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쩨쩨한 로맨스' 섹스칼럼니스트로 돌아온 최강희
● '최강희=다림?' 사실 나와는 정반대
● 실생활에서도 다림인 척 살아봤더니…
● 팬들 다수가 2030. 그들이 공감할 수 있는 역할 계속 맡을 것
"'자연뽕로리타선인장율마'를 어디서 끊어 읽어야 할까요?"
한 포털사이트에 올라온 질문이다. '자연뽕로리타선인장율마'는 배우 최강희(33)의 별명. 최근 서울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만난 최강희에게 물으니 너무도 진지하게 "'자연뽕 / 로리타선인장 / 율마' 이렇게 읽으시면 가장 좋을 것 같다"고 답했다. 그리고 친절하게 "사실 별 뜻은 없어요. 지인들이 붙여준 별명들을 쭉 나열해봤더니 '김수한무거북이와두루미…'같이 재밌어서 붙여본 것 뿐"이라는 설명까지 덧붙였다.
참, "'자연뽕'은 섹시하게 들릴지도 모르겠으나 같이 있으면 '뽕' 맞은 것처럼 된다는 의미"란다.
'자연 뽕' 배우가 연말을 맞아 영화 '쩨쩨한 로맨스'(감독 김정훈)로 돌아왔다. 이 영화에서 최강희는 실제 경험은 전무하지만 성(性) 서적 수백권을 독파해 이론에는 빠삭한 섹스칼럼니스트 다림 역을 맡았다. 다림은 그림 실력은 뛰어나지만 스토리 창작은 젬병이어서 그리는 만화마다 퇴짜를 맞는 만화가 정배(이선균 분)와 상금 1억원이 걸린 성인만화 공모전을 준비하며 티격태격하다 사랑에 빠진다.
영화 '쩨쩨한 로맨스'에서 성 경험이 많은 척 허세부리는 섹스칼럼니스트 다림 역을 맡은 최강희는 "작품마다 관객수가 '8'로 끝난다"며 "이번 영화는 398만 이상 관객이 들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 "다림과 싱크로율 100%? 사실은 0%"
-'쩨쩨한 로맨스' 개봉을 앞둔 소감은 어때요?
"많은 사람들에게 사랑받는 영화를 찍고 싶어서 선택한 작품이라 반응이 어떨지 좀 궁금해요."
-전작들 성적도 좋았는데, 갑자기 흥행에 욕심이 생긴 이유가 있나요?
"제 욕심인가봐요. 더 많은 사람들과 공감할 수 있는 걸 하고 싶었어요. 확신도 좀 있었고요. 이전까지는 내가 좋은 걸 선택했는데 희한하게 많은 사람들이 좋아해 주셨어요. 그런데 이번에는 많은 사람들이 좋아할 것 같은 작품에 내가 들어간 느낌이에요."
-이 영화를 선택한 이유가 있다면요?
"최측근을 제외한, 주변 사람들에게 대본을 주고 반응을 살펴봤더니 '너랑 잘 어울린다' '네가 하면 잘 하겠다'는 반응이 많았어요. 다림이는 (손을 허공에 뻗어 선을 그리며) 붕붕 떠 있는 느낌인데 실제 저는 가라앉아 있는 사람이거든요. 정 반대인데 사람들이 나랑 잘 맞는다고 말하는 게 재밌는 거예요. '이게 남들이 보는 내 이미지인가? 그렇다면 한 번 해볼까?' 그런 마음이었어요."
-정 반대되는 캐릭터인데 연기할 때는 어땠나요?
"누군가 싱크로율이 높은 건 장점이 아니라고 한 적이 있어요. 싱크로율이 높은 만큼 관객의 기대는 크기 때문에 만족감이 덜 할 수 있다는 거예요. 반대로 어떤 사람이 의외의 연기를 했을 때는 만족감이 배가 될 수 있죠. 그런 면에서는 두렵기도 했어요. 그런데 아주 가까운 지인들은 제가 다림이와 안 맞는걸 알고 있잖아요. 그 면에서는 또 다른 결과물이 나올 수도 있겠다 싶기도 했고요. 좀 복잡하죠?(웃음)"
-부담감이 컸나요?
"들어가기 전에는 고민을 조금 하지만, 일단 시작하면 부담 갖지 않는 편이에요. 상대 배우도 감독님도 끝까지 믿는 스타일이에요. 내가 좋아서 하겠다고 한 이상, 누가 뭐래도 믿어야죠. 그래야 안 좋은 결과가 나왔을 때도 '우리 생각이 잘못됐었구나' 인정해 버리면 깨끗하게 끝나는 거니까."
-강희 씨와는 전혀 다른 다림이지만 '최강희와 잘 어울린다'는 평가를 받은 기분은?
"의아했지만 좋았어요. 가라앉아있는 제 모습은 아무도 못 본 거잖아요. 더 보여줄 것이 남아 있다는 건 굉장한 기쁨이에요. 다 쓰고 나면 없는데 아직 보여줄 수 있다는 거니까요."
그는 실제 자신의 모습과 상관없이 대중이 최강희를 받아들이는 방식을 "즐긴다"고 말했다.
"저는 누가 '너 그런 편이지?' 물으면 '맞아' 긍정하는 편이에요. 그 사람에게 그렇게 보이는 걸 즐겨요. '강희 씨는 액션도 해보면 좋을 것 같아요' 그러면 '저 그런 역할 해보고 싶어요'라고 말하고요. 누가 보는 그 사람이 되고 싶어요. 다 되고 싶어요."
▶ "'왕자와 거지'처럼 다림이로 잘 놀아본 것 같다"
-영화를 찍으며 평소 입지 않던 미니스커트도 입었다고 들었어요.
"영화 작업하는 동안에는 평소에도 다림이처럼 굴었어요. 평소엔 그러지 않았는데 갑자기 촬영 들어가서 (두번째 손가락을 볼에 찌르며) 귀여운 척 과한 액션을 하면 제 손이 떨릴 거예요. 전 그런 아이가 아니니까요. 그런데 평소에도 '난 원래 이런 애'로 생각하고 행동하면 덜 어색할 것 같았거든요. 그래서 첫 회식부터 핫팬츠입고 못 먹는 술도 받아먹고 노래방에서 예쁜 척하며 그룹 에프엑스의 '누예삐오'도 불렀어요. 저는 그렇게 못하지만 다림이는 그렇게 할테니까요."
그는 "대본 리딩을 하러 갈 때도 이미 어느 정도 다림이로 갔지만, 스태프들은 그런 모습을 평소 최강희라고 생각하기 쉬웠을 것"이라며 "스태프들이 오해하게 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평소에도 다림으로 살아본 소감은?
"촬영장에서 인기 정말 많았어요. 솔직하고 당당한 여자가 겸손하고 점잖은 여자보다 매력적이게 느껴지는구나 생각했어요. 다 좋아해줬고 넌 정말 자유롭게 사는 것 같다고 부럽다고들 했어요. 그러면 전 또 '맞다'고 했고요. 그런데 '쫑파티'에서 주변에서 또 '누예삐오'를 불러 달라고 하더라고요. 그 때는 못하겠더라고요. 결국 못했어요.(웃음)"
-꽤 힘들었던 것 같은데….
"아니요. 재밌었어요. '왕자와 거지'처럼, 다림이로 잘 놀아본 것 같아요."
-'(팔뚝을 들어보이며) 내가 아는 남자들은 다 이만하던데?' '섹스는 기본 3시간 아니냐' 등 대사들이 야해요.
"민망하진 않았어요. 오히려 금기를 깨는 느낌? 빨리 대사해보고 싶고 시원했어요."
가장 마음에 들었던 대사를 묻자 1초의 주저함도 없이 "다 내 경험이니까!"라고 답했다.
"경험이 하나도 없다는 사실이 밝혀질 궁지에 몰렸을 때 대사인데 속이 다 시원하더라고요. 하하하."
-영화에서는 한 신만 잘 하면 된다고 한 적이 있어요. 이번 영화의 한 신을 꼽는다면?
"(웃음) 이번엔 좀 '스페어'가 많아요. 하나만 걸려라 싶은데… 웃음적으로 많거든요. 화장실에서 똥 싸고 화장지가 없어서 봉변당하는 장면도 재밌고, 모텔에서 정배랑 첫 날밤을 치르게 되는데 글로 배운 성지식들을 총동원해서 현실로 옮기면서 생기는 에피스드도 재밌고요."
생각만해도 재밌나보다. 설명하며 웃음이 떠나지 않았다. 또 그는 "재미는 관객들이 기본적으로 누려야 할 사항이니 웃음에 집중해 달라"고 당부했다.
'달콤한 나의 도시'에 이어 '쩨쩨한 로맨스'에서 다시 호흡을 맞춘 이선균(왼쪽)과 최강희. 사진제공 레몬트리.
▶ "'2030 대변인이 돼야 겠다'는 책임감 느낀다"
18살에 청소년드라마 '어른들은 몰라요'로 데뷔한 그는 어느덧 33살이 됐다. 학생 시절엔 학생, 서른 즈음에는 서른 문턱에서 힘겨워하는 역 등 그 나이또래의 일상을 잘 표현하는 역을 주로 맡으며 20, 30대 팬들을 두터운 지지를 받고 있다.
-2,30대 여성들에게 강희 씨는 특별한 의미인 것 같아요. 본인도 느끼나요?
"느끼죠. 길 가다보면 제 친구 같은 분들이 다가와서 조곤조곤하게 '저 팬이에요'라고 하는 경우가 많아요. 저한테 많이 친근감을 느끼고 이입하시는 것 같아요. 제가 글을 쓰거나, 연기를 하고 옷을 입을 때 많이 공감해주시는 것 같고요. 그래서 '내가 2030의 대변인이 돼야겠구나'라는 책임감도 있어요."
-그런 점이 작품 선택에도 영향을 주나요?
"그럼요. '쩨쩨한 로맨스'도 친언니가 유부녀인데 대본을 읽어보더니 '이거 꼭 해달라'고 했어요. 제가 나이가 들면 팬들도 3040, 4050으로 바뀔 테고, 그 나이 팬들이 공감할 수 있는 역을 맡아야겠죠. 7080까지 가게 될까요? 하하하."
-책임감을 느낀다고 했는데, 부담스러울 때도 있겠어요.
"그런 적은 없었어요. 정말 좋아요. 어떤 모습으로든 쓸모가 있으면 좋은 것 같아요. 누구한테든 희망을 줄 수 있으면 좋은 것 같아요. '떨리는 가슴'이라는 작품을 했었는데 40대 아저씨의 정신적인 친구가 되는 역할이었어요. 사랑이라고 하기엔 바람이지만. 많은 아저씨들이 희망이 생겼다고 좋아해주셨어요. 그런 것도 재밌고요. 영화 '애자' 때도 '오늘 엄마한테 전화 한 통 해야겠어요' 그런 쪽지 많이 받았어요. 저는 교훈을 준 적이 없는데 작품을 통해 누군가 변하고, 희망을 갖는 분들이 생긴다는 게 배우로 사는 가장 큰 보람인 것 같아요."
-드라마 '달콤한 나의 도시'를 끝내고는 '연기 사춘기가 시작됐다'고 했고 '애자'는 '첫 작품'이라고 말 했었어요. '쩨쩨한 로맨스'는 어떤 의미인가요.
"비슷한 것 같아요. 저는 계속 무언가를 하려고 하는 중이에요. 무엇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계속 앞으로 가고 있긴 한 것 같아요."
-연기한지 15년이 넘었는데, 그동안 맡았던 역할들 중 본인과 가장 닮았던 역은?
"음… '여고괴담'에서 9년 동안 학교 다닌 그 아이."
최강희는 '여고괴담'에서 9년 째 학교에서 떠돌고 있는 귀신 재이 역을 맡았다.
"('진짜' 답을 기다리며) 하하하."(기자)
"…"(최강희)
"진짜요?"(기자)
"네! 전 많이 가라앉아있고 재이랑 비슷해요."(최강희)
-그렇다면 가장 달랐던 역은요?
"애자와 다림이요. 전 애자처럼 세지도, 다림이처럼 뻔뻔하지도 못해요."
인터뷰를 끝내고 사인을 요청했다. "평소처럼 할게요"라던 그는 사인 밑에 '행복해 주세요'라고 적었다. 그러고 보니 그가 라디오 프로그램 '볼륨을 높여요'를 진행했을 때 엔딩멘트가 '행복해 주세요' 였다.
"너무 착하게 들릴까봐 걱정인데… 저는 만약 제가 돈 많고 누군가가 돈이 없어서 절 부러워하면 차라리 그 사람이 돈이 많은 게 속이 편해요. 저는 누군가 좋은 게 좋거든요."
"영화를 보는 내내 관객들이 많이 웃었으면 좋겠다"던 그의 말이 떠올랐다. 그가 관객들에게 하고 싶은 말. 아마 '웃어 주세요'가 아닐까.
2010.12.2 김아연 기자aykim@donga.com
[인터뷰] 최강희 "나도 날 잘 모르겠다"
'쩨쩨한 로맨스'서 성경험 없는 귀여운 섹스칼럼리스트 열연
"주위시선서 자유롭고파… 이 작품에선 귀여움의 극한 표현"
"다림 같은 여성 주위에 많아… 폭소탄 터질 장면 기대하라"
지난해 영화 '애자'로 눈물콧물을 쏙 빼게 했던 최강희가 올 겨울엔 폭소가 작렬하는 섹시 코미디로 극장가를 흔들고 있다.
최강희가 드라마 '달콤한 나의 도시'에서 호흡을 맞췄던 이선균과 두 번째로 호흡을 맞춘 영화 '쩨쩨한 로맨스'는 (감독 김정훈/제작 크리픽쳐스) 그림 실력은 뛰어나지만 이야기 솜씨는 제로인 성인 만화가 정배(이선균)과 성적 경험은 전무하면서도 섹스 칼럼을 쓰는 칼럼리스트 다림의 알콩달콩한 러브스토리를 다뤘다.
정배와 스토리라인 회의를 하는 노천카페에서 "내가 아는 남자들은 다 이만하던데"라며 팔뚝을 들어올리고 "섹스 머신, 섹스계의 호날두!"를 외치며 아는 척하다가도 막상 실전에서는 겨드랑이에 키스나 퍼붓는 다림 역을 누구보다도 사랑스럽게 연기해낸 최강희의 열연에 힘입어 영화는 개봉 2주차에 100만 관객을 동원하며 한국에선 로맨틱 코미디가 통하지 않는다는 정설을 뒤집고 있다.
최강희는 개봉 전 이뤄진 한국아이닷컴과의 인터뷰에서 "2030 여성들에게 어필할 수 있는 로맨틱 코미디 영화라고 생각했다. 다림은 실제 최강희와 극과극의 캐릭터였지만 이번 영화에서 내가 보여줄 수 있는 귀여움의 극한을 표현하려고 노력했다"고 전했다.
- 최강희와 섹시 칼럼리스트는 의외의 조합이다. 캐스팅 수락 과정은.
▲ 대본이 너무 재미있었고 야하고 성적인 대사들에서 금기를 깨는 느낌도 있었다. 보통 대본을 읽을 때 출연 여부를 결정하는 편이다. 이번 대본은 초중반부터 출연하고 싶은 마음이 들었다. 마침 미국서 살고 있는 (친)언니가 한국에 와있을 때 대본을 받았는데 언니가 대본을 읽더니 2030 여성에게 통할 거라며 꼭 출연하라고 권유하더라.
- 다림이라는 인물을 연기하며 어려웠던 점은.
▲ 적당히 귀여운 역할은 해봤지만 다림은 정말 귀여움의 극한에 도전해 보는 역이었다. 평소 나와는 즐겨 입는 의상도 대화 방식도 다르다. 나는 많이 가라앉은 성격이고 다림은 하늘 끝에 닿아 있는 성격인데 하루 빨리 그 인물이 되기 위해 대본 리딩 첫 날부터 일부러 미니스커트를 입고 나가서 귀여운 척하고 그랬다. 그럼에도 감독님은 "더 얄밉게, 더 귀엽게"를 늘 외쳤다.
- '달콤한 나의 도시'에 이어 이선균과 두 번째 호흡이다.
▲ 그 드라마 때 이선균과 호흡은 좋았는데 그다지 친해지지 못했다. 이번엔 입에도 못 대던 술까지 배워 가며 대단히 즐겁게 촬영했다. 술은 '애자' 때 너무 힘들어서 혼자 조금씩 마시기 시작했는데 이번에 정말 훌륭한 술 선생을 만났다. 덕분에 현장서 사람들과도 많이 사귀고 어울렸다. 촬영이 끝난 뒤에도 남아서 친분을 나눈 건 이번 현장이 처음인 것 같다.
- 성에 대한 경험도 없으면서 정배(이선균) 앞에서 대단한 남자와 경험한 양 으스대는 장면들이 압권인데.
▲ 과장은 됐지만 다림 같은 인물은 주변에서도 쉽게 찾아볼 수 있지 않나. 나이는 찼는데 별다른 성적 경험이 없어서 부끄러워하는 여성들 말이다. 미용샵 같은데서 보면 성칼럼 같은 것을 슬쩍 빨리빨리 넘기는 여성들도 있다. 읽을 건 다 읽으면서 말이다. 실재하는 여성들의 모순적인 태도를 다림이라는 캐릭터가 극화하기에 웃음도 유발되는 것 같다.
- 베드신 촬영 에피소드는.
▲ 사실 나는 입을 것 다 입고 있었는데 이선균만 혼자 팬티 바람으로 하루 종일 촬영해서 미안했다. 정기훈 감독이 '최강희는 벗기고 싶지 않다. 아무도 보고 싶어 하지 않는다'고 하더라. 다림이 섹스 칼럼을 쓸 때 외국 잡지에서 베꼈던 여러 가지 실전들을 정배에게 실험하는 장면에서 웃음을 유발해야 했다. 촬영 전에는 부담됐는데 막상 현장에 가니 너무 재미있었다. 내가 이선균의 신체 일부로 돌진하는 장면은 정말 폭소탄이 터질 장면이라 단언한다.
- 베드신은 적어도 키스신은 많다.
▲ 적나라한 키스신이 몇 번 있다. 여성지 속 페이지가 펼쳐지고 그 지문을 그대로 따라 해야 했다. 그냥 열심히 하는 것뿐 달리 방법이 없었다.
- 실제 최강희는 어떤 성격인가.
▲ 시간이 흐를수록 나도 나를 잘 모르겠다. 배우들이 역할과 실제를 헛갈려서 우울증에 걸리는 사람도 많잖나. 나는 그 정도는 아니다. 다만 배우로 사는 특권은 사람들과의 약속 하에 이런 인물로도 살아보고 저런 인물로도 살아보는 재미인 것 같다. 평소 내성적이지만 다림이 같이 쾌활한 인물도 되어 보잖나.
- 30대에 20대 때보다 더 작품 성적이나 인기가 높아진 것 같다.
▲ 언젠가 이런 인기나 작품운이 훅 떨어질 거라 미리 마인드 컨트롤 하곤 한다. 평소 치과에 갈 때도 '나는 오늘 아프러 온 거야'라고 암시를 주는 것처럼 말이다. 동안이라고 자주 칭찬 받는 이 얼굴이 하루 아침에 폭삭 늙을 수도 있는 거고, 한 번 크게 당하는 날이 있을 수도 있는 거다.
- 이선균은 최강희의 최고 장점이 남의 시선에 얽매이지 않는 자유로움이라던데.
▲ 최대한 사람들의 시선에서 자유롭기 위해 노력하지만 그럼에도 사람들의 칭찬 범위 안에서 머물고 싶은 유혹이 생긴다. 연예인 생활을 오래 하면서도 크게 미움 받지 않고 좋아해주는 분들이 많다 보니 가끔은 '저들이 다 나를 떠나면 어떨까', '나를 오해하면 어떨까' 하는 불안한 마음도 들 때가 있다. 그래서 계속 남들이 나를 보는 시선에서 자유로워지려 한다. 어떤 테두리에 머물지 않고 계속 갇혀 있지 않으려고 끊임없이 노력한다.
최강희, "난 착한 사람이 아니다" [MD인터뷰]
"여기가 좋으세요?"
"네"
인터뷰를 위해 마련된 푹신하고 너른 소파 대신 기자가 사진촬영을 기다리며 잠시 앉아있던 구석에 놓인 식탁의자에 다가와 앉는다.
그리고 그녀가 그렇게 닮고 싶다는 고양이처럼 의자 위에 올라앉은 채 시작된 이야기는 인터뷰가 아니라 정감어리면서도 매력적인 사람과의 익숙한 대화처럼 이어졌다.
최강희(31). 1995년 KBS 드라마 '어른들을 몰라요'의 아역 배우로 데뷔해 MBC '나' KBS '학교' 등 청소년 드라마를 거치며 큰 눈을 지닌 맑은 이미지의 배우로 각인됐던 그녀는 영화 '여고괴담'에서 마침내 그 사연 담은 슬픔의 이미지를 터트린다.
하지만 스스로가 내리는 그 시기에 대한 평가는 좀 부끄럽단다.
"난 그렇게 착한 사람이 아니라 늘 조금씩은 불편했다" 는 것.그렇게 스스로 변화를 꿈꾸던 그녀가 조금씩 숨겨진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한 건 아마도 2004년 MBC 드라마 '단팥빵' 부터였을 것이다.
일요일 아침부터 고정팬들을 TV 앞으로 불러모은 이 작품은 최강희의 이른바 '엉뚱 이미지'가 엿보이기 시작한 시기로, '강짱' 마니아들의 결속력을 굳건히 해 준 작품이기도 하다.
"사실 나는 용기도 별로 없고, 평범한 부분도 많은데 연기를 통해 일종의 '탈출'을 할 수 있어 좋다"
자신이 하나씩 창조해 낸 인물들에 대해 최강희는 "실은 늘 해보고 싶었던 것, 마음 속 감춰진 생각들을 하나씩 풀어내면서 만들어졌다"고 귀띔한다.
이번 영화 '내 사랑(감독 이한 제작 오죤필름)' 속 '주원' 역도 그랬다.
'너를 만나면 난 꿈을 꾸는 것 같아. 아, 깨기 싫어. 정말 행복한 꿈이잖아… 난 너에게 내가 이렇게 무거운 존재였으면 좋겠어' (극중 주원의 내레이션과 대사 중)
최 강희는 "실제 연애할 때의 나는 극중에서처럼 애교도 많지 않고 '센척'도 하지 못한다. 그런데 비록 영화에서지만 세진(감우성)이가 나를 무척 사랑해주고 말 그대로 '영화같은' 상황들이 만들어지는 것이 촬영내내 가슴 뛰었다"며 촬영 당시 느낌을 설명했다.
예를 들어 현실 속 그녀는 '내 사랑' 속 한 장면처럼 집에 들어가려는 연인을 빤히 쳐다보며 유혹하는 듯한 시선을 보내지는 못한다고. "소심한 내가 현실세계에서는 감히 못해보는 부분을 영화를 통해 경험하면서 일종의 해방감 같은 걸 느꼈다고나 할까(웃음)"
그래서인지 함께 연기 호흡을 맞춘 감우성에 대해서도 "그저 보기만 해도 좋아서 촬영 내내 '감님, 감님' 이라고 불렀다"며 또 예의 생긋 미소를 짓는다.
극중 20대 커플로 나오는 두 사람은 지하철 2호선을 무대로 사랑을 속삭인다.
"현실세계의 잔인함, 지친 사랑이 얼마나 많은가, 굳이 보여주지 않으려 하고 꼬고 틀고 그러는 것 없이 최선을 다해서 순수하게 연애했던 시절, 그런 얘기를 할 수 있다는 게 나를 참 행복하게 해 줬다"
그녀의 모든 것을 담고있는 듯한 큰 눈망울이 진지함으로 가득차 반짝이는 순간이다.
이처럼 매사에 때론 지나치게 단순한 듯 하지만 결정적인 순간엔 진지함을 잃지 않는 그녀의 소원은 '고양이'가 되는 것. 언뜻 들으면 뚱딴지 같지만 속내를 알고보면 고개를 끄덕일 만하다.
"어릴 때, 어머니가 '고양이처럼 살아야 한다'고 하셨다. 혼자서도 잘 놀고, 보채지 말고, 속을 다 드러내지는 말라'고. 실제로 지금 고양이 한 마리를 키우는데 우아함에 늘 감탄한다"
항상 독립적으로 행동하고 타인에게 의존하지 않으며 내면에는 '자신만의 방'을 지닌 고양이를 그녀는 사랑하고 있는 것이다.
그래서 언젠가는 '100% 고양이'가 되고 싶다"고 한다. 지금은 어느정도냐고 되물었더니 "30%"라며 까르르 웃는다.
짧은 시간 들여다 본 배우 최강희는 그리 엉뚱하지도, 현실과는 동떨어진 '4차원 소녀'인 것 같지도 않았다.
대부분이 빠르게 변화하는 사회의 속도와 '타인의 시선'을 의식하며 어른이 되어갈 때 그녀는 그저 스스로 그 속도를 스스로 조절하려 한 것이 아닐까.
'엉뚱 이미지'로 불리는 데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그녀는 "좋지도, 싫지도 않지만 많은 분들이 나를 나쁘게는 생각하는 것 같지 않아 다행"이라며 "나는 스스로 나를 잘 구하고 있다"는 답변을 들려주었다.
[마이데일리 = 장서윤 기자] 사진 = 송일섭 기자 andlyu@mydaily.co.kr] 2007-12-16 출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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