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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obert Anson Heinlein, 1907년 7월 7일 ~ 1988년 5월 8일(폐기종만성 폐쇄성 폐질환)으로 별세.
담배를 무척 좋아했다고 한다.

미국의 SF작가. 아이작 아시모프아서 클라크와 함께 소위 BIG 3, 즉 SF 3대 거장으로 불리우는 사람. 다른 두 작가와 함께 SF의 황금 시대를 이끌었던 작가다. SF역사상 주류 잡지에 진출한 첫 작가이기도.

한국에서의 인지도는 아시모프나 클라크에 비해서는 좀 약하다. 아무래도 영화로 나온 작품들이 적은 것이 첫 번째 원인. SF팬덤에서는 상당한 인기를 끌긴 했다. 그리폰 북스에서 초판 3천부를 모두 소화하는데 성공한 작품이 하인라인의 스타쉽 트루퍼스[1] 뿐일 정도. 시대가 많이 바뀌고 여러 작가들의 작품들이 출간되는 지금에 와서는 인기가 좀 식은 감도 있다. 참고로 이 항목도 셋 중 제일 나중에 작성되었다.

해군사관학교를 졸업하고 해군에서 근무하다 결핵으로 퇴역했다.(당시에 결핵은 치명적인 병이었다. 페니실린이 나오기 전에는.) 퇴역 장교로 심심한 나날을 보내던 도중, 신문에서 어느 잡지에서 소설 공모전 광고를 본 그는 심심해서 3일 만에 써봤는데, 막상 써보니 굉장히 잘 씌어져서, 원래 보내려던 잡지에 보내기는 아깝게느껴졌다.[2] 그래서 제일 잘나가는 잡지(존 캠벨의 어스타운딩 SF)에 보냈고, 그걸 본 잡지 편집장의 눈에 띄어 그 후로 승승장구한 알고보니 천재형. 강백호 내지는 히라마루 카즈야?

밀리터리SF의 교과서인 스타쉽 트루퍼스, 히피들의 성전이라는 낯선 땅 이방인이 대표작.

엄격한 도덕주의자인 동시에 히피 찬양으로 정치적인 논쟁이 항상 따르는 작가이다. 아이작 아시모프나 아서 클라크가 착한 이야기를 쓰는 것과는 대조적.

대표작으로 알려진 스타쉽 트루퍼스는 군국주의 냄새가 풀풀 풍긴다. 예비역만이 참정권 을 가질 수 있다는 식으로 군대 찬양이 진짜 쩐다. 태형이 이상적인 교화법으로 등장할 정도로 폭력은 당연한 것. 인류는 워낙 등신이라 맞지 않으면 정신을 못차린다라는 식이다. 보통 이것만 본 사람은 하인라인을 마초 군국주의자로 오해하곤 한다.

반면 같은 시기에 집필된 낯선 땅 이방인은 히피들의 성전 으로 불릴 정도로 파시즘과는 정반대의 내용이다. 여기서는 아예 폭력은 완전히 잘못된 것으로 없어져야 하고 오직 사랑과 평화만이 인간을 구원한다.

또 달은 무자비한 밤의 여왕을 보면 완전히 모택동 식의 세포조직을 통해 쿠바 혁명 비슷한 걸 일으켜버린다. 게다가 달사회는 무정부주의이며 모든 관료 체제를 부정한다.

다른 작품인 프라이데이므두셀라의 아이들 등에선 전체주의를 끔찍히 싫어하는 면도 보여준다.

팬덤에서는 대충 어쨌든 자유의지주의라고 결론 내리는 듯.JoySF의 관련글. 덧글부분 참고

좀 더 자세히 알고 싶다면 스타쉽 트루퍼스항목을 보자. 작가 항목보다 먼저 작성되었고 더 길다. 반론에 반론에 반론으로 아직도 토론 진행 중.

자유의지주의 항목도 참고. 관련창작 항목에 3편이 언급되어 있다.

정치적인 논쟁뿐 아니라, 여성을 깔보는 마초라는 시선도 있는 반면 여성을 초인적으로 현명하고 강하게 묘사할 때도 있어서 헷갈린다. "십중팔구 강간 당한 여자에게도 부분적으로 책임이 있다." 라는 말로 패미니스트들의 공분을 산 적이 있다. 여하간 여자를 좋아하긴 좋아한다.[3]

다부다처제 신봉자. 심지어 청소년 대상으로 썼다는 스타쉽 트루퍼스에서조차 프리 섹스를 찬양하고 있을 정도. 남녀가 뒤섞인 보병부대 내에서의 프리섹스는 이후 영원한 전쟁노인의 전쟁 등에도 그대로 차용됐다. 사실 어슐러 르 귄 할머니를 비롯해 일부일처제를 부정하고 다부다처제를 대안으로 제시한 예는 SF계에서 종종 눈에 띄는데, 그 안에서 일어날만한 일상적인 디테일들까지 잡아내는 예는 하인라인 뿐이다. 근데 문인치고는 비교적 적은 결혼 경력을 갖고 있다. 여러모로 재밌는 사람이다.

은근히 젊은 작가들 사이에서는 존경하는 거장으로 제일 언급이 많이 된다. 심지어 대놓고 정치적으로 반론을 제기한 반전 소설 영원한 전쟁의 조 홀드먼은 그의 광팬이었으며, 페미니즘 작가라고 알려진 개는 말할 것도 없고의 코니 윌리스도 존경을 표한 바 있다. <노인의 전쟁>후속작인 <유령 여단>에서는 "액션은 훌륭하나 철학이 너무 많다" 라고 작품 내에서 직접 언급했다. 그런데 PC(정치적 공정성)을 신경 써서 유연하게 쓴다는 말도 있다(정치적으로 올바름을 뜻하는데,정치적으로 올바른 베드타임 동화를 보면 어떤지 알수있다)

스타크래프트의 크레디트에도 이름이 올라있다. 땡쓰 투로... 강화복이라든가 집단 지성 체제의 벌레 외계인과의 전쟁 등이 스타쉽트루퍼스에서 따온 것.

명시적으로 이야기가 이어진다거나 몇 권이나 되는 대하 소설을 쓴 적은 없지만, 여기 저기 설정이 겹치고 이어지는 일련의 작품들을 미래사 연작이라고도 부른다. 작가 자신이 직접적으로 언급한 적은 없는 듯. 편집인들이 정리한 연혁표같은 건 있다. 공식적으로 미래사 연작에 들어가지 않는 작품들도 은근히 시대 배경 등이 겹친다.

여자, 고양이, 군바리, 섹스를 좋아한다. 특히 현대 여성에 관한 적나라한 묘사는 시대를 앞서갔다고도 볼 수 있다. 그가 묘사한 달 기지는 남녀 비율이 6:1 정도다. 여자가 1. 공대에서 소재를 얻은 듯? 오오 그거슨 공대의 여신

순수 과학보다는 기술 공학에 애정이 많아 작중 기계 장치에 대해 맛깔나는 설명이 많다. 강화복이 그 전형적인 예.

거기다 성인 취향 뿐만 아니라 청소년을 대상으로 한 과학소설을 쓰는데도 탁월한 재주가 있다. 다른 대표작들과는 다르게 꼭 현학적인 주제나 특출난 소재 없이 평범한 꺼리들 가지고도 얼마든지 재미있는 이야기를 써 내려가는 것이 그의 또 다른 재능.

지독한 현실주의자로 느껴질 정도로, 일단 미래 사회의 허무맹랑한 소재로 시작하더라도 현재 사회의 현실에서부터 그 설정을 차곡차곡 쌓아올린다. 그게 좀 과할 때도 있어서, 스타쉽 트루퍼스에서 '도덕철학과 윤리' 시간에 오너캐인 뒤보아 중령이 펼치는 장광설 같은 경우가 대표적인 장면. <낯선 땅 이방인>에서는 분량의 2/3이 설교로 채워져 있다. 그걸 외삽법의 달인이라고들 하더만... 처음 읽으면 재밌지만 나중가면 '그만 좀 하세요. 아저씨.'

그래서 그런지 스케일이 큰 은하제국이나 퐝당한 외계인 얘기 같은 건 잘 없는 편이다. 있어도 그냥 뭉뚱그려서 넘어간다. 또한 근미래를 소재로 한 탓에 출간 당시엔 미래사회로 묘사했지만 이미 그 시점이 지나 지금 읽어보면 기분이 묘해지는 소설들도 많은 게 특징.

스토리 전개는 재미있는데 은근히 엔딩이 뭐라 말할 수 없이 미묘하게 끝나는게 많다. 므두셀라의 아이들 같은건 요즘 시점에서 보면 병맛(…)과 코드가 맞는 듯한 엔딩이다. 그의 미래사(모든 작품들이 하나의 세계관) 연대기에 공통적으로 등장하는 인물은 라자러스 롱으로 므두셀라의 아이들이 그를 직접 다룬다. 그는 미래사 연대기의 최후에도 죽지않고,오히려 시간이동으로 세계 제1차대전에서 자신을 구하기도 한다(!)

관련 작품 

추가바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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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초판은 <우주의 전사들>이라는 괴랄한 제목으로 출간된 적이 있다. 영화가 나온 후에 원제로 재판을 찍은 듯.
[2] 원래 보내려던 공모전의 원고료가 적어서 다른 출판사로 보냈다는 설도 있다.
[3] 동성애자나 무성애자가 아닌 이상, 어느 남자가 싫어하겠냐만...   출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