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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두나는 이렇게 말했다 - GQ Korea 2003-06

바/ㅏ 2003. 5. 24. 15:54 Posted by 로드365


GQ 지난 해부터 부쩍 영화를 많이 하는 것 같다. 근데 역할을 보면 항상 독특한 캐릭터다. 그런 캐릭터를 좋아하나?
배두나 그런 캐릭터를 좋아한다고 말하는 건 맞지 않다. 감독이 좋으면 한다.

GQ 작품을 고를 때의 기준은 그러면 감독?
배두나 물론 감독.

GQ 시나리오나 함께 할 배우 등 여러 요건이 나쁜데 감독이 좋다 그러면?
배두나 근데 좋은 감독에겐 좋은 시나리오가 온다. <고양이~> 시나리오로는 특별히 이 영화가 좋은 캐릭터고 좋은 작품이 될 것이라는 건 알 수 없었다. 감독을 만나고 결정한 작품이었다.

GQ 다 좋은데 역할이 다른 배우에 비해 묻힌다면 어떻게 하는가?
배두나 그래도 한다. <복수는 나의 것>을 그럼 왜 했겠는가? 영화 전반에 10%도 안나왔는데. 앞으로도 그렇게 할 것이다.




GQ 배우라는 자의식이 있지 않나? 그 자의식이 구체화된 영화는 어떤 건가?
배두나 <플란다스의 개>를 하면서 배우가 하고 싶었고 <고양이~>, <복수는 나의 것>때 더 치열하게 됐다. 그전엔 재미 있고 호기심뿐이었는데 <복수~> <굳세어라 금순아> 하면서는 책임감이 생기는 걸 느꼈다.

GQ 어떤 종류의 책임감인가?
배두나 적자 보기 싫고, 대중이 많이 봤으면 하는, 촬영 현장에서도 배우로서 도움을 줘야겠다는 생각이 든 게 책임감 같았다. 배우가 흥행에까지 연연해야 하는 것은 나쁜 현실이지만 현장에서 배우로서 큰 힘이 되고 싶다는 생각이 어느 순간 들었다.

GQ 나한테 어느 인터뷰가 제일 좋았냐고 사람들이 물으면 잘 모르겠고 약간 우문이라는 생각도 든다. 배우에게도 마찬가지인가? 제일 좋아하는 영화는 무엇이었나? 인간 배두나의 기호에 제일 딱 들어맞는 영화는?
배두나 모두 다 내 기호에만 맞혀진 영화들이었다. 전략적으로 이 시점에서 성공하려면 뭘해야지 하는 것을 염두에 두지 않고 내 취향대로 골랐기 때문에 전부다라고 말할 수밖에 없다. <플란다스~>, <고양이~>, <복수~>는 정말 내 취향에 딱 맞는 영화였다. <청춘>과 <~금순아~>는 모험이었고.

GQ 흥행에 대한 상처가 있나? 좀전에 언급했던 배우로서의 책임감말고 말이다.
배두나 그런 것 없다. 주위에서 만든다. 의기소침해지지 않은 나에게 의기소침해지지 않냐는 질문을 꼭 하니까. 나는 내 작품들이 너무너무 자랑스럽다. 그런 영화들이 어떤 영화계에든 꼭 있어야 한다. 좋은 작품인데 흥행이 나빴을 뿐이다. 하지만 나중에는, 그 언젠가는 내가 옳았다는 게 밝혀질 거다. 요즘 흥행한다는 작품 - <살인의 추억> 빼고 - 들을 보면 저런 거 찍고 자랑스러울까 싶다. 그러면서 나는 흥행에 연연하지 말아야지 한다. 대중들하고 코드가 안 맞는 건지. 솔직히 말하면 저런 작품들은 나는 때려죽여도 못할 것 같다 싶은 작품들도 있다.

GQ <위풍당당~>을 보면 당신이 대중과 코드가 안 맞는 것도 아니다.
배두나 아니, 나는 영화라면 안 했을 것 같다. 드라마는 일회성이 좋다. 그때 그때 즐기고 넘어가는 작품들. 하지만 영화는 평생 남는다. 훨씬 신중해진다.

GQ <위풍당당~>이 다른 작품들과 비슷하단 얘기 들었는데…
배두나 나는 시놉 볼 때부터 느꼈다.

GQ <명랑소녀 성공기>? <유리구두>?
배두나 두 개 다. 짬뽕이라고. 그렇게 생각할 수 있다. 근데 나중에는 어떤 신문에 내 연기를 두고 장나라 모방설이라는 기사가 났었다. 이 기자가 정말 쓸 게 없었나 보다 했다. 사투리를 쓰는 여자가 성공하면 다 <명랑소녀 성공기>인가? 괜히 일부러 나를 그녀와 비교하려고 쓴 기사였다. 너무너무 기분 나빴다. <명랑소녀~>랑 비슷한 작품이란 건 알았지만 내가 그녀와 연기를 비슷하게 한 적도, 그런 얘기를 들은 적도 없었다. 그 때 살짝 후회했다. 왜 내가 드라마를 해서 이런 소리를 듣나 하고.

GQ 중성적인 매력이 당신의 트레이드마크인데 여배우로서 섹시한 매력이 부각되지 않는 것에 대해 아쉬움은 없나?
배두나 없다. 그게 내 장점이다. 야하다면 야할 <청춘>도 찍었고, 심지어 <복수~>에서는 베드신도 있었는데 야하게 보일 거라 생각하지 않았다. 그리고 야하지도 않았다. 여배우에게는 물론 백치미, 섹시미 다 있으면 좋다. 나도 있다. 하지만 보여주고 싶어 안달하진 않는다. 어느 순간 도발적으로 보이면 된다. 대놓고 섹시한 것은 싫다.

GQ 배두나는 배낭여행을 떠나고 싶은 친구지 자고 싶은 여자는 아니라고 의 한 남자 에디터가 말했다.
배두나 어떤 촬영감독이 여배우를 찍을때 자고 싶게끔 나오면 그 배우가 뜬다고 말하는 것을 들은 적 있다. 그것이 남자 팬들의 기본이다. 나는 여자 팬이 많다. 그런 식으로 남자 팬, 만인의 연인이 되고 싶진 않다. 모두의 취향에 맞춰주고 싶은 생각은 없다. 지금 정리가 되는 것 같다. 내가 왜 남자팬이 없는지, 왜 그런 영화를 찍었는지. <위풍당당~>이 인기를 끈 것은 주시청층이 여자였기 때문일 거다. 나는 자고 싶지 않은 대신 밉지 않고 내숭이 아니니까 여자들이 좋아한 거다. 이런 점은 배우로서 아주 만족스럽다. 그리고 섹시한 매력, 그건 모두에게 보여줄 건 아닌 것 같다.

GQ 신하균을 얘기하는 거 싫어하나?
배두나 그렇다.

GQ 소개하는 것에 당당했기 때문에 꺼려하는 게 이상하다. 한국적 상황에서 여배우가 남자친구를 공개하는 것은 주저할 일이라고 생각했지만 당당하게 밝혔지 않나?
배두나 남자친구가 있다는 것을 공개하는 것에는 주저함이 없었다. 하지만 솔직히 말하면 지금 와서 후회한다. 언론에서 후회하게 만들었다. 배두나에게 남자친구가 있다가 아니라 신하균이 있다가 문제다. 나는 신하균말고 김남진, 김석훈, 신성우하고도 멜로를 해야 하는데 신하균만 떠올린다. 아무일 없는데도 결별했다느니 그래 놓고 또 갑자기 '애정전선 이상무' 이런 제목의 기사가 나온다. 특히 키스 신 찍을 때 와서 "이런 신 찍는 거, 신하균 씨가 아나요? " 너무 싫다.

GQ 그러면 당신은 뭐라고 하는가?
배두나 "알아요." 내가 이러니까 헤어졌다는 말이 나오는 거다. 사람들은 이상하다고 한다. 말해놓고 왜들 그러냐고?

 


GQ CF에서까지 연인으로 나왔으니까 묻는 사람들은 괜찮다고 생각하는지도 모른다. 또 배우가 애인이 있다는 것은 충분히 흥미롭다. 근데 그 상대가 또 배우이니 얼마나 더 궁금하겠는가?
배두나 안다. 대중들의 관심을. 나도 다른 사람들 궁금하니까. 하지만 그냥 사생활 아닌가. 작품에는 서로 엮어 생각하지 않았으면 하는 것이다. 연인이지만 우리 서로 배우니까.

GQ 언제 우울한가?
배두나 연기가 만족스럽지 않을 때. 나는 못했다고 생각하면 몇 시간씩 운다. 그럴 때 격려해준다. 엄마는 배우의 마음을 아니까. <복수~>때 내가 욕을 못했다. '씨발', '조까'이런 게 있었는데 그걸 잘 못해서 또 집에 들어와 울고불고했다. 그 때 대본에 표시해가며 대사를 가르쳐 주었다.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가르쳐준 연기였다.

GQ 요즘, 꽃미남이 아닌 남자배우들이 인물 외의 것으로 평가받고 있지만 여자 배우는 아직 그렇지 않은 듯 하다. 그리고 예쁘지 않은 여배우의 최전선에 당신이 있다.
배두나 왜냐면 안 예쁜 배우가 없다. 최전선일 수밖에 없다.

GQ 얼굴은 예쁜데 연기 못하는 배우가 분명히 있다. 관객들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녀들에게 열광한다.
배두나 부러울 따름이다. 진짜. 그게 매력일 거다. 연기 못해도 보는 건 매력이 그 연기를 커버했다는 건데 대단한 것이다. 근데 난 정말 예쁘다는 개념을 잘 모르겠다. 인형같이 생긴 게 예쁜 건가? 나는 예쁘지 않지만 다르니까. 다르게 생겨서 내 얼굴이 좋다.

GQ 온갖 이니셜들의 사건으로 연예계는 밖에서나 안에서나 환멸을 느끼게 한다. 당신의 생각은 어떤가? 배두나 어떤 사건을 보면 내가 저 사람들과 함께 뭉뚱그려지면서 연예인으로 받아들여지는구나 하면서 화가 날 때가 있다. 나만 안 그러면 되지 한다. 그러면서도 성상납 얘기 들으면 같은 연기하는 사람으로 수치스러울 때가 있다.

GQ 정말 그런 제의가 왕왕 있나?
배두나 나한텐 한 번도 안 들어왔다. 더러운 꼴을 한 번도 본 적 없다. 그런 얘기 들으면 답답하다. 그 사람들에겐 되게 미안하지만 정말 그렇게 해서라도 연기하고 싶을까? 난 그렇게 해선 안 한다. 아무리 내 일을 사랑해도 인간적으로 할 수 없는 건 안 한다.

GQ 당신이 본 영화 중에 섹스 신이 가장 인상적인 영화는?
배두나 <연인>. 중학교 때 봤다. 우리 엄마가 그런 분이었다. 중학생인 내게 제인 마치가 얼마나 매력적인지 보라면서 극장에 데려가 보여주셨다.

GQ 섹스 어필하게 느껴지는 사람이 있나?
배두나 내가 만약에 연예인 중에 누가 섹시하다고 말하면 앞으로 그 사람을 못 볼 것 같다. 그 사람도 아, 배두나가 나 섹시하댔지? 하면서 날 보지 않을까?

GQ 어떤 스타일이 그런가? 신하균?
배두나 그렇게 말하는 게 제일 안전빵이다.

GQ 실제로 섹시한가?
배두나 그는 진지하고 치열한 캐릭터다. 그 사람 눈을 자세히 보면 되게 묘하다. 그가 자기 일에 막 빠져 있을 때, 연기에 막 몰입하고 그러면 진짜 멋있다. 그럴 때 섹시한 것 아닐까?

GQ 결혼을 어떻게 생각하는가?
배두나 긍정적으로 생각하진 않는다. 사랑이 먼저냐 일이 먼저냐 그러면 사랑이 먼저다. 사랑 때문에 일을 못하게 되는 게 일 때문에 사랑을 못하게 되는 것보다는 마음이 편할 것 같다. 그렇지만 결혼은 사랑과는 별개다. 그렇다고 일에 대해 목적 같은 것은 없다. 어떻게든지 영화배우로 톱에 오를 거야. 오를 때까지 할 거야. 죽을 때까지 할 거야 하는 건 아니니까. 어느 순간 하기 싫으면 그만둘 것이다. 결혼과 상관없다. 그리고 아직까지는 사랑이 영원하다고는 안 믿는다. 이렇게 말하면 또….

GQ '애정전선 이상' 이렇게 나오겠다.
배두나 내가 이렇게 말을 하기 때문에 그런 것 같다. 이렇게 해서 기사가 나는구나! 사랑을 믿지 않는다는 말만해도 그와 연결하지 않나? 내 생각이 그렇다는 얘기인데도 말이다.

GQ 왜 사랑이 영원하지 않다고 생각하나?
배두나 모르겠다.

GQ 영원한 건 없나?
배두나 영원한 건, 없다.

GQ 어떤 일에 분노하는가?
배두나 불의를 보면 잘 못 참는다. 그리고 인간을 인격적으로 모독하는 것. 반말하는 것. 말하는데 중간에 전화 끊는 것.

GQ 어떤 배우는 연예인은 상식이 없는 것 같다는 말에 분노했었다.
배두나 맞는 얘기인데…. 연예인은 상식이 없다. 그럴 기회가 없다. 주위에서 다 해주니까. 어릴 때부터 시작했다면 더하다. 나도 공과금낼 줄 모른다. 관심이 없거나 하기 싫어했기 때문이 아니라 할 기회가 없다.

GQ 그 배우가 나오면 그 영화는 믿는다는 사람이 있나?
배두나 최민식. 실망한 적이 없다. 송강호 나온 영화라면 무조건 본다. 반대로 보기 싫은 배우도 있다. 절대 안 본다. 오버하고 코믹연기하는 배우인데 보기가 너무 괴롭다. 이런 말하면 너무 건방져 보이지만.

GQ 일반 관객에게도 그런 사람은 있다. 당신이 받는 개런티는 적당한가?
배두나 내가 좋아서 하는 건 깎아서도 한다. 내 역할이 크다면 더 받기도 하고.

GQ 당신이 직접 하나?
배두나 아니 매니저나 엄마가.

GQ 왜 직접 하지 않고?
배두나 만 스물이 되기 전에는 직접 아무것도 할 수 없다. 근데 이제 와서 내가 만 스무살이 넘었으니까 제게 주세요 하는 것은 너무 엄마한테 불효하는 것 같아 못 하겠다.

GQ 연예인들의 수많은 인터뷰처럼 정말 돈에 관해선 아무것도 모르나?
배두나 글쎄 말이다. 그렇게 모를 수 있나?

GQ 당신 돈을 써서 가장 큰 것을 산 건 뭔가?
배두나 집. 딴 데 쓰기 싫어서 돈을 묶어두는 것이다. 요번에 CF 했으니 차를 바꿀 거야 하는 식으로 쓰는 건 싫다. 너무 부동산 투기업자 같나?

GQ 의외다. 한 시간, 반나절, 하루. 온전히 당신을 위해 남겨졌다면 뭘 하겠나?
배두나 한시간이 생기면 바빠서 사지 못했던 필수품 등을 사겠다. 아니면 눈요기. 반나절이 생기면 특별히 하는 거 없이 컴퓨터 한다든가 뭔가 끄적거리며 보내겠다. 하루가 생기면 데이트할 것 같다. 나는 반나절이 생기면 데이트 안 한다. 사람들은 그것도 이상하다고 한다. 보고 싶은데 그게 조절이 되냐고. 내가 너무 무드 없다고 나도 생각한다.

GQ 당신이 하고 싶은 말을 내가 묻지 않은 게 있나?
배두나 없다. 나는 원래 하고 싶은 말이 별로 없다. 특히 인터뷰에선.

GQ 말, 많이 한 편인데?
배두나 당신이 많이 물었으니까. 나는 배우고 인터뷰에 책임이 있었으니까.

GQ 인터뷰 제목을 배두나의 책임감이라고 해야 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