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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을 하고 신혼여행으로 600일 아시아 여행을 떠난 발랄한 부부가 있습니다. 지금 한창 여행중인데도 여행자를 위한 팁을 아주 자세히 올리고 계시더군요. 그걸 보고는 돌아와서 벌써 6개월인데 가만히 있는 것도 부끄러워 배낭을 싸고 싶은데 감이 안잡히는 분들, 그리고 배낭 싸고 싸돌아 댕기는데 필요한 정보나 팁들을 풀어볼까 합니다요.
서른 한살부터 서른 두살까지 372일동안 아시아, 아프리카, 남미, 중미를 돌아온 경험에 근거한 '배낭여행을 꿈꾸는 이들을 위한 안내서'



제 1장. 장기 배낭여행의 기본 소양이랄까. 뭐랄까.

이 글은 정말 배낭여행을 위한 글이다. 특히 6개월 이상의 '장기' 배낭여행을 꿈꾸는 사람들을 위한 글. 그러니 새끈한 옷을 입고 트렁크를 끌고 떠나는 여행을 생각한다면 패스. 
1년여를 여행 다니며 많은 여행자들을 만나왔는데 대부분 좋은 사람들이었지만 간혹 '쟤는 그냥 집에 돌아갔으면 좋겠다' 라고 생각하게 만드는 사람들이 있기에 노파심에 적어본다.

첫째, 체력. 장기 배낭여행에는 기본 체력이 필요하다. 6개월 이상 여행을 하려면 기본 45리터 정도의 배낭을 매고 다니게 되는데 그 무게는 적어도 10 kg 이상. (나 같은 경우에는 큰 배낭과 앞으로 매던 보조배낭 합쳐서 20kg이었다) 배낭 매고 돌아다닐 일이 얼마나 많겠냐 싶겠지만 꽤나 많다고. 엄청 약골이거나 완전 공주님이셔서 자기 배낭조차 혼자 못매서 주변 도반들이 들어주고 업어주고 하는 경우를 꽤 봐왔다. 주변 도반이라고 상황이 낫겠는가. 자기 배낭도 15킬로인데 어쩌라고. 심지어 안나푸르나 등반을 호기롭게 떠났는데 몸이 약하다며 같이간 일행이 배낭 두개 짊어지고 다니다가 그 일행 쓰러지는 경우의 이야기도 들었다. 그러니 우선 기본 체력. 적어도 안나푸르나 3박 4일 푼힐 전망대 등반 정도 5kg 배낭 매고 할 수 있을 끈기와 체력은 되는지, 3박 4일의 고된 사막투어를 견딜 체력은 되는지, 30시간의 버스 라이드를 견딜 체력은 되는지 우선 고민. 중간에 너무너무 힘들어서 돌아가는 경우도 많다. 뭐, 체력이 약하다 싶으면 기르면 되고, 여행을 다니면서 길러지기도 한다. 그러니 이건 정말 정말 '연약한' 경우에 해당하는 이야기다.

둘째는 '털털함' 이랄까 '융통성' 이랄까 하는 것. 장기 배낭여행 다니는 사람들이 호텔에서 자진 않는다. 그럼 그 숙박비만 얼마인데. 뭐 예산이 무척 많아서 매일 중급 호텔 정도는 잘 수 있고 대중교통 안타고 택시 탈 수 있는 분들이야 상관없지만 배낭매고 여행자 숙소에서 자며 대중교통 이용하면서 온갖 까탈을 다 부리면 그것도 곤란하다. 남녀 믹스 도미토리도 괜찮고, 바퀴벌레 쯤 쓰레빠(!)로 때려잡을 수 있고, 침대 매트가 푸욱 꺼져도 돈 없음을 한탄하되 못잔다고 버팅기지는 않고, 찬물로 샤워해도 괜찮고, 물에서 석회냄새가 나도 상관 않으며, 화장실이 없으면 풀밭에서 염소랑 눈 맞추며 쉬야할 용기도 있고, 중국의 문없는 화장실도 싫지만 참을 수 있고, 암내로 가득찬 버스에도 익숙해 질...융통성 가지신 분들이 마음 고생을 덜 할 것이다. 너무 까탈스러운 분들이 여행에 대한 환상만 가지고 왔다가 내내 투덜투덜 '여기는 뭐 이리 더러워' '이 버스 냄새나' 등등 이건 여행을 온건지 투덜거리러 온 건지 모르겠는 분들도 간혹 있다. 같이 다니는 사람도 짜증나서 그 사람 버리게 된다. 행동의 융통성을 열어놓는 것, 조금 불편하고 짜증나더라도 '이것도 다 경험' 이라며 각오가 되어 있는 분들이라면 여행이 더 즐거울 것. 
인도 바라나시의 갠지스강은 아시다시피 매우 드럽다. 사람 시체, 원숭이 시체, 온갖 오물과 쓰레기가 떠 다닌다. 그럼에도 그 강은 힌두인들에게는 성스러운 강. 빨래하고 목욕하고 이빨닦고 머리감고 장례치르고 한다. 그 강변(가트)을 걷다가 갠지스강 물이 발목에 튀었다고 더럽다고 울었다는 여행자가 있었다. 뭐라 얘기하겠는가. '너 이럴거면 집에 가!' 밖에.

셋째는 위와 비슷한 것이지만 조금 더 생각에 관한 것이다. 다양성에 대한 인정과 여행지에 대한 존경. 중국 화장실에 문이 없고 벽이 없는 것은 우리에게 당황스러운 일이지만 그것이 '이런 드럽고 상스런 놈들!' 이라고 욕할 것은 아니다. 이란에 들어가면 여성들은 꼭 히잡을 두르고 엉덩이 덮는 긴 옷을 입어야 하고, 남성들은 긴팔에 긴바지를 입어야 하는데 나는 무슬림이 아니라며 그걸 무시하는 것도 여행자의 태도가 아니라고 생각한다. 가난한 나라라고 그 사람들을 무시하는 것도, 아프리카에 가서 흑인들을 무서워하는 것도 여행자의 자세가 아니다. 옛 티벳의 땅, 중국 윈난셩 샹그릴라의 송찬림사에 갔을 때 그 기둥에 누군가 '여기도 언젠가 예수님의 복음을 전할 날이 오기를 기도합니다' 라고 파놓았더라. 이런 마음이라면 여행에서 무얼 얻어갈까. 나는 손님이고 그 나라를 돌아보기 위해 왔으며 그런 편견을 깨는 것이 여행의 선물이 아닌가 싶은데 말이다.

넷째. 제일 중요한데....무엇이든 내 스스로 해야 한다는 독립심. 장기 여행은 그  기간동안 정해진 것 아무것도 없이 24시간을 스스로 결정하고 행동해야 한다. 9시에 출근이나 등교해야하지도 않고 그냥 내 맘대로다. 어디로 갈지, 어디서 잘지, 무얼 먹을지, 누구랑 놀지, 오늘 뭘 할지 다 스스로 결정하고 행동한다. 아무런 정보도 준비도 없이 한국 여행자 만나서 빌붙으면 되겠지..라는 마인드는 절대 사절.


위에 이야기한 모든 것들, 안그런 사람도 다 여행하면서 바뀔 수 있고 그 과정이 여행이라고 생각한다. 나라고 뭐 아무것도 없이 뻥뚫리고 앞 사람 엉덩이에서 뭐가 나오는걸 지켜보는 화장실에 처음부터 익숙했겠나. 다만 그 상황에서 살아남기 위해 적응하는 것이지. 그 '적응'을 거부하지 말고 즐기다보면 브레디 바 까지는 아니어도 어느 정도 '무용담'은 만들 수 있는 마음 즐거운 여행이 될 거라니까?




제 2장. 본격 계획 - 어딜 어떻게, 또 돈은 얼마나?


2-1. 대략의 루트짜기

장기 배낭여행을 가기로 마음을 먹게된 계기는 아마도 'XX를 가보고 싶어!' 라는 욕구에서 시작된 경우가 대부분일 터. 그만큼 '어디'가 여행 계획의 큰 부분을 차지한다. 어디를 가고 어디를 빼느냐 그 선택의 기로에 서서..'으아아! 다 가고 싶다!' 라고 절규하시는 분들, 눈에 보입니다요. 나도 그랬으니까. 우선 욕심을 버리세요. 욕심부리다가 몸하고 돈만 축납니다. 
기간은 6개월 생각하고 있는데 5대양 6대주를 다 돌 수는 없는 노릇. 다 돈다 하더라도 정말 발 딛고 사진찍고 떠나고 하는 단순 찍기 여행 밖에 더 된답니까? 적어도 한 도시에 2~3일 정도 머무를 생각을 하고 가고싶은 곳은 많지만 그 중에서 가장 보고 느끼고 싶은 것이 뭐인지를 차근차근 생각해보는 것이 첫 단계다. 
장기 여행의 루트 짜기는 소거법과도 같다. 우선 가고 싶은 대륙과 그 대륙의 나라들을 쭈욱 생각해본다. 그리고 현실적인 부분과 예산, 기간을 고려하여 우선순위를 정하고 가장 아래 항목부터 현실적으로 지워나가는 것이다. 왜 다 가보고 싶지 않겠나. 여력이 된다면 다 가시라. 그러나 아니라면 소거법을 적용해야 한다.

 나의 경우에는 12개월에서 15개월의 기간을 잡고 되도록이면 오세아니아와 북미를 빼고(이 두 대륙은 나에게 매력이란 전혀 없는 곳이기에..이건 뭐 취향차이다) 다 돌아보고 싶었으나 솔직히 이건 무리였다. 예산도 빠듯하고 말이지. 그래서 과감하게 유럽을 생략하고 여행 다니기 힘들다고 칭해지는 곳, 한창 변화 중이라 몇년 후면 지금의 모습이 남아있지 않을지도 모르는 곳들을 우선으로 했다. (다시 강조하지만 이건 자신의 생각과 취향 문제다) 그래서 아시아와 아프리카, 남미와 중미까지 돌아보는 것으로 1차 결정. 그리고 여기서 세계 지도를 샀다. (친구가 선물해줬다) 세계지도는 1차 루트를 결정하는데 필요하다. 전체적인 발자취를 그려보는데 효과적이니 하나쯤 사서 붙여놓자.
 그리고 도는 순서를 결정한다. 한국에서 가까운 아시아부터 시작해서 유럽 아프리카 남미 북미 이렇게 돌 수도 있고, 가장 먼 곳인 남미, 북미부터 시작해서 아프리카 유럽 아시아의 순서로 돌아올 수도 있다. 두 방향 다 장단점이 있는데 나같이 가까운 곳에서 가장 먼 곳으로 향할 때는 정말 '멀리 가고 있다'는 느낌과 비슷한 곳에서 점점 다른 곳으로의 순차적 이동으로 문화에 대한 차근차근 비교의 즐거움이 생긴다. 게다가 아시아는 저렴하기 때문에 비교적 좋은 숙소나 맛있는 먹거리와 함께 초반 적응력을 길러나갈 수도 있다. 한국 여행자도 많다. 반대의 경우는 가장 멀리 떠나와 집으로 돌아간다는 느낌으로 여행하는 즐거움도 있지만 남미나 아프리카에서 말이 통하는 한국 여행자를 많이 만날 것이라 기대하지는 마시라. 언어 장벽도 생각보다 크다. 남미에서는 영어가 한마디도 안통하니까. 그러나 여행의 막바지에 도달했을 때, 지친 몸과 마음을 싸고 저렴한 아시아에서 추르르며 달랠 수 있다는 장점도 크다.

 대략의 방향을 정했으면 첫 대륙의 루트를 잡는다. 예를 들어 아시아에서 가고싶은 나라들을 뽑아본다. 중국과 인도와 중동이 나의 우선 순위 지역이었다. 그렇다면 동남아에서 시작해서 중국을 거쳐 티벳 네팔 인도, 파키스탄, 이란, 시리아, 요르단 정도의 루트가 나온다. 러시아가 주 목적이라면 몽골에서 러시아로 카자흐스탄, 우즈벡 등 중앙 아시아, 중동, 터키로 넘어가는 루트도 가능하다. 보통 아시아의 루트를 짤 때는 나와 같이 동남아, 중국, 인도, 중동을 중심으로 할 것인지 몽골 러시아 중앙아시아를 중심으로 할 것인지 갈리는 경우가 많다. 지도 보면 그렇다. 이 모든 아시아를 돌아보는 것은 1년 정도 걸린다. 그러니 가장 가보고 싶은 곳을 중심으로 흐름을 결정하라. 뭐 하나도 놓칠 수 없다면 육로 대신 비행기로 튀면 된다. 그러나 뭐 단점은 돈이 많이 든다는 것. 
 유럽은  다들 잘 알고 정보도 많으니 패스하고 아프리카로 넘어가서...아시아의 요르단에서 페리를 타고 바다를 건너면 아프리카의 땅 이집트에 닿는다. 북 아프리카를 중심으로 볼 것인가 아니면 종단을 할 것인가 그것도 아니면 횡단을 할 것인가 한바퀴 돌 것인가의 문제다. 나의 경우 아프리카에서 가장 보고 싶었던 것은 세렝게티였으므로 케냐와 탄자니아를 중심으로 잡았다. 육로 이동을 기본으로 가능한 루트, 동아프리카에서 남아프리카로 종단하는 루트가 나온다. 그렇다면 이집트-수단-케냐-탄자니아-잠비아-짐바브웨-남아공의 루트가 나오게 된다. 거기서 바다를 건너 남미로 날아가면 남미를 시계방향으로 돌 것이냐, 반시계 방향으로 돌 것이냐 결정하면 된다. 많은 여행자가 페루부터 시작하여 볼리비아-칠레-아르헨티나-브라질로 도는 반시계를 택하지만 나같이 브라질로 들어가서 아르헨-칠레-볼리비아-페로로 돌 수도 있다. 남미는 비교적 루트짜기가 쉬운 편. 이런 식으로 갈 대륙의 나라들을 뽑아서 세계지도에 점을 찍어 이어본다. 그리고 이어보면 대략의 루트와  기간이 나올 것이다. 세부 계획을 세우면서 변하기도 하고, 실제 여행은 이와 달라지기도 하지만 어쨌든 계획을 세우는데 있어 이 1차 루트가 가장 기본이 된다. 


* 실제 내가 다닌 루트 "372일간의 길 정리" 를 참고로 붙여놓는다.



제 2장. 본격 계획 - 어딜 어떻게, 또 돈은 얼마나?

2-2. 원월드 vs 내맘대로? 뭘 타고 어떻게 돌아다닐 것인가

대략의 루트를 결정 했으면 이제 슬슬 그 나라에 뭐가 있고 어떤 도시를 가야하며 어떤 볼거리가 있는지 찾아보게 될 것이다. 그와 동시에 '그럼 도대체 어떻게 이 여행을 다녀야 할 것인가! 으아아악! 머리 아파!' 의 문제에 도달할 것인데 뭐 여긴 여러가지 방법이 있다. 우선 자신이 추구하고 싶은 여행 스타일을 고려해야 한다. 넉넉하지 못한 시간에 최대한 많은 나라와 도시들을 경험하고 싶다면 비행기가 많이 동원될 것이고, '천천히 길 따라 발길 닿는대로 가는 것이 여행이지' 싶은 사람은 최대한 자유로운 코스를 선택해야 할 것. 

- 원월드 티켓
가장 효율적으로 지구 한바퀴를 돌려는 이들에게 회자되며 추천되고 또 많이들 이용하는 것이 '원월드 티켓'이다. 세계 11개 항공사가 가입되어 있는 이 원월드 서비스는 대륙간 이동 + 대륙 내 이동을 이 11개 항공사의 노선을 이용해 한꺼번에 끊는 저렴한 항공 서비스이다. 세계여행 티켓으로 많이 인식되고 있다. (한장짜리 티켓이 아니라 미리 티켓을 다 끊어가는 티켓북같은 형태라 생각하면 된다) 꼭 월드 라운드 티켓만 판매하는 것은 아니고 몇 개 대륙을 골라서도, 한 대륙만 골라 티켓팅을 할 수도 있지만 세계일주(3~4대륙 이상)일 경우에 효율성이 제일 높다. 이 원월드 덕분에 세계여행이 쉬워진 측면이 있다. 
원월드의 장점은 비행기를 타고 이동할 수 있기 때문에 시간이 절약된다는 점, 확실히 개별 항공권보다 싸게 든다는 점이다. 그리고 남미를 갈 경우라면 이스터 섬까지의 항공권도 포함할 수 있기 때문에 확실한 강점이 있다. (산티아고에서 이스터섬까지 왕복 60만원에서 100만원 정도 한다. 무지 비싸다) 하지만 또 단점도 만만치 않은데 우선은 제약사항이 많다는 것이다. 한 방향으로만 움직여야 한다. 유효기간이 1년이라 무조건 1년내에 출발지로 돌아와야 한다. 그리고 11개 항공사가 취항하지 않는 도시에서는 비행기를 선택할 수 없다.(물론 육로로 넣으면 되긴 한다) 게다가 예전보다 제약사항이 강화되어 대륙내 제공되던 항공권에서 요즘엔 장거리 육로 이동을 하면 그걸 대륙내 항공 이동으로 계산해버려서 실제 탈 수 있는 비행기 횟수도 줄어든 측면이 있다. 무엇보다 원월드의 단점이라면 사전에 아주 철저한 루트 계획을 세워야 하고 그 루트를 중도에 변경할 수 없다는 것이다. 날짜 변경이나 그런 것들은 가능하지만(물론 이것도 해외에서 통화하고 변경하고 하기 좀 귀찮고 힘들다) 루트 자체의 큰 변경은 힘들다. 아시다시피 장기 배낭여행이라는게 중간에 적어도 다섯번은 블랙홀 같이 헤어나올 수 없는 여행지도 만나고, 절대 헤어지기 싫은 도반도 만나며, 이런 저런 몰랐던 소식으로 인해 몰랐던 곳도 가보고 계획에 없던 곳도 가게 되는 것이 장기여행이다. 원월드의 경우 싸고 효율적이며 편리한 대신 이런 '우연의 여행'의 기쁨을 일정 정도 포기해야 한다. 하지만 역시나 또 효율과 비용이란 측면 역시 고려하지 않을 수 없어 많은 사람이 선택하고 있다. 
자세한 내용은 원월드 홈페이지 에 가서 참고하시라. 실제 루트를 짜서 입력해보면 분명히 안되는 구간이 나와서 적어도 원월드로 루트를 최종 확정하려면 세네번의 수정과정을 거친다. 원월드로 가려면 아예 원월드를 취급하는 여행사에 가서 대략의 루트를 내밀고 계획을 부탁하는 것도 방법이다. 
이건 하나의 팁인데 원월드 티켓의 가격은 출발 국가별로 좀 차이가 난다. 원월드 티켓을 가장 저렴하게 끊을 수 있는 나라는 이집트와 호주이다. 그러니 예를 들면 우리나라에서 아시아를 거쳐 이집트까지는 저렴한 육로를 이용해 이동하고 이집트에서 원월드를 끊어서 아프리카, 호주, 남미, 북미를 돌아 이집트로 온다. 그리고 다시 거기서 원웨이로 한국에 돌아오는 방법은 돈을 절약하는 지혜가 될 것이다. 아니면 요즘은 호주로 워킹 홀리데이 많이 가니까 학생이거나 나이가 서른 아래라면 호주로 우선 워킹 홀리데이를 가서 한 3개월에서 6개월정도 빡세게 일하고 여행자금 두둑히 마련하여 호주에서부터 원월드로 돌아보는 것도 좋다. 실제 이렇게 하는 사람들을 몇몇 만났다.

- 학생할인항공권
이건 학생에게만 해당되는 사항인데 학생 할인항공권을 묶어서 저렴하게 미리 끊을 수도 있다. 주로 대륙간 이동에 해당되며 키세스여행사에서 친절하게 잘 상담해준다고 들었던 듯. 학생할인항공권을 전문으로 하는 곳에 문의하라. 중국 윈난셩에서 만났던 도반이 이렇게 여행하고 있었는데 한국에서 미리 학생항공권으로 대륙간 이동 비행기를 티켓팅해왔더라. 꽤나 저렴했던 것으로 기억.

- 내 맘대로!
자. 내가 세계여행의 방법으로 선택한 것이 이 '내 맘대로'였다. 맨 첫 나라로 정한 인도네시아 자카르타행 편도 티켓만 끊어서 날아갔다. 실제로 가장 추천하는 것이기도 하다. 돈이 아주 많다면 모든 구간을 비행기로 다닐 수도 있을 것이다...만 그건 배낭여행이 아닐 것이니 주로 대륙 내에서는 상황이 허락하는대로 육로로 이동하고 대륙간 이동은 그때 그때 가장 싼 저가 비행기를 이용하여 이동하는 방법이다. 실제로 돌아와서 정산을 해 본 결과, 원월드 티켓을 끊었을 경우 보다 250달러 정도 더 소요된 정도였다. 단점은 비행기를 한번 탈 때마다 눈에 불을 켜고 싼 티켓을 찾고 찾아야 한다는 점, 그리고 여행에 익숙하지 않을 경우 현지나 인터넷에서의 티켓팅에 조금 어려움을 느낄 수도 있다는 점이다. 하지만 장점은 정말 일정에 제약이 없어 여기가 좋아 더 있고 싶으면 더 있고, 싫으면 일찍 떠나고, 가다가 방향을 틀 수도 있고, 좋은 사람 만나면 그 사람 쫓아갈 수도 있고 기타 등등 완전 루트의 자유가 주어진다는 것이다. 장기 여행은 위에서 말했다시피 늘상 계획이 변하기 마련이니 그때그때 마음 가는대로 정말 자유여행을 할 수 있다. 나의 경우도 여행하면서 루트와 일정이 수시로 바뀌었고 또 생각치도 못한 저렴한 비행기들을 구할 수 있어서 매우 즐거웠다. 정말 맘만 먹으면 비행기 한번도 안타고 세계일주를 할 수도 있다. 예를 들면 인천에서 천진으로 배를 타고 들어가 중국 땅을 밟고 거기서 아시아를 시작하는 것. 요르단에서 페리타면 아프리카고 거기서 한바퀴 돌고 모로코에서 스페인으로 넘어가 유럽을 돌고 다시 스페인에서 무려 콜롬버스의 항해로를 따라 남미로 가는 보름간의 항해도 가능하다는 것! 뭐 그렇다는 얘기다. 암튼, 이 내 맘대로 세계여행의 경우 대륙 내 이동은 대부분 육로를 기본으로 한다. 우리 나라 사람의 경우 '국경'이 없기 때문에(슬픈 현실이지만) 국경 넘는 걸 무척이나 어려워하는 경향이 있는데 정말 쉽다. 국경 넘으면서 여권에 스탬프 찍으면 된다. 국경 넘어다니는 버스와 기차도 무지하게 많다. 국경을 넘는 장거리 버스와 기차가 어디 있는지, 국경을 넘을 도시와 루트는 어찌 되는지 파악해두면 된다. 그리고 비행기를 탈 경우가 생기면 해외의 여행 티켓팅 사이트들을 몇개 알아가는 것이 도움이 된다. 말하자면 우리나라 인터파크 여행티켓이나 와이페이모어같은 사이트들이다. 이 사이트들 잘 보면 정말 유효기간 짧고 제약이 있어 싸게 나오는 티켓들이 나오는데 그걸 잡으면 된다. 해외에는 저가항공이 무척 발달되어 있으니 저가 항공을 적절히 이용한다. 
내 맘대로 여행에서 유용하게 쓰이는 사이트는 엑스페디아(www.expedia.com),  트래블로시티(www.trevelocity.com) 등으로 주로 대륙간, 장거리 비행에서 저렴한 걸 찾을 땐 여기를 노려라. 전체적으로 저가항공만 검색해주는 사이트도 있다. 매우 유용한데 위치버젯(www.whichbudget.com)이 그것. 내가 남아공에서 브라질 갈 때 이 사이트에서 열라 찾아본 결과 남아공-베를린(에어베를린) / 베를린-마드리드(이지젯) / 마드리드-브라질 살바도르(에어유로파) 로 이동하는 것이 남아공에서 브라질로 바로 이동하는 것보다 싸다는 걸 알아내서 그렇게 이동했다. 하하. 아시아 내에서 저가항공을 찾는다면 단연코 에어아시아(www.airasia.com) 다. 10만원 이내로 어디든 갈 수 있다. 유럽이라면 너무나 유명한 이지젯(www.easyjet.com)이나 그보다 더 싼 라이언에어(www.ryanair.com/en)가 유용하다. 그리고 중동과 아프리카(케냐 취항)에서는 에어아라비아(www.airarabia.com)를 노려라. 아프리카에서는 남아공 저가항공들이 매우 발달해 있다. 쿠룰라(www.kulula.com), 망고(www.flymango.com), 원타임(www.1time.aero)이 남아공 주변 나라들과 운항중이다. 

어떤 여행을 하고 싶은지, 실제 자기의 여건이 어떤지 고려하여 장단점을 비교해보고 방법을 선택하면 된다. 시간적, 심적 여유가 있는 여행을 하고 싶다면, 그리고 육로이동이 용이한 아시아에 시간을 많이 할애한다면  내 맘대로 여행을, 시간과 돈 모두 효율적으로 세계를 돌아보고 싶다면, 그리고 남미, 북미가 중심이 된다면 원월드가 나은 선택이 될 듯. 



2-3. 돈은 얼마나? 

대략의 루트도 나왔고...자 문제는 총알이다. 몸 건강하고, 정보도 충실하고, 용기도 있고, 길도 잘 찾고, 성격도 다 좋은데 돈이 느무느무 없다면 그것도 곤란. 근데 이 여행 경비의 문제는 참으로 고무줄과도 같아서 딱 얼마 들어요..라고 말하기 힘들다. 정말 이건 거의 무전여행이다 싶을 정도로 돈 안들이고 다니는 사람도 있고, 호텔에서 먹고 자면서 여행하며 돈 뿌리고 다니는 사람도 있으니 우선 자신의 여행 스타일을 고려해야 할 일이다. 돈이 없어서 유럽에서 남미대륙까지 저번에 얘기했던 그 콜롬부스 항해 유람선에 요리사로 취직해서 대륙을 건넜다는 전설적 일본인 용자 이야기도 전해 들은 적이 있다. 정 총알이 없는데 여행은 꼭 가야겠다면 이런 방법도 시도해 볼만. 그러나 노숙하고 자가 이동수단(자전거, 오토바이, 차..)을 가지고 있지 않는 한, 기본 총알은 있어야한다. 

암튼 앞으로 이야기하는 경비 이야기는 '일반적인 배낭 여행자의 행태'를 기본으로 하는 것이다. 이에 앞서 일반적인 배낭 여행자의 행태를 좀 알아보자.

1. 숙박 : 잠은 도미토리가 기본이고 도미토리가 없는 나라에서는 저렴한 여행자 숙소에서 머문다. 장거리 이동이 있을 경우, 밤버스 밤기차를 이용하여 숙박비를 줄인다. 
2. 음식 : 하루 세끼 꼬박 먹되 주로 아침은 숙소에서 주는 빵으로 때우고, 점심은 저렴한 길거리 푸드나 가벼운 음식, 저녁은 공용 키친이 갖춰져 있을 경우 식재료를 사와 해먹고 아니면 역시 저렴한 여행자 식당을 이용한다. 3일에 한번 정도 사람들과 어울려 맥주를 마시거나, 1~2주일에 한번 정도는 좀 좋은 레스토랑도 기웃거려 본다. (근데 여행다니다 보면 매일 맥주 1병은 마시게 되는 듯 -_-) 그 지역에서만 먹을 수 있는 특별한 음식이 있다면 돈이 좀 들어도 한번은 시도해 본다.
3. 교통 : 육로로 이동할 수 있는 경우에는 주로 육로로 이동한다. 기차나 장거리 버스를 주로 이동한다. 버스의 경우 장거리일 때는 여행자들이 이용하는 여행자 버스나 의자가 좀 편안한 버스. 기차는 나라에 따라 다르지만 중급 정도의 시설을 기본으로 한다. (예를 들어 인도에서 이동할 때 에어컨이 나오는 1등칸을 이용하지 않고 sleeper칸을 이용하는 수준) 도시 내에서의 이동은 대중교통을 이용한다. 택시는 길을 잃었다거나, 밤이 깊었다거나, 매우 위험한 지역이라든가 하는 어쩔 수 없는 경우 이외에는 이용하지 않고, 타더라도 주로 일행을 구성해 이용한다.
4. 유적지 등 입장료 : 기본적으로 그 도시에서 보고싶은 박물관, 유적지의 입장료는 아끼지 않는다. 다만 가짜일지언정 국제 학생증을 만들어 학생 할인을 받는다. (지적사항이 있었습니다. 별 거 아닌 학생증이라도 문서위조는 위조라는 것이죠. 이 국제 학생증은 나라마다 발급 기준이 달라서 1년치 발급비만 지급하면 정식으로 발급해주는 나라가 있는가 하면 -저는 이렇게 발급받았습니다 -, 철저히 학생여부를 가려서 발급해주는 나라가 있습니다. 방콕 카오산로드에서는 300밧트만 주면 누구나 만들어주기도 하고요. 추천할 순 없을 것 같습니다. 판단은 각자의 몫입니다)
5. 쇼핑 : 인도 네팔 등 물가가 싼 아시아 지역에서는 나염 티셔츠, 알리바바 바지 등 여행자 패션을 완성하는 현지 옷을 사입는다. 기념품은 길거리 표를 이용한다. 반값 흥정은 기본이다. 기타 물가가 비싼 지역에서는 거의 쇼핑하지 않으나 사지 않으면 평생 후회할 것들을 만나면 적어도 하루를 고민한 후 세번을 찾아가 깎을 만큼 깎고 산다. 
6. 통신 : 로밍폰은 이용하지 않는다. (너무 비싸다) 주로 인터넷을 이용할 수 있는 곳에서 스카이프 등 문명의 이기를 이용해 지인들과 연락을 하고 주요 연락수단은 이메일과 엽서 등을 활용한다. 인터넷은 싼 곳에서는 매일 이용도 하지만 비싼 곳에서는 3~4일에 한번 정도.

이상을 기본 생활 지침으로 나의 경우 아시아-아프리카-남미-중미의 1년 1주일간의 경비는 약 2만달러였다. 비행기를 포함한 교통비와, 숙박비, 모든 생활비를 합친 금액이다. 사전 준비금액으로 배낭 등 준비물품과 카메라를 산 비용이 150만원쯤 들었다. 출발할 때는 1000원대였던 환율이 6개월 후 이집트 즈음에서 1400원으로 치솟더니 이윽고 남미에서는 하늘이 나를 버려 1600원까지 치솟았다. 환율 덕분에 예상보다 한화로 환산하면 좀 많이 든 편.(귀국하니까 환율 내려가더라. ㅜㅜ)  원화로 2400만원 정도이다. 만약 당신의 루트에 '유럽'과 '북미'가 포함되어 있다면 경비는 더 올라갈 것이다. 그냥 단적으로 세계에서 가장 물가가 싼 곳인 인도와 네팔에서 한달을 여행할 경비로 유럽에서는 단 5일밖에 버티지 못한다. 

그럼 1년전 나의 여행가계부를 들춰보며 대략의 체감물가를 지역별로 간단 정리해보자.

[동남아시아]
동남아시아의 경우 물가는 대략 비슷비슷하다. 태국의 생활물가를 기본으로 잡고 라오스나 캄보디아에 가면 조금 더 싸고, 섬 휴양지가 조금 더 비싸다고 보면 된다. 방콕을 기준으로 하루 생활을 이야기해보면....
방콕 한인 숙소의 도미토리의 경우 에어컨이 나오는 여자 도미토리가 1박에 120밧트. 일반 여행자 숙소의 더블룸이 300~400밧트 정도다. (10밧트면 330원 정도) 길거리 팟타이가 25~30밧트, 길거리 수박이나 파인애플이 10밧트, 길거리 주스는 15~20밧트, 여행자 식당의 한끼는 80~150밧트, 맥주 한병에 20~30밧트, 시내 버스비는 거리에 따라 다르지만 1회에 3~5밧트, 런드리 서비스 1kg당 30~40밧트, 장거리 버스(태국 북부~방콕 / 13시간 정도) 800~900밧트..정도를 생각하면 된다. 여행자 거리인 카오산 로드의 길거리 원피스는 150밧트 선. 섬으로 들어가면 물가는 1.5배에서 2배로 비싸다. 우선 꼬 싸무이의 경우 숙박비의 최저기준은 가장 허름한 트윈 방갈로가 400밧트였다. 음식값도 비싸진다. 
방콕 물가를 동남 아시아 여행의 기본으로 잡으면 섬으로만 돌아다니지 않는 한 모자랄 일은 별로 없을 것이다. 시골 작은 동네로 갈 수록 물가는 싸지고, 동남아시아에서는 흥정에 따라 생활 물가도 많이 달라진다. 베트남의 경우는 약간 특이한 것이 생활물가는 태국보다 싸지만 숙박비가 비싸다. 베트남에는 도미토리 형태의 여행자 숙소가 없고 대신 매우 깨끗한 모텔급 정도 되는 미니 호텔이 많다. 깨끗한 트윈침대와 욕실과 화장실이 딸려있고 에어컨이 완비되어 있으며 심지어 한국 방송이 마구 나오는 위성 TV가 기본이다. 이런 방이 1박에 8달러에서 12달러 선. 베트남을 여행할 때는 일행을 구해 방을 쉐어하면 높은 방값의 부담을 덜 수 있다. 
동남아시아에서 이동경비와 숙박, 생활비를 모두 합쳐 1달간 여행비용으로 650~700달러 정도면 너무 가난하지도 않고, 저녁에 맥주 한잔 정도 여유 부릴 수 있는 정도의 수준으로 여행할 수 있다. 

[중국 윈난셩]
중국도 지역에 따라 물가가 천차만별이라 상해같은 곳은 서울과 비슷한 수준이라하니...우선은 내가 여행한 중국 윈난셩의 쿤밍을 기준으로 이야기해보자. 우선 중국은 도미토리 사정이 매우 좋다. 중국 사람들이 유람을 워낙 좋아해서 외국인 여행자보다는 국내 젊은 여행자들을 대상으로한 '객잔'이 성행 중. 
6인실 도미토리의 경우 1박에 30~40위안.(1위안=170원 정도) 아침을 길거리 식당에서 만두로 때운다면 3위안이면 된다. 물 한병 3위안. 시내버스 1회에 2~3위안, 일반 식당 한끼 식사 15~30위안(중국음식의 특성상 여럿이 가서 먹으면 1인당 부담금이 싸진다), 쿤밍에서 따리(약 7~8시간)까지의 버스가 126위안, 더친에서 쿤밍까지 내달리는 침대버스가 167위안 정도. 윈난셩의 경우 물가가 비싼 편은 아니다. 다만 중국 정부에서 관리하는 입장료가 문제인데 따리에 있는 삼탑사의 입장료는 무려 121위안이나 한다. 주로 관광객이 많은 유명한 곳의 입장료는 조금 비싼 편이니 감안하도록. 중국 윈난셩을 돌아보는 1달간 소요된 비용은 650달러 정도였다. 가끔 말도 타고 투어도 한 걸 감안하면 여기도 동남아시아와 비슷한 수준으로 생각하면 된다. 다만 배낭여행이라고 볶음밥만 먹을 순 없다, 중국의 산해진미를 모두 먹어보리라...결심한다면...조금 여유롭게 잡으면 된다.

[인도, 네팔]
물가가 싸서 배낭여행자의 천국이자, 돈없는 가난한 여행자의 종착지가 되기도 하지만 또한 사기와 바가지가 성행하여 어리버리 잘못하면 다른 여행자의 두 세배가 들기도 하는 재미난 곳이다. 인도와 네팔은 도미토리가 없고 주로 싱글룸이나 친구와 트윈룸을 쉐어하여 숙박하는 형태가 일반적이다. 인도 델리의 빠하르간지(일반적인 여행자들이 가장 많이 모이는 시장통 여행자거리)의 한국인들에게 인기있는 숙소는 더블룸 1박에 200~400루피 선.(10루피=250원 정도) 1리터 물 한병에 10루피, 길거리 음식은 인도에서는 되도록 피하는 것이 좋으므로 일반적 여행사 식당의 한끼 식사가 50루피 선, 짜이 한잔에 10루피, 대중교통 대신 이용하게 되는 릭샤(오토바이 택시)는 흥정에 따라 다르지만 일반적으로 왠만큼 멀지 않으면 20~30루피선으로 깎으면 된다. (여행자한테는 두배 세배 열배까지 바가지를 씌우니 흥정 필수) 열라 느린 인터넷 30분에 20~30루피, 델리에서 마날리까지 그나마 나무의자가 아닌 장거리 여행자 버스(시간은 버스가 고장 나냐 안나냐에 따라 다르다. 12시간에서 17시간) 450루피, 델리-아그라 간 슬리퍼 기차가 221루피. 인도에서 크게 은 세공품같은 쇼핑을 하지 않을 것이라면, 그리고 장거리 이동(인도에서 장거리란 24시간 이상) 이 크게 많지 않다면 1달간 소요비용은 450~550달러선이면 무리없다.

[서남아시아]
소위 중동이라 부르는 이 곳은 이란, 시리아까지는 저렴한 물가와 천사표 사람들 덕에 여행이 즐거울 것. 게다가 여행자들에게 어찌나 공짜 덤을 많이 주시는지. 하하하. 하지만 요르단으로 넘어가면 물가가 갑자기 확 비싸진다. 이란의 화폐단위도 우리나라처럼 무지 커서 계산이 좀 어려울 수 있다. 1만 리알이 1200원 정도. 괜찮은 여행자 숙소 싱글룸 1박이 100,000~150,000 리알, 도미토리는 1박에 50,000리알 선이다. 일반 식당 1끼에 50,000리알 선, 시내버스 300리알, 도시간 이동 버스 50,000~90,000리알, 빵과 우유 합쳐서 6,000리알 선이다. 테헤란에서 시리아까지 가는 70시간 국제기차는 900,000리알. (이란은 교통비가 무지 싸다) 시리아도 비슷하거나 좀 더 싸다. 1시리안 파운드가 25원. 4인 도미토리 1박에 200~300 파운드 선. (이건 지붕이 있는 실내 도미토리의 경우고, 옥상에서 매트만 깔고 자는 옥상 도미토리는 100~150파운드) 흔히 간단한 식사나 간식으로 먹는 팔라펠 하나에 20 파운드. 일반적으로 호무스 등을 먹는 식당에서 한끼에 100~150파운드 정도이다. 하마에서 다마스커스까지 이동하는 버스비가 150 파운드. 학생증이 있으면 입장료는 거의 무료수준이다. 
여기서 요르단으로 넘어가면 높은 물가를 보여주는데...1디나르가 거의 1유로와 맞먹는다. 콜라 하나에 0.75디나르, 도미토리 1박에 4~5디나르, 식당에서 먹는 한끼가 4디나르, 길거리 핫도그가 1~1.5디나르, 무엇보다 요르단의 핵심 페트라 유적지 입장료가 1일에 21디나르다. 관광지로 갈 수록 식당의 식사비는 천정부지로 솟는다. 참고로 요르단 비자는 10디나르, 출국세는 5디나르. 
요르단까지 포함해 1달간 서남아시아 여행비는 총 700달러 선으로 전체적으로 아시아 여행의 평균치 정도이다.



얘기가 너무 길어져서...북아프리카, 동아프리카, 남아공, 남미, 중미의 여행경비는 다음편으로 넘긴다.



[북아프리카]
안타깝게도 북아프리카 중에서는 이집트밖에 여행하지 못했다. 피라미드와 스핑크스의 고대문명과 홍해의 푸른 바다가 있는 매력적인 나라지만 '카이로'는 개인적으로 세계 최악의 도시 Top3에 꼽는 도시. 암튼 이집트는 다이버들의 천국 홍해쪽과 대륙쪽의 물가가 살짝 차이가 난다. 1 이집션파운드는 210원 정도다. 내가 다이빙을 배웠던 다합에서 어드밴스드 과정까지 마치는데 든 강습 비용은 500달러 정도. 더블룸 방값은 40파운드, 식당은 해변을 중심으로 쭈욱 펼쳐져 있는데 대부분 아침 브런치 메뉴는 10파운드, 점심 저녁은 12~30파운드로 잡으면 된다. 무선 인터넷이 되는 최고급(;) 일리 커피숍의 커피가 8파운드 정도. 다합에서 룩소르까지 15시간 정도 걸리는 장거리 버스는 120파운드. 
도시로 들어가면 카이로를 특히 조심해야 한다. 카이로에는 짧으나마 지하철이 있지만 그것 외에 대중교통이라고는 사람들이 매달려 다니는 버스밖에 없으니 여행자에겐 추천하지 않는다. 지하철로 못가는 곳엔 택시를 이용해야 하는데 타기 전 흥정이 필수다. 생떼거리 쓰는 경우가 많으니 꼭 흥정하도록. 아니면 열배 바가지 그냥 쓴다. 룩소르의 카르냑 신전 입장비용이 35파운드(학생증있음 더 싸다)였다. 중요도에 따라 입장료는 달라진다. 4인 도미토리실 1박이 12파운드 정도, 물 하나에 1파운드(역시 흥정이다. 정가제가 별로 없다), 식사비는 천차만별인데 10~20파운드 정도 잡으면 된다. 룩소르에서 카이로까지 기차가 88파운드, 카이로에서 알렉산드리아까지 기차가 37파운드. 이집트는 세계에서 가장 저렴하게 특급기차인 웨건리를 탈 수 있다. 카이로에서 밤새 달려 아스완까지 도착하는 웨건리가 아마도 한화로 한 10만원 조금 더 했던 듯. 탈만하다. 식사 주고 나비 넥타이를 맨 아저씨가 홍차도 가져다주고 그런다. 투어비는 흥정하기 나름이지만 여럿이 몰려가서 흥정하면 싸진다. 새벽 3시에 떠나는 아스완 아부심벨 투어가 50~60파운드 정도다. 이집트를 여행하는데 투어비용까지 포함해서 하루 평균 20~30달러 선이다.

[동아프리카]
케냐와 탄자니아, 잠비아 정도로 이야기 해보자. 아프리카가 무지하게 쌀 것이라는 편견을 버려야 한다. 시골에서 바나나 사먹고 이런 건 정말 거저처럼 싸지만 여행에 필요한 다른 비용은 비싸다. 공산품들의 비용이 기본적으로 비싸고, 숙박도 그리 많지 않다. 우선 아프리카에서 가장 비용이 많이 드는 것은 투어비용이다. 아프리카에 온 이상 세렝게티를 보지 않을 수 없는 노릇. 이런 비용은 모두 달러로 통용되는데 좀 비싸다. 하지만 비싸도 값은 한다. 운전사와 요리사, 지프와 숙박비를 모두 포함한 비용으로 여럿이 갈 수록 싸진다. 지프에 탈 수 있는 인원을 만들어 가는 것이 제일 좋다. 나의 경우 세렝게티 3박 4일의 일정으로 2박은 텐트, 1박은 롯지(롯지 비용이 비싸다)로 해서 인도인이 운영하는 바비 트랙킹 이용. (한인 업체 하나 있어서 갔다가 너무 비싸서 그냥 나왔음. 아마 차와 숙소가 더 훌륭할 것으로 예상) 5명이라는 딱 좋은 인원으로 많이 많이 깎아서 1인당 500달러였다. 보통은 한 550~600정도 드는 듯. 
케냐는 입국할 때 비자가 50달러. 케냐 1실링이 16원 정도다. 나이로비 4인 도미토리 1박이 450실링~500실링. 나이로비에서 가장 유명하고 현대적인 까페에서 케냐AA 커피 한잔 160실링, 바나나 한무더기에 20실링, 일반적 식당에서 식사(보통 튀긴 닭과 감자) 150실링~200실링, 민속촌 같은 보마스 입장료 300실링(학생증), 케냐 근교 나쿠루 국립공원 입장료 2250실링, 차량 렌트비 세단 하나에 1600실링, 나이로비에서 몸바사까지 열 몇시간 암내나는 지옥의 버스 900실링, 몸바사에서 탄자니아 다르에스살람까지 국제 버스 1200실링 정도다. 
탄자니아도 비슷한 물가를 보여준다. 탄자니아 실링은 한국 원과 거의 1:1이라 계산이 편하다. 현재는 10실링이 9원정도. 싱글룸 1박이 8000~12000실링, 다르에스살람에서 YMCA에서 머물렀을 때 더블룸이 20000실링 정도. 맥주 1병에 1200실링, 콜라 한병에 500실링, 식사비는 좀 차이가 나서 싸게 먹으면 3000실링 정도, 좀 깨끗하고 좋은데서 먹으면 8000실링 정도다. 다르에스살람에서 모시까지 버스비가 25000실링, 다르에서 잔지바르 섬까지의 페리가 왕복 49000실링, 다르에서 잠비아 루사카까지 가는 국제기차 TAZARA(탄자니아 잠비아 레일웨이)는 2등칸..(침대 6개 있는 방)으로 해서 65000실링이었다.
잠비아는 보통 빅폴때문에 가는데 비자피가 50달러. 루사카에서 바로 리빙스톤으로 이동하는 버스가 90000쿼챠 (10쿼챠가 2.5원), 리빙스톤의 거의 모든 여행자가 머무는 졸리 게스타하우스 8인도미토리 1박에 8달러, 맥주 한병에 8000쿼챠. 여기서는 주로 다 식사를 해먹어서 레스토랑 식사비용은 잘 모르지만 1끼 평균 식재료비는 4000쿼챠. 빅토리아 폭포 입장료 10달러, 빅폴 다리 111미터 번지점프 90달러(현재 100달러), 잠비아에서 절대적으로 꼭 해야하는 래프팅 130달러. 동아프리카를 여행하는데 사파리 비용 등 액티비티 비용은 별도로 이동비용 숙박비용 까지 해서 하루에 20~30달러 정도 잡으면 된다.

[남아공]
남아공은 여타 아프리카와 물가 차원이 다르다. 점점 내려오면서 케이프타운에 입성했을 때 '문명 세계다!' 라며 좋아했지만 물가에 눈물지었다. 암튼 남아공에서는 버스, 숙박, 심지어 크루즈까지 모든 것에 학생 할인이 있다. 남아공 1랜드가 150원. 4~5인 도미토리 게스트하우스 1박 100~120랜드, 케이프타운 시티투어버스 120랜드, 식사 한끼에 30~70랜드, 선셋 크루즈 130랜드, 1일 와인투어에 350랜드, 희망봉 투어에 300랜드, 케이프타운에서 엘리자베스포트까지 여행자 미니버스 바즈버스 이용하면 460랜드, 더반에서 요하네스버그까지 버스 180랜드, 케이프타운에서 요하네스버그까지 저가항공(버스보다 싸다) 670랜드 정도다. 이런저런 투어와 이동비용까지 감안하면 2주에 700~800달러 정도 선이다.

[남미 - 브라질, 아르헨, 칠레]
이 세 나라를 한번에 묶는 것은 세 나라의 여행경비가 비슷하기 때문이다. 다만 브라질이 좀 더 비싸다. 
브라질 1레알이 650원 정도. 비싸다. 브라질에서 가장 저렴하게 식사할 수 있는 방법은 꼬미다 아 낄로..라고 적힌 미니 부페를 이용하는 것인데 접시 그람수에 얼마..로 적게먹으면 적게 나온다. 여성 한끼 기준으로 보통 꼬미다 아 낄로에서 한끼 식사는 콜라 한캔까지 해서 한 7~8레알. 일반 식당에서 저녁을 먹으면 12~20레알 사이. 길거리 간식은 3~5레알, 시내버스 1회 2.2레알, 콜라 2레알, 맥주 한캔에 2.5레알, 도미토리 1박 30~50레알, 살바도르에서 리오 데 자네이로까지 버스는 240레알. 리오에서 이과수까지 버스는 210레알. 
아르헨티나는 조금 싸지만 큰 차이는 없다. 다만 아르헨티나 소고기는 세계 제일로 맛있고 제일로 싸니까! 브라질보다 훨 낫다. 식당에서 먹는 대신 정육점에서 소고기를 사다가 매일 스테이크를 먹으면 한끼에 3천원 정도로 해결할 수 있다. 스테이크를 먹는 것이 제일 싸다는 걸 명심하자. (아, 행복했다) 아르헨티나 1페소가 300원. BsAs의 메트로 1.1페소, 버스도 비슷, 피자식당에서의 간단한 한끼 10~15페소, 일반 식당 20~30페소, 클럽 입장료 20페소, 밀롱가 입장료 15페소, 고급 스테이크 고기 350g에 8페소, 남미사랑 도미토리 1박 25~40페소(장기하면 싸진다). 일반 도미토리 30~40페소, BsAs에서 이과수까지 버스 200페소 정도다.
칠레는 아르헨티나보다 살짝 싼 정도다. 칠레 1페소는 2.2원 정도. 1박에 5000~8000페소, 점심 2000~3000페소, 칠레에서 넘어가는 우유니 투어는 110달러 선. 
브라질, 아르헨, 칠레 세 나라를 여행하는 경비는 특별한 투어비용을 제외하고 다 포함해서 1일 40~60달러 선이다.

[남미- 볼리비아, 페루]
우선 볼리비아는 남미에서 가장 저렴한 나라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앞선 세나라의 깨끗하고 편안한 버스와는 바이바이다. 1볼리비아가 200원쯤. 고산증이 왔을 때 유용한 코카잎 한봉지가 5볼, 우유니에서 라파즈까지 울렁울렁 버스가 80볼, 엠빠나다 하나에 3~4볼, 식당 식사 한끼에 15~30볼, 길거리 커다란 딸기주스 한잔에 5볼(거의 700미리는 주는 듯), 오토바이 택시 근거리 2볼, 더블룸(2인) 1박에 50~70볼, 길거리 간식 1볼, 라파즈에서 코파카바나(티티카카 호수)까지 버스 25볼, 아마존 투어에 500볼 정도. 다 합쳐서 1일 평균 20~25달러 선으로 잡으면 된다.
페루도 저렴한 편이지만 먹는 건 좀 비싼 듯 하다. 페루 1솔은 420원 정도. 1일 숙박에 15~25솔, 한인 숙소들은 1박에 15~20달러 정도다. 엠빠나다 하나에 1.5솔, 빅맥은 10솔, 물이나 콜라 1솔, 식당에서 먹는 한끼는 15~20솔 정도. 나스카에서 경비행기 타는 비용은 75달러, 이카에서 리마까지 버스는 55솔 정도였다. 특별한 투어(경비행기) 빼고는 1일 25~30달러 선이다.

[쿠바]
쿠바는 여행자에게 적용되는 CUC 화폐로 인해 눈물나는 물가를 자랑한다. (1CUC가 1400원 정도) 일반인들은 네셔널 모네다라는 화폐를 쓰고 보통 외국인들은 CUC를 쓴다. 수입 공산품에서는 외국인 현지인 공히 CUC를 쓰기도 한다. 외국인도 물론 MN을 쓸 수는 있다. 꾸바는 얼마나 MN을 받는 현지 식당을 잘 찾아내는가에 경비 절약의 노하우가 담겨있다. 숙박은 까사라는 민박을 이용하는데 인원수가 아니라 방에 따라 받기 때문에 2인이 다니면 숙박비가 절약된다. 보통의 괜찮은 까사 1박은 20~30CUC다. 식사도 제공되는데 보통 민박 주인들이 밥값으로 돈을 벌기 때문에 아침 정도는 먹어주는 것이 좋다. 한끼에 7~8CUC를 받는다. 길거리에서 MN으로 파는 피자같은 것은 그 1/10 가격도 안된다. 이런거 찾아먹으면 한끼에 5~600원으로도 해결 가능. 근데 먹고 탈날 가능성도 농후하다. 물, 음료는 1CUC, 모히토 한잔에 3CUC, 맥주 1.5CUC. 아바나에서 산타클라라까지 버스 18CUC. 1일 평균 40~50달러 소요. 물론 달러로 가져가면 택스가 붙어 안된다. 여기는 캐나다 달러로 환전하는 것이 제일 좋다.

[멕시코]
멕시코 시티(메히꼬 데 에페)와 다른 시골 도시와의 물가차이가 좀 난다. 그리고 깐꾼같은 미국인 넘쳐나는 휴양지는 물론 비싸다. 멕시코 1페소에 현재 90원. 도미토리 1박에 100~150페소, 싱글룸 200페소 정도. 길거리 타코 5페소, 물 한병에 9~10페소, 메트로 2페소, 일반 식당에서의 한끼 30~80페소, 길거리 주스 10페소, 피자 한조각 12페소, 맥주 한병 11페소, 메히꼬 데 에페에서 메리다까지 버스 1290페소였다. 시장을 잘 이용하여 먹을 걸 해결하고 다니면 좀 싸진다. 1일 평균 소요비용은 30~40달러 선.


여기까지 지역별로 1일 소요비용을 대략 알아보았는데...이건 1년~6개월 전의 경험이어서 물가가 요동치는 아프리카나 남미는 지금의 사정이 달라졌을 수도 있다. 그리고 비용은 자신의 여행스타일에 따라 많이 차이가 나니까 좋은 거 먹고 좀 좋은 곳에서 자야하는 사람은 1.3배 정도 비용이 더 증가할 것이라 생각해야 할 듯.