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커베스팅은 지역(local)과 투자(investing)를 합친 용어다. 가까운 곳에서 생산되는 음식을 먹자는 '로커보어(locavore)' 운동과 일맥상통하는 개념이자 월가(街)의 ‘패스트머니(fast money·빠르게 투자했다가 이익이 나면 곧바로 회수하고 빠져나가는 글로벌 거대자본)’에 맞서는 개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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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마트클라우드] "동네빵집 지키는 방법, 정부는 이걸 몰랐다"
안상희 기자 hug@chosun.com
“대기업이 지역 상권에 들어와서 구멍가게에 비상등이 켜졌나요? 무조건 보호하기에 앞서 무엇이 정말 지역경제를 살릴 수 있나 생각해보세요.”
최근 전 세계적으로 지역경제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 한국도 전통시장 등 골목상권을 보호하기 위해 일부 지자체에서 대형마트와 기업형수퍼마켓(SSM)을 포함한 대형 유통매장에 대한 ‘강제 휴무’를 진행한 바 있다. 그러나 이 같은 조치도 정부의 생각 만큼 전통시장에 큰 활기를 불러일으키지는 않았다.
‘로커베스팅(Locavesting·지역 투자의 혁명)’의 저자인 에이미 코티즈(Amy Cortese)는 1일 조선비즈와의 인터뷰에서 “대형마트 강제휴무 제도의 경우 의도는 좋았지만, 소규모 상인들을 보호하는 단계에서 끝난 것이 문제였다”며 “전통시장·골목상권도 손님들의 입맛에 맞춰 대형마트에는 없고 소규모 상인들에게만 있는, 무엇인가를 제공해야 한다”고 말했다.
코티즈는 8월 2일부터 사흘간 삼성동 코엑스에서 열리는 “스마트클라우드쇼2012”에서 ‘세상을 혁신하는 크라우드펀딩’이라는 주제로 기조연설을 하기 위해 방한했다.
한국의 경우 일부 재벌가의 빵집 사업이 골목 상권을 침해한다는 논란도 불거진 바 있다. 에이미 코티즈는 “물론 지역 경제에 관심이 없는 사람도 있을 수 있지만, 오랜시간 동네를 함께 지켜온 동네 빵집이 일제히 없어지고 획일화된 빵집만 있다면 느낌이 어떻겠냐”고 말했다.
에이미 코티즈는 재벌가의 빵집 사업 진출에 대한 해결책으로 사전(前)에 투자받는 미국의 CSA(농업지원단체: Community Supported Agriculture)를 소개했다. 코티즈는 “CSA는 대형 농사업체들을 상대하려고 소규모 농부들이 만든 단체인데 매주 15달러를 내면, 농부들이 직접 매주 5가지의 신선한 유기농 농작물을 바구니에 넣어 투자자들 집에 보내준다”며 “이 같은 형태가 이후 책 CSB(Books), 해산물 CSF(Fish) 등으로 확장되며 지역경제를 살렸다”고 말했다.
빵집뿐만아니라 지역내에서 경쟁력이 있는 상점의 경우 크라우드펀딩(인터넷을 통해 마음에 드는 프로젝트에 많은 소액 투자자들이 돈을 모아 투자하는 기법)을 통해 규모를 확장시켜 나가는 것도 방법이라고 그는 덧붙였다.
로커베스팅은 지역(local)과 투자(investing)를 합친 용어다. 가까운 곳에서 생산되는 음식을 먹자는 '로커보어(locavore)' 운동과 일맥상통하는 개념이자 월가(街)의 ‘패스트머니(fast money·빠르게 투자했다가 이익이 나면 곧바로 회수하고 빠져나가는 글로벌 거대자본)’에 맞서는 개념이다.
에이미 코티즈는 ‘로커베스팅’이라는 단어를 처음 쓰고 만들어낸 인물이다. 지난 2008년 월가의 거대자본이 한순간에 붕괴됐을 때 지역투자에 대해 뉴욕타임스에 기고한 글이 화제가 되며 로커베스팅이라는 책을 쓰게 됐다.
그는 “세계적인 기업들의 영향력에서 벗어나 지역주민들이 직접 자신의 지역에 투자하는 작은 투자가 개인과 공동체, 그리고 경제에 얼마나 큰 이익을 줄 수 있는지 아느냐”며 “우리가 쇼핑하고, 투자하는 곳이 모두 대형마트, 대기업이라고 생각해보면 다양하고 소소한 재미가 없이 모든 것이 획일화되고 모노컬쳐(monoculture:단일한 문화)화될 것이다”고 말했다. 새로운 사업을 시작하고자 하는 사람들에게는 기회조차 없어질 것이라고 그는 덧붙였다.
“투자금액의 5~10%를 본인이 사는 지역에 투자하세요. 거대한 글로벌 기업에 투자하는 것보다 세배 이상의 효과가 있을 겁니다.”
에이미 코티즈는 “모든 투자자금을 지역에 투자하라는 것이 아니라 이른바 ‘몰빵투자 금지’라는 투자원칙에 따라 지역에 투자금을 나누라”며 “1%, 5%, 10%만을 지역을 위해 투자해도 지역경제에는 엄청난 효과가 있을 것이다”고 설명했다.
그는 ‘지역경제의 승수효과(local multiplier effect)’를 소개했다. 자신의 지역에 1달러를 투자하면 그 외의 지역에 투자할때보다 세배 이상의 효과를 볼 수 있다는 이론이다. 그는 “지역에 투자하면 그 돈이 지역내에서 순환돼 투자수익 외에도 다양한 이익으로 투자자에게 돌아오게 된다”며 “일자리 창출을 포함해 지역 경제 활성화까지 불러일으킬 수 있다”고 말했다.
에이미 코티즈는 “지난 금융위기 이후 사람들이 거대자본이 밀집돼 있는 월가에 지치면서 크라우드펀딩·로커베스팅에 대한 욕구가 커졌고, 기술혁신은 이 같은 움직임에 힘을 더했다”며 “사람들이 실제 자신이 사는 곳에 대한 로컬프라이드가 강해지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은행에 돈을 예금해도 이자는 매우 적게 받지만 빌릴 때는 높은 가격에 빌려야 하지 않느냐”며 “중간자인 은행을 없애고 직접 거래하는 것이 비용을 절약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한국에서는 돈거래를 금융기관 외에 친구, 가족과는 하는 것이 아니라는 것이 사회적인 통념이다. 코티즈는 “지역투자는 관계가 형성돼 있어 누구한테 돈을 빌려주는지, 빌려준 가게 혹은 작은 중소기업이 어떤 일을 하고 있는지도 알 수 있고 함께 일을 도와줄 수도 있지 않느냐”며 “최근 JP모간체이스도 하루아침에 엄청난 손실을 냈듯 거대한 기업에 투자하면 그들이 공시를 주기적으로 해도 실제로 무엇을 하는지 속속들이 알 수 없다”고 반문했다.
코티즈는 “로커베스팅을 취재하면서 많은 관련 분야 사람들을 만났지만, 손실을 본 곳은 거의 없다”며 “실제로 영국은 크라우드펀딩을 도입한 지 2년 가량 됐지만 크라우드펀딩을 받은 기업 가운데 디폴트(채무불이행)된 기업은 1%도 안 된다”고 설명했다.
물론 크라우드펀딩, 로커베스팅 모두 아직은 큰 흐름의 초기 단계라, 부작용에 대해서도 우려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다. 그는 “로커베스팅, 크라우드펀딩은 투자자들뿐만 아니라 지역의 소규모 상인들 모두에게 새로운 개념이라 어느 정도의 교육은 필요한 것은 사실이다”고 강조했다.
그렇다면 지역투자를 하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할까. 코티즈는 미국에서 지역사회융자기금(Community Loan Fund), LIONS(Local Investing Opportunities, Networks) 등 슬로머니 움직임이 불거지고 있다고 소개했다.
그는 “LIONS가 현재 미국 6개 지역에 생겼는데, 한두 달마다 하나씩 늘어나고 있다”며 “월가 은행들 도움 없이 자사주를 공모해 분배하는 직접공모(internet direct public offering)도 지역투자의 방법이다”고 말했다. 비상장기업이 상장회사가 되기 위해서는 1500만 달러의 비용이 드는데, 직접공모를 할 경우 이런 비용을 절약할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미국의 유명한 아이스크림 업체인 벤앤제리도 지난 1980년 직접공모에 나선 바 있다.
코티즈는 “지금은 사람들이 지역에 투자하기 위해 어디로 갈지 모르고 어려운 게 사실이지만, 크라우드 펀딩이 그 길을 열어줄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미국의 경우 지난 4월 이전까지만 해도 상장되지 않은 회사에 크라우드펀딩으로 투자하는 것이 모든 사람에게 허용되는 것은 아니었다. 투자자들도 다양한 층이 있는데 미국인들 가운데 소위 잘사는 2% 만이 비상장회사에 크라우드펀딩으로 참여할 수 있었다. 하지만 지난 4월 법이 바뀌어 내년부터는 누구라도 크라우드펀딩에 참여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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