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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1.5.24

가창력 가수 vs 아이돌가수
"매주 우승자는 있지만 탈락자는 없다."

이건 또 무슨 소린가. MBC <우리들의 일밤>의 코너 '나는 가수다'의 영향이 크긴 큰가 보다. KBS는 한 발 늦은 행보지만 '나는 가수다'의 포맷을 빌려 아이돌판 '나는 가수다'를 만들었다. 6월 4일 첫 방송될 KBS <자유선언 토요일>의 '불후의 명곡2-전설을 노래하다' 코너이다.

5월 16일 열린 '불후의 명곡2'의 간담회에는 '나는 가수다'의 내로라하는 정상급 가수들 대신 아이돌 가수 6인이 참석했다. 아이유, 효린, 창민, 요섭, 종현, 예성 등은 앞으로 '전설의 가수'로 선정된 가수의 노래를 부르는 미션을 수행하게 된다. 이 과정에서 역시 청중 평가단 200명의 판정을 받는다.

'나는 가수다'와 다른 점은 탈락자가 없다는 것이다. 또 '나는 가수다'와 달리 음원을 공개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음원시장을 교란시킨다고 판단했다"는 게 권재영 PD의 말이다. 하지만 연말에 우승자들의 곡만 따로 모아 음반을 발매할 계획이라고 한다.

구성원이나 진행방식은 차치하고라도 아이돌 가수들이 들려주는 음악의 진정성은 얼마나 짙을까. '나는 가수다'를 능가하기에는 아직 역부족이라는 평이 강하다.

시청률 지상주의가 가수들을 이용한다고?

<우리들의 일밤>은 지난 15일 방송에서 시청률 12.1%(이하 AGB닐슨미디어리서치)를 기록하며 KBS <해피선데이>의 시청률 18.4%를 맹추격하고 있다. '나는 가수다'가 시작하기 불과 두 달 전만 해도 이런 상황은 예측하기 힘들었다. <우리들의 일밤>은 개편 전에는 5%를 웃도는 정도였다.

일단 '나는 가수다'로 인해 방송사가 추구하는 '시청률 장사'는 대박을 거뒀다. <슈퍼스타 K>의 성공이 MBC <스타오디션 위대한 탄생>을 만들어낸 것과 다르지 않다.

작곡가 겸 음반프로듀서 주영훈은 "유행일 뿐"이라고 잘라 말했다. 방송사 입장에서 대세라는 표현처럼 대세를 쫓아가지 않으면 낙오자 취급을 받기 때문이라는 해석이다. 그는 "그러나 가창력 가수에 대한 급속한 대중적 관심은 몇 년간 지속되어 온 아이돌 천하에 지치고 갈증을 느낀 가요 팬들의 반란"이라며 '나는 가수다'에 힘을 실어주었다.

작곡가 겸 음반프로듀서 박성일 역시 "방송사는 어쩔 수 없이 시청률에 급급할 수밖에 없다. 이것이 시장논리이기도 하지만 슬픈 한국 방송계의 현실"이라고 언급했다.

단순한 '가창력 쇼'라고?

MBC의 '나는 가수다'와 KBS의 '불후의 명곡2'는 이른바 노래 잘한다는 비교적 나이가 든 최고 가수들과 젊은 아이돌 가수들의 자존심 대결이라는 점에서 긴장감을 조성한다. 

그러나 재미는 거기까지일 것이라는 비판은 어떤가. 진정성 있는 무대를 보여주긴 하겠지만, 진정한 음악을 들려주는 데에는 미흡할 것이라는 지적이다.

대중음악평론가 차우진은 "방송사들은 음악을 '보여주는 데' 집중하는 게 가장 효과적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이런 프로그램들을 만든다. 악기 연주를 보여주는 건 생각보다 기술적으로 어렵다.보컬은 가장 단순한 방식으로 가장 버라이어티한 화면을 보여주는 데 적절하게 이용된다"고 말했다.

'나는 가수다'와 '불후의 명곡2'가 그 대상만 바뀌었을 뿐 활용방식은 다르지 않다는 비판도 있다. 대중음악 SOUND 발행인·편집인 박준흠은 이렇게 꼬집었다.

"가수에 대한 자질과 능력을 보여주는 게 아니라 단순 가창력을 쇼로 만드는 방식이다. 여기에는 대중음악이나 창작에 대한 성찰이 부족하다. 한편으로는 중견 가수들에 대한 헤게모니를 쥐려는 방편으로 보이기도 한다. 크게 보면 아이돌을 키우고 대하고 활용하는 방식과 별반 다르지 않다."



★ 2011.2.7

● 국내 유일의 대중음악전문지 '사운드' 발행인 겸 편집장
● 한류가 지속하기 위해서는 대중음악의 질적인 부분도 고민해야…

대중음악 평론가이자 문화기획자인 박준흠(45)을 설명하는 수식어는 한두 가지가 아니다. 이미 10년째 활동 중인 문화기획그룹 가슴네트워크 대표, 한국대중음악상 기획자이자 운영위원, 인천펜타포트 페스티발 및 가슴네트워크축제 총감독…. 

2000년 이후 펼쳐진 상당수 인디가요 축제의 기획과 실행에서 그는 언제나 중심에 자리하고 있었다. 특히 그의 인디음악에 대한 애정은 정평이 나 있다. 

그런 그가 지난 연말 또 한번의 도전에 성공했다. 4~5년간 국내에서 존재하지 않던 대중음악 전문지를 부활시킨 것이다. 2000년대 초반까지만 해도 대중음악을 다루는 잡지가 다수 존재했지만 이후 음반 산업 퇴조와 소비계층의 변화로 음악전문지는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졌다. 


■ "지금, 여기 한국대중음악에 대한 관심과 애정" 사운드 창간


그가 복원의 기치를 내세운 매체명은 '대중음악 사운드(SOUND)'. 음악비평지 성격과 함께 대중음악 현장을 함께 담으려는 노력도 빼곡히 담았다. 다만 전문비평지 몰락의 시대에 상업성을 갖추지 못할 우려가 높아 장기생존을 위해 1년에 3회만 내는 무크지로 결정한 것이 특징이다. 국내에 내로라하는 음악평론가 30여명이 필진으로 참여한 것도 눈길을 끈다.

"한류와 케이팝이 아시아를 장악했다고 하잖아요. 그런데 철저하게 예술성은 빼놓고 매출액 등의 '숫자'로 한국가요를 설명하는 대목이 안타까웠어요. 한류도 문화상품이기 이전에 대중음악이라는 예술의 한 분야거든요. 우리가 지속가능한 한류를 기대하기 위해서는 노래 그 자체에 대해서도 충분히 이야기해야 합니다. 벌써부터 해외에선 '한국엔 아이돌밖에 없느냐?'는 볼멘소리가 나옵니다."


'사운드'는 그간 가요계 논쟁에서 소외된 음악성과 예술성을 복원하는 소중한 시도다. 그만큼 한국 가요계는 양적 팽창은 이뤄냈지만 여타 문화계와의 적절한 균형을 이뤄내는 데는 실패했다.
"한국가요가 아이돌 음악과 동일시되는 것만큼 안타까운 일도 없습니다. 오히려 한류를 더 확장하기 위해 '사운드'와 같은 존재는 꼭 필요하다고 생각했습니다."

다만 한류팬들의 입장에서 아쉬운 점은 언더그라운드, 우리가 흔히 인디 가수로 불리는 이들이 매체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다는 점이다. 아이돌 가수들은 아직도 비평의 대상이 되기에는 수준이 미달하는 것일까? 상업가수에 대한 비평가능성에 대해 "열린 마음으로 비평의 대상이 될만한 오버라운드 가수의 등장을 기다리고 있다"고 답한다.

"언더든 오버이건 대중성과 예술성을 겸비한 슈퍼스타의 등장이 절실합니다. 현재 우리 음악시장은 10대 여성들에 과도하게 의존하고 있거든요. 한류이건 케이팝이건 10대에게만 의존하는 현실에서 한국의 대중음악은 더 이상 발전할 수가 없습니다. 그 점을 빨리 깨닫고 파이를 키우려는 노력을 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가 생각하는 가장 완벽한 모델은 1980년대의 대표가수인 이문세 같은 모델이다. 그는 철저하게 인디적인 방법으로 노래를 만들고 소극장 라이브를 중심으로 음악활동을 벌였지만 대중의 공감을 사서 100만장 단위의 음반을 판매했다는 것. 한국의 축적된 인디신에서 이문세 이상의 가수가 계속 나와 줘야 세계에 한국음악을 팔수 있는 통로와 소비계층을 확장할 수가 있다는 논리다.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인디'란 노래의 장르를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생산방식을 의미하는 것입니다. 안타까운 점은 현재의 오버그라운드 상업음악계가 철저하게 매니지먼트 논리로 돌아가고 있기 때문에 아이돌로 돈을 추구할 뿐이지, 절대로 제2의 이문세를 배출할 구조도 아니고 의지도 없다는 사실이에요."

한국 영화계가 해외 영화제 수상을 계기로 시장을 확대한 것과 달리 한국 가요계는 10대 팬덤 현상에 기대 시장을 확대해 간 것도 약점으로 거론된다. 한마디로 예술성 분야에서는 평가를 박하게 받고 있다는 점이다.

■ 언더와 오버를 아우를만한 슈퍼스타가 나와야 할 때 

그의 지적대로 케이팝은 절대적으로 10대들의 아이돌 팬덤 현상에 의존해 시장을 유지하고 있다. 한동안 침체기를 맞이했던 음반시장도 일본이나 중국 동남아시아 등의 해외시장 개척으로 다시금 활력을 찾는 모양새다. 그러나 그는 이것 또한 일시적인 현상일 수 있다고 우려한다.

"우리가 미국이나 영국의 음악이 좋다고 얘기하나요? 아니죠. 밥 딜런(미국)이나 비틀스(영국)의 음악이 좋다고 이야기 합니다. 철저하게 뮤지션이 중심이 되어야 하는 게 음악 산업의 특징입니다. 예술성과 동시에 대중성을 획득하면 비틀스처럼 수십 년간 히트할 수도 있는 것입니다. 하지만 아이돌 스타는 아무리 히트해도 10년을 넘을 수가 없어요. 팬들도 20대가 지나가기 전에 떨어져 나갑니다. 산업의 측면으로 따져도 불리한 구조에요." 

이런 우려 때문에 한국에서도 인디음악과 상업음악의 균형 잡힌 발전을 위한 정책적 방안이 적지 않게 나왔다. 

KBS MBC EBS 같은 지상파에서도 가요순위 프로그램 외에 '라라라' '음악창고' '스페이스 공감'등의 인디음악방송을 만들어 뮤지션들을 후원하기도 했다. 하지만 형편없이 낮은 시청률로 1년을 채우지 못하고 MBC와 KBS는 인디뮤지션 방송을 포기했다.

"저라면 그 방송들을 철저하게 성인취향의 방송으로 만들었을 거예요. 방송에선 인디라고하면 록이나 펑크 밴드라고 인식하는 경향이 있거든요. 명확하게 창작가요를 만드는 다양한 장르의 뮤지션들을 선택해 잠재적 음악소비자인 30~40대 성인들을 타깃으로 기획했더라면 일찍 종영되는 상황은 피할 수 있었겠죠. 대중음악 발전의 키워드는 아이돌이 아닌 일정 구매력을 갖춘 성인음악이거든요." 

그가 20년을 한결같이 인디음악계에 주목하고 끊임없이 '판'을 벌이려는 이유는 간단하다. 가장 발전 잠재력이 풍부한 예술영역이기 때문이다.

■ "인디영화 보다는 인디음악이 훨씬 더 가능성 높은 분야"

"흔히들 인디영화와 인디음악을 비교하는데 전혀 다르다는 점을 인식하셔야 합니다. 영상산업은 1억짜리와 100억짜리가 그대로 100배의 품질 차이가 나는 분야에요. 그러나 음악이라면 전혀 다를 수 있습니다. 충분하게 창작능력과 실험정신으로 도전하면 완전히 새로운 세상을 창조할 수 있거든요. 우리가 음악 산업을 말할 때 인디영역을 무시하지 말고 균형 발전시켜야하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물론 인디에서도 간간히 스타들이 탄생했다. 2009년에는 '장기하'라는 걸출한 가수가 배출됐고 '크라잉 넛' '언니네 이발관' 등은 10년 이상 장수하는 밴드로 상업적으로도 큰 성공을 거뒀다. 이 밖에도 지난해엔 홍대 클럽에서 노래를 부르던 장재인이 '슈퍼스타K'에 출연해 깜짝 스타로 발돋움했다. 

그러나 그는 이 정도로는 성에 안찬다고 푸념한다.

"그런 성과도 있었지만 언더그라운드와 오버그라운드의 음반시장에 확실하게 충격을 줄 수 있는 거대한 슈퍼스타의 탄생이 절실합니다. 분명히 인디 분야에서 나올 것으로 확신합니다. 우리에게는 충분히 그런 역량이 축적되고 있거든요. 한국의 대중음악은 보다 발전할 수 있는 여지가 충분합니다."
정호재 기자 demian@donga.com blog_icon




★ 2011.1.9
무크지 '대중음악 사운드' 발행한 가슴네트워크 박준흠 대표

[유니온프레스=권석정 인턴기자] 문화기획그룹 가슴네트워크의 박준흠(45) 대표를 5일 오후 4시 홍대앞에서 만났다. 

1997년 음악잡지 《서브》의 기획자로 출발해 편집장을 역임하고 웹진 《가슴》의 대표를 거쳐 '광명음악밸리축제' 예술감독, '펜타포트 페스티벌' 총감독을 거친 박준흠 대표. 10년을 훌쩍 넘는 세월동안 한국대중음악관련 저술 및 축제 분야의 제일선에서 활동해온 그가 이번에는 무크지 《대중음악 사운드》를 내놨다.

음악잡지를 만들던 사람에서 축제기획자로 변신했던 그는 이후에도 대중음악관련서적을 여러 권 펴냈다. 잡지, 웹진, 단행본 등 온갖 매체에 손을 댔던 그가 이번에는 잡지와 단행본의 중간단계인 무크지를 발행했다. 왜일까?

이야기하고 싶은 것은 한국대중음악의 건강한 발전과 공평한 성과분배

《대중음악 사운드》에는 음반에 대한 평론부터 음악정책, 축제, 유통, 학제시스템 등을 비롯해 싱어송라이터들의 좌담회 등 그야말로 대중음악에 대한 총체적인 이야기가 담겼다. 흔히 '인디 신의 음악'이라 일컬어지는 작업물들이 중점적으로 다뤄졌으며 아이돌 그룹, 영미 팝음악에 대한 언급도 빠지지 않았다. 근래 보기 드문, 아니 그 이전에도 보기 힘들었던 넓은 오지랖을 자랑하는 무크지다.

박준흠 대표는 《대중음악 사운드》를 발행한 이유로 크게 두 가지를 꼽았다. 대중음악 전문지를 만드는 것에 미련, 그리고 음악에 대한 애정.

"결국 내가 이야기하고 싶은 것은 한국대중음악의 건강한 발전과 공평한 성과분배다. 《대중음악 사운드》와 같은 책은 나 같은 사람(음악업계 종사자)이 10년, 20년 활동하기 위한 인프라라고 할 수 있다. 일례로 음악평론가 입장에서 본다면 평론할 대상이 있어야 한다. 창작적으로 뛰어난 앨범을 발매하는 뮤지션이 없으면 평론가로서 활동할 수 없다. 뮤지션의 거취는 내 문제다. 내가 존경하는 뮤지션들이 원래 받아야할 대접보다 소원하게 받는 것이 개인적으로 화가 나기도 한다."

음악에 대한 애정은 음악애호가에게는 당연한 감정이다. 하지만 박준흠 대표의 애정은 보다 구체적이고 현실적이다. 이는 그가 《서브》의 편집장에서 《가슴》의 대표를 거쳐 '광명음악밸리축제'의 음악감독을 맡았던 시기의 행보에 잘 드러난다.

《핫뮤직》, 《GMV》, 《월드팝스》 등 다양한 팝 전문잡지가 존재하던 90년대 후반에 《서브》가 나왔다. 당시 《서브》는 팝을 중점적으로 다룬 여타 매체들과 달리 가요, 국내 음악인에 대한 평론을 본격적으로 시작했다. 고등학교 때부터 가요 마니아였던 박준흠 대표는 《서브》를 통해 60~90년대 한국 대중음악을 비평 대상으로 삼고자 했다. 

그는 '인디'라는 단어가 일반화되기 전부터 따로 또 같이, 정태춘, 강기영 등 비주류권의 뛰어난 음악인들을 비평의 대상으로 삼았다. 때마침 홍대앞을 중심으로 인디음악 신이 태동기에 있었고 다룰 수 있는 음악인도 점점 늘어갔다. 이러한 일련의 작업들은 '한국대중음악 100대 음반 선정' 등 유의미한 작업으로 이어졌다.

창작적으로 좋은 노래는 처음 듣더라도 좋아할 것으로 생각했다

이후 '광명음악밸리축제'의 예술감독을 맡게 된 그는 사무국을 꾸려 자신이 글을 통해 소개했던 한대수, 조동진, 이병우, 장필순, 안치환, 이상은 등 중견 음악인들과 젊은 인디음악인들을 축제무대에 올렸다. 소규모 무대를 통해서는 서영도 트리오 등 재즈 뮤지션의 공연도 마련했다. 그에게 있어서는 '명분'과 '실리'를 모두 챙기기 위한 기획이었다.

"기존 음악축제는 대개 기획사에서 대행하는 방식이었기 때문에 퀄리티가 떨어졌었다. 음악축제에서 자체 사무국을 꾸린 것은 '광명음악밸리축제'가 처음이었다. 2005년도 당시 '하나뮤직 스페셜'이라든지 '인디음악 10년', '뉴웨이브 뮤직' 등 여러 코너로 나눈 것을 잘 보면 뛰어난 창작자라는 기준이 있었지만 음악 자체는 듣기 편한 라운지 계열이었다. 창작적으로 좋은 노래는 대다수 사람들이 처음 듣더라도 좋아할 것으로 생각했다. 또 내가 관객 대상으로 삼은 것이 20~30대 음악 애호가들 특히 20대 여성들이었다. 당시 20~30대 직장여성들이 음악 마케팅의 타깃으로 떠오르던 시기였다."

그의 말처럼 20~30대 여성들은 현재 음악축제의 주 수요층으로 자리하고 있다. 진즉 손익분기점을 넘긴 '그랜드 민트 페스티벌' 같은 경우가 대표적이다. 그렇다면 음악축제에 엔터테인먼트와는 거리가 먼 인디 음악인들을 소개하며 '창작적으로 좋은 노래는 대다수가 처음 들어도 좋아할 것'이라고 여겼던 그의 생각에는 아직도 변함이 없을까?

"(인디 신의 음악이라도) 콘텐츠가 좋으면 언젠가는 일반인들에게 다가설 수 있다고 생각했고 결국에 음악창작자들의 시장이 넓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것이 틀린 생각은 아니었지만, 최근 들어 무언가 건너뛰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문세같은 가수가 나와서 대중을 흔들어 놓을 필요가 있다

"무언가 건너뛰었다"라는 것은 무슨 의미일까? 박준흠 대표는 대뜸 '보편적인 감성'을 이야기했다.

"일반인들에게 다가갈 수 있는 보편적인 감성이라는 것이 있다. 예를 들어 80~90년대 이문세는 사실 언더그라운드 가수나 마찬가지 아닌가? 창작이나 활동을 언더에서 했다. 그런데 이문세는 적어도 3~7집을 쭉 살펴보면 밀리언셀러 가수다. 언더그라운드에서 나온 앨범이 밀리언셀러가 될 수 있었던 이유는 일반인들의 보편적인 감수성을 흔들어놓았기 때문이다."

그는 현재 인디 신에 대해 80~90년대 이문세와 같은 보편적인 감성의 음악을 찾아보기 힘들다는 점을 아쉽게 여겼다. 인디 신의 음악인들이 보다 대중적인 시장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이문세와 같은 '중간다리'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물론 현재 인디 신에서는 과거에 비해 실로 다양한 음악들이 나오고 있다. 90년대 후반까지만 하더라도 펑크, 모던록에 치우쳤던 인디 신은 이후 다양한 레이블이 생겨나면서 모던포크, 재즈, 블루스, 레게, 힙합, 일렉트로니카 등 다양한 음악들이 선보이는 장이 됐다. 여기에 대학교 실용음악과 출신들이 대거 홍대앞 라이브클럽으로 유입되면서 프로급의 실력을 지닌 연주자들도 증가했다.

박준흠 대표는 최근 인디 신에 대해 "영미권의 음악 조류를 흡수하는 노력이 계속되고 있고 이것이 좋은 작품으로 꾸준히 나오고 있지만 일반인들의 감수성과는 아직 간극이 있다"며 "이 음악들이 인디 신이라는 작은 시장에만 머무르는 것이 안타깝다"고 말했다.

"언니네 이발관의 지난 앨범이 4만5천장이 팔렸다고 하는데 이것이 결국은 인디 신에서 뛰어난 창작을 했을 경우 한국에서 소화할 수 있는 맥시멈이 아닌가 싶다. 이정도로는 아직 시장이 부족하다. 80~90년대의 이문세와 같은 뮤지션이 나와야지 한국의 인디 신이 폭발하지 않을까 생각된다. 그런 과정이 있다면 언니네 이발관과 같이 스타성을 지닌 밴드가 4만5천장이 아니라 10만장 이상 팔 수 있을 것이다."

그는 인디 음악이 일반인들에게 마니아 취향으로 비치는 이미지를 전환시킬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예전에 인디 신에 기대했던 음악의 다양성, 실험성도 물론 중요하지만 이제는 그에 못지않게 일반인들에게 더욱 가깝게 다가가는 움직임이 필요하다는 것. 물론 인디에서만 들을 수 있는 마니아 성향의 음악을 좋아하는 음악애호가들도 있고 그 수요층은 '지산 밸리 록 페스티벌'같은 음악축제에도 간다. 하지만 그것이 대중을 아우를 수 있는 보편적인 감성이라고 보기는 어렵다는 것이다.

"현재 철저하게 아이돌 엔터테인먼트 사업으로 가고 있는 오버그라운드에서는 예전 이문세의 감성이 나올 수 없다. 그런 감성이 나올 수 있는 경우는 자신의 창작을 보장받을 수 있는 언더그라운드, 즉 지금의 인디 신 밖에 없다. 어찌 보면 인디를 바라보는 관점이 바뀔 필요가 있다. 인디 음악인 스스로가 '무릇 이렇게 활동해야 한다'는 식으로 자신을 규정하는 분위기가 있는 것 같다. '나는 80~90년대의 이문세가 될 테야' 하는 이들이 나온다면 그것이 하나의 전환점이 될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인디 신에 이문세처럼 보편적인 감성을 지닌 가수가 나와서 대중을 흔들어놓을 필요가 있다."

소비층을 두텁게 하지 않으면 음악산업이 절대로 클 수 없다

박준흠 대표는 축제에서 음악인을 선정하거나 평론을 할 때 '뛰어난 음악 창작을 하는 뮤지션'을 키워드로 삼아왔다고 한다. 그는 여기에 '어덜트 컨템퍼러리(Adult Contemporary)'라는 단서를 덧붙였다. 어덜트 컨템퍼러리란 주로 성인을 대상으로 하는 듣기 편안한 이지리스닝 계열의 음악을 말한다. 카펜터즈(Carpenters), 엘튼 존(Elton John), 시카고(Chicago) 등이 대표적이다.

"영미권 문화콘텐츠 산업의 주 타깃은 3~40대 백인 중산층이다. 우리도 성인을 대상으로 하는 어덜트 컨템퍼러리 장르가 필요하다. 그것이 우리나라에서는 이문세의 감성인 것이다. 인디나 아이돌이나 결국에는 얼마 되지 않은 소비층에서 뺑뺑이 돈다. 결국에는 어덜트 컨템퍼러리 계열을 탄탄히 해야 한다. 음악을 소비하는 층을 두텁게 하지 않으면 음악산업이 절대로 클 수 없다. 인디 신에도 어덜트 컨템퍼러리가 필요하다."

그는 최근 인디 음악인들을 출연시켰던 몇몇 음악 프로그램들을 보면서 '일반 시청자들이 다가가기 힘들지 않을까'하는 생각을 했다고 한다. 기왕 공중파에 인디 음악을 내보낼 거면 일반 대중들이 다가가기 쉬운 인디 음악을 소개하는 것이 낫다는 생각이다.

"일반인을 상대로 하는 공중파 방송의 경우 인디 신에 이렇게 다양한 뮤지션이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만이 능사는 아니다. 내가 기획자라면 인디 신에서도 어덜트 컨템퍼러리 계열을 밀고 갔을 것이다. 결국 방송이 거둬야 할 소기의 성과는 인디 신을 향유하는 층을 넓히는 것, 즉 인프라를 보강해주는 것이다. 가령, 인디 신의 시장지분이 2%라고 한다면 그것을 3%로 넓혀주는 것. 그것이 공중파의 역할이다."

사실 박준흠 대표에게 있어서 그 음악이 '인디인지 아닌지'는 중요한 것이 아니다. 그 음악이 좋은 음악인가, 대중에게 꾸준하게 널리 향유될 수 있는 음악인가가 결국 중요한 것이다. 그가 인터뷰에서 얘기한 대중음악의 돌파구에 대한 나름의 방법론을 필자가 정리해보면 다음과 같다.

① 현재 일부 수요층에 기댄 음악산업의 불균형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어덜트 컨템퍼러리가 필요하다.

② 지금 작품성 있는 어덜트 컨템퍼러리가 나올 여지가 큰 통로는 창작의 자유를 보장받는 인디 신이다.

③ 인디 신에서 80~90년대 이문세와 같은 작품성 있는 어덜트 컨템퍼러리가 나와 준다면 인디 신에 대한 수요층이 더 커질 것이고, 이로서 기존에 존재하던 다양한 음악들도 더 많은 대중들에게 다가갈 수 있을 것이다.

이외에도 그는 인터뷰에서 음악축제, 학제시스템, 정책, 출판 등 대중음악의 활로 모색 방안에 대해 다양하고 구체적인 아이디어들을 풀어놨다. 그와 나눈 이야기 중 과연 얼마만큼이나 현실화될 수 있을지는 아직 알 수 없다. 하지만 그는 이전에도 자신의 구상을 실체화시킨 전력이 있기에, 기대를 해보게 된다.  출처

 


★ 2011.1.5 




★ 2006.12.16
 
대한 인디 만세 : 한국 인디 음악 10년사 (CD2 포함) 
박준흠 저 | 세미콜론 | 2006년 09월


나도원
: ‘드럭’을 ‘스컹크헬’이 이어간다는 게 의미도 있다.
원종희(럭스) : 예전 드럭의 사장님께서 술자리에서 그런 말씀을 하신 적이 있다. 들으면서 그런 의미도 있겠구나, 그리고 예전 드럭에서 공연했던 수많은 밴드들에게 의미 있는 공간이겠구나 하는 생각도 들었다. 크라잉 넛이나 노 브레인, 껌엑스도 술 취하면 아무 이유 없이 여기로 오시더라. 강아지가 제집 찾아오듯이.


박준흠 : 3집을 준비하면서 절박한 심정이었는지, "만약 이번에 안되면 식당이라도 차려야하나? 정말 이번이 마지막이라고 생각해요"라고 앨범 발매 전에 한 잡지 인터뷰에서 밝혔었다. 그런데 왜 '식당'인가? 요리를 잘 하는가?
이석원(언니네 이발관) : 그건 아니고, 어머니가 식당을 한다. 2집 내고 나서 회사를 다녔는데, 정말 미쳐버릴 것 같았다. 1분에 한번씩 시계를 보곤 했다. 3집이 안 되면 어쨌든 먹고살아야 하니까 어머님이 하시는 식당에서 일해야 하지 않을까라고 생각한 거다. 내가 식당 차릴 돈은 없고, 어머님 식당이 내 식당이니까...


나도원 : 바세린의 [Bloodthirsty]는 반응이 좋았고 지금도 찾는 사람들이 꽤 있는데 마스터를 잃어버렸다든지 하는 이유로 재발매가 불가능한 것인가? 아니면 일부러 재발매를 하지 않는 것인가?
박 진(바세린) : 마스터를 잃어버리긴 했는데, 사실 요즘은 마스터가 필요 없는 시대가 아닌가. 찍는 기술이 좋으니까 CD만 있어도 얼마든지 재발매가 가능하다. 그런데 프레싱 미니멈이 500~1000장인데 그걸 다 팔 자신이 없으니까 재발매 않는 거다. 500명이 찾는다면 500장 당연히 찍겠는데, 사실 뭐 찾는다는 사람들이 한 10명 내외 정도 아닌가. (좌중 웃음)


박준흠 : 2집 앨범 부클릿을 보면 "나는 살아있다. 외치고 싶다. 진정 내 똥구멍으로부터 우러나오는 소리를..."이라고 써놨는데, 이건 '진짜 노래'를 부르고 싶은 염원을 담은 거라고 생각한다. 본인이 생각하는 '진짜 노래'란 어떤 것인가?
연영석 : 내 가슴에서 나올 수 밖에 없는 소리들이 있다. 내 안에 샘이 있는 것 같다. 어떤 영화를 보거나 노래를 들으면 이 사람은 억지로 쥐어 짜내고 있구나, 라는 게 보이는데 난 아직까지는 그 정도는 아닌 것 같다. 내 안에 샘이 넘쳐서 하고 싶은 욕구들이 있는데, 그런 것들을 잘 쏟아내는 게 내 소리를 내는 것 같다.


나도원 : [Porno Virus]를 본인들도 상당히 좋아하는 것 같다.
정차식(레이니 선) : 그 음반에는 우리가 젊었을 때의 에너지가 다 녹아들었다. 작업한 시간도 길었고 오랫동안 갖고 있었던 곡도 있었고 하니까 해소되었다는 느낌, x을 누었다는 말처럼 정말 오래 참았다가 x을 눈 그런 느낌이 든다. 그런 음반을 만들려면 또 그 정도 시간이 필요할 것 같다.


나도원 : 소규모아카시아밴드는 김민홍과 송은지에게 어떤 의미를 갖는가?
송은지 : 연극이란 것도 일과 놀이가 합쳐지는 것이다. 머리로 하는 것과 몸으로 하는 것이 합쳐진다. 소규모아카시아밴드에서 활동하는 시기 역시 그와 같다. 놀이와 같다.
김민홍 : 그렇다면 나는 놀이터….


----- 리뷰도 좋고 분석도 좋지만 암튼 인터뷰라는 읽을거리가 제일 좋은거 같다. 저자는 '박준흠'이라고 되어 있지만 가슴(www.gaseum.co.kr) 필진들의 인터뷰 컨텐츠에 박준흠씨의 연도별 개괄과 전후 여는 글과 맺음 글의 묶음이라고 보시면 되겠다.
by 렉스 | 2006-12-28 09:57 | [집히는대로 책담 | 관련글 | 덧글(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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