누나는 그 누나가 연기하는 것에 대한 철저한 교양이 있다. ‘교양’이란 단어가 생뚱맞을 수도 있는데 굉장히 분석적이고 연기하는 데 있어서 어느 정도 초월한 사람 같다는 생각이 든다. 상대 배우나 각 작품마다 유연성 있게 눈높이를 낮추고 높이는 것 또한 너무나 훌륭하다. 그래서 어느 자리나 어느 현장에서도 너무나 잘 어울린다. 앞으로 한국영화계에서 더 기대되는 배우가 아닌가 생각한다. 메릴 스트립처럼 큰 에너지를 뿜어낼 수 있는 배우가 될 거라고 생각한다.
일흔 살까지 연기하고 싶다고 했는데, 그때까지 연기했을 때 가장 듣고 싶은 말은 뭔가?
거장? 의외로 단순하다. 거장이 되고 싶다. 영화인이 되고 싶다.
영화를 정말 사랑하는 것 같다.
모르겠다. 어렸을 때부터 그랬다. 영화가 너무 재미있다. 사람한테 질리지 영화에 질리지는 않는다.
<보트>에서 함께 연기한 츠마부키 사토시는 어땠는지?
되게 순수한 것 같더라. 연기하는 것도 생활하는 것도 그렇고, 정말 괜찮은 친구다. 어린 친구 중에 그렇게 어른스럽고 생각이 깊은 친구는 처음 봤다. 가치관도 뚜렷하고. 또 스타가 되고 싶고, 연기를 잘해야 한다는 것보다 좋은 사람이 돼야 한다는 것 등 살아가는 데 있어 일반적인 게 제일 중요하다는 걸 잘 알고 있는 친구다.
하정우 씨는 어떤가?
나도 비슷하다. 행복이 먼저고 그 다음이 연기.
스타 배우에 가까워지는 것 같다.
그런가? 국가대표를 계기로? ‘무릎팍도사’를 계기로?
영화계에 데뷔했을 때 이렇게까지 스타가 될 줄 알았나?
예상했다.(웃음) ‘잘 가고 있다’라고 생각한다. 어렸을 때부터 내가 꿈꿔왔던 목표점을 향해 잘 가고 있는 거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아직 멀었다. 거장을 향해 가는 길은.(웃음)
그림도 그리시던데? 생활 자체가 활동적이어서 여자 친구가 심심해하진 않을 것 같다.
그만큼 시간적으로 여유롭다. 여자 친구는 되게 정신없어 한다. 근데 잘 맞으니까 만나는 거지.(웃음) 사람들이 생각했을 때 내가 정신이 없을 때 누군가 한 명이 버텨 주면 안정감 있다고 하는데, 난 지겨워서 못 견딘다. 같이 정신없이 집시들처럼 돌아다니는 게 재밌지.
그런 부분이 맞지 않은 여자 친구도 많았을 것 같은데?
그래서 오랫동안 싱글이었던 것 같다.
연기나 미술 말고 앞으로 또 계획하고 있는 게 있는지?
원래 취미가 되게 많다. 그때그때 매번 틀려지는 것 같다. 사진도 찍고 싶고, 글도 쓰고, 하지만 취미로 하는 활동은 연기를 위해서다. 연기에 영감과 에너지와 탄력을 받기 위해서 하는 거지 아마 주객이 전도되지는 않을 듯하다.
하정우 씨는 좋은 배우라는 느낌은 드는데 좋은 사람이라고 생각하는지?
그렇게 되기 위해 노력하고 그것이 중요하다는 걸 알고 있기 때문에 희망적이라는 거다. 희망적이라는 건 좋은 사람이 될 수 있는 기대를 해볼 만한 사람이 아닌가 하는 것. 하지만 또 그건 어떻게 될지 모르니까. 누군가에게는 나쁜 사람이 되고, 상처도 줄 수 있는 거니까.
이 대목에서 하정우는 기자에게 자신이 왜 좋은 배우라고 생각하는지 물었다.
기자님은 왜 제가 좋은 배우라고 생각하세요?
연기를 사랑하는 것 같아서, 자신의 일을 사랑하는 것 같아서요. 하정우 씨를 보면 정말 좋아서 하는 것 같아요.
이에 대한 그의 대답은
이걸 싫어하는 사람도 있다. 싫어한다기보다 시기하는 사람. ‘너는 네가 좋아서 하는 일이지 않냐?’ 그럴 때마다 말문이 막힐 때가 있다. 뭐라고 대꾸해야 할지도 모르겠고.
지명도를 높인 후에도 예술영화나 투자를 받기 어려운 영화에 출연하는 것을 계속해 왔다.
먼저 책임감도 있는 것 같다. 현재 한국영화는 불균형이 이루어지고 있고 관객들은 좋은 영화에 대한 의식이나 기준조차도 잘 모르는 것 같다. 저예산 독립영화라고 하면 일단 외면하고 지루한 영화라고 생각하고, 하지만 지명도가 있는 배우들이 그런 영화에 출연하면서 예술영화에 대한 이미지가 좋아지고 있다고 생각한다. 많은 배우들이 홍상수 감독님 영화에 노 개런티로 출연하고 있는데, 앞으로도 배우들이 관객들에게 길잡이를 해야 하지 않을까?
개인적으로는 예술영화에서는 배우의 개성이 완전히 드러나는 캐릭터가 많다. 시간적 여유도 많고. 틀에 박히지 말아야겠다는 생각을 하는데, 아직 젊기 때문에 상업영화와 예술영화를 오가며 많은 경험을 해야겠다고 생각한다.
또 신인 감독들은 각자 개성도 다르고 하고 싶은 영화도 있을 거다. 그랬을 때 어떤 배우 하나정도는 그들의 생각과 꿈을 표현해 줄 수 있는 좋은 도구가 되어 주어야 한다. 그래야 희망을 갖고 시나리오도 마음껏 쓸 수 있지 않을까. 흥행코드만 노린 영화들이 반복해서 만들어진다면 이 하나가 아무것도 아닌 것 같지만 우리나라의 문화를 망치게 하는 것 같다. 그래서 누구 한 명은 그런 역할을 해줘야 한다고 생각한다. 앞으로도 예술영화에 출연할 계획이다.
너무 솔직한 것 같다.
배우가 신비로운 부분은 따로 있는 것 같다. 개인적인 것을 신비로운 부분으로 가지고 간다면 얼마 못 가는 것 같다. 또 아무것도 아닌 걸 가지고 뭔가를 포장하고 그런 척 하는 건 나와 맞지도 않는다.
정말 해보고 싶은 연기는 어떤 건가?
엄청나게 많다. 한국영화 중엔 예술가의 생애를 그린 영화는 별로 없는 것 같은데, 미디어 아티스트 백남준 씨 생애를 영화로 만들면 재밌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